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 캔 댄스
- 참여 작품
- 네바다 (1996)
암전된 화면에 조용히 깔리는 차 소리. 크레딧이 이어지다 제목이 뜨면 화면 가득히 흰색의 복면이 보인다. 극대화된 클로즈업이라 세세한 천의 격자무늬 질감마저 생생하게 다가온다. 그와 함께 심장박동처럼 둥둥둥 울리는 저음의 빠른 타악 리듬, 불안한 심정을 마구 휘젓는 속삭임의 보컬이 귓가를 간지럽힌다. 그리고 이국적인 구음의 노래가 펼쳐지면 그제야 비로소 공간과 인물이 소개된다. 달리는 차 안. 무장한 군인. 흙바닥의 경치. 생소한 아라비안 문자. 회반죽의 건물들과 히잡 그리고 카피에까지. 여기는 미국이 아니다. 불타는 화약고, 중동이다. 남자는 지금 복면을 쓴 채 헤즈볼라 무장단체 지도자를 섭외하러 가는 길이다. 이 긴박감 넘치는 오프닝을 통해 마이클 만 감독은 < 인사이더 >라는 영화에 대해 명료하고 함축적으로 표현한다. 진실에 도달하는 길이 얼마나 힘든 여정인지에 대해. 여기에서 흐르는 곡은 호주의 뉴웨이브 듀오 ‘데드 캔 댄스’ 출신의 리사 제라드 2집에 실린 ‘Tempest’란 노래로, (제목 그대로) 잘 살던 두 남자 인생에 갑자기 몰아닥친 ‘폭풍’의 전조를 은연중에 암시하고 있다. 번뇌에 찬 목소리와 혼동에 가까운 퍼커션을 통해 그들에게 닥칠 폭풍이 결코 만만하지 않음을 짐작게 한다. 로웰 버그만, 제프리 와이건 \ 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센델의 강의를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제프리 와이건 박사는 기로에 서 있다. 그는 자고로 너무 많은 걸 알고 있는 남자였다. 그 지식이 공익적으로 사용되지 않음을 불편해했고, 미국 굴지의 담배회사 브라운 앤 윌리엄스는 그러한 그의 자의식을 부담스러워 했다. 그래서 원만치 못한 대인 관계를 핑계 삼아 그를 해고해버린다. 비밀서약과 가족의 안정을 빌미로 그의 목을 서서히 옥죄어온다. 안전한 비겁자가 되느냐, 용감한 희생자가 되느냐 그 사이에 낀 그는 신념과 도덕적 가치를 좇아 싸워온 PD 로웰 버그만과 만나 위대한 결단을 내린다. 비록 자신에게는 최악의 결정이 되겠지만. 로웰 버그만 역시 압력과 회유에 시달린다. 보도를 통해 소송에 걸리면 회사 매각과 관련해 주가가 폭락할 것을 염려한 간부들의 방해로 방영금지라는 초유의 결정을 받아든다. 모든 상황이 무(無)로 돌아가 버릴 위기에 빠지자 그는 다른 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미디어를 폭로하는 극단의 조치를 취하게 된다. 결국 인터뷰는 무삭제로 방영되지만 제프리 와이건은 고소당하고 이혼하며, 로웰 버그만은 직장을 떠난다. 이 인터뷰가 방영되는 감격스러운 장면에서 다시 리사 제라드 2집에 실린 ‘Sacrifice’가 흐른다. 처연하고 소름 끼치는 마력의 보이스가 그들의 희생을 위로하고 달래준다. 어쩌면 감독은 이 두 곡을 쓰기 위해 리사 제라드와 피터 버크에게 음악을 맡겼는지 모른다. 마이클 만은 영화만큼이나 음악에서도 완벽을 추구하는 감독이다. 데뷔작 <비정의 거리> 와 그다음에 찍은 <악마의 성>에선 당시 하이테크한 유행의 정점에 오른 탠저린 드림의 차갑고도 강렬한 전자 음악을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인기 TV 시리즈였던 <마이애미 바이스>에선 감각적이고 현란한 얀 해머의 신디 사운드로 스타일을 과시했다. 고전적인 멜로 서사극의 절정을 보여준 < 라스트 모히칸 >에선 트레버 존스와 랜디 에델만이란 정반대적인 성향의 작곡가를 고용해 인상적인 교향시를 조율하기도 했다. <히트>와 <퍼블릭 에너미>에서는 시대의 흐름을 보여주는 다양한 삽입곡들과 함께 엘리웃 골든탈의 미니멀하면서도 전위적인 스코어로 임팩트를 남겼으며, 도시의 어두운 이면과 우울한 범죄의 초상을 담은 < 콜래트럴 >과 극장판 < 마이애미 바이스 >에서는 제임스 뉴톤 하워드와 존 머피를 통해 HD 질감에 걸맞은 세련된 감성의 잿빛 스코어를 요구했다. 남자의 로망을 자극하고, 비정한 도시(장소)의 슬픔을 간직한 그의 영상 속에서 설명과 대사는 지엽적이다. 대신 음악이 그 감성을 묘사한다. 모자란 설정을 채워주고 있다. <인사이더>에서도 마찬가지. 대사는 적되, 카메라는 인물에게 초근접해 다가가고, 사건의 무게와 심각성은 그들의 얼굴과 뒷모습에 진 음영을 통해 표현되며, 감정은 음악으로 발현된다. 대기처럼 영화 내 부유하는 스코어는 조용하지만 은은한 울림으로 그들의 심적인 고통과 피로함을 호소한다. 상처뿐인 영광에 더없이 잘 어울리는 텁텁한 뒷맛이다. 리사 제라드, 피터 버크 80년대 초반부터 리사 제라드는 브랜든 페리와 함께 ‘데드 캔 댄스’를 통해 아프리칸 폴리리듬과 아일리쉬 민속음악, 그레고리안 성가에 중세 진언까지 포용한 월드뮤직 스타일의 뉴웨이브로 자신들만의 세계를 구축해갔다. 그들이 시도한 다크 웨이브는 고딕적인 성향의 복합적인 엠비언트 사운드와 아트록의 만남으로 비록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진 못했지만 지속적인 반응과 평단의 호응을 얻어냈고, 90년대 초반 그들의 앨범이 본격적으로 미국에 소개되면서 차츰 인지도를 얻기 시작한다. 1995년 < 히트 >에서 그녀의 곡 ‘La Bas’와 ‘Gloradin’, ‘Celon’을 사용하며 눈여겨봤던 마이클 만은 전격적으로 차기작이었던 <인사이더>의 음악을 리사 제라드와 그녀의 음악적 파트너였던 피터 버크에게 맡기는데, 앞서 소개한 삽입곡 외에 다양한 트랙에서 미니멀하면서 에스닉한 분위기의 엠비언트 사운드를 구사하며 숨은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정형화되고 단조로울 수 있는 느낌을 탈피하는 건 신비스러운 구음을 구사하는 리사 제라드의 목소리 덕분이다. 두성과 가성, 진성을 자유롭게 넘나들고, 아프리카 토속적인 주술서부터 그레고리안 성가 스타일까지 두루 연결 짓는 그녀의 보이스톤은 영화에 묵직하면서도 숭고한 정신을 부여하고 있다. 내부자(Insider)들이 철저히 아웃사이더(Outsider)가 되어가는 과정을 건조하게 담아낸 영화에 뜨거운 숨결을 불어넣는 건 그 한 맺힌 살풀이의 힘이 크다. 리사 제라드와 피터 버크의 부족한 부분은 베테랑 영화음악가 그레이엄 레벨이 메꾸고 있다. 전체적인 톤은 비슷하게 맞춰나가면서도 자신의 특징이었던 일렉트로닉 사운드에 클래식컬한 감성을 덧붙여 두 캐릭터가 가지는 고독과 시련을 형상화했다. 영화음악가가 되기 전 인더스트리얼 밴드에서 활동한 바 있는 그답게 음울하면서도 강렬한 존재감의 짧은 큐들이다. 이들의 스코어가 영화의 전체적인 공기를 스케치한다면 쟁쟁한 네임 밸류를 자랑하는 삽입곡들은 영화 내 중요한 지점에 위치하며 마치 이 영화를 위해 작곡되었던 것처럼 효과적으로 활용된다. 재판을 앞두고 법원에서 증언할 결심을 하는 장면에서 흐르는 현란한 기타 연주곡은 두 차례 아카데미 음악상에 빛나는 구스타보 산타올라야의 개인 앨범 [Ronroco]에 실린 ‘Iguazu’로, 심란한 제프리 와이건의 용기를 대변한다. 반면 방송국의 전횡을 신문사에 고발하는 과정에서 흐르는 인상적인 색소폰 연주곡은 ECM 레이블의 간판이자 유럽 최정상급의 아티스트 얀 가바렉의 앨범 [Rites]에 실린 동명의 ‘Rites’란 곡으로, 로웰 버그만의 양심을 상징한다. 두 곡은 각각 캐릭터들의 고독과 고난, 행동과 맞물리며 스코어가 지니지 못한 질감을 명징하게 표출한다. 영화의 대미를 장식하는 건 트립합의 대부 메시브 어택의 ‘Safe from Harm’이다. 방송국을 그만두고 나서는 로웰 버그만의 뒷모습을 배경으로 후일담 자막이 이어지는 부분까지 마치 재단된 것처럼 딱 맞춰 흐른다. 엔드 크레딧에선 리사 제라드와 피터 버크가 작곡한 멜랑꼴리한 분위기의 ‘Meltdown’이 영화를 마무리 짓는다. Massive Attack - Safe From Harm 마이클 만은 전통적인 할리우드 방식과 달리 이 2시간 40분에 이르는 긴 영상에 영웅주의 스코어와 상업적인 팝으로 도배하지 않았다. 음악은 단지 필요한 부분에 효율적으로 배치됐을 뿐이다. 그러나 진실과 정의, 용기와 좌절, 공포와 희망을 표현하는 데 있어 결코 모자람이 없다. 건조하고 차갑기 이를 데 없지만, 때론 침묵하고 관조함에도 이런 모노톤의 투명한 소리들의 총합이 바로 <인사이더> 사운드트랙이 가진 매력이다. 그 속에서 일말의 온기를 찾아내는 것이 진실과 정의에 다가가는 길과 비슷하지 않을까. 리사 제라드와 피터 버크는 <인사이더>로 골든 글로브 음악상에 올랐다. 작업에 만족한 마이클 만은 차기작 < 알리 >에서도 이들과 작업을 이어갔고, 이 역시 골든 글로브 음악상 후보에 오르며 노고와 실력을 인정했다. <인사이더> 사운드트랙은 영상자료원 영상도서관(F-320) 에서 직접 귀로 확인할 수 있다. Track List 1. Tempest 2. Dawn of the Truth 3. Sacrifice 4. The Subordinate 5. Exile 6. The Silencer 7. Broken 8. Faith 9. I'm Alone on This (by Graeme Revell) 10. LB in Montana (by Graeme Revell) 11. Palladino Montage (by Graeme Revell) 12. Iguazu - performed by Gustavo Santaolalla 13. Liquid Moon 14. Rites ? performed by Jan Garbarek 15. Safe from Harm ? performed by Massive Attack 16. Meltdown
‘바라카’는 아랍어로 축복을 뜻하는 단어이자 이슬람교에서 신의 힘이 깃든 거룩한 상태, 혹은 영적인 선물이나 삶의 본질을 일컫는다. 모슬렘들은 알라가 선택한 자에게 바라카를 부여하고, 바라카를 받은 사람이 스쳐 지나간 곳이나 그가 만진 물건, 그의 자손 등에도 바라카가 깃든다고 믿는다. 그리고 자신도 그 바라카를 받기 위해 이를 많이 지닌 사람들과 어울리려고 노력한다. 제목이 가진 의미처럼 론 프릭크 감독의 다큐멘터리 < 바라카 >는 거룩하고 장엄한 삶의 선물이자 성스러운 체험이다. 14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5명의 스태프들이 오대륙 24개국 152개의 장소를 돌며 촬영한 영상은 일상적이지만 동시에 일탈적이고 경외감을 갖다 못해 숭고하기까지 하다. 어떠한 편견이나 계몽적인 설명 없이 담백한 시선으로 세상의 본질과 생의 근원에 대해 탐구하고 성찰하려 한다. 거기에는 단 하나의 내레이션이나 그 흔한 자막도 없다. 그저 유려한 영상과 음악만으로 지구 상에 살고 있는 인간과 환경에 대해 스케치한다. 때론 경이롭고, 때론 무서우며, 때론 아름답고 잔인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교차하고 비교하고 대조하며 삶과 죽음, 시간과 공간, 자연과 문명에 대해 깊은 화두를 던지고 있다. Koyaanisqatsi <바라카>는 사실 고드프리 레지오 감독의 혁신적인 다큐멘터리 < 코야니스카시 >에 많은 빚을 지고 있다. 론 프릭크 감독이 <코야니스콰시>의 촬영감독이자 공동편집자 겸 공동작가 출신이고, 또 대사나 설명, 내러티브와 캐릭터 없이 오로지 영상과 음악의 힘으로만 하나의 주제에 대해 진지하게 사유한다는 형식적인 부분이 <코야니스콰시>와 닮았기 때문이다. 이는 기존의 아방가르드한 실험영화들에서 흔히 보았던 특징이지만, <코야니스콰시>는 뚜렷한 메시지에 정신적 자극과 시각적 교란, 청각적 매력의 삼박자를 완벽하게 조화시키며 대중들에게 높은 호응과 폭넓은 교감을 얻어냈다. 론 프릭크는 선동적이고 사회 비판적인 시각을 담은 ‘콰시’ 시리즈에서 벗어나 보다 자연스럽고 순수한 세상을 담아보고자 했는데, 촬영감독 출신이란 이점을 살려 기술적인 극대화도 함께 꿈꾸었다. <바라카>는 그런 욕구가 200% 반영된 자연 다큐멘터리의 역작으로, 압도적인 영상을 위해 <라스트 밸리> 이후 20년간 촬영된 적이 없는 70mm Todd AO 필름으로 촬영되었으며, 8K 고해상도로 스캔 받은 결과물로 후반 작업을 진행해 더없이 맑고 깨끗한 극강의 화질을 자랑하고 있다. 거기에 <코야니스콰시>에서 일부 사용되었던 슬로우 모션이나 타임랩스 기법도 본격적으로 사용하며 흔히 볼 수 없는 장관을 연출해냈다. Baraka 물론 분위기를 좌우하는 건 전적으로 음악의 몫이다. 그 어떤 설명이나 정보가 없기에 무엇보다 직접적으로 제시되는 언더스코어는 가장 쉬운 힌트이자 핵심 메시지가 된다. 그러나 <코야니스콰시>에서 미니멀하지만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냈던 필립 글래스와 달리 마이클 스턴스가 맡은 음악은 필요 이상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 대부분 정적이고 이국적인 분위기에 집중하며 때론 음향 효과와 비슷한 역할에 만족하고 있다. 뉴에이지와 (엠비언트 음악의 한 갈래인) 스페이스 뮤직에서 활약한 바 있는 스턴스는 이런 색다른 공간감과 철학, 사유, 명상 등이 어우러지는 사운드스케이프에 최적화되어 있기에 흔히들 명상음악이라고 하는 고고하고 평안한 상태를 충실하게 구현해낸다. 오염되지 않은 순수자연 세계의 원음들을 이용해 코스믹사운드를 창작했던 그는 자연에 동화된 고요와 평정을 통해 론 프릭크 감독이 의도했던 순수함에 가까이 다가간다. 자신이 작곡한 곡들 외에 다양한 뮤지션들의 연주와 직접 채집한 제 3세계의 민속 소리를 결합시켜 월드뮤직의 방향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필립 글래스가 중독적이고 주술적인 음악으로 적극적으로 메시지에 관여한 것과 달리 마이클 스턴스는 한발 뒤로 물러나 자유롭고 넓은 어울림을 통해 종교적인 체험과 영적인 기시감을 전달하는데 주력한다. 음악이 주는 카리스마는 고드프리 레지오의 다큐들에 비해 덜하지만 자연주의적인 색채의 사운드가 던지는 경건함과 심오한 스펙트럼은 론 프릭크의 초월적이고 철학적인 주제와 잘 부합하고 있다. 더욱이 여러 아티스트의 참여로 조율된 탄탄하고 압도적인 위용은 스펙터클한 영상의 묵직한 울림과 맞먹는다. 호주 출신의 다크웨이브 듀오 ‘데드 캔 댄스’뿐만 아니라 일본의 현대음악가 사토 소메이와 존경받는 사쿠하치 연주자 미야타 코하치로, 안데스 전통 음악을 들려주는 그룹 ‘인쿠요’와 인도네시아 발리섬의 전통 남성합창 ‘케챠’, 인도의 유명한 카르나틱 음악 작곡가이자 바이올리니스트 L. 수브라마니암, 그리고 독일 출신의 샤머니즘 음악 연주자 ‘아누가마’ 등 전 세계를 어우르는 그들은 각각 뚜렷한 색채감으로 풍성하고 강렬한 지장을 남긴다. 영화상에선 하나의 흐름처럼 음악이 쓰이고 있지만, 사실 <바라카>의 트랙 구분은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곡들에 따라 소주제가 생성되고, 몽타주를 이루며, 느슨하지만 전체적인 맥락을 잡아내기 때문이다. 사운드트랙은 곡이 순서대로 실리지 않아 트랙별로 나눠진 영상의 챕터를 구분할 수 있으며, 이를 유념해 살펴보면 좀 더 <바라카>에 쉽게 다가갈 수 있다. Baraka 히말라야 설산의 아찔한 절경을 사쿠하치로 그려내는 ‘Opening/Nepal Morning’을 필두로 가난과 빈곤에 대한 몽타주 위로 그 특유의 처연한 음색으로 노래하는 리사 제라드의 ‘The Host of Seraphim’과 환경파괴와 전쟁터, 아우슈비츠와 킬링필드의 만행 등 인간의 이기적이고 무신경하며 잔인한 본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일 때 쓰인 ‘Broken Vows/A Prayer Of Kala Rupa/An Daorach Bheac’, 중국 진시황의 무덤과 이집트의 피라미드,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인도 갠지스 강의 화장터로 이어지며 삶과 죽음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드는 서글픈 구음의 ‘Rainbow Voice’ 등 탁월한 선곡과 배치는 영상이 가진 힘을 더욱 증폭시킨다. 특히나 100~200명이 대여섯 개의 그룹으로 나뉘어져서 각각 다른 리듬을 제창하는 남성합창 ‘Kecak’는 혼란스러우면서도 박력 넘치는 울림을 선사하는데, 지휘자는 없지만 한 명이 ‘슈룰루 푼 푼 푼’ 4박자를 치면서 속도나 강약을 통제하는 게 가히 일품이다. 본래는 역병 평유를 기원하는 주술적인 춤의 반주로 입신상태의 춤추는 자를 둘러싸면서 몸을 좌우로 흔들고 반 망아 상태로 절규하는 몸짓들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그 외 도심지의 일상과 대량생산 과정 등을 타임랩스 기법으로 촬영해 현란하고 아찔한 영상을 보여주는 ‘African Journey’가 백미로 스피디하고 규칙적인 영상이 토속적이고 전위적인 리듬과 만나 무아지경에 빠져들게 만든다. Samsara 이후 론 프릭크 감독은 2012년 같은 제작진을 모아 20년 만에 <바라카>의 속편 <삼사라>를 내놓았다. 역시 오대륙 25개국을 돌아다니며 3대의 70mm 카메라로 촬영된 영상은 압도적인 황홀경과 경건하지만 의미심장한 체험을 안겨준다. 그 속에선 여전히 동물과 인간, 불교와 기독교, 이슬람과 유대교, 문명과 원시, 도시와 자연, 시간과 공간 등이 싸우고 충돌하며, 역사와 정신, 의미와 감정이 교차하며 영원과 근원에 대한 하나의 질문을 끊임없이 반복해 묻는다. 그에 대한 답이 될 순 없지만 마이클 스턴스의 치유와 공감의 음악은 새로운 빛이자 구원의 팡파르가 될 것이다. Opening/Nepal Morning Track List 1. Opening/Nepal Morning 2. Organics 3. Kecak 4. Wipala 5. The Host of Seraphim 6. Village Dance 7. Varanasi Sunrise 8. African Journey 9. Rainbow Voice 10. Monk with Bell 11. Broken Vow/A Prayer of Kala Rupa/An Daorach Bheac 12. Finale 13. End Credi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