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 부라보
- 감독
- 하워드 혹스
- 제작년도
- 1959
- 출연
- 존 웨인, 딘 마틴, 리키 넬슨, 앤지 디킨슨, 월터 브레난, 와드 본드, 존 러셀, 페드로 곤잘레즈 곤잘레즈
쿠엔틴 타란티노가 찰스 맨슨 일당의 샤론 테이트 살해 사건을 다룬 영화를 만든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의 기분은 묘했다, 타란티노의 관심은 언제나 현실이 아니라 영화였다. 그가 열광하며 보았던 온갖 영화들에서 증폭되고 변형되어 황홀한 영화적 현실을 만들어내는 것. 그것은 완벽한 피안이었다. 현실에서는 결코 이룰 수 없는 찰나를 만끽하는 영화적 리얼리티의 낙원을 타란티노는 창조했다. 역시 타란티노였다. <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2019)는 샤론 테이트의 살해를 다루는 영화가 아니라 그녀가 살았던 시대의 영화들을 타란티노의 방식으로 재구성한 세계였다. 샤론 테이트가 죽지 않은 세계를 보여주는 평행우주랄까. 마블이 < 어벤져스:엔드게임 >(2019)에서 핑거스텝으로 사라진 사람들을 되살리는 평행우주를 만들었던 것과도 비슷하다, 타란티노는 영화 속에 샤론 테이트가 영원히 살아 있는 세계를 창조한 것이다. 그곳에서 샤론 테이트는 어떤 미래를 살았을까. 영화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스타가 되었을까. 아니면 로만 폴란스키의 아내로서 살아가다가 이혼하고 또 다른 삶으로 나아갔을까.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의 중심은 그러나 샤론 테이트가 아니다. 한때 TV 드라마 <바운티 로>의 주연으로 인기를 끌었다가 서서히 내려가고 있는 릭 달튼과 그의 스턴트 배우인 클리프 부스다. 미국이 아닌 이탈리아에서 서부극을 찍으러 가는 릭 달튼의 행보를 보면 당연히 지금까지 거장으로 현존하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젊은 시절이 겹치게 된다. 1959-65년까지 방영된 드라마 <로하이드>로 인기를 얻었고, 1964년부터 세르지오 레오네의 < 황야의 무법자 <(Fistful of Dollars), < 석양의 무법자 >(For a Few Dollars More), < 석양에 돌아오다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를 찍으며 또 다른 명성을 얻은 클린트 이스트우드. 릭 달튼은 평행우주의 클린트 이스트우드다. 타란티노는 영화 속에 실제 배우와 영화들을 마구 던져놓는다. 여자들은 샌님들만 좋아한다고 투덜대는 스티브 맥퀸이 나오고, <대탈주>에 대신 릭 달튼이 출연한 상상을 보여준다. 최고라고 으스대는 이소룡이 클리프 부스하고 싸우다 망신당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조롱하기도 한다. 인종차별이라는 비판을 당연히 받았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곳은 다른 세계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의 이소룡은 우리가 알고 보았던 이소룡과 다르다. 슈퍼맨이 평행우주에서 슈피히어로가 아니라 빌런이 될 수 있는 것처럼, 이곳의 이소룡은 오만한 허풍꾼이다. < 재키 브라운 >(1997)을 만들었을 때의 비판이 생각난다. 당시 스파이크 리는 < 펄프 픽션 >(1994)과 <재키 브라운>에서 흑인들이 내뱉는 ‘깜둥이’(nigger)라는 단어 등을 거론하며 인종차별이라고 비판했다. 타란티노는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흑인 친구들은 늘 서로 ‘깜둥이’라고 부른다며 웃어 넘겼다. 타란티노의 영화는 현실이 아니다. 모든 것이 재배치되고, 새롭게 해석되는 평행우주다. 그것 역시 현실의 반영이라고? 찰스 맨슨을 숭배하는 히피족들은 이미지와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자들이다. TV에 나오는 폭력적인 드라마들을 보면서 성장한 탓에 폭력적이 되었고, 그들을 타락시킨 감독과 배우들을 응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에게 이미지는 곧 현실이다. 마약에 취해 눈앞에 보이는 환영도 그들에게는 현실이다. 그들은 허튼 망상을 믿고, 망상을 현실에 구현하려 한다. 그것이 현실에서 벌어진 찰스 맨슨 일당의 범죄였다. 영화나 TV 등의 이미지가 그들을 타락시킨 것이 이유일까? 아니다. 찰스 맨슨 일당이 호화 주택가로 침입하여 범죄를 저지르려 한 동기는 개인적 원한이다. 돼지새끼라던가, 그들의 어린 시절을 망쳐놓았다던가 하는 말들은 다 헛소리다. 그들에게 현실은 모두 왜곡된 이미지이고, 그들을 타락시키는 가짜가 된다. 그렇게 가짜와 진짜를 뒤섞으면서, 엉망진창인 히피들의 낙원을 허름한 목장에 구현한다. 스스로를 설득하기 위한 가짜 현실을 만들어냈고 점점 망상에 사로잡힌다. 영화에서 한 번도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정면으로 보인 적이 없는 스턴트 배우 클리프 부스는 스판 목장에 가자마자 알아차린다. 이곳은 가짜라는 것을. 히피들은 가짜를 진짜라고 세뇌하면서 행복하게 살아간다. 클리프는 언제나 자신이 가짜임을 알고 있으니까, 그들의 모순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린다. 영화 속의 그는 가짜이고, 현실의 그는 가짜로서 재현되는 자신을 받아들인다. 그것이 곧 타란티노의 영화 속 우주다. 영화의 세계야말로 지극히 구체적인 현실이고, 영화는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 그건 영화일 뿐이야, 라고 말해도 좋다. 이미 그 자체로 완벽한 하나의 우주를 만들어내고 있으니까. 클리프 부스는 아내를 살해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타란티노는 무엇이 진실인지 보여주지 않는다. 클리프는 정말 살인자일까? 필요하다면 클리프는 태연하게 살인을 할 수 있는 인물이다.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클리프가 아내를 살해했는지 여부는 과연 중요한 것일까? 보통의 영화라면 그렇다. 현실에서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타란티노는 모든 것을 그대로 내버려둔다. 지금 보이는 이미지만으로 그를 판단하고 빠져들게 만든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보여주는 이미지는 결국 가짜일 뿐이다. 그리고 우리들은 가짜들로 구성된 세계에서 진실을 발견한다. 우리가 원했던 진실을, 타란티노는 유려하게 만들어내서 보여준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장면은, 극장을 찾아가는 샤론 테이트였다. 샤론 테이트는 자신이 출연한 영화 <렉킹 크루>(The Wrecking Crew>를 보러 간다. 자신이 출연한 배우라고 극장 직원에게 소개하고, 포스터 앞에서 사진을 찍고, 어두운 극장에서 스크린을 보며 미소 짓는다. 딘 마틴이 출연한 스파이영화. 영화에 출연한 자신을 보며 너무나 행복해 하는 샤론 테이트의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쓰렸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그녀가 곧 죽어야만 한다니. 시간을 멈추고만 싶었다. 이미 타란티노는 < 바스터즈:거친 녀석들 >(2009)에서 히틀러를 살해하는 장면을 보여주었다. 우리는 모두가 히틀러가 어떻게 죽었는지 알고 있다. 그는 베를린의 지하 벙커에서 권총으로 자살했다. 그래도 타란티노는 굳이 특공대가 히틀러를 암살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이유는 간단하다. 보고 싶으니까. 나의 세계, 내가 만든 영화에서 히틀러는 끔찍하게 죽어야만 하니까. 실제 역사가 어떻건 나의 우주에서 히틀러는 잔인한 방법으로 살해되어야 마땅하니까. 아마도 그런 마음일 것이다. 영화에서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 상상이 아니라, 또 다른 우주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와는 다른 세계에서 아마도 샤론 테이트는 행복하게 잘 살았을 것이다. 가끔 이웃의 릭 달튼과 술을 마시기도 하면서. 샤론 테이트의 목소리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순간 안도했다. 아, 그녀는 죽지 않았구나. 살아 있구나. 타란티노의 영화 속이라면, 나는 그녀의 모습을 언제나 볼 수 있겠구나. 그래서 너무나 좋았다. 타란티노 특유의 ‘헤모글로빈’은 마지막에 한 번 강렬하게 나올 뿐이지만, 그의 어떤 영화보다도 더 끌렸다. 단지 그녀가 살아 있는 우주를 선사해줬다는 점에서.
“로스앤젤레스로 오세요. 강렬한 태양 아래 해변은 매혹을 뽐내고, 오렌지밭은 끝없이 펼쳐져 있습니다. 일자리는 넘치고 땅값은 쌉니다. 모든 시민들이 집을 소유하고, 행복하고 단란한 가정을 꾸려가고 있어요. 남의 얘기가 아닙니다. 또 누가 알아요? 감독에게 픽업돼 배우가 될지. 아니면 적어도 스타 한 명은 마주치겠죠. LA에서의 삶은 멋집니다. 지상낙원이니까요. 하하하. 겉보기는 그렇죠. 영화나 라디오, 텔레비전에서 그런 이미지를 팔고 있으니까요. 인기 절정의 드라마 <영광의 뱃지>에서도 경찰들은 활보하며 도시의 범죄자들을 소탕합니다. 맞아요. 하지만 여러분의 생각과 달리 이 에덴의 동산에도 골칫거리가 있습니다. 마이어 해리스 코헨, 일명 ‘미키 C’로 통하는데 그가 LA를 장악하고 있어요. 미키는 범죄조직의 대부로 마약, 밀수, 매춘에 손대고 있습니다. 매년 수많은 사람들을 살인하면서도 격조 있는 삶을 누리고 있죠. 신문 일면을 장식하는 그의 얼굴은 LA의 수치입니다. 가장 치안이 좋은 도시에 조직범죄라니 말이 됩니까? 그래서 대책이 세워졌습니다. 하지만 독창적이진 못했죠. 할리우드니까요. 알 카포네에게 했던 대로 미키에게 했을 뿐입니다. 다 부질없는 짓이었습니다. 미키의 구속으로 힘의 공백이 생겨났고, 누군가가 또 그 공백을 메꾸려고 할 테니까요.” 도입부 내레이션은 영화의 시대상을 명료하게 함축한다. 향락과 비리, 부패, 범죄가 판치는 도시. 1950년대 LA는 누아르 그 자체였다. 「L.A. 컨피덴셜」 1951년부터 58년까지 천사의 도시 로스앤젤레스를 배경으로 서로 다른 세 명의 형사가 하나의 사건을 수사해가는 「L.A. 컨피덴셜」을 영화화한다는 건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다. 긴 세월에 걸쳐 수많은 인물들이 얽히고설킨 이 방대한 제임스 엘로이의 원작을 두세 시간이란 한정된 분량 안에 녹여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일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한계에 도전한 무모한 이들이 있었으니, 그전까지 흔하디흔한 스릴러를 연출해오던 감독 커티스 핸슨과 호러영화 시나리오 작가로 경력을 시작한 브라이언 헬겔랜드였다. 제임스 엘로이 소설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으로 뭉친 그들은 2년에 걸친 시간 동안 이 작품에 몰두하며 일생일대 찾아온 단 한 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들의 각색은 놀랄 만큼 함축적이고 영리했고, 영화는 1998년 거의 모든 비평가협회의 작품상과 감독상, 각색상을 휩쓸며 최고의 영화로 추앙받았다. 비록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버티고 있던 제임스 카메론의 < 타이타닉 >으로 인해 아카데미에서 고배를 마시고 흥행에서도 외면받았지만, 러셀 크로우와 가이 피어스라는 걸출한 배우들을 세상에 인지시켰을 뿐만 아니라, 한물갔다고 평가받던 왕년의 섹시스타 킴 베이싱어에게도 수많은 여우조연상을 안기며 그 가치와 안목을 입증했다. 마치 1950년대에서 툭 튀어나온 것 같은 이 불세출의 네오누아르는 고전보다 더 고전적인 스타일과 이야기를 과시하며 탄생하자마자 걸작이 되었다. 그 바탕에는 뛰어난 촬영과 편집, 미술과 사운드 그리고 무엇보다 황홀한 음악이 존재했다. 제리 골드스미스 < LA 컨피덴셜 >에서 음악이란 필수불가결의 조건이었다. 그 시대상과 분위기를 단번에 녹여내기 위해 당대의 히트 넘버들이 사용되어야 했다. 커티스 핸슨 감독은 시나리오를 작업하며 영화에 삽입될 곡들을 한 뭉텅이 선곡해놓고 있었다. 문제는 이를 받쳐줄 스코어였다. 삽입곡과 궤를 같이하며 분위기를 그대로 연장시킬 수 있는 곡, 그리고 거기에 액션과 스릴, 캐릭터들의 감정까지도 표현해줄 수 있는 그런 풍부하고 변화무쌍한 곡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커티스 핸슨은 바로 전작 < 리버 와일드 >를 같이 한 제리 골드스미스에게 음악을 부탁했다. 동부에 존 윌리엄스가 있다면 서부엔 제리 골드스미스가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미국을 대표하는 양대 마에스트로 중 하나. 그는 이 영화의 무대가 되는 1950년대 LA에서 영화음악을 시작한 이 분야의 대가였고, 수정주의 누아르이자 필름누아르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 차이나타운 >의 사운드트랙을 직조해낸 바 있는 장인이었다. 골드스미스는 감독이 준비해놓은 곡들의 면면을 살펴봤고, 쳇 베이커나 바비 하켓의 곡들이 있다는 점에 착안해 트럼펫 선율을 메인 모티브로 잡아 세밀하게 삽입곡과의 간극을 좁혀나갔다. 따라 스코어 전반에 걸쳐 쿨한 트럼펫의 음색이 연신 흐르고 있고, 타악기처럼 활용된 낮고 격정적인 피아노와 강렬한 퍼커션은 영화의 인상적인 음영을 그려 넣었다. 그것은 마치 <차이나타운>의 재림과도 같았다. 애수 어린 트럼펫과 낮고 거칠게 으르렁거리는 피아노의 리드미컬한 터치는 두 작품 다 공통적으로 나타난 요소들이었다. 다만 조금 로맨틱하면서도 감성적이고, 지독하게 허무한 감정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차이나타운>과 달리 <LA 컨피덴셜>의 음악은 지극히 남성적이고 폭력적이며 투박한 어둠의 그림자와 피의 냄새를 물씬 풍기고 있다. 패배의 기운이 가득했던 <차이나타운>의 씁쓸했던 뒷맛과 다르게 <LA 컨피덴셜>에선 (비록 상처투성이긴 하지만) 달달한 승리의 결말을 안겨준다는 것 또한 큰 차이다. 이는 원작과 비교해도 달라진 부분이다. 하지만 그러한 변화는 모던한 누아르로서 성장을 의미하는 동시에 달라진 시대상을 적극 반영한 결과라 볼 수 있다. 이는 골드스미스가 20여 년 만에 누아르로 복귀한 스코어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낮고 서늘한 브라스는 불길한 징조처럼 사건을 암시하거나 주인공들을 위협하는 악의 근원처럼 스멀스멀 울려 퍼지기도 하고, 규칙적인 일렉트릭 비트와 팀파니 등 다양한 퍼커션의 향연은 그 시대의 혼돈과 무질서를 상징하며 영화의 다이내믹한 면을 부각시킨다. 특히나 영화의 주된 테마로 등장하는 ‘The Victor’는 레너드 번스타인이 유일하게 담당했던 정극 < 워터프론트 >의 테마를 인용해 만들어진 곡으로 초반 트럼펫 솔로 모티브가 유사하다. 하지만 이내 독자적인 색채를 띠는데, 이는 마치 < 토탈리콜 >에서 바질 폴두리스가 작곡한 < 코난 > 메인 테마의 퍼커션 라인을 가져와 자기 스타일대로 변주한 방식을 떠올리게 만든다.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뉘앙스를 선사하는 이 독특한 오마주는 그의 동료들에 대한 색다른 칭송이자 헌화이기도 하다. 삽입곡들이 주로 대화 씬에 배치돼 사건을 이끌어가거나 캐릭터들의 심리 상태를 간접적으로 반영하고 있다면, 그의 스코어는 긴장과 갈등이 부딪치는 액션 씬과 전조를 알리는 브릿지 등에 흐르며 포괄적으로 상황을 아우른다. 삽입곡에 밀려 스코어의 비중이 낮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베테랑답게 이 어려운 감독의 요구에 응하며 누아르에 어울리는 끈적하고 강렬한 톤의 만가(輓歌)를 완성해냈다. L.A. 컨피덴셜 사운드트랙은 90년대부터 보편화된, 삽입곡 위주의 컴필레이션 앨범과 골드스미스가 작곡한 스코어 앨범, 2장으로 나눠 발매되었다. 상업적인 이유로 발매되던 여타의 컴필레이션과 달리 < LA 컨피덴셜 >의 경우는 두 앨범을 모두 접해야 완벽한 영화의 감흥을 느낄 수 있는데, 2장 다 러닝 타임이 30분 정도에 불과해 모든 곡을 담아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컴필레이션 앨범 맨 앞에 실린 ‘Badge of Honor’는 스코어 앨범에도 실려 있지 않은 제리 골드스미스의 히든 트랙이자 보너스로, 영화상에 등장하는 인기 절정의 드라마 <영광의 뱃지>를 위해 작곡된 가상의 타이틀곡이다. 알다시피 그의 초기 경력인 1950년대엔 이런 TV 범죄물의 음악들을 여럿 담당했던 적이 있는 터라 정확한 고증이 따로 필요 없는 작업이었을 것이다. 영화의 모든 크레딧이 올라간 뒤 쿠키 영상으로 이 <영광의 뱃지> 타이틀 화면이 나오기도 하니 제법 친절하고도 쏠쏠한 팬 서비스인 셈이다. 오프닝 내레이션이 나올 때 흐르는 조니 머서의 ‘Ac-Cent-Tchu-Ate the Positive’를 비롯해, 차트 넘버원을 기록한 케이 스타의 ‘Wheel of Fortune’, 딘 마틴의 미공개 발표곡 ‘The Christmas Blues’ 등 올드 팝의 정수가 화려하게 펼쳐진다. 하지만 단지 이에 그치지 않고 각 상황에 맞게 배치된 곡이 캐릭터들의 상황과 심경을 묘사하고 있는 터라 더욱 의미심장하다. 스타 형사 잭을 처음 소개하는 장면에선 ‘Oh! Look at Me Now’가, 버드에게 신문지 속에 감춰진 총과 뱃지를 돌려줄 때는 ‘Look for the Silver Lining’이, 미키 코헨의 부하들을 처단하는 장면에서는 ‘Hit the Road to Dreamland’가, 린과 버드의 관계에 질투심을 느낀 에드가 린을 강제로 안을 땐 ‘But Not For Me’가, 자기혐오에 빠져 술을 마시다 거울을 바라보는 잭의 얼굴 위로 ‘Powder Your Face With Sunshine’이 나오는 식이다. < LA 컨피덴셜 >은 그간 잠자고 있던 누아르를 다시 현재에 성공적으로 부활시켰다. 이는 뛰어난 배우들과 훌륭한 원작, 영리한 각본에 정공법적인 연출의 승리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음악의 승리다. 현재 관객들이 이질감을 전혀 느낄 수 없도록 잘 설계된 삽입곡과 제리 골드스미스의 탁월한 스코어가 완벽하게 그 세계에 몰입하게 만들었다. 올해는 제리 골드스미스가 타계한 지 10주년이 되는 해이자 그의 탄생 85주년이 되는 해. 그의 부재가 새삼스레 아쉽게 느껴진다. (영상도서관에는 컴필레이션 앨범(F-0554)만 접할 수 있다.) The Victor Track List (Score Album) 1. Bloody Christmas 2. The Cafe 3. Questions 4. Susan Lefferts 5. Out of the Rain 6. Rollo Tomasi 7. The Photos 8. The Keys 9. Shootout 10. Good Lad 11. The Victor (Compilation Album) 1. Badge of Honor - Jerry Goldsmith 2. Ac-Cent-Tchu-Ate the Positive - Johnny Mercer 3. The Christmas Blues - Dean Martin 4. Look for the Silver Lining - Chet Baker 5. Makin' Whoopee - Chet Baker & The Gerry Mulligan Quartet 6. Hit the Road to Dreamland - Betty Hutton 7. Oh! Look at Me Now - Lee Wiley 8. The Lady Is A Tramp - The Gerry Mulligan Quartet 9. Wheel of Fortune - Kay Starr 10. But Not For Me - Jackie Gleeson 11. How Important Can It Be - Joni James 12. Looking at You - Lee Wiley 13. Powder Your Face With Sunshine - Dean Martin 14. L.A. Confidential - Jerry Goldsmi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