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시간
- 감독
- 대니 보일
- 제작년도
- 2010
- 출연
- 제임스 프랑코, 케이트 마라, 엠버 탐블린, 숀 보트, 콜맨 스팅거 , 트리트 윌리엄스, 케이트 버튼, 파커 하들리
나쁜 놈들에게 개과천선은 가능한 걸까? 성악설을 따로 들먹이지 않아도 늑대, 뱀, 피라냐, 상어, 거미 등 오래 전부터 무섭고 위험한 존재로 취급 받아온 이들이 새롭게 거듭나겠다며 착한 일에 도전한다. 하지만 기니피그로부터 제안된 이 실험은 시작부터 그리 녹녹치가 않은데, 지독한 편견과 고정관념 탓에 뭔 일을 시도해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질 못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목숨마저 내어줄 만큼 가장 친한 친구 사이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도 해당된다. < 배드 가이즈 >는 변해버린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서투른 고백이자 위로이고, 환대받지 못한 아싸들의 진솔한 우정을 그린 헌사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도 15권까지 출간돼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호주의 배우 출신의 아동 작가 애런 블레이비의 동명의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삼고 있는데, 영화는 크게 1권과 3권의 기둥 줄거리를 바탕으로 < 펄프 픽션 >과 <오션스 시리즈> 등의 전통적인 범죄 장르 영화들과 < 루팡 3세 >나 < 명탐정 번개 (홈즈)> 그리고 < 어네스트와 셀레스틴 > 같은 다양한 애니메이션에 영향을 받아 재해석되었다. 특히나 실사적인 움직임을 강조해오던 그간의 미국 전통적인 CG 애니메이션 경향에서 벗어나 만화 특유의 과장된 움직임과 가변 프레임적인 연출을 강조하는 스타일은 <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물론 공유한 건 그뿐만이 아니다. 바로 음악을 맡은 이도 다니엘 펨버튼으로 동일하다는 것! 다니엘 펨버튼 1977년생의 다니엘 펨버튼은 현재 가장 핫한 영화음악가인 동시에, 오래 전부터 준비되어 온 뮤지션이다. 1994년 그의 나이 약관에도 미치지 않은 16살 때 만든 데뷔 앨범을 들은 TV연출자 폴 윌름스우스트(다큐 연출을 하다 방향을 틀어 <스트라이크 백>과 <다빈치스 데몬스> 등의 시리즈를 만든 것으로 알려진 베테랑) 눈에 띄어 픽업돼 그때부터 17년간 TV에서 활동하며 다양한 경력을 쌓아왔다. 그 필모 안에는 <핍쇼>나 <헬스 키친>, <공룡 구출 대작전>, <더크 젠틀리의 전체론적 탐정사무소> 등 제법 우리 귀에도 익숙한 영국 프로그램들도 보인다. 그러다 2011년 비로소 경력에 비해 늦은(그러나 여전히 젊은 나이인 30대 중반에) 닉 머피 감독의 < 어웨이크닝 >으로 장편 극영화음악 데뷔를 한다. 그 후 리들리 스콧과 대니 보일, 가이 리치, 아론 소킨 등 여러 잘 나가는 감독들을 단숨에 만족시키며 영화계 주류 작곡가로 편입되었다. 그가 이처럼 빠르게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건 명징한 멜로디 감각과 탁월한 아이디어, 재기발랄한 편곡 솜씨를 보유한 실력 덕택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진지한 드라마를 필두로 다큐멘터리, 범죄물, 블록버스터 액션 히어로, 시대극, 판타지 그리고 애니메이션(과 게임)에 이르기까지 장르의 편식 없이 가리지 않고 모든 스타일의 음악을 매만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밑바탕엔 길고 길었던 TV시절이 받쳐줬기에 가능했다는 건 두 말하면 잔소리. <배드 가이즈>에서도 이런 그의 유연한 다재다능함은 빛이 난다. 다니엘 펨버튼은 이번 애니메이션이 전통적인 하이스트 영화들에 기조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착안, 1960-70년대 사이에 제작됐던 수많은 할리우드 케이퍼 영화들이나 캅 영화들의 스코어에 경배를 바치고 있다. 헨리 맨시니의 < 핑크 팬더 >이나 <피터 건>, 퀸시 존스의 < 이탈리안 잡 >, 랄로 쉬프린의 < 블리트 >, 데이빗 사이어의 <지하의 하이젝킹(펠햄 123)>, 돈 엘리스의 <프렌치 커넥션>, 그리고 존 배리의 007시리즈 등 당대 가장 인상 깊었던 그 쿨한 재즈 사운드가 고스란히 그의 손에 의해 재현되는데, 이를 위해 휘황찬란한 브라스 섹션에 그루브한 하몬드 오르간과 펑키한 퍼즈 기타, 몸을 들썩이게 만드는 리드미컬한 봉고 드럼, 짜릿한 무그 신디사이저 등 그 당시 악기들을 이용했다. 이미 앞서 다니엘은 그 시절 첩보물의 리메이크인 < 맨 프롬 엉클 >과 오션스 시리즈의 스핀오프 < 오션스 에이트 > 그리고 진지한 누아르 < 머더리스 브루클린 >에서 재즈라는 장르에 대한 애정과 실력을 마음껏 피력한 바 있기에 <배드 가이즈> 스코어의 완성도를 의심하는 건 시간낭비에 가깝다. 맞춤옷을 입은 것처럼 적재적소에 위치하는 활력 넘치는 레트로 사운드는 교활함과 긴장감, 위트와 낭만, 감동과 눈물을 동시에 아우르며 100분에 이르는 러닝타임 중 거의 내내라 할 수 있을 정도인 80여 분간 깔리며 기둥 분위기를 잡아준다. 하지만 단순한 스타일의 재현과 답습을 넘어 자신만의 색채를 입히는 데도 거리낌이 없다. 힙합 비트에 심포닉 사운드를 섞어 삽입곡들과 균형을 맞추는 동시에 새로운 슈퍼히어로 스코어를 완성시켰던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처럼 다니엘 펨버튼은 고전 하이스트 장르물 스코어에 전혀 예측하지 못한 색다른 악기들이나 모티브를 도입해 기발한 재미와 흥미를 자아내게 만든다. 인도의 전통 악기 ‘반수리(대나무 플루트)’로 재즈에서 사용되는 플루트를 대체해 작전 이나 잠입 시 독특한 은밀함과 영화 중반 등장하는 크림슨 포의 신비주의를 선사한다던지, 하프와 아코디언, 치터가 뒤섞인 것 같은 음색을 들려주는 일본의 전통악기 ‘다이쇼고토(大正琴)’를 들고 와 그 특유의 서늘한 공명감으로 섬뜩한 빌런의 음모를 암시하는 등 기존 장르 스코어에서 전혀 들어보지 못한 실험을 펼쳐 보인다. 복잡한 사연을 지닌 입체적인 기니피그 캐릭터 마멀레이드 교수를 위해선 바흐에서 영향을 받은 피아노(대체적으로 영화에서 컨벤션화 된 악당 캐릭터들이 바흐 음악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를 대입하고 있으며, 후반 들어선 의도적으로 역시 바흐의 영향을 받았다고 여겨지는 프로콜 하럼의 히트곡 “A Whiter Shade of Pale”의 하몬드 오르간 전주를 따와 반전의 전조로 써먹는 재치도 발휘한다. 시종일관 질주하는 다니엘 펨버튼의 음악은 마치 갱단의 노련한 움직임처럼 지치거나 쉴 틈을 주지 않는다. 앤서니 라모스 이기 팝과 함께 작업한 영화 <골드>의 주제가 “Gold”로 골든 글로브 주제가상에 노미네이트되고, 셀리스트와 함께 한 <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의 주제가 “Hear My Dream”으로 오스카 주제가상에 올랐던 만큼 다니엘 펨버튼의 송 라이팅 실력 또한 무시 못 하는데, 이번 <배드 가이즈>에선 흥겨움을 담당하는 두 곡 “Good Tonight”과 “Brand New Day”를 들려주고 있다. 영화 중반 스네이크가 위기에 빠지자 피라냐가 마이크를 잡고 주위 환기용으로 불렀던 “Good Tonight”는 실제 목소리를 맡은 앤서니 라모스의 출중한 노래 솜씨를 맛 볼 수 있는 곡인데, 그는 뮤지컬 <해밀턴>과 < 인 더 하이츠 >, < 트롤: 월드 투어 > 등으로 이미 검증된 바 있는 가수이기도 하다. 주제가라 할 수 있는 “Brand New Day”는 영국의 소울 충만한 펑크 락 밴드 더 헤비가 소화해 그들 특유의 신명나는 그루브함과 화려한 스윙감을 선사한다. 그 외 배우이자 코미디언 롭 슈나이더의 딸로도 알려진 엘르 킹이 부른 “Feelin' Alright”도 쿨한 <배드 가이즈>만의 색채를 빛내주고 있으며, 사운드트랙 안엔 포함돼 있지 않지만 영화에서 흐르던 줄리 런던이 부른 고전 스탠다드 팝 “Fly Me to the Moon”이나 아니타 오데이의 “Whisper Not”이 분위기를 돋아주고, 더 블랙키스의 “Howlin' for You”, 케미컬 브라더스의 “Go”, 캔트 스톱 원트 스톱의 “Stop, Drop, Roll” 등이 유쾌함을 더한다. 개봉 전 예고편에선 재밌게도 빌리 아일리시의 딱 한글자만 틀린 제목의 노래 “Bad Guy”가 사용되기도 했다. 코로나 기간에 제작되고 상영돼 제약이 많았음에도 전 세계적으로 2억 5천만 달러가 넘는 흥행을 올린 <배드 가이즈>이기에 속편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있다. 실제로 넷플릭스에선 23년 연말을 목표로 홀리데이 스폐셜이 제작 중에 있다. 다니엘 펨버튼이 직접 참여할 진 미지수지만, 현재 애플TV+에서 <에프터파티>와 <슬로 호지스> 시리즈를, 24년 개봉 예정이었다가 무기한 밀린 대망의 스파이더맨 유니버스 삼부작을 마무리 짓는 <스파이더맨: 비욘드 더 유니버스>를 작업하는 등 바쁜 스케줄을 이어가고 있어 그의 주가는 더욱 폭등할 것으로 보인다. 거장이 되어갈 다니엘 펨버튼을 지켜보며 <배드 가이즈>라는 제목과 달리 썩 나쁘지 않은 비장의 OST 하나를 기억해두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Track List 1. The Big Bad Wolf 2. Meet The Bad Guys 3. Let's Bounce 4. Push Pop 5. Step 3 6. Security Surprise 7. The Dolphin Heist 8. Going to Go Good 9. Turn on the Charm 10. Marmalade Prelude 11. A Heist for Good 12. The Sharing Laboratory 13. Save the Cat 14. "Good Tonight" by Anthony Ramos 15. So Long Suckers 16. The Lair of Loot 17. Loot Loops 18. Bedtime Story 19. Double Crossed 20. Tricky Fox 21. The Crimson Paw 22. Secret Hideout 23. Evil Masterplan 24. The Sad Guys 25. One Last Push Pop 26. Finish Them 27. Huff + Puff 28. Just Robbing This Place 29. Freeway Escape 30. Who Said It Was the End? 31. Redemption 32. The Old Switcheroo 33. "Feelin' Alright" by Elle King 34. "Brand New Day" by The Heavy
연일 이어지는 불볕더위에 바깥 온도는 38도를 웃돌고 있다. 요즘 같이 잔인한 무더위, 작열하는 폭염에는 올림픽 시청이나 영화 관람이 더위 날리기로 제격이다. 연일 밤을 새운 응원에 승전보를 접하기도 하지만, 몇몇 종목의 불만스런 판정은 마뜩잖은 새벽잠에 불편함을 더한다. 그래도 스웨덴의 전설적인 사격 영웅 오스카 스완이 1920년 앤트워프올림픽에서 72세의 나이로 은메달을 목에 걸며 역대 최고령 메달리스트가 된 꿈같은 기록들이나, 영화 속 환상을 실시간 현실로 만들어준 대니 보일 감독( 슬럼독 밀리어네어 , 2009 아카데미 감독상) 연출의 스펙터클한 개막식은 올림픽의 흥미를 더해주는 번외 다큐멘터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더위 날리기 1순위는 무엇보다도 냉방시설 잘된 영화관에서 시원한 콜라 한 잔과 고소한 팝콘을 먹으면서 영화 관람을 즐김에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이틀전날 밤 고1 아들놈과 친구들에게 에어콘 바람이 차가우니 웃옷도 한 벌 챙기라면서 심야시간의 < 다크 나이트 라이즈 >를 함께 보고 왔다. 7월 24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의 집계에 따르면, <배트맨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24일 하루에만 27만 275명의 관객을 동원해 누적 관객 3,003,061명을 기록했다. 이는 19일 개봉 이후 6일만의 기록으로 2012년 개봉영화사상 최단 기간 300만 명 관객 돌파의 기록이다(< 어벤져스 >는 10일 만에 최단 300만 관객 돌파). 한편, 한국 멜로 영화사상 최대(410만 관객) 동원 기록을 세운 올 상반기 화제작 < 건축학 개론 >은 90년대 감성에 바람을 일으키면서 ‘마이클 런스 투 록` 등 국내에서 관련 음반들이 줄이어 발매되고 있다. 아울러 ‘우리에게 더 좋은 날이 되었네’라는 제목으로 귀에 익숙한 그리스 가수 아그네스 발차의 노래가 흐르는 < 시라노 연애조작단 > 등 승률이 꽤 높은 명필름의 주력은 특수효과를 애니메이션기법으로 처리하는 메이저급 할리우드 영화와는 달리 탄탄한 스토리와 기획에 기반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음악과 캐릭터를 비롯한 몇 가지의 중요한 다른 조건들도 포함됨은 물론이다. 영화를 완성하는 요소는 여럿이지만 그중에서도 비중이 큰 3가지만을 꼽는다면 스토리, 캐릭터, 음악이라고 할 수 있겠다. 2012년 시카프 행사를 방문한 픽사의 이민형 TD는 인문학에 관심 갖길 제안하면서, 영화의 중요한 조건으로 캐릭터와 스토리를 꼽았다. “<메리다와 마법의 숲>의 경우에도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데는 1년 반이 걸렸지만 스토리와 캐릭터를 만드는 프리프로덕션 단계에 5년을 공들였고, 공대 출신 기술 담당 임원들도 예술과 인문학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는 게 바로 픽사의 큰 힘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이번 추천 애니메이션은 이러한 영화의 구성요소 중에서 < 다크 나이트 라이즈 >의 몽상적 스토리 이상의 몽환적인 스토리와 < 어벤져스 >에 결코 뒤지지 않는 감각적인 비주얼, < 시라노 연애조작단 >이나 < 건축학 개론 >에서 흐르는 복숭아 같이 향긋한 음악, 그리고 또 다른 재료들을 잘 배합해서 시적 일루전이라는 특별메뉴로 조리해낸 데이브 맥킨(Dave McKean)의 < 미러마스크(MirrorMask) >이다. 꿈같이 공상적이고 만화 같은 상상력이 풍부한 영화로는 팀 버튼의 < 피위의 대모험 >도 만만치 않은 작품이지만 만화적 요소에 애니메이션기법이 강하게 혼재한 데이브 맥킨의 <미러마스크>가 영상자료원의 추천애니메이션이라는 지정된 조건에는 좀 더 적격이라고 판단한다. 팀 버튼 감독의 만화 같이 황당한 설정의 실사영화들은 < 슈퍼맨 > 같이 만화주인공이 등장하는 ‘만화영화’나 애니메이션기법이 쓰인 ‘애니메이션영화’에 대해 용어상의 혼용과 학술적 개념의 혼란을 가지게 하지만 < 미러마스크 >는 이러한 만화와 영화 그리고 애니메이션의 복합적인 개념을 담고 있어, 심화된 만화와 영화, 애니메이션에 대한 새롭고 발전된 시도로 평가할 만하다. 특히, 이번 작품이 묘한 매력으로 끌리게 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몽환적 이미지로 풀어가는 컬트 성격이 강한 비주얼들이다. 그래서 <미러마스크>를 리뷰하기에 앞서 데이브 맥킨에 대한 일러스트레이션작가로서의 필모그래피를 소개함이 다소 어둡고 무게감 있는 이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듯하다. 데이브 맥킨은 영국의 버크셔 예술디자인대학에서 디자인, 일러스트레이션, 영화를 전공했다. 25년 전인 1987년, 찰떡궁합인 글 작가 닐 게이먼(Neil Gaiman)과 함께 『폭력 사건들』과 『흑란』(1988)을 발표하면서 만화계에 데뷔했다. 이 두 작품은 1989년 유별난 작가 그랜트 모리슨의 시나리오에 그림 작가로 발표한『배트맨, 아크함 수용소(Batman, Arkham Asylum)』와 더불어 만화의 전형적인 틀을 깨는 창의적 만화 장치를 적용시켜 다수의 수상과 함께 국제적인 명성을 안았다. 1989년 이후에는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그림을 그린 그래픽노블『새장들(Cages)』(1993)을 출판했는데, 이 책으로 알프 아트 판테라 하비상을 수상하게 된다. 다른 주요 작품으로는 『코랄린』(2003), 『벽 속에 늑대가 있어』(2005), 『금붕어 2마리와 아빠를 바꾼 날』(2006) 등 책의 속지를 펼쳐보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독특하고 파격적인 만화책과 그림책들이 여럿 있다. 데이브 맥킨 | 배트맨, 아크함 수용소 | 샌드맨의 `모르페우스` 초상 | Dreaming 코랄린 | 벽 속에 늑대가 있어 | 금붕어 2마리와 아빠를 바꾼 날 이와 같은 데이브 맥킨의 그림이 특별히 가지는, 현실과 꿈을 오가는 시공간적 레이어에 놓인 회화, 사진, 오브제, 캘리그라피, 컴퓨터그래픽 등의 중첩 이미지들은 주세페 아르침볼도의 정물화에서 느껴지는 유머스런 일루전으로부터 모리츠 C. 에셔의 패턴이 재현하는 메타패턴의 이미지들에 바흐의 푸가 C-샤프 마이너가 절묘히 배합되어 시적 환영의 메타모포시스를 제공함으로서 퇴색하는 벽과 바닥과 천정의 티끌에서도 어렵지 않게 생성되는 신기한 환영들처럼 독자나 관객 스스로가 시적 연상을 통해 감성 넘치는 스토리를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주세페 아르침볼도: 채소 기르는 사람 | 모리츠 C. 에셔: 패턴 이미지 데이브 맥킨 감독의 첫 장편 < 미러마스크 >는 글 작가 닐 게이먼의 『미러마스크』를 초안으로 2005년 짐 헨슨 스튜디오에서 만든 영화다. 간단한 줄거리는 가족 서커스단인 주인공 헬레나와 부모님의 떠돌이 생활의 지겨움에 대한 사춘기의 갈등과 해소에 관한 내용이다. 헬레나와 그녀의 어머니가 심하게 다툰 후 갑자기 어머니가 병으로 수술을 하게 되는데 그것이 모두 자신의 탓이라고 생각하면서 지루한 일상에 대한 반항, 사춘기의 도발적 방황, 부모님과의 갈등 등 트라우마 유형의 스트레스를 현실과 혼돈되는 꿈속에서 몽환적으로 풀어나간다. 감독은 헬레나의 병든 어머니를 상징하는 백색여왕의 병을 고쳐줄 미러 마스크를 찾아 얽힌 실타래를 풀듯 이야기를 엮어가는 과정에서 데이브 맥킨 특유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독특한 이미지와 철학적 관념이 흐르는 스타일리시한 반투명 메타모포시스 기법을 중첩시켜 감성 넘치는 101분 상영시간의 인상 깊은 장편애니메이션영화를 완성했다. 그러나 묘사가 섬세하고 스토리라인의 조리가 분명한 팀 버튼 감독의 몰입감 강한 미국스타일 작품들에 비해 호불호 엘리트 예술가로서 또는 회화작가로서 데이브 맥킨이 표현하기 좋아하는 지나치게 복잡한 철학적, 관념적 유럽식 예술품격을 녹인 『배트맨, 아크함 수용소(Batman Arkham Asylum)』그래픽 노블에서 칸(패널) 사이에 놓인 스토리 완급에 대한 긴장감을 독자들 스스로가 유지하기를 요구하듯이, < 미러마스크 >의 스토리텔링에 대한 집중력과 인내 역시 온전히 관객의 몫으로 돌리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관객의 호흡을 무시하는 형이상학적 지루함을 못내 답답하고 씁쓸한 옥의 티라고 조롱하고 싶다. -혼자 너무 잘 났어!- 혹자는 그러시겠지 “이게 도대체 만화야? 영화야?” 필자는 이렇게 반문하고 싶다. “글쎄, 요새 영화들은 도대체 애니메이션이야? 영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