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팟]〈글러브〉 시사회, 초대공연 존박 허각 듀엣 무대
- 제작년도
- 2011
태양계 궤도를 도는 에베레스트 크기만한 새로운 혜성을 발견한 천문학과 박사 과정의 케이트(제니퍼 로렌스). 다른 동료들의 열렬한 축하를 받는 가운데 지도교수인 민디 박사(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궤도 계산을 하다 거의 100%에 가까운 확률로 6개월 안에 지구와 충돌할 거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부딪치는 순간 종말이 펼쳐질 게 명백한 상황이기에 케이트와 민디 박사는 NASA에 보고하는데 이때 정부 관계자들이 극비리에 개입된다! 여기까지만 보면 익숙한 SF 재난 블록버스터를 떠올릴 법하지만, < 돈 룩 업 >은 그 쉽고 흔한 길을 걷지 않는다. 이 영화는 혜성 충돌의 고전적인 마스터피스 <세계가 충돌할 때>나 < 지구의 대참사 >도, 할리우드 스케일의 위력을 담은 < 아마겟돈 >이나 < 딥 임팩트 >도, 운명적인 < 너의 이름은 >이나 로맨틱 코미디의 < 세상 끝까지 21일 >도, 그리고 암울한 아트하우스의 < 멜랑콜리아 >도 보여주지 않았던 세태 풍자에 집중한다. 무능한 정부는 정치 스캔들에서 벗어나 중간 선거에 이기기 위해 혈안이 돼있고, 언론은 심각한 분위기를 피해 가십으로만 소비하려 한다. 여기에 이익에만 눈이 먼 기업과 전문가들의 경고를 외면하고 기만하는 대중들이 가세하며 환장의 대(大)콜라보를 이룬다. SNL 작가 출신으로 윌 페럴과 함께 많은 코미디를 작업한 아담 맥케이 감독은 기후 환경 문제와 막장의 끝을 달린 트럼프 정부 그리고 제작과정 중 실시간으로 터진 코로나 상황을 혜성에 빗대 마치 실제 인류의 대위기 앞에서 벌어질 법해 정말로 무서워(!)지는 블랙 코미디를 완성해냈다. 제니퍼 로렌스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메릴 스트립, 조나 힐, 마크 라일런스, 케이트 블란쳇, 타일러 페리, 티모시 살라메, 론 펄만, 아리아나 그란데, 키드 쿠디, 히메시 파텔 등 초호화 캐스팅을 자랑하며, <돈 룩 업>은 넷플릭스에서 성공의 지표로 뽑는 “공개된 지 28일 동안 가장 많이 본 영화” 중 < 레드 노티스 >에 이어 역대 2위를 차지했다. 비판의 대상이 다소 편향적이라는 지적과 반복적이고 단선적인 플롯과 고압적인 자세가 불편하다는 반응도 있는 등 호불호가 갈렸지만, 2021년 오스카를 비롯해 각종 연말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각본상 등 후보에 오르며 완성도에서 호평을 얻었으며, 현재 미국 사회가 가진 문제점과 치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극찬도 받았다.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한심한 작태를 풍자하는데 주력한 작품이지만, 이 극도로 암울한 상황 속에서도 웃음과 재미, 감동을 이끌어내는 건 바로 적당한 거리두기를 통해 나름 객관성을 유지하는 니콜라스 브리텔의 명민한 음악 덕분이다. 니콜라스 브리텔 배리 젠킨스의 < 문라이트 >와 < 빌 스트리트가 말할 수 있다면 >으로 오스카를 비롯한 각종 시상식 음악상 후보에 오르며 단숨에 주목을 받은 니콜라스 브리텔은 1980년대생 할리우드 영화음악가들 중에서 가장 성공적인 이력을 쌓고 있는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다. 뉴욕의 유대 가정에서 자란 브리텔은 피아노에서 발군의 실력을 드러내며 고교 시절 줄리어드 음대의 프리 칼리지 프로그램을 이수했으나, 왜 인간이 음악에 매료될까에 궁금증을 느껴 하버드 심리학과에 지원할 정도로 괴짜이자 수재였다. 학부 시절 내내 힙합 연주그룹에서 키보드 주자로 활동하며 다양한 장르의 음악에 심취했고, 자신의 하버드 심리학과 동기였던 배우 나탈리 포트만이 처음 연출한 단편 <EVE>에서 그의 소품 “Forgotten Waltz No.2”가 쓰이며 영화음악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된다. 이후 포트만이 참여한 < 뉴욕 아이 러브 유 >의 한 꼭지를 비롯해, 각종 다큐멘터리에 참여하며 음악에 대한 끈을 놓지 않았다. 그럼에도 브리텔은 본격적으로 음악을 업으로 삼지 않고 월스트리트에서 잘 나가는 해지펀드 매니저이자 외환 딜러로 활동했는데, 그가 결국 다시 음악으로 마음을 돌리게 된 계기가 된 건 < 노예 12년 >에 참여하면서부터다. 스티브 맥퀸 감독의 부탁으로 한스 짐머가 <노예 12년>의 스코어를 맡았지만 영화 전반에 삽입될 소스 음악들에 대해선 다소 부담을 느끼고 있던 터라 새로 외부 음악가를 수혈했는데, 그게 바로 니콜라스 브리텔이었다. 그는 전혀 녹음된 바 없고, 제대로 전승되지도 못한, 잃어버린 노예들의 음악을 위해 19세기 중반 미국에서 실제 유행하던 스타일에 맞춰 철저한 고증 끝에 새롭게 만들어 빌보드 매거진으로부터 “<노예 12년> 음악의 비밀병기”란 극찬을 받았다. 금융권 출신답게 브리텔은 비즈니스적인 관점에서 제작과정을 이해하기 위해 단편 영화에 제작으로 참여하기도 했으며(그게 바로 데이미언 셔젤의 < 위플래쉬 >였다!), 후에 이 영화가 장편화되며 음악에서 일부 도움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그를 확고히 영화음악가로 자리매김하게 만든 건 앞서 언급한 배리 젠킨스와 아담 맥케이와 함께 한 일련의 작품들이 성공한 덕분이 크다. < 빅쇼트 > 때 브리텔의 대본에 적힌 전문적인 금융(음악이 아니라!)업계 용어 메모에 놀라 아담 맥케이가 반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지만, 사실 그의 음악이 가진 매력은 대단히 놀랍다. 이미 <빅쇼트>와 < 바이스 >를 통해 복잡하고 민감한 경제와 정치 생태계를 깔끔하고 명료하게 음악적으로 정리한 바 있는 니콜라스 브리텔은 이번 <돈 룩 업>에서도 멸망을 앞둔 경박한 사회적 혼란과 진실이 잘못된 정보 앞에 덮이는 아이러니, 무능한 정부를 비꼬는 다양하고 세련된 스코어들을 들려준다. 신랄한 풍자와 날 선 묘사들로 불쾌해질 수 있는 영화의 공격성을 최대한 무마하고, 널뛰는 코미디와 진지한 드라마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기 위해 그는 여러 고민 끝에 혼란이 절정에 달했던 2차 세계대전 시기 유행한 업 템포의 빅밴드 사운드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이를 메인 테마의 색채로 잡는다. 광기와 혼돈을 묘사하면서 멸망이라는 실존적인 문제 앞의 우울함과 슬픔을 내재해야 하고, 동시에 코미디 음악으로서 희극적인 면모도 갖춰야 하기에 복잡하고 미묘한 톤을 유지해야 하는데, 브리텔은 절규하듯 울부짖는 브라스섹션에서 절묘한 부조리의 묘미를 찾았다. 그래서 주인공들이 필사적으로 혜성 충돌을 경고할 때마다 빅밴드 사운드는 더 처절하게 조증 기조를 발하고, 격렬하고 활력 넘치는 사운드는 이들이 무기력하게 실패할 때마다 공허하게 울려 퍼지며 어처구니없는 웃음을 뒷받침해준다. 또한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 X’와 스티브 잡스의 ‘애플’, 그리고 마크 저커버그의 ‘페이스북’ 사이 어딘가에 위치할 영화 속 대기업 BASH의 다양한 징글(방송이나 광고, 벨소리에서 쓰이는 짧은 곡)을 배치해 공허한 낙관론과 가짜 희망주의를 조롱하며 음악적 효과를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니콜라스 브리텔은 이를 위해 영화 속에 나오는 모든 핸드폰 벨소리와 기업 프레젠테이션 속 영상, 방송 시그널과 CF 음악들을 일일이 작업했다. 여기에 영웅적인 블록버스터 사운드(물론 이마저도 비웃기 위해 사용되었다!)나 휴머니즘에 입각한 정통적인 할리우드 스코어까지 활용하며 음악적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장르적인 방식뿐만 아니라 악기에서도 베이스, 드럼, 트럼펫 그리고 색소폰 트리오 등의 빅밴드나 전통적인 오케스트라는 물론, 밴조와 만돌린, 토이 피아노, 첼레스타, 파르피사 오르간, 차임벨, 힙합 비트를 포함한 각종 일렉트릭 효과까지 특이하고 독특한 종류를 혼합해 유희적이고 절충된 사운드스케이프를 펼쳐 보인다. 일견 스코어만 듣고 있으면 짧은 큐들에, 워낙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이 두서없이 펼쳐져 응집력이 떨어져 보일 수 있지만, 영화 내에서 각각 장면마다 강력하게 작용하며 존재감을 발휘한다. 또한 영화 내에선 니콜라스 브리텔이 공동으로 참여한 두 곡의 노래도 흘러나오는데, 극중 커플로 나오는 아리아나 그란데와 키드 쿠디가 영화 중반 소행성과 충돌을 경고하기 위해 콘서트장에서 부르는 “Just Look Up”과 동면에서 깨어나 새로운 세상에 진입하게 된 지구인들의 쿠키를 담은 엔드크레딧에 흐르는 “Second Nature”다. 아리아나 그란데와 키드 쿠디의 듀엣송으로 전통적인 사랑 노래처럼 시작하는 “Just Look Up”은 후반 2절에 이르러서 무지한 대중들의 계몽을 일깨우는 과격한 가사로 영화의 조롱 강도를 더한다. 아름다운 파워 발라드에 이질적인 가사가 던지는 격차야말로 이 노래의 백미로, 2021년 강력한 오스카 주제가상 후보였지만 아쉽게 탈락하고 말았다. “Second Nature”는 브리텔과 인디 밴드 본 이베어의 리더인 저스틴 버논이 함께 만든 곡으로, 혜성 충돌 후 모든 것이 사라진 세상에서 먹먹해진 감성과 풍자로 쓰린 속을 다스리기에 좋은 몽환적인 포크송이다. 권력과 재력으로 새로운 세상에 이주한 이들을 위한 노래가 아닌, 현시점에 지구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올바른 선택과 희망에 대해 화두를 던지는 응원가이자 송가라 할 수 있다. 코로나 시기 비장의 OST 중 하나였던 <돈 룩 업>으로 자신의 세 번째 오스카 음악상 후보에 지명된 니콜라스 브리텔은 아담 맥케이와 함께 HBO에서 4시즌까지 방영된 드라마 <섹세션>과 디즈니 플러스의 새로운 스타워즈 시리즈 < 안도르 >를 통해 안방 데뷔에도 성공했으며, 24년 배리 젠킨스와 새롭게 도전하는 라이온 킹의 실사화 속편이자 프리퀄인 <무파사: 더 라이언 킹>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Track List 1. "Just Look Up" by Ariana Grande & Kid Cudi 2. Discovery 3. Ephemeris 4. On Hold 5. The Call 6. C-5 Galaxy 7. Don't Look Up (Main Title Theme) 8. BASH Corporate Ident ("Liif") 9. Hyperobject Approaches 10. My Boyfriend Broke Up With Me 11. The Arrest 12. It's A Strange Glorious World 13. The Launch 14. The BASH Presentation 15. Kate Goes Home 16. FEMA-BASH Commercial 17. Arrival At The Hangar 18. There Is A Comet 19. The Comet Appears 20. The Prayer For Stuff 21. The BASH Launch 22. Twenty-Four Drones Is Enough 23. It All Comes Down To This 24. Thanksgiving (Overture To Logic And Knowledge) 25. The End? 26. Memento Mori 27. Don't Look Up (End Credits Suite) 28. Logic Waltz In B Major (Bonus Track) 29. Don't Look Up (Main Title Suite; Bonus Track) 30. Ode To Science (Bonus Track) 31. "Second Nature" by Bon Iver
김지운 감독의 < 악마를 보았다 >에서 발견된 건 비단 인간의 내재된 흉폭성과 잔인함 그리고 그간 터부시 되어왔던 고어의 미학뿐만이 아니었다. 이 영화로 처음 상업영화에 모습을 드러낸 ‘ 모그 ’라는 괴물 신인 영화음악가의 등장 또한 반겨야 했다. 그 진한 피칠갑의 향연 속에서, 또 뜨겁고 차디찬 복수의 공방 속에서 점점 악마가 되어가는 두 남자를 애달프게 지켜보고 대신 눈물 흘려야 했던 모그의 비정하면서도 감성적인 사운드는 쉽게 잊혀지지 않을 공명이었다. 이 논란 많은 영화에서 만장일치의 갈채를 이끌어낸 모그의 영화음악은 강렬하고 아름다웠으며 동시에 소름 끼치고 무서웠다. 이미 정점에 올라선 탁월한 베이시스트로서 특유의 균형 감각이 돋보이는 솜씨였다. 프로 연주자이자 아티스트였던 그는 재즈와 라틴, 록과 블루스, 일렉트로니카 등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스타일리쉬하고 새로운 시도들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어려서부터 여러 환경 속에서 본능적으로 연주해온 덕택에 탄력적인 감성과 날카로운 직관을 지녔으며, 야성적인 그루브 밑에 숨겨진 애수와 특유의 서정을 섬세하고 풍부하게 구사했다. 베이스라는 악기의 한계를 장점으로 승화시킨 그의 앨범들은 트렌디한 감각과 열정, 실험과 모험이 가득한 퓨전의 정수였고, 낭만의 끝이었다. 음악 시장이 눈에 띄게 개편되던 2000년대 중후반 몇몇 단편들과 다큐를 시작으로 영화음악에 뛰어든 그는 임필성 , 김지운, 장준환 , 황동혁 등의 감독들 눈에 띄었고, < 플래닛 비보이 > 이후 5년이 갓 넘은 시간 동안 착실히 필모를 쌓아가며 자신의 지장을 확실히 남겼다. 길이와 장르, 공동작업과 국적을 가리지 않은 전천후 행보였다. 모그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Hot)한 영화음악가다. 2010년 <악마를 보았다>를 필두로 2011년 < 도가니 >, 2012년 < 광해 >, 2013년 < 화이 >로 데뷔 이후 4년 연속 국내 영화 시상식 음악상을 거머쥐었고, <도가니>와 <광해>는 도합 1,700만에 이르는 관객몰이에 성공하며 많은 공감대를 얻어냈다. 게다가 < 라스트 스탠드 >로 한국 영화음악감독 최초의 할리우드 상업영화 스코어를 담당하기도 했다. 이토록 빠른 시간 안에 대중을 사로잡고, 영화감독들의 기대감을 충족시킨 비밀이 궁금했다. 최근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를 하셨고, 역시나 꽤 센 영화입니다. 제가 예전부터 하드보일드와 스릴러 장르 영화들을 좋아했어요. 일로서 하려면 영화라는 거 자체가 많은 요소들이 필요하잖아요? 진행되기 위해서 투자도 필요하고. 네임 벨류 있는 감독이 네임 벨류 있는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드림팀을 짜듯이 하게 되는데, 그런 식으로 처음 했던 게 <악마를 보았다>였어요. 그때 이런 배우와 이런 감독이 아니면 평생 못해보겠다 싶었는데, <화이>도 (마찬가지로) 시나리오를 볼 때 이런 조합이 아니면 이 영화가 만들어지기 쉽지 않겠구나 생각했어요. 캐스팅 전에 먼저 시나리오를 받아보신 건가요? 아뇨, 캐스팅이 어떤 어떤 분들이 되었다는 것만 대략 알고 (있었고), 그 전에 < 카멜리아 프로젝트 > 중 ‘러브 포 세일’을 장준환 감독님과 함께했었기 때문에 왕래가 간혹 있었어요. 근황을 묻다가 <화이>가 들어간다고 해서 ‘책 보내줄게’ (해서 작업하게 되었죠). 장준환 감독님은 홍경표 촬영감독님이 소개로 알게 되었어요. 홍경표 감독님은 영화 일 하기 전부터 지인을 통해 알고 지내던 사이여서 <러브 포 세일> 때 소개받고 작업을 같이 하게 됐죠. 장준환 감독님과 작업은 어떠셨어요? 작업 스타일이나. 감독님들이 다 다르세요. 작업하면서 감독님들이 연기에서 끌어내고자 하는 것들이 있고, 음악에서 끌어내고자 하는 것이 있으니까, 그런 디렉션을 어떻게든 잘 따르려고 많이 노력했죠. 기대치라는 게 생기니까, 그 영화의 기대치 때문에 더 괴롭힘을 당해야 하는 상황도 생기는 거고, 제가 저를 더 괴롭히게 되죠. 이 정도면 됐는데 하는 지점이 점점점점 상향 조정 되다 보니까. 부담감이 좀 있으시겠어요. 그죠. 끝나고 나면 허탈해 하고. 장준환 감독님이 좀 천재과라 하잖아요. 꼼꼼하게 디렉팅 하시는지? 네, 되게 꼼꼼하신 편이에요. 장준환 감독님은 지점 지점마다 집착이 강하세요. 그래서 그 집착을 채워주는 게 제일, 늘 어려웠어요. <화이>에서는 한 번 보면 안 보이는 부분들이 되게 많아요. 저도 여러 번 보다가 발견한 지점들이 되게 많고요. 편집본을 보면서 여기서 왜 이 컷이 들어갈 수밖에 없었고, 여기서 이 소리가 왜 나는 건지. 소리까지도 (신경을 썼죠). < 지구를 지켜라! >때도 한번 보여주셨지만 상징적인 것들을 좋아하세요. 뭐 (예를 들어) <화이>에서는 탄피가 떨어져서 굴러가는 씬(중반의 병원)에서 보면 사운드 디자인하고 믹싱할 때 탄피 굴러가는 소리만 제가 몇 시간을 찾고 그랬어요. 그게 굴러감과 동시에 화이 생모를 죽이러 오는 살인청부업자의 휠체어 바퀴 소리가 딱 물리는, 그런 묘한 상징적인 지점들을 많이 만들어놔서요. 그 음향을 피해서 또 음악은 존재를 해야 하고. 괴물에 대한 이야기잖아요. 괴물이 된 자와, 괴물이 되어가는 자가 싸우는 이야기인데. 그전에는 악마에 대한 이야기도 하셨어요. 음악이 전체적으로 강하고 파괴적일 거 같은데 그보단 애수 어리고 서정적인 거 같습니다. 의도하신 건가요? 감독님이랑 그런 것들을 끄집어내서 그 주제들로 두 시간 동안 화면 안에서 관객들에게 밀어붙이면 불편한 것들이 많이 생기고 그러니까, 음악으로 이런 (감정의) 높낮이를 조절하는 거죠. 귀에 들리는 건 멜로적인 음악이 많이 들리는 거고, 그 사이 사이에는 미니멀한 음악이라든지, 제 나름대로 장치적으로 구성해놓은 음악들이 전체적인 드라마와 사건을 끌고 가는 데 힘을 보태주는 거죠. 처음에 설계를 할 때는 작정하고 비틀려고 많이 설계를 하게 되는데, 아무래도 극장에서 두 시간 동안 그 뒤틀림을 볼 때, 상업 장편영화다 보니 대중을 생각할 수밖에 없어요. 어쨌든 <화이>라는 영화가 소년이 킬러가 될 수밖에 없는, 운명적으로 슬픈 인간의 모습이라 감정적인 지점을 계속 건드릴 필요도 있었어요. 관객들이 호응할만한 상황을 만들 필요도 있었고요. 주제가를 요조 가 작사 작곡을 했는데요, ‘앨리스 인 위어드 랜드(Alice in weird land)’요. 그건 어떻게 선택하게 된 건가요? 선택을 했다기보다는 제가 요조 씨에게 의뢰했어요. 제가 어렸을 때 빠져있던 70~80년대 영화에는 주제가라는 게 있잖아요. 아카데미에서도 주제가상이란 걸 따로 주고 스코어 부문이 따로 있는데. 제가 주제가를 작업한 적이 없는 거 같더라고요. 근작 중에도 007를 보면 잭 화이트가 주제가를 따로 작업하고, 스코어는 데이빗 아놀드가 맡고 했었는데, 그런 것처럼 곡을 써서 가수에게 주는 것 보다는 장면을 보여주고 여기서 영감을 받아 곡 작업을 해보자, 가사도 이렇게 써보고 하면서. 그래서 ‘위어드 랜드’라는 게 이상하다 못해 공포감을 주는거잖아요. 공포감을 주는 이상한 느낌의 영화 <화이> 전체를 말하기도 하고. ‘앨리스’가 소년 ‘화이’의 얘기를 담아낸 거죠. 그 음악이 들어가는 씬에 그런 스타일의 곡이 필요했기 때문에, 요조가 작사 작곡을 한 것을 제가 편곡했어요. 그 장면과 영화가 가지고 있는 정서를 전체적인 편곡이나 악기 사운드를 통해 배가하려고 했죠. 엔딩 크레디트의 그림들과 곡이 잘 어울렸어요. 장 감독님이 소년 감성을 놓치고 싶지 않아 했어요. < 아저씨 > 같은 영화 보면, 인간 감성이 별로 안 느껴지는데, ‘화이’라는 캐릭터는 그렇지만 항상 소년 감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킬러와 소년 감성을 교차하고 싶어 했죠. 그래서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듣고, 교복 입고 그렇게 동년배 아이들과 같은 삶을 살고 싶어 하는 욕망을 보여주니까, 교복을 입고 총을 쏘는 장면 같은 것들도 뒤틀리고 그로테스크한 느낌이 생기는 거잖아요. <화이>는 음원으로만 출시됐어요. CD로는 발매 계획이 없으신 건가요? 결국은 CD를 사려고 돌아다녀도 살 곳이 없더라고요. 온라인으로 주문하는 방법밖에는 없는데, 상점이 안 보이다 보니까 별로 그렇게 의미가 안 생겨서요. <화이> 같은 경우는 비매품으로 소량 만들긴 했어요. 사운드트랙 CD들이 말씀하신 대로 오프라인에서 구매하기가 힘들잖아요. <광해>같은 경우는 벌써 절판이 됐더라고요. < 회사원 >이나 < 남자 사용 설명서 >는 음원조차 없고요. 음원을 출시할까 생각을 했었는데요, 영화 자체가 어느 정도 흥행을 하고 제작사나 배급사에서 동의를 해줘야 하는 부분도 있는데, <회사원> 같은 경우는 그 당시에 음악저작권협회와 문제가 있을 때 작업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투자 배급사에서 약간의 리스크가 될 수 있는 부분들은 하더라도 나중에 (하자 했어요). 근데 그렇게 시간이 지나서... 김지운 감독님과는 작업을 많이 하셨습니다. 단편부터 쭉 하셨는데요. 어떤 부분에서 호흡이 잘 맞는 거 같으세요? 제가 영화를 좋아해서 영화음악을 하는 입장에서 공부가 많이 돼요. 영화적인 설명이나 디렉션을 굉장히 잘 해주세요. 상황 상황, 여기서 필요한 게 무엇이다, 라는 걸 잘 가르쳐 주시죠. 일단 제 영감이나 상상력에 맡겨 놓다가 그게 일치하는 부분은 그냥 가고, 어떤 부분들은 상업영화 감독으로서 프로페셔널한 것들을 체크해주세요. 저 같은 아티스트 베이스가 있는 영화음악감독들은 가다 보면 한없이 옆으로 빠질 수 있는데 그걸 잡아주시죠. 장영규 감독님도 김지운 감독님과 작업을 하셨는데, 굉장히 많이 들려주신다, 그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레퍼런스 같은 게 확고하신 듯하고요. 김지운 감독님은 음악을 평소에 이것저것 많이 찾아 들으시면서, 이런 류의 음악을 꼭 써보고 싶다, 클래식도 이런 건 어떤 장면을 찍을 건데, 거기 쓰면 좋지 않겠냐, 미리부터 염두하는 부분도 있어요. 찍어놓으시고 나서 이렇게 있으면 좋지 않겠느냐 이런 것도 있고요. 상업 데뷔작이었던 <악마를 보았다>는 수위가 셌습니다. 시나리오를 받으셨을 때부터 애초에 그렇게 센 수위를 예상하셨나요? 전 그게 그렇게 사람들이 그렇게 힘들어할지 몰랐어요. 제 입장에서는 인간의 내면을 미학적으로 다른 지점에서 다뤄주는 것들, 예전에 <시계 태엽장치 오렌지> 같은 것도 살육하는 게 적나라하게 나오진 않지만, 주인공의 악마와도 같은 패륜성을 끝까지 보여주잖아요. 그런 걸 현실로서 접할 수 없고, 문학과 같은 예술로 접할 수 있고, 또 그걸 비주얼의 세계로 옮겨오기도 하는데, 사진과 그림도 그런 게 많이 있죠. 그런데 유독 영화이다 보니까 더 생생하게 다가갔던 거 같아요. 이만하면 상업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가 저도 점점 바뀌게 되는 거 같고요. 대중과 소통하는 데 있어서 나의 기준이 다르다는 걸 절감하는 거죠. 그러니까 <악마를 보았다>도 피드백을 통해서 그게 세다는 걸 알게 됐어요. 사람들이 ‘못 보겠더라’ 하지만 난, 왜 못 보지? 그런 거랑 비슷한 거 같아요, 오페라를 지루한지 모르고 봤는데, 어떤 사람들은 보다 자기도 하듯이 사람들마다 예술을 이해하는 폭이 다양하고 다르니까요. 그럼 <악마를 보았다>를 통해서 감독님의 대중적인 수위가 일반 대중과는 다르다는 것을 느끼신 거잖아요. 그 이후에 음악 작업에 있어서 영향이 있었던 건가요? 그죠, 작품을 보는 시각이 계속해서 저도 변하고 세상도 변하는 거 같고요. 계속 환경으로부터 생기는 학습이 쌓이니까요. 그래도 상업영화 첫 작품에서 그런 충격이랄까, 그런 게 왔었네요. 네, 전 잘 될 줄 알았어요. (웃음) 그 영화가 <아저씨>와 1주일 간격으로 개봉했는데, <악마를 보았다>가 개봉하면 <아저씨>가 2위가 되겠구나 생각했어요. 제가 여자가 아니다 보니 원빈 씨가 그렇게 멋있다는 데이터도 없었고요. (웃음) 이 영화도 영화가 센 만큼 음악이 무척 셀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화이>처럼 감성적인 접근은 하신 게 있으신 거 같더라고요. 보사노바 음악도 사용되었고요. 음악 감독으로서 일반 고어무비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게 중요했어요. 시나리오 때부터 감독님이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일반 고어무비와는 다른 지점들이었어요. 고어무비에서는 인간의 내면 같은 거 생각도 안 나잖아요. 그런데 이 영화의 주제는 결국 인간의 내면에서 샘솟아 나오는 처절한 복수심 때문에 잘근잘근 한이 풀릴 때까지 몰아붙이는 영화거든요. 누구나 다 가지고 있는 악을 구체적인 형상화로 잘 만들어 놓은 영화였고, 그걸 전달해야 했어요. 어떻게 보면 내면이 가지고 있는 악도 슬픔의 한 종류죠. 그게 없으면 괴로워하지 않아도 되는데... 내면에서 그런 선과 악이 싸우기 때문에 그냥 법에 맡기자, 쟤도 인간인데, 그렇게 가는 게 아니라 자기가 택하고 느끼는 지점으로 계속 복수하는 걸 찍은 거기 때문에 슬픔이 더 강하게 전달되도록 했고, 음악 자체가 멜로적인 끈적임을 많이 느껴지도록 했어요. 제가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의 제목은 <아열대의 밤>이었어요. 그래서 처음 음악 스케치 할 때는 열대의 후끈한 열기와 끈적함을 지점으로 삼았죠. 남미영화들 있잖아요. 전 시나리오를 받기 전에, 이런 영화를 꼭 해보고 싶었다라는 영화가 < 성스러운 피 >였거든요. 그 음악도 좋고 영화가 가지고 있는 강렬함을 좋아해서요. OST 속지를 보면 ‘스릴러의 백미는 영화음악’이라고 적혀있는데, 스릴러 음악이 관객에게 다가가기는 쉽지 않잖아요. 어떻게 보면 기능적인 음악일 수도 있는데요, 어떻게 작업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그 전에 음악을 하면서 다다르고 싶었던 지점이 형이상학적인 음의 배열과 어떤 리듬과 화성 같은 부분이었어요. 항상 스릴러 영화, 특히 고전으로 갈수록 히치콕 영화 같은 데 보면 클래식 쪽의 현대음악, 컨템포러리 같은 그런 기법부터 해서 재즈 쪽의 프리뮤직 같은 스타일도 많이 쓰이니까, 그런 영화들을 보게 되면 제가 동경했던 음악들이 많이 쏟아져 나와서 (흥미가 있었죠). 버나드 허먼의 < 택시 드라이버 > 음악을 들으면 되게 격조 높고 서정적인 멜로디 라인으로 가다가 갑자기 형이상학적으로 틀어지면서, 그때 주는 엄청난 충격과 파장이 있잖아요. 그래서 <악마를 보았다> 음악도 되게 서정적으로 가는 것 같은데,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뒤틀기도 하고요. 녹음할 때도 일반 클래식 녹음할 때 같이 따뜻하게 녹음되는 걸 최대한 피하려고 앙상블이나 오케스트라가 할 때 쓰이지 않는 마이크나 장치들을 사용했어요. 들을 때 뭔가 이렇게 기분이... 나빠진다기보다는 불편한 지점들이... 왜 그랬을까? 그런 거 있잖아요. (웃음) 과도한 리버브 사용이라든지. 과도한 저음의 사용이라든지. 그런데 영화음악이 아니라면 제가 따로 음반 작업을 하면서 그런 작업을 하기는 힘들어요. 어떤 스릴러를 좋아하세요? 80년대 이전 스릴러들이 많이 참고가 되었다고 하셨던데요. <택시 드라이버>도 있고요, 히치콕 영화들 많이 좋아해요. 버나드 허만이 작업한 스코어가 있고 모리스 자르가 작업한 <토파즈> 같은 작품이 있는데, 전 버나드 허만 보다는 모리스 자르를 더 좋아했어요. (히치콕의) 후기 음악들이 어떻게 보면 더 낭만적인 부분들이 있어요. 그리고 < 프렌치 커넥션 >도 좋아해요. 그 영화에선 재즈에서 사용되는 악기들을 가지고 형이상학적인 음들을 많이 만들었죠. <악마를 보았다> 같은 경우 큐들을 짧은 편입니다. 영화음악은 그런 식으로 시간의 제약이 강한데 그에 대한 한계나 불편함은 없으셨나요? 처음에는 불편하다 생각을 했는데요, 나중이 되니까 그에 대한 재미가 있더라고요. 도전이 생기니까요. 되게 짧게 큐를 구성해놓고 효과가 극대화될 때 내가 작업을 잘하고 있구나. (웃음) 40여 곡이 들어가 있다고 하는데요, OST에 다 실으신 건 아니시죠? 네, 엠비언스 같은 음악들을 많이 썼기 때문에 그런 곡들을 감상하시라고 내놓기는 좀 그렇죠. 시나리오를 먼저 받으셨죠? <악마를 보았다> 같은 경우에는. 보통 촬영 중에 편집이 끝난 다음에 작업을 하시는 편이세요? 아니면 시나리오 받자마자... 그것도 영화마다 다른 게, <악마를 보았다> 같은 경우는 영화가 가지고 있는 게, 상업영화로서는 심플한 상황도 아니고 김지운 감독님도 스릴러를 처음 도전하시는 거니까 시나리오를 받자마자 작업을 하면서 감독과의 정서를 상의하며 여기선 유혈이 낭자한데, 이런 느낌이 어떨까 하는 식으로 음악 설계가 먼저 들어갔죠. <라스트 스탠드> 같은 경우는 파이널 편집이 다 끝난 상태에서 (들어갔어요). 할리우드 영화 같은 경우는 특히 음악이 끊이지 않고 계속 들어가기 때문에 신나게 처음부터 끝까지 팝콘무비로 달려갈 수 있도록 해야 하니까 음악도 마찬가지로 연속성 있는 느낌 필요했던 거죠. 영화마다 다 다른 거 같아요. 어떤 방식이 유리한지는 감독님과 제가 고민해서 정하게 되는 거죠. 그다음 작품은 좀 편한 작품을 하시나 했더니 <도가니>였습니다. 굉장히 무겁고 어두운 작품이었는데, 감정적으로 지치시지는 않았는지요? 음식도 그렇잖아요. 막 매운 걸 먹고 나서는 다신 먹지 말아야지 싶다가도 또 다음 날 되면... (웃음). 굉장히 징하게 작업을 하고 나서 한동안 허탈해 하다가 <도가니> 시나리오를 보는데, 내가 아직 완전 연소가 안 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엄청난 정신적 충격을 줄 수 있는 게 있구나. 결혼도 안하고 아이들과 가까이 있을 일이 없어서 모르고 있었는데, <도가니> 시나리오를 읽다 보니까 이 안에서 막... <악마를 보았다>를 읽을 때 같은... (웃음) 또 다른 <악마를 보았다>를 보는 느낌. 감독님들은 다 다르신 데, 저 혼자 <화이>까지 ‘악마’ 삼부작을 작업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고발극이고 사회 드라마라서 톤 조절하기가 쉽지 않았을 거 같아요. 초반에는 스릴러 느낌도 나고, 후반의 법정 장면은 자칫하면 신파로 빠질 수도 있잖아요. 이런 부분에서 과잉이 될 수 있는데, 음악이 절제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항상 음악을 부족하게 쓰는 영화가 좋지 않을까, 하는 편이에요. 특히 어떤 주제 자체가 엄청나게 센 파장이 있는 경우는 더더욱이요. <도가니>에서는 구스타보 산타올라야 스타일로 스케치를 많이 했어요. 그런데 <도가니>는 피아노곡이 많던데요. 네, 너무 레퍼런스를 받은 게 있으니까 그걸 치환을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걸 피아노로 치환하고, 기타라는 악기보다도 아이들과 매치시키기 좋은 악기가 피아노라고 생각해서 작업하고, 중간 중간에 약간씩 기타 연주를 넣었죠. 황동혁 감독님의 전작이 < 마이 파더 >였는데, 아무래도 신파에 대한 강박이 있었나요? <도가니>가 상업적으로 울리는 것도 필요한 작품이죠. 중요한 것은 실화를 다룬 거기 때문에 이 작품을 작업할 때 생각이 많을 수밖에 없었던 게, 그 사람들의 아픔을 우리가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많고요. 어떤 부분은 다큐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 음악이 존재감 없는 것도 좋겠다. 황동혁 감독님도 워낙 머리가 좋으신 분이라 수 싸움을 잘한 거 같아요. 다른 사회문제를 다룬 영화들보다는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지점을 많이 만들려고 하셨어요. 원작에서 보면 조성모의 노래라고 되어 있었는데, 영화에서도 직접 조성모의 ‘가시나무 새’를 넣으셨어요. 감독님의 의견이셨나요? 그건 황동혁 감독님이 소통을 위해 모든 사람들이 알만한 대중가요가 여기선 필요한 시점인데, 원작 책에도 조성모가 있으니 가시나무 새’를 쓰는 게 가장 좋지 않겠느냐고 했던 거죠. 제가 <남자 사용 설명서>같은 영화에서는 선곡에도 관여를 많이 하게 되는데 <도가니>에서는 워낙 대중과 소통하는 지점이 필요해 (감독님이 직접 하셨고), ‘가시나무 새’ 뿐 아니라 노래방 룸살롱 장면이 있는데, (교직원들이) 여자들이랑 술을 마시고 흥건히 취해서 해바라기의 ‘사랑으로’를 부르는 장면도 모두 감독님의 선곡이에요. 가사와 정반대의 상황인 거잖아요. 실질적인 데뷔작은 단편 <멋진 신세계>였죠? 2006년에 작업하셨으니까요. 그땐 그런 스타일의 영화들이 나의 영화다, 라고 생각했었죠. (웃음) 그 영화가 개봉을 못 하고 < 인류멸망보고서 >로 묶이게 되었잖아요. 단편들을 모두 따로따로 작업하신 건가요? 네, 그 프로젝트가 변형이 많이 됐어요. 한재림 감독님까지 세 분의 감독님(김지운, 임필성)이 작업을 하게 됐다가 아무래도 일반 상업영화가 아니라 실험을 하기 위한 프로젝트성이기 때문에 투자가 흔들릴 때마다 상황이 많이 바뀌게 되었죠. 그래서 결국 <인류멸망보고서> 패키지로 나오게 된 거죠. 그럼 한 작품 끝나고 시간 지나서 또 한 작품을 하시고... 그럼 작품 간격이 굉장히 길게 있었겠네요. - 네. 뭔가 그런 영화들을 작업해야 내 삶이 진짜 예술을 하는 느낌도 들고, 몸도 더 건강해지는 거 같고. 회복도 잘되고... (웃음) 쉽지 않은 SF물, 좀비물도 있고 그랬는데, 어떤 식으로 작업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그때는 그런 얼토당토않은 것들이 매력적이었고요, 좀비물들, < 새벽의 황당한 저주 >를 보면서 이건 좀비물인데 이런 블랙코미디가 많이 생기고, 또 조지 로메로 감독의 <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 같은 좀비물들을 보며 거기서 재미있다고 생각한 것들 뽑아서 (참고했죠). 제가 작업하는 방식이, 형사들의 칠판 보셨죠? (벽면에 사진과 메모가 붙은) 그런 방식으로 작업을 하거든요. 작업이 다 끝나면 꼴도 보기 싫고 그래서 다 버리지만요. 집착증 환자처럼 보드에다 영화라든지 OST의 관계도들을 점점점 그려 나가요. <화이>같은 경우에는 사람들이 볼 수 있는 데가 아닌, 저만 볼 수 있는 벽장 안쪽에 보드를 설치해서 매일 그거 들여다보면서 작업을 했어요. 또 우리나라 흥행 영화의 데이터들이 있잖아요. 그런 것들도 놓고 이 영화와의 간극, 이것이 가지고 있는 요소들, 이런 걸 색깔로 해서 신파적인 요소가 강하다, 하면 빨강색. 이런 식으로 보드를 만들어 나갔어요. 감독님이 영화를 비주얼로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지만 저는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두 시간짜리의 음악을 만든다고 생각하고 한 큐가 끝나면, 쉼표를 길게 줄까 짧게 줄까, 아니면 끊지 않고 갈까를 설계를 해놓게 되죠. 여기서 여기까지는 최근 영화들이 클리셰들을 많이 써서 소통이 된 거 같으면 이번에는 클리셰를 좀 써주자. 그런 식으로. 단편작업을 굉장히 많이 하셨어요. 장편하고는 많이 다른 데, 그런 부분들이 어떠셨나요? 장편은 항상 대중을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에 방금 말씀드렸던 복잡한 관계도를 만들어 작업을 하게 되는데, 단편은 오히려 관계도 없이 리액션만 가지고 할 수 있으니까 덜 정치적인 작업을 하게 돼요. 음을 덜 정치적으로 쓰게 되는 거죠. 아무래도 상업영화는 무서운 게 소수에게 재미를 주기 위해 만드는 영화는 거의 없으니까요, 단편영화는 그렇지 않으니까 소수만 볼 수 있는, 소수에게 그동안 내가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툭툭 던질 수 있는 기회인 거죠. 거의 프리토크와 같은 작업인 거죠. 그림 보면서 한 번에 보고 끝내버리기도 하고. 오히려 그런 게 덜 정교해도 더 맛이 있는 지점도 있어요. < 사랑의 가위바위보 > 같은 경우는 특이하게 음원이 출시됐습니다. 그런 좌충우돌 사랑 이야기를 한번 해보고 싶었어요. 만약 장편이었으면 하다 지칠 수도 있는 건데 단편이라 즐겁게 할 수 있었죠. 어떻게 보면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기보다는 제 추억을 하나 남기는 걸로 (작업을 했죠). 그게 왜냐하면 <라스트 스탠드>로 김지운 감독님이나 저나 만신창이가 된 후에 한국에 돌아와서 가볍게 해보려고 해서, (웃음) 풋풋한 느낌의 나의 기념품이 되었으면 하는 작품이었어요. 무엇보다도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추창민 감독의 <광해: 왕이 된 남자>가 있는데요, 특이하게 공동 작업이었습니다. 김준성 음악감독과 공동 작업이었는데, 어떤 계기로 하계 되셨나요? 장영규 음악감독님 작업하시는 걸 보면 달파란 음악감독님과 공동작업을 많이 하시는데, 그런 걸 보면 부럽기도 하고 혼자 외롭기도 했어요. 그러다 김준성 음악감독님의 작품을 듣게 되었고, 저는 정식 음악 공부의 길을 걷지 않고 음악을 한 사람인데, 김준성 음악감독님은 클래식을 전공하셔서 뭐랄까... 저의 동경을 살 수 있는 분이었죠. 마침 저작권협회 관련 모임을 통해 친분을 쌓을 수도 있었고요. <광해>는 제가 먼저 작업을 하고 있었어요, 저의 음악 포인트는 음악을 최소화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주변의 기대치는 스펙터클의 끝을 보여주고자 하는 게 있었고, 제가 해석했던 방향을 감독님과 고민하고 있을 때, 마침 <다크 나이트> 와 같은 해외 대작 영화들이 개봉을 하게 된 거예요. 결국 음악이 너무 많이 필요한 작업이 되어 버린 상황이 되어버렸는데, 저는 이걸 빨리 마치고 <라스트 스탠드>를 하러 넘어가야 했고, 그래서 이럴 때 공동작업을 해보지 언제 해보겠냐는 결론에 도달했고요. 원래는 김준성 음악 감독님께 부탁드리며, 제작사 대표님과 감독님한테는 제가 요 정도까지 했으니까 이러저러한 분이 작업을 하게 되셨고 전 이제 사라지겠습니다, 하고 싶었어요. 그러다 그냥 같이 공동작업 하는 상황이 되어서 클래시컬한 사운드를 김준성 감독님이 하셨죠. <광해> 인트로를 보시면 완전히 제 스타일이고요, 집도 절도 없이 떠돌던 악사들의 정서고, 중간중간 클래시컬하게 귀족 냄새가 나는 음악들은 죄다 김준성 감독의 작품이죠. (웃음) 영화 시작할 때 이병헌 이 손질 받던 장면에 나오던 음악도 꽤 클래시컬하게 들렸는데요. 그게 사실은, 전 그런 음악들은 그렇게 클래시컬하다고 생각 안하고요. 어떻게 보면 탱고나 유럽 변두리 지방 왈츠가 많이 가지고 있는 정서고, 정말 클래시컬한 건 오스트리아 느낌? 의 그런 음악들인 거죠. 맘 단단히 먹고 콘서트를 가야 할 거 같은 그런 음악이요. (웃음) 사극이었는데 애초에 국악은 전혀 고려 안 하신 건가요? 제 의도는 변두리 지방, 집시 클래식 느낌으로 다 밀고 가려고 했어요. 왜냐면 시나리오 자체에서 왕이 주인공이 아니라 광대가 주인공이고 광대가 왕의 자리에 앉으면서 벌어지는 일인데, 전 그 재미를 음악적으로 배가시키려면 장중하거나 우리나라의 국악 같은 느낌보다는 약간 하이브리드가 필요한 게 아닐까. 제 해석은 그랬어요. 저는 이 작품을 사극이라 생각하지 않고, 일본 애니메이션 보듯이, 일본 애니메이션 보면 이탈리아 음악도 나오고 온갖 스타일이 나오고 그러잖아요. 어떻게 보면 할리우드 대작 느낌이 좀 들었어요. 클래시컬한 느낌. 김준성 감독님이 베이스가 단단하셔서 그런 걸 진짜 잘 잡으세요. 베이시스트였던 경력 때문인지는 몰라도 현에 대한 감각이 좋으신 것 같아요. <화이>나 <도가니>, <악마를 보았다> 모두 현의 부분들이 굉장히 센 데, 오케스트레이터 작업은 따로 하시는 건가요? <악마를 보았다> 때는 제가 거의 다 했고요, 점점점 가면서 저와 같이 작업하는 친구들과 나눠서 (하게 되죠). 저는 주로 피아노 건반에서 화성적으로 제가 구현하고 싶은 것들을, 일반 재즈 피아니스트들이 화성 진행을 눌러가듯이 만들고 그 후 현으로 치환하는 작업을 하게 되는데, 저와 같이 작업하는 음악팀 친구들 중에는 클래식 전공한 친구들이 있어서, 어쨌든 음악은 보는 관점이랑 접근하는 시선이나 지점에 따라서 다른 정서를 뿜어낼 수가 있으니까요. 처음엔 제가 작가주의적인 음악감독이 될 줄 알고 그렇게 살아야지, 하고 영화음악감독을 시작했다면 지금은 너무 필요한 것들 많더라고요. 영화라는 게. 내가 좋다고 느끼는 지점보다도 남들과 소통할 수 있어야 하는 게 많으니까요. 산업화, 기능화가 되어가는 거 같아요. 그렇죠. 점점 그게 더 심해질 수밖에 없어요. 기능화에 대한 압박도 심해지고요. 그 스트레스를 어쩌면 단편으로 풀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네. 단편으로 푸는 게 가장 건전한 방법인 거 같아요. (웃음) 이병우 음악감독님과도 약간 비슷한 지점도 있는 것 같습니다. 영화음악을 시작할 때 많이 힘이 됐던 선배님들 중에 한 분이세요. 왜냐하면 그 분도 연주자였고. 연주자와 영화음악 모두 가장 호황일 때 활동하신 선배님이시죠. (웃음) 그런 선배 음악감독님들의 작업들을 많이 참고해서 작품마다 저만의 레시피를 만들어서 작업을 하게 돼요. 이병우 감독님은 아티스트 베이스이지만 조영욱 감독님은 선곡과 프로듀싱 능력을 가지고 작업을 하시니까 그 분만의 시각을 작업하는 데 참고를 많이 하려고 하고 있죠. 달파란, 장영규 감독님은 또 다른 지점에서 오신 분들이고. 영화 나올 때마다 보면서 이런 한 수가 있었구나, 이런 것들을 확인하곤 해요. (웃음)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가 되는 <라스트 스탠드>에 대한 질문인데요, 결과만 놓고 보면 많이 아쉬웠어요. 이정도 참패하리라고 생각하셨나요? 처음에는 이렇게 될 거라고는 그 누구도 못했어요. <라스트 스탠드> 개봉이 1월 이었는데, 크리스마스 이후부터 개봉 전까지 수도 없는 총기사고가 일어나고 그 때 총기에 관한 모든 영화가 다 망한 걸로 알고 있어요. 그 전주에 개봉한 영화 < 갱스터 스쿼드 >도 망하고 < 브로큰 시티 >도 잘 안되고. 그것 때문에 요즘 < 컨저링 >같은 영화의 붐이 일어난 것도 같아요. 더 이상 총은 사람들이보고 싶지 않다는... 제 입장에서는 어쨌든 총 쏘는 영화를 언제 해보겠냐 했었는데, 저도 서부영화를 동경하면서 자란 세대였고요. 그 영화 자체가 지극히 서부영화적인 상황이었어요. 말 없고 자동차 이런 식이었거든요. 메인 테마를 들어보면 정말 웨스턴 느낌이 납니다. 표현하고 싶었던 게, 21세기의 웨스턴 음악이란? 이라는 질문으로 시작했어요. 처음에 김지운 감독님이 영화에 대해 짧게 설명할 때, < 하이눈 >과 함께 비교해 주셔서 머릿속에 딱 들었던 생각이 옛날 서부영화음악 작곡가와 같은 스코어를 만들고 싶은데, 그런 스코어는 현대물에는 잘 붙이기 어렵기 때문에 전자음악과 잘 믹스된 새로운 웨스턴 음악을 해보자고 했던 거였어요. 흥행까지 잘 됐으면 더할 나위 없었을 텐데. (웃음) 전체적인 음악을 들어보면 할리우드 음악 같아요. 큐들이 굉장히 길고, 스피디한 질주 씬에선 일렉트로닉도 나오고요. 엔딩 타이틀, ‘모그 심포니’에서는 오케스트라 작업도 하시고요. ‘모그 심포니’는 영화에 나오는 곡들의 하이라이트들을 다 모아서 리믹스 버전을 (만든 거죠). 요즘 음악 추세가 리믹스가 많이 나오잖아요. 예를 들면 다프트 펑크 앨범이 하나 나오면 리믹스 버전, 혹은 어레인지된 버전만 한 100개 이상 나오는 걸로 알고 있거든요. 쓰였던 큐를 잘 이어서 리믹스 버전 하나로 만들어서 마지막 엔딩롤 올라갈 때 쓰려고 ‘모그 심포니’를 OST에 집어넣었죠. 국내 영화음악과는 다른 거 같아요. 국내 영화음악은 큐들이 짧게 들어가는 데 할리우드 음악들을 길게 사용하고 있잖아요. 대부분의 할리우드 영화들이 정서가 없잖아요. 그게 제일 힘들었던 건데, 워낙 그쪽 산업시스템이 글로벌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감정이란 것을 배제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동양에서 슬픈 것이 서양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으니까요. 그러다보니 음악으로는 감정을 주는 것보다 속도감을 높여줘야 하는 게 중요했어요. 그리고 동기부여 같은 기능들이 필요한 거고요. 한국영화들보다 훨씬 더 기능적으로 음악을 사용하고 있는 거군요. 그렇죠. 한국영화들이 훨씬 더 음악의 오리지널리티 쪽에 가깝고 할리우드에서는 어차피... 제일 어려운 게 그거예요. 저랑 감독님이랑 이렇게 하자 해서 만들고 끝내는 게 아니고, 특히 음악 같은 경우는 임직원분들 중의 관리하시는 분들이 다 컨펌을 해요. 할리우드는 말이나 음악을 들려주고 시작하는 게 아니고 제가 항상 문서를 만들어요. 질문사항이 딱 있으면, 큐 24-A의 시작점에 대해서 모호하게 생각한다, 그러면 반성문 쓰듯이 글짓기를 해야 해요. 내가 만들려고 하는 것은 이렇게 해서 이런 건데 너희들의 생각이 그러면 요렇게 만들어 줄 수 있고, 그런 걸 다 글로 설명을 하고 작업을 해서... 완전히 논리네요. 논리적인 피드백을 거쳐서 음악이 나오게 되는. 그렇죠. 제가 그렇게 사회생활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인지 처음 알았어요. (웃음) 아침마다 이메일을 열면 그런 몇몇 담당부서에서 답변을 달라는 메일이 와있어요. 그런 그 답변을 쓰고 작업실로 가면 낮 한 시쯤 돼요. 집에서부터 산타모니카에 있는 작업실로 가게 되는데, 한스 짐머의 작업실에 세 들어 있다 보니까 필요한 것들을 바로바로 오전에 이야기하면 오후에는 다 와있어요. 그.. 산업의 첨병에는 항상 유통이 있는 거 같아요. 보도 듣도 못한 기타도 관심이 있다고 하면 어디서든지 오후에 다 와있더라고요. 그런 좋은 것이 있는 반면에 수많은 글짓기를... (웃음) 작가 분들에 대한 존경심을 가지게 될 정도였죠. 어휘력과 글에 대한 한계를 매일매일 절감했거든요. 제가 스마트폰, 구글링, 어플리케이션 같은 거에 되게 경계가 많았는데 바로바로 번역을 해주니까 다 쓰게 되더라고요. 거기서는 음악감독이 아니고 그냥 컴포져잖아요. 뭔가 어떤 감독이라는 타이틀이 붙으면 거리도 생기고, 존경심도 부르고 그렇게 되는데, 컴포져 composer, er은 별로 그런 걸 수반 안하는 거 같아요. (웃음) 그냥 직책인 거 같아요. <라스트 스탠드>는 국내에 사운드트랙이 안 나왔고요, 해외에는 나왔는데 조금 늦게 발매가 됐더라고요. 영화 개봉이 좀 지난 다음에. 그 영화가 마니아들 사이에서 굉장히 인기가 있어서 DVD 같은 게 엄청나게 팔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참 사람 욕심이 특이한 게 존 카펜터 영화 같은 경우는 극장에서 보고 싶진 않은데, 꼭 비디오나 DVD, OST를 다 사서 모으는 그런 사람들이 있잖아요. <라스트 스탠드>도 사람들 이야기 들어보면 존 카펜터 영화처럼 그런 컬트 레전드가 되어가고 있다, 좋은 거다, 고 하더라고요. 전 뭐 좋을 수도 있죠. 아티스트가 볼 땐 제가 작업한 영화가 컬트 레전드야... (웃음) 옛날에 80년대 그런 영화들 많잖아요. 그런데 감독님이나 제작사는 극장에서 수입을 만들지 못해서... 어디 OST 오덕들의 차트를 보니까 그런덴 워낙 게임 OST가 많아서 전체 순위는 100위 중에서 13위 였는데, 지난주까지 <라스트 스탠드>가 영화중에서 3위였어요. 감독이나 제작사에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그런 아이디어를 가지고 <라스트 스탠드> 음악 작업한 게 있거든요. 컬트스러운, 일반 할리우드 영화음악에서 잘 다루지 않는 것들이요. 씨네21 인터뷰를 보면 뮤직 에디터의 필요성을 지적하셨어요. 뮤직 에디터란 정확히 어떤 직책인가요? 작곡자 입장에서는 자기가 만들어 놓은 곡에 칼을 잘 못 대요. 원곡이 있는데, 영화의 편집에 따라 순서를 바꾸는 게 영화적으로 도움이 된다, 하면 그걸 하는 거에 있어서 전 굉장히 거리감이 있고 불편한데 그걸 뮤직 에디터가 편하고 합리적으로, 음악 감독이 이해할 수 있고 또 감독이나 스튜디오에서도 이해하괏옥졀?큐레이터 같은 역할을 해주는 거죠. 또 제가 음악 작업을 하기 전에 템프 뮤직(편집자 주: 영화를 편집하고 작곡가에게 음악을 의뢰하기 이전에 감독이 의도하는 음악의 분위기를 지정해 주기 위해 임시적(Temporary)으로 사용하는 음악)을 필요한 곳에 적재적소 배치를 해서, 음악이 이런 형식으로 연결돼서 이어지는 효과를 스튜디오와 감독에게 보여주는 역할도 하게 되고요. 우리나라에서 현장편집과 같은 느낌이네요. 그렇죠. 미국은 현장편집이 없어요. 대신 뮤직 에디터가 있어요. (웃음). 재미있는 게 뭐냐면 암암리에 미국에서는, 할리우드에서는 음악의 중요도가 높다고 생각을 하고, 오히려 우리나라에서는 현장의 중요도가 높고 후반작업의 중요도가 낮다고 생각하는 거 같아요. 후반 쪽에 가면 미국에서는 에디터들 있잖아요. 총 슈퍼바이저 같은 역할을 해요. 믹싱하는 데까지 가서 소리도 지르고. 감독이 편집권을 못 갖게 되면 에디터가 왕이 되는 거죠. 그처럼 할리우드는 후반작업에 힘을 굉장히 많이 실어주고, 또 그쪽에 투자, 배분이 많이 되어있는 거겠죠. 미국은 대부분의 할리우드 음악은 오케스트라 어디서 녹음할래, 그런 얘기들을 쉽게 해요. 베를린? 이렇게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고. (웃음)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일은 아마 없을 거예요. 물론 시장의 사이즈 때문에. 그래서 저도 그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아무래도 영어로 만드는 영화가 세계적으로 가다 보면 언어적으로 전달 못하는 뉘앙스들을 사운드와 음악으로 줄 수 있는 게 많기 때문에 그런 쪽에 더 힘이 실리고 투자가 많은 게 아닌가 싶어요. 미국영화 말고 일본의 타케 마사로 감독의 < 에덴 >이란 작품도 작업 하셨는데, 영화는 못 봤는데, 게이 바의 드래그 퀸이 나오는 영화로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작업하시게 된 건가요? 한국에서 씨네콰논 극장을 하시던 이봉우 대표가 오랜만에 제작하신 작품이고, 일본 영화도 작업을 해보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했는데 시기가 잘 맞아서 하게 된 거죠. <도가니> 딱 다음에 작업을 하게 됐어요. 제가 정말 모르는 다른 나라의 이상한 상황에 대한 이야기였죠. 다큐멘터리 작업도 하셨어요. <플래닛 비보이>와 < 뒷담화 >. <플래닛 비보이>는 좀 더 다큐고, <뒷담화>는 페이크 다큐였죠. 어떻게 보면 장르적이지도 않고 내러티브도 없고, 캐릭터도 약간 흐릿한데 작업하실 때 극영화와 차이점이 있나요? 다큐멘터리는 덜 계획적으로 소스를 수집한 다음에 관객들이 가장 보기 좋은 지점으로 조화롭게 배열하며 만들어가는 거여서 해프닝이 많이 생겨요. 해프닝에 대한 재미가 있는데, 예상하고 작업하는 게 아니고, 마음가짐에 없다가 문득 이런 게 부각되면 더 재미있을 거다 그런 게 있죠. 함께 작업하는 스태프들이 내는 작은 아이디어들부터 고민을 하다 보면 하나의 큰 얼개가 나오게 되기도 해요. 좀 더 작업방식이 자유스럽네요. <플래닛 비보이>는 아무래도 미국 영화니까 템프 트랙을 깔고 시작하다 보니까 (그렇게 자유스럽진 못해요). 다큐멘타리인데도요? 네. 그런데 한국에서 이재용 감독님과 함께 작업할 때는 훨씬 자유스럽죠. 작업기간은 좀 더 길수밖에 없죠. 처음부터 치밀하고 체계적으로 작정을 하고 끌어가는 게 아니다 보니까. 촬영 전부터 콘셉트를 잡지 않고 후반에 하게 되는 건가요? 전체 콘셉트를 잡아놓는데, 중간 중간 계속 소스나 상황에 따라 이걸 더 부각시키는 게 괜찮겠다 하면, 처음 콘셉트와는 좀 다르게 되는 경우가 생겨요. <남자 사용 설명서>에서는 코미디를 하셨는데, 굉장히 음악이 많이 나오는 영화였어요. 약간 B스러운 코미디와도 잘 어울렸고요. 음악이 얼마나 사용되었나요? <라스트 스탠드>보다 더 썼을 거예요. 짧게 짧게 계속 쓰였거든요. 이원석 감독이 미국에서 영화 공부를 했고, 미국 B무비에 대한 동경이 많았어요. 사실 영화 자체도 한국에서는 구현하기가 힘든 상황의 영화잖아요. 결국 만들어내면서 미국 B무비를 하듯이 그런 주묍엔였?해서 음악 작업을 하다 보니까 거의 그만큼의 음악을 쓰게 된 거죠. 이 영화에서 보면 마카로니웨스턴에서 나올법한 음악들도 나와요. 어떻게 보면 더 <라스트 스탠드>보다 더 서부극 같은... 네, 아예 대놓고. (웃음) 그래야지 더 B무비의 코미디가 가지고 있는 질펀함을 사람들에게 전달해 줄 수 있으니까요. 모든 씬들의 오리지낼리티를 최소화 하다보면, 그 다음에 그런 것들을 모두 합쳐놓고 보면 오리지낼리티 있게 영화가 나오는 게 사실 B무비거든요. 그런 실험을 많이 했던 거 같아요. 동생으로 가깝게 지내던 감독이어서 그런 요구가 사실 어느 정도 거리가 있으면, 부드럽게 오는데 전혀 뭐... ''형 이거 우리 해줘야 돼!!'' 이렇게 와서 (웃음). 이런 거 있잖아요. ''아 왜 그거 그렇게 안돼~??'' (웃음) 이원석 감독님이 굉장히 상상력이 많으신 분 같아요. 웨스 앤더슨 같기도 하고 미쉘 공드리 같기도 하고. 그런 세계를 워낙 동경했던 감독이고, 영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도 있고, 음악도 많이 알고 좋아하고요. 이원석 감독이 재밌는 게, 어렸을 때 디제이도 했었어요. 미국에서 학창시절을 보낼 때, 파티들이 많으니까. LP 시절의 디제이를 하고, 아직도 그때 당시의 향수가 있더라고요. 사실은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는데, 저와 작업하시는 감독님들, 김지운 감독님, 장준환 감독님, 이원석 감독님, 임필성 감독님. 영화감독이라기에는 음악을 너무 많이 들어요. 너무 많이 알고. 그래서 그게 좋기도 하고 상대적으로 디테일한 걸로 들어가다 보면 두루뭉술하게 할 수가 없는 (애로사항이 있죠). 김지운 감독님은 소리에도 굉장히 예민하셔서 제가 스트링에 톤만 조금 트래블을 올렸다고 하면 그걸 감지하시면서 고음이 좀 더 올라간 거 같애, 하시니까 그게 어떤 면으로는 섬뜩할 때가 있죠. (웃음) 되게 깜짝 놀랄 때가 많아요. 아니, 음악 하는 사람도 이런 건 잘 판단 못 하는 데. 그래서 제가 훨씬 더 치밀하게 해야 해요. 예를 들어 저음부를 2Db를 올렸다면, 그걸 안 적어 놓으면 ‘저번엔 이렇지 않았다니까’ 이런 말을 듣고 되돌릴 때 힘들죠. <남자 사용 설명서>에서는 삽입곡도 굉장히 많이 나옵니다. 나체로 활보하다가 검문 당했을 때는 ‘네순도르마’도 나오고요, 엔딩에서는 고리엘라의 ‘리가야’도 쓰였고요. 그럼 곡들은 디제잉을 하셨던 이원석 감독님이 선택하신 건가요? 저랑 그런 의견을 조율하는 거죠. ‘리가야’ 같은 경우도 저희 어렸을 때 클럽에 가면 (항상 나오던) 파티 음악이었거든요. (그 곡을 부른) 고리엘라가 듀엣인데 그 중 한명이 티에스토였어요. DJ였던 그가 데뷔한 그룹이기도 한데, 그런 것들 때문에 (사용하게 됐죠). 이런 음악들은 만드는 것보단 이 파티 음악을 그대로 쓰는 게 낫겠다고 감독도 강하게 주장을 했죠. 그런 선곡을 하면 항상 예산이 발생이 되기 때문에 제작자나 제작사 입장에서는 곱지만은 않은 (입장이에요). 사운드트랙이나 음원을 기대했는데 안 나와서 섭섭했습니다. 예, 저도. 원래 제작하셨던 대표님이랑 300만 넘어가면 OST를 내주시겠다 했었는데... (웃음) (흥행이란 게) 배급시기라든지 배급의 힘 등에 좌지우지 많이 되는 거 같아요. 그 영화는 어떤 극장에서는 첫날부터 교차 상영이 되기도 했었어요. 굉장히 코미디 장르도 잘 어울리실 거 같은데, 코미디가 거의 없으세요. 코미디를 하시고 싶은 계획이 있으신가요. <화이> 다음으로 하는 작품이 < 수상한 그녀 >라는 코미디에요. 심은경 , 나문희 선생님 주연작이고요. <남자 사용 설명서>와는 다른 지점의 좀 더 대중적으로 소통하기 좋은 작품이에요. 제가 우울증이 심하고 평소에는 정서 자체가 가라앉아있기 때문에, 조증이 갑자기 생길 때가 있어서 <화이> 작업할 때도 어떻게든 에너지를 조증을 만들면서 버티고 했었는데, 코미디 장르를 다음 작품으로 하니까 덜 가라앉아서 음악을 하게 되지 않을까. 굉장히 기대가 큽니다. 삽입곡 같은 경우도 보니까. <회사원>에서는 이미연 씨가 전직 가수로 나왔는데, 부르던 곡도 따로 작업하셨다고요. 네. 그건 제가 사이드로 아는 뮤지션 친구들과 습작 같은 작업을 해놨다가 영화와 매치가 잘 돼서 그걸 여기다 쓰자, 했던 거죠. 직접 이미연 씨가 부르신 건가요? 네, 이미연 씨가 부른 파트가 있고요, 어떻게 설정이 되느냐면, 전직 여가수의 세월을 느끼게 해주는 구간은 이미연 씨가 부르시고, 몽타주로 이어지면서 영화의 느낌을 부각시켜줘야 하는 부분에서는 오히려 그런 게 튈 수가 있으니까 가수분이 불러주셨죠. 그걸 리믹스하듯이 절묘하게 이어지게 하는 것이 작업할 때 조금 어려웠었죠. 음악이 좀 80년대 향수를 느끼게 하는 것 같았어요. <회사원> 영화의 그런 톤들을 감독이 만들고 싶어 했어요. 인터뷰에서 보면 좋아하시는 작곡가로 데이빗 샤이어나 랄로 쉬프린을 꼽으셨어요. 어떻게 보면 70년대 가장 핫했던 분들인데요. 장르영화들을 많이 하시던 분들이었죠. 제가 볼 때는 70~80년대가 영화음악의 황금기였던 거 같고요, 그 뒤부터 워낙 좋은 사운드 시스템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영화음악은 훨씬 더 입지가 좁아진 거 같아요. 사운드가 음악의 역할을 많이 대체하게 되는 상황이 되니까. 그분들이 한창 활동하던 시기의 음악들은 한 큐 때문에 주먹을 불끈 쥐게 해주고, 또 그런 역할을 해주던 그 시기에 대한 동경 같은 게 있죠. 정말 좋은 시절을 사셨구나. (하지만) 막상 저 같은 사람이 그 시기에 영화음악을 하라고 하면 못했겠죠. 이분들은 거의 악보를 탈곡기에서 뽑아내듯이 작곡을 해내시니까. (웃음) 자기 빅밴드와 오케스트라와 녹음하고 막. 또 빌 콘티와 같은 작곡가도 좋아했었어요. <록키>는 그냥 음악 나오면!! 개인적으로 좀 더 영향을 받은 뮤지션이 있으신가요? 영화음악가 중에서요. 요즘에는 (소더버그와 작업한) 클리프 마르티네즈 같은 요즘 작곡가 좋아하고요. 미니멀한 작업하시고요. 산타올라야 같은 분도 좋아하고. 기타 하나 가지고... 한국 영화음악 하시는 분들의 음악도 많이 들어요. 한국 감성을 채우는 방식은 또 다르니까요.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을 꾸준히 작업하셨는데, 작업 속도가 빠르신 것 같아요. 그렇게 팀을 셋업을 해놨어요. 처음에 혼자 작업할 때는 정말 시간이 너무 많이 필요하고 내가 원하는 어떤 형태를 끄집어내기 전에 내가 그 형태를 잃어버릴 때가 많거든요. 그래서 아예 팀을 셋업하고 파트를 나눠서 이쪽에서는 에디팅만 하게 하고, 이쪽에서는 소스만 컬렉팅하게 하고, 그럼 제가 아이디어가 생기면 필하모닉 한 60인조 소스 좀 해줘, 그럼 빨리빨리 그게 나오니까, 금방금방 제가 근사치를 확인해볼 수 있으니까, 훨씬 빨라진 거죠. <악마를 보았다>는 거의 혼자 했어요. 오퍼레이터 하는 친구와 둘이 하다가, 아무래도 영화음악을 계속 하고 영화 사이즈가 점점 커지고, 영화라는 게 저와 맞닥뜨렸을 때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노동량과 인내심과 감정싸움이 필요하다 보니까, 그렇게 팀이 있으면 상처도 덜 받고, 덜 지치게 되더라고요. 모그에 있어서 영화음악의 의미란 무엇일까요. 단독 개인앨범 작업보다는 점점 영화음악 쪽에 치중하시잖아요. 산업이 변화하는 것에 거스를 수도 없고요. 단독 작업이란 것 자체가, 앨범이란 것을 손에 쥘 수 없는 상황 속에서, 공기처럼 떠다니게 하는 음악 작업이 힘들더라고요. 받아들이기가. 어쨌든 영화음악이란 작업은 제약도 생기지만 한편으로는 하나를 버리고 하나를 얻을 수 있는 그런 작업인 거 같아요. DVD라는 것도 만들 수 있고요. 손에 잡히는 결과물에 대한... 습관처럼 생긴 저의 집착인지도 모르겠지만, 예전에 연주하면서 세션을 할 때는 그게 다 크레디트에 남는 세상에 살다가, 어느 순간부터 어느 아티스트의 작업에 참여해도 그 아티스트의 작업에 참여한 사람들이 누군지 알 수 없는 세상에 살아야 된다는 게 너무 슬프더라고요. 음원을 보면 또 그런 게 안 나오죠. 그렇죠. 어떤 사람이 음악을 듣는데, 음반을 사서 그 안에 적혀있는 글부터 해서 이건 어디서 녹음을 했고, 누가 참여를 했고, 편곡은 어디서 했고, 이런 데이터들을 쌓고 음악을 들어왔다면, 요즘은 오디오로 음악을 듣는다는 것 자체도 되게 힘든 세상이라는 것 자체가 감당이 안 되거든요. 특히 전 베이스를 치던 사람이라서 이런 걸(스마트폰)로 음악을 들으면 베이스는 들리지도 않아요. 존재감도 없고요. 스펙트럼이나 다이나믹한 것들이 전혀 안 느껴지고, 질감 같은 것들이 무시되는 세상에 살게 되니까요. 사실 영화음악이 그것의 피난처 역할을 해주고 있는 거 같아요. 왜냐하면 제가 좋은 오디오 시스템에서 들을 수 있는 환경, 앨범이란 게 나올 때만 해도 아는 분들 중에서 마니아들이 있으면 좋은 앰프와 스피커가 구비되어 있으면 거기서 한 번 들어봐야지, 하면서 차 한 잔 마시며 음악을 듣곤 했었는데, 점점 그런 게 없어지죠. 음원이란 것도 정액제로 확 묶어놓다 보니 진짜 1회용이 되어버려서 사람들이 데이터(음원)를 넣었다가 공간이 차면 또 비워내고. 음원 공유 시스템 자체가 아티스트의 에고나 존재 자체를 지워놔 버려서요. 차라리 영화음악을 하는 게 그 아티스트 경계의 안과 밖에도 들락날락 할 수 있는 거 같아요. 정말 아이덴티티가 안 생기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영화관이라는 좋은 시스템 안에서 음악을 들을 수가 있게 된 거네요. 그게 유일한 해소 지점이 된 거 같아요. 차기작으로는 어떤 작품이 있나요? 아까 말했던 황동혁 감독의 <수상한 그녀>가 내년 1월 중에 개봉할 거 같고요, 이재규 감독의 <역린>, 박흥식 감독의 <협녀>를 준비하고 있어요. 긴 시간 수고 많으셨습니다. 저에게 이렇게 궁금한 게 많은지 정말 몰랐습니다. _ 인터뷰 : 문상윤 _ 정리, 사진 : 유성관 _ 2010.10.17, 미래광산
90년대 말 다시 찾아온 한국영화의 부흥기는 많은 걸 바꿨다. 산업적인 측면에서나 제작 시스템적인 환경까지도. 그 중 하나가 바로 사운드트랙이다. < 접속 > OST의 눈부신 성공을 기점으로 한국영화음악 시장에도 상업적인 가치가 있음을 발견한 제작자와 홍보사 그리고 감독들은 저마다 음악에 대해 신경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이 무렵 기존 작곡가들과는 다른 지향점과 자양분을 갖춘 영화음악가들이 등장한 것도 사실이다. 이동준 , 조성우 , 조영욱 , 한재권 , 원일 , 이재진 등 젊은 음악인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나와 새로운 유행과 경향을 창조해냈다. 그 속엔 장영규도 있었다. 각종 무대 음악들과 어어부 프로젝트로 인디 씬에 독특한 충격파를 선사한 그는 아름답고 멋진 선율 뒤에 숨겨진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사운드를 찾아 자신만의 영역을 넓혀왔다. 정형화되고 규격화된 대중들의 입맛에서 벗어나 생소하지만 생생한 파격과 전위적인 혁신으로 경계를 넘나드는 음악을 들려주었다. 많은 아티스트들이 이에 매료되었고, 장선우 , 박찬욱 , 이무영 , 김지운 감독 역시 장영규의 날선 색채를 좋아했다. 그는 그렇게 다양한 감독들과 작업을 이어가며 스펙트럼을 넓혔고, 어어부 프로젝트에서 영화음악가로 점점 진화해갔다. 아이러니하게도 음반시장은 고사 상태가 되어 더 이상 영화 밖에서 한국영화음악을 들을 수 있는 길이 적어졌지만, < 타짜 >와 < 놈놈놈 >, 그리고 아직까지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이란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 도둑들 >에 이어 2013년 여름 시즌을 뜨겁게 달군 화제작 < 은밀하게 위대하게 >와 < 감시자들 >까지 흥행작들의 음악을 담당하며 그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길이 넓어지기도 했다. 독립영화에서부터 단편, 상업영화까지 전천후로 활동하는 장영규는 현재 한국영화음악 지형도에서 중요한 위치에 서있다. 어느새 중견으로 올라선 경력도 그러거니와 꾸준한 작업량과 다양한 장르적 도전 정신, 또 복숭아라는 창작집단 체제를 통해 공동작업의 새 지평을 열어가고 있는 시도들이 무엇보다 그렇다. 그는 한국영화시장의 황금기와 부흥기에 태동한 작가주의형 영화음악가인 동시에 산업과 시스템이라는 도식적인 틀 안에서도 굳건히 살아남아 자신의 색깔을 영화에 오롯이 투영시킬 수 있는 몇 안 되는 한국영화음악의 장인이다. 단명하기 쉬운 이 세계에서 그의 지속적인 생산력과 도전적인 예술성에 대해 진지한 고찰과 물음이 필요했다. 최근 <광부화가들>이란 연극의 음악감독을 맡으셨더라고요. 아, 그건 3년 전쯤 했던 작업인데, 다시 한 번 재공연하는 거 같아요. 8월 달엔 전통음악 그룹 ‘비빙’의 공연이 있었고, 전통가곡을 부르는 이기쁨 공연에도 편곡으로 참여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영화와 연극, 공연과 밴드 등 다방면으로 활동하시는데, 각 분야별 차이가 있을까요? 저도 차이를 생각해보는데 별 차이가 없는 거 같아요. 영화나 연극이나 뭐, 작업에 미세한 차이는 있겠지만 그런 거보다 작업을 어떤 사람하고 하느냐 그런 게 더 큰 차이인 거 같아요. 어떤 연출가와 하느냐, 어떤 영화감독과 하느냐 그런 게 중요하지 장르는 그렇게 크게 중요하지 않더라고요. 작품수가 굉장히 많으세요. 상업영화도 하시고, 단편영화나, 독립영화, 다큐도 하시고요. 한해에 적게는 2~3편, 많게는 7편까지도 하시는데, 이런 다작은 앞에서 말씀해주셨던 사람들과의 관계 때문일까요? 처음 음악을 시작했을 때는 베이스 연주자로 시작을 했다가, 연주 말고 다른 음악작업으로서 처음은 91년도에 안은미 씨를 알게 되면서 한 무용음악 작업이었어요. 그러면서 여러 장르의 작업을 하게 되었는데, 그러다보니 초반에 들어오는 일을 가리지 않고 여러 가지를 하게 되었죠. 일이 많이 없고 한가할 때는 들어오는 데로 하기도 했고, 그러다보니 여러 장르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거기서 또 사람들이 가지를 치고 나가다 보니까 같이 작업하는 동료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이지경이 됐죠. 감독님도 다양한 분들과 작업을 하셨잖아요. 박찬욱, 이무영, 최동훈, 김지운, 이재용, 민규동, 김기덕, 나홍진 등... 생각보다 또 그렇게 다양하진 않아요.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오래 길게 작업을 하는 거죠. 영화음악을 맡으실 때 선호하는 지점이나 방향성이 있으신가요? 시나리오를 읽거나... 읽어도 사실은 어떻게 만들어질지에 대해서 잘 모르겠어요. (웃음) 같은 내용이라도 ‘누가’ 만드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더라고요. 작업을 하실 때 감독님과 상의나 토의를 많이 하시는 편인가요? 꼭 그렇진 않아요. 오히려 그냥 만들어보고 들려주고. 음악이란 게 말로만 해선 잘 안 되는 부분들도 많아서 빨리빨리 들려주는 걸 좋아하죠. 시나리오를 먼저 받으셨을 때 작업을 시작하시나요? 예전에는 그래 왔었어요. 시나리오를 받고 데모를 만들어서, 영화 시작하기 전에 어느 정도 음악적 콘셉트를 잡아놓고. 그러고 촬영을 시작하면... 감독도 그 음악을 들으면서 작업을 하고요. 그런데 요즘에는 영화 만드는 환경이 많이 달라졌어요. 촬영이 시작된 후에 음악감독을 구하는 경우도 많이 생겼어요. 예전에는 미리 해서 어떻게 할 거냐, 그랬는데, 요즘은 심지어 촬영 끝나고 들어가는 경우도 있고, 그래서 편집본 보고 작업하는 경우도 많아졌죠. 감독님은 예전 방식이 더 좋으신 건가요? 우리나라 영화 후반작업이 굉장히 짧아요. 짧은 시간 안에 부딪힐 문제들을 미리 해결하고 가니까 (예전 방식이) 시간적으로 많이 도움이 되죠. 촬영이 다 끝나고 편집을 하다가 음악작업을 하다가도 두세 번을 뒤집는 경우가 있어요. 그건 어찌됐든 영화적으로 굉장히 마이너스가 되는데, 그걸 찍기 전에 미리 하고 가는 건 나중에 집중할 수 있는 거니까 영화에 큰 도움이 되죠. 초기 작품들을 살펴보면 ‘어어부밴드’의 연장선상의 느낌이 있습니다. 그렇죠. 그걸 (사람들이) 원했던 거죠. <반칙왕>같은 경우는 어어부에서의 그런 음악을 쓰고 싶어서 저를 데리고 온 거고요. 그때는 전 영화음악 하는 사람이라기보단 어어부가 더 먼저였으니까. 사람들이 절 찾는 이유는 어어부의 음악 색깔이었던 거죠. 시간이 지나면서 스타일이 좀 바뀌신 거 같아요. 저도 바뀌고. 제가 생각하는 것도 바뀌고. 바라보는 것도 바뀌고. 어어부도 활동을 잘 안하고. (웃음) 초반에는 그래서인지 노래나 송트랙이 많았었는데, 연주 음악 비중이 점점 높아졌던 거 같습니다. 영화도 그때랑 지금이랑 한국영화 스타일이 많이 바뀐 거 같아요. 음악 쓰는 방법도 많이 바뀌었고. 그러면서 저도 바뀐 거 같고. 영화와 함께 바뀐 거죠. 예전 작업하신 영화들이 키치적이고... 영화가 다 그런 영화들이었어요. < 철/파/테 >나 < 다세포 소녀 >, < 소년, 천국에 가다 >, < 미쓰 홍당무 >... 어떻게 보면 좀 범상치 않는 영화들인데. 사실 국내에서 이런 작품들의 음악적 대안은 장영규 감독님 말고는 없어 보입니다. 그런 스타일에 대한 고민도 있으셨나요? 그때 그 영화들이 그랬기 때문에 그렇게 작업을 했지, 제 음악에 영화를 맞춰나갈 수는 없죠. 초반 몇 작품은 그런 걸 서로 원했던 거 같은데, 그 뒤에는 영화가 그런 영화였기 때문에 그렇게 작업을 한 거고요. 요즘은.. 그런 영화들이 안 들어오고, 또 잘 안 만들어지고. <다세포 소녀>는 개인적으로 충격이었습니다. 중간에 ‘무쓸모 교가’를 들어보면 중간 중간에 반야심경이 나왔다 할렐루야가 나왔다 한국적인 음색도 들리고 종잡을 수 없는 사운드였는데요. 그런데... 원래 의도에 비하면 영화가 좀 얌전하게 나온 거 같아요. 영화보다 음악이 더 좋았던 거 같습니다. 영화는 정말 얌전한 느낌이 있었거든요. 음악도 더 막나가야 하는데 영화가 너무 얌전해서... (웃음) 저도 좀 더 얌전하게 갔어요. 사운드트랙은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재용 감독의 다른 영화 < 여배우들 >도 독특한 시도였던 거 같아요. 다큐와 허구를 섞은. 그래서 음악을 어떤 방식으로 배치하고 사용했는지 궁금합니다. 흡사 이지 리스닝 계열이나 라운지 뮤직을 떠올리게 만드는 듣기 좋은/쉬운 음악들이었는데? 그렇죠. 영화 자체가 벌어지는 공간 자체가 사진 찍는 스튜디오였고, 그런 스튜디오에서 나올법한 음악들, 사진 찍는 사람들이 그런 음악들 많이 틀어놓고 작업하고. 그런 것들을 고려했던 거 같아요. 이야기보다는 그 공간과 배우들의 분위기를 맞춰주는 음악들이었죠. 이재용 감독님과의 작업은 어떠셨나요? 이재용 감독과는 워낙 예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어요. 한 90년대 중반? 94년 다큐 <한 도시 이야기> 할 때부터, 그전부터 알던 사이여서 같이 일하면 편해요. <다세포 소녀> 의뢰 들어올 때 좀 놀라셨겠어요. 만화는 보셨죠? 네, 이걸 가야 하나 고민 좀 했었는데... (웃음) 그러고 보면 최신작인 < 은밀하게 위대하게 >도 웹툰 원작의 영화에요. 이 작품 음악은 <다세포 소녀>하고는 좀 다른 거 같은데, 좀 더 진지하고 공격적인 느낌이 났습니다. 이 영화의 경우, 원래 콘셉트는 앞의 부분이 코미디잖아요. 워낙 코미디이니까 아예 음악을 안 쓰고, 거기는 음악이 필요 없을 거 같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자신이 간첩임을 고백하는 순간부터 정색하고 음악을 쓰고 싶었는데, 웃겨야 한다는, 뒤는 흥으로 밀어붙여야 한다는 의견이 들어와서 음악도 그렇게 진행하게 됐죠. 처음 의도와는 좀 다르게 진행됐어요. 그렇다면 최근 작업하신 작업 중에서 감독님의 의도와 가깝게 된 음악은 어떤 걸까요? 영화사가 아직도 살아있는 영화의 작업들. 영화사 집의 <감시자들>, 또 최동훈 감독도 자기 영화사가 있으니까. 그런 영화사와 작업하면 투자사에서 끝까지 한 번도 안 와요. 그 음악이 어떻다 말을 안 해요. 그렇지 않고 감독이 약간 힘이 없거나, 영화사가 있어도 그냥 이름만 있는 영화사라거나, 할 경우에는 와서 처음부터 끝까지 나를 믿고 따라라, 죠. <감시자들> 같은 경우는 그런 게 전혀 없었어요. 이 영화는 감독들과의 작업이었어요. 그런 작업은 즐거우시겠어요. 그게 원래 작업인거죠. (웃음) <감시자들>같은 경우는 테크노나 일렉트로닉 사운드도 강하고요. 달파란 씨와의 공동 작업이었잖아요. 영향이 좀 있었는지요? 요즘 영화가 스타일이 바뀌는 거 같아요. <감시자들> 같은 경우는 할리우드 스타일로 많이 갔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음악도 할리우드 스타일 붙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그런 방식의 음악을 하게 됐어요. 선율 같은 건 거의 없고, 음악이 공기처럼 영화 전반에 계속 있으면서 흐름을 만들어주는 역할이었죠. 음악이 정말 많이 쓰였던 거 같아요. 거의 한 시간 반 음악이 나올 거예요. 공동 작업을 하시는 데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지 궁금합니다. 테마나 선율을 공유하고, 전체적인 톤도 맞추는지. 아니면 각자 다른 큐들을 맡아 진행하는지. 그렇게 큐를 나누기도 하고요. 영화마다 좀 다르긴 해요. < 달콤한 인생 >이나 <놈놈놈>같은 경우는 전체 음악이 많지만 반복되는 지점도 없고 장면마다 음악이 다 달라서 거의 곡을 같이 만들었고, <감시자들>같은 경우는 어떤 테마가 있어서 그게 10분, 20분을 끌고 가고 해서 처음 콘셉트를 잡을 때는 둘이 같이 이야기하지만, 어떤 부분을 맡으면 각자 작업하게 될 수밖에 없는 때도 있었던 거 같아요. (그럴 경우) 만들어놓고 서로 이야기하고 조율, 수정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 거죠. 필모에서 흥행작이 늘어났어요. 흥행이 잘 되는 작품을 고르시는 건가요? 아니면 작품들을 맡았는데 흥행이 잘 된 건가요? (웃음) 아니에요. 정말 제 필모 초반 영화들은 흥행이 하나도 안됐던 영화들이었잖아요. 그랬는데... (잠시 생각) 최동훈 감독을 만나면서부터...? (웃음) 작품을 고르실 때, 어떤 관점으로 고르시나요? <은밀하게 위대하게> 같은 경우도 궁금합니다. <은밀하게 위대하게>같은 경우에는 감독이 정해지기 전에 먼저 제가 정해졌어요. 시작 자체가 배우와 만화 때문에 이루어진 희한한 프로젝트였죠... 일이 많이 들어와서 제가 놓고 고른다고 생각하시는데, 생각보다 그렇지는 않고요. 같이 하는 사람들과 계속 다음 작업을 같이 하거나, 했던 영화사에서 다음 작업을 의뢰받거나, 그런 경우가 많지. 찾아와서 시나리오 주고 같이 하자, 이런 건 생각보다 많지 않아요. 쌓아놓고 고르는 그런 건 아니에요. (웃음) 의외의 선택도 있습니다. <나는 공무원이다> 라던가. 그 영화는 감독이 동네 친구예요. < 모피를 입은 비너스 >는? 그건... 주인공이 (어어부의) 백현진 씨였고... 조민호 감독님과는 단편부터 작업을 하셨어요. 가까운 데 살고 술 먹다 친구가 된 그런 감독이에요. 나이도 비슷하고. < 박수건달 >같은 경우는 전 굉장히 의외였습니다. 조진규 감독이 워낙 조폭물을 많이 하셨는데. 장감독님 필모를 보면 조폭코미디가 없었잖아요. 물론 이 영화도 잘 됐고요. 그죠, 제가 (조폭) 코미디는 잘 안하죠. 정말 안 할라고 했는데. 이 작품이 들어오게 돼서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생각보다 < 조폭 마누라 > 조진규 감독이 찍은 영화들이 다 잘 만들었다고 주변에서 그러더라고요. 그래도 전 이런 건 안할래, 그랬는데, 달파란 씨가 이런 것도 한 번 해봤으면 좋겠다, 하는 권유가 있었어요. 이런 것도 한번 해봐야지. (웃음) 그래서 고민하다 한 번 해보게 됐는데, 확실히 잘 맞진 않는 거 같아요. 원래 영화가 무속이나 유령 같은 부분이 나와서 판타지로 풀면 좀 재밌지 않았을까 생각했는데, 콘셉트가 바뀌면서 많이 달라졌죠. 이무영 감독과는 세 작품을 같이 하셨어요. < 휴머니스트 >, <철/파/태>, < 아버지와 마리와 나 >. 음악을 잘 아는 감독님이시잖아요. 팝컬럼리스트로도 유명했던 분인데 음악적인 요구 사항이 까다롭진 않은지. 관여를 하신다던가. 이무영 감독님이요? 안 그러세요. <철/파/태>에서 공효진 과 조은지 가 부른 ‘침대의 끝’이란 노래가 좋았습니다. 어어부의 보컬인 백현진 씨의 걸걸한 노래와 달리 이런 팬시한 느낌도 있구나 싶어 놀랐어요. 그와 같은 경우는 제가 어렸을 때 그런 음악들을 듣고 자라기도 했고요. 어어부 말고 다른 쪽에 있는 저의 감성이기도 해요. 그런 감성을 좀 더 보여주세요. 굉장히 좋아하는 데 사람들이 잘 몰라서 개인적으로는 섭섭하더라고요. 영화가 좀 더 잘 됐으면... 굉장히 대중적인 노래였는데. (웃음) 그렇죠. 목소리도 통통 튀었던 걸로 기억해요. < 엔티크 서양골동양과자점 >에서 김씨&알리가 부른 ‘케?파라파이스’라는 빅밴드/재즈 스타일의 뮤지컬 시퀀스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민규동 감독님이 요구하신건가요? 뮤지컬을 하고 싶다고 해서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가장 익숙한 뮤지컬 방식으로 작업을 했었어요. 그럼에도 가장 인상적인 호흡을 보인 감독을 뽑으라면 김지운 감독과 최동훈 감독입니다. 특히 <달콤한 인생>의 경우는 스페인 시체스 판타스틱 영화제 최우수음악상 수상했습니다. 게다가 이 영화음악은 라틴 사운드였는데. 그래서 걔네들이 동양의 이상한 애들이 우리 전통음악을 가지고 이런 식으로 했구나, 그래서 기특해서 준 게 아닌가 싶어요. (웃음) 음악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달콤한 인생> 사운드트랙이 어찌 보면 최초의 느와르 액션영화음악이었는데. 작업할 때 어땠나요? 그렇긴 한데 액션이라고 생각도 못했어요. (웃음) 그 영화의 경우에는 절반을 영화 찍기 전에 음악을 완성한 상태였거든요. 어떤 식으로 갔으면 좋겠느냐 하면서 작업했던 것들이 50%정도 사용됐죠. 김지운 감독님 같은 경우 작업하실 때, 디렉팅이 많은 편이신지? 김지운 감독님 같은 경우는 음악을 끼고 사는 스타일이라 많은 음악을 들려주죠. 요즘 이런 노래 듣는데, 이런 거 재밌다. 이것저것 들려주는 걸 좋아해요. 거기에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것도 있죠. <놈놈놈>에는 < 킬빌 >에 나왔던 음악 ‘Don’t let me be misunderstood’가 사용됐는데, 혹시 이 음악의 대안으로 작업됐던 음악도 있었나요? ‘Don’t let me be misunderstood’의 경우는 감독님이 꽂혔던 음악이고요. 편집할 때부터 그 음악을 깔고 편집하셨던 영화에요. <킬빌>에 나왔던 음악이라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 했었는데, 대안이 딱히 있지도 않았고요. 감독님의 확고한 의지도 있었고. 새로 연주하신 건가요? 네, 새로 연주한 거예요. 그 음악은 저작권만으로도 몇 천 만원이고요. 음악 자체를 모두 사버리면 비용이 두 배 정도 올라가니까, 저작권만 사고 연주를 하는 쪽이 비용을 아낄 수 있는 거죠. 이를테면 저작권료만 5천이면 판권까지 모두 사면 비용이 훨씬 올라가는 거고요. 많이 비싸요. 그런 거 보면 나도 전곡을 만들고 그만큼 못 받는데... (웃음) 음악감독님이시니까 음악에 대한 저작권도 다 해결해야 하는 건가요? 아뇨, 그런 건 제가 하진 않죠. 한곡으로도 모자를 걸요. 최동훈 감독과는 <타짜>부터 작업하셨는데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마림바와 퍼쿠션, 비브라폰과 섹소폰 등의 조합으로 변화를 준 게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보통 할리우드 겜블 영화에서도 재즈 사운드를 많이 사용하는데, 여기서는 정중동의 느낌을 살려 묘하게 동양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영화 처음 시작할 때, 워낙 예전 일본영화들을 좋아해서, 스튜디오가 전성시대이었던 그때 음악들을 좋아해서 그런 스타일의 작업을 언젠간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 작업을 할 수 있는 영화를 못 만났는데, <타짜>를 보자마자 이런 컨셉트에 대한 제안을 했는데 다행히 최동훈 감독도 동의를 했고, 저도 하면서 굉장히 재미있었던 작업이긴 해요. 사운드트랙을 보면 곡목이 좀 특이해요. (편집자주: <타짜>의 트랙명은 ‘marimba + tom-tom 1’, ‘tom-tom + saxphones 1’ 등과 같이 악기 구성으로 되어있는 경우가 많다.) 사실 OST를 만들고 나서 제목을 붙이는 게 정말 고역이거든요. 보통은 제가 붙이곤 해요. 생각나는 데로 붙이곤 하는데. 어떻게 보면 정말 의미 없죠. 만들 때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걸 만든 후에 붙여야 하는 거니까. 그래서 제목 붙이는 걸 좀 싫어해요. (웃음) 영화에 쓰인 한대수 선생의 ‘불나비’도 좋았습니다. 김상국 선생의 ‘불나비 사랑’을 리메이크한 건데, 이를 고른 건 누구의 아이디어였나요? ‘불나비’는 최동훈 감독이 골라온 곡이었어요. 노래방에서 배우가 부르고, 김상국 씨 목소리를 어렸을 때부터 좋아해서 써보고 싶었는데, 한대수 선생님 연락 전에 김상국 씨를 찾아 봤는데. 건강이 안 좋으셨고. 그 때가 한대수 아저씨와 친할 때여서 또 노래의 힘도 있으시니까, 그래서 작업을 하게 됐죠. 영화와도 잘 맞는 거 같습니다. 그러고 보면 한대수 선생과 백현진 씨의 창법이 겹쳐 보이기도 합니다. 한대수 아저씨의 곡을 들으면서 영향을 많이 받은 거겠죠. <철/파/태>에선 두 분의 듀엣곡도 있어요. ‘구멍난 그림자’라고. 그렇죠. 한 사람이 부른 걸로 아는 사람들도 있고. (웃음) < 전우치 >의 한국적인 사운드도 인상적이었어요. ‘궁중악사’같은 트랙은 독특하고 인기도 있었습니다. 지금 작업하는 ‘비빙’과도 연관이 있을까요? 비빙은 그것보다는 많이 좀 진지해요. ‘궁중악사’는 좀 코믹한 느낌이었죠. 재미있는 상황이어서요. 궁중에서 (그런) 음악을 좋아했어요. 그렇게 만들어 본거고요. 세 단계로 변화시켰던 곡인데, 최동훈 감독도 거기서 완전히 신나는 걸 만들어보고 싶어 해서 약간 유치하지만 작업해 본 거죠. 생각보다 (음원) 다운을 많이 받아서 깜짝 놀랐어요. <전우치>의 사운드트랙 컨셉에 대해 궁금합니다. 약간 클래식 한 느낌도 나는데요. 한국적이기도 하고 혼합적이기도 합니다. 과거와 현재를 왔다 갔다 하는 영화라 두 가지를 모두 해줘야 했고요. 그 전에는 클래식 악기 사용을 별로 안했는데, 오케스트레이션 하는 것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요. 그런데 그 영화에서는 스타일상 해야 할 부분이 있었어요. 영화에서 현악기들이 가지는 힘이 있어요. 완전히 대규모는 아니고, 오케스트레이션이라고 할 수도 없지만 처음으로 현악기 사운드를 시도해본 거 같아요. 이 영화는 주제선을 딱 하나 가지고 시작했어요. 정확한 테마가 하나 있고, 그걸 처음부터 끝까지 가져갔죠. <전우치>도 어떻게 보면 히어로 영화인데요, 히어로물 음악을 생각하신 건지요. 히어로 음악까지는 안간 거 같아요. 그랬다면 좀 달라졌겠죠? 음악이? 현대와 과거를 왔다갔다 하는 판타지에 중점을 뒀었어요. <전우치> 사운드트랙은 CD로 발매되지 않았습니다. 음원으로만 나와 있는데요. 음반 시장이 오래 전부터 잠수를 타면서 만들 필요조차 없어지기 시작했죠. 만들었으니까 그냥 내자, 이런 게 되어버리고. 내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계속 고민하게 되는 거죠. 영화음악 작업을 할 때 짧으면 한 달 반 안에 완성을 하고, 길면 서너 달 사이거든요. 그 사이 영화에 쓰일 한 시간 가량의 음악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영화에 들어가서 쓰이는 건 상관없지만, 따로 떼어놓고 듣다 보면 완성도가 떨어지는 부분도 확실히 있어요. (영화의) 시간적인 제약 때문에. 그걸 그냥 (완성)했으니까 낸다는 건 잘 모르겠더라고요. 어떤 때는 몇 곡만 모아서 내는 경우도 있고, 아니면 또 디지털 음원으로 내던지. 영화음악 CD를 내는 건 누가 내는 건가요? 요새는 아무도 안내죠. 예전에는 제작사나 투자사에서 돈이 되니까 냈고. 돈이 안되더라도 홍보 수단으로 냈고요. 지금은 그조차도 아무 의미가 없으니까요. 지금은 작곡가가 진행해서 내기도 하고, 감독이 원하면 감독과 함께 진행해서 내기도 하고요. 지금은 원하는 사람도 없고 사는 사람도 없고. 그런 거죠. 그럼 최근 감독님께서 직접 진행해서 내신 경우가 있나요? 일단 <미쓰 홍당무> 같은 경우는 이경미 감독님이 정말 내고 싶다고 해서 저와 같이 돈을 내서 만들었던 경우였어요. 몇 십 만원씩 내서 300~400장 찍었어요. 그래서 자켓 디자인이 조금 허접해요. (웃음. 자켓을 살펴보더니) 아... 그래도 이건 엠넷에서 찍은 거긴 하네요. 최소 수량으로 찍은 거예요. 오히려 예전에 냈던 것들은 영화사에서 마케팅을 하고 홍보수단으로 쓰기 위해서 디자인이나 그런 부분들에 돈을 들였던 건데, 갈수록 안하게 되는 거죠. <미쓰 홍당무>에 쓰인 멕시코 음악 같은 경우는 저작권료가 얼마나 될까요? 그건 민요에요. 그래서 저작권료는 따로 없죠. 직접 녹음을 했고요. 일부러 그런 걸 찾는 거죠. 완전 저예산 영화니까 음악 제작비도 정말 적었거든요. 그런데 영화 자체가 계속 월드음악을 틀어대고 있으니, 그 선생이... 그렇다고 (월드음악을) 살 수도 없고요. 그래서 미국 쪽 음악대학 연주자들 중 멕시코 출신들을 찾아서, 그 친구들이 아르바이트로 마리아치 밴드를 하거든요. 그런 친구들을 섭외했어요. 그래서 너네들이 할 수 있는 포크송 곡목 리스트를 달라. 그런 다음 그 리스트를 받아서 감독과 함께 보고 골라서, 그쪽에서 녹음해서 보내준 거죠. 완전 초저예산으로 녹음한 거죠. 초기에는 호러 영화도 제법 맡으셨어요. 원일과 함께 했던 < 링 >을 비롯해, < 알 포인트 >나 < 4인용 식탁 >, < 여고괴담 4 목소리 >까지. < 얼굴 없는 미녀 >도 스릴러/호러 느낌도 있고요.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사운드에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호러 장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그렇죠. 좋아해요 그런 소리들을. 관심도 있었고요.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몇 작품을 했었죠. <알 포인트>같은 경우는 직접 맡은 건 아니고... (편집자주: ‘복숭아’로 달파란, 방준석, 이병훈과 함께 참여했다.) <4인용 식탁>이 제가 하고 싶었던 대로 했던 그런 작품이었어요. 주목받지 못한 작품들 중에서 기억에 남는 건 어떤 작품이 있으신가요? 전 < 복수는 나의 것 > 할 때 재미있었던 거 같아요. 그 작품 할 때, 박찬욱 감독님은 영화음악이 하나도 없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주문을 했었어요. 엔딩곡만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요. 그래서 엔딩곡만 만들어달라고 시작한 영화였죠. 그런데 하다 보니 뭐... 여기저기. 음악이 많이 쓰이진 않았어요. 음악이지만 음향처럼 쓰였어요. 나홍진 감독의 < 황해 > 작업은 어떠셨나요? <황해>를 작업했을 때, 나홍진 감독과는 굉장히 편했어요. 아무도 안 나타났거든요. 나홍진 감독도 굉장히 잘 받아들이는 사람인 거 같아요. 똑같은 이야기라도 음악이란 게 풀어낼 수 있는 방법은 무한하잖아요. 또 원하는 게 이거라 해도 그쪽으로 가는 길도 정말 무한하고요. 근데 보통 자기가 이해한 게 이런 거고 이건 자기가 여태까지 들었던 것과 달리 익숙한 것이 아니라면 거기서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고, 못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어요. 애초의 의도에 대해 똑같은 효과가 있지만요. 익숙하지 않은 걸 못 받아들이는 사람에게는 그 사람이 지금까지 어떤 걸 들어 왔는지에 대해 알고 맞춰나가야 하는 부분도 있어요. 그런데 받아들이는 사람이 가끔 있는데, 나홍진 감독이 받아들이는 편이었어요. 자신이 원하던 것은 이런 게 아니었지만, 저의 설명을 듣고 동일한 효과를 낸다는 것을 납득하면 그렇게 가요. 어쩐지 자신이 생각하는 곳 쪽으로 고집할 거 같았는데, 열려있는 분이더라고요. 편집이 개봉판, 감독판, 해외개봉판으로 이루어지면서 음악도 세 버전으로 나왔어요. 김기덕 감독과 딱 한 편 하셨습니다. < 해안선 >을 하실 땐 어떠셨어요? 후반작업을 할 때 감독님을 만날 수가 없었어요. 워낙 바쁘셔서. 그래서 음악을 만들고, 음악을 찍기 시작할 때 회의를 한 번 하고. 음악을 만들 때 회의를 해야 하는데, 너무 바쁘셔서 만날 수가 없더라고요. 믹싱도 오래 안하시고 딱 하루 하시더라고요. 믹싱할 때 만났어요. 제가 다 들어봤는데, 잘 들었다고... 하나 두 번째 곡까지는 잘 넘어갔는데, 그 다음부터는 마음이 안 맞는 거예요. 그때만 해도 김기덕 감독님은 후반작업하실 때 이미 다음 작품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셨는지 어떤 음악은 여주인공이 나오면 계속 한 음악을 갖다놓으시고 그러셨는데, 전 그렇게 생각 안하는데요, 하고 부닥치다가 그래봐야 하루밖에 안 되니까 그냥 그러다 끝났어요. 음악 작업할 때는 재미있었는데 믹싱 하는 날에 반영이 안돼서 아쉬운 면이 있었어요. 워낙 빨리빨리 하셔야 하는 분이셔서, 감독님은 별로 디테일이 중요하신 것 같지 않더라고요. 이정도면 됐구 이정도면 됐구... (웃음) 이런 이야기를 예전 인터뷰에서 했었는데 감독님이 그걸 보시고 좀 아쉬워하신 적도 있었어요. “아 그 때 잘 했는데...” 그러시더라고요. (웃음) 보통 감독님께서 음악을 만드시고 믹싱하는 날 만들어진 음악을 끼어 넣는 그런 방식인 건가요? 아뇨, 그런 경우는 거의 없죠. 음악 작업을 하는 중 감독님이 계속 오시죠. 바꿔 붙여보고, 줄여 붙여보고 그런 작업들을 하게 돼요. 최동훈 감독 같은 경우는 <도둑들> 할 때 15일 정도를 저희 집에 와서 하루에 7~10시간씩 음악을 붙여보고 그런 작업을 했었어요. 아까 예전에는 공포영화도 해보고 싶었다 하셨는데, 지금은 이런 영화가 들어왔으면 좋겠다 그런 게 있을까요? 요즘 흥행이 안 되는 영화는 아예 들어가질 않잖아요. 음... 폴 토마슨 앤더슨의 영화 같은 작품이 들어온다면 좋겠지만, 우리나라 영화계에서는 (제작이) 들어갈 수도 없을 거 같아서요. 너무 익숙한 할리우드 영화 스타일의 음악들을 해야 할 일이 점점 많이 생기는데 사실 그런 게 재미있지는 않거든요. 그렇지 않은 작업들도 좀 해보고 싶긴 해요. 그럼 단편영화나 독립영화 쪽에서 그런 감독님의 스타일을 풀어낼 수 있지 않을까요? 근데 단편영화는 또 호흡이 짧아요. 뭔가 큰 걸 끌고나가긴 힘들고, 딱 하나 정도예요. 한 가지 호흡으로 딱 끝나버려요. 독립영화 중의 장편들, 그런 쪽에서 자유롭게 시도해보실 수도 있을 거 같아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감독님께 선뜻 의뢰 드리기가 힘들 수도 있겠네요. (웃음) 어려워하더라고요. (웃음) 처음 어어부 프로젝트의 느낌이 오래가실 것 같은데, 지금은 익숙한 장르적인 음악도 하시고. 약간 타협을 하시는 건가요? 타협인 건 아니죠. 영화가 그런 걸 요구하니까 그런 음악을 하게 되는 거 같아요. 초반에는 그런 부분들을 고민했었는데 영화음악이란 게 영화를 위해서 만들어지는 거기 때문에 내 스타일이 크게 중요한 건 아닌 거 같아요. 그러다보니 그 영화에 맞는 음악을 하게 되는 거죠. 영화음악을 작업하면서 한계나 시스템에 부딪히셨던 부분이 있다면요? 아까도 잠깐 이야기했지만 제작사와의 관계가 있겠죠. 그리고 작년, 올해 극장의 음악사용료 부분도 환경 요인이죠. 그게 결론이 어떻게 났죠? 결과는... 음악감독들은 거기서 제외가 됐죠. 그 자체가 굉장히 애매하긴 해요. 그 안에서 너무 많은 이야기들이 나와서 해결되기는 힘든 것 같고. 사실은 그것 때문에 저희가 손해 보는 것이 굉장히 많았거든요. 다른 쪽에서는 음악감독들이 떼돈을 벌려고 그런다, 그렇게 보기도 하고요. 그런 일이 생기면서 계약서가 굉장히 안 좋아 졌어요. 현실은 변한 게 없는데요. 변한 건 안 좋아진 계약서인거죠. 지금으로썬 변한 게 없지만 앞으로 분명히 발생될 일이라 생각하고 그걸 음악감독에게 짐을 지우는 계약서가 나오게 된 거죠. 어떤 계약서가 나오게 되었나요? 우선 저작권을 넘기라는 계약서가 처음에 오기 시작했어요. 저작권을 넘길 수는 없다. 넘기려면 그에 상응하는 비용을 주고 넘기라고 해야 할 텐데, 음악감독에게 주는 비용으로 저작권까지 달라, 하는 건 용납할 수가 없죠. 전 그래도 오래했으니까 그런 계약서를 함부로 못 내밀어요. 그렇지만 새로 시작하는 친구들은 일단 이 시장에 들어와서 일을 시작하는 게 먼저이기 때문에 그런 걸 다 포기하고라도 그런 (불리한) 계약서를 쓰게 되는 거죠. 그럼 그런 계약서를 쓰고 작업하는 분들도 계시다는 거네요? 있을 거예요. 작년부터 새로운 음악감독들이 굉장히 많이 나왔어요. 인디 쪽에서 활동하시던 분들도 많이 나오고요. 그런 이유가 불리한 계약서로도 작업할 수 있는 그런 새로운 사람들을 찾는 거죠. 그리고 어떤 대기업에서는 자기네들이 음악감독들을 모아 계약해서 스튜디오처럼 작업하겠다, 이런 형태도 생기고 있고요. 저희가 만든 곡 말고 삽입곡들이 있는데 공연권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면 그걸 음악감독이 책임을 진다, 이런 항목도 있고요. 아직 감독님은 그런 계약서를 서명하신 적은 없는 거죠? 하지만 저작권의 어느 부분은 계속 넘겨줘야 하는 거예요. 영화음악 공연권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말씀해 주세요. 영화는 어쨌든 다 만들어진 다음에는 상품인 거잖아요. 극장에서 트는 거니까, 방송국에서 음악을 틀면 거기서 발생되는 비용을 내고 그런 건데, 즉, 거기서 내냐 안내냐를 결정지으면 되는 건데, 그게 아니라 이걸 누가 내느냐로 거꾸로 오게 된 거예요. 극장과 투자사가 같은 회사니까 극장은 투자사가 내게 하자, 이렇게 되고, 투자사는 제작사로 미루고. 그럼 차라리 안 받는 걸로 하면 문제가 안 되는데, 영화음악 감독이 만든 건 안 받고, 삽입곡은 받는다, 그렇게 돼버린 거예요. 이러면 되게 이상한 거잖아요. 제작자 협회나 피디 협회에서는 와서 한국영화 이렇게 힘든데, 왜 받으려고 하느냐, 그런 말도 하고요. 받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 전혀 다른 이야기인데, 영화 산업 이야기를 하느냐, 극장은 돈 잘 벌고 있는데, 왜 그걸 이쪽으로 넘겨서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느냐, 그렇게 하다 보니 끝이 않나요. 저작권료가 많이 들어오세요? 안 들어와요. 액수로 따지면 OST를 내서 거진 안 팔리지만, 좀 팔린 게 <달콤한 인생>, <도둑들>이에요. 그거 팔릴 때 인세가 들어오는 거 빼고는, 몇 십만 원도 안돼요. 노래방, 음원 다 합쳐서요. 저작권협회 자체가 가요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단체라 방송국과는 1년에 통으로 계약을 한 다음 거기서 사용된 음악을 정산해요. 그런데 실제로는 가요 프로그램만 정산에서 나눠주는 거예요. 방송에서 쇼프로나 다큐멘터리에서 그런 곳의 배경음악으로 영화음악이 사용될 때도 있지만, 집계가 안돼요. 그래서 다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된 거냐, 고 문의를 하면 집계를 안 한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직접 집계를 해보라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화가 나서 한 달을 직접 집계해서 보내 봤어요. 그것도 나중에 알아봤더니 가요의 1/20을 주는 거예요. 집계도 안하고 비율도 1/20이고. 또 말하면 방송국에 큐시트를 내라고 했는데 안주네요, 이런 말을 하고 있고. 그런 저작권협회에서는 영화가 큰 시장이 된 거잖아요. 그래서 영화음악가들을 모아서 이야기했는데, 결국은 삽입곡들만 받아주게 된 거죠. 삽입곡에 대한 음악감독님들의 느낌이 다르겠어요. 감독님들은 또 본인이 좋아하는 특정 음악을 사용하고 싶어 하실 거잖아요. 근데 뭐... 영화마다 다른 거 같아요. 그 삽입곡이 그 영화에서 어떤 역할을 하냐에 따라 정말 필요한 삽입곡이 있는 거 같고, 감독이 그냥 좋아하는 노래, 옛날부터 쓰고 싶었던 노래를 그냥 쓰길 원하는 경우도 있고. 그런 건 이제 못쓰게 말리죠. 영화제작비에서 그런 지출을 해야 하느냐, 그런 효과가 있느냐. 그런 걸 따지죠. 하지만 써야할 곡이 있다면 쓰긴 해야죠. 좋아하시는 외국 영화음악가가 있으시다면요? 영화음악 감독 중에는 구스타보 산타올라야를 좋아해요. <이터널 선샤인>을 작업했던 존 브라이언도 좋아하고. 어렸을 때는 고란 그레고비치도 좋아 했었고요. 60년대 일본영화음악을 좋아하기도 했어요. 딱 음악가는 모르겠는데 그 당시 스튜디오에 소속된, 스즈키 세이준이나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 영화의 음악들을 되게 좋아해요. 쓰는 방식도 되게 독특했고, 자극적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당시 영화가 그랬던 거 같아요. 차기작으로 준비 중인 작품은 어떤 게 있나요? 준비하고 있는 건 배두나 주연의 < 도희야 >라는 작품이 있고요. 아직 가제인데 이도윤 감독의 <좋은 친구들>이라고. 12월 중에 촬영이 들어가는 걸로 알아요. 또 박찬욱, 박찬경 감독이 서울시에서 하는 <우리의 영화, 서울>도 준비 중이에요. 예전에 리들리 스콧이 (유튜브에서) 했던 것처럼, 서울을 주제로 일반인들이 찍은 것들을 이용해서 영화로 구성하는 작품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