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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와 한국전쟁
주제 컬렉션

문화영화와 한국전쟁

기관 보유 문화영화 중 한국전쟁을 주제로 큐레이팅한 필름 보유 작품 49편으로 구성 (2021년도 학예연구팀 컬렉션 연구용역/지망)

공개일
2022-06-24
업데이트일
2025-05-14
한국영상자료원은 2020년, 자료원에 보존돼 있는 문화영화, 기록영상에 대한 컬렉션 구축을 위한 사전 조사로, “관 주도 비극(非劇)영화 컬렉션 자료 조사·연구”를 착수했으며, 2021년부터는 그 후속 연구로서 특정 주제에 주목해 관련 문화영화 컬렉션을 심화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후속 연구들은 최근까지도 진행 중에 있는데, 그 중 첫 번째 결과물인 <문화영화로 보는 위생과 국민보건> 컬렉션이 지난 3월에 공개되었습니다. <문화영화로 보는 위생과 국민보건> 컬렉션은 해당 컬렉션의 해제에서 밝히고 있듯, 2019년 이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유례없는 국가 방역의 시간을 보내며 국가라는 체제와 기구의 존재를 그 어느 때보다 명확하게 느끼고 있는 현재 시점을 염두에 둔 접근”으로, 위생과 보건의 문제가 ‘문화영화’라는 매체와 장르를 매개로 어떤 목소리와 억양으로 전달되는지를 살펴보게 합니다. 

한편 이에 이은 두 번째 후속 연구 결과물이 바로 <문화영화와 한국전쟁> 컬렉션입니다. 올해는 한국전쟁이 일어난 지 72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매년 6월이면 한국전쟁의 현대사적 의의, 분단의 상흔, 호국보훈의 의미를 되새기는 영상이 각종 매체를 통해 방영됩니다. 미디어에 기록된 영상은 한국전쟁을 경험한 세대에게는 기억의 재편으로, 전쟁을 직접 겪지 않은 세대에게는 역사로서 학습됩니다. 한반도의 분단은 반세기를 훌쩍 넘는 시간 동안 그렇게 영상 기록과 함께 우리 일상에 고착화되었습니다. 본 컬렉션은 수많은 미디어가 기록하고 있는 한국 분단사 영상물 중 한국영상자료원에서 보존하고 있는 ‘한국전쟁과 관련된 문화영화’를 큐레이션하고 있습니다. 오늘날에는 한국전쟁을 기록·재현한 여러 방송사의 다큐멘터리나 TV 드라마, 극장에 개봉된 상업영화가 대중에게 영향력을 끼치지만, 시간을 조금 거슬러 올라가면 국가의 이데올로기를 선전하기 위해 관(官)에서 제작한 ‘문화영화’가 그와 같은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본 컬렉션이 다루는 관 주도 하에 생산된 문화영화들은 전쟁과 분단을 대하는 20세기 한국사회의 태도와 인식 변화를 두루 살펴볼 수 있는 유용한 연구 자료로서 의미를 지닙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문화영화와 한국전쟁> 컬렉션은 한국영상자료원에 보존 중인 문화영화 중 195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제작된 한국전쟁 관련 문화영화를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한국전쟁이라는 역사적 사건으로부터 파생된 휴전과 분단, 이산, 통일, 안보 등의 하위 주제 영상들을 포함하여 전쟁과 분단에 대한 한국사회의 인식을 다층적으로 살펴보았습니다. 컬렉션의 작품들은 주로 국군(국방부 정훈국 → 국군영화제작소 → 국군홍보관리소), 국립영화제작소(→ 국립영상제작소)와 같은 관 주도 하에 제작된 작품들이며, 민간에서 촬영, 제작된 영상 일부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실제 영상의 내용을 정확히 확인하기 위해 열람 가능한 필름(RP)을 보유하고 있는 작품들을 추려냈고, 그 결과 총 49편의 작품 목록을 작성하였습니다. <문화영화와 한국전쟁> 컬렉션의 49편 영상들을 제작 주체별, 장르별(비극/극)로 그 분포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 가운데 특히 비극영상의 경우에는 실사 푸티지, 실존 인물 증언, 뉴스릴을 활용하여 한국전쟁사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별히 눈에 띄는 특징은 본 컬렉션의 영상 중 가장 오래된 한국전쟁 기록영상인 1951년 작 <정의의 진격>(국방부 정훈국, 한형모)의 푸티지가 이후 제작된 수많은 비극영상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동일한 푸티지를 사용하고 있더라도 시대별로 한반도 분단 체제 형성 원인을 조금씩 다르게 해석하는 내레이션을 삽입하고 있어, 195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한국사회의 인식 변화를 알 수 있게 합니다.

한편 극영화에는 한국전쟁 전투 일화, 실존 인물의 실화나 수기, 장편 소설 등을 소재로 한 다양한 서사극들이 존재합니다. 또 서사 중심의 극 외에도, 영상과 반공 시(詩) 낭독 내레이션을 결합한 이미지 위주의 영상물 역시 극영화 장르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본 컬렉션의 극영화들은 주로 극 중 남북한 등장인물을 각각 인도적/비인도적 인물로 묘사해 대조적인 캐릭터의 전형을 구축하며 서사를 진행하는 특징을 보입니다. 또한 이산의 비애, 통일의 염원, 민족 분단의 비극 등과 같은 감상적인 주제를 다루면서도 섣부른 통일론보다 자주국방의 중요성을 환기하며 한국사회에 여전히 남아있는 ‘냉전의식’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기도 합니다. 본 컬렉션에서는 영상들의 장르를 편의상 크게 비극(非劇)과 극(劇)으로만 분류하였지만, 소재나 주제, 연출 방식의 형식적 특징에 따라 추후 문화영화의 장르를 보다 세분화하여 연구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그 밖에도 <문화영화와 한국전쟁> 컬렉션의 49편 작품들을 ‘느슨하게나마’ 6가지 하위 주제로 분류해볼 수 있었습니다. 
  ① 한국전쟁(17편) - 6.25전쟁 발발 당시를 직접적인 시간 배경으로 삼아 극을 연출하거나 기록영상으로 구성한 작품
  ② 안보/국방 강화(15편) - 분단 후 벌어진 북한의 대남공작, 무력도발 이슈 등을 다루며 한국전쟁 재발에 대한 경각심을 강조하는 데 초점을 맞춘 영상
  ③ 분단/이산/통일(10편) - 분단의 비극, 실향민의 애환을 중심으로 한 영상
  ④ 호국보훈(4편) - 한국전쟁에 참전한 국방군, 학도병, 유엔군, 전쟁미망인 등의 희생을 기리는 영상
  ⑤ 남북체제 경쟁(2편) - 귀순 용사 혹은 남파 공작원을 등장시켜 남한 체제의 우월성을 과시하는 영상
  ⑥ 재건/국력 신장(1편) - 한국전쟁의 폐허 속에서 일궈낸 산업화 현장을 전시하는 영상
그러나 전반적으로 각각의 작품이 한 가지 주제를 중점적으로 다루기보다 한 개 이상의 주제를 복합적으로 표현한 경우가 많았고, 모든 주제가 반공 이데올로기의 선전으로 귀결되는 특징을 보이고 있습니다. 앞선 언급에서 이 같은 주제 분류를 ‘느슨하게나마’라 표현한 까닭이기도 합니다. 

끝으로 본 컬렉션의 작품들은 영상이 제작된 시기와 정권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내용 구성의 차이점을 보이기도 합니다. 먼저 정권별 작품의 수량을 살펴보면 1950년대 이승만 정권기 2편, 1960~1970년대 박정희 정권기 21편, 1980년대 전두환 정권기 20편, 1990년대 김영삼·김대중 정권기 5편으로 분포됩니다. 각 정권이 관철하려는 이데올로기와 정책의 방향, 민족/국가의 정체성을 한국전쟁과 관련된 문화영화에 투영해왔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본 컬렉션 영상 중 가장 많은 편수를 차지하는 박정희 정권 하에 제작된 문화영화들은 당시 안보정책의 정당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한국전쟁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왔습니다. 한국전쟁 후 발생한 무장간첩 사건, 베트남 전쟁의 사례를 들며 1970년대의 반공 안보정책이 조금도 지나침이 없다는 사실을 정당화하고, 나아가 10월 유신을 김일성 유일 체제에 대응하기 위한 남한의 알맞은 사회 체제로 선전하고 있습니다. 컬렉션의 작품 수가 제한적이긴 하나 정권 변화에 따른 한국전쟁 소재 문화영화의 특징을 작품별 내용 요약 및 키워드 등을 기초자료로 삼아 추후 심화 연구가 진행되면 흥미로울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와 같은 후속 연구는 여전히 안개 속에 갇힌 한반도 분단 문제와 남북 간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냉전과 반공의식이 팽배했던 지난 세기와 달리 오늘날 한국사회가 한국전쟁에 대해 어떠한 새로운 접근법을 가져야 할지 그 시사점을 제공해줄 것입니다.

※ 컬렉션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본 게시물 하단에 첨부된 [해제 다운로드]를 클릭하면 보실 수 있습니다. 
※ 개별 영상에 대한 세부 정보는 아래 ‘자료 목록’의 자료명을 클릭하면 보실 수 있습니다. 
- 조사·연구: 박경진(연구소 지망, 중국전매대학교 박사과정)
- 기획·진행: 이지윤(한국영상자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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