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독 밀리어네어
- 감독
- 대니 보일
- 제작년도
- 2008
- 출연
- 데브 파텔, 아닐 카푸
<대불 +> 작년에는 전반적으로 흉작 또는 주목할 만한 영화가 없었다는 평들이 많지만, 아시아(독립)영화들로 보자면 나름대로 의미 있고 흥미로운 한 해였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겠다. 성장하는 영화산업 규모와 더불어 급격하게 변화와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면서 등장하는 새로운 세대의 아시아 영화들 또는 주목할 만한 감독들, 혹은 어떤 경향을 보여주는 몇몇 작품을 통해 돌아보는 2017년 아시아독립영화에 대한 일종의 일람표이자 짧은 코멘트. 올해 중화권에서 가장 화제를 모은 영화는 <대불+>이다. 동명의 단편영화를 장편으로 확장하면서, 아이폰과 아이폰 플러스의 차이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대불+>로 타이틀을 붙인 이 대담하고 어두운 블랙코미디 영화는 대만영화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호평을 받았다. 주로 다큐멘터리 작업을 해오던 후앙신야오 감독의 첫 번째 장편극영화인 <대불+>의 탄생과정에는 <일로순풍>과 <실혼>의 감독 청몽홍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추앙신야오의 단편을 본 청몽홍 감독이 자신이 제작자로 참여할 테니 장편 버전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던 것. 각본가이자 감독인 청몽홍이 촬영감독으로 참여할 때는 ‘나카시마 나가오Nakashima Nagao’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데, <대불+>에는 제작자로 그리고 촬영을 맡으며 적극적으로 관여했다. 그리고 <일로순풍>에 출연했던 배우 대립인(다이리 런, 레온 다이-배우 계륜미의 연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 홍콩 우산혁명에 대한 적극적 지지 이후 중국에서의 활동에 상당한 제한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이 불상공장의 사장 케빈 역으로 출연해 중심을 잡아주었다. 영화는 거대한 청동 불상을 제조하는 공장이 배경이다. 공장 야간경비원 피클은 고물수집상이자 친구인 벨리 버튼과 함께 매일 밤 도색잡지나 뒤적이며 시간을 보낸다. 무료해진 둘은 공장 사장인 케빈의 고급차량에 달려있던 블랙박스 영상을 돌려보기 시작하는데, 사장의 은밀한 사생활과 불륜이 담긴 영상을 보던 중 살인사건을 목격하게 된다. 우연히 스치듯 만난 적이 있는 사장의 내연녀와 한밤의 살인사건, 사라진 그녀, 최근 공정보다 훨씬 빨리 완성된 거대한 불상, 그리고 피클과 벨리 버튼에게 다가오는 위협의 그림자. 세련된 만듦새를 보여주면서 동시에 대담한 형식적 실험을 시도하는 <대불+>은 대만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와 코엔 형제를 연상시키는 블랙코미디, 그리고 걷잡을 수 없이 확장하는 사건의 고리 등으로 상당한 완성도를 보여준다. 두 가지 정도를 언급하자면 우선, 흑백과 컬러의 대비를 통한 계급 관계에 대한 노골적인 언급. 피클과 벨리 버튼이 등장하는 비루한 일상은 흑백으로, 사장 케빈이 등장하는 블랙박스 영상은 컬러로 처리하는데, 소외계층의 파토스를 담고 싶었다는 감독의 설명처럼, 영화는 둘의 비루함과 무력감은 단조로운 모노톤으로 담아내고, 사장 케빈의 일상이나 정치인, 종교인, 지역 유지들이 등장하는 장면은 선명한 컬러로 담아내면서 분명한 의도를 드러낸다. 그리고 관음증의 세계. 자동차에서 벌어지는 내연녀와의 불륜 장면, 고속도로에서 싸우는 장면이나 러브호텔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는 장면 등은 실제 블랙박스 영상처럼 보이는데, TV에서나 접하던 가진 자들과 유한계급들의 은밀한 세계를 피클과 벨리 버튼과 함께 엿보면서 관객들도 두 세계를 함께 오가는 영화적 체험을 하게 된다. <살인자 말리나의 4막극>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2017년 단연 주목받았던 국가는 인도네시아다.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된 몰리 수리야 감독의 <살인자 말리나의 4막극>은 한 여성이 자신이 살해한 남성의 잘린 머리를 들고 경찰서로 가서 자수한 실화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거장 가린 누그로호가 작업한 3페이지의 트리트먼트로 시작된 프로젝트이자 부산국제영화제 APM에서도 주목을 받았던 작품. 인도네시아 동부 숨바섬의 아름답지만 황량한 느낌의 사막을 공간으로, 복수와 구원이라는 서부극의 전통적인 모티브를 살짝 변형하고 여러 장르를 혼합한 독특한 형식과 색깔로 올해 최고의 아시아영화로 호평받았다. 잘린 남성의 머리를 들고 경찰서에 가기 위해 황토색 사막을 가로지르는, 서부극 카우보이 같은 말리나의 이미지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영화로 인도네시아 예술영화를 주도하는 최고의 제작진이 참여해 프로덕션 디자인, 촬영, 음악까지 최상의 결과물로 완성했다. 상반기에 <살인자 말리나의 4막극>이 있었다면 하반기는 2011년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부문에 초청된 <거울은 거짓말하지 않는다>로 세계를 매혹했던 카밀라 안디니 감독의 두 번째 장편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 단연 주목을 받았다. 병상에 누워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쌍둥이 남동생에게 드리워진 죽음의 그림자. 어린 동생을 떠나보내야 하는 누나 탄트리의 내면과 불안한 심리가 춤과 노래, 그리고 놀이를 통해 환상적이고 마법적인 이미지들로 펼쳐진다. 3년전 론칭한 토론토국제영화제의 첫 경쟁부문인 플랫폼은 주로 서양권 영화들로 채워지는데(<문라이트>와 <재키>와 같은 영화들이 여기서 경쟁했다) 아시아영화로는 드물게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 초청을 받으며 화제를 모았다. 인도네시아 독립 예술영화계를 대표하는 감독이자 든든한 후견인을 자임하는 가린 누그로호의 딸로도 잘 알려져 있는 카밀라 안디니는 족자카르타에서 감독, 제작자인 이파 이스판샤와 함께 족자카르타 영화학교에서 강의와 연출지도를 하고 있다. 족자카르타에서는 매해 12월이면 족자-넷팩아시아영화제가 열리는데, 가린 누그로호와 이파, 그리고 감독 이스마일 바스베스(<회전목마는 멈추지 않는다>)가 적극적으로 관여하며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2016년에 4천 명 정도에 불과했던 관객 수가 올해의 경우, 3배 가까운 12,000명 정도로 증가했고, 무엇보다 관객들이 대부분 20대나 대학생들이어서 역동적이고 열정적인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지난 2004년 제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마련한 특별전 <가린과 넥스트 제너레이션: 인도네시아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에서 가린 이후 그의 제자, 후배 감독과 제작자들이 새로운 산업적 토대와 미학구축을 통해 성과를 거뒀고 점점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 적이 있는데, 당시 하나의 주요한 경향이자 동력으로 언급했던 ‘여성파워’가 여전히 유효함을 확인할 수 있는 2017년이었다. <섹시 두르가> <뉴턴> 마지막으로 인도영화. 방대한 시장에 비해 독립. 예술영화는 여전히 큰 주목을 받지 못하는 인도영화는 2013년 <런치박스>의 국제적 성공(2008년 <슬럼독 밀리어네어>가 미친 영화도 아주 크다) 이후 새로운 변화를 위한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발리우드 상업영화의 자장 아래서 예술. 독립영화의 생존 가능성에 대한 테스트가 활발한데, 2017년의 경우는 그 가능성의 희망을 본 해이기도, 절망을 확인한 해이기도 하다. 시작은 로테르담영화제에서 타이거상을 수상한 사날 쿠마르 사시다란 감독의 <섹시 두르가 Sexy Durga>다. 시나리오는 물론 스토리도 없이 배우와 소규모 팀을 꾸려 22일 동안 촬영한 이 저예산 말라야람어 영화는 인도 북부출신 여성과 케랄라 출신 남성이 야반도주를 시도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어둠이 짙게 내린 도로를 따라 역을 향해 걷는 커플에게 지나가는 승합차의 남성들이 합승을 제안하고, 차량에 올라탄 이들은 지옥을 경험한다. 다문화, 다인종으로 구성된 인도 사회에 내재된 공포를 그로테스크하게 담아내며 호평을 받은 영화지만, 오랫동안 인도 영화계를 짓눌러온 검열의 날을 비껴가진 못했는데, <S. Durga>로 제목을 바꾸고 일부 장면을 덜어냈지만 지금까지 자국 내 상영은 물론 개봉까지 험난한 과정을 겪고 있다. 2017년 인도독립영화인들에게 가장 큰 희망과 기대를 안겨준 작품은 아미트 마수카 감독의 <뉴턴>이다. 베를린영화제 포럼 부문에서 첫 공개된 이 영화는 마오주의 반군과 정부군이 대립하고 있는 차티스가르주 분쟁지역을 배경으로, 갓 공무원으로 임용되어 대기 중인 뉴턴이 이 지역주민들의 투표지원 업무에 자원하면서 생기는 과정을 따라간다. 강직하지만 융통성 없는 공무원 뉴턴과 지역을 관할하는 정부군 소속 군인들, 그리고 선거에는 아무 관심도 없는 변방 마을 주민들을 통해 인도 사회를 재치 있게 풍자하는 이 블랙코미디는 인도독립영화인들과 시네필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으며 새로운 대안 영화로까지 평가를 받은 작품. 이후 개봉을 통해서 나름의 성과를 거뒀으며 특히 쟁쟁한 상업영화들을 제치고 2018년 아카데미영화상 외국어영화상 부문 인도 출품작으로 선정되어 화제를 모았다. 아쉽게도 <섹시 두르가>는 아직 한국에서 소개된 적이 없으며, <뉴턴>의 경우는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상영된바 있다.
연일 이어지는 불볕더위에 바깥 온도는 38도를 웃돌고 있다. 요즘 같이 잔인한 무더위, 작열하는 폭염에는 올림픽 시청이나 영화 관람이 더위 날리기로 제격이다. 연일 밤을 새운 응원에 승전보를 접하기도 하지만, 몇몇 종목의 불만스런 판정은 마뜩잖은 새벽잠에 불편함을 더한다. 그래도 스웨덴의 전설적인 사격 영웅 오스카 스완이 1920년 앤트워프올림픽에서 72세의 나이로 은메달을 목에 걸며 역대 최고령 메달리스트가 된 꿈같은 기록들이나, 영화 속 환상을 실시간 현실로 만들어준 대니 보일 감독( 슬럼독 밀리어네어 , 2009 아카데미 감독상) 연출의 스펙터클한 개막식은 올림픽의 흥미를 더해주는 번외 다큐멘터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더위 날리기 1순위는 무엇보다도 냉방시설 잘된 영화관에서 시원한 콜라 한 잔과 고소한 팝콘을 먹으면서 영화 관람을 즐김에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이틀전날 밤 고1 아들놈과 친구들에게 에어콘 바람이 차가우니 웃옷도 한 벌 챙기라면서 심야시간의 < 다크 나이트 라이즈 >를 함께 보고 왔다. 7월 24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의 집계에 따르면, <배트맨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24일 하루에만 27만 275명의 관객을 동원해 누적 관객 3,003,061명을 기록했다. 이는 19일 개봉 이후 6일만의 기록으로 2012년 개봉영화사상 최단 기간 300만 명 관객 돌파의 기록이다(< 어벤져스 >는 10일 만에 최단 300만 관객 돌파). 한편, 한국 멜로 영화사상 최대(410만 관객) 동원 기록을 세운 올 상반기 화제작 < 건축학 개론 >은 90년대 감성에 바람을 일으키면서 ‘마이클 런스 투 록` 등 국내에서 관련 음반들이 줄이어 발매되고 있다. 아울러 ‘우리에게 더 좋은 날이 되었네’라는 제목으로 귀에 익숙한 그리스 가수 아그네스 발차의 노래가 흐르는 < 시라노 연애조작단 > 등 승률이 꽤 높은 명필름의 주력은 특수효과를 애니메이션기법으로 처리하는 메이저급 할리우드 영화와는 달리 탄탄한 스토리와 기획에 기반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음악과 캐릭터를 비롯한 몇 가지의 중요한 다른 조건들도 포함됨은 물론이다. 영화를 완성하는 요소는 여럿이지만 그중에서도 비중이 큰 3가지만을 꼽는다면 스토리, 캐릭터, 음악이라고 할 수 있겠다. 2012년 시카프 행사를 방문한 픽사의 이민형 TD는 인문학에 관심 갖길 제안하면서, 영화의 중요한 조건으로 캐릭터와 스토리를 꼽았다. “<메리다와 마법의 숲>의 경우에도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데는 1년 반이 걸렸지만 스토리와 캐릭터를 만드는 프리프로덕션 단계에 5년을 공들였고, 공대 출신 기술 담당 임원들도 예술과 인문학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는 게 바로 픽사의 큰 힘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이번 추천 애니메이션은 이러한 영화의 구성요소 중에서 < 다크 나이트 라이즈 >의 몽상적 스토리 이상의 몽환적인 스토리와 < 어벤져스 >에 결코 뒤지지 않는 감각적인 비주얼, < 시라노 연애조작단 >이나 < 건축학 개론 >에서 흐르는 복숭아 같이 향긋한 음악, 그리고 또 다른 재료들을 잘 배합해서 시적 일루전이라는 특별메뉴로 조리해낸 데이브 맥킨(Dave McKean)의 < 미러마스크(MirrorMask) >이다. 꿈같이 공상적이고 만화 같은 상상력이 풍부한 영화로는 팀 버튼의 < 피위의 대모험 >도 만만치 않은 작품이지만 만화적 요소에 애니메이션기법이 강하게 혼재한 데이브 맥킨의 <미러마스크>가 영상자료원의 추천애니메이션이라는 지정된 조건에는 좀 더 적격이라고 판단한다. 팀 버튼 감독의 만화 같이 황당한 설정의 실사영화들은 < 슈퍼맨 > 같이 만화주인공이 등장하는 ‘만화영화’나 애니메이션기법이 쓰인 ‘애니메이션영화’에 대해 용어상의 혼용과 학술적 개념의 혼란을 가지게 하지만 < 미러마스크 >는 이러한 만화와 영화 그리고 애니메이션의 복합적인 개념을 담고 있어, 심화된 만화와 영화, 애니메이션에 대한 새롭고 발전된 시도로 평가할 만하다. 특히, 이번 작품이 묘한 매력으로 끌리게 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몽환적 이미지로 풀어가는 컬트 성격이 강한 비주얼들이다. 그래서 <미러마스크>를 리뷰하기에 앞서 데이브 맥킨에 대한 일러스트레이션작가로서의 필모그래피를 소개함이 다소 어둡고 무게감 있는 이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듯하다. 데이브 맥킨은 영국의 버크셔 예술디자인대학에서 디자인, 일러스트레이션, 영화를 전공했다. 25년 전인 1987년, 찰떡궁합인 글 작가 닐 게이먼(Neil Gaiman)과 함께 『폭력 사건들』과 『흑란』(1988)을 발표하면서 만화계에 데뷔했다. 이 두 작품은 1989년 유별난 작가 그랜트 모리슨의 시나리오에 그림 작가로 발표한『배트맨, 아크함 수용소(Batman, Arkham Asylum)』와 더불어 만화의 전형적인 틀을 깨는 창의적 만화 장치를 적용시켜 다수의 수상과 함께 국제적인 명성을 안았다. 1989년 이후에는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그림을 그린 그래픽노블『새장들(Cages)』(1993)을 출판했는데, 이 책으로 알프 아트 판테라 하비상을 수상하게 된다. 다른 주요 작품으로는 『코랄린』(2003), 『벽 속에 늑대가 있어』(2005), 『금붕어 2마리와 아빠를 바꾼 날』(2006) 등 책의 속지를 펼쳐보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독특하고 파격적인 만화책과 그림책들이 여럿 있다. 데이브 맥킨 | 배트맨, 아크함 수용소 | 샌드맨의 `모르페우스` 초상 | Dreaming 코랄린 | 벽 속에 늑대가 있어 | 금붕어 2마리와 아빠를 바꾼 날 이와 같은 데이브 맥킨의 그림이 특별히 가지는, 현실과 꿈을 오가는 시공간적 레이어에 놓인 회화, 사진, 오브제, 캘리그라피, 컴퓨터그래픽 등의 중첩 이미지들은 주세페 아르침볼도의 정물화에서 느껴지는 유머스런 일루전으로부터 모리츠 C. 에셔의 패턴이 재현하는 메타패턴의 이미지들에 바흐의 푸가 C-샤프 마이너가 절묘히 배합되어 시적 환영의 메타모포시스를 제공함으로서 퇴색하는 벽과 바닥과 천정의 티끌에서도 어렵지 않게 생성되는 신기한 환영들처럼 독자나 관객 스스로가 시적 연상을 통해 감성 넘치는 스토리를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주세페 아르침볼도: 채소 기르는 사람 | 모리츠 C. 에셔: 패턴 이미지 데이브 맥킨 감독의 첫 장편 < 미러마스크 >는 글 작가 닐 게이먼의 『미러마스크』를 초안으로 2005년 짐 헨슨 스튜디오에서 만든 영화다. 간단한 줄거리는 가족 서커스단인 주인공 헬레나와 부모님의 떠돌이 생활의 지겨움에 대한 사춘기의 갈등과 해소에 관한 내용이다. 헬레나와 그녀의 어머니가 심하게 다툰 후 갑자기 어머니가 병으로 수술을 하게 되는데 그것이 모두 자신의 탓이라고 생각하면서 지루한 일상에 대한 반항, 사춘기의 도발적 방황, 부모님과의 갈등 등 트라우마 유형의 스트레스를 현실과 혼돈되는 꿈속에서 몽환적으로 풀어나간다. 감독은 헬레나의 병든 어머니를 상징하는 백색여왕의 병을 고쳐줄 미러 마스크를 찾아 얽힌 실타래를 풀듯 이야기를 엮어가는 과정에서 데이브 맥킨 특유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독특한 이미지와 철학적 관념이 흐르는 스타일리시한 반투명 메타모포시스 기법을 중첩시켜 감성 넘치는 101분 상영시간의 인상 깊은 장편애니메이션영화를 완성했다. 그러나 묘사가 섬세하고 스토리라인의 조리가 분명한 팀 버튼 감독의 몰입감 강한 미국스타일 작품들에 비해 호불호 엘리트 예술가로서 또는 회화작가로서 데이브 맥킨이 표현하기 좋아하는 지나치게 복잡한 철학적, 관념적 유럽식 예술품격을 녹인 『배트맨, 아크함 수용소(Batman Arkham Asylum)』그래픽 노블에서 칸(패널) 사이에 놓인 스토리 완급에 대한 긴장감을 독자들 스스로가 유지하기를 요구하듯이, < 미러마스크 >의 스토리텔링에 대한 집중력과 인내 역시 온전히 관객의 몫으로 돌리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관객의 호흡을 무시하는 형이상학적 지루함을 못내 답답하고 씁쓸한 옥의 티라고 조롱하고 싶다. -혼자 너무 잘 났어!- 혹자는 그러시겠지 “이게 도대체 만화야? 영화야?” 필자는 이렇게 반문하고 싶다. “글쎄, 요새 영화들은 도대체 애니메이션이야? 영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