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독립영화를 볼 수 있는 또다른 창구, 공동체 상영
부산국제영화제가 개최되기 전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부산에서 활동하는 사회적 기업 미디토리의 김은민 활동가의 연락이었다. 영화제 기간 중 하루를 잡아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공동체 상영을 주관하는 단체 실무자들과 독립영화 배급 관계자들을 모셔 그동안 하지 못했던 지역 공동체 상영 이야기를 하는 라운드 테이블을 마련할 계획’이니 참석해 달라는 것이었다. 2011년 2월 말 독립영화 배급지원센터 활동을 마감한 이후 부산은 물론 다른 지역 영화제에도 참석하지 않고 있었던 터라, 이 일을 핑계 삼아 부산에 한 번 내려가 볼까 싶었다. 하지만 내려가지 못했다. 주최 측에서 왕복 차비를 마련해 보겠다고도 했지만, 죄송하게도 일정이 휴일이 아니라 내려갈 수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정말 가보고 싶었다. 독립영화 배급지원센터의 활동이 중단된 이후 지역 공동체 상영 정책을 점검하고 토론하는 자리는 거의 만들어지지 못했다. 이번 라운드 테이블은 아주 오랜만에 지역 활동가의 제안으로 개최되는 것이라 매우 반가웠고 소중하게 느껴졌다. 현재 직접 관련된 일을 하고 있지 못하지만 관심은 여전하기 때문에, 지역에서 어떤 활동들을 하고 있고 어떤 고민들을 하고 있는지 직접 듣고 싶었다. 그럼에도 가지 못해 아쉬웠다. 다른 핑계를 대긴 했지만 어려운 지역 살림을 뻔히 알면서 차비를 받는 것도 마뜩잖았고, 무엇보다 현재 현장에서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라운드 테이블에 참여하면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늘어놓게 될 텐데, 지금 현장에서 하는 고민에 대해 적절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자신감도 부족했다. 이런 상황에서 차비까지 받는 건 정말 아니다 싶었다. 내려가진 못했지만, 통화를 통해 라운드 테이블에서 나누고자 고민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우선 지역에서 공동체 상영을 기획·진행해온 사람들과 서울에서 독립영화 배급을 하는 사람들이 그간 연락은 주고받긴 했지만 마땅한 만남의 자리가 없었기에 서로 얼굴을 익히는 자리를 마련하고, 독립영화 배급사들과 지역 공동체 상영 단체들의 현황을 공유하는 하고자 한다고 했다. 이런 이해를 바탕으로 독립영화 배급사들의 일반적인 배급 활동 중 지역 상영의 비중이나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미들도 나누고, 더 나아가 현재 정체 중이라 할 수 있는 지역 공동체 상영의 미래에 대해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고 했다. 멀티플렉스 등 시장에서 접할 수 없는 많은 영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로 제안된 공동체 상영은 그 역할을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성취하는 중이다. 지역 내 영화·영상미디어 문화의 혁신을 꾀하는 단체 및 활동가들은 공동체 상영 방식으로 많은 비주류 영화들을 소개하고 있으며, 독립영화 제작자들 역시 극장 개봉만 고집하지 않고 여러 종류의 상영회를 기획·실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클럽, 카페, 갤러리 등 민간의 대안 문화공간들을 중심으로 독립영화 등을 정기적으로 상영하는 경향도 늘어나고 있다. 관객들도 변화하고 있다. 개봉한 독립영화의 경우 상영되지 않는 지역 관객들을 중심으로 직접 공동체 상영을 추진하기도 한다. 여기에 지자체 및 관련 기관들을 중심으로 개최되는 독립영화 등 비주류 영화 상영회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런저런 계기로 많은 공동체 상영이 개최되고 있지만 각 상영회들은 여러 문제에 부딪히고 있는 중으로 보인다. 앞서 언급한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공동체 상영은 관련된 지원 없이 공동체 상영 주최 단체의 의지만으로 사업을 지속하고 있어 점차 재정 상황 등이 여의치 않아지고 있으며, 관객도 그다지 늘어나지 않아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한다. 다른 상영회들도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데 비해, 관객은 꾸준하지 않아 고민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공동체 상영회는 점차 증가하는 데 비해, 관객이 늘어나지 못하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상영회를 개최하면 저절로 관객이 찾아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그렇다고 이걸 상영하는 영화나 홍보의 제약 등 현실만 문제 삼아, 회피해버리는 것도 적절한 대응은 아니다. 보다 적극적으로 문제의 해답을 찾을 때가 되었다. 해결 방안은 무엇일까? 현재까지 이 고민의 다다른 곳은, 다시 관객에게서 답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공동체 상영의 동력은 시장에서 유통되지 못하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제작자들의 요구와 필요에 기반했고, 여기에 지역 내 다양한 영화 및 영상미디어 문화를 전파하고자 하는 단체 및 활동가의 의지가 더해진 것이었다. 여기엔 오로지 상영 주최자의 요구와 필요가 선행해왔을 뿐, 관객의 요구와 필요가 구체적으로 결합되진 못했다. 관객 개발을 위해서는 주최자뿐 아니라, 관객의 필요와 요구가 구체적으로 더해질 필요가 있다. 다르게 표현하면 상영회 개최자의 요구와 필요에 공명하는 관객 공동체를 보다 구체적으로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부러워하는 비시장 영역에서의 영화 상영과 수용이 활성화된 다른 나라들의 경우 다양한 상영회의 이면에, ‘상업적인 영화관에서 상영하지 않는 영화들을 상영하고 관람하고자 하는 영화인, 관객들의 공통된 필요와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결성한 자율적인 단체’인 ‘영화 조합 Film Society’이 존재한다. 비영리적 영화 문화의 역사가 긴 나라들은 대부분 영화 조합의 역사가 길다. 이런 공동체 영화 활동은 구체적인 정책의 대상이 되고 한다. 영국의 경우 영화진흥기구가 발간하는 연감에 ‘Community Cinema’의 통계가 집계되고, 지역 영화 상영 활성화 정책의 기반으로 지역 영화 조합이 우선 사고 된다. 정책적 관심과 무관하게 영국 지역 영화 조합들은 오래전부터 연합체인 ‘영국영화조합연합 British Federation of Film Societies’을 결성해, 보다 많은 지역에서 공동체 상영이 진행되고 다양한 영화를 접할 수 있도록 힘을 모으고 있다. 캐나다의 작은 도시 울프빌의 경우 지역 영화관이 문을 닫은 이후 멀티플렉스에서 상영하지 않는 영화를 보고자 하는 관객들이 ‘펀디 영화조합 Fundy Film Society’를 결성했고, 영화조합이 성공적으로 운영되자 이를 기반으로 2002년 12월 ‘아카디아 영화관 협동조합 Acadia Cinema Cooperative’을 설립하기도 했다. 관객 개발을 위해서는 관객에 대한 접근 방법이 바뀌어야 한다. 그저 정책 혹은 상영 사업의 수혜 대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다양한 영화 문화를 수용하는 능동적인 주체로 인식하고 접근해야 한다. 영화 창작자가 없는 지역은 있지만, 관객이 없는 지역은 없다. 어쩌면 수용자가 진정 영화의 주인일 수도 있다. 관객의 조직화는 많은 것을 바꿔낼 수 있을 것이다. 따지고 보면 이 글을 쓰는 필자가 독립영화 상영과 배급을 시작한 것도 관객으로서 시장에서 상영하지 않는 많은 영화들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요구와 필요는 현재에도 충만할 것이다. 이제 이들을 만나러 가자! [사진설명]2013.01.17 부산 제이스퀘어 - 부산울산경남 공동체상영 리뷰세미나 ‘독립영화 공동체 상영 뽀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