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쿠르트 아줌마, 사랑의 김장 나누기
- 제작년도
- 2010
단순과 즉흥, 장우진 의 < 춘천, 춘천 >을 설명하기 위해 이 두 단어면 충분하다. 춘천 태생인 장우진 감독은 막연하게 자신의 고향에 관한 영화를 만들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춘천에 대한 장소감과 심상은 그곳을 바라보는 자의 시선과 경험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기본적인 아이디어였다. 이후 감독은 우연히 서울에서 춘천으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등산복을 입은 중년 커플이 어색하게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목격한다. 그리고 그 즉시 춘천이라는 하나의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두 개의 영화적인 이야기를 구상한다. < 춘천, 춘천 >의 이야기는 단순하다. 오프닝과 함께 춘천으로 향하는 열차 안에 한 청년이 중년 커플 사이에 앉아 있는 모습이 나온다. 그 청년은 중년 커플이 나란히 앉아서 편히 대화할 수 있도록 자신의 자리를 양보해준다. 등산복을 입고 춘천을 향하는 중년 커플의 대화 속에는 묘한 기류가 흐른다. 그들의 말 속에는 긴장, 설렘, 사랑, 욕망이 뒤섞여 있다. 영화는 1부와 2부로 나누어서, 서울에서 취업 면접을 본 다음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춘천으로 돌아온 청년의 이야기와 중년 커플의 춘천 여행기를 순차적으로 보여준다. 오프닝을 제외하고 청년과 중년 커플은 다시 만나지 않는다. 혹자에게 이 두 개의 이야기는 진부할 수 있다. 미래가 불확실한 청년 세대의 불안함 그리고 중년 커플의 사랑과 욕망은 이미 동시대 텔레비전과 영화의 단골 소재이기 때문이다. 대신에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장우진 감독이 진부하고 전형적인 것들로부터 삶의 진솔한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는 영화적 형식을 고민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화는 서로 다른 두 개의 이야기를 마치 하나인 것처럼 엮기 위해 대칭의 방식을 활용한다. 우선, 영화 전체적으로 청년의 동선과 중년 커플의 동선을 겹치게 했다. 1부에서 청년이 방문한 소양강댐, 선착장, 청평사, 식당 등은 이후 2부에서 중년 커플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주요 무대로 다시 쓰인다. 그리고 여러 에피소드를 배열하고 화면을 구성하는 데 있어서 데칼코마니의 구조를 따랐다. 한 프레임을 구성하는 이미지들이 서로 마주 보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하나의 쇼트와 다른 하나의 쇼트가 몽타주 될 때 좌우 반전된 이미지의 관계가 만들어진다. 이 외에도 1부의 에피소드와 2부의 에피소드는 유비적 관계를 맺는다. 청년의 현재와 중년 남자의 과거, 청년의 미래와 중년 남자의 현재가 닮은꼴이라는 인상을 주는 상황 또는 대화가 종종 있다. 이처럼 장우진 감독은 하나의 건축물이 여러 단위로 세분되어 있으면서도 그 각각이 모여 하나의 소우주를 이루듯이, 한 편의 영화 안에서 서로 다른 두 개의 이야기가 공존할 수 있도록 이미지와 서사를 직조해나가고 있다. 장우진 감독이 추구하는 단순함의 미학은 하나의 작품에 최적화된 카메라의 움직임을 찾으려는 그의 직관과 통찰이 영화 전체를 관통할 때 그 진가가 드러난다. 전작 < 새출발 >에서 불안한 20대 청년들의 물질적 및 정신적 상태를 다르덴 형제 식의 핸드헬드 카메라로 표현했던 그는, 이번 작품에서 정적인 카메라의 움직임을 선택했다. 춘천의 어느 재개발 지역의 을씨년스러운 풍경, 운무에 잠긴 소양강댐, 아름드리 은행나무가 빛에 따라 그 형태가 변화하는 청평사의 풍경 등은 모두 고정된 카메라의 시선 속에서 회화적으로 묘사되고 있다. 더불어 이 영화에서 카메라가 움직이는 방식 또한 단순하다. 한 인물이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이동하면서 프레임 밖을 벗어나려는 찰나에 혹은 한 인물의 몸짓이 프레임 밖을 넘어가려는 순간에 카메라는 패닝 또는 틸팅을 한다. 이와 같은 카메라의 움직임은 한 화면에 담긴 상황, 환경, 풍경, 그리고 그것을 포함하는 세계 그 자체의 변화로 이어진다. 즉 영화 속 인물의 움직임 변화, 카메라의 운동, 그리고 상황의 변화가 순차적으로 이어지고, 유기적으로 통합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단순한 규칙을 적용해 이야기와 이미지를 구조화해나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형식주의에 매몰되지 않도록 스스로 경계한다. 영화 곳곳에는 우연적이고, 즉흥적이고, 우발적인 사건이 발생하는 순간이 있다. 극영화적인 세계 내부에 다큐멘터리가 동거하고 있는 양상이랄까. 극과 다큐멘터리의 장르적 경계를 순간적으로 와해시켜보려는 감독의 연출적인 충동은 이 영화가 감독 자신의 고향인 춘천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실제 감독이 서울에서 춘천으로 오는 열차 안에서 경험한 것을 모티브로 했고, 또 캐릭터의 이름과 배우의 이름이 일치한다는 점으로부터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다. 또한, 야외 촬영이 대부분이었던 이 영화는 촬영 현장을 별달리 통제하지 않고 실제 그 현장의 우연적인 요소를 영화 만들기의 한 부분으로 포용했다. 그리하여 이미 구조가 짜인 이야기 안에 실제 현실이 침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청년이 한동안 연락이 뜸했던 고향 친구와 전화 통화하는 장면, 마라톤 경주 대회가 펼쳐지는 장소를 스쳐 지나가는 청년과 중년 커플의 상반된 모습, 그리고 청년이 친구네 어머니의 식당에서 김장을 도와주면서 마을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그러하다. 이 각각의 장면은 극영화적인 캐릭터와 다큐멘터리 적인 출연자들이 한 화면에 담긴 경우이다. 장우진 감독은 구조와 틀을 벗어나지 않는 수준에서 감독의 직관, 배우 혹은 출연자들의 즉흥적인 말과 행동, 그리고 현장의 우발적인 상황을 포용하려고 한다. 이 영화가 우연성을 중시한다는 것은 빛의 변화를 다룬 몇몇 장면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일조량에 따라서 카메라가 같은 공간을 얼마나 다양하게 담아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들이 있다. 예를 들어, 청년과 중년 커플이 청평사에서 절을 하러 들어가기 전과 절을 하고 나온 후의 빛의 밝기는 달라진다. 영화는 그들이 평소에 갖고 있던 마음의 짐을 절간에 두고 왔을 것이라는 추측을 할 수 있도록 그들이 절에 들어가기 전과 후의 자연광의 변화 그리고 그로 인한 풍경의 변화가 일어났음을 넌지시 강조한다. 장우진 감독에게 빛은 단순히 화면을 구성하는 이미지의 변화에 국한해 설명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는 인상주의 화가들이 그러했듯이 빛의 변화가 시간의 흐름 속에서 벌어지는 것이며, 그것은 또한 인상의 변화를 유발하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장우진 감독에게 모든 영화적 순간은 어느 하나의 시공간에 고정되어 있지 않고 부단한 생성을 거듭하는 찰나적 순간이 된다. 이처럼 < 춘천, 춘천 >은 단순한 구성과 촬영에 기초해 현실의 어떤 순간을 영화적인 순간으로 변환해보려는 연출적인 충동이 반영된 작품이다. +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문득 떠오른 고전 영화가 있어 조심스럽게 사족을 단다. 그것은 D. W. 그리피스가 만든 두 편의 단편이었다. 하나는 플로렌스 로렌스가 주연으로 나오는 < 시골 의사The Country Doctor >(1909)이다. 이 영화는 오프닝과 엔딩이 데칼코마니처럼 포개질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패닝을 통해서 영화 속 풍경과 영화 속 이야기를 통합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릴리얼 기쉬가 주연으로 나왔던 < 피그 앨리의 총잡이 The Musketeers of Pig Alley >(1912)이다. 이 영화의 한 장면은 당시 뉴욕 빈민가가 위치했던 로어 이스트 사이드에서 촬영되었다. 행인 중 대다수는 그곳에서 영화가 촬영되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카메라 앞을 지나간다. 그중 한 여인이 자신과 반대 방향에서 걸어오던 릴리언 기쉬와 어깨를 부딪치고는 불쾌한 표정을 짓는다. 그 여인의 표정, 즉 실제 거리의 행인과 배우 릴리언 기쉬의 충돌 때문에 나타난 그 찰나적 순간은 그리피스의 극영화 속에 다큐멘터리적인 순간이 개입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이러한 장면들 때문인지 몰라도, 나는 그리피스의 패닝과 그의 현장 연출이 장우진 의 패닝과 그의 현장 연출과 묘하게 닮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두 감독 사이에 직접적인 영향 관계가 있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과거 영화 언어를 새로이 만들어보려던 힘과 오늘날 한 작품에 최적화된 영화 언어를 찾아보려는 힘이 어떤 지점에서 만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신기할 따름이었다. 과거의 앞으로 나아가려는 영화적 힘과 오늘날 뒤로 돌아가려는 영화적 힘은 분명 다른 성질의 것이다. 그런데도 그 두 개의 서로 다른 힘이 느슨하게 이어져 있거나 100년이 넘는 시간적 차이를 극복하고 영화라는 세계 안에서 공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영화 현장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이 주로 읽는 글이라고 들었다. 먼저 영화 촬영팀의 인원 구성과 각 구성원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부터 설명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촬영팀은 거의 프리랜서라고 생각을 하면 된다. 영화 한 작품당 계약을 하고 작품이 끝나면 또 다른 영화가 잡히면 촬영이 들어간다. 예전에는 식구개념으로 항상 같은 팀으로 움직였으나 요즘은 개개인으로 활동을 많이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예전에 비해 드라마와 광고 쪽도 경계가 많이 허물어져서 드라마와 영화 등을 병행하는 촬영팀도 꽤 있다. 나는 현재 영화를 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영화를 기준으로 글을 적었다. 그리고 내가 적는 내용이 절대적이지 않고 작품이나 촬영 감독님에 따라 약간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알고 글을 읽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촬영 감독을 제외한 촬영팀은 보통 4명으로 구성이 된다. 제1 조수(퍼스트), 제2 조수(세컨), 제3 조수(서드), 제4 조수(막내) 이렇게 4명이다. 요즘은 B카메라가 상주하는 현장이 많다. A카메라와 마찬가지로 4명으로 구성되는 현장도 있으나 보통은 3명으로 구성된다. 두 대의 카메라가 어떻게 운영되느냐는 어떤 영화이며 촬영 감독이 누구인가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은 A카메라가 넓은 샷을 찍을 때, B카메라는 망원렌즈로 타이트한 샷을 찍는다. 촬영팀 막내의 역할은 카메라 배터리 관리와 세컨, 서드가 카메라 세팅이 바뀔 때 필요한 장비를 가져다주는 역할을 한다. 사실 별거 아니라고 생각을 할 수 있으나 장비가 어디에 있는지 항상 알아야 하며, 장비 및 소모품의 수량도 완벽하게 파악을 하고 있어야 한다. 꼼꼼한 막내가 있으면 나머지 촬영팀들은 카메라 세팅과 본인의 일에 완벽하게 집중할 수 있다. 촬영팀 서드의 역할은 세컨을 도와 카메라 세팅을 같이 하는 일이다. 촬영팀의 중간이라고 할 수도 있다. 때로는 세컨의 일을 해야 하며, 때로는 막내의 일도 해야 한다. 중간에서 눈치껏 필요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래저래 고생이 많은 직급이다. 촬영팀 세컨의 역할은 카메라 세팅, 그리고 카메라 장비를 관리하는 것이다. 카메라 세팅의 실수가 없어야 촬영 감독이 촬영에 집중할 수 있으며, 전체적인 촬영시간에 딜레이가 생기지 않는다. 그렇기 위해서는 콘티를 숙지를 하고 있어야 하며, 어떤 순서대로 촬영이 진행되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촬영 감독과 카메라와 가장 많이 붙어있는 촬영팀원이 세컨이다. 촬영팀 퍼스트는 직접적으로 카메라 세팅을 하지는 않는다. 퍼스트는 카메라 노출과 포커스를 담당한다. 정확한 노출을 보기 위해서는 조명, 해의 상태, 인물의 스킨톤 등을 고려해야 한다. 포커스를 정확히 맞추기 위해서는 인물의 동선과 카메라의 움직임을 슛 들어가기 전에 완벽히 파악해야 한다. 노출과 포커스를 보기 때문에 퍼스트는 시간적으로 카메라 세팅에 관여하기 사실상 힘들다. 경우에 따라선 퍼스트가 같이 세팅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직접적으로 세팅을 같이 하지는 않는다. 세컨, 서드가 카메라 세팅을 실수 없이 해줘야 퍼스트가 본인의 일에 100퍼센트 집중해서 할 수 있다. 글을 적고 있는 나는 2013년부터 상업영화 촬영팀을 하고 있으며 세컨을 맡고 있다. 글을 작성하는 현재(2016년 12월)는 김용화 감독의 < 신과 함께 >를 촬영 중이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얼마 전에 개봉했던 < 아수라 >를 통해 구체적으로 촬영팀 세컨이 현장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말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Alexa XTM < 아수라 >의 본 촬영은 2015년 9월 말부터 2016년 1월 말까지 총 4개월 동안 76회차 동안 촬영이 진행되었다. 카메라의 경우는 ARRI사의 Alexa XT로 촬영이 되었고 RAW 파일에 센서 모드는 Open Gate(3.4K) 포맷으로 촬영이 되었다. 렌즈는 Masterprime 렌즈를 사용하였다. 카메라와 렌즈는 촬영 감독이 선택한다. 촬영팀 조수는 카메라와 렌즈가 정해지면 렌탈숍에 모여 카메라 및 렌즈, 그리고 사용하는 카메라 액세서리의 이상 유무를 체크한다. 카메라 장비에 문제가 생기면 촬영에 직접적으로 큰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정말 꼼꼼히 체크를 해야 한다. 위에서 말했듯 카메라 장비는 세컨의 주도하에 장비를 체크해야하기 때문에 프리프로덕션 기간 동안 촬영팀의 스케줄은 세컨이 관리를 한다. 언제 모여서 어떤 일을 해야 하고, 필요한 인원을 어떻게 분배하는지를 조율한다. 단순히 생각하면 카메라와 렌즈만 있는 것 같지만 사용하는 작은 액세서리까지 체크를 하려면 해야 할 것들이 생각보다 많다. 막내의 같은 경우는 사용할 배터리를 전부 다 완충을 시켜 카메라에 장착해서 이상이 없는 지 확인을 해야 하고 서드의 경우 보통 촬영팀에 필요한 물품 및 소모품이 부족하지 않은지 체크한다. 세컨은 그 모든 것이 이상이 없는지 확인을 해야 하고 구체적으로 장비를 체크한다. 상황에 따라 카메라 세팅이 달라질 때마다 카메라 액세서리가 달라진다. 하나하나 상황에 맞게 세팅해서 이상이 없는지 확인을 해야 하고 또 이상이 없는지 확인을 해야 한다. 예를 들자면 카메라에 사용할 모니터가 정확한 색과 밝기를 구현하는지, 카메라 헤드가 오퍼레이팅을 할 때 문제없이 작동되는지, 사용하는 전원 라인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등 촬영에 필요한 모든 부분은 체크한다. 그리고 각각의 영화의 필요한 장비 및 소모품들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시나리오 및 로케이션의 상황을 미리미리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사극 같은 경우는 지방촬영이 많기 때문에 장비의 문제가 생겼을 때 대체품을 조달하는 것이 쉽지 않다. 지방으로 오래 촬영을 가는 경우 여분의 장비를 좀 더 챙기는 것이 기본이다. 폭우 속 차량 추격 장면 < 아수라 >의 경우 가장 공들여 준비했던 장면은 폭우 속의 차량 추격 씬이었다. 일단 비가 오면 촬영팀은 준비를 많이 해야 한다. 촬영 장비 전부 비에 취약하기 때문에 방수 작업에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세컨으로서 이런 부분에 대해 실수가 없도록 준비를 해야만 했다. 가장 중요한 카메라를 보호하기 위해 카메라 모양에 맞는 방수포를 만들어 보겠다는 마음을 먹고 동대문시장을 돌아 다녀보았다. 단순히 트라이포드만 사용해서 촬영을 하는 것이었다면 문제가 되지 않았겠지만 다양한 카메라 세팅 상황에 따라 쓸 수 있는 방수포를 만들고 싶었다. 결과적으로는 제작 시간과 생각보다 많은 금액이 들어 포기하였다. 결국 카메라 방수에 사용했던 것은 모든 촬영팀이 쓰는 김장비닐이었다. 1억이 넘는 카메라를 고작 몇백 원하는 김장비닐로 방수처리 하는 것이 불안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김장비닐만 한 것이 없다. <아수라>의 모든 비 씬을 김장비닐을 사용해서 방수처리 했지만 침수가 된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비닐이 찢어질 수 있으니 중간중간 꼼꼼히 체크만 잘하면 김장비닐만큼 유용한 소모품은 없는 것 같다. 또 다르게 신경을 써야 했던 장면은 영화 엔딩의 총격 씬이었다. 총격 씬에서 공포탄을 사용하긴 하지만 화약가루가 계속 렌즈 앞쪽으로 날아온다. 화약이 렌즈에 묻게 되면 치명적이므로 클리어필터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클리어필터는 유리이기 때문에 혹시나 깨지게 되면 렌즈에 스크래치가 생길 수 있다. 그래서 보통은 아크릴을 필터사이즈로 재단하여 사용한다. 아크릴 같은 경우는 쉽게 먼지가 달라붙고 지문 같은 게 묻으면 쉽게 지워지지도 않기 때문에 길어야 두 테이크 정도 쓰고 바로 새것으로 교체를 해야 한다. 필요한 소모품을 생각해서 주문을 하는 것 역시 세컨의 역할이다. 얼마나 쓸지 모르니 여유 있게 아크릴을 준비했다. 생각해 보니 아크릴도 장당 몇백 원 정도다. 글을 쓰며 새삼 김장비닐과 아크릴에게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촬영팀의 프리기간 중 장비 체크만큼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 테스트 촬영이다. < 아수라 >의 경우는 세 번의 테스트 촬영이 진행되었다. 첫 번째 테스트 촬영은 영화사 사무실 계단에서 진행되었다. <아수라>는 좁고 어두운 공간이 유독 많았다. 그와 비슷한 계단에서 테스트 촬영을 진행하였고 테스트 촬영의 주된 목적은 영화의 맞는 라이트 콘셉트를 찾는 거였다. 키라이트 방향에 맞춰 조명의 종류를 바꿔가며 테스트가 진행되었다. 형광등, 나트륨등, 수은등을 포함해 5개 정도를 테스트를 하여 촬영을 하였고 다음 날 DI(Digital Intermediate) 실에 가서 테스트한 영상을 확인했다. 그 자리에는 연출을 맡으신 김성수 감독님 포함 촬영, 조명, 미술, 분장 파트의 헤드급들이 모두 와서 콘셉트에 대해 회의를 했다. 회의를 듣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많이 되었다. 각 팀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인다는 느낌을 받고 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두 번째 테스트은 실제 촬영할 구의시장에서 진행했고, 영화의 내용과 비슷하게 김성수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적어오셨다. 첫 번째 테스트 촬영을 통해 정한 조명 콘셉트로 촬영을 했고, 두 번째 테스트 촬영이 끝나고 나서 그 다음날 역시 DI 실에 갔다. 두 번째 DI 실 방문에는 색보정 작업을 통해 영화에 맞는 색감과 톤을 이야기를 했다. CG 촬영 세 번째 테스트 촬영은 차량 추격 씬 중 한 부분을 테스트 하는 것이었는데 CG에서 프리비주얼을 가져와서 그것을 실제로 구현해보는 것이었다. 영화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차량 추격 씬 도중에 카메라가 차량 안으로 들어가 휘젓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 같은 경우는 두 대의 차량의 지붕 부분을 잘라내어 촬영하고 편집과정에서 CG로 일일이 그려냈다. 테스트 촬영을 통해 그것이 가능한지 테스트를 해보았던 것이다. 세 번의 테스트 촬영은 실제 촬영이 들어가기 전 촬영팀끼리 손발을 맞춰볼 좋은 기회다. 위에서 언급했듯 프리랜서로 활동하다 보면 그전까지는 한 번도 일을 해보지 않았던 사람들과 작업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테스트 촬영 통해 서로의 성향을 파악하고, 호흡을 맞춰볼 수 있으며, 실제 촬영에 들어가기 전 장비를 최종적으로 점검할 수 있다. 꼼꼼한 준비를 위한 필수 과정인 것이다. 프리기간으로 대략 한 달 반 정도 시간을 보내고 드디어 본 촬영에 들어갔다. 프리프러덕션 물론 잘해야 하지만 정작 촬영에 들어갔을 때 잘하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서드에서 세컨이 되고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일을 할 때의 나의 자세이다. 서드, 막내 때는 수동적으로 시키는 일을 했던 입장이었다면, 세컨이 돼서는 능동적으로 내가 주도해서 일해야만 했다. 막내에겐 필요한 장비를 말해 가져다 달라고 해야 했고, 서드에겐 카메라 세팅 시 서로의 역할분담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만 했다. 세컨을 하고 또 달라진 점은 다른 파트들과 할 이야기가 많아졌다는 점이다. 스콜피오 무인 헤드, 스테디캠, 러시안 암 등 특수 장비의 스케줄을 촬영 감독님께 전달받으면 제작부장과 함께 일정을 체크해서 장비 스케줄에 문제가 없는 체크를 했고 촬영팀의 요구사항이 생기면 촬영팀 대표로 제작팀과 이야기를 할 때도 생겼다. 촬영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촬영팀 세컨이라고 예전에 누가 말해줬는데 그 이유가 뭔지 직접 해보니 알 것 같았다. 주도적으로 하는 일이다 보니 실수를 했을 때 그만큼 많이 책임을 져야 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일을 하는 것 자체가 재밌을 때가 많았다. 러시안 암 슛이 들어갔을 때 꼭 세컨의 역할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체크해야 하는 일 중 하나는 앵글에 불필요한 요소가 있는지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붐 마이크의 그림자가 인물에 떨어지지 않는지도 봐야 하고, 유리 벽 같은 반사체에 스텝들이나 카메라가 반사되어 나오지 않는지 등을 체크해야한다. 슛 들어가기 전에 그런 불필요한 요소들을 체크해야지만 NG를 줄일 수 있다. 카메라 옆에 항상 붙어 있다보니 가장 잘 볼 수 있는 사람 중에 한 명이기 때문에 앵글이 잡힌 후에 항상 주의를 기울여 그런 것들을 체크해야 한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한 세컨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카메라 메모리 관리이다. 촬영 기간 동안 512GB 메모리 카드 4장을 번갈아 가면서 촬영을 했다. 촬영이 길어지다 보면 하루 동안 같은 카드에 두세 번 녹화를 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그때마다 카드를 포맷을 해야 한다. 이 역시 세컨이 담당을 한다. 세컨이 착각하여 실수로 포맷을 해버린다면 다시 재촬영을 해야 한다. 나 역시 그 실수를 한 적이 있다. 천만다행으로 인물 촬영 분량이 아닌 인서트 분량 이였지만 정말 어찌할 바를 몰랐다. 나의 실수로 그날의 촬영이 늦게 끝나버리게 된 것에 대해 모든 스텝들에게 죄스런 마음이 생겼다. 그 이후로 같은 실수를 하지 않게 되었지만 지금도 그때 생각을 하면 아찔하다. 예전의 필름으로 촬영할 때와 비교도 할 수 없겠지만, 촬영팀은 데이터 매니저와 함께 그날 찍은 분량을 관리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데이터 관련한 실수는 그 누구도 책임을 질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쯤 왔으니 < 아수라 >의 몇 가지 장면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보자.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차가 있다. 검찰수사의 검정 탑차인데 실제로 탑차를 구매한 뒤 미술팀이 세팅을 했다. 좁은 탑차 안에 인물이 6명일 때도 있었다. 비좁기 때문에 어느 순간에는 세컨인 나도 빠져있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렇게 좁은 장면 촬영 시에는 카메라를 간소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일단은 카메라에 장착하는 온 보드 배터리를 제거하고 라인으로 연결하는 그라운드 배터리로 카메라 및 모니터에 동력을 공급했다. 카메라의 달려있는 손잡이도 제거해서 카메라에는 모니터만 달려있도록 해서 촬영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차량 추격 씬도 기억이 많이 남는다. 촬영은 부산에서 하루, 안산에서 일주일 정도 진행되었다. 부산에서는 추격 씬의 초반부만 촬영을 하였고 대부분은 안산의 미개통 도로에서 진행되었다. 추격 씬을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자면 차량이 전복되기 전과 후로 나눌 수 있는데, 차량이 달리는 부분은 러시안 암으로 촬영이 진행되었다. 러시안 암이란 SUV 차량 위에 지미짚이 달려 있고 달리는 차 안에서 조종을 할 수 있는 것이로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차량의 스턴트는 무술팀이 담당했고 카메라는 계속 러시안 암에 달려있어서 처음에 세팅이 끝나면 촬영 종료까지 카메라 세팅을 크게 바꾸는 일은 없었다. 폭우 설정이었기 때문에 차량이 베이스로 돌아와서 모니터링 하는 시간 동안은 방수에 빈틈은 없는지 체크를 잘해주면 됐다. 렌즈 앞에 빗방울이 맺히면 안 되기 때문에 스프레이오프 라는 장비를 사용했다. 스프레이오프는 유리를 빠르게 회전시켜 빗방울을 튕겨 내주는 장비인데 차량 추격 장면을 촬영하면서 꽤 유용하게 사용했다. 차량이 전복된 이후의 장면은 핸드헬드로 촬영이 되었다. 핸드헬드 할 때 세컨은 촬영 감독이 원하는 동선으로 갈 수 있도록 길을 잡아 주는 것이다. 걸어오는 인물의 앞부분을 찍기 위해선 촬영 감독은 뒷걸음 쳐야 한다. 세컨은 촬영 감독님을 잡고 원하는 동선으로 이끌어 줘야 한다. 촬영 당시에 바닥에는 온통 과일 천지였다. 오렌지와 사과였는데 촬영 감독님이 밟지 않도록 계속 치워줘야만 했다. 이 역시 폭우였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굉장히 부담되는 장면이었고 폭파장면도 있었지만 걱정했던 것보다 훨씬 수월하게 촬영이 끝났다. 프리 때부터 모든 스텝들이 이 장면에 많은 공을 들인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개봉 이후에도 사람들이 가장 인상 깊게 본 장면이라 말해줘서 고생스럽던 순간이 보람으로 다가왔다. 마지막 장례식장 장면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장면은 영화의 마지막이기도 했던 장례식장 장면이다. 장례식장 내부는 이천에 있는 무대 마당에 세트를 짓고 촬영 하였고, 2주 정도 진행했다. 엔딩이기도 하며 주인공 5명이 모두 모이는 장면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한 장면이었다. 격투 및 총격 씬이 많았기 때문에 리허설이 꼼꼼히 진행되었고 스텝들 모두 긴장을 많이 했다. 카메라 가까이에서 총을 쏘는 장면을 찍을 때는 카메라 앞에, 위에서 말한 재단한 아크릴을 사용했다. 카메라를 보호하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었다. 문제는 사람이다. 화약이 얼굴에 튀면 따끔따끔하게 느껴진다. 자칫 눈에 화약이 튀기라도 하면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카메라 주변의 스텝들은 투명고글을 쓰고 손에는 장갑을 썼다. 총소리 때문에 귀마개를 사용했지만 바로 앞에서 총을 쏘면 아무 소용이 없었다. 장례식장면을 촬영하는 동안 내내 귀가 멍멍할 상태로 촬영을 했던 것 같다. 액션 씬을 촬영할 때는 촬영팀이 주의해야 하는 점은 카메라 와 인물의 거리감이다. < 아수라 >는 광각계열의 렌즈를 많이 사용했기 때문에 인물에 붙어 촬영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화 씬은 크게 상관은 없었지만 액션 씬 같은 경우는 인물과 거리가 가까워 위험한 경우가 많았다. 촬영 감독들은 모니터를 보며 앵글에 집중하기 때문에 카메라 밖의 상황을 잘 모를 때가 있다. 세컨이 그런 상황들은 촬영 감독에서 설명을 하고 이런저런 이유로 세팅을 바꾸겠다고 역으로 제시해야 하는 경우도 생기는데 엔딩 씬의 경우에 몇 번 그런 경우가 있었다. 재밌게 글을 쓰고 싶었으나 글재주가 뛰어난 편은 아니라 읽기에 편하게 쓴 것 같지는 않다. 다시 한번 말하고 싶은 것은 각 팀의 스타일이 다르고 작품의 특수성 마다 일하는 방식이 조금씩은 다르기 때문에 절대적이라는 것은 없다고 생각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지루한 글을 읽어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고 글을 쓰는 내내 개인적으로 애착이 있는 < 아수라 >를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게 되어서 개인적으로도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반짝이는 것’이 시각의 영역이라면, ‘박수 소리’는 청각의 영역이다. ‘반짝이는 박수 소리’는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청각 장애인들에게 보내는 소리 없는 박수(소리)이다. 소리 대신 양손을 흔들어 ‘짝짝짝’ 대신 ‘반짝반짝’을 한다. 영화 < 반짝이는 박수 소리 >는 들리지 않는 청각장애인 그/녀들에게 보내는 소리 없는 박수, 곧 지지와 응원이다. 동시에 영화는 ‘말의 세계’(감독은 듣고 말할 수 있는 비장애인의 세계를 침묵의 세계와는 다른 ‘말의 세계’라 표현한다)의 사람들은 들을 수 없는, 혹은 듣지 않았던 ‘침묵의 세계’를 보여주고 싶어 한다. 감독 자신이 어린 시절부터 침묵의 세계와 말을 세계를 오가며 두 세계를 매개해왔듯이, 영화 역시 청각 장애인과 비청각 장애인의 세계를 넘나들며 이야기를 건네려는 시도인 셈이다. 반짝이는 침묵의 세계, 소리 없는 일상 영화는 청각장애인이지만, 누구보다 아름답고,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온 부모를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달리기를 좋아하고 선생님이 되고 싶었던 소녀는 사진 찍기를 좋아하고 축구선수가 되고 싶었던 소년을 만나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는다. 소리가 들리지 않으므로, 말을 할 수 없으므로 한 가정을 꾸려가기 위한 그들의 삶은 짐작보다도 훨씬 고단하고 힘들었을 텐데, 그들은 한없이 밝고 유쾌하게 지난 시간을 회고한다. 영화는 크리스마스트리를 장식하며 오순도순 대화를 나누는 아빠와 엄마의 모습으로 시작되는데, 두 사람의 삶은 이미 그 자체로 크리스마스트리만큼이나 반짝인다. 밥을 지어 먹고, 김장을 담그고, 장을 보고, 명절을 지내는 그들의 지극히 평범한 일상은 나름의 체계를 가지고 단단하게 구축되어, 그 자체로 이미 평화롭고 온전해 보인다. 침묵의 세계에 살고 있는 혹은 함께 살아가는 그/녀에게 박수를 보내다. 엄마, 아빠를 중심으로 다큐를 찍으려고 하지만 과연 다큐를 통해 가족을 설명할 수 있을지, “찍으면 찍을수록 견고하고 완전”한 그 세계를 어떻게 다큐에 담아낼 수 있을지 감독은 묻는다. 영화는 부모님과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하지만, 이 영화가 해야 하는 가장 큰 몫은 스스로의 질문에 대한 답일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침묵의 세계를 사람들에게 보여줄 것인가라는 질문이 뒤처지거나 제자리걸음을 하는 대신 감독은 내 안의 질문, 내 안의 이야기에 한층 더 가까이 그리고 깊이 다가선다. 장애를 가진 그들의 부모만큼이나 침묵의 세계와 말을 세계를 오가야 했던 아이들의 삶도 쉽지 않았던 것 같다. 감독인 나는 고등학교에 입학하지만 곧 학교를 그만두고 배낭여행을 떠난다. 동생 광희 역시 기숙사형 대안학교에 입학해 집으로부터, 부모로부터 독립한다. 부모가 장애인이므로 누구보다 착한 아이가 되어야 했고, 누구보다 ‘착하게, 빨리 자라야 했던’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삶을 선택한다. 그것은 아마도 부모의 침묵의 세계로부터, 그것이 주는 어떤 책무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 그리고 말의 세계,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고 싶다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방황하고 부유하는 삶을 정리하고, 정착을 준비 중이다. 광희는 마을 까페를 차릴 계획을 세우고, ‘혼자로 오롯할 수 있는 세계를 꿈꾸었던’ 나 역시 자신을 들여다보기 위해, 그 시간들을 정리하기 위해 이 영화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 반짝이는 박수 소리 >는 이 질문에서부터 비로소 시작되는 것 같다. 나와 내 동생은 왜 그렇게 떠돌아야만 했을까. 이제 우리는 부모의 장애 때문에 짊어져야 했던 무게로부터 자유로워진 걸까, 오롯하게 나일 수 있는 걸까. 그래서 감독은 엄마, 아빠를 인터뷰하고, 그들의 일상을 따라가다가도 이따금 카메라를 든 스스로를 마주한다. 그리고 자신과 비슷한 고민과 상처를 갖고 있을, 비슷한 질문의 답을 찾고 있을 동생에게 불쑥불쑥 묻는다. 나에게 보내는 질문 혹은 위로 < 반짝이는 박수 소리 >에서 가장 강렬하게 와 닿았던 장면이 있다.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아 조바심 속에 밤을 새우며 첫 딸을 키워낸 엄마 아빠의 고생담도, IMF를 맞아 호떡 장사를 위해 아이들을 할머니에게 맡기고 독하게 장사를 해야 했던 시절의 이야기도, 장애를 가진 부모 때문에 종종 따돌림을 당해야 했던 아이들의 이야기도 마음이 아팠지만,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마치 그녀의 마음속 깊숙이 박혀있었던 듯한 어린 시절을 환기시키는 부분이다. 아버지가 충실히 기록해놓은 어린 시절의 홈비디오는 그 자체만으로는 별다를 것 없는 평범한 가족의 일면이지만, 거기에 입혀진 소리(하지만 부모들은 듣지 못했을 어린 그녀의 옹알이와 장난감 기계의 멜로디)와 아마도 그녀가 어린 시절을 보낸 집, 혹은 그녀의 기억에 남아있을 듯한 풍경은 그녀가 어린 나이에 감당했어야 했을 삶의 무게, 그녀가 느꼈을 아픔을 고스란히 전해주었다. 이제는 어른이 된 내가 그때의 어린 나를 만나 어루만지는 느낌, 어린 나의 상처와 아픔과 버거웠을 삶의 무게를 들여다보는 그런 느낌. 이 장면을 보면서 정말 온전히 그녀가 하고 싶었던 아니 해야 했던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 말하지 못하는 부모의 침묵의 세계 그 자체라기보다는, 그 세계와 말의 세계를 넘나들며, 그녀가 감당해야 했던 어린 시절의 상처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를 만드는 과정을 통해 그 상처를 보듬고 일어서야 그녀가 온전히 침묵의 세계를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을 그녀도 알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 반짝이는 박수 소리 >는 홍재희 감독의 < 아버지의 이메일 >을 닮았다. 그녀들의 삶을 붙잡고 있던 아버지 혹은 어머니의 세계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려는 노력, 그 세계를 받아들이고 그 세계로부터 자유로워지고자 하는 의지, 그리고 스스로에게 보내는 위로와 다짐. 두 세계의 화해와 인정의 순간들, 오롯한 성찰과 다짐들 덕분에 이 작품 역시 반짝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