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의시네마테크]고백 - 재팬파운데이션 무비 페스티벌 추천작 ②
12월 10일~ 20일까지 ‘제4회 재팬파운데이션 무비 페스티벌’이 열린다. 영화를 매개로 양국의 문화 접점을 다각도로 모색해온 재팬파운데이션 무비 페스티벌은 올해로 4살이 되었다. 이번엔 어떤 영화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을지 애정을 갖고 지켜보자. ‘최신 일본 영화 흐름’, ‘한국 영화제 셀렉션’, ‘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기념 특별 섹션’. 이렇게 총 3개의 섹션으로 마련된 이번 페스티벌에서 새로운 영화를 발견하고, 놓친 영화를 꼼꼼하게 챙겨보는 것만으로도 월동준비가 끝난 것 같은 뿌듯한 기분이 들것이다. 이번에 소개할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 고백 >은 목 놓아 “관객님아, 이 영화를 놓치지 마오!”라며 붙잡고 싶은 마음이다. 2010년 개봉 당시 일본에서는 제작비 10배 이상의 흥행 수익을 올리며 성공했지만 국내에서는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살인과 복수의 역학관계를 집요하게 파고들며 장르적인 쾌감을 극대화한 작품으로 ‘착한 결말’에 지친 분들은 꼭 챙겨 보길 권한다. < 고백 >과 「고백」 < 고백 >은 2008년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미나토 가나에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원작은 이야미스(イヤミス, 싫은 느낌이 드는 미스터리)장르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데, 영화 역시 원작의 기운을 그대로 이어받아 무척이나 차갑고 건조하다. 여교사가 자신의 아이를 살해한 13살 학생에게 치밀한 복수를 펼친다는 설정 자체도 눈길을 끌지만, 모놀로그로 진행되는 소설 방식을 나카시마 감독은 자신만의 영화 언어로 완성했다. 이를테면 영화에서는 원작의 챕터 구성을 따르지 않으며, 시간의 흐름도 종종 교차된다. 그래서 원작에 비해 영화의 구성이 타이트하고 조밀한 느낌이 든다. < 불량공주 모모코 > <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 < 파코와 마법 동화책 > < 고백 >은 나카시마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분기점과 같은 작품이다. 전작 < 불량공주 모모코 >(2004) <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2006) < 파코와 마법 동화책 >(2008)에서 보여 줬던 일관된 시각적 스타일을 <고백>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전작에서 TV 시트콤 풍의 코미디, 흥겨운 뮤지컬, 강렬한 원색, 화려한 의상을 과감하게 활용해 자신만의 색채를 풍성하게 확장시켰다면, <고백>은 모든 면에서 어둡다. 이 영화의 주제곡인 라디오헤드의 ‘Last Flowers’는 <고백>의 정서를 가장 완벽하게 대변하는 음악이기도 하다. 검은색 화면 위에 흰색 명조체로 시작하는 < 고백 >은 오프닝 시퀀스(제목 타이틀이 뜨는 시점은 30분 22초)에 배수진을 치고 있다. 강렬한 콘트라스트와 고속촬영으로 만들어낸 탐미적인 색감과 리듬은 영화의 엔딩까지 이어진다. 영화는 담임선생이었던 유코의 고백, 이어지는 학생들의 고백을 차례로 들려주지만,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는 대신 층을 두고 쌓아간다. ‘고백’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이들의 진술은 마치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 라쇼몽 >(1950) 처럼 불균질한 수십 개의 조각으로 흩어져 있다. 이 조각은 서로 겹치기도 하고, 앞선 진술을 강화 시켜주기도 하지만, 관객이 바로 전에 느꼈던 감정을 배반하기도 한다. 물론 나카시마 감독은 전작에서도 단순한 인과관계의 연쇄보다는 결말을 먼저 제시하고 역추적하거나, 사건이 터진 다음 시간을 거슬러 처음으로 돌아가는 서사 전략을 즐겨 활용했었다. 이번엔 여기에 다중 화자의 진술을 뒤섞어 풍성한 화법을 구사하고 있다. 심지어 이들의 고백은 진실과 거짓의 경계가 모호하다. 1학년 B반 학생들 이 화법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어린 배우들의 연기가 중요하다. 1학년 B반 학생들은 일본 전국에서 모인 13세 1,000여 명 중 37명을 오디션으로 선발했다고 한다. 나카시마 감독은 모든 배우들에게 원작과 시나리오를 모두 읽게 했고, 2주에 걸쳐 유코 역의 마츠 다카코 뿐 아니라 아이들의 견해를 사려 깊게 들었다고 한다. 사실 배우들 사이에서는 ‘가혹한 현장’이라고 불릴 만큼 나카시마 감독은 악명이 높다. 하지만 이러한 준비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유코의 냉정한 이성과 대비되는 1학년 B반 학생들이 탄생한 것이다. 영화에서 슈야가 말끝에 자주 하던 “장난이야(なんてね, ‘~라나 뭐라나’ 정도의 뜻으로 조롱의 의미도 있음)”를 유코가 리메이크한다. 원작과 달라진 부분으로 영화 전체를 뒤흔들 정도로 충격적이며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함께 본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다시 한 번 보고 싶어질 것이다. 살인과 복수를 통해 산다는 것(命)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있는 < 고백 >. 이번에 (재)확인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