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술
- 감독
- 노영석
- 제작년도
- 2007
- 출연
- 송삼동, 육상엽, 김강희, 탁성준, 이란희, 신운섭, 이승연, 윤수안, 윤경호, 이도희, 김가온, 오남숙, 이귀녀, 김정규, 황은심, 김영수, 최경미, 양미숙, 노영석
한국영상자료원은 2006년 2월 2일,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 KMDb’를 오픈했다. 그리고 오늘 2026년 2월 2일. KMDb는 20주년을 맞이한다. 우리는 KMDb를 기획·구축하며 이름을 무엇으로 할까, 한참 고민했다. 누군가 ‘무비씨’라는 이름을 제안한 적이 있다는 것은 기억나고, 그러나 아무래도 어딘가를 따라 한 것 같지만 그 이상의 이름은 없다고 판단해 KMDb로 지었다. 그리고 한국영상자료원은 kmdb.or.kr 도메인을 구매했다. KMDb에는 20년간 생겼다 없어진 콘텐츠와 기능이 많다. 초기에는 사용자가 직접 정보를 입력하는 기능도 상당했으나 생각보다 양질의 정보가 들어오지 않았고 무엇보다 관리가 어려워 하나둘 폐기하기 시작했다. 애니메이션과 독립영화 전용 KMDb를 따로 만들었을 때도 있었다. 지금은 모두 통합된 상태에서 최대한 간결한 기능과 콘텐츠로 운영하는 중이다. KMDb를 준비하며 호기롭게 “풀 크레딧을 가지고 갑시다!”라는 (제안을 내가 한 것 같고 그래서) 고생문이 활짝 열린 정책을 시작하며 힘들기도 하고, 하지만 그로 인해 어디에도 없는 데이터를 보유하게 된 KMDb는 영화·영화인 DB 서비스뿐 아니라 VOD로 한국고전영화 스트리밍을 시작했고, 영화글로 다양한 필자의 글을 소개했으며 리스트와 컬렉션이 순차적으로 오픈해 지금에 이르렀다. 2006년 2월 1일. 오픈 전날 디지털정보화팀의 담당 세 명은 그제야 동명이인에 대한 이슈를 발견하는 사고를 친다. 비슷비슷한 나이의 정유미 배우가 하나가 아니고 무려 세 명이래! 라는 비명을 한밤중에 지르며 당시만 해도 30대 초반이었던 그들은 할 수 있는 데까지 인물을 분리하며 밤을 지새다 퇴근해 다음 날 오픈시켰다. 그리고 그 동명이인 이슈는 지금까지도 완전하지 않다. 완전할 수가 없다. IMDb도 어쩔 수 없다며 고개를 젓는 이슈를 KMDb 라고 별수 있겠는가. IMDb 매니저는 이름이 짧은 한국 인명으로 동명이인에 대한 고충이 더 심하겠다며 나를 위로했다. 성명이 “정유미”인 배우 3인에 대한 KMDb 영화인 정보 KMDb는 영화·영화인 데이터의 완벽함을 사수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며, 이제는 영화인이 자신의 필모를 증빙하기 위한 웹사이트로 그 공신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렇게 20년이 흘렀다. 그러다 보니 문득 KMDb에 쌓인 데이터가 어떤 모양새인지 궁금해졌다. 혹시 사용자들도 궁금해할까? KMDb 20주년 이벤트를 근사하게 할 수는 없겠지만, 데이터로 가득한 사이트의 20년 묵은 통계를 소개하는 것이 가장 어울리는 축하가 아닐까 생각했다. 별다른 코멘트 없이 지난 20년의 통계 10선을 소개한다. 1. KMDb에 등록된 한국영화(극·비극) 의 수: 50,787편 2. KMDb에 등록된 한국영화인 의 수: 83,279명 3. 가장 많이 접근된 영화인 페이지 정윤희(1위), 임권택(2위), 신성일(3위) / 사진: 전승열, 정기성 1위 | 정윤희 2위 | 임권택 3위 | 신성일 4위 | 김기영 5위 | 이상사 6위 | 김지미 7위 | 박노식 8위 | 김진규 9위 | 신상옥 10위 | 안성기 4. 작품 리스트(필모그라피) 가 가장 많은 영화인 1위 | 현동춘 | 편집 | 994편 2위 | 김희수 | 편집 | 863편 3위 | 최형래 | 음향효과 | 850편 4위 | 손인호 | 음향효과 | 793편 5위 | 김기범 | 배우 | 753편 6위 | 허장강 | 배우 | 687편 7위 | 임해림 | 배우 | 660편 8위 | 김재경 | 음향효과 | 657편 9위 | 윤일주 | 배우 | 650편 10위 | 최남현 | 배우 | 609편 5. 한 작품(장편영화)에 가장 많은 크레딧 을 올린 영화인 1위 | 노영석 | THE 자연인 (노영석, 2023) | 17개 공동 2위 | 박용철 | 싸이더:애,심 (박용철, 2019) | 16개 공동 2위 | 준오 | 휴게소 (준오, 2016) | 16개 ※ 노영석 감독은 <THE 자연인>에서 감독, 각본, 출연, 프로듀서, 촬영, 조명, 편집, 음악, 미술, 의상, 동시녹음, 사운드(음향), 시각효과, 색보정, 예고편, 포스터, 기타스탭(캘리그라피)을 담당함. 6. 참여 스태프 가 가장 많은 영화 <한산: 용의 출현>(1위) 1위 | 한산: 용의 출현 (김한민, 2022) | 1,665명 2위 | 백두산 (이해준, 김병서, 2019) | 1,612명 3위 | 안시성 (김광식, 2018) | 1,502명 4위 | 미스터 고 (김용화, 2013) | 1,492명 5위 | 신과 함께–죄와 벌 (김용화, 2017) | 1,487명 7. 상 을 가장 많이 받은 영화 1위 | 기생충 (봉준호, 2019) | 58회 2위 | 헤어질 결심 (박찬욱, 2022) | 45회 3위 | 추격자 (나홍진, 2007) | 41회 4위 | 올드보이 (박찬욱, 2003) | 40회 공동 5위 | 괴물 (봉준호, 2006) | 31회 공동 5위 | 벌새 (김보라, 2018) | 31회 ※ KMDb에서 관리하는 영화제·시상식에 한함 8. 리스트에서 본 영화로 가장 많이 체크된 작품 <올드보이>(1위), <괴물>(2위), <기생충>(3위) / 사진: 디씨어터 1위 | 올드보이 (박찬욱, 2003) | 2,581명 2위 | 괴물 (봉준호, 2006) | 2,355명 3위 | 기생충 (봉준호, 2019) | 2,178명 4위 | 살인의 추억 (봉준호, 2003) | 2,055명 5위 |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미야자키 하야오, 2001) | 1,672명 6위 | 아가씨 (박찬욱, 2016) | 1,648명 7위 | 공동경비구역 J.S.A. (박찬욱, 2000) | 1,574명 8위 | 마더 (봉준호, 2009) | 1,533명 9위 | 헤어질 결심 (박찬욱, 2022) | 1,515명 10위 | 8월의 크리스마스 (허진호, 1998) | 1,438명 ※ 박찬욱 감독 작품 4편, 봉준호 감독 작품 4편 9. 리스트에 본 영화 체크를 가장 많이 한 사용자 1위 | bo**** | 2,076편 2위 | ha**** | 1,865편 3위 | gs**** | 1,747편 4위 | ba**** | 1,696편 5위 | in**** | 1,636편 ※ ****는 ID의 글자 수와 일치하지 않음. 10. 가장 많은 조회수의 영화글 1위 | “ [시네필 안내서]서문: 시네필의 세계로 들어서고 싶은 당신에게 ” (영화천국 Vol.48) | 정성일 | 91,634회 사실 진정한 20주년 이벤트라면 올해 KMDb가 전면 개편된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득하지만 어찌 됐든 2026년 말 새로운 KMDb가 문을 열 것이다. 오랜 KMDb 관여자로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뭐냐고 묻는다면, 20년이 지난 이젠 누구나 KMDb를 KMDb(b를 소문자)로 써주길 바란다는 것 정도. 소박한 바람으로 글을 마친다.
일상에서 사람들 사이에 이루어지는 대화를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하자면, 대화 당사자들 이외의 청자를 반드시 요하는 대화(예컨대 공개토론회), 그러한 청자가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은 대화(삼삼오오 어울려 길을 걸으며 재잘거리는 이들부터 서로 고성으로 욕설을 퍼부으며 다투는 이들까지), 마지막으로 그러한 청자를 철저히 배제하는 사적인 대화가 있을 것이다. 영화는 이 모든 대화들을 담아낼 수 있지만, 일종의 ‘부재하는 청자’로서의 카메라/마이크가 대화당사자들의 묵인 하에 채록한 것 같은 인상 - 극영화든 다큐멘터리든 이러한 묵인의 인상이 없다면 그것은 순전히 도청이나 몰래카메라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 을 주는, 세 번째 범주의 대화 상황의 구성에 특별히 관심을 쏟는 매체다. 물론 이 사적인 대화는 그 내용에 따라 고백이나 약속 같은 친밀한 것으로부터 모의나 협박 등 적대적인 것까지 수준을 달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대화 상황의 특수성에 걸맞은 영화적 표현은 어떤 것인가를 고민하는 일은 유성영화가 탄생한 이래 감독들에게 부과된 중요한 과제다. 굳이 여기서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건 올해 몇몇 한국독립영화를 보면서 거기 묘사된 대화 상황이 지극히 단조롭고 편향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인데, 특히 많은 평자들로부터 상찬을 받은 윤성현 의 < 파수꾼 >은 내겐 오히려 리얼함이 과장된 적대적 대화나 그도 아니면 대화가 실패하는 상황이 교차되는 상황을 제법 기교를 부린 내러티브, 카메라워크 및 편집으로 눈가림한 좀 미숙한 영화처럼 보였다. (이와 유사한 인상을 주었던 독립영화로 윤종빈 의 < 용서받지 못한 자 >가 떠오른다.) 특히 또래 남녀학생들이 지하철 안에서, 길 위에서, 그리고 중국집에서 주고받는 대화 상황을 연출한 방식 - 아이들의 모습을 잘게 나눈 쇼트들로 분할해 보여주면서 음악만 얹어 뮤직비디오 풍의 장면을 만들거나, 대화의 전체 맥락을 그려내지도 않은 채 한 두 마디 말만 불분명하게 들려주고는 그에 반응해 웃는 광경만을 보여주는 TV드라마 같은 방식 - 을 보면, 과연 이 감독이 일부 평자들이 상찬한 대로 동시대 아이들의 초상을 제대로 다룬 것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워진다. 윤성현이 사소한 것으로 치부한 이 장면들은, 예컨대 앤드류 부잘스키나 알렉스 로스 페리 같은 미국독립영화계의 ‘멈블코어’(mumblecore) 작가들에게서라면 그 자체로 훌륭한 영화적 소재가 되고도 남았을 것이다. 감독은 ‘파수꾼’이라는 제목이 <호밀밭의 파수꾼>에서 가져온 것이라 했다지만 그는 J.D.샐린저가 <프래니와 주이>의 작가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 같다. 적대의 언어가 아니라면 대화 상황을 의미 있게 영화적으로 구성해내지 못하는 난점은 (개별 영화들에 대한 평가는 차치하고라도) 많은 다른 독립영화들에서도 발견된다. 내밀함을 요하는 대화 상황은 어쩐지 진부하고 낯간지러운 방식으로만 묘사되고, (홍상수의 영화나 부당하게 냉대 받은 배창호 의 < 여행 >같은 중견감독들의 ‘독립영화’, 그리고 노영석 의 < 낮술 >이나 윤성호 의 영화 정도를 제외하면) 평범한 대화의 이면에서 혹은 그것을 굴절시켜 다양한 감정적 효과를 끌어내려는 연출의 사례도 거의 찾아볼 수 없는데, 이는 다수의 한국독립영화들이 장르적이기보다는 리얼리즘적이기를 - 혹은 적어도 장르의 리얼리즘을 - 추구한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기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김경묵 의 < 줄탁동시 >는 적대적이거나 진부한 대화 상황, 그도 아니면 침묵의 순간들로만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지극히 동시대적인 한국독립영화다. 어쩌면 오늘날 한국독립영화에선 대화의 기술을 잃은 자들의 도착적 자기표현으로 폭력( 양익준 의 < 똥파리 >와 전규환 의 < 애니멀 타운 >)과 침묵( 박정범 의 < 무산일기 >)만이 가능하게 되었다고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한 독립영화의 제목을 빌려 말하자면 ‘짐승의 (대화의) 끝.’ 보다 인간적인 방식으로 말을 걸어오는 쪽이 있다면 그건 여성들이다. 때로 그녀들은 거의 당혹스러울 만큼 직설적인 표현으로 - 이서 의 < 사람을 찾습니다 >나 양익준의 중편 <미성년>에서처럼 - 단조로운 (남성적) 대화의 세계에 신선한 공기를 더한다. 혹은 오직 그녀들만이 세속적인 소통의 기술과 그 필요성을 안다( 민용근 의 < 혜화, 동 >과 박정범의 <무산일기>). 비언어적 표현(제스처와 폭력) 혹은 반언어적 표현(적대의 언어)은 남성의 편에 언어적 표현은 여성의 편에 할당하는 식으로 전통적 역할에 있어서의 전도(顚倒)가 이루어진 것이라면 그야 받아들이지 못할 이유가 없지만, 대체 이러한 전도가 겨냥하고 있는 영화적 지향이 무엇인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