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다큐_우리 집회할까요?
- 감독
- 미나리, 해ㅋ
- 제작년도
- 2009
경기천년바탕체 R(저작권자: 경기도, 출처: 한국저작권위원회 ) (위 이미지 클릭 시 유튜브 영상으로 이동) 코로나 시기에 문을 연 제주 첫 ‘작은영화관’ 한림작은영화관 은 제주에 문을 연 첫 번째 ‘작은영화관’이자, 현재까지도 유일한 작은영화관이다. 제주시가 주민들을 대상으로 문화 수요조사를 실시했을 때 가장 높은 수요를 보인 콘텐츠가 영화였고, 이에 제주시는 영화관이 시내에 집중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서부 지역의 영화 관람 환경 확충에 나섰다. 2016년 작은영화관 건립 지원사업 공모에 선정되었고, 2018년부터 본격적인 건립이 추진됐다. 당초 2020년 7월 개관을 목표로 했지만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일정이 미뤄졌고, 이듬해인 2021년 4월 8일 많은 기대 속에 현재의 자리에서 공식 개관했다. 개관 당시에도 코로나19의 여파는 이어지고 있었다. 영화관은 좌석 간 거리두기와 음식물 섭취 금지 등 방역 수칙을 적용한 가운데 문을 열었고, 첫 주에는 당시 화제작이었던 < 자산어보 >(이준익, 2019), < 미나리 >(정이삭, 2020), <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돈 홀, 까를로스 로페즈 에스트라다, 2021)을 상영했다. 당시 제주 지역 언론은 “제주시 서부권 3개 읍·면(애월읍, 한림읍, 한경면) 주민들이 더 이상 시내까지 가지 않아도 가까운 곳에서 개봉 영화를 볼 수 있게 됐다”라며 지역의 문화 갈증을 해소할 공간이 생겼다고 전했다. 반면, 영화 관람 여건이 비슷하게 열악했던 동부권에서는 서부권에만 영화관이 들어선 것을 계기로 동부 지역에도 영화관 건립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한림작은영화관 외관 현재 한림작은영화관은 제주특별자치도와 한림읍의 위탁을 받아 개관 때부터 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 콘텐츠확산팀이 운영하고 있다. 영화관에는 총 4명이 근무하고 있다. 콘텐츠확산팀의 선임연구원이자 운영매니저 1명을 중심으로 정규 직원들이 업무를 분담하고 있으며, 한림작은영화관 운영 수익을 통해 휴일 시간제 직원과 미화 업무 담당 인력을 각각 기간제로 채용해 지역 내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한림작은영화관은 한림체육관 앞에 자리한 단층 건물이다. 건물 양쪽에 간판이 설치되어 있어 쉽게 찾을 수 있다. 한림항에서 약 1.8km 거리에 있고, 인근에는 한림중학교와 한림고등학교, 한림복지센터 등이 모여 있어 예부터 한림읍의 중심지로 여겨지던 곳이다. 주차장은 한림체육관과 함께 사용하고 있어 단체 방문객도 여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영화를 본 뒤 체육관 주변을 산책하거나 운동 시설을 함께 이용하기에도 편리하다. 영화관 입구에는 계단이 없어 휠체어나 유아차, 보행기 이용자도 편하게 드나들 수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정면의 모니터에서 현재 상영 중인 작품들의 예고편이 상영된다. 이중 출입문을 지나면 넓은 로비가 이어진다. 소파와 매점, 매표소가 한눈에 들어오고, 매표소 왼편에는 화장실이 있다. 로비는 입구 쪽이 통유리로 되어 있어 자연광이 잘 들어오며, 마을의 공유 공간이나 작은 카페 같은 편안한 분위기를 만든다. 상영관은 1관과 2관, 총 두 개로 구성되어 있다. 1관은 58석, 2관은 38석이며, 각각 휠체어석 1석씩이 마련되어 있다. 영사실은 두 상영관 사이에 통합되어 있다. 영화관 로비 마을로 돌아온 영화관 현재 한림작은영화관이 자리한 곳은 과거 한림읍사무소와 야외 공연장이 있던 자리였다. 공연장이 활발하게 활용되던 공간은 아니었기에 영화관 부지로 결정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부지 선정 당시 한림읍장을 비롯한 지역의 고령 주민들은 오래전 한림에 이미 영화관이 있었던 기억을 들려주었다. 시간이 흐르며 그 기억도 희미해졌지만, 이 자리에 다시 영화관이 들어선다는 소식은 당시를 기억하는 주민들뿐 아니라 한림읍 전체에 큰 반가움으로 받아들여졌다. 한림작은영화관 입구에 적힌 “마을로 돌아온 영화관”이라는 문구는 바로 이러한 지역의 기억과 환영을 담고 있다. 개관 이후에도 한림작은영화관은 지역사회와 긴밀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2023년에는 한림 지역 7개 초·중·고등학교 학생 1,646명의 관람료 50%를 지원했고, 2024년 한 해 동안에는 4·3 희생자 유족과 국가유공자, 어린이, 장애인, 만 65세 이상 주민을 대상으로 한 할인 적용 건수가 23,289건에 이르렀다. 또한 영화관 운영 수익을 바탕으로 기획 상영을 위한 비용을 마련하고, 개관기념일 같은 행사 때 주민들에게 나눌 떡이나 굿즈를 제작하는 데도 활용하고 있다. 영화관 매표소 단절 없는 지역 문화공간 한림작은영화관은 하루 총 4회차를 운영하며, 기본적으로는 최신 개봉작을 중심으로 상영한다. 이는 육지와 같은 시기에 극장에서 최신 영화를 보고 싶어 하는 주민들의 문화적 수요에 맞춘 것이다. 동시에 독립예술영화와 다양한 기획전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위탁 운영기관인 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이 진행하는 ‘다양성 영화 제작 지원 사업’을 통해 만들어진 제주 영화들 역시 매년 한림작은영화관에서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주최하는 작은영화관 기획전에서 ‘화목한 주말’이라는 기획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 연속 선정되었으며, 특히 2024년에는 전국 15개 선정 영화관 가운데 우수사례 1곳으로 선정되었다. 2025년 3월에는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를 상영하는 ‘씨네북토크’ 프로그램을 새롭게 기획해 감독과 원작 작가를 함께 초청했다. 영화를 본 뒤 창작자와 직접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다. 평소에도 관객과의 대화를 꾸준히 이어가며 제주에서 쉽게 만나기 어려운 감독과 배우를 초청하고 있다. 또한 주요 관객층이 가족 단위라는 점을 고려해 영화 상영 전후 로비에서 커피박 화분 업사이클링, 클레이 비누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러한 노력 속에서 한림작은영화관은 어느새 ‘시골마을 시네마천국’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리게 됐다. 상영관 2관 개관 초기만 해도 한림작은영화관은 고령층을 위한 고전영화 중심 공간이 될 것이라는 오해가 있었다. 그러나 저렴한 가격에 최신 개봉작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주민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관객층은 점차 다양해졌다. 최근에는 제주를 찾은 젊은 관광객들이 한림에 오면 한 번쯤 들르는 장소가 되기도 했다. 여전히 평일에는 40대 이상 관객 비중이 높지만, 주말이면 가족 단위 방문객이 크게 늘어난다. 2024년 기준 한 해 약 5만 8천 명의 관객이 한림작은영화관을 찾았다. 지금 한림작은영화관은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모든 세대가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주민들이 꾸준히 찾는 마을의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1 공간 및 운영 개요 1) 위치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림읍 한림중앙로 71-9 2) 설립일 : 2021년 4월 8일 3) 대표자 : 강민부 (제주영상문화진흥원장) 4) 규모 : 지상 1층, 연면적 약 473.98㎡ 5) 극장 구성 (2개관): 1관 58석+휠체어석 1석, 2관 38석+휠체어석 1석 6) 운영시간 및 정기휴무 : 오후 12시 ~ 9시경 (작품별 상영 시간에 따라 달라짐), 연중무휴 7) 입장료 및 할인 정책 : 일반 7,000원, 할인 6,000원 (65세 이상, 13세 이하, 국가유공자, 장애인, 4.3 생존희생자 및 유족) 8) 조직 운영 : 제주영상문화진흥원 콘텐츠확산팀에서 운영 (원장 강민부) 9) 구성원 : 관리인력 정규직원 1인(콘텐츠확산팀장), 운영인력 정규직원 2인(선임연구원 외 1인), 기간제 2인 (휴일 시간제/미화 용역 운영) 10) 주요 장비 (영사 장비, 음향) - BARCO DP2K-15C 디지털영사기 - DOLBY 7.1채널 오디오시스템, Yorkville PX1700 앰프 취재 일자: 2025년 5월 16일 글: 김문경 사진: 허 성
* 본 영화글은 한국영상자료원 강좌 <‘영화+글’ 시리즈 3: 영화 비평 쓰기> 과제 선정작입니다. 1. ‘아빠는 빅가든 하나 만들 거야’ 제이콥(스티븐 연)이 무성히 자란 풀 가운데 서서 그의 딸과 아들에게 선언하듯 외친다. 특히 ‘빅가든’이라는 단어를 뱉는 순간, 그의 유창한 발음 덕분에 이 장면은 오랫동안 관객의 기억에 남는다. 이 장면은 하나의 예시일 뿐이다. < 미나리 >에는 그가 유창한 영어 실력을 숨기려다 이내 관객들에게 들키고 마는 장면들이 몇몇 있다. 원어민임을 감안한다면 그의 한국어는 자연스러운 편이다. 다만 한국어보다 완벽한 영어 발음으로 인해 그의 언어적 정체성이 탄로나는 것이다. 이처럼 <미나리>는 관객들에게 이질감을 발생시킨다. 감독이 의도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우연히 발생한 이러한 이질감은 <미나리>가 전하는 주제와도 분명히 닿아있다. <미나리>는 한국인 이민자 1세대의 미국 정착기이다. 이들의 서사는 동양인 이민자들이 겪은 설움으로, 또 낯선 땅에서 고군분투했던 모든 이민자들의 고통으로 연이어 확장되며 보편성을 획득한다. 이민자들은 낯선 문화를 견디며 끊임없이 섞이는 과정을 겪어왔을 것이다. 언어는 그 중에서도 그들이 가장 먼저 부딪치는 벽이었을 테니, 어쩌면 관객들이 영화관에서 잠시 마주하는 이질감은 이민자들이 항상 경험했던 당황스러운 순간의 단면이었을지도 모른다. 영화는 나름의 방식으로 이것을 극복해나간다. 화투나 한약처럼 ‘한국적인 것’이 등장하고, 처음에는 제이슨(앨런 김)이 이를 거부한다. 이내 순자(윤여정)의 설득이 이어지고 즐겁게 받아들이는 식이다. 정이삭 감독은 이렇게 ‘낯선 땅’과 ‘한국적인 것’을 섞어나간다. <미나리>가 전하는 희망은 이 섞임의 과정 안에 있다. 하지만 이내 물음이 생긴다. 이 섞임의 과정 뒤에 ‘무엇이 소멸되고 무엇이 남는가’라는 질문이다. 연일 이어지는 해외 영화제 수상 소식은 이 영화가 전하는 희망에 특별한 울림이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글은 <미나리>가 전하는 희망이 아니라 그로 인해 은폐되는 희생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2. 모니카(한예리)가 달리는 차 안에서 운전 중인 남편에게 푸념하듯 말한다. ‘일요일엔 그냥 일하는 게 낫겠어’. 두 사람의 얼굴은 스크린에 온전히 담기지 않는다. 제이콥의 운전하는 오른 손과 백미러에 비친 그의 두 눈, 그리고 보조석에 앉은 모니카의 뒷모습이 전부이다. 연이어 뒷좌석에 앉아 있는 제이슨과 순자의 모습이 보인다. 함께 동행한 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결국 이 장면은 제이슨의 시선임을 쉽게 추론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짧은 장면의 시선과 영화 전체의 시선은 일치한다. <미나리>는 제이슨이 바라 본 그의 가족사(史)인 것이다. 차 안의 시선은 차창 밖으로 향한다. 미나리 가족의 조력자 폴(윌 패튼)이 십자가를 짊어지고 걸어간다. 제이콥이 차를 세우고 폴과 짧은 대화를 나눈다. 폴은 ‘십자가’가 자신의 교회라는 알 수 없는 이야기를 한다. 오랜만에 교회에 다녀오며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아 차 안에서 푸념을 하고 있는 모니카의 모습과 대조적이다. 여기서 또다시 물음이 생긴다. 미나리 가족에게 폴은 어떤 존재일까. 특히(어쩌면 감독의 눈이기도 한) 제이슨에게 폴은 어떤 존재로 비춰질까. 돌아온 주일에 제이콥과 모니카는 교회에 가지 않는다. 앤과 제이슨이 덩그러니 교회에 앉아 예배를 드리고 있다. 목사의 설교가 이어진다. 그의 뒤에는 십자가가 걸려있다. 앤마저 나가고 제이슨은 지루한 표정으로 혼자 남는다. 이어지는 장면은 폴이 자신의 교회인 십자가를 지고 마을을 지나는 장면이다. 파란색 하늘과 초록색 언덕이 정확히 1:1로 화면을 가르는 이 전경 샷은 유난히 수평적인 구도를 강조하고 있다. 교회버스 차창 너머로 폴을 발견한 제이슨이 반가운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이내 제이슨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버스 안의 아이들이 폴을 조롱했기 때문이다. 감독이 폴에게 부여한 정체성은 한마디로 기독교인(Christian)이다. 그는 첫 등장부터 매번 ‘예수의 이름으로’ 대화를 시작한다. 폴(Paul)의 이름이 성경 속 인물인 바오로(Paul)와 같은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주일마다 십자가를 지고 예수의 고행을 재현하는 그의 모습은 유럽의 끝까지 건너가며 선교에 헌신한 바오로 사도의 삶과 닮았다. 미국은 기독교(Protestant) 정신 위에 세워진 국가이다. 또한 미국은 다민족이 공생하는 다양성 국가이기도 하다. 아칸소 교회는 마을 주류의 공간이며, 동시에 이주민들을 수용하는 공존의 장이다. 모니카는 한인교회에서 상처받은 기억이 있는 듯하다. 병아리 감별소에서 만난 한국인 동료는 그녀에게 ‘여기까지 온 한인들은 저마다 이유가 있는 것’이라고 귀띔해준다. 아칸소 교회는 미나리 가족을 열렬히 환영하지만 모니카는 결국 교회에 나가지 않는다. 반면 폴은 마을에서 비주류에 속한다. 아이들이 교회버스에서 폴을 조롱하는 장면은 단번에 그가 처한 마을 내 위치를 보여준다. 하지만 감독은 정작 미나리 가족에게 도움을 주는 존재가 교회 아닌 폴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감독은 그를 통해 진정한 기독교인은 주일에만 교회에 모이는 사람들이 아니라 주변의 이웃에게 끊임없이 건너가는(Cross) 사람이라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그리스도를 닮은 그리스도인. ‘십자가 아저씨’ 폴은 감독이 내세우는 이상적인 인간상인 것이다. 3. 영화는 폴에 대해 더 이상 자세히 설명하지 않는다. 그가 어디에 사는지, 가족은 있는지 관객들은 알 수 없다. 미나리 가족의 조력자로서 꽤 큰 비중을 차지함에도 그에 대한 소개를 의도적으로 생략한 것이다. 그는 우연히 영화 안으로 투입되고선, 할 일을 마치고 홀연히 퇴장한다. 아마 감독에게 중요한 것은 폴이라는 인물 자체가 아니라 영화 안에서 그가 수행하고 있는 기능인 듯하다. 그는 감독의 말을 전달하는 일종의 영화적 장치인 셈이다. <미나리>에 대한 현지의 반응을 살펴보면,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영화’라는 평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진실을 들춰보면 이민자들의 정착 역사에 폴과 같은 이상적인 조력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인종차별로 얼룩진 이방인 혐오의 역사가 현실에 더 가깝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영화 안에서 폴은 가장 이질감이 느껴지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의 인위적인 말과 행동은 관객으로 하여금 그를 현실에 있을 법한 인물로 보기 어렵게 만든다. 영화 초반부의 이질감의 본질이 ‘낯선 땅’과 ‘한국적인 것’ 사이의 마찰에서 발생하는 것이었다면, 후반부로 갈수록 감독은 의도적으로 한국적인 것을 소멸시킨다. 한국에서 건너 온 친정 엄마 ‘순자’는 ‘한국적인 것’의 원천이다. 하지만 이내 중풍과 같은 병에 걸려 정신이 쇠약해진다. 순자는 천장에서 이상한 것을 본다. 뇌졸중 환자에게 발견되는 흔한 섬망 증상이다. 모니카는 이를 보고 다름 아닌 폴에게 퇴마 의식(Exorcism)을 부탁한다. 이 괴이한 의식은 감독이 폴에게 부여한 최종 임무이기도 하다. 미국에서 나고 자란 감독은 <미나리>를 통해 줄곧 이런 말을 하고 있다. ‘익숙함을 벗어나 낯선 것에 몸을 섞어라.’ 이를 위해 감독은 제이슨의 ‘미국인’ 친구 손에 화투장을 쥐어주고, ‘한인’들을 위해 재배한 제이콥의 채소들을 불태운다. 또 미국인들은 하나같이 미나리 가족에게 친절하지만, 한인들은 속내를 알 수 없는 존재로 묘사된다. 이와 같은 설정의 정점에 있는 존재가 바로 ‘진정한 그리스도인’ 폴이다. 앞서 지적했듯이, 이민자들의 현실 속에 집집마다 헌신적으로 그들을 조력하는 폴과 같은 비주류 백인 남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폴’의 존재는 다양성을 수용하는 미국이라는 국가의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옹호한다. 또한 이방인들이 낯선 땅에 섞이며 감내해야 했던 수많은 차별과 수모를 고작 ‘한인들 사이의 따돌림’ 정도로 축소시킨다. 감독은 무엇을 위해 이러한 허구적인 존재 ‘폴’을 창조하였을까. 그리고 감독이 설치한 이 영화적 장치는 무엇을 옹호하고 무엇을 배제시키는가. 어쩌면 뇌졸중에 걸린 순자가 천장에서 봤던 ‘헛것’은 감독이 창조한 허상 ‘폴’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미나리가 개봉한 지 6개월이 지났다. 결국 <미나리>가 전하는 희망의 종착역은 ‘미국 땅에 단단히 뿌리내린 이방인’의 모습이다. 그리고 이러한 감독의 꿈은 미국의 가장 권위있는 영화 시상식에서 현실이 되었다. 영화의 밖에서 영화의 이데아(Idea)가 실현된 셈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사이 코로나 팬데믹 상황 속에 미국 내 동양인 혐오는 최고조에 이르렀다. 유난히도 미국 땅에서 열렬한 환대를 받은 영화 <미나리>. 이 영화가 전하는 희망은 진정 보편적인가, 아니라면 그것은 시기상 ‘그들’이 간절히 듣고 싶었던 환상은 아니었을까.
제이콥( 스티븐 연 )과 모니카( 한예리 ) 부부는 미국 남부 아칸소의 외딴 공장에서 병아리 감별사로 일한다. 그들은 하루 종일 병아리의 항문을 확인한 뒤 성별을 구분해 색이 다른 통에 넣는 일을 한다. 성별이 수컷이거나 다친 병아리는 별다른 고려 없이 소각장으로 보내진다. 끊임없이 잿빛 연기를 뿜어내는 병아리 소각장 앞에서 제이콥은 말한다. “그러니까 우리도 꼭 쓸모가 있어야 하는 거야.” 제이콥의 말이 예사롭지 않게 들리는 건, 이들 부부의 일상에 비상 경고등이 켜진 지 오래기 때문이다. < 미나리 >는 서서히 코너에 내몰려 결국 인적 없는 미국 남부 시골 마을까지 오게 된 한국인 이민자 가족의 생존을 위한 분투기를 다룬다. 제이콥과 모니카 부부, 그리고 부부의 딸 앤과 아들 데이빗은 이런 곳에도 사람이 살까 싶은 허허벌판에 덩그러니 남겨진 한 트레일러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 한다. 그동안 우리가 접할 수 있었던 수많은 한국계 미국인 디아스포라 영화들은 LA처럼 한인 커뮤니티가 잘 형성된 대도시를 배경으로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외부와의 교류가 거의 없다시피 한 고요하고 황량한 벌판, 이제까지 한국계 이민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에서 거의 탐험해본 적이 없는, 오히려 개척을 테마로 하는 서부영화에 더 잘 어울릴 법한 풍경 속에서 디아스포라 가정의 서사는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될 것인지가 <미나리>에 대한 첫 번째 궁금증이었다. 제이콥이 “미국에서 가장 기름진 땅”이라고 말하는 아칸소의 초원은 미국행을 택한 뒤 10여 년간 실패만 거듭해온 한국계 미국인 가족이 마지막으로 아메리칸 드림을 꿈꿔보고자 하는 장소다. 촬영감독 라클란 밀네가 포착한 아칸소의 따스한 햇빛과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대지 위를 바쁘게 오가는 한국계 미국 배우 스티븐 연의 움직임을 보는 것만으로도 <미나리>는 묘한 울림을 준다. 품었던 희망들이 하나씩 좌절되며 구석까지 내몰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낯선 땅에 뿌리를 내리고자 하는 이방인으로서의 의지(그것은 제이콥이 굳이 미국 채소가 아닌 한국 채소를 미국 땅에 재배하려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와 애환이 아칸소의 정적이고 서정적인 풍경과 어우러져 강렬한 정서적 감흥을 선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틀림없이 절제된 프로덕션 속에서 감정의 진폭을 점진적으로 확장하는, 그리하여 관객으로 하여금 실제로 완성된 영화의 스케일보다 훨씬 더 거대한 것을 다루는 영화처럼 느끼게 만드는 리 아이삭 정 감독의 연출에 주목하게 될 것이다. <미나리>는 가족이라는 우주를 통해 그들이 속한 세계를 조망한다. 식탁에서, 일터에서, 가족이 발 딛고 서 있는 땅 위에서 벌어지는 일상적이고 소소한 사건들은 문화와 세대의 차이, 이민자 가정의 좌절과 희망, 사랑과 관계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담고 있다. 가족 구성원에 따라 같은 사안을 대하는 시각이 달라지고 어떤 구성원이 누구와 마주하느냐에 따라 대변하는 문화적, 사회적 층위가 달라지는데, <미나리>는 그런 점에서 영화의 시선이 누구에게로 향하고 있는지 살피는 재미가 있는 영화다. 일례로 제이콥의 아메리칸 드림은 모니카에겐 허황된 꿈에 불과하다. 남편이 “아빠가 한번쯤 해내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제대로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인프라 없는 시골 마을로의 이사를 결심할 때, 현관문이 없는 새 집의 상태를 근심하는 것, 심장이 좋지 않은 아들을 위한 병원이 한 시간 이상 운전해야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있음을 우려하는 건 전부 아내 모니카의 몫으로 남겨진다. 같은 꿈을 꾸며 택한 미국행이었으나 새로운 정착지에서도 여전히 작동 중인 한국식 가부장제가 어떻게 부부의 마음을 갈라놓는지, 영화는 관찰자의 위치에서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으며 배우 한예리가 어떤 상황에서도 현실적인 감각을 잃지 않는 이민자 여성의 초상을 사실적이고도 디테일한 필치로 연기한다. 마음 둘 곳 없는 딸을 위해 한국에서 이민 온 모니카의 어머니 순자( 윤여정 )와 손자 데이빗은 <미나리>를 본 이들이 가장 오랫동안 사랑할 만한 조합이다. 집에서건 밖에서건 한국말을 쓰며 외부인과의 소통이 단절된 모니카와 달리 카우보이 부츠를 신고 영어를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데이빗은 외양은 한국인이나 이미 자신도 모르는 새 미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지닌 소년이다. 그런 그에게 (미국 할머니들처럼) 요리도 안 하고, 욕설을 입에 달고 살며 ‘한국 냄새’가 나는 외할머니는 납득할 수 없는 존재다. 영화는 순자와 데이빗의 에피소드를 통해 일상적으로 정체성의 충돌과 혼란을 겪고 있는 이민 2세대들의 삶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외신으로부터 2021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의 유력한 여우 조연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배우 윤여정은 이 영화에서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연기를 한다. 그가 연기하는 순자는 동서양을 막론한 장년층 여성의 스테레오타입이라고 할 수 있는 아낌없이 베풀고 인자한 모습의 할머니와 거리가 멀다. 호불호가 명확하고 유머 감각을 잃지 않으며 무심한 듯 세심하게 삶의 연륜으로부터 비롯된 지혜를 가족들에게 건네는 ‘쿨’한 할머니의 존재는 전세계 매력적인 장년층 여성 캐릭터의 정전에 기꺼이 순자를 추가할 만큼 깊은 인상을 남긴다. 먹고사는 걱정으로 인해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볼 여력조차 없는 이민자 가정의 척박한 상황을 조명하는 이 영화에서 등장인물과 관객이 숨을 돌릴 틈을 마련하는 것 또한 외할머니 순자, 그리고 그를 연기하는 배우 윤여정의 몫이다. <미나리>는 한국계 미국 감독 리 아이삭 정의 다섯 번째 장편영화다. 데뷔작 < 문유랑가보 >부터 <미나리>에 이르기까지 줄거리나 대사로 구현할 수 없는 정서적인 순간들을 특유의 시적 영상으로 구현해온 리 아이삭 정 감독에게 <미나리>는 유년 시절의 자전적 경험이 반영되어 있어 더욱 특별한 영화다. 그는 과거 인터뷰에서 “코리안 아메리칸 커뮤니티가 있는 도시가 아니라 시골(아칸소)에서 성장했다. 스스로를 ‘코리안 아메리칸’이라기보다 코리안/아메리칸이라 느낀다”고 밝힌 바 있다.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다는 감각이 그 자신을 관찰자의 자리에 위치하게 하는 듯하다. 내전의 불씨가 사라지지 않은 르완다에서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먼 길을 떠나는 소년과 그와 동행하는 원수지간 부족의 친구를 조명한 <문유랑가보>에서부터 리 아이삭 정의 관심은 경계의 인물들, 소수자들, 다양한 층위가 충돌하는 누군가의 내면에 머물러 있다. 이처럼 경계에 위치한 창작자로서의 정체성을 가진 아시아계 감독이 2021년 아카데미 시상식의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는 점은 지난 2018년 주류 미국 영화산업에 선풍적인 박스오피스 기록을 남기며 주목받았던 <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 < 서치 > 등의 영화와는 또 다른 의미의 인상적인 족적으로 기억될 듯하다. 감독의 자전적 경험이 반영된,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는 감각은 영화 <미나리>에서 가족 구성원들의 긴밀한 결속과 유대로 이어진다. 결국 이 영화는 어느 곳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하는 이민자 가족이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기에, 기댈 곳은 서로의 어깨 뿐이기에 누구도 이탈하지 않도록 각자의 손을 더욱 단단하게 잡는 이야기다. 집안 곳곳에서 가족들이 맺는 다양한 관계와 유대의 순간들을 조명하며 감정의 폭을 촘촘히 쌓아가다가 클라이막스에 이르러 감정을 폭발시키는(윤여정의, 윤여정에 의한, 윤여정을 위한 장면이 기다리고 있다)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감정의 진폭을 확장시킨다. <미나리>에서 사사롭게 마음이 갔던 대목은 모든 것을 잃은 밤, 온 가족이 바닥에 누워 함께 잠을 청하는 모습을 담은 장면이었다. 내일 아침 눈을 뜨면 고된 현실이 기다리고 있겠지만, 오늘 밤 아무도 잃지 않았음에 안심하며 또 다른 미래를 위해 힘을 비축하는 이들의 근성이야말로 그 어떤 설명이나 수식 없이 한 가족이 거쳐온 이민자로서의 삶의 역사를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해서다.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지만 어느새 낯선 땅에 뿌리내리고 풍성하게 자란 미나리처럼, 이 가족의 아메리칸 드림 또한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라는 작은 희망을 <미나리>는 안겨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