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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최초의 영화전문 도서관: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관
경기천년바탕체 R(저작권자: 경기도, 출처: 한국저작권위원회 ) (위 사진 클릭 시 유튜브 인터뷰 영상으로 이동) 영화적 영감과 휴식, 그리고 소통의 공간을 목표로 문을 열다 2015년 문을 연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관은 영화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영화적 영감과 휴식, 그리고 소통의 공간"을 제공하자는 취지로 CGV가 2015년 5월 1일 개관한 국내 최초의 영화 전문 도서관이다. 이 글은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라러리 상영관 전체가 아닌 씨네라이브러리관을 중점적으로 소개한다. 첫째 영화 전문 도서관인 씨네라이브러리관 외에 다른 상영관은 여타 CGV 상영관과 운영, 설비적인 면에서 차이가 없고, 둘째 씨네라이브러리관 자체에 집중하는 편이 공간의 특성을 좀 더 명확히 부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CGV는 명동 일대에 'CGV명동', 그리고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 두 곳의 멀티플렉스 상영관을 운영 중이다. 인근 지역에 두 곳의 상영관을 둔 이유는 성격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의 경우 CGV 아트하우스관을 중심으로 다양성, 예술영화에 집중하는 특화 상영관으로 시작했다. 5개관, 694석의 아트하우스관을 예술영화전용관으로 운영하고자 하는 방향성으로 시작했지만 운영은 유동적이었으며 2022년 10월 이후부터는 아트하우스관 2개, 일반상영관 3개로 재편되어 운영 중이다. 5개의 상영관의 경우 여타 CGV 상영관 혹은 아트하우스 상영관과 설비나 운영 측면에서 별다른 차이점 없이 동일한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CGV명동역씨네라이브러리 간판과 외관 1만여 권의 다양한 서적들을 갖춘 영화전문도서관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의 특화 공간, 씨네라이브러리관은 국내 최초의 영화 전문 도서관으로 182석의 상영관을 영화관 구조로 그대로 살려 리뉴얼했다.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도록 독특한 공간으로 꾸민 씨네라이브러리관은 영화 관련 전문 서적 1만여 권을 갖추고 있으며 여러 토크 프로그램을 상시 운영 중이다. 평상시에는 도심 속 영화 도서관으로서 관람객들이 편하게 영화 도서를 접할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으며 영화 상영 후 이어지는 연계 프로그램, 대표적으로 라이브러리 토크를 마련하여 영화 관람 체험이 소통과 교류의 장으로 이어질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을 목표로 한다. CGV명동역씨네라이브러리 로비 씨네라이브러리관에는 영화 원작 도서, 영화 전문 서적, 국내외 시나리오를 비롯해 영화에 창의적인 영감을 안겼던 미술, 사진, 건축, 디자인, 세계 문학 고전 등 인문, 예술 분야 등을 총망라한 엄선된 장서들이 마련돼 있다. 1만여 권에 달하는 서적에는 영화 전문 서적 외에도 영화와 영감을 주고받은 문학 및 타 예술 분야 서적 등이 망라되어 있다. 대표적으로 소설, 그래픽 노블, 만화, 논픽션 등 영감의 원천이 된 영화의 원작들이 있으며 감독론, 배우론, 영화이론, 시나리오, 콘티북, 아트북 등 영화에 대한 이해와 폭과 깊이를 더해주는 영화 전문서들도 섹션별로 구비돼 있다. 영화에만 국한되지 않고 미술, 사진, 건축 디자인, 기타 예술 및 인문학 등 영화 미학에 영향을 주고받은 각종 예술 분야의 서적들도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으며 민음사, 열린책들, 문학동네, 을유문화사 등 주요 출판사별 세계문학전집도 완비되어 있다. 무엇보다 국내외 출간된 주요 감독, 배우 관련 도서 및 영화 전문 서적과 영화화 또는 영화화가 예정된 원작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있다는 점이 여타 도서관과 구별되는 특화된 지점이다. 구비된 도서들은 대여는 불가능하고 씨네라이브러리관에서 자유롭게 열람이 가능하다. 코로나19로 잠시 문을 닫았다가 지난 10월부터 다시 정상 개방해 일반 관람객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CGV 라이브러리관의 장서들. 건축, 예술, 만화, 문학 등 다양한 종류의 서적들이 전시되어 있다 씨네마톡 문화를 이끌다 국내 최초의 영화전문도서관이라고 할 수 있는 씨네라이브러리관은 영화관의 구조를 그대로 살려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이 가능하도록 꾸며진 독특한 공간이다. 아트하우스 상영관과 연결된 도심 한복판의 문화 공간으로서 엄선된 장서와 다채로운 강연을 통해 영화가 끝난 뒤 시작되는 영화 이야기를 목표로 한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영화 감상 후 CGV 씨네라이브러리관에서 감독, 배우, 평론가와 함께 이야기하는 '라이브러리관 톡'이 있다. 라이브러리관 톡은 영화 상영 후 바로 상영관에서 이어서 진행하는 여타 시네마톡과 달리 공연장 같은 환경의 씨네라이브러리관으로 이동해 진행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공연처럼 강연에 집중할 수 있는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영화 관람의 체험을 나누는 시간까지 확장시킨다는 점에서 앞으로 다양성 영화들이 시도해야 할 의미 있는 모델을 구축한 것이다. 무엇보다 이것을 독립된 별개의 공간으로 운용한다는 데 특별한 가치가 있다. 관객들이 독립·예술영화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영화 평론가 및 감독과 함께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다양한 톡(TALK) 프로그램도 운영해 독립·예술영화를 색다르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으며, 영화를 넘어 문화 전반을 경험할 수 있는 책, 인문학 등을 아우르는 행사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 2010년 이후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시네마톡, 라이브톡 프로그램의 제일 앞자리에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관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특화된 공간을 운영하는 게 멀티플렉스의 대표주자 CGV라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현재 CGV는 CGV압구정 등에 이미 시네마톡의 거점 공간을 마련 중이며 그중에서도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관은 영화는 물론 인문학 전반의 행사를 아우르는 주요 공간이라 할 만하다. 코로나19로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만큼 유지 여부가 불투명했으나 올해 7월경 만료 예정이었던 건물 임대 계약을 2년 연장하면서 2024년까지는 정상 운영이 가능해졌다. CGV측은 이번 기회를 점검과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관도 그 고유성을 더욱 강화하고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간 및 운영개요 1. 위치: 서울 중구 충무로2가 65-9번지 하이해리엇 건물 10층 2. 설립일: 2015년 5월 1일(상영관(182석)을 영화 도서관으로 리뉴얼) 3. 공간구성 - 186석의 일반상영관을 리뉴얼하여 100석 규모로 변경 -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관 10층 내 약 231m² 4. 운영시간: 쉬는 날 없이 매일 09:30~20:30 5. 입장료: 입장은 무료(라이브러리관 톡은 행사에 따라 상이함) 6. 서적: 영화 전문 서적 외 영화와 영감을 주고받은 문학 및 타 예술 분야 서적 망라 - 영감의 원천이 된 영화의 원작들(소설, 그래픽 노블, 만화, 논픽션 등) - 영화에 대한 이해와 폭과 깊이를 더해주는 영화 전문서들(감독론, 배우론, 영화 이론, 시나리오, 콘티북, 아트북 등) - 영화와 영향을 주고받은 예술 서적들(미술, 사진, 건축, 디자인, 기타 예술 및 인문학 등) 인터뷰: 황재현(CGV커뮤니케이션팀), 김선경(운영총괄) 송경원 _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황재현 _CGV 커뮤니케이션팀 황재현입니다. 회사에서 추진하고 있는 다양한 활동을 언론을 포함한 외부 이해 관계자들에게 소개하고 커뮤니케이션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김선경 _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관의 운영총괄을 맡고 있는 김선경입니다. 현장에서 관객들이 영화를 관람하고 씨네라이브러리관 공간을 이용할 수 있도록 안내를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황재현(왼쪽, CGV커뮤니케이션팀), 김선경(오른쪽, 씨네라이브러리관 운영총괄) 송경원 _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관은 언제, 어떤 배경에서 탄생하게 되었나요? 황재현 _씨네라이브러리관은 영화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영화적 영감과 휴식, 그리고 소통의 공간'을 제공하자는 취지로 CGV가 2015년 5월 1일 개관한 국내 최초의 영화 전문 도서관입니다. 182석의 상영관을 영화관 구조를 그대로 살려 리뉴얼 해,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도록 독특한 공간으로 꾸몄습니다. 이후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관은 상업영화는 물론 독립예술영화까지 즐길 수 있는 아트하우스 상영관까지 갖춰 영화팬들이 즐겨 찾는 도심 속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송경원 _코로나19로 극장 산업이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위기를 겪은 지난 2년 동안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관의 상황은 어떠했는지요. 황재현 _극장가는 코로나 19로 지난 2년 넘게 극심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2020년과 2021년 극장 매출관 관객 수는 2019년 대비 4분의 1수준으로 급감했습니다.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관의 경우에도 코로나19 기간 중 일시적으로 영업을 중단하는 등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이후 극장 운영은 정상화되었지만 씨네라이브러리관 운영은 최근까지 정상적으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다행히 10월 이후부터 일반 관객들과 만날 수 있도록 정상 운영 계획 하에 있습니다. 김선경 _새로운 영화들이 매주 개봉하고 활기가 넘치던 이전과 달리 코로나19 기간에는 영화관이 매우 한산했습니다. 아무래도 우려되는 부분들이 많아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시기, 시간대를 피해 방문하는 고객들도 많이 계셨습니다. 또한 영화관은 주변 상권에서 소비 행위를 하거나 지역 소상공인들이 매출에 많은 도움을 주는 곳인데, 관객 규모가 감소하고 신규 개봉작이 줄어들면서 명동 지역 상권에도 어려운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CGV명동역씨네라이브러리 1관은 "김기영관"이라는 명칭으로 운영되고 있다 송경원 _극장의 특징과 공간 구성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김선경 _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관은 2015년 영화 관련 전문 서적 1만여 권을 갖춘 국내 유일의 영화 전문 도서관 'CGV 씨네라이브러리관'을 처음 선보인 데 이어 2019년에는 국내 멀티플렉스 중 최초로 독립·예술영화 전용관으로 이루어진 극장으로 전환해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영화인들의 상징과도 같은 충무로 인근 지역인 명동에 영화와 영화 관련 도서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이색 문화 공간으로, 지난 9월부터는 상업영화는 물론 독립예술영화, 영화 전문 도서관까지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습니다. 송경원 _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관만의 장점과 매력이 있다면 무엇이라 생각하는지요. 황재현 _독립·예술영화를 비롯해 영화를 사랑하는 많은 팬들이 서로 소통하고 모이는 공간이자 허브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씨네라이브러리관에서는 전문가들의 큐레이션을 통해 엄선된 1만여 권의 장서를 원하는 대로 편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영화의 원천이 된 원작 소설이나 만화 등을 만나볼 수 있고, 영화에 대한 이해의 폭과 깊이를 더해주는 영화 전문서들도 많이 보유하고 있어 영화팬들이 많이 애용하고 있습니다. 영화 시나리오나 콘티북, 감독론이나 배우론, 영화 이론 서적들이 대표적입니다. 또한 영화와 영향을 주고받은 미술이나 사진, 건축, 디자인, 인문학 등 다양한 예술 서적도 다수 보유하고 있습니다. 김선경 _또한 관객들이 독립·예술영화를 쉽게 받아들이도록 영화 평론가 및 감독과 함께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다양한 '톡'(TALK) 프로그램도 운영해 독립·예술영화를 색다르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영화를 넘어 문화 전반을 경험할 수 있는 책, 인문학 등을 아우르는 '이다혜의 북클럽', 'CGV아트하우스 클래스' 등 강연 프로그램도 다수 진행하고 있습니다. 송경원 _그동안 많은 시네마톡이 이루어졌고 관객들과의 만남이 성사되었는데요, 이런 자료들이 어떤 형태로 기록되어 있을까요. 그렇다면 현재 아카이빙 된 자료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요. 황재현 _시네마톡의 경우 대부분 배급사에서 기획해 요청하면 CGV아트하우스에서 추가 의견을 주고, 시간을 조율하여 오픈하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별도로 저희가 기록하거나 아카이빙된 자료를 보관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씨네라이브러리관 입구 송경원 _이곳에서 영화인들과 네트워킹한 지난 시간들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김선경 _씨네라이브러리관에서는 시네마클래스, 특강, 클래스 프로그램, 라이브러리관 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됐습니다. 씨네라이브러리관에서는 다음 영화가 상영되는 상영관이 아니기 떄문에 오랜 시간 평론가들의 강연이 가능합니다. 특별한 에피소드를 꼽자면 데이비드 린치 특별전에서 <멀홀랜드 드라이브>와 <트윈 픽스>를 연속 상영하고, 정성일 평론가의 데이비드 린치 강연을 진행했을 때 영화 상영부터 강연 마치는 시간이 장장 11시간 반 정도가 됐었습니다. 현장에 있던 직원과 관객들 대부분이 끝까지 계시는 것을 보고 정말 영화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황재현 _<씨네21> 김혜리 선임기자가 진행한 '김혜리의 월간 배우'가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김혜리 선임기자가 매월 추천하는 배우의 대표작을 스크린으로 보고, 그 배우의 연기 및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인데요. 2017년 6월에 진행된 '김혜리의 월간 배우'에 <내 사랑>의 에단 호크가 선정됐습니다. 김혜리 선임기자가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관객들과 <내 사랑>과 에단 호크에 대해 풍성하고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그가 이전에 출연한 작품들을 분석하면서 상대 배우의 연기를 최고로 만들어 주고 더욱 빛나게 해준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저 역시 다양한 각도에서 영화를 보면 더욱 즐길 수 있겠구나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내 사랑>에서 에단 호크는 여주인공 샐리 호킨스의 연기를 최고로 완성시키는 데 충실한 공조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송경원 _영화를 큐레이션하는 프로그래머 혹은 담당자의 안목이 궁금해집니다. 어떤 가치를 지향하고 반영하고 계신지요. 황재현 _CGV아트하우스의 슬로건은 'A Good Movie, A Better Life'입니다. 좋은 영화는 관객들에게 보다 나은 삶을 선물한다는 생각으로 프로그램을 하고 있습니다. 아트하우스 프로그래머들은 영화의 다양성 측면에서 항상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중적인 재미를 주는 예술영화를 상영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불편하고 어려운 영화들이지만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져주는 영화라면 함께 소개하고자 합니다. 씨네라이브러리관 도서 열람용 테이블 송경원 _기억에 남는 프로그램과 기획전, 행사가 있으신지요. 김선경 _아트하우스 전체에서 진행했던 기획전으로는 여름 시즌 아트하우스의 대표적인 기획전으로 자리매김한 CAV기획전과 감독들의 다양한 영화를 한 번에 볼 수 있는 감독 특별전, 특히 2번의 시즌으로 진행했던 히치콕과 왕가위 특별전이 기억에 남습니다. 스크린문학전(책이 원작인 영화 또는 책에 영감을 받은 영화를 소개하는 기획전), CGV 시네마클래스, 이다혜의 북클럽, 김혜리의 월간 배우 등 라이브러리관에서 진행한 많은 행사들도 하나하나 기억납니다. 황재현 _저는 씨네라이브러리관은 공간의 특성을 잘 살린 성기완 교수의 소리의 인문학 강연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총 4회에 걸쳐 진행된, 80명 정원의 인문학 유료 강연이었는데요. 모두 매진됐습니다. 소리의 인문학은 소리를 통해 음악을 이해하고, 영화를 더욱 흥미롭게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강연이었는데요. 특히 '소리 중심의 영화 보기'를 주제로 열린 강연에서는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에서 나오는 소리가 독특한 의미와 함께 특별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에 감명받았습니다. 강연에서는 <블레이드 러너>의 리들리 스콧 등 거장 감독들이 영화 속에서 어떻게 청각 공간을 활용했는지 느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씨네라이브러리 전도연의 전시 코너 송경원 _팬데믹을 거치면서 영화관이 큰 어려움을 겪었는데요. 이후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관은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지 말씀해주세요. 김선경 _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들이 영화관을 찾아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다음에 또 오고 싶은 공간이라는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관이 영화 팬들이 함께 모이고 소통하는 공간으로서 많은 역할을 헀는데요. 기존에 운영해왔던 톡 프로그램을 비롯해 앞으로도 CGV는 고객들이 원하는 차별화된 즐거움을 어떻게 제공할지 끊임없이 고민해 나가겠습니다. 송경원 _향후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신지. 그리고 씨네라이브러리관에 관해 관객, 또는 영화인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황재현 _앞으로도 영화 팬들이 영화도 보고 책도 자유롭게 읽을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최근 만화나 소설 등 원천 지식재산관(IP)을 갖고 있는 원작들이 영화나 드라마 등으로 만들어지고, 그 반대의 경우도 활발해지는 등 콘텐츠가 무한 확장하고 있는데요. 어떠한 형태로든 고객에게는 다양한 즐거움과 영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고객들이 보고 싶어 하는 영화와 원작들을 만나볼 수 있는 공간으로 지속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필자: 송경원(씨네21) 사진촬영: 손홍주, 백종헌 인터뷰 일자: 2022년 9월 26일
[테마연재]개인이 세계를 전복하는 방식: 이경미 감독론
“‘너 왜 그랬어’라고 물어봤을 때 ‘몰라 그냥 한 건데’라고 한 거는요, 그 사람이 정말 생각 없이 행동했던 게 아니라 지금 생각 없이 대답하고 있다는 말이에요.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잖아요 선생님.” 영화 리뷰 사이트에 들어가보면 이경미 감독에게 가장 많이 보이는 키워드가 ‘괴작’, ‘괴랄하다’ 라는 말이다. 그리고 동시에 ‘우주에서 온 감독’, ‘신선한 문법’이라는 키워드도 찾을 수 있다. 나는 전자와 후자 모두가 이경미 감독을 수식할 수 있는 좋은 키워드라고 생각한다. 가파른 호흡과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는 빠른 말, 그리고 빨갛게 상기된 얼굴. 학생들에게 ‘전따’라는 말을 듣는 선생. 자신의 손을 가위로 내리찌르고, 딸의 허밍을 떠올리며 모든 의심을 거두지 않는 엄마. 이경미 감독은 < 미쓰 홍당무 > (2008)과 < 비밀은 없다 >(2015) 두 편의 장편영화에서 강력하다못해 폭주하는 캐릭터를 등장시켰다. 의도를 알 수 없는 캐릭터와 그 캐릭터의 행동을 먼저 등장시키고, 불규칙한 사운드와 인서트를 통해 퍼즐 맞추기를 하듯이 이야기를 풀어내는 이경미 감독의 도치법적인 연출은 위의 대사를 관통하고 있다.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고. <미쓰 홍당무>와 <비밀은 없다>는 전혀 다른 장르이다. 하지만 두 작품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은 많다. 무엇보다 아주 장르적이면서 동시에 장르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각각 코미디와 스릴러의 장르성을 강력하게 띄고 있으면서도 이경미 감독의 문법으로 코미디와 스릴러의 공식을 빗겨간다. 여기서 우리는 단번에 알 수 있다. 이경미 감독은 무엇을 아주 강력하게 뒤집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영화적 요소에서부터 ‘전복’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미쓰 홍당무>에서 미숙은 삽질을 하며 종철에게 자신이 전화를 한 이유에 대해서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라고 말 하고, 복장검사에 걸린 종희에게 ‘못되게 굴다가 한 번 착한 짓을 하면 사람들이 다 착하게 본다. 그러니까 착하게 살지 말아라’라는 말을 쏟아낸다. <비밀은 없다>에서는 고향을 숨기던 연홍이 딸의 실종을 파해치던 중 극에 달하자 ‘여기 사람들 하나도 못 믿것다야.’라며 굉장히 토착적인 호흡의 사투리를 구사한다. 관객 입장으로서는 한 번에 이해가 안 되는 대사들인데다가, 배우들의 호흡이 빨라서 잘 알아들을 수도 없다. 또한, ‘괴랄하다’라는 키워드가 가장 많이 보였던 <비밀은 없다>의 허밍음에 대해서도 관객들은 이질감을 느낄 수 있다. 이경미 감독은 인터뷰에서 평소 영화를 만들 때 음악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며, <비밀은 없다>의 허밍음은 배우에게 촬영 전부터 연습시켜 녹음한 중요한 장치라고 밝혔다. 실제 영화의 절반 가까이의 사운드를 이 허밍음이 차지하고 있는데, 관객들은 이에 대해 ‘불쾌했다’라는 평을 종종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은 배우와 감독이 가진 역량의 부족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다. 다분히, ‘의도성’을 가진 연출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미쓰 홍당무>는 코미디 영화의 주인공을 ‘타의적’으로 웃기게 만든 것이 아닌, ‘내가 나여서’ 그랬던 거라며 그러나 동시에 사랑받고 싶은 마음 때문에 관객은 웃지만 너무나도 슬프게 울어버리는 캐릭터를 등장시키며 코미디의 기존 문법을 빗겨간다. <비밀은 없다>는 실종된 딸에 관한 의문을 밝히는 스릴러로 포장되어있지만 단순히 딸을 찾는 엄마의 이야기와는 다르다. 배우들의 가파른 호흡과 폭주하는 스토리텔링으로 기존 서사의 문법을 명쾌하게 빗겨갓듯, 기존 서사 공식과 감독만의 호흡을 넘나들며 분위기를 환기한다. 이는 감독의 한 인터뷰에서도 알 수 있다. ‘내 영화에 여성이 등장하는 이유는 남성 영화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여성 영화가 많이 나오는 시대가 되면, 그때 나는 남성 이야기를 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이렇듯 이경미 감독은 자신만의 새로운 화법으로 세계 속의 이면을 발견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단순히 영화적인 소스에서만 변주를 주었을까. 이경미 감독은 ‘캐릭터’라는 아주 강력한 무기로 자신의 의도를 더 확고히 한다. 앞에서 잠시 언급했듯, 여성을 발견하는 새로운 시선으로 기존 문법을 또 한 번 비튼다. 바로 ‘감정적인 여성캐릭터’을 등장시키는 것이다. 이제까지 우리가 보아왔던 여성캐릭터는 중요한 순간에 ‘감정’에 호소하며 영화 안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는 인물로 그린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를 뒤집기 위해서 이경미 감독은 ‘이성적인 여성 캐릭터’를 배치하는 것이 아닌 ‘정말로 엄청나게 감정적인’, 즉 아주 신경질적인 여성 캐릭터(미숙과 연홍)를 세계와 갈등하게 함으로써 여성을 새롭게 발견한다. <미쓰 홍당무>에서 전화를 받지 않는 짝사랑 상대 앞에서 실제로 ‘삽질’을 하며 폭주하듯 자신의 마음을 쏟아내는 미숙은 제자의 부모님의 이혼을 막을 대책으로 내연녀와의 성적인 문자를 기획하고, 제자와 합이 잘 맞지 않자 컴퓨터 실 부품을 부시고 서로 상처를 낸다. 또 생뚱맞게 피부과 의사에게 자신의 하루를 털어놓는다. <비밀은 없다>의 연홍은 캠프 사람들이 다 모여 있는 곳에서 남편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이성적인 수사방식이 아닌 굿, 최면술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이거나, 딸의 메일 비밀번호를 알아내려고 고객센터에 딸의 목소리를 흉내낸다. <미쓰 홍당무>의 미숙과 <비밀은 없다>의 연홍은 ‘신경질적인 여성’으로서 세계와 대립하며, 새로운 여성 캐릭터를 발견하게 한다. <미쓰 홍당무>가 감정적인 여성, 신경질적인 여성들(미숙과 종희)의 연대를 그리고, 여성들 사이에 남성(종철)을 존재하게 했다면, <비밀은 없다>에서는 그러한 여성을 남성의 세계로 대립하게 한다. 그리고 이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새로운 지점은 ‘여성 청소년 캐릭터’이다. <미쓰 홍당무>의 종희와 <비밀은 없다>의 민진은 청소년물이나 성장영화의 주인공으로서 등장하지 않는다. 실제로 영화의 키를 쥐고 있는 건 종희와 민진이고, ‘어른들은 몰라요’라는 말이 무색하게 정말 어른들은 아무것도 모른다. 종희와 민진은 청소년이 아닌 종희와 민진 그 자체로 주체성을 획득하는데, 종희와 민진이 가장 중요하게 가지고 있는 키는 ‘연대’와 ‘전복’이다. 종희와 미숙, 그리고 민진과 미옥, 연홍의 연대는 신경질적인 여성을 세계와 대립시키는데 핵심적으로 작동한다. 종희와 민진은 왕따를 당하고 있는 청소년으로서 사회에 소외된 주체인데, 이들은 기성 여성(선생인 미숙과 엄마인 연홍)을 자신보다 멍청한 존재로 판단하고 그들의 손을 잡아주며, 지켜주기까지 한다. 선생인 미숙이 자신의 아빠를 짝사랑하게 된 이유가 ‘아빠가 귀에 대고 속삭여서’라는 어이없는 말을 듣고, 미숙에게 아빠가 ‘귀를 핥았다고 하라’며 지시한다. <비밀은 없다>에서는 <미쓰 홍당무>에서 이경미 감독이 스스로 다뤘던 선생-제자의 문법을 다시 비틀어, 아빠의 내연녀가 선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민진이 선생에게 돈을 요구하고 일방적인 욕을 퍼붓는다. 선생인 미숙은 종희가 자신의 팔이 아플까봐 ‘커진다 커진다 커진다’를 대신 써줬다는 얘기를 하며 베시시 웃고, ‘엄마는 멍청해서 지켜줘야 해요’라는 민진의 유언을 들은 엄마 연홍은 민진의 친구 미옥을 안아준다 바로 여기서 감독이 보여준 종희와 민진이 기성 여성을 연대하는 동시에 그들의 위치를 전복시키는 영화의 구조는 감독이 세계를 뒤집고 비틀고 있는 여러 단서들을 증명하는 격이 된다. 이경미 감독이 뒤집고 있는 세계에 대한 단서를 내가 다 파악하고 통찰하고 있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이경미 감독이 두 영화에 공통적인 화법으로 던져놓은 다른 소스들에서 조금의 단서들을 찾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가장 최근작 <Love Set>를 통해 한 번 더 확고히 했다고 생각한다. 극 중 IU(이지은)와 두나(배두나)는 20분 가량의 단편 러닝타임 대부분을 테니스 코트에서 움직인다. 역시 어딘가 화나 있는 듯한 신경질적인 여성 캐릭터, 아빠를 내어주기 싫은 건지 남자친구와 결혼하기 싫은 건지 확실하진 않지만 강력한 욕망에 따라 움직이는 여성 청소년 캐릭터. 테니스 경기 동안 배우들의 신음, 랠리, 자두를 씹어먹는 소리, 그리고 피를 뚝뚝 흘리는 여성의 신체를 클로즈업한다. 이들은 경기를 끝내고 손을 맞잡게 되는데, 몇몇 영화 리뷰에서는 이 작품에 대해 동성애적 코드가 있음을 암시한다고 해석한다. 또, male gaze가 담겨 있는 작품이라는 평도 많은데, 이 작품의 감독은 여성이라는 사실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부딪히고 있다. 이경미 감독은 대중에게 영화가 한 방면으로 해석될 여지를 주고 싶어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연출점으로부터 이경미 감독과 대중의 관계는, 이경미를 지독하게 싫어하거나, 열렬히 응원하거나. 이 둘로 나뉘게 되는 것이다. “전따와 전따 애인은 바로 무대로 올라와주시길 바랍니다.” “니가 전따고 내가 전따 애인이지?” “무슨 소리에요! 선생님이 전따고 내가 전따 애인이지!” <미쓰 홍당무>에서 미숙의 담당과목은 원래 러시아어였다. 하지만 뭐든지 자신보다 잘나 보이는 양희에게 담당 과목도, 짝사랑 상대도 빼앗겨버린다. (이 점에서 여성과 여성이 대립하는 방식에 대해서 아쉽다는 평도 있지만, 나는 영화 속에서 여성과 여성이 대립하는 것은 여성의 연대와 그 이면의 전복을 얘기하는 장치라고 생각한다.) 얼굴이 빨개서 뭘 하든지 우스워보이고, 학생들에게 선생이 ‘전따’라고 불리며, 학생보다 영어를 못해서 아침마다 영어학원에 가야하는 미숙은 자신의 사랑도 지켜야하고 공연 연습도 해야하기 때문에 잠을 잘 시간도, 밥을 먹을 시간도 없다. 게다가 피부과는 미숙을 피해서 이사를 가 버린다. <비밀은 없다>의 연홍은 지역 감정이 심한 경상도에서 전라도가 고향인 걸 숨기며 살다 들통이 나서 ‘정말 전라도에요?’라는 질문까지 받는다. 전라도면 전라도지 ‘정말 전라도에요?’라는 질문은 굉장히 이질적으로 다가온다. 출생지, 외모와 같은 것들로 차별받는 주인공들은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과 자신이 가장 의지하는 남편의 세계에서 점차 소외된다. 이경미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스스로 여성주의에 한정되어 작품을 찍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영화 속 여성을 분리되고 약하고 소외된 존재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여기에 우리 사회의 단면이 보였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었다. 내가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것들, 사람들의 편견들을 넣고 싶었고, 그것과 싸워서 극복하고 이기는 인물을 그려내고 싶었다. ”라고 한 점에서 비추어 볼 때, 이경미 감독이 여성캐릭터를 새롭게 발견한 점, 기존 문법과 다른 새로운 화법을 구사하며 신선한 장치들로 영화를 구성했다는 점들은 이경미 감독이 영화를 빌어 세계에 하고 싶은 말이 배타적인 동시에 이타적인 세상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하고 짐작해보게 된다. ‘나여서, 내가 나여서 그랬던 거에요.’라며 자신을 한 없이 자조적으로 끌고 갔던 미숙이, ‘전따와 전따 애인’일지라도 우리는 너희와 수준이 다르다며 열심히 연습한 <고도를 기다리며>를 공연한다. 연홍은 민진의 가사를 해석하고, 미옥을 끌어안는다. 이윽고 어지럽게 나열되어있던 불규칙들이 한 곳에 모이고, 이들이 버티고 있던 세계는 전복된다. 미숙과 종희가 서로 등 지고 팔짱을 낀 채로, 번갈아가며 세계에서 발을 뗀는 것처럼, 한 발씩, 한 발씩.
레디 플레이어 원
아마도 < 레디 플레이어 원Ready player one >(2018)이 스티븐 스필버그를 대표할만한 걸작으로 기록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 죠스JAWS >(1975)처럼 기념비적인 흥행을 기록한 것도 아니고 < 미지와의 조우Close encounters of the third Kind >(1977)처럼 지속적으로 영감을 미칠 만한 명장면을 남기지도 못했다. < 쥬라기공원Jurassic park >(1993)처럼 CG를 활용한 리얼리티의 혁신을 가져오지도 않았고 < 에이.아이. A.I. >(2001)처럼 장중한 호흡과 묵직한 걸음으로 현실과 영화 사이 어두운 그림자를 응시하기 시작한 영화도 아니다. 그럼에도 나는 <레디 플레이어 원>이야말로 자연인 스필버그와 대중문화의 아이콘 스필버그를 잇는 가교 같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레디 플레이어 원>을 한 줄로 정리하자면 오타쿠 소년이 세 개의 시련을 통과해 온라인 세계를 구원한 후 오프라인 세계를 잇는 가교가 되어 균형을 되찾는다는 내용이다. 극장을 나서는 순간부터 이 영화는 스필버그의 과거, 현재, 미래를 압축 정리한 자서전이라고 생각했다. 스필버그는 인터뷰를 통해 “내 모든 영화들이 개인적인 것들이 녹아들긴 했지만, 나의 실제 삶을 거울처럼 반영하는 영화는 아직 만들지 않았고 앞으로도 만들지 않을 것이다”라고 했지만 소년 웨이드 와츠와 노인 제임스 할리데이는 분열된 자아라고 해도 좋을 만큼 스필버그의 과거와 현재를 대변한다. 전제(혹은 도망갈 길)를 하나 미리 깔아두겠다. 현재진행형인 감독의 행보를 결정된 감독론으로 정리하는 건 의미 없는, 아니 사실상 불가능한 작업인지라 단지 이해의 편의를 돕기 위한 보조기구 정도로나 써먹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누군가의 행적을 한 줄 서사로 정리하는 건 꽤 재미있는 작업이고, 한편으론 그렇게 해서라도 상대를 이해하고 싶은 마음도 이해한다. 할리우드 산업의 총아로 선택되었고 적극적인 탐험가를 거쳐 원숙미까지 더해가는 거장의 길이라면 더욱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다. 2000년 이후 스티븐 스필버그는 영민한 제작자와 할리우드 클래식 최후의 수호자라는 위상을 동시에 수행 중인 것처럼 보인다. 두 영역은 영원히 좁혀지지 않을 평행 우주나 마찬가지로 여겨졌는데 오직 스티븐 스필버그만이 홀로 인과의 법칙에서 자유로운 양 양쪽을 자유롭게 넘나들고 있다. 요컨대 할리우드에는 두 명의 스필버그가 존재한다. 그렇게 믿어져 왔다. 진짜 그럴까. 정말 두 명의 서로 다른 스필버그가 있는 것일까. 스필버그는 한쪽에선 블록버스터라는 용어를 탄생시킨 사람으로서 대중영화의 최전선에서 스펙터클이라는 마법을 휘두르고, 다른 한쪽은 할리우드 시네마 최후의 보루로서 원숙미 넘치는 성찰을 낮은 목소리로 설파하고 있는 중일까. 그는 후자를 바라면서도 상업적인 판단하에 이상을 누르고 대중이라는 모호한 속성과 종종 타협해왔던 것일까. 걸작과 범작, 킬링타임용 영화까지 손을 뻗친 스필버그의 필모그래피를 납득하기 위해 대신 변명 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70년대의 쇼크와 혁신, 80년대의 보편타당한 가족 드라마, 90년대의 어둠을 응시하는 성장기로 변화의 과정을 구획 짓고 연대기로 정돈하는 것도 가능하다. 어떤 식으로든 스필버그가 내놓은 다종다양한 영화들을 한 줄기로 꿰어 설명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그의 행보를 둘로 찢어놓아야만 한다. 말하자면 두 명의 스필버그를 필요로 한 건 관객이 아니라 평단의 입이다. 굳이 양립할 수 없는 우주 사이의 교차점을 탐색하는 것보단 그편이 훨씬 선명하고 손쉽다. <레디 플레이어 원>은 두 명의 스필버그로 분리해 접근해도 미적지근하다. 순수하게 엔터테인먼트를 강조한 프로젝트로 봤을 때 <레디 플레이어 원>의 심도는 미흡하다. 게임에 대한 영화 속 이해는 초보적인 수준이고 가상현실의 묘사 역시 익히 보아왔던 것에서 크게 달라지지 못했다. 원작인 소설 <레디 플레이어 원>을 사랑하는 독자들이 영화에 맞춰 변형된 몇몇 장면들에 대해 디지털, 게임 서사, 가상현실, 무엇보다 오타쿠 문화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 없는 묘사라며 불만을 토로한다면 온전히 변호할 수 없을 것이다. <레디 플레이어 원>의 세계관은 소위 말하는 ‘덕질’이 능력이 되는 은밀한 판타지를 기반으로 한다. 천재 게임 개발자 제임스 할리데이(마크 라일런스)는 가상현실게임 오아시스의 소유권을 걸고 세 가지 시련을 부여한다. 세 가지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선 영화의 대사까지 통째로 암기할 줄 아는 덕질이 필요하지만, 스필버그를 이를 ‘현실과 균형을 맞추는 일’로 타협하고 이른바 ‘착하고 상식적인’ 주인공에게 힘을 실어준다. 적당한 타협. 또는 숱한 영화에서 봐왔던 익숙한 결말. 게임을 무대로 하되 비디오 게임의 탄생 시기인 1980년대 대중문화를 원전으로 내세움으로써 이른바 상업 드라마적으로 보편타당한 해답을 내놓는 것이다. 오타쿠의 시선에서 보자면 이 영화가 건드리고 지나가는 이스터에그들은 한없이 가볍고 처음 본 사람도 납득 가능할 만큼 무난하다. 반대로 2000년 이후 스필버그의 묵직한 연출에 찬사를 보내던 이들의 입장에서 봐도 <레디 플레이어 원>의 난감한 영화다. <A.I>, < 우주전쟁War of the worlds >(2005), < 워 호스War horse >(2011), < 스파이 브릿지Bridge of spies >(2015)의 진지한 통찰은 간데없고 사물의 어둠을 응시하고 현실과 재현의 거리를 고민하던 얼룩들도 깔끔하게 지워져 있다. 미성숙한 아이의 신기한 장난감처럼 자신이 사랑한 대중문화를 유희와 오락의 관점에서 쌓아 올렸을 따름이다. 이 거창하고 어딘지 낡아 보이기까지 한 놀이기구는 관점에 따라선 거의 퇴행적인 영화처럼 보일 지경이다. 어떻게든 스필버그를 이해하고 싶은 이들은 엔터테인먼트를 목표로 80년대 대중문화에 대한 애정과 향수를 모은 오마주 정도로 납득할지도 모르겠다. <레디 플레이어 원>은 스필버그를 한 방향, 한 가지 길로 규정지을 때 양쪽 모두를 충족시키기 어려운 애매모호한 결과에 도달한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내가 <레디 플레이어 원>에 집착하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어정쩡한 면모 때문이다. 어정쩡함이란 단어가 이상하다면 달리 표현하겠다. 이건 분리된 세계 중 ‘하나를 선택하지 않겠다’는 적극적인 선택이다. 할리데이는 최후의 시련을 통과한 웨이드에게 오아시스의 주인이 될 수 있는 계약서를 준다. 실은 숨겨진 테스트였기에 계약서에 사인을 하지 않은 웨이드는 그제야 진짜 에그를 얻는다. 스필버그도 마찬가지다. 그는 항상 두 가지 길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아왔다. 예술과 상업, 영화와 현실, 리얼과 리얼리티. 스필버그의 개별영화들을 양 갈래 길로 분류하기 시작하면 그의 행보는 분열적으로 읽힐 수밖에 없다. 하지만 <레디 플레이어 원>을 보며 어쩌면 스필버그는 한 번도 무언가를 구분하는 선택을 하지 않았던 건 아닌가 하는, 새삼스런 생각이 들었다. 스필버그에게 영화란 무엇일까. 반드시 라고 하긴 어렵지만 ‘작가’로 칭송받는 감독들의 작업은 대개 연역적이다. 대다수 작가들에겐 세계와 영화과 관계 맺는 이상적인 형태가 있다. 무릇 작가라면 그 이상향에 도달하기 위해 끊임없이 영화를 두드리며 구도의 길을 걷는다. 반면 스필버그가 영화를 체험하고 구축해나간 방식은 철저히 귀납적이다. 그는 그때그때 자신이 흥미롭게 즐긴 대상을 영화적인 방식으로 소화시켜 표현의 영토를 넓혀 왔다. 스필버그는 탐욕스러운 모험자다. 재미, 호기심, 즐거움을 최우선에 두는 소년은 미지의 분야로부터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도전하는데 거리낌이 없다. 한때는 도전과 개척의 대상이었을 영화에 터를 잡은 뒤 스필버그는 모든 경험들을 영화라는 무대 위에 녹여내기 시작했다. < 슈가랜드 특급The sugarland express >(1974)을 연출했던 스필버그는 이른바 작가주의 영화들에 매료되어 그 시적 리듬을 자연스레 흡수했고, < 이티E.T. >(1982)에는 각종 특수효과의 상상력과 마술적인 표현을 마음껏 뽐냈다. <쥬라기 공원>(1993)에서는 컴퓨터 그래픽의 지각적 리얼리티를 영화 안에 끌어들였다. 그 결과 “디지털 시대는 어떤 장면도 더 이상 경이롭지 않게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고 그런 점에서 나 역시 유죄”라고 스스로 고백하면서도 새로운 표현방식과 전통적인(익숙한) 영화를 접목시키는데 망설임이 없었다. 스필버그의 극장에는 때로 할리우드 고전 영화들이 상영되고 때로는 스펙터클의 도배되었다가 어떨 땐 새로운 기술 시연의 장이 되기도 한다. <레디 플레이어 원>이 선택한 새로운 장난감은 가상현실 게임이다. <레디 플레이어 원>을 어정쩡한 범작에서 스필버그의 코어에 접속하는 중요한 열쇠로 승화시키는 대사가 있다. 할리데이는 최후의 관문을 통과한 웨이드를 어린 시절 자신의 방으로 초대한다. 8비트 게임기에 몰두했던 소년 할리데이는 현실에서의 소통이 얼마나 어려웠는지 안타까워하면서도 현실을 긍정한다. 그 끝에서 툭 던지는 한 마디 대사. “리얼리티 이즈 리얼.” 이 순간 현실과 가상현실게임으로 구분되고 가로막혀 있던 세계가 연결된다. 할리데이는 현실보다 게임이 더 편한 사람이었지만 그렇다고 게임을 현실로부터의 도피처로 삼은 건 아니다. 게임 속에서 쌓은 할리데이의 위대한 업적과 긴 시간들을 누가 가상, 가짜로 치부할 수 있을 것인가. 현실과 가상현실, 양쪽의 시간 모두를 긍정할 때 할리데이는 온전히 한 사람이 될 수 있다. 스필버그 역시 마찬가지다. 클래식 영화를 사랑하고 지키려는 고지식한 스필버그와 온갖 비영화적인 것(예컨대 CG, 3D, VR 등)들을 즐기고 기꺼이 영화의 세계로 초대하는 오타쿠 스필버그는 실상 분리되지 않는다. 오늘날 영화는 무엇일까. 매체가 섞이고 플랫폼이 분화되고 관객이 체험이 다종다양하게 분리되는 현재, 관객 각자의 영화적 체험이 존재한다. 전통적 영화의 개념, 바쟁이 찾아냈던 사진적 영상의 존재론이 희미해진 지금 영화는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가. 그려진 것과 찍힌 것, 달리 말하자면 애니메이션과 영화의 차이는 무엇인가. 컴퓨터 그래픽의 등장으로 찍는 영화와 그리는 영화의 구분이 모호해진 지금, 라이브 액션 시네마와 그래픽 시네마를 나누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가. 모든 의문의 근본에는 ‘필름, 실사, 시네마는 다르다’는 고집, 혹은 달라야 한다는 바람이 반영되어 있다. <레디 플레이어 원>은 이 딱딱한 고정관념에 스필버그식으로 화답한다. 어떤 신기한 기술이든 받아들이고 거리낌 없이 흉내를 내되 소통할 수 있도록 현재화하는, 오직 즐거움을 향한 모험담. <레디 플레이어 원>에는 세 가지 층위의이미지가 공존한다. 첫째는 웨이드가 속한 라이브 액션. 이는 필름의 질감과 할리우드 서사 영화의 관습을 흉내 낸다. 두 번째는 가상현실게임 오아시스의 플레이 이미지들. 이는 CG 애니메이션임을 일부러 선명히 드러내며 애니메이션이 축적해온 미학적 양식(이를테면 과장된 이미지와 애니메이션적 허용)을 기반으로 한다. 마지막은 최근 스필버그의 페르소나라 해도 좋은 마크 라이언스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재현한 제임스 할리데이다. 오아시스 속 캐릭터가 확연히 CG 애니메이션임을 드러내는 데 반해 할리데이의 비주얼은 필름을 극한까지 묘사한 최근 CG의 연장에 있다. 그려진 것이되 찍힌 것에 한없이 가까워지고자 하는 이미지. 여기서 다시 질문. <레디 플레이어 원>은 게임을 소재로 한 영화인가, 영화를 흉내 낸 게임인가. CG를 활용한 실사 영화인가, 실사를 흉내 낸 애니메이션인가. <레디 플레이어 원>이라는 결과물은 모든 개념을 포괄하고 경계를 허문 채 지금 여기 존재한다. 리얼리티 이즈 리얼. 사실적인 것(가상현실) 역시 사실(현실)의 일부라는 단순명료한 답. ‘영화적인 것’ 역시 영화의 일부라는 수용적 태도. 생각해보면 스필버그는 항상 그랬다. 스필버그를 대중과 예술이라는 평행선 위에 두고 찢어놓고 싶어 한 건 평자들의 욕망이었을 뿐, 그는 늘 대중문화의 여러 체험을 섞고 영화적인 것들로 소화한 뒤 쌓아 올려 우리의 ‘영화적’ 체험을 확장해왔다. 관객으로서 이 영화를 받아들이고 즐기는 건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우리가 두 눈으로 목격하고 있는 것은 영화라는 딱딱한 정전이나 개념이 아니라 숱한 대중문화를 통해 축적된 체험의 흔적들이기 때문이다. 할리데이와 헤어지기 전 웨이드는 묻는다. “아저씨는 진짜예요?” 할리데이는 답한다. “내 게임을 해줘서 고맙다.” 이 짧은 문답에 스필버그의 지난 영화 작업이 오롯이 담겨 있다. “내 영화를 봐줘서 고맙다”고 쑥스럽게 고백하는 스필버그에게 답하고 싶다. 이제 진짜인지 아닌지는 상관없다고. 앞으로도 당신의 영화와 함께 나이 들어갈 수 있어 다행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