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manii]남보라 직캠 삼성 스마트디카 2012-04-26
- 제작년도
- 2012
대중가요와 영화, 쌍끌이 부흥기의 음악영화 한형모 감독의 < 워커힐에서 만납시다 >(1966)는 제목과 감독, 제작연도만으로도 많은 것을 짐작하게 한다. 이 세 가지가 주목할 만한 중요 키워드인 셈이다. 첫 키워드는 워커힐이다. 1963년에 개장한 호텔인 워커힐은, 주한미군을 비롯한 외국인을 위한 호텔로 만들어진 시설로 1973년에 선경(현 SK)이 인수하기 전까지 국제관광공사 소유였다. 미8군 사령관 월턴 H. 워커(Walton H. Walker)의 이름을 딴 것이나, 서울 한복판에 위치한 조선호텔·반도호텔 등과 달리 대중교통으로는 접근이 쉽지 않은 광나루 언덕에 지어진 것, 1968년 카지노장까지 개장한 것 등도 워커힐이 지닌 이런 성격 때문이다. 당연히 워커힐에는 극장식당이 갖추어져 있고 주한미군 등 외국인의 취향을 고려한 쇼로 채워졌다. 워커힐의 쇼는 당시로는 세련된 고급의 쇼인 동시에 다소 높은 수위의 노출도 가능했다는 의미다. 그래서 이 영화의 제목에서 한국의 관객이라면 ‘호텔’이 아니라 ‘쇼 공연장’에서 만나자는 의미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즉 작품의 제목에서 워커힐 쇼를 보여주는 영화라는 사인을 주는 것이다. 실제로 이 영화는 많은 쇼 장면을 보여주는데, 비단 워커힐 쇼만이 아니라 다양한 호텔 쇼와 방송국 쇼 프로그램까지 망라한다. 노출된 여자무용수의 허리의 꿈틀거리는 동작을 클로즈업한 오프닝 화면이 불러일으킨 호기심에 비하자면 쇼의 관능성 수준은 시원찮지만, 그래도 당시에는 이 정도가 ‘19금’ 등급이었다. 둘째 키워드는 한형모 감독이다. 그의 필모그래피는 이 작품과 이듬해의 < 엘레지의 여왕 >으로 끝이 난다. 1950년대 후반 < 자유부인 >과 < 청춘쌍곡선 > 등으로 당대에 보기 드문 세련된 촬영과 편집으로 전후 상업영화의 부흥을 이끌었지만 1960년대에 들어서서는 그다지 좋은 성적을 보이지 못했던 한형모 감독으로서는, 두 편의 음악영화로 마지막 피치를 올린 셈이다. 그는 줄곧 음악영화에 관심을 보이고 꾸준한 시도를 해온 사람이었고, 음악영화가 요구되는 때에 그가 불려 나온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자유부인>에서 가수 백설희의 노래와 댄스홀의 라틴댄스 쇼 장면을 화려하게 보여준 그는, <청춘쌍곡선>(1958), < 나 혼자만이 >(1958)에서는 좀 더 음악과 춤의 비중을 높이거나 뮤지컬적인 장면을 시도했다. 그러니 아무리 1960년대 후반이라 해도 노래와 춤을 영화에 버무려 넣는 기법에서 그는 확실히 많은 노하우를 지닌 독보적인 감독임에 틀림이 없었다. 셋째 키워드는 1966년이라는 시기이다. 영화사에서 1960년대가 보기 드문 전성기였음은 두루 아는 사실인데, 대중가요사에서도 역시 전성기였다. 한 해가 다르게 양적으로 팽창해가는 한국영화계는 1960년대 중반에 이르러 온갖 장르를 시도하게 됐고 음악영화 역시 그중 하나였다. 대중가요사로 보자면, 1960년대 초에 한 번도 선두 장르의 자리를 내놓지 않았던 트로트의 기세가 꺾이고 ‘양풍’ 가요인 스탠더드팝이 가요계의 선두를 차지한 후, 1960년대 중후반으로 넘어오면서는 이미자 열풍과 작곡가 이봉조 시대의 개막, 록그룹 키보이스 등장 등 다양한 경향이 함께 솟아오르는 시기가 이때였다. 이듬해인 1967년에는 남진, 문주란, 배호, 정훈희 등 폭발적이라 할 만큼 여러 신인 가수가 두각을 나타내는데, 1966년은 그 직전의 상승기였다. 이런 상황에서 대중가요를 활용한 음악영화의 출현은 어찌 보면 필연적이다. 대중가요를 청각만이 아니라 시각까지 만족시키며 즐기고 싶은 관객들의 요구란 늘 있다. TV가 대중적이지 않았던 당시에, 대형 컬러 화면으로 다양한 종류의 쇼를 구경한다는 것은 꽤나 매력적인 일이었을 것이다. 이 시기부터 < 청춘대학 >( 김응천 , 1966), < 엘레지의 여왕 >(1967), < 폭풍의 사나이 >( 박종호 , 1968), < 이 강산 낙화유수 >( 조길현 , 1969) 등 음악영화가 쏟아져나왔고 이 흐름은 1970년대까지 이어진다. 어찌 보면 인기 가수의 노래 장면을 틈틈이 배치한 국책영화 < 팔도강산 >( 배석인 , 1967), 영화로 만든 한국대중가요사라 할 만한 < 가요반세기 >( 김광수 , 1968) 등도 이런 흐름 속에 놓여있다. 그러니 <워커힐에서 만납시다>는 무엇보다도 틈틈이 화려한 대중가요 쇼를 보여주는 것이 우선시될 수밖에 없다. 시골 사람의 어리바리 서울 구경, 전쟁 통에 헤어진 가족의 극적인 만남 같은 극영화의 기본 얼개는 매우 상투적이며 부실하다. 심지어 한형모 감독이 무려 10년 전에 시도한 <청춘쌍곡선>의 뮤지컬적 장면조차 이 영화에는 없다. 대사를 대신하는 노래는 전무하며 모든 노래는 가수들의 쇼 장면으로만 소화되고 있다. 사건은 그저 쇼 장면을 연결해주는 느슨한 끈 정도에 불과하다. 대신 대중가요 쇼의 배치는 공들여 다채롭게 배치된 티가 역력하다. 트로트부터 스탠더드팝, 경음악까지 두루 능란하게 다루는 작곡가 박춘석이 음악을 맡았으니 음악의 질도 나쁘지 않다. 당시 최고의 사회자인 후라이보이 곽규석이 여러 장면에서 쇼의 진행자로 등장하고, 당대 최고의 인기 가수들이 총출동했다. 이미자의 <흑산도 아가씨>, 자니부라더스의 <방앗간집 둘째 딸> 등 박춘석의 작품뿐 아니라, 1960년대 초중반을 휘어잡은 한명숙의 <노란 샤쓰의 사나이>, 현미의 <밤안개>, 그 외 이금희와 위키리 등의 외국 곡도 두루 배치되어 있다. 여기에 익살스러운 복장의 윤항기가 <울리불리>를 부르는 키보이스 연주 장면까지 넣어 당시 아주 젊고 새로운 록 음악까지 선사한다. 이렇게 다양한 음악과 쇼를 보여주기 위해, 위해 ‘부르스’ 추는 호텔 나이트클럽과 공연의 중심인 시민회관 쇼, 회전무대를 갖춘 화려한 워커힐 쇼, KBS TV의 쇼 스튜디오, 젊은이들이 소울풀한 몸짓으로 춤추는 명동의 뮤직홀까지, 어리바리한 두 시골 사람이 돌아다니도록 만들었다. 주인공인 신인가수 남보라(남정임 분)가 부르는 주제가 격인 노래는, 트로트와 스탠더드팝의 중간쯤 되는 <파란 이별의 글씨>(전우 작사, 박춘석 작곡, 성태미 노래로 영화에서는 립싱크로 처리되었다)를 배치해 안정감과 대중성을 모두 충족시켰다. 거의 모든 쇼 장면에는 무용이 들어있어, 당시 쇼의 무대미술과 연출, 백댄스의 경향을 보여주는 자료로서 충분히 의미를 발한다. >> 워커힐에서 만납시다 고화질(HD) VOD 보러가기 <<
힘겨운 일상을 보내는 중년 여성들의 지친 삶과 발랄하고 분방한 소녀들의 삶이 교차되는 < 써니 >를 보노라면 떠오르는 시가 있다. “저 높은 빌딩의 숲, 국회의원도 장관도 의사도/ 교수도 사업가도 회사원도 되지 못하고/ 개밥의 도토리처럼 이리저리 밀쳐져서/ 아직도 생것으로 굴러다닐까/ 크고 넓은 세상에 끼지 못하고/부엌과 안방에 갇혀 있을까/그 많던 여학생들은 어디로 갔는가”라는 문정희 시인의 질문에 <써니>는 웃음과 눈물겨운 전복적 답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 이 작품이 품고 가는 80년대 대중음악과 춤을 타고 넘치는 에너지는 복고열풍과 더불어 관객의 적극적인 호응을 이끌어냈다. 전작인 < 과속스캔들 >에서 가족을 둘러싼 코믹정신을 폭발시켜 낸 강형철 감독의 연출 에너지는 <써니>로 시대결합과 세대전복을 유쾌하게 달성해낸다. 제3의 인류처럼 ‘아줌마’로 불리는 여자들. 그러나 그녀들도 한때 꿈을 가졌던 소녀들이었다. 25년을 간격으로 두고 과거 소녀와 중년 여성을 오가는 서사는 우정의 힘으로 부활하는 자신의 얼굴을 가진 여성들의 새로운 인생 만들기와 연대의 힘을 보여준다. 나미( 유호정 )는 무덤덤한 가족관계 속에 시들어가던 전업주부이다. 그런 나미가 어머니 문병 차 들린 병원에서 고교 시절 친구 춘화( 진희경 )를 만나면서 인생이 다시 시작된다. 병실 벽에 기대 “그저 바라만 보고 있지...”를 부르며 이루어지는 이 둘의 재회가 친구 찾기 프로젝트의 시작이다. 시한부 환자인 춘화가 ‘죽기 전 친구를 보고 싶다’는 유언이 미리 집행되는 셈이다. 그녀들은 그 때 그 시절, 학교를 주름잡던 불량서클 ‘7공주파 써니’였고, 춘화( 강소라 )는 카리스마 넘치는 멋들어진 대장이자, 벌교에서 전학 온 나미( 심은경 )가 왕따당하기 직전 챙겨준 왕언니이기도 했으니까. 수업 중에도 쌍꺼풀 만들기에 매진했던 장미( 김민영 , 고수희 )는 영업실적에 시달리는 보험설계사. 입에 욕을 물고 살던 진희( 박진주 , 홍진희 )는 성형과 내숭 기술로 사모님으로 변신했다. 문학소녀 금옥( 남보라 , 이연경 )은 시집살이에 지친 눈치보기 주부가 되었고 미스코리아를 꿈꾸던 복희( 김보미 , 김선경 )는 남루한 술집 여자로, 약자 중의 약자로 전락해버렸다. 냉정한 얼음공주 수지( 민효린 )는 찾아내기도 힘들지만 그녀가 냉랭했던 이유도 서사가 진행되며 점차 드러난다. 영화보기의 재미는 불량서클 소녀들의 일상과 80년대 문화풍경이다. 음악다방, 기차여행과 민주화 거리투쟁 재현이 거기에 얹혀진다. 또 다른 불량써클 ‘소녀시대’와 ‘써니’가 맞장뜨는 장면은 ‘청년 대 전경’과 몽타주되어 80년대 거리 자체를 ‘터치 바이 터치 Touch by Touch’ 음악으로 풀어낸다. 일상과 사회상의 오버랩, 음악과 이미지의 공감각이 폭발하는 순간이다. 80년대 장안을 풍미한 음악들, 나미의 ‘빙글빙글’, 영화제목이기도 한 보니 엠의 ‘써니’가 폭발력을 과시하며 우정의 힘을 25년 만에 회복시킨다. 결말 씨퀀스에서 상복을 벗어 던지며 시작되는 춘화가 원했던 ‘춤추고 노래하는 연대의 힘’은 아이러니의 묘미를 선사한다. “써니, 예전 내 인생엔 비가 내렸지. 써니, 네가 미소 짓자 고통이 지워졌지. 이제 어두운 날들은 가고, 밝은 날들이 왔어.” 노랫말처럼 옛 친구와의 우정 회복은 망가진 인생, 나 아닌 누군가의 부속물로 살아가는 것이 여자의 운명이라 감수하며 시들어가던 중년 여성들의 삶에 자기 뜻대로 살아보는 제2의 인생을 예고하는 죽음과 삶의 파티이다. 한국영화에서 매우 드물게 여성의 생동감이 뿜어져 나오는 연기를 펼치게 된 덕인지, 진희경, 김장미 등등... 모든 배우가 멋지다. 그들의 십 대 시절 역을 맡은 소녀배우들도 멋지다! 인물의 이름들은 그 시절 가수들과 일치한다. 나미, (하)춘화, (윤)복희 등등. 마치 그녀들을 추억하며 기리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