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말리는 딸꾹질
- 감독
- 윌리엄 한나, 조셉 바베라
- 제작년도
- 1954
- 출연
- 다우 더틀러
영화 너머의 포스트-시네마를 가늠하면서, 여전히 남아있는 영화의 흔적도 제시합니다. 필름이 유령처럼 배회하다 떠난 자리를 상속받은 것은 극장이다. 영화가 디지털화되는 과정에서 필름의 쇠퇴는 곧 영화의 죽음이라는 담론이 있었고, 그 서사의 효력이 다하자 극장의 위기론이 부상했다. 오늘날 극장은 베일을 두른 채로 우리 앞에 나타나 지난날의 영광을 추억하면서, 그와 동시에 DVD, 불법 다운로드, 스트리밍 플랫폼에 밀려나고 있는 자신의 처지에 대해 하소연하는 유령과 같다. 어떤 이들은 극장에서의 유일무이한 영화 관람 경험이 사라지면 그때의 영화는 더 이상 예전과 같지 않을 거라고 경고한다. 그들은 극장이 영화의 위기와 죽음을 방어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라고 굳게 믿는 듯하다. 하지만 극장의 경험을 포함하는 과거의 영화 경험을 상속하지 않으려는 이들도 있다. 동시대 영화 관람 경험은 모순적이다.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 신성한 것과 세속적인 것, 이상적인 것과 현실적인 것, 연속적인 것과 단절적인 것 사이에서 팽팽한 줄다리기가 벌어지는 모양새가 나타나고 있다. 극장에 앉아 스크린에 투사된 이미지를 바라보던 과거의 관람 방식은, 오늘날 노트북, 태블릿 PC, 핸드폰과 같이 이동과 휴대가 편리한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여 관객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모니터에 출력된 이미지를 바라보는 관람 방식으로 바뀌었다. 프란체스코 카세티(Francesco Casetti)는 자신의 책 『뤼미에르 은하계 : 도래하는 영화를 위한 일곱 개의 핵심어(The Lumière Galaxy: Seven Key Words for the Cinema to Come)』(2015)에서 이런 변화를 영화의 재배치 (relocation)라고 부른다. 그는 영화가 새로운 환경 속에서 그리고 새로운 기기를 통해서 재활성화 또는 재목적화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 영화를-넘어서는-영화의 경험 ’과 ‘ 영화로-회귀하는-경험 ’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고 말한다. 영화는 여전히 영화적인 것으로 회귀하는 동시에 전혀 영화적이지 않은 것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영화의 재배치를 결정하는 핵심적인 요소는 미디어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대응하는 관객의 실천 에 있다. 단순히 영화가 우리 앞에 놓여 있는 상태가 아니라 영화가 우리에 의해 구성되는 방식과 그 결과가 중요한 것이다. 영화의 위치가 달라져도 영화에 대한 관객의 감각과 기억이 남아 있고, 이전과는 분명하게 달라진 영화를 기존의 영화처럼 바꾸어 놓기 위한 관객의 실천이 있다면, 여전히 영화는 영화적인 어떤 것으로 존속할 수 있다. 극장에서의 영화 관람 경험도 마찬가지이다. 관객은 극장이 아닌 장소에서도 극장의 경험을 복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디지털 기기로 영화를 관람하면서 모니터의 밝기를 조정하거나 스피커의 볼륨을 조정하여 최대한 극장에서 영화를 볼 때와 유사한 관람 환경을 구축하는 경우가 그러하다. 오늘날 관객은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여 극장과 같은 곳에서 보장되는 몰입의 환경, 즉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관객을 지킬 수 있는 실존적인 버블(existential bubble)을 스스로 구축할 수 있다. 이처럼 관객은 영화를 둘러싼 달라진 환경을 수리함으로써 본래의 영화적 경험을 복원한다. 카세티에 따르면, “영화는 새로운 환경에 직면했고 새로운 조건을 마주하고 있지만, 그것은 우리를 포기 하지 않았다. 요컨대, 우리로 인하여 영화는 재배치되고 있는 것이다.” 카세티(좌)와 앙드레 고드로, 필립 마리온(우)의 저서 (사진: “ The Lumière Galaxy ”, “ The End of Cinema? ”, Columbia University Press) 극장은 다른 자리에서 다른 경험과 함께 다시 태어나고 있다. 이를 살펴보기 위해 앙드레 고드로(André Gaudreault)와 필립 마리온(Philippe Marion)이 『영화의 죽음?: 디지털 시대의 위기 속 매체(The End of Cinema?: A Medium in Crisis in the Digital Age)』(2015)에서 제시한 ‘영화의 이중 탄생 (cinema’s double birth)’이라는 개념을 참고하고자 한다. 이 개념에 따르면, 영화는 역사적으로 여러 위기를 거치면서 새롭게 태어나기를 반복했다. 영화의 이중 탄생은 영화가 기술적으로 한번 그리고 제도적으로도 다시 한번 태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것은 영화의 탄생이 역사적으로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실제로 영화는 사운드의 도입, 텔레비전의 발명, 비디오 기기의 보급, 디지털화와 같은 기술적 발전 속에서 위기와 변화를 겪었다. 이런 역사적 사실은 영화의 탄생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을 넘어서 아직 영화의 탄생이 완료되지 않았음을 암시한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영화는 영화의 탄생에 있어서 가장 최신 버전에 해당하는 것일 뿐이다. 극장의 이중 탄생, 즉 극장 문화의 제도적 안착은 영화사 초기 30년 동안에 걸쳐서 이루어졌다. 그 과정은 유랑, 정착, 성전의 세 단계로 세분화할 수 있다. 1) 유랑 의 단계: 19세기 말, 카메라와 영사기의 발명과 함께 등장한 영화는 카페, 놀이공원, 박람회, 보드빌, 장터와 같은 곳을 전전하면서 일시적으로 상영되는 문화적 이벤트의 성격을 갖고 있었다. 2) 정착 의 단계 : 1905년을 전후해서 미국을 중심으로 작은 상점을 개조하여 만든 극장인 니켈로디언(Nickelodeon)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비로소 영화만을 위한 공간이 생겼다. 상설영화관으로서의 니켈로디언은 30석 내외의 좌석을 갖추고, 5센트의 입장료를 책정했고, 주 고객은 노동 계급이었다. 3) 성전화 의 단계 : 1920년대를 기점으로 다양한 인종, 성별, 세대를 수용하기 위해 대규모의 좌석, 화려한 외관과 실내 장식, 주차장과 매점과 같은 편의시설을 갖춘 영화 궁전(movie palace)이 등장한다. 영화학자 지그프리트 크라카우어(Siegfried Kracauer)는 영화 궁전이 오락을 숭배하는 공간이면서 고단한 현실로부터 달아나려는 관객을 위해 마련된 일종의 도피처와 같은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화 궁전이 정신적으로 거주할 곳을 잃은 자들을 포용하는 성격이 있음을 강조하면서 그곳을 ‘집 없는 자들을 위한 안식처’라고 불렀다. (좌) 1908년부터 1914년까지 5센트의 입장료를 받고 운영되었다고 기록된 캐나다의 “Comique movie theatre” (우) 미국 텍사스 샌 안토니오에 위치한 극장 “Majestic Theatre”. 스페인의 지중해풍 양식을 반영해 1929년에 지어졌다. (사진: “ Front of Comique movie theatre ”, City of Toronto Archives / “ The Venues ”, Majestic & Empire Theaters) 이런 역사적 사실은 크게 두 가지를 시사한다. 하나는 극장이 영화의 유일한 경험이 아니라 여러 가능한 경험 중 하나라는 것을, 그리고 다른 하나는 그럼에도 극장의 경험은 영화의 역사와 대중의 기억 속 깊은 곳에서 단단한 지층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넌지시 지시한다. 디지털화 이후 영화는 더 이상 극장에 귀속되지 않는다. 이런 변화 속에서 극장은 영화의 경험을 위한 유일한 장소는 아니지만 영화적 경험의 회귀를 발생시킬 수 있는 근원적 장소이자 여러 영화적 경험이 참조하는 하나의 이념으로 존재한다. 그렇다면 극장의 경험은 어떻게 이루어지며, 그것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가? 이미 여러 비평가와 이론가들이 지적한 것처럼, 극장에서의 영화 관람은 건축적 공간, 각종 기계 장치, 그리고 관객이 결합해서 만들어낸 하나의 거대한 시스템의 결과물이다. 구체적으로 그 경험은 극장이라는 건축적 공간이 외부의 자극을 차단함으로써 만들어내는 밀폐된 공간, 카메라, 영사기, 스크린으로 구성된 기계적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환영의 세계, 그리고 좌석에 기댄 채 스크린을 응시하는 관객의 욕망이 상호작용하면서 만들어낸 것이다. 프란체스코 카세티는 자신의 최근 저작인 『스크리닝 공포(Screening Fears)』(2023)에서 영화관 특유의 스크린 경험을 “ 투사/방어 복합체 (projection/protection complex)”라는 용어로 설명한다. 투사/방어 복합체는 기계적, 심리적, 사회적 장치들로 구성된 것으로, 물리적으로 폐쇄된 공간을 통해서 관객을 현실로부터 분리하는 동시에 스크린의 투명한 이미지를 통해서 관객을 다른 세계와 연결하는 것을 의미한다. 투사/방어가 하나의 짝을 이룬다는 것은 영화적인 경험이 현실과의 연결/분리의 모순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말과 같다. 이 모순은 관객의 심리적 요구와도 무관하지 않다. 관객은 영화 속 세계와 연결되거나 그 세계에 몰입 하고 싶으면서도 그와 동시에 영화가 제시하는 환영을 거부 하고 자신이 실제 현실에 발을 딛고 있음에 안도감을 느낀다. 관객은 영화를 통해 꿈을 꾸면서 영화에서 깨어나기를 바라는 이중의 욕구를 가지고 있다. 카세티는 계보학적인 관점에서 영화가 아닌 것에서도 투사/방어, 즉 관객인 우리를 스크린 속 세계와 연결하면서도 분리하는 이중의 경험이 나타난 역사적 사례가 있음을 지적한다. 그에 따르면, 영화-이전(pre-cinema)의 시기에 해당하는 판타스마고리아는 숨겨진 영사기의 빛을 통해 죽은 자의 이미지를 안전하게 바라보는 경험을 제공한 경우이다. 그리고 영화-이후(post-cinema)의 시기에 해당하는 화상 채팅과 같은 오늘날의 디지털 버블은 타인과의 접촉 없이 실시간으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경험을 제공하는 경우이다. 각각의 매체적 경험은 극장과 스크린을 매개로 여기와 저기의 분리와 연결을 동시에 가능하게 만드는 영화적 경험과 친연성을 갖는다. 카세티는 이러한 계보학적 접근을 통해서 영화의 탄생과 발전이 물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안식처를 갖길 바라는 대중의 심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재차 강조한다. 그러한 영화적 경험 속에서 극장은 현실의 충격을 방어하기 위한 대피소로, 스크린은 현실에 대한 모의실험을 매개하는 장치로, 영화 이미지는 현실에 대한 예방주사로 존재한다. 만약, 카세티가 말하는 영화적 경험의 기원적, 본질적, 근원적 속성이 관객의 실천과 함께 역사적으로 회귀할 수 있는 것으로 이해한다면, 우리는 오늘날 제기되는 극장의 위기론이 지나친 기우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설령 극장이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더라도 극장의 경험은 유령처럼 우리에게 상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극장이 없는 자리에서도 극장은 유령처럼 나타나 관객인 우리의 귀에 대고 다음과 같이 속삭일 것이다. 그럼에도 이것은 여전히 영화적이라고. 이도훈(영화평론가) l 대학에서 미디어, 대중문화, 영화 관련 강의를 하고 있다. 느리게 보고, 느리게 쓰지만, 꾸준히 영화와 관련된 비평과 연구를 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단독 저서 『이방인들의 영화 : 한국 독립영화가 세상과 마주하는 방식』(2023) 집필, 독립영화, 에세이영화, 포스트-시네마 등과 관련된 학술 논문 집필.
이 문서는 국무부에서 전쟁부(War Department)로 영화 정책 관련 업무를 이관한 이후 민사처(Civil Affairs Division) 산하 재정향 부서(Reorientation Branch)에서 작성한 1947년 점령지 사업 프로그램에 관한 내용이다. 재정향(Reorientation)은 제2차 세계대전 동안 독일 교육 시스템의 탈나치화와 탈군사화 그리고 민주주의화를 위하여 마련한 재교육(Reeducation)에서 유래한다. 재교육을 재정향으로 순화된 표현으로 사용하면서 민사처의 사업은 대안적인 시스템을 알리고 물질적인 원조에 중점을 두는 사업으로 변하였다. 1 1946년 9월 16일 작성된 이 문서는 발신자와 수신자가 기록되지 않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재정향 부서의 1947년 회계연도(1946년 7월 1일부터 1947년 6월 30일)의 사업 내용과 예산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여 주목된다. 이 문서는 모두 11장에 달하며 개괄적인 설명 없이 ‘미디어국’과 ‘교육 및 종교 정책국’ 그리고 ‘특별 기획국’으로 구분하여 기술한다. 원문 내용을 충실히 따라가면서 살펴본 내용은 다음과 같다(참고로 이 문서에서 쓰이는 용어는 다음과 같이 정한다. 즉, Department는 부(部), Branch는 부서(部署), Division은 과(課), Section은 국(局), 그리고 Unit은 반(班) 등이다). 미디어국(Media Section)은 신문, 정기 간행물 그리고 영화 및 극장 등 세 개의 반(Unites)으로 구성된다. 미디어국은 DANA(독일어), KYODO(일본어), 뉴스 대행사 그리고 미국에서 발행한 독일 잡지의 편집과 관련된 서비스를 포함한 점령지의 미국 라이센스 도서 및 정기 간행물에 대한 소식과 관련된 자료를 준비하고 조달한다. 또한, 교육적인 이용과 대중 상영을 위하여 극영화를 제작하고 공급한다. 미디어국은 국무부가 제작한 라디오 프로그램 - ‘미국의 소리 Voice of America’ - 을 점령지에서 이용하는 정책과 관련하여 국무부와 공조한다. 미디어국 각 반의 사업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신문반(Press Unit) 담당자는 점령지에 다음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첫째, ‘주요 사건에 대한 균형 잡힌 시선(picture)’을 제공하기 위하여 매일 6위까지 선정한 세계 뉴스를 평균 500 단어 이내로 제공한다. 이들 이야기는 독일의 DANA와 일본어 KYODO 통신사에게 제공한다. 둘째, 독일과 일본에 특히 관련된 분야의 미국식 생활과 사건을 묘사한 뉴스 특집 기사(news feature stories)를 제공한다. 강조할 내용은 음식, 세계 평화 기구, 과학, 경제, 점령지에 대한 미국의 정책 그리고 국제 문제이다. 셋째, 사설(editorials), 칼럼, 라디오 단평 그리고 외국 특파원의 분석 기사(analytical stories)을 제공한다. 또한, 일주일에 두 차례 편집 코멘트를 준비하여 전보로 발송한다. 국무부의 언론 및 출판과(Press and Publication Division)는 미디어국에서 다큐멘터리 작품(articles)과 극영화 그리고 사진(pictures)을 정기적으로 제작하도록 만든다. (2) 정기 간행물반(Periodical Unit)은 세 개의 하부 단위(Sub-Unit) 즉, 독일 공개 출판(German Overt Publications Sub-Unit), 비공개 잡지 서비스(Non-Overt Magazine Servicing Sub-Unit) 그리고 저작권 허가(Copyright Clearance Sub-Unit)로 구성된다. 이들은 각각 독일 미군정의 공식 출판물 편집과 제공, 미군정 허가 정기 간행물 이용과 관련하여 점령지에 보급할 출판 자료의 선택, 그리고 점령지에 필요한 모든 자료에 대한 저작권 취득과 면허 통관 업무를 담당한다. [그림1] 재정향부 사업보고서 첫 페이지, 신문반과 정기간행물반 사업 관련 (3) 영화와 극장반(Film and Theaters Unit)은 독일과 일본의 교육을 목적으로 기획한 120릴(reels) 분량의 특별 다큐멘터리 조달을 주요 업무로 한다. 이 반은 새로운 영화 제작과 점령지에서 각색 가능한 기존 필름(footage)을 조달하기 위하여 영화 산업 및 기타 에이전시와 사업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한다.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다큐멘터리와 단편(Documentaries and Shorts) 영화 제작 담당자는 52주 동안 매주 2~3개 릴의 다큐멘터리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에 따라서 점령지에서 사용할 120릴의 다큐멘터리 제작을 계약한다. 다큐멘터리는 미국식 민주주의와 미국적인 문제 해결 방식에 대하여 보여준다. 영화 주제는 점령국 국민의 심리적인 태도를 세심하게 분석하여 선정한다. 영화는 점령지 국민의 재교육과 관련된 전문가들의 지도를 받아 기획하고 제작한다. 전쟁부 담당자는 테스트용 영어판(pilot English version)을 계획 및 제작하여 한 세트의 영화가 4개 점령국의 요구를 모두 충족하도록 한다. 한편, 다큐멘터리와 단편 영화 가운데 점령지에서 ‘입수한 영화의 각색(Adapting Acquired Film)’의 경우, 계약을 맺은 영화는 여타 미국 정부 기관과 민간 영역(private sources)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와 단편 영화를 입수하여 보완한다. 이들 영화는 농업, 과학, 산업 그리고 기술적인 주제를 다루며 교육 프로그램의 이용을 위하여 〔더빙, 편집 그리고 기타 작업 등과 같이〕 개작한다. [그림2] 영화와극장반 사업 중 오리지날 다큐멘터리 제작 관련 페이지 둘째, 대중 상영을 위한 할리우드 영화와 단편 영화의 주제(Hollywood Feature Films and Short Subjects for Public Showing)는 점령지의 요청에 따라 정한다. 담당 직원은 점령지에 적합한 극영화와 단편에 대하여 영화업계에 추천을 요청한다. 〔상영〕 적합성(suitability) 여부는 영화업계의 승인 기준에 따라서 결정하며, 영화업계로부터 제목 리스트를 받아 점령지로 보낸다. 영화 리스트를 발송할 때 점령지 책임자가 기존 계약 조건과 정책 그리고 공공의 의견을 바탕으로 선정할 수 있도록 신문사 비평과 해설을 동봉한다. 점령지에서 영화를 선정하면 영화업계로 보내서 네거티브 필름(negative film)과 프린트를 복사하여 조달하도록 한다. 셋째, 뉴스릴 자료(Newsreel Material) 담당자는 점령지에서 준비된 뉴스릴에 대하여 ‘날짜가 없는 자료(non-dated material)’을 선택하고, 뉴스릴 회사가 제공한 자료를 매주 조달 및 전달한다. 마지막으로, 무대 연극(Stage Plays) 담당자 역시 점령지 무대 연극 업무에 대한 책임을 진다. 위의 계획에 따라서 영화 프로그램 예산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첫째, 영화 제작의 경우, 할리우드에 준하여 테스트용 영어판 다큐멘터리 제작비는 52주 동안 매주 2~3개의 릴을 만들어 총 120 릴을 제작한다면 1,700,000달러가 필요하다. 이들 다큐멘터리 단편 영화의 주제는 학교와 대학 그리고 성인 교육에 적합한 것이다. 다큐멘터리를 점령지 언어로 전환할 때 소요되는 생필름 비용은 독일 221,440달러, 오스트리아 21,600달러, 일본 167,940달러 그리고 한국 76,800달러가 든다. 4개 국가 모두 35mm보다 16mm 필름을 더 많이 제작한다. 둘째, 민간영역에서 구입한 영화의 경우, 여타 미국 정부 기관과 민간 영역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의 네거티브 필름 총 구매 비용과 필름의 각색과 재작업(rescoring)에 필요한 생필름 비용은 다음과 같다. 즉, 독일이 72,300달러로 1위를 차지하고 다음으로 일본 48,300달러와 한국 20,000달러 그리고 오스트리아 8,000달러이다. 한국이 오스트리아보다 앞선 이유는 16mm 프린트를 더욱 많이 구매할 계획을 세운 결과에 따른 것이다. 셋째, 점령지의 뉴스릴 또는 단편 영화와 다큐멘터리 제작 관련 생필름 예산은 독일과 일본에만 책정한다. 넷째, 학교와 대학에서 16mm 영화 상영에 필요한 영사기 비용을 보면, 독일과 일본 모두 영사기 관련 부품을 1,000개 구매할 계획이다. 이와 달리 오스트리아는 50개 그리고 한국은 300개를 구매할 계획을 세우는데, 이는 한국에 상설극장이 부재한 지역이 다수 존재함을 방증한다. 마지막으로, 모든 점령지 연극 공연과 관련하여 저자에게 지급할 저작권 사용료 비율은 일괄적으로 균등하게 책정한다. [그림3] 오리지날 다큐멘터리와 구입 영화의 복사에 소요되는 생필름 및 예산 배정 내역 다음으로, 재정향 부서는 교육과 종교 정책국(Education and Religion Policy Section) 사업을 다음과 같이 수립한다. 그것은 교육, 종교, 사회 조직, 청년 운동을 포함한 국가 간 인적 교류 정책과 관련된다. 해당 사업의 책임자는 시청각 도서와 교과서 그리고 음악 및 자료 조달과 관련된 부서 활동을 감독한다. 이를 위하여 교육과 ‘문화 자료반’은 세 개의 하부 반 - 도서관과 교과서, 음악, 그리고 예술과 사진 전시 – 을 구성한다. 도서관과 교과서 담당자는 정보 센터(information center: 정보 센터는 점령지에 따라서 공보원 또는 문화원으로 불림)를 설립하여 도서관과 교과서 자료를 선정하고 조달한다. 음악 부서 담당자는 점령지의 음악 도서관과 관현악단에 공급할 자료를 대여하고, 소규모 비관현악단과 대중음악 도서관 설립을 위한 자료 선정과 조달 그리고 배송을 책임진다. 예상 비용은 새로운 오케스트라 작품, 악보 그리고 관현악단 자료의 대여까지 포괄하여 정한다. 음악반의 주요 작품은 민속악(folk music), 밴드 음악과 학교 실내악(chamber music), 성악, 독주 기악 그리고 관현악 작품(orchestral score) 등을 다룬다. 대중음악을 포함한 리코딩 도서관 역시 점령지 정보 센터별로 예산을 편성한다. 예술과 사진 전시 분야는 유채화 및 수채화 복사를 포함한 예술 쇼(art shows)와 미국 예술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미디어를 점령지에 조달하고 발송한다. 또한, 점령지 대중이 미국식 풍경에 익숙해지도록 사진 벽화(photo-murals)와 같은 시청각 자료를 해당 사업에 포함한다. [그림4] 교육과종교정책국의 사업 내역이 담긴 페이지 마지막으로, 1947년 재정향 부서 사업은 특별 기획국(Special Projects Section) 사업으로, 재교육과 재정향에 관련된 법률과 저작권에 대한 조언과 자료 조달을 설정한다. 더불어 일반인부터 명사(名士)까지 국제 간 인적 교류에 관한 운영상 문제를 다룬다. 이와 관련된 비용 산출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포함한다. 즉, “미국 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점령지로 보내어 교육과 종교 그리고 정보 관련 담당자들에게 조언하기를 권한다. 점령지 지도자들은 그들의 문제에 관하여 미국인들과 논의하기를 갈구하고 있으며, 미국의 전문가들과 어디에서든 1개월에서 3개월 또는 그 이상 그들의 문제를 생각할 기회를 환영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전 세계로부터 오랫동안 고립되었거나 편향된 정보를 받아들였기 때문에, 그들에게 면대면 도움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점령지 사람들은 민주주의에서 그들의 특정한 작업과 기능이 어떻게 다뤄지는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따라서 그들은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에 적합한 미국식 실천 방법과 범위에 관하여 미국의 전문가들과 토론함으로써 혜택을 보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서 설정된 점령지 파견 사업을 위한 예상 비용은 다음과 같다. 즉, 60일 동안 매달 1인당 500불의 여행비를 산정하여 독일과 일본에 파견할 전문가 200명과 오스트리아 및 한국에 파견할 전문가 50명에게 제공한다. 예상 비용은 독일과 일본은 각각 200,000달러 그리고 오스트리아와 한국은 각각 50,000달러에 이른다. 위의 문서에서 기획한 바와 같이, 재정향 부서의 프로그램이 점령지 각국에서 실행되었는지 여부와 그것의 효과에 대해서 점령지 국가별로 구체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유럽의 경우, 재정향 부서가 언급한 ‘정보 센터’에 해당하는 오스트리아의 “Amerika Häuser” 사례는 재정향 사업이 적극적으로 이뤄졌음을 보여준다. 미국 문화를 전파한 Amerika Häuser는 도서관과 갤러리 등으로 이용되는 한편으로 오스트리아에서 ISB (Information Services Branch)가 제작한 선전 영화를 극장에서 상영하도록 조치한 기관이었다. ISB는 제2차 세계대전 종료 이전 연합군 사령부가 설립하여 미국식 태도에 대한 경의를 이끌어내기 위하여 가능한 모든 물질적 · 정신적 수단을 동원하는 데 주력하였다. 2 다시 말하여, 오스트리아에서 미국의 점령지 재정향 프로그램은 전쟁 종료 이전부터 시행되고 있었다. 재정향 부서의 한국에서의 사업은 영화 제작과 ‘정보 센터’ 활동을 통해 확인된다. 1947년 8월 미공보원은 서울역 앞에서 업무를 시작하면서 영화 제작과 문화 사업을 시행하였다. 영화의 경우, 미군정청 공보부 영화과를 포함한 농림부와 내무부와 같은 기타 정부 기관 그리고 미공보원이 문화영화를 제작하였다. 3 또한, 미국문화연구소(Office of Civil Information)에서 출발한 미공보원의 역사에서 알 수 있듯이 미공보원 사업은 ‘정보 센터’의 역할에 충실하였다. 미공보원이 직접 나서서 프로그램을 운영한 경우도 있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현지 지역민을 주체로 세운 문화원(Culture Center)이 문을 열고 사업을 수행하였다. 1947년 10월 9일 한국 최초로 개원한 ‘강화문화관’은 박물부와 도서부 그리고 대중 사업부를 두었는데, 이는 재정향 부서가 기획한 사업 내용과 유사한 모습이었다. 4 강화문화관의 부서는 향후 전국적으로 증가한 문화원 프로그램의 원형을 제시한 점에서 주목된다. 또한, 재정향 부서의 ‘교육과 문화 자료반’ 가운데 음악 관련 프로그램 역시 1949년 강원도 춘천 미국 공보원의 오케스트라 설명과 연주회 개최 사진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나아가 재정향 부서의 사업 수행은 한국전쟁 이후 지역 문화원의 활발한 활동을 통해 구체적으로 확인된다. 예를 들어, 1960년대 초반 충남 대전의 대전문화원이 참여 대상자의 특성을 세분화하여 고전음악 감상부터 영화 관람까지 다방면에 걸쳐 사업을 수행한 것은 재정향 부서 프로그램의 성공적인 사례라고 할 것이다. 5 1. James F. Tent, Mission on the Rhine: Reeducation and Denazification in American-Occupied Germany (Chicago, IL.: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82), p. 254. 2. Reinhold Wagnleitner, “The Irony of American Culture Abroad: Austria and the Cold War”, (Ed.) Lary May, Recasting America: Culture and Politics in the Age of Cold War (Chicago, IL.: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88), pp. 286-288. 3. 심혜경, 「안철영 텍스트를 통해 본 대한미국 설립 초기 ‘조선영화’ 연구 - <무궁화동산>과 『성림기행』을 중심으로 -」,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 박사학위논문, 45~46쪽, 각주 89 참고. 4. 위경혜, 「문화냉전의 지역성 - 대전문화원의 활동을 중심으로 -」, 인하대 한국학연구소, 『한국학연구』, 49집, 2018, 124~126쪽. 5. 대전문화원의 구체적인 프로그램은 다음을 참고. 위경혜, 앞의 논문, 134~148쪽.
올해 5월 31일에서 6월 7일까지 8일간 개최된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20회를 맞아 지나온 역사를 축하하고 앞으로의 비전을 가늠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1997년 4월에 첫 회를 개최했었다. 영화제의 개념조차 명확하지 않던 시절, 1996년 10월 출범한 부산국제영화제에 이어 두 번째로 개최된 국제영화제였다. 당시 내걸었던 "여성의 눈으로 세계를 보자(See the world through women’s eyes)"는 지금까지도 영화제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주는 캐치프레이즈로 사용되고 있다. 이 캐치프레이즈는 여성의 삶을 여성(주의)의 시각으로 표현한 영화를 지칭할 뿐만 아니라 그동안 스크린에서 사소하게 여겨지거나 왜곡되고 심지어 아예 배제되어온 소수자들의 비전과 이야기가 펼쳐질 수 있는 조건의 마련을 뜻한다. 따라서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영화 전체(여성영화와 남성영화의 총합이라는 실질적으로는 존재할 수 없는 가정)’의 일부를 상영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한정된 세계에서는 잘 보이지 않고 가려져왔던 비전과 이야기를 드러내며 영화의 세계를 확장하고 입체적으로 만드는 역할을 해왔다. 출처: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페이스북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이를 보다 더 구체화하기 위해 최근 4년간 두 개의 문구를 더 내걸었다. “여성은 좋은 영화를 만든다(Women Make Great Films)”와 “여성이여 스크린을 점령하라(Occupy Screen!)”가 그것이다. 뒤의 문구는 현재 영화관련 교육기관의 학생과 관객은 여성이 50%를 상회함에도 영화현장과 재현에서는 여성의 비율이 현저히 떨어지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었다. 최근 10년간 극장에서 개봉한 영화 중 여성감독의 영화는 10%를 넘지 못하며 주인공이 여성인 영화는 20%대에 머무르고 있고, 이러한 수치가 나아질 기미 역시 보이지 않고 있다. 이렇게 큰 격차는 전혀 자연스럽지 않으며 차별적 시스템의 문제다. 따라서 지속된 영화계의 불균형과 불공정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관객운동도 필요하지만 정책적 개입이 시급하다. 한편 “여성은 좋은 영화를 만든다”는 조금 더 담론적인 개입이다. 정책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하면 많은 이들은 이렇게 되묻는다. 여성들이 ‘좋은’ 영화를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혹은 여성이나 소수자들이 나오는 영화가 ‘재미없거나 작품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제작·상영되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고. 일차적 문제는 이처럼 유의미하게 평가를 할 만한 영화들이 아직 충분히 제작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 남성이 주연이거나 남성 감독이 만든 영화 중에도 혹평을 받거나 흥행에 성공하지 못한 영화가 무수히 많지만 그 이유로 남성이라는 성별을 거론하지는 않는다. 심지어 지금도 실제 통계 수치는 우리의 막연한 추측과 다르다. 올해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기간에 열린 "영화산업 성평등을 위한 정책과 전략들" 국제 컨퍼런스에서 주유신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은 최근 극장 개봉작의 편당 동원 관객수를 감독 성별에 따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는데, 놀랍게도 결과는 여성 감독의 관객 동원수가 남성 감독보다 약 13,600명이 더 높았다. 여성 감독은 충분히 좋은 영화를 만들고 있고 만들 수 있지만, 충분히 실현되지 않고 보여줄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셋째, 어떤 영화가 ‘좋다’ 혹은 ‘퀄리티’가 높다는 평가의 요소와 기준은 무엇인지 그리고 누구의 평가가 더 많이 가시화되고 있는가에 대해 질문할 필요가 있다. 그 기준은 영화적 스킬, 미학적 새로움, 이야기의 설득력과 응집력, 대중적 공감과 재미, 보편적 가치의 구현 등, 상황과 조건에 따라 여러 판단 기준이 있을 것이다. 특히 ‘퀄리티’라는 것은 많은 경우 미학적 완성도와 두리뭉실하게 동일시되어 논의되곤 한다. 하지만 미학적 완성도라는 것 또한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그것은 단순히 촬영, 편집, 구도 등의 스타일적 장치들을 능숙하고 매끄럽게 사용하면 충족될 수 있는 것인가. 위에 언급한 컨퍼런스의 패널로 참석한 BFI(British Film Institute) 제작기금 집행이사인 리찌 프랭키는 토론 세션에서 다양성은 영화의 ‘퀄리티’를 평가하는데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그리고 BFI는 이미 제도적으로 제작지원을 위한 공적 기금을 배분하는 데 있어 다양성을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삼고, 2020년까지 감독의 성별을 50:50으로 맞추기 위한 적극적인 정책을 실천하고 있다. 인지하다시피 이 정책과 실천은 성별 다양성이 유일한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다양성이 미학적 새로움 및 완성도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철학에 근거한다. 시점과 이야기 주체의 다양성은 그 자체로 세계와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보는 방식을 다르게 만든다. 다양성은 카메라의 앵글과 구도를 다채롭게 만들 수밖에 없다. 앞서 말한 것처럼 비가시화되었던 소수자의 눈과 이야기가 세계를 더 입체적이고 보편적으로 만들 가능성을 높여준다. 소수자의 시각은 지금까지 우리가 상정했던 ‘보편적’ 가치와 공감에 질문하게 만들며 오히려 그것이 사실 단편적이고 편협한 것이었을 수 있다는 깨달음을 준다. 아녜스 바르다와 JR 올해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개막작이었던 아녜스 바르다와 JR의 <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 >은 다양성이 영화에 어떻게 영화적 재미와 새로움을 불어넣는가를 보여준다. 55년의 나이차가 나는 바르다와 JR이 공동 연출한 이 다큐멘터리는 영화와 영화가 담아내는 이들에 대한 사랑을 새롭게 환기하는 진정한 시네필 영화다. 많은 이들이 공감하듯 이 영화의 재미는 프랑스 누벨바그의 거장이자 대표적인 여성감독인 바르다와 젊고 성공한 사진작가이자 남성인 JR이 예술가적 주장과 삶의 태도를 서로 꺾지 않으며 차이를 인정하는 우정에서 나온다. 하지만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바르다가 같은 여성이 왜 영화감독으로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보여주는 장면에서 나온다. 둘은 포토 트럭을 타고 마을을 돌며 평범한 사람들의 사진을 찍고 인화해 낡은 벽에 붙여주는 퍼포먼스를 하던 중에 르아브르 항만을 찾게 된다. 주로 남성인 그곳의 노동자들은 파업 중이다. 바르다는 남성인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그들의 아내들을 만난다. 그리고 인터뷰 중 자신의 남편을 지지한다며 “늘 남편 뒤에 있었어요”라고 답하는 여성에게 “왜 옆이 아니라 뒤죠?”라고 바르다는 묻는다. 바르다 감독은 이 여성들을 누군가의 아내, 보조자가 아니라 그녀들 자신의 이야기를 갖고 있는 개인으로 대한다. 그 마을의 산업을 함께 일궈온 그녀들에게 바로 그 노동의 현장에서 그녀들의 얼굴을 돌려주는 것이다. 영화 속 대사처럼 “얼굴마다 사연이 있”고 바르다는 그녀들의 이미지로 그것을 들려준다. 바르다는 항만에 세워둔 대형 컨테이너에 그곳을 지켜온 토템처럼 항만 노동자의 아내이자 스스로도 노동자인 세 여성의 대형 사진을 붙여놓는다. 그리고 기중기를 이용해 그녀들을 자신의 대형 사진이 붙은 컨테이너 꼭대기에 올려놓는다. 그녀들은 높은 곳에서 바라볼 때 세계가 어떻게 다르게 보이는지 이야기한다. 그녀들은 일상과 관습에서 벗어난 자신의 대형 이미지를 통해 세계를 새롭게 경험한다. 이것이 바로 “여성의 눈”이자 지가 베르토프, 발터 벤야민 등이 언급했던 해방의 잠재성을 품고 있는 영화적 매체의 특징 아닌가. 여성으로서 바르다의 시선은 ‘노동자’라는 통념이 배제했던 아내들을 스크린에 불러들여 가치적으로나 시각적으로 보편성을 강화하고, 소재와 미장센에 새로움과 다채로움을 불어넣는다. 그로써 영화는 더 재미있어지고 설득력을 갖게 되며 더 다양한 이들이 공감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다양성은 곧 보편성을 해체하면서 동시에 획득하는 요소이자, 영화의 ‘퀄리티’를 평가할 때 중요한 기준 중 하나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