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코리아 진 김주리 섹시웨이브 댄스
- 제작년도
- 2010
2002년 | 두사부필름, 필름지 감독, 각본: 윤제균 | 제작: 윤제균 이효승 조윤호 | 촬영: 김용철 | 미술: 구진오 | 음악: 박영철 김형중 CAST 은식: 임창정 | 은효: 하지원 | 성국: 최성국 | 유미: 유채영 | 상욱: 정민 | 지원: 진재영 | 경주: 신이 | 현희: 함소원 ‘섹스 코미디’는 한국영화가 취약한 장르입니다. 심의와 검열이 긴 시간 동안 영화적 상상력을 억제했던 게 큰 이유죠. 1980년대 사극 에로나, 1990년대 몇몇 시리즈가 섹스와 코미디를 결합하려 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진 못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 색즉시공 >(2002)은 이 장르의 몇 안 되는 성공 사례입니다. 대학 캠퍼스를 배경으로 한 청춘 남녀들의 호르몬 왕성한 이야기. 추하거나 노골적이지 않고 사실적이면서 야한 영화. 바로 <색즉시공>입니다. 2001년 8월, <색즉시공>은 영화의 컨셉트에 맞게 수영장 신을 공개했습니다. 촬영 장소는 지금은 문을 닫은 드림랜드 수영장. 야외 촬영에 여러 인물이 등장하고 물까지 있어서 촬영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했습니다. 사실 영화 촬영 현장 공개를 수영장에서 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었죠. 그런 만큼 취재진의 열기가 매우 뜨거웠는데요, 하지원을 따라다니는 카메라만 적어도 10대는 넘었습니다. 교양 체육 수업을 위해 수영장에 집합한 차력부 남학생들. 이때 에어로빅부의 여학생들을 발견합니다. 남학생들은 어설프게 자른 수박을 들고 다가가는데… 이때 은식(임창정)은 짝사랑하는 은효(하지원)의 수영복 차림 앞에서 움찔합니다. 여대생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최고의 킹카 함상욱(정민). 그리고 퀸카인 김지원(진재영). 그들의 등장은 이 신에 묘한 텐션을 만들어냅니다. 은효의 에어로빅부 친구들. 그들은 함상욱과 김지원을 바라보며 선망과 질투의 눈빛을 보냅니다. 현희 역의 함소원은 미스코리아 출신, 경주 역의 신이는 < 노랑머리2 >( 김유민 , 2001)에서 하리수 와 공연하며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윤경 역의 윤시후는 CF 모델 출신. 대부분 신인급 배우들입니다. 파란색 비키니의 하지원은 이때까지만 해도 호러 퀸 이미지가 강했죠. <색즉시공>을 통해 확실한 이미지 변신을 한 셈입니다. “은효는 말이 전혀 없다가도 갑자기 엉뚱한 말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죠. 도무지 무슨 생각을 하는 애인지 잘 모르겠어요”라며 자신의 캐릭터를 설명합니다. 안쓰러운 눈빛의 은식. 이날 임창정이 준비한 의상은 모두 평상시 그가 입던 옷들이었다고 합니다. 첫 영화 < 두사부일체 >(2001)로 빅 히트를 기록했던 윤제균 감독. 그는 자신의 대학 생활을 토대로 <색즉시공>의 이야기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임창정은 <두사부일체>의 카메오 출연으로 윤제균 감독과 인연을 맺었고 <색즉시공>에선 주연을 맡았습니다. 그들은 촬영 전부터 숱한 술자리로 호흡을 맞추며 작품을 준비했는데요, 윤제균 감독은 임창정을 모델로 은식이라는 캐릭터를 구체화시켰고, 차력부 설정은 임창정의 아이디어였다고 합니다. <색즉시공>은 하지원 임창정, 두 배우에 큰 육체적 도전이었습니다. 하지원은 에어로빅 장면을 위해 3개월 이상 매일 5시간씩 에어로빅 연습을 하며 역할을 준비했는데요, 이외에도 팔굽혀펴기 150회와 윗몸일으키기 350회가 일일 기본 운동량이었다고 합니다. 임창정은 각목, 철근, 불 등이 동원된 차력 장면을 직접 소화했는데요, 합기도 유단자들이나 할 법한 수위였습니다. <색즉시공>의 가장 뜨거운 커플은 아마도 성국(최성국)과 유미(유채영)일 겁니다. 차력부와 에어로빅부의 엄한 고참들인 그들은 첫눈에 반해 ‘운명’ 같은 커플이 됩니다. 이 영화로 데뷔한 유채영은 이후 영화와 드라마에서 오버액션 전문 코믹 캐릭터로 활약했는데요, 2014년 안타깝게도 암으로 41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정민과 진재영은 <색즉시공>에서 가장 섹시한 남녀였습니다. 지금은 두 배우 모두 은퇴했네요. 개봉 전 <색즉시공> 제작 발표회 현장입니다. 출연진 대부분이 참여해 무대를 꽉 채웠습니다. 몇몇 배우들의 근황을 살펴보면, 정민은 은퇴 후 바리스타로 활동중이며 진재영은 인터넷 쇼핑몰 CEO가 되었습니다. 최성국은 예능 프로그램 <불타는 청춘>에서 만날 수 있고, 윤시후는 포토그래퍼 남편과 함께 스튜디오를 운영중입니다. 함소원은 <색즉시공> 이후 가수와 연기자로 활동했으며 현재는 종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이대학은 이후 트랜스젠더로서 이시연으로 개명하고 지금은 BJ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조달환과 최원영은 꾸준히 연기 활동 중인데요, 특히 최원영은 최근 드라마 <스카이 캐슬>에 출연했습니다. “은수는 솔직히 멍청하죠. 순박하고 착한 역할이에요. 은식이는 지금까지 제가 영화에서 보여준 캐릭터의 총집합이라고 생각하시면 되요.이제 이 영화 하고 그런 역은 안 하려고요.”(임창정) “은효란 인물은 남들이 볼 때는 이해하기 힘든 것 같아요. 엉뚱한 면도 많고, 때로는 당차고 때로는 엽기적이에요. 너무 터프해서 남자다울 때도 있고요. 그런 반면에 순수하고 여리기도 해요.”(하지원)
힘겨운 일상을 보내는 중년 여성들의 지친 삶과 발랄하고 분방한 소녀들의 삶이 교차되는 < 써니 >를 보노라면 떠오르는 시가 있다. “저 높은 빌딩의 숲, 국회의원도 장관도 의사도/ 교수도 사업가도 회사원도 되지 못하고/ 개밥의 도토리처럼 이리저리 밀쳐져서/ 아직도 생것으로 굴러다닐까/ 크고 넓은 세상에 끼지 못하고/부엌과 안방에 갇혀 있을까/그 많던 여학생들은 어디로 갔는가”라는 문정희 시인의 질문에 <써니>는 웃음과 눈물겨운 전복적 답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 이 작품이 품고 가는 80년대 대중음악과 춤을 타고 넘치는 에너지는 복고열풍과 더불어 관객의 적극적인 호응을 이끌어냈다. 전작인 < 과속스캔들 >에서 가족을 둘러싼 코믹정신을 폭발시켜 낸 강형철 감독의 연출 에너지는 <써니>로 시대결합과 세대전복을 유쾌하게 달성해낸다. 제3의 인류처럼 ‘아줌마’로 불리는 여자들. 그러나 그녀들도 한때 꿈을 가졌던 소녀들이었다. 25년을 간격으로 두고 과거 소녀와 중년 여성을 오가는 서사는 우정의 힘으로 부활하는 자신의 얼굴을 가진 여성들의 새로운 인생 만들기와 연대의 힘을 보여준다. 나미( 유호정 )는 무덤덤한 가족관계 속에 시들어가던 전업주부이다. 그런 나미가 어머니 문병 차 들린 병원에서 고교 시절 친구 춘화( 진희경 )를 만나면서 인생이 다시 시작된다. 병실 벽에 기대 “그저 바라만 보고 있지...”를 부르며 이루어지는 이 둘의 재회가 친구 찾기 프로젝트의 시작이다. 시한부 환자인 춘화가 ‘죽기 전 친구를 보고 싶다’는 유언이 미리 집행되는 셈이다. 그녀들은 그 때 그 시절, 학교를 주름잡던 불량서클 ‘7공주파 써니’였고, 춘화( 강소라 )는 카리스마 넘치는 멋들어진 대장이자, 벌교에서 전학 온 나미( 심은경 )가 왕따당하기 직전 챙겨준 왕언니이기도 했으니까. 수업 중에도 쌍꺼풀 만들기에 매진했던 장미( 김민영 , 고수희 )는 영업실적에 시달리는 보험설계사. 입에 욕을 물고 살던 진희( 박진주 , 홍진희 )는 성형과 내숭 기술로 사모님으로 변신했다. 문학소녀 금옥( 남보라 , 이연경 )은 시집살이에 지친 눈치보기 주부가 되었고 미스코리아를 꿈꾸던 복희( 김보미 , 김선경 )는 남루한 술집 여자로, 약자 중의 약자로 전락해버렸다. 냉정한 얼음공주 수지( 민효린 )는 찾아내기도 힘들지만 그녀가 냉랭했던 이유도 서사가 진행되며 점차 드러난다. 영화보기의 재미는 불량서클 소녀들의 일상과 80년대 문화풍경이다. 음악다방, 기차여행과 민주화 거리투쟁 재현이 거기에 얹혀진다. 또 다른 불량써클 ‘소녀시대’와 ‘써니’가 맞장뜨는 장면은 ‘청년 대 전경’과 몽타주되어 80년대 거리 자체를 ‘터치 바이 터치 Touch by Touch’ 음악으로 풀어낸다. 일상과 사회상의 오버랩, 음악과 이미지의 공감각이 폭발하는 순간이다. 80년대 장안을 풍미한 음악들, 나미의 ‘빙글빙글’, 영화제목이기도 한 보니 엠의 ‘써니’가 폭발력을 과시하며 우정의 힘을 25년 만에 회복시킨다. 결말 씨퀀스에서 상복을 벗어 던지며 시작되는 춘화가 원했던 ‘춤추고 노래하는 연대의 힘’은 아이러니의 묘미를 선사한다. “써니, 예전 내 인생엔 비가 내렸지. 써니, 네가 미소 짓자 고통이 지워졌지. 이제 어두운 날들은 가고, 밝은 날들이 왔어.” 노랫말처럼 옛 친구와의 우정 회복은 망가진 인생, 나 아닌 누군가의 부속물로 살아가는 것이 여자의 운명이라 감수하며 시들어가던 중년 여성들의 삶에 자기 뜻대로 살아보는 제2의 인생을 예고하는 죽음과 삶의 파티이다. 한국영화에서 매우 드물게 여성의 생동감이 뿜어져 나오는 연기를 펼치게 된 덕인지, 진희경, 김장미 등등... 모든 배우가 멋지다. 그들의 십 대 시절 역을 맡은 소녀배우들도 멋지다! 인물의 이름들은 그 시절 가수들과 일치한다. 나미, (하)춘화, (윤)복희 등등. 마치 그녀들을 추억하며 기리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