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본
- 감독
- 줄리앙 리쳐드
- 제작년도
- 2018
- 출연
- 케일리 길버트, 바바라 크램튼, 마이클 파레, 몬테 마크햄, 채즈 보노
경기천년바탕체 R(저작권자: 경기도, 출처: 한국저작권위원회 ) (위 이미지 클릭 시 유튜브 영상으로 이동) K-컬쳐와 함께 성장한 회사 덱스터스튜디오는 2012년 영화 < 미스터 고 >(김용화, 2013)의 메인 캐릭터인 대형 고릴라 제작을 위해 김용화 감독이 국내 시각특수효과(VFX) 1세대 슈퍼바이저들과 의기투합해 설립한 회사다. 덱스터스튜디오의 이름은 김용화 감독이 지은 것으로, 라틴어 ‘재주가 좋은,’ ‘기술이 좋은’이라는 의미를 내포한다. 이름처럼 한국에서 최고의 솜씨를 가진 회사로 만들자는 의지를 반영하고 있다. 주인공인 고릴라의 수준 높은 디지털 털(fur)을 구현하기 위해 제작프로그램 질로스(Zelos)를 자체 개발했다. <미스터 고>는 제34회 청룡영화제 기술상, 한국영화평론가협회 기술상, 제19회 춘사영화상 기술상, 제8회 AFA (Asian Film Awards) 최우수 시각효과상을 수상했다. <미스터 고> 제작 시 할리우드 예산보다 대폭 절감된 120억 원대로 고릴라 제작에 성공했고, 이를 계기로 실력을 인정받아 한국 특수효과 기업 최초로 할리우드 최고 VFX 학술 컨퍼런스 ‘DIGIPRO 2013’ 메인스트림을 장식하게 된다. 당시 픽사, 디즈니, 드림웍스, 리듬앤휴즈(< 나니아 연대기 >, < 라이프 오브 파이 > 등), 이미지 엔진(< 디스트릭트 9 >, < 왕좌의 게임 > 등), 웨타 스튜디오(< 반지의 제왕 > 등)에서 제출한 논문들을 제치고 컨퍼런스 대표 작품으로 주목받아 화제를 모았다. 덱스터스튜디오는 2024년 현재 80여 개의 자체 소프트웨어를 개발·운영하고 있다. 덱스터 스튜디오 로비의 <미스터 고> 고릴라 모형 덱스터스튜디오의 사업 영역은 처음에는 VFX 하나로 시작해서 점점 세분화되며 다양해졌고 제작과 음향까지도 발을 넓혀왔다. 2015년 코스닥에 상장하였는데, 이는 여러 부서 및 연관 사업들로 조직이 확장해 나가는 발판이 되었다. 덱스터가 공동제작사로 참여한 영화 < 신과함께-죄와 벌 >(김용화, 2017)은 회사의 역사에서 중요한 분기점을 만든 작품인데, 자체 VFX 기술 발전의 촉매제 역할을 함과 동시에 덱스터스튜디오가 제작도 하고 VFX 등 포스트 프로덕션도 맡는 회사라는 점을 확실하게 각인시켰기 때문이다. 덱스터스튜디오는 2024년 기준 본사와 자회사 6개가 연결된 그룹사이다. 현재 덱스터스튜디오의 VFX 본부에는 제작관리본부와 함께 200여 명의 아티스트가 있고 VFX 본부 이외에 VP본부, DI본부, 사업개발본부, 실감콘텐츠본부 등 6개의 본부와 1개의 R&D 연구소가 있다. 자회사는 총 5개로 광고회사인 ‘덱스터크레마’와 음향 회사인 ‘라이브톤,’ 제작사인 ‘덱스터픽쳐스,’ 광고 쪽 후반 작업을 담당하는 ‘테이커웨이,’ 경주의 미디어아트 사업을 맡아서 진행할 ‘플래시백그라운드 경주’ 등이다. 본사인 상암동에 320명 정도의 임직원이 있으며 있으며 광고회사까지 다 합하면 450명 정도의 인원이 일하고 있다. 덱스터스튜디오 로비와 데이터 스토리지 말하자면 VFX(특수영상, 시각효과)에 기반한 콘텐츠 기업으로 시작하여 현재 영화, VR, 뉴미디어를 망라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는 종합 스튜디오 기업이라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실감콘텐츠, AR·VR·XR, 메타버스 등 신기술 분야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는 중이다. 기획부터 XR까지: 영상 콘텐츠의 모든 것 상장 이후 너무 여러 개의 회사로 쪼개져 있다는 일부 의견이 있으나, 분사한 회사는 덱스터픽쳐스 한 곳이고 나머지는 인수를 통해 자회사로 편입된 형태이다. 덱스터스튜디오가 <신과함께>와 같은 대형 작품의 제작을 함께 하며 제작 조직 규모가 커지면서 효율적인 방향을 찾기 위해 분사한 경우이다. 자기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보다 확고하게 만들기 위해 제작사를 분사한 반면, 직접 콘텐츠 제작 이외 전 과정을 커버하기 위해 필요한 역량을 가진 회사들을 인수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사옥은 2012년에 경기도 고양시에 있다가 파주 출판단지에서 4년, 이후 마포구 상암동으로 이전한 뒤(마포구 상암동 매봉산로 75) 주 본부는 현재까지 같은 자리에 위치하고 있다. 자회사 중 라이브톤은 상암과 일산에 지금 2개소가 운영되고 있고, 색보정을 하는 DI본부는 상암과 일산에 배치되어 있다. 버추얼프로덕션 D1스튜디오는 파주에 있고, 덱스터크레마 광고 회사는 선릉에 있다. 덱스터스튜디오 상암 본부의 메인 공간은 18층과 19층으로 나뉘어져 있다. 18층은 재무실, HR실, 전략기획실, 덱스터픽쳐스, R&D실 외 기타 회의실들로 구성되어 있다. 19층의 경우, 영화 <미스터 고>의 주인공 고릴라 인형이 있는 로비 공간이 있고, 남쪽과 북쪽으로 작업 및 사무공간이 배치되어 있다. 남쪽은 파이프라인에 맞게 각 파트별로 공간이 배치돼 있다. 북쪽은 슈퍼바이저실, 제작 관리본부, 키친, 강의실, 휴게실, 대표 집무실이 있고 시사실이 가운데 크게 배치되어 있다. 18층과 1층에는 R&D 관련 장비와 포토 스캔 장비, 애니메이션 작업을 위한 모션캡처를 받는 장비가 구비되어 있기도 하다. 덱스터스튜디오 19층 워크 플로어 현재 공동대표는 김욱 , 강종익 두 사람으로, 이들은 덱스터에 대해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회사’라고 소개한 바 있다. 콘텐츠 제작에서 덱스터만이 가진 가장 큰 기술적인 장점은 모든 시스템이 회사 내부에 존재하고, 전체 작업을 관통하는 확실한 파이프라인이 있다는 점이다. 즉 하드웨어적인 인프라, 프로젝트를 관리·운영하는 소프트웨어, 구성원 간 효율적인 소통을 위한 규약까지 포괄하는 시스템이 회사 내부에서 작동하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은 기술적인 도전이 유독 많았던 영화 < 더 문 >(김용화, 2023)을 제작할 때 도움이 되었고 이후 기술적으로 진일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후반작업업체가 기획과 제작에까지 관여하다 보니 장점이 있다. 슈퍼바이저들이 후반작업뿐 아니라 기획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감독의 상상력을 높이는 역할을 하면, 그게 다시 후반으로 이어지면서 퀄리티가 올라가게 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단순히 크리처 하나를 더 리얼하게 만든다기보다는, 거기에 감정을 넣는 연출을 이해하고 나서 작업을 하는 것을 지향하는 것이다. 이러한 강점 덕분에 덱스터가 영화나 영상 작업 시 기획부터 참여하게 되는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덱스터 스튜디오 시스템 매니지먼트 벽면 드로잉 이런 덱스터의 강점은 관객들로 하여금 덱스터가 한국 장르영화나 영상에 있어서 일정 수준 이상의 퀄리티가 보장되는 영화를 만들어내는 곳이라는 인식을 주는 중요한 이유가 된다. 특히 최근 VFX가 강조되는 콘텐츠의 경우에는 제작에도 참여하는 경우가 많고, 그 결과 오프닝 크레딧에서부터 사명이 나오다 보니 관객의 입장에서는 회사의 이름이 각인될 수밖에 없다. 2010년대 이후 복잡하고 급격하게 변화하는 영상 콘텐츠 산업 환경 가운데에서 덱스터는 성공적으로 적응했고, 충실히 미래를 대비해 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AI 기술의 발전은 영상산업, 특히 후반작업 분야에 엄청난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을 대표하는 후반작업 기업(나아가 종합 콘텐츠 기업) 덱스터가 이러한 도전에 어떻게 성공적으로 대응할 것인지가 향후 한국 영상콘텐츠 산업 전반의 미래를 가늠하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 같다. 공간 및 운영개요 1) 위치 : 서울특별시 마포구 상암동 매봉산로 75 2) 설립일 : 2012년 3) 대표자 : 공동대표 김욱, 강종익 4) 규모 : 면적 19층 3,211.56㎡, 18층 3,242.51㎡ 5) 공간 구성 : DDMC 빌딩 19층, 18층, 1층으로 구성 - 19층: 슈퍼바이저실, 제작관리본부, 키친, 시사실, 강의실, 휴게실 - 18층: 덱스터피처스, 재무실, HR실, 회의실, 사업개발본부, IT인프라지원실, 전략기획실, 경영관리본부 - 1층: R&D 6) 조직도 및 조직 구성 - (주)덱스터스튜디오: 전략기획, 재무관리, HR지원, IT인프라 지원, VFX본부, 제작관리 본부, VP본부, 실감콘텐츠 본부, 사업관리 본부, 콘텐츠 본부, DI본부 - 연결종속회사: 라이브톤, 덱스터 픽처스, 덱스터크레마, 테이크이웨이, 네스트이엔티, 플래시백그라운드경주 7) 구성원 : 사원수 332명(VFX,DI,VP 265명, 실감콘텐츠·사업개발·콘텐츠 35명, 관리 32명) 8) 주요 장비 (영사 장비, 음향): 18층과 1층에 RND 관련 장비, 포토 스캔 작업용으로 카메라가 원형으로 둘러쌓인 장비, 1층에 애니메이션 작업용 모션캡처 장비 취재 일자: 2024년 8월 20일 글/인터뷰 진행: 김문경 사진: 허 성
갈등의 민낯을 보는 일은 어렵다. 사랑하기 때문에, 미워하기 때문에, 일궈온 것이 무너질까 무섭기 때문에, 과오를 인정하는 것이 괴롭기 때문에, 부끄러운 모습이 드러날 것 같아 불안하기 때문에 등등으로 갈등 상황 및 그 안의 사람들을 마주하는 일은 미뤄지거나 외면당하기 일쑤다. 그러나 2018년 두 편의 다큐멘터리 < 핑크페미 >(남아름)와 < 길모퉁이가게 >( 이숙경 )는 갈등의 역사 속에서 헤쳐가야 할 문제를 응시하는 용기를 지니고 있다. 페미니스트를 엄마로 둔 감독이 가족사를 되짚으며 페미니즘과 자신의 관계를 탐색하는 <핑크페미>는 여러모로 깨는 작품이다. 헌신적인 엄마와 철부지 자식의 구도 따위는 보이지 않는다. 엄마는 일찍이 사회활동을 통해 자아실현을 꾀했으며, 초등학생 때부터 딸은 자식을 위해 대기하는 엄마의 모습을 요구하지 않을 만큼 철이 들었다. 이 영화는 여성이기 때문에 분홍 리본 달린 공주 옷을 입었던 시절 대신 페미니스트보다 공주병으로 불리는 편이 사회적으로 낫다는 것을 체득했던 시절을 가진 청년의 이야기다. 페미니스트 엄마를 상대로 살아온 딸의 투쟁기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녀에게는 페미니즘의 부재가 아니라 너무 무거운 페미니즘의 역사가 문제였던 것이다. 감독이 엄마와 함께 오랜 회포를 푸는 과정에서 우리는 두 가지 역사를 경험하게 된다. 그 첫 번째는 우리사회에 지속해온 페미니즘 역사와의 반가운 만남이다. 한국사회에는 엄마의 역할을 우선시 하라는 것은 남녀차별이라고 어린 딸에게 말하며 세월을 헤쳐 온 쎈언니가 있다. 다른 한편으로 우리가 경험하는 것은 거인 같은 엄마의 역사를 딛고 진격하는 딸의 역사다. 여유롭게 대화에 임하는 엄마 앞에서 울먹이며 그간의 사정을 고백하는 딸이 있다. 마냥 기대고 싶은 사람에게서 지극히 이성적인 태도를 요구받는 것은 매우 야속한 일이고, 신뢰하는 대상으로부터 평가를 받는 위치에 서는 건 자기를 부정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앞에 서는 일이다. 그러므로 울먹거림과 함께 조목조목 나오는 딸의 이야기에는 진실한 용기가 담겨 있다. 위험을 각오하고 자기 역사의 거인 앞에 선 자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핑크페미니스트’는 엄마에게 딸로서의 자기를 고백하는 한편 엄마의 그늘에 있기를 경계하면서 스스로를 찾으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자신을 껴안고 주체적으로 페미니즘을 질문해간다. 역사는 우리를 가르치고 억압하고 좋고 나쁜 여러 영향력을 행사한 우리의 조건 중 하나다. <핑크페미>는 이런 역사의 자산 및 도전의식과 함께 다시 커나가는 존재의 힘에 대한 호기로운 보고서다. <길모퉁이가게>는 사회적 기업의 일원인 청년들과 기업을 이끄는 수장을 소개하되 이들의 사연을 파고들지는 않는다. 영화에서 응시하고 있는 것은 사회적 기업이라는 프로젝트를 이끌어 가는 시간 속에서 ‘사회’와 ‘기업’이 어떻게 성장해가는가이다. 정규 학업 과정에 적응하지 못했거나 그 과정을 거부한 젊은이들과 함께 하는 도시락 제조 기업 ‘소풍가는 고양이’는 두 가지 과제 수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것은 멤버들이 사회적 관계 안에서 스스로 또 함께 성장해가는 것, 그리고 기업의 운영이나 문화가 성장해가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저런 불안정한 운영상황에 직면하여 이를 극복하기 위한 ‘소고’의 노력은 매출 증가라는 목표를 향하게 되고, 이러한 기업 성장은 역설적으로 그들이 애초에 꿈꿨던 성장의 위상을 위태롭게 한다. 영화는 조용하게 ‘소풍가는 고양이’의 세월을 따라가는 것만 같지만 작고 세세한 긴장과 변화의 국면을 놓치지 않는다. 웃으면서 하는 회의지만 그것은 회사에 어떻게 기여할지 이야기해야 하는 잔인한 자리기도 하다. 전문 인력이 들어오고 효율적이고 철저한 서비스 관리가 시작되지만 이는 예민한 직원들을 사회적으로 좀 더 나이스하게 행동할 수 있도록 통제하는 문제와 맞닿는다. 이것은 그전에 멤버들 각각이 자기 상황을 헤쳐가기 위해 필요했던 성장을 이야기 나누던 것과는 거리가 있다. 그리고 직원들이 쉬는 시간에 옹기종기 아이스크림을 먹던 풍경 대신 밤늦게 혼자 짐을 내려놓거나 코에 휴지를 꽂고 있는 모습들이 대치된다. 감독은 서서히 풍경이 바뀌어 가는 ‘소고’의 변화를 기록한다. 이는 기업의 성장 역사라고도 말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역사 속에 언뜻언뜻 보이는 인물들의 표정과 이야기가 이 영화를 갈등하는 시간의 기록으로 만들어준다. 좋은 의도나 이미지에 숨지 않는 영화의 기록은 갈등을 봉합하지 않고 막을 내린다. 직원을 다그치는 주방의 소리와 함께 영화는 자본주의 하에서 규정되는 기업의 운영을 질문한다. 그리고 청년들이 자신의 사회를 만들어가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 태도를 일터의 성장과정과 함께 지켜가는 일이 요원해지는 우리사회의 한계점에 대해서도 묻는다. <핑크페미>와 <길모퉁이가게>는 대결하기 어려운 갈등 앞에 기꺼이 선다. 자기 앞의 대상에게 휘둘리거나 주눅이 들지 않고 잘 이해하기 위해 역사와 대면하고 대상의 본질적 경향과 마주한다. 그리고 이러한 시간 한가운데를 젊은 청년들이 걷고 있다. 그들은 망설이기도 하고 뛰쳐나가기도 하면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역사 속에서 역사에 지지 않으려는 인물들과 연출자의 자세가 씩씩하다.
흑곰아, 내 쉴 곳은 어디메뇨? 박세종 의 < 버스데이 보이(Birthday Boy) >는 2004년 프랑스 안시애니메이션페스티벌(Annecy International Animated Film Festival)에서 첫 상영을 하였다. 당시 단편 경쟁 작품을 보면서 익숙한 캐릭터와 배경 때문에 드디어 한국에도 제대로 된 작가가 나왔구나, 이렇게 잘 짜인 작품을 누가 만들었을까, 하고 카탈로그에서 작품정보를 찾았던 적이 있다. 하지만 작품은 호주 국립영상학교 것이었다. 나는 분명 주요 상을 받을 거로 생각했다. 그만큼 애니메이션의 동작과 구성이 탄탄하고 뛰어났으며 영화적 장치와 주제가 돋보였다. 작품은 2004년 안시(Annecy)의 신인상을 시작으로 전 세계에서 34개의 상을 받았고 아카데미 단편부분 후보작으로도 올랐다. 그때 박세종 감독과 나는 안시에 같이 있었다. 그러나 만난 건 박 감독이 아닌 그의 호주인 아내와 어린아들 그리고 시누이였다. 그때 나는 스위스에 갔다 오려고 버스터미널에서 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벽안의 여자가 우리말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어린 아이는 이리저리 장난을 치며 엄마의 관심을 끌고 있었다. 그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무슨 말을 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남편의 작품에 대해 강한 프라이드를 가지고 있었던 거로 기억한다. < 버스데이 보이 >는 1951년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렇다고 애니메이션에서 실제 전투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기찻길이 있는 어느 마을, 사람들이라곤 보이지 않는 폐허를 보여준다. 내리쬐는 햇살 아래 마을은 고적하지만 따뜻해 보이기까지 한다. 기와지붕의 추녀마루에 앉은 잠자리가 쇠 부딪는 날카로운 소리에 놀라 날아가고 카메라의 시선이 지상으로 내려오면 집을 뚫고 추락한 전투기의 잔해 안에서 “흑곰아, 내 쉴 곳은 어디냐”는 노랫소리와 볼트와 너트를 주워 모으는 어린 주인공이 보인다. 이렇게 첫 시퀀스(sequence)를 통해 영화의 배경과 스토리 세계, 주인공 소개와 주제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영화는 첫 시퀀스를 통해 전쟁을 통해 파괴된 가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두 번째 시퀀스에서 주인공 만욱은 전투기 부품인 볼트를 철로 위에 올려놓는다. 이윽고 기적소리와 함께 기차가 빠르게 지나고 지켜보던 만욱의 눈앞에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운다. 만욱이 만들려던 장난감 탱크보다 어마어마하게 큰 탱크가 기차에는 실려 있다. 만욱의 눈빛은 환하게 빛난다. 순식간에 지나가는 기차의 굉음이 압도적이다. 이에 비해 정적 속의 마을에서 혼자 상상의 전쟁놀이를 하는 주인공, 그의 상상은 아빠와 함께 전쟁을 하는 것이다. 폐허의 마을에서 혼자 전쟁놀이를 하는 어린 소년 만욱의 가슴 리본에는 한자로 ‘祝生日’이라 쓰여 있다. 오늘이 만욱의 생일인가 보다. 만욱이 돌아온 집 마루에는 군사우편으로 온 소포가 놓여있다. 만욱은 그것이 아버지가 보내온 자신의 생일 선물이라 여긴다. 소포는 아버지의 유품인 지갑, 군번줄과 군화다. 소포의 의미를 모르는 만욱은 자신의 발보다 큰 군화를 신고 군번줄을 목에 걸고 군인 흉내를 낸다. 햇살이 들이치는 방안에는 만욱이 볼트로 만든 탱크와 무기들이 즐비하다. 새로 만들어온 볼트로 탱크를 만들다 잠든 아이, 그리고 벽에는 가족사진이 보이고 암전되며 아들을 부르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린다. 죽은 아버지의 유품을 생일 선물로 생각하는 어린 소년은 전쟁놀이하다 잠든다. 전쟁영화에서는 전쟁의 가혹함을 드러내기 위해 어린 소년 소녀들이 종종 캐스팅된다. 그만큼 흔한 주제여서 전쟁을 다루기는 여간 까다롭지 않다. 그렇지 않으면 너무 뻔한 결말에 이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린 소년은 전쟁의 의미를 잘 몰라야 하고 그것을 통해 삶의 아이러니와 전쟁의 참혹함을 드러내는 것이 이런 영화의 전략이다. 그러나 나는 이 작품에서 주제를 증폭시키는 방법에 주목했다. < 버스데이 보이 >의 스토리는 위에 보여주었다시피 아주 간단하다. 만욱이 전쟁의 폭력, 즉 자신에게 다가온 폭력의 실체를 모른 채 아이러니하게 전쟁 기계들을 끊임없이 복제한다는 것이다. 첫 시퀀스에 집을 관통하여 추락한 전투기는 가정을 파괴한 전쟁의 상징이다. 그리고 친구와 어울려야 할 만욱은 전투기의 부품으로 혼자 전쟁놀이를 한다. 세상을 모르는 순수함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전쟁의 폭력과 상처는 미래 세대에게 대물림되고 있다. 그럼에도 작품은 감정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 그냥 만욱의 상황만을 보여줄 뿐이다. 나머지는 관객의 몫이다. 애니메이션이 이렇게만 끝났다면 어딘가 싱겁다. 하지만 이 작품은 우리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한 디테일을 담고 있다. 바로 햇살에 대한 표현이다. 영화의 전반에 충만하게 차 있는 것이 햇살이다. 첫 장면부터 끝 장면까지 영화 속에는 너무도 밝은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져 내린다. 어린 ‘만욱’이 혼자 전쟁놀이하는 폐허의 골목길은 물론 집에 돌아와 아버지의 유품을 자신의 선물로 오해하는 장면에도 어머니를 기다리다 잠이 든 방안에도 햇살은 애니메이션이 주는 무거움에도 역설적으로 밝게 빛나고 있다. 감독은 생일 선물의 아이러니를 통해 전쟁의 폭력을 배치하고 햇살이라는 하나의 장치를 가지고 주제를 무한 증폭시킨다. 어쩌면 애니메이션은 햇살을 표현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인지 모르겠다. 어쨌든 작품의 무거운 주제와 상반되게 표현된 햇살에 관객은 따스한 마음을 얻는다. 따라서 아버지의 죽음조차 모르는 천진난만한 만욱과 아버지의 유품을 자신의 생일선물로 착각하는 만욱의 고통은 햇살에 의해 무한 증폭된다. 제목은 아버지의 죽음과 중첩하여 축복받지 못하는 탄생이라는 아이러니를 강조한다. 엔딩은 전쟁놀이에 지쳐 잠든 만욱의 모습에서 페이드 아웃되지만 정적을 깨며 들려오는 어머니의 밝은 목소리 하나로, 집으로 돌아오는 가족이라는 상징을 완성한다. 어쨌든 돌아올 사람이 있어서 그의 생일은 축복받을 수 있지 않을까. 다만 가슴에 ‘祝生日’이라는 리본을 굳이 붙이지 않아도 되었을 터인데 그건 사족으로 보인다. 제목만으로도 충분하다. 오늘 대한민국은 60년 전 시작된 전쟁이 끝나려 하고 있다. 그때 시작된 전쟁으로 현재까지도 850만 명의 이산가족이 아픔을 겪고 있다. 더 이상 전쟁은 없어야 한다. 파블로 네루다의 시 「나는 살리라」(1949)를 변용하여 결론을 대신한다. 일촉즉발의 공포 가득한 오늘 / 난 민중을 향해, 삶을 향해 떠난다, / 총잡이들이 옆구리에 미국문화를 / 끼고 어슬렁거리는 오늘, / 나 여기 굳은 결의 되새긴다. / 중동에서 살육을 자행하는 손들 / 민주주의가 흔들리는 교수대 / 한국을 지배하는 치욕 / 나 여기서 이야기를 멈추리라 / 나 여기에 머물리라. / 또다시 나를 기다릴, 별처럼 빛나는 / 손으로 나의 문을 두드릴 / 말과 민중, 그리고 길과 더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