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의 연금술사
- 감독
- 미즈시마 세이지
- 제작년도
- 2003
한국영화의 못다 한 이야기는 인물들이 살아가는 '도시 공간'에서 계속되기도 합니다. 조금의 시차는 있지만, 카메라가 남긴 이미지와 함께 그 이야기를 돌아봅니다. 본 기획에서는 여러 차례에 걸쳐 1950~70년대 한국영화에 나타난 당대 서울의 도시공간을 조명해왔다. 현대사의 질곡에 휘말린 가족이 겪는 비극의 무대로서(< 오발탄 >), 노동자들의 애환이 서린 공간으로서(< 도시로 간 처녀 >), 소외된 이들의 저항의 장(場)으로서(< 바보선언 >), 서울은 소시민의 삶을 표상하는 장치이자 말 없는 배우로서 충실히 기능했다. 이에 더해, 이번 논고에서는 ‘대도시’를 난생처음 접한 ‘아이들의 시선’에서 바라본 서울이 필름 속에 어떻게 담겼는지 살펴봄으로써, 표상으로서의 서울에 깊이를 더하고자 한다. 유현목 감독의 < 수학여행 >(1968)은 한 번도 서울 구경을 해 본 적이 없는 외딴섬 ‘선유도’의 국민학교 아이들의 눈에 당대의 서울이 어떻게 비추어졌는지를 총천연색으로 담아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가치를 지닌다. 이미 < 오발탄 >(1961)에서 비극의 무대로서 서울을 탁월하게 묘사한 바 있는 유현목 감독은, 본작에서 한층 더 대담한 시선으로 1968년 가을 서울 도심 곳곳을 포착했다. 총천연색으로 담긴 서울의 풍경은 앞서 본 기획에서 다룬 < 워커힐에서 만납시다 >(한형모, 1966)에서도 감상할 수 있지만, 본작은 그로부터 2년 뒤인 1968년의 시점이라는 점에서 급변하던 서울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더욱 귀중한 사료라 할 수 있다. 전라북도 군산시의 외딴섬 선유도 국민학생들은 1968년 10월 1일, 서울 출신 섬마을 선생님( 구봉서 )의 인솔 아래 서울로 수학여행을 떠난다. 기차에서는 신발을 벗어야 하는 줄로만 아는 순박한 아이들을 태운 기차는 한강철교(37분 34초경)를 건너 서울역에 닿는다. 드넓은 광장과 인파 속에서 처음 겪는 번잡함에 어쩔 줄 몰라 하는 아이들 뒤편으로, 현재 서울스퀘어(옛 대우빌딩) 자리에 있던 일제강점기 근대 건축물들이 잠시 모습을 드러낸다(38분 24초경). 3년 만에 재회한 선생님의 아내와 아들, 그리고 아이들이 다 함께 64번 버스(現 750A번 버스)에 오르려는 찰나, 한 학생의 벗겨진 신발을 주우려다 버스를 놓친 선생님은 서울역 앞 광활한 대로를 질주하기 시작한다. 놀랍게도 카메라는 높은 부감(俯瞰) 시점에서, 종횡무진하는 자동차 사이를 달려 나가는 선생님의 모습을 담아낸다. 지금의 시선으로는 위험천만한 시퀀스이지만, 이 과감한 촬영 덕분에 우리는 전후 도시 복구의 상징과도 같은 관문빌딩(1960년 준공)과 형형색색의 택시, 버스가 어우러진 1968년 서울역 앞 풍경을 생생하게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서울역 전경 (37:56) 서울역 일제강점기 근대 건축물 (38:24) 서울역 앞 버스와 택시, 그리고 관문빌딩 (40:58) 아이들을 태운 버스는 건군 20주년 국군의 날 기념 현수막이 걸린 남대문과 그랜드호텔(1959년 준공, 現 흥국생명 빌딩) 앞을 지난다(41분 38초~41분 50초경). 이 시퀀스에서 카메라는 버스 내부에서 차창 너머를 바라보는 시점을 유지함으로써, 관객이 아이들과 같은 시선으로 서울의 경관을 체험하는 듯한 감각을 선사한다. 촬영 시점으로부터 불과 두 달 뒤 폐지될 서울전차를 목격한 한 아이가 “저거 전차 아녀?”라고 외치는 장면은, 후술할 후반부와 절묘하게 맞물리며 시시각각 변화하던 서울의 단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건군 20주년 국군의 날 기념 현수막이 걸린 남대문 (41:38) 서울전차와 그랜드호텔 (41:50) 이튿날, 서울 도심을 활보하는 아이들과 선생님을 카메라는 과감하게 뒤쫓는다. 흥미롭게도 이 작품보다 2년 먼저 공개된 < 워커힐에서 만납시다 >에 삽입된 것과 유사한 ‘보행자의 시선에서 서울상업은행 본사를 올려다보는 씬’이 등장한다(51분경). 한국은행 본점 옆에서 당시로서는 거대한 위용을 자랑했을 13층 빌딩을 올려다보는 장면이, 일종의 ‘대도회지’의 표상으로서 당시 대중의 뇌리에 각인되었던 것은 아닌지 짐작하게 한다. 다음 시퀀스에서 카메라는 서소문 옛 대한항공 본사 사옥(51분 15초경) 옆 육교에서 명동 방향을 굽어보는 아이들의 시선을 포착하는데, 이때 ‘삼환기업’과 ‘현대건설’ 여덟 글자가 새겨진 타워크레인이 줌인되며 프레임을 가득 메운다. 감독의 의도를 전부 알 길은 없으나, 이 공사 현장은 바로 조선호텔(1970년 준공) 부지이며, 프레임에 담긴 타워크레인은 우리나라 공사 현장에 최초로 도입되어 당대 일간지에 기사화될 정도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었다. 당대 최대 규모의 특급호텔의 공사 현장이자, 신식 문물의 상징과도 같은 타워크레인을 포착하여 ‘대도회지’의 역동성을 드러내려 한 감독의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아이들과 선생님이 올려다본 서울상업은행 (51:00) 서소문 육교와 옛 대한항공 본사 사옥 (51:15) 조선호텔 부지에 놓인 채 줌인된 타워크레인 (51:29) 이후 수학여행단은 당시 구로공단에서 개최된 우리나라 최초의 국제무역박람회(1시간 7분 33초 이후)를 방문한다. 덕분에 럭키(現 LG), 포드-현대자동차, 신진자동차(現 GM코리아) 등 국내 대기업들의 파빌리온이 총천연색의 영상으로 기록되어, 우리나라 산업 및 무역의 역사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는 더없는 흥미를 선사한다. 곳곳에서 국내 대기업 명칭이 포착되는 국제무역박람회 현장 (1:07:00~) 영화 후반부, 마침내 서울전차를 타게 된 섬마을 아이들은 운전수와 이야기를 나눈다. 여기서 운전수는 “전차는 새로운 문명인 자동차에 밀려 나가게 되었다(1시간 25분 38초경)”라며 안타까움이 묻어나는 대사를 전한다. 나아가 그는 “이 늙은이는 이 낡은 전차를 떠나지만, 너희는 앞으로 부지런히 새것을 쫓아가야 한다”라고 당부하는데, 이는 초반부 “저거 전차 아녀?”라며 놀라워하던 아이들의 모습과 아름다운 수미상관을 이룬다. 이 시퀀스의 촬영 장소는 당시 동대문에 있던 서울전차 차고로 추정된다. 영화가 1968년 9월 이후 촬영되었고 서울전차가 같은 해 11월 30일에 폐지되었음을 고려하면, 이는 서울전차 차고의 마지막 모습을 컬러로 담아낸 귀중한 영상 기록으로 평가할 수 있다. 서울전차를 타고 오는 아이들과 운전수 <수학여행>의 플롯은 ‘섬마을 아이들의 인생 첫 서울 여행’과 ‘섬마을 선생님의 화목한 가정 회복기’로 요약될 정도로 실은 상당히 단순한 편이다. 그러나 오히려 이러한 단순한 서사 구조 덕분에, 배경으로 등장하는 1968년 서울의 풍경이 극의 전개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었다. 그 결과 57년이 흐른 지금, 이 영화는 ‘그때 그 서울’을 돌아볼 수 있는 귀중한 사료로서의 가치 또한 지니게 되었다. 한국고전영화 속 도시공간을 들여다보는 이러한 시도가 꾸준히 축적된다면, 표상으로서의 1950~80년대 서울에 대한 통시적 고찰 또한 가능해질 것이라 기대해 본다. 김영준(도쿄대학 특임연구원) ㅣ일본 도쿄대학에서 일제강점기 서울의 도시계획사로 박사학위 취득 후, 연구원으로 일하며 ' 서울의 현대를 찾아서 '라는 필명으로 도시 경관을 기록해오고 있다. 영화의 또 다른 '등장인물'이라 할 수 있는 배경 속 도시 공간을 읽어내는 법을 계속해서 탐구한다. 『영화와 서울: 영화로 보는 도시 공간』(2022), 『새시각 #01 : 대전엑스포'93』(2021) 집필(공저).
천만 관객을 돌파한 < 변호인 >(2013)을 시작으로 < 강철비 >(2017)와 < 강철비2; 정상회담 >(이하 <강철비2>, 2020)로 이어지는 양우석 감독의 작품들을 접하면서 느끼는 점은 이른바 ‘대중영화’라는 이름의 덕목이다. 그는 흔치 않게 선명한 장르에 기대기보다 무엇보다 우리의 ‘현실’, 그중에서도 ‘정치’라는 영역으로부터 소재를 끌어올리는데, 세 작품 모두 직접 시나리오를 쓰기도 했다. 물론 우민호 감독의 < 내부자들 >(2015) 이후 한재림 감독의 < 더 킹 >(2017)을 거쳐 ‘검사’가 주된 캐릭터로 등장하는, 굳이 표현을 갖다 붙이자면 ‘정치 스릴러’ 영화들이 한때 적잖이 붐을 이루긴 했으나, 그의 영화들은 이들과도 궤를 달리 한다. 특히 <강철비> 시리즈는 < 공동경비구역 JSA >(2000) 이후 < 웰컴 투 동막골 > < 의형제 > < 간첩 > < 용의자 > < 베를린 > < 공조 > 등으로 역시 붐을 이뤘던 ‘인간적인 얼굴을 한 북한 사람’이 등장하는 남북 소재 영화들의 연장선에 있는 것처럼 보이나, 그런 캐릭터보다 남북 관계라는 역학 관계에 더 치중한다는 점에서 마찬가지로 궤를 달리 한다. 그런 점에서 악착같이 자기만의 길을 걸으려 노력하며 동시대 대중영화가 쉽게 품기 힘든 스토리텔링으로 향한다는 뚝심의 감독이라고나 할까. <강철비>가 쿠데타 발생으로 치명상을 입은 북한 1호(김정은으로 예상되지만 실명을 쓰지는 않는다)가 남한으로 오게 된다는 가정에서 출발했다면, <강철비2>는 2021년을 배경으로 남북미 세 지도자를 한 곳에 모은다. 북미 평화협정 체결을 위해 대한민국 대통령( 정우성 ), 북한의 최고지도자인 위원장( 유연석 )과 미국 대통령(앵거스 맥페이든)간의 남북미 정상회담이 북한 원산에서 열린다. 북미 사이에서 좀처럼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핵무기 포기와 평화체제 수립에 반발하는 친중 성향의 북한 호위총국장( 곽도원 )의 쿠데타가 발생하고, 납치된 세 정상은 북한 핵잠수함에 인질로 갇힌다. 그렇게 좁은 함장실 안에서 예기치 못한 진정한 정상회담이 벌어지게 된다. <강철비>의 전략과 마찬가지로 <강철비2>도 가정법의 상상력으로 밀어붙인다. 흥미로운 지점은 영화 속 사건의 발생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강철비>가 보다 현실적이지만 낯설었던 반면, <강철비2>는 오히려 비현실적이지만 왠지 낯설지는 않다는 것이다. 그것은 아무래도 벌어진 사건과 무관하게 영화 속 남북미 세 지도자가 현실의 그 세 지도자를 직접적으로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빨간 넥타이의 미국 대통령은 누가 봐도 트럼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하고(식성부터 성격까지 구구절절 유사점을 찾는 것 자체가 피곤할 정도로 싱크로율이 높다), 외모는 상당히 다르지만 북한 위원장 또한 김정은으로 연결짓는 것이 적절하며, 하늘색 넥타이의 대한민국 대통령도 외모나 연령대는 다르지만 ‘빨갱이 북에 가서 돌아오지마라’라는 글이 청와대 게시판에 올라왔다는 설정만 봐도 대략 속한 정당과 투영된 인물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게다가 지금의 우리 관객은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먼저 만나고,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만난 뒤인 2019년 6월 30일,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북측으로 넘어가 기념촬영을 마치고 다시 남측으로 내려와 문재인 대통령과 3국 정상이 얼굴을 맞대는 모습을 연출한 것을 기억하고 있다. 그처럼 <강철비2>의 픽션은 현실의 논픽션과 어우러져 힘을 발휘한다. 북한의 내부 붕괴라는 시나리오가 1편과 2편을 모두 관통하고 있다면, 2편에서는 미국까지 끌어들여 현실의 트럼프 대통령이 최초로 북측 땅을 밟은 것처럼 ‘(또 하나의) 최초로 해외에서 죽은 미국 대통령을 얻을지도 모른다’는 상상력이 끼여든다. 그것이 오히려 소속 정당에 대한 이미지 개선과 동정론에 힘을 실어줄 것이란 얘기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을 황당하게 느끼는 관객이라면 ‘만화적 상상력’이란 표현을 떠올리게 되겠지만, <강철비2>는 통역가나 비서관도 없이 남북미 세 정상이 강제적으로 한 방에 갇혀 동고동락하는 설정을 밀어붙이는 모양새가 꽤 쓸모 있는 풍자란 생각이 들게 한다. 방귀를 뀐 누군가를 질타하고, 실내 흡연 문제로 다투는 모습을 보자면 그야말로 ‘애들 싸움’이나 다름없다. 이제껏 보아온 근엄한 ‘정상회담’이란 온데 간데 없다. 사실 그 빈자리를 채운 것은 보통의 북한 병사들이다. 순수하게 ‘공화국 영웅’을 꿈꾸며 마음 한구석에서 평화를 향한 열망이 있는 그들은 폭주하는 호위총국장에 대한 반감으로 가득 차 있다. 어쩌면 이 팽팽한 밀실 스릴러가 보여주는 미덕의 대부분은 바로 거기 있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인간적인 얼굴을 한 북한 사람’이 등장하는 남북 소재 영화는 많았으되, 그 영화들의 북한 사람은 하나같이 대한민국 주인공의 시선에서 관찰당하는 북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강철비2>는 <강철비>의 최정예요원 엄철우(정우성)보다 더 그 북한 사람들의 시점을 담아낸다. 북한 잠수함에서 벌어지는 일이기에 어쩌면 처음으로 북한 그 자체를 공간적 배경으로 삼았다고 해도, 혹은 북한에 가서 로케이션 촬영을 한 영화라고 적당히 거짓말을 보태도 크게 틀린 얘기는 아니다. 이제껏 보아온 남북 소재 영화들처럼 대한민국으로 온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거기 사는 그들의 이야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가장 인상적인 지점은 영화 속에서 북한 사람들이 얘기할 때 그 자막을 넣어준 것이었는데, 그것을 이른바 ‘서울 표준말’로 자막을 넣지 않고 그냥 ‘북한말’을 소리 나는 그대로 썼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다소 어색했으나, 가령 한국영화에서 제주도 사투리 장면이 나올 때 서울 표준말 자막을 쓰는 것처럼, 북한영화에서 북한 타 지역 사투리 장면에서 평양 표준말 자막을 쓰는 것이라도 봐도 될 것이다. 그래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남과 북의 영화가 서로의 영화관에서 자유롭게 동시 개봉을 하게 될 때, 평양 사람들이 <강철비2>를 보게 되면 어떤 마음이 들까.
2002년 | 시네마서비스 감독, 제작 : 강우석 | 원안: 구본한 | 각본: 김현정 정윤섭 백승재 채윤석 | 촬영: 김성복 | 미술: 오상만 최병근 | 음악: 조영욱 이우준 | 무술감독: 정두홍 CAST 강철중: 설경구 | 조규환: 이성재 | 엄 반장: 강신일 | 김 형사: 김정학 | 안수: 이문식 | 대길: 성지루 | 용만: 유해진 여름에 크랭크인 한 < 공공의 적 >은 가을에 서서히 촬영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 ‘한강 둔치 대결’ 신이 공개되었습니다. 여름에 공개한 장면이, 영화의 도입부로서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면, 가을 공개 장면은 에너제틱한 액션의 폭발이었죠. 폐륜적 살인마이자 사이코패스인 조규환(이성재)을 강철중(설경구)은 불러냅니다. 그리고 두 사람 사이의 육탄전이 벌어지죠. 악당에 대한 경찰 강철중의 개인적 응징인 셈인데요, 그런 만큼 액션의 강도는 상당합니다. 격렬한 주먹다짐이었던 만큼 합을 맞추는 것이 중요했는데요, 자칫하면 실제 가격이 일어나고, 너무 몸을 사리면 가짜 티가 나는, 미묘한 대목이었죠. 좀 더 실감 나는 액션을 위해 여러 차례 반복 촬영이 이뤄졌는데요, 테이크를 많이 가지 않는 거로 유명한 강우석 감독이지만, 열 테이크 이상 가기도 했습니다. 이럴 때 가장 속이 타는 사람은 무술감독이겠죠. 매트로 쓰러지는 이성재 옆에 정두홍 무술감독이 보입니다. 촬영이 이뤄진 곳은 한강 둔치, 더 자세히 이야기하면 한강대교 밑의 중지도입니다. 심야의 다리 밑 결투라는 컨셉트는 매우 장르적인 설정이죠. 설경구는 이성재가 맡은 캐릭터 조규환에 대해 “우리나라 영화 역사상 최고의 악역”이라며, “개인적으로는 사형 제도를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조규환은 정말 사형감”이라고 말했습니다. 설경구와 이성재, 두 사람은 친한 형 동생 사이이자 7년지기인데요, 설경구는 이성재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징그럽게 현장에 일찍 온다. 조명차보다 일찍 오고, 내가 늦지도 않았는데 전화해서 빨리 오라고 다그친다.” 그 정도로 일에 철저하다는 이야기겠죠. “경구야, 더 세게 쳐라. 성재 얼굴만 맞지 않게!” 강우석 감독의 연기 주문입니다. < 신라의 달밤 >( 김상진 , 2001)처럼 조폭 역할을 맡아도 부드러운 이미지를 유지했던 이성재에게 <공공의 적>은 확실한 변신의 계기였습니다. 그가 맡은 조규환은 이렇다 할 모티브가 없이 살인을 저지르는 사이코패스였는데, 이성재는 오히려 이 캐릭터가 편했다고 하네요. “악한 행위도 당위성이 있어야 관객의 공감을 자아내는데 조규환은 그럴 ‘건덕지’가 없는 인물이기 때문”이었죠. “그전에 했던 역할들이 3원색을 골고루 섞은 캐릭터였다면 조규환은 3원색 중 하나만 확실하게 보여주면 되는 인물”이라고 캐릭터에 대해 설명합니다. 첫 영화 < 미술관 옆 동물원 >( 이정향 , 1998)부터 < 자귀모 >( 이광훈 , 1999) < 주유소 습격사건 >(김상진. 1999) < 하루 >( 한지승 , 2000) < 플란다스의 개 >( 봉준호 , 2000) 그리고 <신라의 달밤>까지, 이성재는 강우석 감독이 이끄는 시네마서비스 영화에만 출연했습니다. 강우석 감독에겐 효자 노릇 톡톡히 하는 아들 같은 존재였죠. 그가 이성재에게 조규환이라는 극악한 캐릭터를 맡긴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이성재의 얼굴엔 사악한 구석이 있다.” “계획 없이 살고, 머리보다 주먹이 앞서며, 책임감 없고, 단순한 놈.” 강철중라는 캐릭터에 대한 설경구의 명쾌한 설명입니다. 이미지 디지털화 지원 NA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