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도어
- 감독
- 안노 사울
- 제작년도
- 2009
- 출연
- 매즈 미켈슨, 하이케 마카취일, 제시카 슈바르츠, 토마스 디엠
경기천년바탕체 R(저작권자: 경기도, 출처: 한국저작권위원회 ) (위 사진 클릭 시 유튜브 인터뷰 영상으로 이동) 2013년 강남권에 문을 연 첫 예술영화 전용관 2013년 1월 9일 개관한 아트나인은 서울 강남권 첫 예술영화 전용관이다. 2013년 당시 예술영화 수입/배급사였던 엣나인필름(1996년 설립)에 의해 설립되어 2023년 현재까지 같은 장소에 자리 잡고 있다. 배급사가 운영하다 보니 영화 상영작을 선정하고 배치하는 데 있어서 국내에 수입이 안 된 작품을 구해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이는 아트나인이 기획전을 열거나 신인 감독을 발굴하여 상영을 할 때 경쟁력을 가지게 되었다. 영화관의 이름인 아트나인은 엣나인필름의 숫자 9와 같은 정체성을 표명하는 것으로 ‘10점 만점에 9점만 하자, 10을 향한 9의 열정, 완벽으로 가려는 노력’과 같은 뜻을 담고 있으며, 이에 따라 아트나인의 상영관 2개의 이름도 하나는 0관, 하나는 9관이며 상영관과 함께 극장 안에 있는 레스토랑 이름도 ‘잇나인(EAT 9)’이다. 아트나인 내부의 레스토랑 잇나인 예술영화 전용관이 집중되었던 강북이 아닌 강남에 처음으로 생기는 예술영화 전용관이라는 점과 멀티플렉스를 운영했던 경험이 있는 엣나인필름(대표 정상진)이 만들었다는 점, 복합문화공간을 표방한다는 점 등으로 인해 많은 기대를 받았다. 개관 기념으로 2013년 1월 9일부터 1월 16일까지 총 36편의 작품을 6개 섹션으로 구성하여 ‘엣나인 필름페스티벌(anff: AT NINE FILM FESTIVAL)’을 열었다. 개막작인 < 더 헌트 >(토마스 빈터버그, 2012) [1] 가 한국에서의 정식 개봉에 앞서 엣나인 필름페스티벌에서 먼저 관객들을 만나게 된 점과 아트나인에서만 만날 수 있는 일본 핑크무비(엣나인필름이 수입 배급), 아트나인의 음향 시설을 체험할 수 있는 실황 공연 다큐멘터리 영화가 상영되는 점 등이 주목을 받았다. 개관 당시 음향에 있어서 국내 상영관 중 최고 시스템을 갖춰놨다고 자부하며 EV사의 P시리즈 파워앰프를 달았고 이후 꾸준히 공간에 맞게 사운드 시스템을 정비해 왔다. 예술영화관 중 최초로 4K 영사기를 도입하기도 했다. 이후 기술의 급변과 유지 보수 비용 문제 등으로 국내 상영관들 수준이 평준화되었지만, 아트나인의 이런 특색은 당시 독립예술영화인들에게 동기부여가 되었다. 현재는 테라스 상영관을 제외한 일반 상영관에는 2K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데 실내 상영관 층고가 낮아 4K를 구현하기 어려운 면도 있었고, 독립예술영화 중 4K 버전으로 들어오는 상영본이 거의 없다는 현실적인 이유에서이다. 개관 당시 갖춘 실내 상영관 두 개와 오픈 테라스로 이어지는 야외 상영관 한 개, 레스토랑 한 개의 구조는 2023년 현재까지도 동일하다. 2020년 리모델링 공사로 6월 10일부터 6월 12일까지 3일간 임시 휴관을 한 외에는 개관 이후 한 번도 쉬는 날이 없었다고 한다. 관객과 소통하는 “영화관주의” 극장 아트나인은 이와이 슌지, 기타노 다케시, 레오 카락스, 짐 자무쉬, 데이비드 린치 등등 작가주의 감독들의 기획전, 매년 3월에는 재팬무비페스티벌, 4월에는 장국영 기획전을 열거나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에 밤새 3편의 작품을 묶어서 상영하는 올나잇 상영 등의 기획을 통해 관객들의 호응을 받고 있다. 기획전 이외에도 영화를 기본으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도하고 확장하고 있다. 야외테라스에서 비정기적인 특별 상영을 개최하거나 미술 전시, 음악 공연, 토크 프로그램 등 다양한 문화활동이 이루어지는가 하면 매년 한두 차례씩 영화 관련 배급사들과 디자인회사들이 모여 영화 굿즈들을 판매하는 플리마켓으로 SNS 상에서 입소문을 타기도 했다. 관객과 소통하는 다양한 시도들 역시 지속해 오고 있는데, ‘정시에 영화 상영, 10분 뒤 입장 금지. 음료 이외의 음식물 반입 금지’라는 아트나인 관람문화를 관객들에게 정착시키고, 자주 오는 관객들을 위해 ‘아트나인 X 잇나인 포인트카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아트나이너’라는 이름으로 서포터즈를 모집하고 매년 마지막 날 밤이 되면 영화를 보러 오는 관객들에게 떡국을 나눠주는 행사와 매달 마지막 날 오전 9시에 그달 상영이 되었던 영화들의 포스터를 무료로 가져갈 수 있는 포스터 대방출 이벤트 등을 운영하는 것으로도 아트나인을 이용하는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영화인들에게 회자된 바 있다. 아트나인 9관 내부 전경 개관 5년째인 2017년 인터뷰 당시 아트나인 관객 점유율이 20%까지 올랐다고 정상진 대표가 답한 바 있으며, 총 2개 관의 200석이 안 되는 규모임에도 코로나19 팬데믹 직전까지 국내 예술영화 전용관 매출액 기준 상위권을 항상 유지했다. 2023년 현재 인스타그램의 팔로워 수가 CGV보다 약 2배 많은 4.8만 명이다. 아트나인이 표방하는 ‘영화관주의’는 더 많은 독립예술영화들을 소개하고, 영화를 만든 사람의 의도에 가장 가깝게 환경을 구축하고 관객에게 오롯이 영화를 느낄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에 부합하게 유지·발전되고 있는 중이다. 영화와 공간 경험을 통합한 복합문화공간 아트나인이 자리한 곳은 서울시 동작구 사당동의 지하철 이수역 7번 출구 앞 골든시네마타워 12층이다. 해당 건물 8층에는 메가박스 이수점이 있는데, 원래 메가박스 이수점은 독립영화배급사인 엣나인필름이 씨너스를 통해 위탁경영하던 씨너스 이수점이었다. 2011년 씨너스가 메가박스를 인수하면서 메가박스 이수점으로 바뀌었다. 그와 함께 메가박스는 이수점을 직영하게 되고 엣나인필름에서는 2013년 1월 메가박스 이수점이 자리한 골든시네마타워 건물의 12층에 예술영화관 아트나인을 개관한 것이다. 같은 건물에 있는 메가박스 이수와 아트나인은 별개 극장이지만 예매시스템을 같이 사용하고 있고, 메가박스 회원 포인트를 아트나인에서도 쓸 수 있게 제휴는 되어 있다. 이러한 전략적 제휴를 통해 메가박스 이수에 관객을 빼앗기기보다는 오히려 메가박스 이수에서 영화를 보려고 예매를 하는 관객들에게 홍보가 되는 이점도 누리고 있다. 처음 아트나인이 개관할 당시에는 위치가 강남의 역세권이고 입주해 있는 건물도 큰 편인 데다가 같은 건물 안에 멀티플렉스가 있어서 굉장히 불리한 조건이라고 보였는데도 불구하고 현재는 찾아가기 편한 역세권의 예술영화 전용관이자 강남의 유일한 예술영화 전용관으로 시네필들에게 확실히 각인되었다. 야외상영이 이루어지는 오픈 테라스 공간 0관과 9관, 2개 관을 운영하고 있는 아트나인은 총 150석 규모이며 야외 상영관으로 쓰이는 탁 트인 오픈 테라스를 갖추고 있는데 오픈 테라스에서 시내를 내려다보는 뷰가 관객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기도 했다. 극장 안에 카페와 이탈리안 레스토랑인 잇나인이 있어서 시네필이 자주 찾는 강남의 복합문화공간으로 현재는 자리매김하고 있다. 위치의 편리성과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특징 이외에도 아트나인의 다양하고 예술적인 상영 프로그램 기획력과 더불어 극장의 상영 시스템 자체도 이러한 입지를 다지는 데 결정적인 도움이 되었다. 아트나인은 개관 초기부터 음향 시스템에 신경을 썼으며 관객들이 화면을 좀 더 선명하게 볼 수 있도록 스크린을 수직이 아니라 약간 기울게 설치했고 0관 같은 경우는 영화가 끝나면 왼편의 암막 커튼이 열리며 영화관 안이 환하게 밝혀지면서 관객들로 하여금 다시 영화적인 순간을 맞이할 수 있게 했다. 영화관들이 보통 지하에 있거나 지상에 있다 하더라도 창문이 열리는 영화관이 없는데, 아트나인은 유일하게 고층에 자리 잡고 있는데 영화가 끝나고 나서 창밖을 보여줌으로써 12층이라는 고층에 있는 영화관으로서의 특성을 활용하고 있다. 암막 커튼이 열린 0관 내부에서 보이는 외부 풍경 공간 및 운영 개요 1. 위치 : 서울특별시 동작구 동작대로 89 (사당동, 골든시네마타워 12층) 2. 설립일 : 2013년 1월 9일 3. 대표자 : 정상진 4. 규모 : 476.48㎡ 5. 극장 구성 (관수, 관별 좌석수) : 2개관, 0관 92석 / 9관 58석상영관 외 잇나인, 테라스, 사무실 6. 운영시간 : 09:00 – 23:00 시네마테라스 등 이벤트 진행 시 연장운영 7. 조직 구성 : 엣나인필름 내 수입배급부서 / 극장사업부서 / 식당(잇나인)운영부서 (극장사업부가 아트나인 기획운영) 8. 구성원 : 8명 (유동적) 대표: 정상진, 이사: 주희, 극장사업부 팀장: 박혜진 필자 : 김문경 사진촬영 : 허성 취재 및 인터뷰 일자 : 2023년 4월 19일 *** [1] 2012년 칸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매즈 미켈슨)
한니발 렉터가 돌아왔다. 조금 젊어진 모습으로. 모든 걸 꿰뚫어보는 날카로운 눈과 냉소어린 표정, 그리고 특유의 예의범절은 그대로다. 매즈 미켈슨이 맡은 한니발 렉터는 고혹적이고 중후한 신사의 품격을 지녔다. 여전히 심중을 알 수 없는 괴물이지만, 군더더기가 느껴지지 않는 깔끔한 면모에 예술을 찬양하는 심미안적 태도는 은밀한 호감을 불러일으킨다. 동시에 일말의 불안감과 그늘이 감돌기도 한다. 저 요리의 출처는? 저 발언의 의미는? 저 시선의 목적은? 신중하면서도 차가운 말투과 몸짓에서 냉철하면서도 강인한 북구의 늑대를 연상케 한다. 잡으면 놓치지 않을 강한 턱뼈와 송곳니로 전리품을 취하며 맛을 음미하고 상대와의 승부를 기꺼이 즐기려든다. 한니발 렉터의 모든 것을 창조해낸 원류 안소니 홉킨스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홉킨스의 렉터 박사는 고양이과 맹수류에 가까웠다. 본능적이고 카리스마가 넘치며, 재미없으면 가차 없이 처리해버리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서 자신의 페이스대로 상대를 농락하고 마음껏 사냥했다. 대단히 우아하며 기품 있고, 또 잔인하고 흉포하다. 지적 유희를 즐기며 위트 있고 나름 관대하기도 하다. 하지만 그 안에 숨겨진 괴물은 누구도 통제할 수 없고, 누구도 방해할 수 없는 악의 결정체이자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그가 처음 모습을 드러낸 짧은 분량의 연기에서 영속성을 얻었고, 영화를 넘어 모든 장르와 현실에 있어 대표적인 살인마가 되었다. 그 모든 것의 시작엔 < 양들의 침묵 >이 있었다. 한니발 렉터 단언컨대 <양들의 침묵>은 가장 완벽한 스릴러다. 85년에 이르는 아카데미 역사상 가장 중요한 5개 부문(작품, 감독, 각본, 남우주연, 여우주연)을 모두 수상한 3편의 영화들 중 하나일뿐더러(나머지 두 영화는 프랭크 카프라의 <어느 날 밤에 생긴 일> 과 밀로스 포먼의 <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다), 미국영화연구소에서 선정한 100편의 스릴러 중 5위로 뽑혔고, IMDb 평점리스트에서도 매번 30위 안에 드는 열광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토머스 해리스의 묵직하고 디테일한 원작소설을 뛰어넘는 시각화로 평단이나 관객들에게 깊고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는 2003년 미국영화연구소(AFI) 100주년을 맞아 뽑은 최고의 악당과 영웅 부분에서도 당당히 나타난다. 한니발 렉터 박사는 무수히 많은 영화 속 슈퍼 악당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으며, 그와 대적하는 견습 수사관 클라리스 스탈링은 영웅 부분 6위에 올라 여자 캐릭터로선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무려 시고니 위버의 리플리보다도 높은 순위다. 그러나 정작 그 역할을 맡은 안소니 홉킨스와 조디 포스터는 1순위 캐스팅 후보가 아니었다는 사실. 애초에 판권을 사서 연출하려던 이도 진 해크만이었고, 아예 디노 디 로렌티스가 제작한 전작 < 맨 헌터 >가 흥행에 실패하지 않았다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결과물과 마주쳤을지 모른다. 조나단 드미는 주로 다큐멘터리와 코미디를 연출하던 감독이었기에 이처럼 무겁고 어두운 스릴러를 잘 연출할 수 있을 거라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그건 음악을 맡은 하워드 쇼어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지금은 < 반지의 제왕 >과 < 호빗 > 시리즈로 누구나 다 아는 명 작곡가의 반열에 올라섰지만, 91년 당시 하워드 쇼어는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음악적 영혼의 동반자, 혹은 NBC의 히트프로그램 ? 국내에선 신동엽이 호스트로 자리 잡아 섹드립을 날리는 바로 그 프로 ?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의 음악 감독으로 알려져 있었다. 크로넨버그와 함께 한 작품들이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사운드가 강해 대중들에게 어필하지 못했던 반면,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에서 그는 유쾌하고 신랄한 코미디를 뒷받침하고, 온갖 패러디가 난무하는 음악을 맡아 휴머니즘과 재기발랄함을 뽐냈다. 그 결과 마틴 스콜세지의 가벼운 소품 < 특근 >을 시작으로 소소하고 경쾌한 작품들로 필모를 채워나갔는데, 그야말로 제목처럼 빅히트한 톰 행크스 주연의 < 빅 >을 비롯해, < 나딘 >, <불같은 열정>, <그녀는 악마>, <이사대소동>같은 코미디/드라마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그에게 변신의 기회가 찾아온 건 바로 (역시나 그간 코미디 감독으로 이름을 날린) 조나단 드미와 함께 한 <양들의 침묵>이었다. 이후 그에게 스릴러 장르 의뢰가 폭발적으로 들어온 건 불을 보듯 뻔한 일. < 죽음 전의 키스 >와 < 위험한 독신녀 >, < 의혹의 함정 >, < 슬리버 >, < 의뢰인 >, < 세븐 >, < 증오 >, < 게임 > 등 90년대 다양한 메이저 스릴러들이 그의 손을 거쳐 가며 쇼어는 할리우드 주류 작곡가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후 피터 잭슨과 함께 한 <반지의 제왕>으로 드디어 긴 무관을 세월을 벗고 아카데미 음악상을 거머쥐었고. 하워드 쇼어 <양들의 침묵>의 음악은 영화상에서 크게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러나 한니발 렉터의 움직임처럼 은밀하고 우아하며 무시무시하게 다가온다. 낮은 스트링과 목관악기를 위주로 편성이 된 이 고전적이고 세련된 스코어는 감상하기에 다소 지겨울지 몰라도 하워드 쇼어의 어둡고 진중한 매력이 무엇보다 돋보인다. 느리고 암울하기 짝이 없지만 심리적으로 서서히 옥죄어오는 오케스트라의 환영은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영화의 공포감과 전적으로 일치하며, 잔기술 효과나 미키 마우징 따위엔 조금도 관심을 두지 않은 채 영화의 흐름에 맞춰 전체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집중한다. 크로넨버그와 함께 했을 때만큼의 기괴하고 실험적인 사운드는 아니지만, 적어도 그가 코미디나 드라마에서 보여주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접근법이었다. < 플라이 >를 통해 이미 장중한 오케스트라의 다이나믹한 활용을 익힌 쇼어는 그 노련한 솜씨를 <양들의 침묵>에 접목했으며, 비록 브라스의 강렬하고 드라마틱한 파워를 지워버렸지만 마음 속 깊이 자리한 공포심을 대변하는 짙은 저음의 스트링을 통해 현실 속 존재할 것만 같은 심각한 사건의 무게감과 리얼리티를 만들어냈다. 이후의 쇼어가 담당한 <세븐>이나 <게임>, < 패닉룸 >과 <의뢰인> 등에서도 계속 이런 건조한 스타일은 이어진다. 테마나 선율이 명확히 들리지는 않지만 영화의 톤을 잡아가는데 있어 일관된 방향성과 합목적성을 제시한다는 면에서 무엇보다 직관적이고 원초적인 스코어 롤을 행하고 있다. 하워드 쇼어는 특별한 모티브나 테마를 사용하진 않지만, 악기의 음색을 통해 언뜻언뜻 캐릭터들을 드러내려고 노력한다. 오프닝 씬에 흐르는 ‘Main Title’에선 암시적으로 벌어질 사건들과 캐릭터들이 설명되는데, 서정적이고 서글픈 클라리넷이 현재 스털링의 모습과 과거 상처로 남은 어린 양의 기억을 상징한다면, 진중하고 어두운 현과 목관부의 하강을 통해 심리적인 중압감과 공포심을 배가시켜 쉽지 않을 임무가 기다리고 있음을 가리킨다. 이는 뒤의 ‘Clarice’나 ‘Lambs Screaming’에서도 효과적으로 반복돼 활용되며, 비슷비슷한 큐들 사이에서 가녀리지만 확실한 그녀만의 색채를 부여해 어디에서고 그녀의 존재를 찾을 수 있게 만든다. 또한 한니발 렉터 박사의 위용을 과시하는 ‘Lecter in Memphis’나 ‘Lecter Escapes’에선 그간 자제하던 관악기를 편성해 비로소 그의 공포스러운 진면모를 드러내고 있으며, ‘Finale’에선 그의 자유스러워진 모습을 성장한 스털링과 대비시키며 진한 여운과 잔향을 남기고 있다. 가장 하이라이트인 버팔로 빌과 스털링 대결에 흘러나오는 ‘The Cellar’는 그간 쇼어가 크로넨버그와 작업해왔던 결과물의 연장선상에 있는 큐로 엠비언트와 일렉트릭 사운드를 결합한 -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호러 스코어에 가깝다. 비록 드라마틱하고 서사적인 방식은 아니지만 파괴적이고 일탈적인 고통과 상처들을 심리적으로 치환해 상승해가는 고조감과 눅눅한 지하실의 공기를 담은 사운드는 기존의 전통적인 스코어링과는 전혀 다른 기묘한 성취와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하워드 쇼어는 세 번의 기회를 통해 마애스트로로 거듭났다. 영화음악을 맡을 수 있었던 데이빗 크로넨버그와 운명적인 만남, 장르를 확장하고 메이저에 안착하게 된 조나단 드미와 혁신적인 변신, 그리고 비로소 아카데미상을 수상하고 거장으로 우뚝 선 피터 잭슨과의 협업. <양들의 침묵>은 그 두 번째 발판으로 비록 강렬한 비평적 성과와 화려한 찬사를 얻진 못했지만, 역사상 가장 강력하고 매력적인 슈퍼 빌런의 등장에 걸맞는 암울하고 장중한 진혼곡으로 하워드 쇼어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한 작품이다. Track listing 1. Main Title 2. The Asylum 3. Clarice 4. Return to the Asylum 5. The Abduction 6. Quid Pro Quo 7. Lecter in Memphis 8. Lambs Screaming 9. Lecter Escapes 10. Belvedere, Ohio 11. The Moth 12. The Cellar 13. Fina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