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따뚜이
- 감독
- 브래드 버드, 잔 핑카바
- 제작년도
- 2007
- 출연
- 짐 카포비안코, 이안 홀름, 루 로마노, 브라이언 데니히, 피터 손, 피터 오툴, 브래드 가렛, 잔느 가로팰로, 윌 아넷, 줄리어스 캘러핸, 제임스 레마, 패튼 오스왈트
그림 1. <라따뚜이> 엔딩 크레디트 중 “품질보증, 모션 캡쳐가 없는 진짜 100% 애니메이션”. 2008년 제80회 아카데미상 장편 애니메이션작품상의 < 라따뚜이 >(Ratatouille, 2007)의 엔딩 크레디트에는 재미난 문구가 하나 있다. “품질보증, 모션 캡쳐가 없는 진짜 100% 애니메이션”. 장난기 섞인 문구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냥 넘어가기에는 마뜩잖은 구석이 많다. 그러면 모션 캡쳐를 이용한 애니메이션 작품은 100% 애니메이션 작품이 아니라는 말일 텐데, 2007년 제79회 아카데미상 장편 애니메이션 작품상을 받았던 < 해피피트 >의 경우는 모션 캡쳐를 적극적으로 사용했던 작품이었고, 같은 해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에 의해 만들어진 < 베오울프 >(Beowulf, 2007)는 아예 모션 캡쳐보다 한발 더 나아가 퍼포먼스 EOG 캡쳐라는 생소한 기술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말하자면 이것들은 모두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만든 움직임의 기록과 재연/재현(reenactment/representation) 이미지에 대한 것이다.<라따뚜이>의 엔딩 크레디트의 한 문구가 던지는 물음도 역시 움직임의 표현과 이를 위한 여러 기술적, 역사적 조건들에 대한 물음을 표현하고자 했을 것으로 추측은 가능하다. 사실 애니메이션의 주요한 미학적 장치 중의 하나는 움직임이다. 이는 애니메이션 자체에 대한 미학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며, 동시에 다른 예술 장르와의 차별성의 지점에서 발생하는 미학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전자는 움직임에 대한 전반적의 논지이며, 후자는 실사영화의 대척점으로서의 애니메이션의 움직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애니메이션은 그 어원의 뉘앙스처럼 생명과 운동성이라는 거대한 축 아래에서 이해됨과 동시에 움직임을 기록하는 조건이 아닌 움직임을 창조해야 하는 조건 아래에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이 조건이 성립되었던 것은 아니다. 애니메이션의 움직임은 어쩌면 태생부터 실사영화의 움직임에 경도되었거나, 아니면 그것의 기술적 방식을 차용해 오면서 많은 갈등(?)을 겪어왔기 때문이다. 예컨대 초기의 애니메이션의 경우 실사영화의 인물이나, 인물의 손이 먼저 등장하고, 이후 애니메이션 기법의 작품이 등장하게 하면서 실사영화의 물질적 토대를 벗어나지 않으려고 한 것은 사실이다. 이는 이후 실사영화와 애니메이션의 합성이라는 시대에까지 이르게 되는데, 놀랍게도 이러한 시도는 이미 애니메이션과 영화사 초기에 함께 공유되었던 문제이기도 하다. 그림 2. 초기의 애니메이션에 사용된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공존. < Humorous Phases of Funny Face >(1906) 또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 보자면, 움직임을 전적으로 전유하고자 했던 애니메이션도 사실 실사영화의 움직임을 그대로 차용했던 제작방식, 즉 로토스코핑 방식도 존재한다. 1917년 미국의 플라이셔 형제에 의해 특허로 제출된 이 기법은 실사로 촬영한 토대 위에 채색을 통해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한 이 방식은 움직임을 더욱 사실적으로 표현하거나, 또는 애니메이션 제작에 있어서 효과적인 공정을 구현하기 위한 방책이었다. 물론 이미지가 주는 낯설고, 독특한 지점도 포함해서 말이다. 여기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 기법 역시 애니메이션 내부에서 상당히 많은 발전을 거듭하였고, 오늘날까지 이르고 있다. 움직임을 만들어내어야 하는 것이 숙명이었던 애니메이션이라는 매체를 떠올려본다면, 로토스코핑은 하나의 구현을 위한 방법으로 볼 수 있으며, 이의 연장선상에서 모션 캡쳐도 구현을 위한 하나의 도구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에 대해 무비판이이거나 무조건적인 수용은 자칫 기술 중심의 이해나 실사영화인 그 어떤 것에 종속될 수 있는 지점이 있다. 오히려 이러한 양상은 매체의 물질적 토대의 변화와 함께하는 형식의 변화로 볼 것인가로부터 새로운 테크놀로지에 의해 등장한 미학적 담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부분에서 들여다보아야 할 것이다. < 라따뚜이 >의 엔딩 크레디트에 등장한 문구는 사실 지금 애니메이션 이론 진영에서 고민되어야 할 지점이기도 하다. 조금 편하게 예를 들고 이야기를 마무리하겠다. 영화 <아바타>에 등장했던 캐릭터들은 디지털기술로 인해 인물의 움직임을 지표기호적 성격으로 캡쳐 받은 마리오네트 이미지이다. 배우가 캐릭터를 조종하고 있는 셈이다. <라따뚜이>의 주인공 쥐는 인간의 머리 위에(?!), 마치 카부토 코지가 마징가 제트에 탑승한 듯 조종하고 있다. 애니메이터는 움직임을 통제하면서 애니메이션 내부의 캐릭터들을 통제 조종하고 있다. <라따뚜이>와 <에반게리온>을 비롯한 수많은 탑승형 로봇 애니메이션, 그리고 심지어는 컨트롤과 마리오네트(인형)의 정서적이고, 미학적 고민을 일삼았던 오시이 마무로에 이르기까지…. 디지털 시대의 애니메이션과 움직임, 그리고 그 내부의 다양한 자장들은 좀 더 다른 의미에서 애니메이션의 미학의 영역에까지 그 의미를 확장하고 있다. 그림 3. < 라따뚜이 >의 한 장면, 마치 디즈니의 < 판타지아 >를 떠오르게 하는 이 장면은 사운드와 이미지의 동시화에 대한 오스카 피싱어의 연구작품들과 유사하다. 이는 애니메이션만이 가능한 비물질적인 것들에 대한 움직임과 그것의 형식적 표현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중요한 지점이라 볼 수 있다. 당연히 100%(?) 애니메이션이라 자랑하였던 <라따뚜이>에 어울리는 묘사다.
타이틀이 뜨기 전의 짧은 인터뷰 컷들. 슈퍼히어로들 저마다의 고충이 이어진다. 악과 맞서 싸우며 세상을 지키고 평화를 수호하는 그들이 한번쯤 느꼈을법한 사소하고도 중요한 불만과 아쉬움들이다. 끊임없이 벌어지는 사건사고의 뒤치다꺼리를 하다보면 아이를 돌보는 가정부가 된 것 같다는 푸념부터 남성들만 히어로 대접 받는 걸 들러리로 지켜볼 수 없다는 헤로인의 항변이나 이중생활로 인해 불편한 연애관이나 결혼관까지 털어놓는 속내가 제법 진솔하게 들린다. 거기에 자신의 힘을 물려받은 2세들의 정체성 문제나 성장통까지 포함되면 사태는 조금 심각해진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본의 아니게 피해를 입은 일반인들의 줄 고소가 이어지고 정부의 제반시설 복구에 대한 재정적 부담감까지 더해져 결국 더 이상 슈퍼히어로로서 삶을 누리지 못하게 되는 순간, 그들은 일반인보다 더욱 피곤한 삶을 살게 되는데... 픽사의 6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 인크레더블 >은 바로 이 지점부터 시작하는 유쾌하고 독특한 슈퍼히어로물이다. 그간 장난감이나 곤충, 동물에 국한해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왔던 픽사에서 최초로 사람들의 세계를 다룬 작품으로 종전의 모든 기록을 모조리 깨부수고 제목 그대로 ‘인크레더블’한 비평적 · 흥행적 성과를 거뒀다. 슈퍼히어로 가족 < 아이언 자이언트 >로 휴머니즘 가득하고 복고 지향적인 애니메이션을 선보인 바 있는 브래드 버드 감독은 자신이 좋아했던 60년대 스타일의 만화책들과 스파이 영화들에서 힌트를 얻어 슈퍼히어로 이야기를 떠올렸는데, 여기에 자신의 유년시절과 애니메이터로 회사에서 근무하며 느꼈던 감정들을 뒤섞어 일반적인 영웅담과는 조금 다른 재미와 감수성을 드러냈다. 슈퍼히어로의 액션과 로망에 주안점을 두기보다 일과 가족 이야기에 초점을 맞춰 여러 세대의 공감대를 이끌어낸 것이다. 애초 이 작품은 워너브라더스에서 셀 애니메이션으로 준비 중이었으나, <아이언 자인언트>가 재앙급 흥행 참패를 당해 입지가 좁아지자 자리를 옮겨 칼아츠 시절 자신의 친한 동기이자 픽사의 수장이 된 존 래스터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픽사에서 완성되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선 보기 드물게 악당이 처참한 최후를 맞이하며(극중에서 에드나가 그렇게 망토 반대를 외친 건 다 이유가 있어서다!), 픽사에선 유래 없이 사상 최초로 외부 감독이 영입돼 단독 각본으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이란 기록을 남겼다. 이미 다섯 편의 성공적인 CG 애니로 기술력을 쌓은 픽사의 모든 노하우가 발휘된 작품으로 부드럽고 자연스런 인간 캐릭터들의 움직임과 스피디한 추격전, 상상한 그 이상의 액션 스케일 등이 어우러져 개봉 전에 돌았던 기우를 말끔히 날려버리며 첫 주말 3일 동안에 7,047만불을 쓸어 담는 괴력을 발휘했다. 그해 아카데미 장편 애니상을 비롯해 제 32회 애니 어워드 7부문을 독식하며 2004년 최고 애니메이션으로 우뚝 섰다. 브래드 버드의 <인크레더블>에 대한 음악적 아이디어는 확고했다. 자신이 스토리를 떠올리며 지대한 영향을 받았던 5-60년대 수사물이나 스파이 뮤직 스타일을 원했던 것. 50년대 말 헨리 맨시니의 <피터 건>을 필두로 < 핑크 팬더 > 시리즈나 6-70년대를 풍미한 존 배리의 ‘007 제임스 본드’ 시리즈, 그리고 랄로 쉬프린의 <미션 임파서블>과 제리 골드스미스의 < 0011 나폴레옹 솔로 > 같은 TV 첩보시리즈 테마가 그 대표적인 예로, 재즈 사운드의 경쾌한 스윙감과 긴장감 넘치는 그루브함이 무엇보다 이 코믹하고 신나는 활극에 잘 어울릴 거란 판단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랬기에 그의 첫 선택은 당연하게도 스파이 뮤직의 대가, 007 사운드의 아버지 존 배리였는데, 그는 자신의 초기 스타일을 반복할 생각이 전혀 없었고 몇 곡의 데모 작업만 진행하다 결국 하차하고 만다. 만약 작업이 이루어졌다면 배리의 마지막 작품이 되었을 텐데, 그랬다면 그의 경력 중 시작과 끝을 완벽하게 잇는 결과물이 탄생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쉽게도 협업은 불발되었고 그 기회는 버드와 <아이언 자이언트>로 만났던 마이클 케이먼에게로 넘어갔다. 그러나 이 또한 스코어 진행 중 케이먼이 심장마비로 세상을 뜨게 되며 중지되었고, 우여곡절 끝에 이제 막 꽃 피우기 시작한 신예 마이클 지아키노가 그 임무를 물려받게 된다. 그 당시 인기 TV시리즈 < 앨리어스 >로 첩보물의 음악을 들려주고 있었던 터라 그의 스타일이 눈에 띈 점도 한몫했다. 마이클 지아키노 60년대의 강렬한 빅밴드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원했던 브래드 버드 감독을 위해 마이클 지아키노는 멀티 채널의 최신 디지털 레코딩을 포기하고, 그 당시 녹음하던 방식 그대로 아날로그 레코딩으로 작업을 진행하며 그 시절의 분위기를 담아보고자 했다. 그런 각고의 노력 덕분인지 <인크레더블>의 레트로한 사운드는 놀랍기 그지없다. 브라스 섹션의 힘찬 팡파르와 울부짖는 와와 사운드는 물론, 리드미컬하고 이국적인 퍼쿠션과 비브라폰의 명징한 긴장감, 그리고 스케일의 위용을 드러내는 압도적인 스트링이 한데 어우러진 스코어는 가히 존 배리의 재림이라 불려도 이상할 것이 없을 정도다. 이미 < 쥬라기 공원 >의 게임과 < 라이언 일병 구하기 >의 게임 버전이라 할 수 있는 <메달 오브 아너>를 통해 존 윌리엄스 사운드를 자기 방식대로 해석한 바 있는 지아키노였기에 <인크레더블>에서 존 배리식의 변주는 그리 어려운 작업이 아니었는지 모른다. 게임계의 존 윌리엄스라는 평가를 들었던 지아키노지만 사실 이 작업이 당시 그에게 주어진 가장 큰 기회였기에 긴장했을 법도 한데, 그는 50년 경력의 노련한 베테랑 작곡가처럼 숙성된 재즈 사운드로 감독과 관객들을 동시에 만족시켰다. <인크레더블>의 음악은 닐 헤프티의 <배트맨> 테마처럼 날렵하고, 존 배리의 < 007 여왕폐하 대작전 >처럼 우아하다. 노골적인 클리셰와 컨벤션 덩어리지만, 그 유희는 창의적이고 도전적이기에 즐겁게 다가온다. 존 모리스가 멜 브룩스 영화에서 시도했던 일련의 재기발랄함보다 더 세련되고 영리하다. 포문을 여는 ‘The Glory Days’부터 그 명확한 색채를 드러낸다. 웅장한 팡파르 뒤로 펼쳐지는 올드 패션의 스파이 뮤직은 익숙하면서도 능청스럽다. 과잉의 빅밴드 사운드로 애니메이션 특유의 위트와 과장된 미키마우징을 소화하며 자칫 존 배리 스타일에 함몰될 수 있는 요소들을 교묘히 피해가고 있다. ‘Mr. Huph will see you now’와 ‘New and Improved’, ‘Kronos Unveiled’, ‘Lithe or Death’ 등은 제임스 본드 음악에 대한 훌륭한 지아키노식의 번안으로 단순한 스타일의 모방에 그치지 않고 자신만의 테마를 덧입혀 솜씨 좋게 변형 가공하고 있으며, ‘Road Trip’과 ‘Marital Rescue’에서는 존 배리의 < 007 위기일발 >에서 흐르던 ‘007 Takes the Lektor’란 곡의 컨셉을 의도적으로 차용해 장르에 대해, 스타일에 대해 오마쥬하고 있다. 다시 슈퍼히어로로서 일을 하며 활기를 찾는 몽타주 씬에 흐르던 ‘Life’s Incredible Again’이나 ‘Lava in the Afternoon’, ‘Off to Work’는 부드러운 라운지 사운드로 낭만적인 모험담의 여유와 극적인 이완감을 선사하고 있으며, ‘Bob vs. the Omnidroid’나 ‘Saving Metroville’은 강력한 파워와 묵직한 긴장감을 오롯이 간직한 액션 스코어로 손색이 없다. 찬탄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아찔한 질주감을 던져주는 ‘100 Mile Dash’에선 비브라폰과 뮤트 트럼펫의 현란한 대쉬와 스트링의 숨 막힐 듯한 보잉을 맛볼 수 있으며, 대망의 엔딩 크레딧에 흐르는 ‘The Incredits’는 그간 등장한 모든 테마의 총합이자 스타일의 과시로 지아키노가 들려줄 수 있는 최상급의 사운드를 들려준다. <인크레더블> 이후의 영화음악들 이후 그는 이 아이디어를 공유한 실사판 슈퍼히어로 영화 < 스카이 하이 >의 음악을 담당하며 본격적인 영웅담 팡파르에 도전했고, 60년대 첩보 시리즈를 블록버스터로 바꾼 < 미션 임파서블> 3 , 4편의 음악을 내리 맡으며 랄로 쉬프린의 테마를 재해석한 첩보물 사운드를 완성했다. 어디 그뿐인가. 브래드 버드와 다시 함께 손을 잡은 < 라따뚜이 >로 아카데미 음악상에 첫 지명됐으며, <업!>으로 대망의 아카데미를 비롯해 십여 개의 상을 휩쓸었다. <존 카터> 와 <슈퍼 에이트> 는 그에게 드디어 (‘게임계의’라는 한계를 떼고) 차세대 존 윌리엄스가 될 것이란 찬사를 붙여주었다. 그는 현재 할리우드에서 가장 잘 나가는 영화음악가다. 이 모든 게 바로 <인크레더블>의 사운드트랙에서 시작되었단 사실. Track List 1. The Glory Days 2. Mr. Huph Will See You Now 3. Adventure Calling 4. Bob vs. The Omnidroid 5. Lava in the Afternoon 6. Life's Incredible Again 7. Off to Work 8. New and Improved 9. Kronos Unveiled 10. Marital Rescue 11. Missile Lock 12. Lithe or Death 13. 100 Mile Dash 14. A Whole Family of Supers 15. Escaping Nomanisan 16. Road Trip! 17. Saving Metroville 18. The New Babysitter 19. The Incredits
여름이 늘 그렇지만, 블록버스터 사이에 쏙쏙 박힌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들의 전쟁이 또 시작되고 있다. 엄청난 제작비를 들인 3D 장편 애니메이션들이 전면전은 비켜가면서 매달 한두 편씩 극장에 투하되는 상황이다. 지난 5월 말 선제공격을 감행한 드림웍스의 < 드래곤 길들이기 >에 이어 7월 1일 < 슈렉 포에버 >이 개봉했고, 7월 22일과 29일엔 차례로 팬층이 두터운 두 편의 일본 애니가 아이들을 노린다. `명탐정 코난` 시리즈의 새 극장판 < 명탐정 코난 : 천공의 난파선 >과 < 도라에몽 : 진구의 인어 대해전 >이다. 정식 개봉작은 아니지만, 7월 15일부터 열리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선 ‘건담 특별전’이 열린다.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 극장판의 걸작들을 8편 만날 수 있다니 ‘오덕’은 아니지만 흥미로워 보인다. 8월엔 픽사의 전설을 이어갈 < 토이 스토리 3 >, 린타로 감독의 3D 애니메이션 < 요나요나 펭귄 >이, 9월까지 가면 < 아이스 에이지 > 시리즈를 만들었던 블루 스카이의 < 슈퍼배드 >가 있다. 그 와중에 일본 현지에선 지브리 스튜디오의 신작 <더부살이 아리에티>가 7월 17일 개봉한다. 애니메이션 명가들이 거의 여름을 찜쪄 먹을 기세. 그런데 가만히 이 리스트를 쳐다보면 눈길을 끄는 게 있다. 감독들의 크레딧 때문이다. 개봉했거나 대기중인 애니메이션들 속에서 세월과 성장, 변화가 보인다. 먼저 < 드래곤 길들이기 >의 경우 8년 전 <릴로 앤 스티치>라는 걸작을 만들었던 크리스 샌더스와 딘 데블로이스가 연출을 맡고 있다. 드림웍스는 디즈니 출신의 이 두 감독을 데려와서 그동안 말발로 시건방을 떨던 기조를 버리고, 서사와 3D의 만남을 성공적으로 완성시켰다. 활력은 있으나 품위는 없었던 유머를 개조했다고 할까. 구관이 명관. 오랫동안 숙련돼온 장인들의 기술과 경험이 발휘된 측면이 있다. 70이 다 되가는데 아직도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게 신기한 린타로 또한 노장 투혼이 두드러진다. 하지만 대부분의 애니메이션에선 세대교체와 색다른 변화의 흔적이 역력하다. < 슈렉 포에버 >의 경우 < 듀스 비갈로 > < 스카이 하이 > 등 실사 코미디 영화를 연출했던 마이클 미첼이 감독을 맡고 있다. 하기야 < 인크레더블 > < 라따뚜이 >의 감독인 픽사의 브래드 버드가 실사영화 < 미션 임파서블 4 >의 연출을 맡는다니 그 반대도 가능할 일. 코미디에 강한 실사 감독의 기용은 정체된 시리즈의 탈출구를 찾으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효과가 있었는지, <슈렉 포에버>는 제 무덤을 파던 < 슈렉 3 >때보다 나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2편 이후 11년만에 개봉하는 < 토이 스토리 3 >에선 픽사의 세대교체가 눈에 띈다. 연출을 맡은 리 언크리치는 < 토이 스토리 2 >와 < 몬스터 주식회사 > < 니모를 찾아서 >의 공동 감독 출신. 재탕, 삼탕이라는 비난이 있긴 해도 <토이 스토리 3>는 픽사의 간판 브랜드인데, 여기에 꾸준히 양성해온 내부 인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은 꽤 부럽다. 픽사 내부에서 훈련과 경험을 축적, 계승시키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 아이스 에이지 > 시리즈로 픽사, 드림웍스와 함께 할리우드 애니의 ‘빅 3’를 구성해온 블루 스카이의 신작 < 슈퍼배드 >는 프랑스 애니메이션 감독을 영입, 새로운 기운을 수혈하려 애쓰는 중이다. 90년대 초부터 이미 미야자키 하야오 이후의 세대교체를 고민해온 스튜디오 지브리는 최신작 <더부살이 아리에티>의 연출을 36살의 젊은 감독 요네바야시 히로마사에게 맡겨 화제가 됐었다. 96년에 지브리에 입사, 애니메이터로서는 < 모노노케 히메 > 때부터 미야자키 하야오와 일했던 요네바야시는 지브리의 거대 재앙이었던 <게드 전기>의 미야자키 고로(미야자키 하야오의 아들)에 비하면 훨씬 기대 받고 있다. 미야자키가 좋아했던 영국의 아동문학 <마루 밑의 소인들>이 원작이고, 지브리 특유의 캐릭터 디자인이 여전한 까닭에 얼마나 신선할 지는 미지수지만, 지브리의 정신을 이어가는 방식의 하나로 보이긴 한다. 세대교체와 노장투혼은 월드컵에만 있는 게 아니다. 모든 분야에서, 특히나 가장 크리에이티브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의 경우 꼭 필요하다. 전통을 이어가는 유명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들의 거대 경연장에서, 우리는 너무 단발성 기술력에 의존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할리우드나 일본의 스튜디오 시스템을 맹신하는 건 아니지만, 분명히 배울 건 있다. 눈에 불을 켜고 3D만 쫓아다니지 말고, 정신과 경험을 이어받을 수 있는 애니메이션 문화를 육성하는데 돈 좀 쓰면 안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