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사랑
- 감독
- 이강현
- 제작년도
- 2002
- 출연
- 오연수, 조민기, 송선미, 서태화
2000년 | 태원엔터테인먼트 감독: 김영준 | 원작: 김혜린 | 각본: 정용기 김영준 | 제작: 정태원 | 촬영: 변희성 김태환 | 미술: 오상만 | 음악: 김준선 CAST 신하: 신현준 | 설리: 김희선 | 준광: 정진영 | 라이: 장동직 | 타루가: 김학철 | 곽정: 기주봉 | 사준: 서태화 | 창룡: 이한갈 | 아신: 김수로 | 아리수: 류현경 < 쉬리 >( 강제규 , 1999) 이후 한국영화에서 가장 크게 변한 부분은 ‘자본’입니다. 충무로에 돈이 몰려들기 시작했고, 그 결과 예전엔 시도되지 못했던 프로젝트들이 등장합니다. < 비천무 >는 당시까지 한국영화 사상 최고의 제작비(약 40억 원)를 들인 영화였습니다. 김혜린의 동명 만화를 각색한 이 영화는, 원작 팬들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성공했고, 특히 중국 로케이션을 개척한 작품이었습니다. <비천무>는 김혜린의 만화를 원작으로 김영준 감독이 연출한 작품입니다. 운명을 초월한 사랑과 그것을 둘러싼 인간 군상의 모습을 무협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역동적으로 그려낸 작품이죠. 표면적으로는 고려 유민의 후예 진하, 몽고 장군과 한족 첩의 서녀인 설리, 한족 권문 세가의 자손 준광 사이에 흐르는 숙명적 사랑과 비극적 갈등을 그리고 있지만, 그와 함께 14세기 원나라 말엽을 살아간 사람들의 희로애락과 욕망, 애증, 배신, 갈등 등을 비장미 있게 담아냅니다. 황포강의 서늘한 바람을 등지고 상하이에서 남쪽으로 600킬로미터에 있는 횡점에 청명상하도 세트장이 있습니다. 버스로 7시간 정도 되는 거리죠. 이곳은 120여 채의 건물, 6량의 다리, 9개의 부두, 6척의 배가 있는 당대 중국 최대 규모의 세트장이었는데요, 북송 시기의 생활상과 분위기를 그대로 살리고 있었습니다. 촬영이 없을 때는 관광지로 이용됩니다. 원수의 손에 모든 것을 잃은 뒤 분노의 화신 자하랑으로 다시 태어난 진하 역의 신현준입니다. 자하랑은 ‘자줏빛 이리’라는 뜻이죠. 그는 이후 설리와 재회하지만, 그들 사이엔 이미 세월의 강이 가로 놓여 있습니다. ‘눈 설(雪) 배꽃 리(梨)’, 설리 역을 맡은 김희선의 모습입니다. 순수함을 대변하는 몽고의 여인 설리는 고려 유민의 아들 진하와 이룰 수 없는 사랑을 합니다. 권문세가의 아들 준광 역의 정진영입니다. 사랑과 우정을 동시에 잃어야 하는 슬픔으로 분노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진하와 준광은 강호의 의리를 나눈 친구지만 설리와의 운명적인 사랑을 두고 갈등에 사로잡힙니다. 현장 공개 신에서 설리는 아들에게 무술을 가르칩니다. 일교차가 큰 날씨 탓에 독감에 걸린 김희선은 액션 신을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 여러 번 재촬영을 해야 했습니다. 신현준과 김영준 감독이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호흡을 맞춰보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두 사람은 종종 닮았다는 말을 듣곤 했다는 후문입니다. 스태프들은 넓은 세트장에서 추위와 싸워야 했습니다. 현장에서 언어 문제가 가장 중요했는데요, 한국 스태프들이 기초적인 중국어를 익히긴 했지만 때로는 한 장면을 정확히 설명하느라 몇 시간이 걸리기도 했습니다. 제작비 40억 원은 당시까지 한국영화 최대 규모였습니다. 그리고 상하이 필름 스튜디오가 중국 내 판권 구매를 담보로 42만 달러(약 5억 원) 상당의 현물 투자를 했습니다. <비천무>의 액션은 중국 무술의 ‘찌르기’의 현란한 기교와 일본 단칼 승부의 정적인 요소를 결합시켜 ‘베기’와 ‘회전’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액션 신의 비중이 큰 <비천무> 현장에선 크고 작은 부상이 이어졌습니다. 무술감독 마위청은 <동방불패> 시리즈의 무술팀 일원이었으며, <모험왕>(1995)의 무술감독이었습니다. 진하를 엄호하는 열명의 무사 ‘철기십조’가 지붕 위를 날아다니듯 누비는 장면은 이<비천무>의 압권이었습니다. 이 장면을 찍기 위해 크레인 2대에 열명의 배우가 나누어 매달리는 와이어 액션 기법이 동원되었습니다. 세트로 준비한 기와지만 수십 장이 깨질 때는 제작진이 무척 긴장해야 했습니다. 철기십조 장면을 찍을 때 배우들이 지붕에 떨어져서 크게 다쳤습니다. 사고 당시 김영준 감독은 촬영을 그만두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다고 합니다.
2002년 | 좋은영화, 영화사 시선 감독: 장규성 | 각본: 손재곤 | 각색: 이원재 이원형 | 제작: 김미희 한지승 안영준 | 기획: 강우석 | 촬영: 김윤수 | 미술: 오상만 강승용 | 음악: 손무현 CAST 무라카미: 김수로 | 황보: 임원희 | 하나코/상미: 김정은 | 갑두: 서태화 2002년은 한국영화가 아마 가장 폭주했던 시기였습니다. 과감하고 극단적인 시도들이 이어졌죠. 흥행 재난을 맞이하긴 하지만 <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 장선우 )이 파격적인 기획이었다는 건 부정할 수 없습니다. 박찬욱 감독의 < 복수는 나의 것 >이 나왔던 것도 2002년이었죠. < 죽어도 좋아! >( 박진표 )나 < 철없는 아내와 파란만장한 남편, 그리고 태권소녀 >( 이무영 ) 같은 영화도 있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장규성 감독의 < 재밌는 영화 >도 ‘2002년스러운’ 영화였습니다. 할리우드에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패러디 영화였는데요, 무려 33편의 한국영화가 코믹하게 인용됩니다. 월드컵 한일 공동 개최를 반대하는 일본 천군파는 기념 공연이 이뤄지는 곳에 폭탄을 설치할 계획을 세웁니다. 그 중심엔 한국은 무조건 싫어하는 무라카미가 있죠. 김수로가 역할을 맡았는데요, 단정한 양복에 뿔테안경을 쓴 지적인 모습이었지만… 곧 부채춤을 추는 족두리 한복 차림으로 바뀝니다. <재밌는 영화>는 전주시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습니다. 이 날 촬영도 전주에 있는 소리문화의 전당에서 이뤄졌죠. 관객으로 무려 2,000명의 엑스트라가 동원되어야 하는 신이었는데요, 대규모 군중 역시 전주시의 도움으로 쉽게 모을 수 있었습니다. 부채춤을 추는 공연자들은 전주예고 무용과 학생들이었습니다. 한편 붉은 악마들 옆엔 이 날 사건을 막기 위해 남한의 KP 요원 황보(임원희)가 있습니다. 황보는 일본에서 온 저격수 하나코/상미(김정은)와 러브라인을 형성합니다. <쉬리>(강제규. 1999)의 한석규-김윤진 커플에 대한 패러디죠. 천군파가 무대에 설치한 폭탄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그러자 상미는 직접 무대 위로 올라가 폭탄을 손에 들고 소리칩니다. “모두 꼼짝 마!” 이 시기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빴던 배우였던 김정은은 촬영 기간 과로로 쓰러지기도 했다고 하네요. 하지만 현장에서 집중력 만큼은 최고였습니다. 남한의 대통령(김인문), 북한의 국방위원장(정진각) 그리고 일본 천황(정재진)이 한 자리에 모여서 공연을 관람하고 있습니다. 2,000명의 엑스트라와 세 대의 카메라가 동원된 대규모 현장이었습니다. 이 영화로 데뷔하는 장규성 감독에겐 다소 버거울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확성기를 들고 현장을 지휘하는 모습은 베테랑 감독을 연상시켰습니다. 10년 동안 연출부 생활을 했고, 특히 김상진 감독과 세 작품을 함께 하면서 쌓은 내공 덕분 아닐까 싶습니다. 장규성 감독이 김정은에게 장면 컨셉을 전하고 있습니다. 당시 김정은은 밝고 코믹한 이미지로 사랑 받는 스타였죠. 첫 영화도 역시 코미디 장르로 선택했는데요, “고정된 이미지란 대중이 그 배우에게 가장 보고 싶어하는 이미지”라고 이야기합니다. 공개된 또 하나의 신은 도심 총격 액션 장면이었습니다. <쉬리>에서 가져온 신이죠. 촬영 장소는 역시 전주시의 전격적인 협조로 전주시의회 앞 도로에서 대대적인 교통 통제와 함께 이뤄졌습니다. 버스를 장악한 무라카미가 기관총을 난사합니다. 건너편에선 남한의 KP 요원인 황보와 갑두(서태화)가 대응합니다. 긴장감 넘치는 장면인데… 뭔가 지나치게 진지한 모습이 오히려 웃음을 자아냅니다. 천군파 요원인데요, 앞에 있는 김학규는 1990년대에 큰 인기를 끌었던 그룹 ‘노이즈’의 멤버였습니다. 뒤에 있는 사람은… 낯이 익으실 텐데요 배우 임형준입니다. <쉬리>에선 OP 특공대원 역할이었는데요 이번엔 천군파 요원입니다. 총격 신을 위해 특수효과 스태프들이 자동차에 장치를 하고 있습니다. 긴장감 넘치는 현장이었지만, 인근 주민들에겐 좋은 구경거리였습니다. 비가 오는 날씨에도 우산을 쓰고 많은 사람들이 현장 견학(?)을 했습니다. 이 날 장면의 하이라이트는 버스 폭파 신이었습니다. 컷 사인이 나자마자 소방대원들이 달려와 소화 작업을 했습니다. 한정된 시간 안에 큰 규모의 스펙터클을 만들어내고 특수효과가 동원되는 장면이었음에도 장규성 감독의 현장 장악력은 돋보였습니다. 임원희와 서태화와 김수로. 그들은 <재밌는 영화>를 더욱 ‘재밌게’ 만들기 위해 현장에서 경쟁적으로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2001년 | 싸이더스 감독: 박흥식 | 원안: 이은영 황혜영 | 각본: 박흥식 최은영(최반야) 장학교 | 각색: 신현정 김유진 장명숙(장명우) | 제작: 차승재 | 촬영: 조용규 | 미술: 박일현 | 음악: 조성우 CAST 정원주: 전도연 | 김봉수: 설경구 | 홍탁: 서태화 | 태란: 진희경 페데리코 펠리니의 < 나는 기억한다 Amarcord >(1974)를 보면 한 남자가 나무 위에 올라가 외칩니다.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기억한다>에선 처절한 외침이었지만, 박흥식 감독의 첫 영화 <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는 평범한 남녀의 다소 밋밋하면서도 감성적인 사랑 이야기입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평범할 수 없는 건, 전도연과 설경구라는, 당시 가장 ‘핫’했던 두 배우의 만남이었기 때문이죠. 2000년 가을에 공개된 현장은 봉수(설경구)와 원주(전도연)이 민방위 훈련으로 텅 빈 거리를 뛰는 장면입니다. 은행원인 봉수는 빨리 직장으로 들어가야 하는 상황. 은행 건너편 보습학원 선생님인 원주를 우연히 만난 봉수는, 갑자기 원주의 손을 잡고 뛰기 시작합니다. 촬영은 수원시 정자동의 어느 도로에서 이뤄졌는데요, 촬영을 통해 교통 통제가 이뤄졌습니다. 평소에 안면은 있지만 결정적 모멘트는 없었던 두 사람에게, 어쩌면 갑작스러운 ‘손 잡고 달리기’는 어떤 사건일 수도 있었겠죠. 혹은 제대로 된 연애는 한 번도 못 해본 봉수가, 나름의 스타일로 프러포즈를 한 것일 수도 있고요. 촬영을 위한 교통 통제 시간이 한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두 배우는 100미터 정도 되는 동선을 끊임없이 뛰고 또 뛰어야 했습니다. 대여섯 번은 뛰었던 것 같은데요, 전도연은 굽 있는 신발을 신고도 온 힘을 다해 도로를 질주했습니다. 그리고 건너편에선 박흥식 감독이 사인을 줍니다. “둘에 뛰면 돼. 하나, 둘!” 박흥식 감독과 전도연의 인연은 이 영화에서 시작되어 < 인어공주 >(2004) < 협녀, 칼의 기억 >(2015)로 이어집니다. 영화아카데미 출신이며 박광수 감독의 <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1995), 허진호 감독의 < 8월의 크리스마스 >(1998) 연출부를 거친 박흥식 감독은 이 영화를 위해 100여 명의 결혼 적령기 남녀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고 합니다. “결혼에 관해 한때 굉장히 깊이 생각했었다. 주변에서 연애나 결혼한 사람들을 많이 봤는데, 사실 한결같이 재미가 없다. 그래도 누구를 좋아한다는 감정을 가지면 세상이 달라 보이고, 별 것도 아닌 걸 가지고 괜히 감정의 기복이 심해지게 된다. 그런 감정의 달라짐을 포착하고 싶었다.” 그런 점에서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로맨틱 코미디의 외양을 지니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느낌의 디테일’에 대한 영화입니다. 평범해 보이는 장면이지만 트랙이나 크레인 같은 장비가 동원되었습니다. 지난 번 < 품행제로 >(조근식, 2002) 포스팅 때 언급했던 조용규 촬영감독이 카메라를 잡았습니다. 이창동 감독에게 시나리오가 좋다는 이야기를 들은 상황에서, 박흥식 감독을 직접 만난 설경구는 감독에게 느꼈던 좋은 느낌만으로 시나리오도 안 읽고 출연을 결정했다고 합니다. “나이가 서른여섯 살인가 되는 감독이 꼭 미소년 같았죠. 영화가 그대로 나올 것 같았어요.” 그리고 현장에선 최소한의 정보만 듣고 찍었다고 하네요. “그냥 그대로 찍었어요. 시나리오에 없는 설정이라도 웃음이 나오면 웃고, 얼굴이 가려우면 긁어가면서.” 강렬했던 < 해피엔드 >( 정지우 , 1999) 이후 9개월 정도 쉬면서 전도연은 우울증을 겪었다고 하네요. 이때 만난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시나리오는 너무나 재미있게 술술 읽혔고, 큰 고민 없이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원주는 실제로 제 모습과 많이 비슷해요. 전 영화 밖에서는 정말 평범하거든요. 그래서 최대한 전도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려 했고 힘들진 않았어요.” 그리고 상대역인 설경구에 대해선 “< 박하사탕 >(이창동. 2000) 보면서 솔직히 무섭고 소름이 끼쳤는데, 알고 보니 소박하고 털털하고 배려가 많은 사람”이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이 영화 이후 17년 만에 개봉 예정작인 < 생일 >( 이종언 , 2018)에서 재회하게 됩니다. 취재진과 감독 배우 사이의 간담회는, 도로 한 구석에서 이뤄졌습니다. “액션!” 소리에 뛰기 시작하고 “컷!” 사인에 멈추기를 반복하는 두 배우. 그들은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겉으로는 밝게,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지만 혼자 있을 땐 외로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 재미있지만 씁쓸하기도 한 영화. 그리고 ‘자연인 설경구’의 모습에 가장 가까운 영화.”(설경구) “평범하고 일상적인 사람에게도 이중적인 면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영화. 외향적인 면도 있고, 내성적인 면도 있고, 그런 입체적인 면을 지닌 사람들이 만나 만드는 따뜻한 이야기.” 그리고 박흥식 감독은 두 배우에 대한 믿음을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캐스팅 할 때 다른 배우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 전도연과 설경구는 스타이긴 하지만 배우라는 레테르만 빼면 보통 사람 같은 면이 가장 많은 배우들이다. 이 영화에선 무엇보다 배우들의 힘이 컸다. 난 디테일에만 신경 썼고. 슛 들어가기 전에 두 사람의 자연스런 말투와 행동들을 관찰하면서 캐릭터에 반영해나갔다.” 이미지 디지털화 지원 NA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