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페르세폴리스
며칠 전 영상자료원으로부터 `애니메이션작품을 추천해 달라`는 제안을 받고 혼쾌히 승낙은 했지만 막상 작품을 선정하기 위해 그간의 기억과 정보를 들추어낼수록 고심이 더해만 갔다. 전 세계의 초기 애니메이션부터 최근 개봉한 〈 아바타 〉까지 너무나도 많은 애니메이션 작품들이 제작 되었고, 상영 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추천할만한 좋은 애니메이션작품들이 셀 수 없이 많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 많은 애니메이션작품들 중에서 `다시 한 번 더 보고 싶은 작품`, 또는 `보지 못한 작품 중에 꼭 보아야 할 작품`이라는 전제를 달고 작품을 선정해보려고 하였다. 결국, 최근 발표된 두 개의 작품으로 압축했는데, 2008년 아카데미 단편상을 받은 〈 피터와 늑대 〉, 그리고 만화책에서 애니메이션으로 발전시킨 〈 페르세폴리스 〉가 바로 그 작품들이다. 본인은 애니메이션작품을 평가할 때 독창성, 줄거리, 연출, 소리, 애니메이션의 독특함 등 몇 가지 요건을 기준으로 삼는데, 이 두 작품은 이 요건을 모두 충족시키는 작품들이라고 할 수 있다. 놀라운 장인 정신과 엄청난 노동력으로 완성된 〈피터와 늑대〉, 뛰어난 회화작품으로 칸 들을 채우고 이 그림들을 다시 살아 움직이게 한 〈페르세폴리스〉는 재미로 한번, 애니메이션 전공자라면 연출과 기법 등을 공부하기 위해 2∼3번씩은 더 보아야 할 걸작들이라고 할 수 있다. 아쉽게도 한 작품만 추천하라는 영상자료원의 요청에 의해 본인은 이 두 작품 중에서‘회화적 예술성’과 ‘애니메이션적인 상상력’이 돋보인 〈페르세폴리스〉에 가산점을 주기로 하였다. 각설하고 이제 〈 페르세폴리스 〉에 대해 얘기해보자. 마르잔 사트라피는 1969년 이란 태생으로 테헤란의 혼란한 정치적 상황을 겪은 유년기와 오스트리아의 프랑스계 학교의 사춘기와 성장통, 다시 고국으로 돌아와 성년이 되어가는 그녀의 삶을 그래픽 노블 <페르세폴리스>에 충실하게 담았다. 사트라피는 2000년 첫 권을 시작으로 4년간에 걸쳐 총 4권의 <페르세폴리스>를 출간하였고, 앙굴렘국제만화페스티벌 알프-아르상, 전미도서협회상 등을 수상하면서 사트라피는 일약 주목받는 작가로 떠오르게 되었다(<페르세폴리스>는 국내에도 2권으로 묶어 번역, 출간되었다). 사트라피는 <페르세폴리스>를 원작인 만화의 느낌을 그대로 살린 흑백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고자 결심하고 프랑스의 언더그라운드 만화작가 뱅상 파로노와 함께 공동 감독으로 작품을 제작하였다. 80,000개의 드로잉, 600개의 모델시트, 모든 과정을 수작업으로 완성하여 독특한 내음을 풍기는 이 흑백 애니메이션은 2007년 칸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 제18회 오타와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2007) 최우수 장편애니메이션 머큐리필름웍스상 수상, 2008년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 작품상 노미네이트라는 호평을 받았고, 최근에 유행하는 화려한 3D 애니메이션과는 상반되는 전통적인 노동집약적 예술성과 단순한 흑백영상이 오히려 신선하게 관객들에게 다가간다. 한편, 내용면에서는 정치적으로 격변의 이란 현대사를 담고 있어 우리나라 상황과 유사하여 더욱 가슴에 와 닿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어찌보면 어두운 분위기의 작품일 수도 있지만 간간히 표출되는 사트라피 특유의 상상력이 균형감을 맞춰간다. 혹시라도 〈 페르세폴리스 〉애니메이션을 본 사람들이라면 만화책을, 그리고 만화책을 본 사람들이라면 애니메이션을 보시기를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