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민 통합검색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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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정보
김명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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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어 아너 (2024),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 (2019), 물괴 (2017),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 (2017), 하루 (2017), 브이아이피 (2016), 판도라 (2015),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 (2015), 대배우 (2015),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 (2014), 간첩 (2012), 연가시 (2012), 페이스 메이커 (2011),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 (2011), 파괴된 사나이 (2010), 내 사랑 내 곁에 (2009), 김명민은 거기 없었다 (2009), 베토벤 바이러스 (2008), 리턴 (2007), 무방비도시 (2007), 스턴트맨 (2004), 불멸의 이순신 (2004), 거울속으로 (2003), 소름 (2001)
수집자료
MBC 김명민은 거기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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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대중문화 제9강 : 신화적 상징과 혼성의 모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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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 내 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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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민'을 비우고 '마라토너'를 채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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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2]안방스타 김명민, 은막스타는 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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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의 '구도자'…이번엔 마라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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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4호, 고아, 사라진 애, 시체... 이제 마지막 남은 얘기 하나
2000년대 초반 한국을 포함한 세계 영화계에서 10대 난도질 영화가 호러 장르의 트렌드 세터 역할을 하는 동안, 다른 한편에서는 하얀 소복에 검은 머리를 늘어뜨리고 느린 속도로 기어오는 아시아 산(産) 처녀 귀신 스토리가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즈음 한국에서는 이런 유행 경향을 의식하지 않는,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공포영화가 등장했다. 윤종찬 감독의 장편영화 데뷔작 < 소름 >(2001)은 영적인 요소와 잊히지 않는 서프라이즈의 순간들을 가지고 있었지만 외로움과 비극적인 과거로 고군분투하는 인간의 불안을 성찰하는 공포영화였다. 이 영화는 낡은 아파트 주민들을 둘러싼 잔인한 고통과 불행을 다루면서 한국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를 쟁점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장소에 깃든 역사, 공포의 기원으로서 공간의 의미 맥락을 환기하는 신실한 드라마였다. <소름>은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어두운 심연에 대한 음울한 이야기이다. 그 자신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무시무시한 연기를 보여준 김명민이 서사의 주동 인물인 택시 운전사 용현을 연기한다. 용현은 돈을 아끼고 직주근접을 실현하기 위해 허물어지기 직전의 낡은 아파트로 이사한다. 겨울의 초입쯤으로 짐작되는 어느 날, 이 을씨년스러운 아파트에 당도하자마자 그는 자신이 빌려 사는 504호에 깃든 비극적인 스토리에 대해 알게 된다. 전 세입자가 의문의 화재로 사망했을 뿐만 아니라 30년 전에도 같은 방에서 한 여성이 살해당했고 그때도 화재가 발생했다는 것. 아파트의 내력을 소상하게 알려준 이는 미스터리 소설을 집필 중인 505호 소설가 이 씨(기주봉)이다. 용현은 편의점 점원으로 만난 선영(장진영)이 아래층에 사는 동네 주민이라는 사실도 알게 된다. 어느 날 밤, 퇴근길에 선영을 태워다 준 뒤 도박 중독에 걸린 남편에게 그녀가 학대당하는 소리를 듣는다. 이후 피투성이가 된 선영은 남편이 죽었다는 소식을 전하고 용현은 남편의 시체처리를 도와준다. 내밀한 비밀을 공유한 두 사람은 가까워 지지만 과거의 무게가 그들을 짓누르고 아파트 곳곳엔 불길한 기운이 감돌면서 30년 전의 미스터리가 새롭게 조명된다. 유령의 집은 수많은 호러 영화들에서 단골 무대를 제공하는 세팅이다. <소름>은 가장 많은 한국인들이 거주하는 집인 아파트를 미스터리와 악몽의 공간으로 형상화한다. 한국에서 아파트는 부(富)와 편의, 효율, 안전, 청결 따위의 현대적 가치를 상징하는 공간으로, 거주를 목적으로 한 ‘집’이기에 앞서 근대화의 표상이다. 경제성장의 물질적, 이데올로기적 기제로서 아파트 단지는 빠르게 성장해 온 이 국가의 발전을 상징해 왔다. 아파트 시세의 등락이 선거의 결과를 좌우한다는 말이 정설로 받아들여질 만큼 아파트는 한국인들의 물질적, 정신적 삶을 지배해왔다. 1960년대부터 시작된 서울의 아파트 개발은 도시 계획의 핵심을 관통하였고 경제성장의 양적, 질적 성과를 보여주는 국가의 전략 사업으로 추진되었다. <소름>의 무대가 되는 미금아파트 장면들은 1969년 준공되었으나 지금은 역사적 기념비 또는 폐허가 되어버린 서울시 서대문구에 소재한 금화시민아파트에서 촬영하였다. 중산층의 신화와 대조적으로 <소름>의 아파트가 소외된 방외자들이 사는 낡고 퇴락한 거주 공간으로 형상화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용현과 이 씨의 첫 번째 대화 장면에서 이 씨는 이 아파트가 곧 재개발에 들어갈 것이라고 알려주는데, 이 씨는 미금아파트의 역사에 기초한 허구의 이야기를 창작하고 있으며 그의 소설에 중심이 되는 것은 용현이 사는 504호이다. <소름>은 모더니티의 표상으로서 아파트를 공포의 기원으로 재설정하려는 프로젝트였다. 이상의 아이디어와 관련하여 가장 먼저 다가서는 장면이 있다. 용현이 미금아파트에 도착하는 시간으로 열리는 오프닝은 정교한 카메라 프레이밍과 강렬한 콘트라스트로 설정의 기능을 성공적으로 수행한다. 용현의 뒤통수를 잡은 바스트 쇼트로 시작하는 도입은 일군의 아이들이 프레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달려가는 방향과 속도를 따라 고개를 돌리면서 초코바를 물어뜯는 용현의 기이한 제스쳐를 보여준 뒤 먼 거리에서 촬영한 미금아파트의 쇼트로 이행한다. 근경과 원경을 왕래하는 인상적인 편집은 낡은 아파트 건물을 비추는 햇살, 기우뚱하게 선 아파트에 짓눌린 용현의 왜소함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 쇼트의 프레이밍과 구도는 이어지는 쇼트에서 컴컴한 아파트 계단을 힘겹게 오르는 용현의 뒷모습과 극단적으로 대조를 이룬다. 다음 쇼트에서 자신이 머물 504호가 있는 층의 복도에 다다른 용현은 어둡고 긴 복도의 끄트머리에 있다. 용현이 끌고 다니는 기묘한 가방을 강조하던 카메라는 서사의 비밀에 대한 힌트를 주는 사물(천장에 매달린 3구 조명)에 오래 머무른다. 외부에서 내부로, 밝음에서 어둠으로, 평평함에서 깊이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쇼트의 구성과 편집은 서사의 초입에서 관객들이 낯선 공간과 인물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완벽한 설정이다. 시종일관 으스스한 아파트 건물은 의식을 가진 존재처럼 묘사되는데, 복도의 조명이 켜졌다 꺼지면서 가쁜 숨소리가 들리고, 창문은 분노한 얼굴처럼 기묘한 패턴을 형성한다. 인격화된 아파트는 소외된 캐릭터들과 교감한다. 인물의 배후 스토리를 둘러싼 미스터리가 제자리를 찾은 후에도 용현은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예측불허의 느낌을 준다. 조용한 방에서 그가 이소룡 흉내를 내거나, 거울을 보며 의문의 상처를 살필 때 또는 아파트 복도의 심연 같은 어둠을 응시할 때에도 신경세포를 긁는 것같은 느낌이 전달된다. 헤어스타일부터 줄담배에 이르는 모든 것이 수년간의 학대 끝에 형성된 냉담한 사고방식의 결과인 것으로 추정되는 선영의 언행도 한 맥락 안에 있다. <소름>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공포를 일종의 연쇄적인 사건들의 네트워크로 제시한다는 점이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기능 장애가 있거나 가난하거나 여러 가지 이유로 운이 좋지 않지만 모두 연결되어 있다. 저들은 세대를 이어가는 끝없는 공포의 순환에 갇혀 있다. 여기엔 오랜 시간 최고의 선으로 추구되었던, 개발 이데올로기가 초래한 비극의 연쇄고리가 놓여 있다. 인생에서 겪은 불행의 이유에 대해 생각하는 인물들에게 공포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의 한 측면처럼 느껴진다. 세밀하게 디자인된 악몽 같은 설정, 귀기 서린 음악, 놀라서 뛰어오르게 만드는 설정(jump scare)이 등장하는 살인 스토리 등 고전적인 공포영화의 요소도 있지만, <소름>은 공포라기보다는 미스터리 드라마에 더 가깝다. 504호의 비밀, 몰살된 가족, 과거의 귀환은 이 공간의 억압적인 분위기에 녹아있으며 장소의 인격화는 모든 장면에 스며들어 아파트가 하나의 캐릭터로 느껴질 정도로 팽창한다. 어두운 복도와 벗겨진 페인트, 철골을 드러낸 건물의 표면, 눅눅한 계단, 휘갈겨진 낙서 따위를 시각화하는 장면들에서 아파트는 괴물과 살인자, 유령을 대신한다. 스토리는 매우 느리게 진행되고, 느린 템포는 불안감을 증폭하며, 프레임 안에서 발생하는 사건만큼이나 지나가는 말과 그에 대한 반응이 극의 진행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피가 끓고, 머리카락이 솟고, 오싹한 장면들로 압도하는, 뉘앙스에 기초한 공포지만 아파트 주민의 삶에 깊이 빠져들게 하여 그들의 소용돌이치는 운명에 유대감을 형성하는 윤종찬의 연출은 점진적으로 감정의 온도를 비등점으로 향하게 한다. 무엇이 한국의 공포영화를 한국적인 것으로 만드는가? 모더니티의 유령들, 근대의 뒤안길에 대한 회고적 성찰, 변화하는 젠더 정치학이 멜로드라마적인 과잉의 수사와 연계되어 어두운 과거를 불러내는 플래시백 구조 따위를 거론할 수 있다. 장르의 스테레오타입에 부정의 자세로 선 <소름>은 여러 등장인물의 절망적인 삶에 깊이 관여하는 어둡고 실존주의적인 작품이다. 복수심에 불타는 유령 소녀가 눈에 머리카락을 달고 관절을 꺾어대는 호러 영화와는 완전히 차별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으며, 한국적 맥락에서 아파트라는 공간의 사회학적 함의와 공명하면서 절망에 빠진 사람들이 자신의 안전을 추구하기 위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암울하게 묘사한다. 무엇보다 비극의 원인을 초자연적인 공포의 탓으로 돌리지 않고 역사적이고 현실적인 맥락 안에서 찾는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가볍지 않다. 괴담의 꼴을 한 이야기지만 1995년 6월 29일 발발하여 사망 502명, 5명 실종, 부상 937명의 참사로 기록된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로 아내를 잃은 윤종찬 감독에게는 지극히 현실적인 프로젝트였다는 생각이 든다. (관련글) 1. 2000년 1월 1일 0시, 거꾸로 가는 기차 - <박하사탕>(1999), 2021.04.16. 2. 넥타이로 총을 겨누었을 때 - <올드보이>(2003), 2021.05.14. 3. 요리사는 어디로 가는가? - <오!수정>(2000), 2021.06.04. 4. 고반장은 이렇게 말했다 - <논픽션 다이어리>(2013), 2021.07.09. 5. 머리를 자르고 새 옷을 입는다고 해서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 <무산일기>(2010), 2021.08.10. 6. 엄마의 침통은 죄를 기억한다 - <마더>(2009), 2021.09.03. 7. 수인동성동형론(獸人同性同形論)에 따르면 -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2003), 2021.10.15. 8. 유능한 이야기꾼은 진실이 거기 없다는 것을 잊도록 하는 이야기를 지어낸다 - <버닝>(2018), 2021.11.12. 9. 죽음의 한 연구(硏究) - <파산의 기술>(2006), 2021.12.10. 10. 사마귀가 사마귀를 먹다 - <춘천, 춘천>(2016), 2022.01.07. 11. 다시 태어난다면 다시 사랑한다면 그때는 우리 이러지 말아요 - <극장전>(2005), 2022.03.08. 12. 철없는 엄마와 파란만장한 남자들, 그리고 엔카 가수 - <그때 그사람들>(2004), 2022.04.06. 13. 도무지 집중이 안 되는 이야기 - <형사 Duelist>(2005), 2022.05.24. 14. 철의 신이 수장(水葬)시킨 고래의 추억 - <철의 꿈>(2013), 2022.06.16. 15. 골목길을 저절로 움직이는 자전거 - <풍경>(2013), 2022.07.14. 16. 일자로 아뢰리다 - <춘향뎐>(2000), 2022.08.11. 17. 연결연결, 믿음의 벨트 - <기생충>(2019), 2022.09.08. 18. 아마도 악마가 - <곡성>(2016), 2022.10.20. 19. 말도 안돼 기분 나쁜 그 제목은 나쁜 영화 - <나쁜 영화>(1997), 2022.11.25. 20. 황야의 울부짖는 개 - <복수는 나의 것>(2002), 2022.12.14. 21. 숟가락을 구부리는 것은 의미가 없어 보일 수 있죠. 하지만 그러한 힘을 가지고 이 세계에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게 중요한 겁니다 - <88/18>(2018), 2023.01.04. 22. 완전하고, 만족스러운 진실은 없다 - <파수꾼>(2010), 2023.03.03. 23. 이미지의 확실성과 증거력에 대한 회의 - <김군>(2018), 2023.04.05. 24. 범죄의 요소 - <괴물>(2006), 2023.05.17. 25. 투명인간이 되는 법 - <빈집>(2004), 2023.07.05. 26. 어차피 우리는 유령이 될 거예요 - <후쿠오카>(2019), 2023.08.30. 27. 생라면, 참치 통조림, 라이터, 휴지, 그리고 사시미칼 - <넘버3>(1997), 2023.10.05. 28. 풍등(風燈)은 날아가고 - <해피엔드>(1999), 2023.10.18. 29. 504호, 고아, 사라진 애, 시체... 이제 마지막 남은 얘기 하나 - <소름>(2001), 2023.11.06. 30. 열여덟, 바람의 색깔 - <회오리 바람>(2009), 2023.11.20. 31. 가면고(假面考) - <반칙왕>(2000), 2023.12.11. 32. 문은 두 방향으로 나 있다 - <두 개의 문>(2012), 2023.12.28. 33. 지옥의 복도 - <아수라>(2016), 2024.01.08. 34. 삼(3)의 몰락 - <성적표의 김민영>(2021), 2024.02.05.
[한국영화걸작선]소름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사건′의 기억은 어떻게 해서든지 타자. 즉, ′사건′의 외부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나누어 갖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사람들에게 그 기억이 공유되지 않으면 ′사건′은 없던 일로 되어버리고 만다. (…) ′사건′의 기억이 타자에게 공유되어야 한다면, 그것은 어떻게 해서든지 이야기되지 않으면 안 된다.” - 『기억 서사』 중에서, 오카 마리 - 1990년대 이후 한국 공포 영화의 출발은 1998년 개봉한 < 여고괴담 >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개봉 당시 전국 200만 관객을 동원한 이 영화의 흥행으로 충무로에도 본격적인 ‘젊은’ 공포 영화들이 제작되었다. < 자귀모 >(1999) < 링 >(1999) <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 >(1999) < 해변으로 가다 >(2000) < 찍히면 죽는다 >(2000) < 가위 >(2000) < 세이 예스 >(2001) 등의 공포 영화들은 1999년부터 2001년 사이에 제작된 공포 영화들 중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 공포 영화의 르네상스라고 불러도 좋을 이 시기를 지나 2003년에는 < 장화, 홍련 >이 역대 공포 영화 중 최고 흥행을 기록하고, 그해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에 공포영화 < 아카시아 >가 선정되면서 그 부흥기는 정점을 찍었다. 그 이후 2000년대 중반부터 그 흐름은 다소 주춤해졌지만 여전히 관객의 사랑을 받는 공포 영화들은 종종 제작되어 < 알포인트 >(2004) < 기담 >(2007) < 고死: 피의 중간고사 >(2008) 등의 작품이 흥행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런 한국 공포 영화의 계보에서 이상하게 대중에게 잊힌 작품이 있다. 바로 윤종찬 감독이 2001년에 만든 < 소름 >이다. < 소름 >이 대중들의 기억에서 사라진 것은 비단 이 영화가 흥행에 실패했기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소름>으로 데뷔한 윤종찬 감독은 이후에도 (공포 영화와는 전혀 관련 없는) < 청연 >(2005)과 < 나는 행복합니다 >(2008) < 파파로티 >(2012) 등의 영화를 만들어서 커리어를 이어온 대중 영화감독이며, <소름>의 주인공을 맡은 두 배우. 장진영 과 김명민 은 누구나 다 아는 배우들임에 틀림없다. 거기다 이 영화는 2014년 한국영상자료원이 선정한 한국 영화 100선에도 선정이 되었는데, 신기한 것은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이나, 이 영화로 영화 데뷔를 한 배우 김명민이나 혹은 어떤 평론가도 이 영화가 마치 사라진 것처럼 이 영화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이 영화는 2001년에 만들어졌고 그런 의미에서 대중과 평단의 기억에서 사라진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소름>을 다시 본 후에 나는 이 영화가 잊힌 것이 이 영화의 불길한 느낌과 교묘하게 맞닿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왜 이 영화는 만든 사람과 보는 사람들에게 회자되지 못하는 것일까? 나는 그것이 묘하게 이 영화가 공포를 그려내는 방식과 맞닿아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왜냐하면 <소름>이 취하고 있는 공포의 방식은 피가 난무하는 슬래셔 방식이거나 관객의 트라우마를 자극 시키는 심리적 방식이거나 혹은 한국 영화에서 흔히 취하는 혼귀의 방식이 아니라 기억의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영화는 용현( 김명민 )이 504호에 이사를 오면서 시작되는데, 그 504호는 전 입주자인 광태가 불타 죽은 곳이다. 그런데 광태는 마치 용현과 선영( 장진영 )의 과거 사연을 알기라도 하듯, 미금아파트에 관한 소설을 쓰고 있었고 그 소설을 완성하기 전에 죽어 용현이 그 집으로 들어오게 된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어떻게 광태가 그 소설을 쓸 수 있었는지에 주목할 것이 아니라 왜 그 자리에 용현이 찾아오게 됐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소설이라는 가상의 허구를 완성하기 위해 그 이야기의 실체적 기억이 들어온다. 여기서부터 영화는 가상의 허구와 실체적 기억 사이를 맴돈다. 영화에 세 번 등장하는 롱테이크는 그런 허구와 기억 사이를 더욱 몽롱하게 만드는 뛰어난 장치이다. 재밌는 것은, 이 롱테이크 장면이 나올 때 주인공들은 본인의 기억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 기억은 허구 같은 느낌이고, 불길하고 누설하면 안 되는 금기와도 같은 것이다. 용현과 선영의 기억은 차이가 있다. 용현은 자신의 기억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용현은 차라리 기억을 덮어버리면서 그 기억을 소멸시키는 방법을 택한다. 용현은 동급생을 죽인 후 산에 파묻었고, 선영이 죽인 선영의 남편을 본인 손으로 매장하고 선영을 죽인 후 선영마저 산에다가 매장한다.(그리고 직접적으로 묘사는 안 됐지만 형사들이 용현과 전에 만난 여자의 행방을 찾는 것이나, 용현의 이야기를 미뤄보았을 때 용현의 전 애인도 매장하여 실종된 것으로 보인다.) 용현이 자신의 입으로 말하는 기억은 본인이 고아라는 사실 밖에 없다. 다시 말해, 용현이 가지고 있는 원(原)기억은 자신이 고아라는 것이다. 반면 선영은 그 기억을 용현처럼 묻지 못하고 잊지 못해 고통받는다. 그녀는 자신의 어머니가 죽은 것도, 아버지가 도망간 것도 기억하며 자신이 아들을 잃어버렸다는(죽였다는) 것도 기억하며, 남편을 죽인 것도 모두 기억한다. 그래서 선영이 죽고 나서도 그녀의 기억이 플래시백으로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녀는 죽어서도 그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오히려 묻히는 것은 본인 자신이다. 영화의 전환점은 바로 용현이 그 기억을 다시 떠올렸을 때다. 글의 처음에 언급한 오카 마리의 글처럼 용현은 사건의 기억을 외부와 함께 공유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의 기억은 없던 사건이 되었지만 선영이라는 타자에게 자신의 기억을 하나 둘 씩 공유하게 되자 그의 비밀은 이 작가(그리고 504호에서 불타 죽은 광태)에 의해 소설의 형태로 완성된다. 미금아파트를 둘러싼 용현과 선영의 비밀을 어떻게든 이야기를 하려고 한 사람은 죽거나 미쳐버린다. 영화는 기억을 잊지 못해 고통받는 선영의 기억과 기억을 묻어버리는 용현의 기억 중에서 용현의 기억. 다시 말해 소설의 발간이 실패하고, 용현이 선영을 죽이는 방법을 택한다. 영화가 용현의 방법을 택하게 된 것은 이 영화에서 밝혀지는 기억의 실체가 이 영화를 보는 우리도 떠올리고 싶지 않은 불길하고 끔찍한 기억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이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미금아파트라는 공간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영화는 미금아파트의 불빛이 깜빡거리는 모습을 찍은 롱 샷을 마지막 쇼트로 장식한다. 용현은 그 기억을 묻어두려고 했지만 미금아파트라는 공간은 이 기억을 덮지 못한 것이다. 곧 재개발을 앞두고 있어 폐가처럼 보이는 이 공간은 살아 있지만 죽은 공간이고, 기억을 머금고 있지만 곧 사라지는 공간이다. 이 영화가 불길하고 음침하며 떠올리고 싶지 않은 느낌을 주는 것도 바로 그 끔찍한 기억을 기억하고 있는 공간이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도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을 영화 스스로가 잔존하게 만드는 결론으로 완성했을 때 그것은 이 저주가 아직도 유효하다는 것을 영화 스스로 되새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 소름 >은 그 저주를 덮어버리지 않고 다시 되새기면서 관객들로 하여금 비극적 진실의 공포를 직면하게 만든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관객으로 하여금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 잊고 싶었던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하고 그 끔찍한 기억은 결국 잊을 수 없다는 무시무시한 결론에 다다르게 만든다. 어쩌면 이 이유가 이 영화를 누구도 다시금 기억하고 싶지 않게 만드는 것일까? 이 영화는 그런 의미에서 <소름>은 한국 영화사에서 진정한 의미의 ‘저주받은’ 걸작인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 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북아현동의 금화아파트는 2015년에 완전히 철거되었다. 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물리적 공간은 실제로도 완전히 사라진 셈이다.
[한국영화걸작선]간첩
오늘은 영화 한편을 보자. 가까운 대한극장으로 걸어갔다. 그곳에는 열 개의 간판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데 옛날에 비하면 작고 초라해 보인다. 1968년 나는 이 극장이 자주 제작한 춘향을 만들었는데, 1,800명 중에서 뽑힌 홍세미의 간판이 무척 크고 화려했다. 프로를 살펴보니 외화보다 한국영화가 압도적으로 많아 흐뭇했으며 그 중에는 영광의 < 피에타 >도 붙어 있었다. 나는 개봉 첫날인 영화들 중 무작위로 < 간첩 >을 골랐다. 간첩이란 단어는 요즘 분명히 퇴색하고 잊혀진 죽은 말이다. 그러나 영화는 살아있었다. 박력 있고 짧은 숏이 정신없이 이어져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도 간첩이란 고정관념을 넘어선 배우들의 연기가 좋다. 감독은 연기를 잘하는 배우를 제일 좋아한다. 남파 22년차 김명민 은 가짜 비아그라 장사이자 선량한 가장으로 남매를 키우며 생활고에 찌들어 지금은 간첩이란 정체성조차 가물가물하다. 남편 없이 시각장애아를 키우는 부동산 억척 아줌마 염정아 는 맵시가 있다. 한우를 사육하며 FTA 반대 시위에 앞장서는 몸짱, 얼짱 정겨운 . 마누라가 죽고 혼자 사는 치근한 변희봉 . 이들 간첩은 완수해야 할 미션이 달갑지 않지만 ‘본분을 잊지 말라’는 북쪽 최고 암살자 유해진 의 목소리를 잊을 수가 없다. 그러나 날로 달라지는 남쪽사회에서 살다보니 현실에 고통 받는 소시민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15세 때 처음으로 간첩영화 <당신을 노리고 있다>를 봤는데 그 내용은 2차세계대전 때 적의 스파이를 경계하라는 계도성이 강했고, 간첩으로 나오는 배우가 험상궂었다. 그리고 먼 훗날 나도 감독이 되어 <고발>(이수근 이야기), <삐에로와 국화>(이병주 소설) 등 간첩영화를 만들게 되었는데 박노식, 신성일 같은 선남들을 출연시켰지만 반공이라는 계도성을 희석시킬 수는 없었다. 해킹 한 번에 미국 국방부 정보망까지 뚫리는 세상에 김명민은 정보수집의 사각지대에서 머물러야했고, 변희봉은 박통시절이 좋았다고 푸념한다. 날만 새면 친북세력 운운하며 싸움질하는 정치권이 잠시 야유 당한다. 유해진 은 변신을 잘하는 배우다. < 이끼 >에서 팔푼이로 열연했는데 이번에는 찬바람이 부는 냉혈한이 된다. 그가 서울에 나타났을 때, 간첩들은 비로소 사명감을 깨닫고 모여들지만 무장하라는 지시에 김명민 은 권총을 파묻어둔 자리에 고층아파트가 섰다고 했고, 염정아 는 총알이 없다고 한다. 정겨운 은 소가 권총을 밟아 고장, 변희봉 은 분실했다고 말해 혼쭐이 난다. 결국 이들의 작전은 북에서 6자회담에 참가했던 이승호를 암살하는 것으로 집약된다. 그는 탈북해서 서울의 어떤 기관의 보호를 받고 숨어있었다. 암살단은 치밀한 계획을 세운다. 단 1초도 착오가 없는 행동으로 그를 제거하려 들지만 경찰은 이미 그 정보를 쥐고 있다. 영화는 여기서 더욱 숨 가쁜 템포로 진행된다. 비 오는 밤 전선을 끊고 습격하지만 이승호는 이미 이동을 끝낸 후였다. 추격과 도주하는 차량이 무서운 속도로 묘사된다. 그리고 드디어 백주 노상에서 화려한 총격전이 벌어진다. 충무로 시대를 살던 감독들은 상상도 못할 만큼 압도적인 물량을 쏟아 붓고 있다. 수 십대의 자동차가 충돌해서 부서지고 불타고 그 사이를 누비며 저격수들의 불 뿜는 총성이 고막을 찢는다. 이때 드라마는 적과의 싸움보다 내무 분열로 반전된다. 김명민은 유해진을 공격한다. 두 사람은 초인간적인 격투를 벌이는데 고가도로에서 추락하면서도 치고받는다. 이 시간 운동장에서는 야구배트를 쥔 김명민의 아들이 납치의 표적이 된다. 나는 이 영화의 끝 장면을 굳이 밝히지 않지만 할리우드 액션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다는 말은 하고 싶다. 지금 남한에는 5만 명의 고정간첩이 우리와 같이 살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들을 실벽하기란 쉽지 않다. 그들은 우리와 똑같은 모습으로 우리 주변에서 평범한 척 하고 있다. 생각하니 오싹해진다. 이것만으로도 우민호 감독의 메시지는 충분하다. < 간첩 >은 분명히 추석 오락영화이다. 처음부터 상을 타고 예술 운운하는 헛소리는 하지 않고 관객을 즐겁게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 완성도 높은 오락영화, 그것은 누가 뭐라고 해도 영화의 주류이며 영화산업의 조건이다. 나는 크레딧 끝에 떠오른 제작자의 이름을 확인하면서 앞으로도 건전하고 재미있는 오락영화를 많이 만들어줄 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