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물
- 감독
- 윤기현
- 제작년도
- 2020
- 출연
- 오경자
돌파구는 그렇게 간단히 열리지 않았다. 극장 개봉 대신 OTT 서비스 넷플릭스를 돌파구로 선택한 < 사냥의 시간 >( 윤성현 , 2020)은 "넷플릭스를 통해 190여 개 국에 단독 공개한다"는 보도자료가 나온 지 꼬박 한달 간 '가다 서다'를 반복하다가 4월 23일(목), 드디어 관객을 만났다. 지난 3월 23일(월) <사냥의 시간>이 넷플릭스를 통해 단독 공개된다는 보도자료가 도착한 날부터, 과정이 매끄럽지 않을 조짐은 있었다. 넷플릭스의 보도자료가 도착한 뒤, 여섯 시간 만에 콘텐츠판다가 ‘이중계약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고, 그날 저녁 8시 다시 리틀빅픽쳐스가 ‘이중계약 주장은 허위’라고 강한 반론을 제기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팽팽한 공방을 예고했다. 결국 콘텐츠판다는 이미 해외 판권이 팔린 국가에서는 넷플릭스로 영화를 상영할 수 없도록 하는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4월 8일(수) 법원은 콘텐츠판다의 손을 들어줬다. 현재의 '코로나19' 상황이 리틀빅픽처스가 주장하는 '계약해지가 가능한 천재지변'으로 간주하지 않았다는 것이 핵심이다. 4월 10일(금) 오후 4시 공개를 하루 앞둔 상황에서 넷플릭스는 영화 공개를 보류했다. 결국 4월 16일(목) 리틀빅픽쳐스는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며, 콘텐츠판다에 사과를 구합니다"라는 입장문을 발표해 깊이 머리 숙였고, <사냥의 시간>은 전세계 넷플릭스 구독자와 만나게 됐다. 우여곡절을 차지하더라도 <사냥의 시간>이 극장 대신 넷플릭스를 선택한 건 굉장히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코로나19 여파로 극장 관객 수가 1/10 수준으로 급감하고, 극장도 1/3이 문을 닫은 상황에서 차일피일 개봉일을 미루던 영화들이 <사냥의 시간>을 새로운 롤모델로 삼진 않을까. 극장에는 사람이 없지만, OTT 서비스에는 언제든 '새로운 콘텐츠'를 볼 준비가 되어 있는 시청자가 기다리고 있다. 기약 없는 기다림만큼 무서운 고문도 없지 않은가. 2020년 상반기 개봉 예정인 30여 편의 영화 중 <사냥의 시간>과 같은 돌파구를 택하는 영화가 등장하지 말란 법이 없다. 일부에선 (극장 대신 OTT 서비스 공개가) “충분히 현실적인 선택”이라는 목소리도 들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상반기 개봉을 계획했던 영화들은 다시 극장 문이 열리고 관객들이 극장으로 찾아올 때까지 기다리는 길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사냥의 시간>에 관한 법원 판결이 나기 전, <더 스크린>이 취재한 개봉 예정 영화 관계자들은 "답답하고 안타깝지만 지금은 지켜볼 뿐이다.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입을 모으면서도 <사냥의 시간>처럼 OTT 서비스로 직행할 가능성은 적다는 입장을 전했다. “다들 모든 옵션을 고민하고 있겠지만, 현재 개봉이 밀린 영화들은 모두 극장 개봉을 전제로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점이 중요” “가능성이 큰 작품들을 극장에서 관객에게 제대로 선보일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며 OTT 서비스 직행 가능성이 적을 것으로 전망했다. 현실적인 상황도 걸림돌이 많다. 한국 영화 기대작은 개봉 전에 해외 마켓에 소개되어 선판매되는 경우도 많고, OTT 플랫폼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프로세스 역시 검증된 바 없기 때문이다. <사냥의 시간>의 경우 넷플릭스가 영화 제작비와 이미 소진한 마케팅 비용을 보전하는 방향으로 판권 계약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즉, 흥행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최소한 적자를 막기 위한 선택이다. 한 제작사 대표는 “(이미 해외 다수 국가에 판권이 판매된) 대형 영화의 경우엔 OTT 서비스가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하는 것으로 입장을 대신했다. 또한 영화 관객 수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는 극장 상영 방식과 OTT 서비스의 수익 정산 방식이 다른 것도 현실적 제약이다. 다행히 두 달 가량 강력하게 진행된 물리적 거리두기의 결과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확연히 줄어들고, 개인 방역이 일상화되면서 극장들도 조금씩 관객을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극장 문을 닫았던 멀티플렉스 극장들도 4월 29일(수)부터 전체 상영관을 정상 운영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다. 멀티플렉스 극장들은 관객 호응이 좋았던 재개봉 영화 상영에 이어, ‘마블 히어로 영화 특별전’을 진행 중이다. 재개봉이 흔치 않은 디즈니의 이례적인 결정에는 5월 개봉작 해리슨 포드 주연의 <콜 오브 더 와일드>, 디즈니 픽사 애니메이션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 크리스틴 스튜어트 주연의 <언더 워터>를 극장 상영하기 위한 ‘관객 마중물’ 전략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봉준호 감독의 < 기생충 > 흑백 버전도 4월 29일(수) 극장 상영 일정을 확정했다. 상반기 개봉 예정이었던 한국 영화들도 조심스럽게 5월 이후 개봉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논의하고 있으나 개봉 일정을 공지하는 것이 조심스럽긴 하다. 마케팅 일정을 고려하면 시간이 많지 않은데, 자꾸 개봉이 밀리는 모양새라면 관객들도 김이 빠질 수밖에 없으니까.” 여름 이전 개봉을 준비하는 영화사 제작자의 고민이다. 본격적인 한국 극장 해빙기는 올여름, 7~8월이다. 한국 영화계 쇄빙선 역할은 천만 감독들의 신작 세 편이 맡았다. ‘좀비 천만 영화’ < 부산행 >의 스핀오프 속편 연상호 감독의 <반도>가 여름 개봉을 확정하고 예고편 공개 등 마케팅을 시작했다. <반도>의 제작사 레드피터 이동하 대표는 “물론 상황을 주시할 수밖에 없지만, 계획대로 진행 중이다”라고 여름 개봉을 확인했다. “해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여름 시즌 개봉을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국가별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지켜보고 있다. 예고편도 공개하기 어려운 상황인 국가도 있다.”라며 한국 상황보다 해외 개봉을 오히려 변수로 꼽았다. 한국 최초로 ‘오리지널 뮤지컬 영화’를 선보이는 윤제균 감독의 <영웅>도 올여름 개봉을 확정하고 예고편, 포스터 등을 공개했다. 뮤지컬 초연 공연부터 10여 년 간 안중근 역할을 연기해 온 배우 정성화가 영화에서도 안중근 역을 맡아 연기와 노래를 함께 소화한다. 작품의 메시지와 시기성을 고려해 7~8월 개봉이 유력하다. 현재 촬영을 종료하고 후반 작업 중인 류승완 감독의 <모가디슈>도 여름 개봉이 목표다. 배급사 롯데컬처웍스 관계자는 “여름 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시장 자체가 예년과 비교해 많이 달라졌다. 예를 들면 여름 방학도 짧아질 것이고. 그래서 개봉 배급 일정은 탄력적으로 전략을 짜고 있다”라며 올해 여름 시장이 예년과 다를 수밖에 없으리라 전망했다. 조성희 감독이 연출하고 송중기, 김태리, 진선규, 유해진이 합류한 첫 SF 블록버스터 <승리호>도 여름 개봉을 놓치지 않을 계획이다. 시장의 보편적 회복 탄력성을 고려한다면 빠른 회복을 기대할 수도 있다. 매년 2억 장의 영화표가 판매되던 한국 극장 시장이 코로나19라는 강력한 외부적 요소로 위축된 만큼, 코로나19 종식에 이어 여름 대형 신작들이 공개된다면 한껏 눌러 두었던 스프링이 튀어 오르듯 관객 수가 폭증할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다. 코로나19로 어제와 완전히 다른 오늘이 시작됐다. 자연스럽게 수많은 ‘플랜 A’는 ‘플랜 B,C,D’로 변경되었다. 코로나19가 ‘극장이냐, OTT 서비스냐, 양자택일을 하라’고 위협하며 극장을 말살시키는 원흉처럼 느껴졌겠지만, 실은 위협보다는 백신으로 여기는 편이 적절하다. 전 세계 극장이 문을 닫고, 오프라인 활동이 일시 정지된 ‘미증유’의 현재는 냉정하게 짚어보면 새로울 게 전혀 없다. 코로나19로 인해 변화 속도가 현기증날 만큼 빨라졌을 뿐, 재택근무, 원격 수업, 배달 산업, OTT 서비스는 이미 대세였다. 첨단 정보통신 기술이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확산되고 삶의 모습이 혁신적으로 바뀐다는 ‘4차 산업 혁명’이 우리의 준비 상태와 무관하게 코로나19라는 광범위한 테스트베드를 통해 실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사람들은 직접 몸을 이동해 오프라인 공간에 모이지 않고도 일을 하고, 수업을 듣고, 밥을 먹고, 영화를 보는 것이 가능할 뿐 아니라, 경험하기 전엔 몰랐던 이점도 있다는 걸 체험해버렸다. 한편으론 ‘온라인 연결’이 절대 채우지 못할 오프라인 경험이 얼마나 귀중한 지도 뼈저리게 확인했다. 극장에서 볼 이유가 분명한 영화는 반드시 극장에서, 그럴 필요를 찾지 못한다면 경험한 바대로 극장이 아닌 플랫폼에서 보는, 관객의 선택은 단호하고 극명하게 갈릴 것이다. 원망도 들고, 안타깝긴 하지만 ‘코로나19만 아니었다면’이라는 가정은 쓸모없다. 동시에 온라인인가 오프라인인가, ‘모 아니면 도’ 식의 양자택일 예측도 쓸모 없다. 지금 더 중요한 질문은 영화와 극장 모두가 ‘최신 영화를 가장 빨리 보여주는 플랫폼 경쟁력’, ‘극장 홀드백’같은 독점적 안전망이 약해진 상황에서 ‘각자의 생존 무기는 무엇인가’하는 근본적인 물음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똬리를 틀고 있는 이 질문의 답을 찾을 여유가 길지 않다. 코로나19보다 더 두려운 건, 이미 각성해 버린 관객이다.
‘미디어로 행동하라! in 김천/성주’ 영화 < 소성리 >가 상영되는 극장의 불이 꺼지면, 영사기에서 흘러나오는 빛을 통해 가장 먼저 스크린에 맺히는 상이 바로 위의 문구다. 5초 동안 유지되는 그 화면을 보고 있으면 두 주먹에 불끈 힘이 들어간다. 하나의 마침표를 찍은 감흥보다 앞으로 해나가야 할 행동에 대한 책임감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책임감’이란 말속에 숨어 있는 찐득한 피로감을 떨치기 위한 안간힘일지도 모르겠다. 누구나 미디어를 활용해 자신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카메라를 다루는 건 기본이고 제작한 콘텐츠를 인터넷으로 방송하는 건 옵션, 생방송으로 자신의 현재를 손쉽게 공유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각 지역에 미디어 센터와 영상위원회가 생겨 마음만 먹으면 미디어를 활용해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졌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현장을 지키는 미디어 활동가와 영화감독의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미디어로 행동하라!’(이하 미행)는 더 많은 시민들이 현장과 결합할 수 있도록 제작 경험을 나누고, 현장의 목소리를 어떻게 세상에 알릴지 고민하며, 그러면서 우리가 서로 연결되어있다는 걸 확인하기 위해 모이게 되었다. 2014년 10월 9일, 삼척의 작은 마을에 원자력발전소의 건설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했다. 미행팀은 투표 방해를 감시하고, 삼척 주민들의 속마음을 듣고, 주민투표의 의미를 담기 위해 삼척으로 향했다. 다음 해 6월 11일은 밀양 765kV송전탑을 건설하기 위해 폭력적으로 행정대집행을 강행한 지 1년이 지난날이었다. 미행팀은 지옥 같았던 행정대집행을 기억하기 위해 괴물 같이 솟아 있는 송전탑을 바라보며 한숨짓는 할매들의 주름을 담고 송전탑을 뽑겠다는 의지를 확인하면서 도리어 큰 힘을 얻고 돌아왔다. 미행이 세 번째로 ‘in’한 곳은 충북 지역이었다. 충북에는 노조파괴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유성기업’을 비롯해 ‘보쉬전장’, ‘콘티넨탈오토모티브일렉트로닉스’, ‘청주시노인전문병원’, ‘PLA’ 등이 있었고, 노동자들은 오랜 시간 이어진 회사의 탄압으로 힘겨워하고 있었다. 우리들은 그 시간을 공유하며 함께 분노했다. 그리고 올해, 2017년 평화를 지키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불법적으로 배치된 사드를 온몸으로 막으며 평화의 본질을 외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러 성주와 김천으로 향했다. 미행 미행은 4박 5일 동안 동거동락하며 활동한다. 첫날 설레는 마음으로 모여 현장의 상황을 주민과 활동가에게 듣고, 자신이 관심 있는 미디어를 선택한다. 영상이나 소리(음악 및 라디오), 잡지 중 하나의 미디어를 선택한 사람들은 각자 주제를 정한 후 함께 나눈다. 서먹하지만 의지 충만하고 웃음 가득한 하루가 지나면 본격적으로 작업에 들어간다. 낮 동안 촬영과 녹음을 진행하고, 밤에는 작업실에 돌아와 모니터를 하며 녹취를 푼다. 다음 날도 같은 일정이다. 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사람들의 입가에서 점점 웃음기가 빠지고, 한숨이 늘어난다는 것뿐. 날이 갈수록 잠자리가 마련된 숙소는 무용지물이 된다. 촬영과 녹음을 할 수 있는 마지막 날, 몇몇은 작업실에 남아 편집을 시작하고 몇몇은 보충 녹음 및 촬영을 하러 현장으로 향한다. 그들의 뒷모습에서 어떤 분노와 짜증이 뿜어져 나오는 건, 부디 나의 착각이길 바랄 뿐이다. 발표회 전날 밤 작업실은 마치 전쟁터와 같다. 마지막 내부 시사회를 한숨으로 마치고 나면 여기저기서 싫은 소리가 커지고, 잠을 못 이긴 이들이 작업실 구석을 메운다. 겨우 잠을 이겨낸 이들은 다음날 발표회에서 발표하지 못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 서로를 부축해가며 작업을 마무리한다. 그렇게 3년, 네 번에 걸친 현장의 이야기가 영상 19편, 라디오 9편, 음악 9곡, 잡지 2권에 담겨있다. 어쩌면 미행을 계속해서 해나갈 수 있는 큰 원동력 중 하나는 주민들과 활동가들을 모셔놓고 결과물을 나누는 발표회 때 느끼는 충만함 때문일 것이다. 한 미디어 활동가는 발표회가 끝나고 내게 다가와 속된 말로 “현장 뽕을 맞는다는 게 이런 거군요~”라고 속삭이며 눈물을 훔쳤다. 나 역시 발표회 때마다 ‘이런 순간을 위해서 영화 만들고 활동을 하는 거지!!’라고 생각하며 속으로 기쁨을 만끽한다. 현장에서 하는 발표회는 주민들이 지나온 시간들을 함께 살아내는 것이고, 낯설고 어색했던 이곳이 나의 공간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삼척에선 주민투표의 결과를 기다리며, 밀양에서는 송전탑을 뒤로하고 잔치를 벌이며, 청주에서는 작은 극장에서 옹기종기 모여 앉아, 성주에서는 별이 쏟아질 것 같은 마을회관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미행의 결과물을 나눴다. 발표회는 미디어가 연결해주는 연대의 힘을 서로서로 주고받는 빛나는 순간이다. 부산국제영화제 성주와 김천에서 5일간의 미행을 마치고 내게는 풀어야 할 숙제가 하나 더 있었다. 올해 초 미행을 기획할 단계부터 미행을 마무리하고 나면 그 힘을 연장해 인터뷰를 중심으로 한 중장편 다큐멘터리를 만들어보자고 제안했기 때문이다. 미행의 강점이자 약점은 느슨한 네트워크 형식의 프로젝트라는 것이다. 누구나 부담 없이 함께 할 수 있지만, 그 결과물을 배급 유통하는 것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없는 형태이다. 그래서 매해 평가 회의에서 우리가 보고 들은 이야기들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지 못했던 한계가 지적되었다. 마침 이전에 미행이 찾았던 지역의 이야기는 다른 콘텐츠로 대신할 수 있었지만, 성주의 경우 지금 당장 해야 할 이야기들이 충분히 외연화 되고 있지 못하다는 판단에 완결성이 있는 다큐멘터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내심 영화가 할 수 있는 또 다른 방식의 미행을 실험해보고 싶기도 했다. 3개월간의 짧은 제작 기간 동안 그 어느 때보다 힘겹고 버거웠던 제작기는 이 지면에서 삼간다. 아무튼 영화 <소성리>는 완성되었고 다행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 상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영화 <소성리>를 고리로 한 미행의 출발은 영화인들의 목소리를 모으는 것이었다. 우리들은 ‘불법적 사드 배치에 대한 사과와 무용지물인 사드 철회를 요구’하는 연명을 받아 255인의 영화인 이름으로 성명서를 발표했다. 영화제 기간 중 1인 시위를 통해 시민들에게 ‘사드 가고 평화 오라!’는 메시지를 전했고, 극장에서는 매회 상영이 끝날 때마다 관객과 함께 피켓 퍼포먼스를 이어갔다. 소성리 주민들 역시 영화제를 찾아 ‘사드 뽑고 평화 심자’는 퍼포먼스를 레드카펫에서 우아하게 펼쳤다. 앞으로 영화 < 소성리 >를 매개로 극장 안팎에서 다양한 활동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올해 미행을 준비하는 동안 정권이 교체되었고, 사람들은 우리나라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지난 9월 7일 소성리에 전 정권과 별반 다르지 않은 폭력적인 방식으로 사드가 배치되었고, 그 참혹한 현장을 지켜본 조영삼 씨가 사드 철회의 마중물이 되겠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만 언론 보도는 거의 없었다. 우리 곁에는 여전히 국가 폭력으로 울부짖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크게 닿지 않는 현실이다. 그렇기에 국가 폭력에 저항하고, 우리들의 인권을 위해 싸우고, 결과적으로 세상이 조금씩 변할 수 있게끔 역할을 해내고 있는 현장이 있는 한 미행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 미행에 참여했던 모든 이들이 미행의 역할을 잘 알고 있지만 인력과 예산의 부족으로 다음을 이야기는 게 쉽지 않다. 지난 3년 동안 몇몇 활동가들이 힘겨운 여건을 딛고 미행을 이끌어왔다. 책임감과 사명감을 등에 업고 개인이 희생하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 우리들은 미디어로 행동하는 가치를 함께 이야기해야 할 때이다. 그리고 우리가 제작하는 영화와 음악으로, 영상과 팟캐스트로, 수많은 미디어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상상의 나래를 펴고, 우리 함께 미디어로 행동하자! *미디어로 행동하라! https://www.facebook.com/mihaeng/?ref=bookmarks *영화인 성명서 http://ozifilm.tistory.com/333 *소성리 주민들 부산에서 평화를 심다 https://vimeo.com/239768367 *소성리 뮤직비디오: https://www.youtube.com/watch?v=RktoH8Jc1HA (소성리 뮤직비디오는 ‘미디어로 행동하라! in 성주/김천’의 결과물인 영화 < 소성리 >와 음반 <새 민중음악 선곡집 - 소성리의 노래들>의 콜라보 작업이다.)
‘오인용’은 2000년 초반 국내 플래시 애니메이션이 막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기 시작하던 시기에 <돼지> <연예인지옥> < 중년탐정 김정일 > 등 수많은 작품들을 통해 성인용 장르를 확장하려 고군분투하며 어린이용 애니메이션 이외에는 볼거리가 없는 한국의 문화적 빈곤함 속에서 엽기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에 목말라하는 성인관객들의 유일한 위안이 되었던 대표 창작집단으로 중간에 잠시 활동을 중단하기도 하였지만 오늘날까지 꾸준히 활동하는 유일한 독립 웹 애니메이션 창작자 그룹이다. < 만담강호 >는 오인용 원년멤버 정지혁 , 장석조 감독이 기획, 연출을 맡은 중국무협을 소재로 한 코믹액션 애니메이션으로 오인용의 첫 장편 개봉영화가 되었지만 사실 오리지널 장편 애니메이션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24편의 <만담강호> 웹 시리즈를 연결하여 한편의 장편으로 개봉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또한 처음부터 장편으로 제작하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한다면 독립 장편 제작의 전략으로 좋은 사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 만담강호 >의 스토리는 고수들이 넘쳐나는 무림의 어느 객주인 ‘풍림객잔’에서 비급을 둘러싼 강호들이 비급을 서로 차지하려고 벌리는 한판의 약육강식과 비정한 적자생존의 법칙이 지배하는 세상에 등장인물 모두가 도덕적 정의와 인격을 내던지고 갖은 술수와 거짓, 사기와 비겁함과 잔인한 폭력성을 통해 이익을 취하려는 오늘날의 현실을 풍자하여 보여주는 듯하다. 무공보다 여자를 탐하는 난봉색남, 미친놈 ‘화화공자’. 강호 포커페이스 계의 절대 강자, 웃는 놈 ‘소소할배’. 깡다구 패거리의 비선실세, 이상한 놈 ‘점룡혈객’ 이들 앞에 운명처럼 전설의 절세무공 비급이 떨어지고, 그것을 차지하기 위해 숨넘어가는 삐-드립 혈투가 시작된다. 중국무협 하면 쿵푸 같은 전통무술을 겨루는 액션이 주가 되는 것이 상식이지만 여기서는 기대와는 다르게 19금 속사포 삐-드립(B급 욕설과 막말하기)으로 일관하며 직장에서, 학교에서, 부모 앞이라 착한 척만 하던 성인들에게 오랜만에 속 시원한 해방구를 만들어주어 감사할 따름이다. 이 작품을 보며 한 편에선 시대에 뒤떨어졌다거나, 너무 저질이다. 등 비판적인 목소리도 나오는 거로 안다. 성 소수자와 여성에 대한 인식이 세련되지 못하고 피가 낭자한 후반부의 집단적 살인은 애니메이션이라 그나마 수용 가능할 수 있었으리라. 그러나 추억어린 오마주와 패러디를 근간으로 한 캐릭터가 등장하는 장면연출, 싱크로율 200%인 속사포의 거침없는 목소리 연기 등은 이 영화만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예산을 수백억씩 들인 고급진 애니메이션을 보자는 것도 아니고 공중파와 멀티플렉스를 찾는 불특정 대중을 상대하지 않는 것이기에 소수 성인을 대상으로 한 이러한 시도는 계속되어야 한다고 본다. 최근 웹 애니메이션이 새로운 대안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 애니메이션 업체들도 웹 기반의 콘텐츠들을 통해 마케팅함으로써 타깃을 세분화하고 상시적으로 노출을 함으로써 인지도를 높이고 실질적인 판매로 이어지는 구조의 새로운 소비패턴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 만담강호 >를 서비스하는 웹 채널 ‘좀바라 TV’도 이러한 분위기에서 최근에 여러 작품들의 서비스를 시도하며 시장을 탐색하고 있다. 이들의 선구적인 노력들은 분명히 마중물이 되어 한국 애니메이션이 보다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즐기는 문화와 창작을 위한 최소한의 재생산 구조를 만드는데 일익 할 것이라 믿는다. 독립영화전용관 등 제한된 스크린에서 상영되어 상업적으로는 분명 아직 한계가 있을 것이지만 새로운 시도인 만큼 실패가 우리 사회의 자산이 될 수 있다면 우리는 더 빨리 성공할 수 있을 것이기에... 15년이 지난 지금 웹 애니메이션의 르네상스를 다시 꿈꿔본다. 만담강호 예고편 : https://www.youtube.com/watch?v=YoND2phXTWM 좀바라TV 채널 : https://www.youtube.com/channel/UCyjZzK1rjTWjxBXGYsGORU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