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우린 액션배우다
2008년 추석 연휴 극장에서 < 우린 액션배우다 >를 처음 보았다. 영화가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시종일관 끊이지 않았던 사람들의 웃음소리를 기억한다. 극장을 나오면서도 가시지 않았던 유쾌함과 미소, 그리고 `다큐멘터리도 이렇게 재미있고, 유쾌할 수 있다니!` 하며 놀랐던 충격도 아직 생생하다. 화려한 스턴트맨을 꿈꾸며 2004년 액션스쿨에 입학한 동기들에 대한 정병길 감독의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는 무겁고, 진지한 영화`라는 고정관념에 도전한다. 그리고 그의 이러한 도전은 이미 < 락큰롤에 있어 중요한 것 세 가지 >에서도 시도된 바 있다. 1980년에 태어나 2004년 액션스쿨에 지원하면서 `무력한 몽상가에서 진보적 활동가로 다시 태어난` 자신의 이력을 소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이 영화는 2004년 함께 액션스쿨에 들어온 8기 동기생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입학 후 4년이 지난 지금까지 스턴트맨으로 활약하는 귀덕, 성일, 진석 세 명은 단연 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지금은 제주도로 귀향해 말을 사육하며 현실과는 멀어 보이는 꿈을 꾸고 있는 세진 역시 엉뚱한 발상과 코믹한 행동으로 이 영화의 웃음을 책임지는 또 다른 주인공이다. 부상으로 스턴트를 포기하고 가수가 되려고 하는 문철이나 다른 길을 가는 경민, 경태, 용성 등 역시 더 이상 스턴트를 하지는 않지만 다른 곳에서 새로운 꿈을 꾸는 이들 역시 이 영화를 떠받치는 중요한 인물들이다. < 우린 액션배우다 >는 진지하고 숙연해질 수도 있었을 스턴트맨의 일과 일상을 무겁거나 지루하지 않게 끌고 나가는데, 거기에는 전문성우의 목소리가 읽어내려가는 코믹한 내레이션과 엉뚱한 행동과 사고로 웃음을 선사하는 세진의 역할이 크다. 방송 다큐멘터리에서나 볼 수 있는 전문 성우는 객관적 진실이나 진지함을 담보하는 대신, 시치미를 뚝 떼고 코믹한 내레이션을 한다. 세진은 현재 스턴트맨 생활을 하고 있지 않음에도 귀덕이나 진석, 성일만큼의 큰 비중으로 영화를 이끌어간다. TV에 출연하기 위해 서울에 올라와 호랑이 문신을 등에 새기거나, 위험을 감내한 동기생들의 스턴트 촬영 현장에 놀러와 과자를 뺏어먹거나 잠에 빠져드는 그의 캐릭터는 아슬아슬하고 고단한 스턴트맨의 생활과 때로는 대조를 이루면서 이 영화의 유쾌함을 유지해간다. < 우린 액션배우다 >의 묘미는 단연 다양한 드라마, 영화들의 액션장면 촬영장이다. 자동차가 뒤집어지고, 한강 다리 위에서 뛰어내리고, 보호런닝 없이 와이어를 타는 이들의 아슬아슬한 스턴트 활약은 우리가 좀처럼 볼 수 없었던, 그래서 알지 못했던 세계이다. 또한 부상이 잦고, 아파도 아프다는 소리를 하지 않을 뿐인 자신의 일을 행복하다고 말하는 주인공들의 웃음과 당당함, 열정은 단순히 스턴트맨의 세계를 넘어 `꿈을 꾼다는 것` `그 꿈을 쫓는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스턴트맨 촬영 현장과 함께 세진을 비롯한 액션스쿨 8기 동기생들의 다양한 삶과 그들의 관계를 보여주면서도 영화는 차곡차곡 스턴트맨의 삶, 화려한 액션 뒤에 감춰진 그들의 고통과 노력을 관객들의 마음에 심어준다. 다양한 드라마 촬영지는 물론 <짝패> <놈놈놈>과 같은 영화 촬영지에서의 빛나는 액션 장면들은 수많은 스턴트맨들의 리허설과 연습, 노력, 부상과 고통을 바탕으로 빛을 낼 수 있었다. 영화에 출연하지만 너무 짧은 순간 지나가버리는, 그래서 좀처럼 그들의 얼굴을 스크린 위에서 찾아보기 힘든 이런 스턴트맨의 비애는 지중현 무술감독의 죽음과 소리소문없이 이루어진 장례식을 통해 더욱 극적으로 보여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한없이 무겁고 우울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이들이 꿈을 향해 끊임없이 뛰고 있다는 사실, 자신의 삶에 대한 긍정, '땀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믿음 때문일 것이다. 무엇보다 이 다큐멘터리가 시종일관 유쾌하면서도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설득력있게 드러내보일 수 있었던 것은 감독과 등장인물들과의 관계, 서로에 대한 격려와 믿음이 밑받침되었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