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s로 찍은 박상민 뮤비 <그대만의 바보>
- 제작년도
- 2010
유튜브는 이제 거의 모든 사람의 일상 풍경 중 하나로 자리 잡은 것 같다. 내가 태어났을 때 KBS와 MBC가 이미 있었던 것처럼, 1991년 개국한 SBS가 원래부터 있던 것으로 느껴지는 것처럼 유튜브도 이미 그런 느낌이다. 레거시 미디어의 전형성을 타파하는 어쩌구 그런 분석들도, 초등학생 장래희망의 상위권에 ‘유튜버’가 자리하는 것도 이제는 다 원래 그랬던 것 같다. 지하철에서도, 버스에서도, 카페에서도 사람들은 유튜브를 본다. 사람마다 선호하는 취향이 달라 열성적으로 유튜브를 시청하는 사람이라도 ‘유명 유튜버’라는 사람을 전혀 모를 수 있고, 해외에서 잘 나가는 사람이라 구독차 천만명이 넘어도 국내에서는 전혀 모르는 경우도 있다. 누구든, 어떤 취향을 가졌든 재미를 느낄만한 크리에이터가 무조건 하나는 있는 플랫폼. 현재로선 그게 유튜브가 가지는 소비재로써의 긍정적인 의미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한 유튜버의 이야기기다. 유망한 아역 배우로 시작해 < 올드보이 >의 어린 오대수로 출연하며 이름을 알렸으나 지금은 별 볼일 없는 전직 배우 오태경. 재기를 꿈꾸며 시작한 유튜브는 리틀 오대수 TV! (줄여서 리오) ‘구독자의 노예’를 자칭하며 일종의 해결사 혹은 대신맨 컨텐츠를 진행한다. 우리 학교 일진 혼내주세요, 폐가에 가주세요, 치과 치료 받고 아픈지 얘기해주세요 같은 것들로 조금씩 인기를 얻고 있을 때 ‘광화문에 1인 시위 중인 피켓남의 사연을 알아봐주세요’라는 주문을 받게 된다. 다소 시시하다는 생각으로 패스하려던 찰나 구독자는 1000만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을 걸게 되고 태경은 피켓남을 만나러가게 된다. 하지만 무슨 짓을 해도 아무 말을 하지 않는 피켓남. 그렇게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던 끝에, 우연히 여동생이라는 사람을 만나게 되고 시위의 이유를 듣게 되는데, 성추행 무고로 억울하게 유죄를 받은 피해자라는 것. 이 사연이 알려지면서 리틀 오대수TV는 떡상하게 되고 피켓남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을 하는 과정은 모두 유튜브를 통해 중계 되면서 정의의 사도가 된다. 여기까진 좋았다. 그런데 점점 이야기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하는데… ‘사이버 렉카’라는 말이 있다. 사건이 터지면 누구보다 빠르게 가지고 와서 자극적인 컨텐츠로 가공해 업로드하고 조회수를 확보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일종의 멸칭이다. 왜 멸칭이냐. 이들은 자신들이 다루는 사건들의 진위여부에 대해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일단 남들보다 빨리 영상 만들고 조회수를 먹어야 유튜브의 무한경쟁시스템에서 관심을 얻을 수 있다. 이 세계에서 관심은 곧 돈이다. 사건을 파악하고, 다른 뉴스나 정황을 통해 진실을 검토하는 과정이 수반되어야 하겠지만 사이버 렉카들에게 이건 알바가 아니다. 그 시간에 하나 더 만들어 올리는게 남는 장사다. 이 시장에 진출하는 인간들이 그렇게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님 말고’. 만약 자신이 다룬 사건이 거짓이거나 잘못 알려진 것이라면 본인이 그 뉴스를 접한 창구를 핑계 대며 슬쩍 빠져나가거나, 만약 생각보다 일이 커진다면 검은 화면에 하얀 글씨로 ‘죄송합니다.’ 라고 쓴 썸네일이 달린 사과 영상을 올리고 몇 달 푹 쉬다가 돌아오면 된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이렇게 편한 돈벌이가 있나? 이 정도만 되어도 최악까지는 아니다. 더한 경우는 의도적으로 사건을 왜곡하고 좌표를 찍으며 구독자들을 선동한다. 이 분야의 이 바닥의 레전드들은 최악의 ‘혐오의 엔터테이너’로써 굵직한 이름을 남기기도 했다. 물론 확실한 증거와 공들인 취재로 지금 바닥까지 신뢰도가 떨어진 기존 언론을 대체하려는, 책임감 있는 렉카들도 있다. 하지만 당신이 유튜브의 ‘인기 동영상’ 같은데서 뉴스를 접한다면, 아마 그것은 아주 높은 확률로 거짓일 것이라고 확신에 가깝게 말할 수 있다.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내용에 대해 길게 말은 하지 못했지만, < 좋.댓.구 >는 대 유튜브 시대에 반드시 한 번쯤은 생각해봐야할 부분을 생각보다 따끔하게 꼬집고 있다. 스크린라이프(컴퓨터 혹은 스마트폰에서 구현되는 화면으로만 영화를 구성하는) 형식을 취하는 영화들이 제법 선보였다. 생각나는 것만 나열하면 < 서치 >, <언프렌디드>, < 라방 > 등이 있겠다. 그때마다 호불호는 늘 갈렸다. 내러티브와 착 붙어 아주 잘 활용 된 경우도 있었고 괜히 정신만 없어져서 이야기를 파악하기 되려 더 어렵게 만들기만 했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도 있었다. <좋.댓.구>는 전자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정신없음이나 답답함이 없다. 그냥 유튜브를 생각하면 된다. 당신이 유튜브를 자주 시청하는 사람이라면 굉장히 편안할 것인데 감독은 그 점을 고려해 UI부터 구독자의 닉네임, 댓글 내용까지 실제같이 보일 수 있도록 하나하나 구성하느라 굉장히 공을 많이 들였다고 한다. 이런 부분이 일반적인 극영화에서는 어색할 수 있는 전환을 부드럽게 만들고 이야기와는 상관없는 재미들을 투입시키기에 적절했다. 아마도 영화의 시점에 해당하는 사람은 유튜브 프리미엄을 사용하지 않는 것 같다. 중간 중간 다양한 광고가 등장하는데, 엥 여기에 저 사람이 왜 나와? 싶은 사람들이 한두 명도 아니고 여러 명이 등장해 툭 툭 지나가며 재미를 준다. 문소리, 박현빈, 신동엽 등등 다양한 사람들이 나오는데 무엇보다 박찬욱 감독의 등장이 감동을 준다. 뒷이야기를 들어보니 오태경 배우가 특별출연을 요청했더니 흔쾌히 받아주었다고 하는데 오래전 함께 일했으나 이제는 위치가 달라진 상황에서, 말하는 사람은 어려워서 고민이 많았을 것 같고 받아주는 사람은 반갑기도 하고 약간은 안쓰럽지도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잘된 쪽이 오죽 잘됐어야지...) 괜히 코를 한 번 훔치게 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올드보이>의 복도 장도리 씬을 패러디 한 중학교에서의 복도 뿅망치 씬을 보며 많이 웃었는데 오태경이 오태경을 연기했기 때문에 가능한 장면이자 재미였다. 평생을 <올드보이>의 그늘 안에 있었는데 가장 유명한 장면은 정작 자신이 나오지 않았으니 이렇게나마 원을 풀지 않았을까? <좋.댓.구>는 < 곤지암 >에 공동각본으로 참여했던 박상민 감독의 데뷔작이다. 2023년 7월 12일 개봉작이니 (글 작성일 8월 8일 기준) 공개된지 한 달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볼 수 있는 방법이 없다. KOBIS를 뒤져보니 개봉 당일 전국 146개 스크린에서 186회를 상영했는데, 딱 열흘째되는 21일에는 전국 10개의 스크린에서 10회 상영을 했다고 한다. 당연히 많은 관객이 봤을 리가 없는데, 총 관객수는 13,195명으로 마무리 된 듯 하다. (게시일 기준 전국 누적관객수는 13,376명) 굳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영화가 재미있기 때문이다. 스크린라이프 형식으로 만들어진 본 작품은 특히 유튜브를 집중적으로 다루면서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유튜브 컨텐츠들에 대한 풍자 혹은 경고 그것도 아니면 넝~담~을 펼쳐 내는데, 이게 썩 그럴싸하고 재미가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네이버 별점이나 영화를 본 사람들의 후기를 살펴보면 평들이 상당히 준수함을 알 수 있다. 이런 식이라면 역주행도 노려봄직 한데, 극장에서 볼 방법이 없으니 안타까운 마음이 너무 크다. 네이버, 웨이브, 티빙 등에서 볼 수 있지만 아직 추가 요금을 결제해야 한다. 영화가 괜찮은만큼, 조만간 더 편하게 OTT로 보게 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2004년 | 컬쳐캡미디어 감독: 김호준 | 각본: 유순일 | 각색: 조중훈 김요석 | 제작: 최순식 | 촬영: 서정민 | 미술: 윤도환 | 음악: 히드라 CAST 박상민: 김래원 | 서보은: 문근영 | 보은 조부: 김인문 | 상민 부: 한진희 | 상민 모: 김혜옥 | 보은 부: 송기윤 | 보은 모: 선우은숙 | 혜원: 신세경 | 동구: 류덕환 2004년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은 무엇이었을까요? < 실미도 >( 강우석 , 2003)에 이은 두 번째 ‘천만 영화’ < 태극기 휘날리며 >( 강제규 , 2004)였습니다. 이론의 여지가 없는 1위였죠. 당시 충무로가 만들 수 있는, 아니 당시 충무로의 수준을 뛰어넘는 대단한 작품이었으니까요. 그렇다면 2위는 어떤 영화였을까요? 놀랍게도 < 어린 신부 >였습니다. 비수기인 4월 초에 개봉한 이 영화는 전국 관객 315만 명을 동원했습니다. 권상우 를 스타덤에 올린 < 말죽거리 잔혹사 >( 유하 , 2004), 정우성 손예진 의 < 내 머리 속의 지우개 >( 이재한 , 2004), 최동훈 감독의 데뷔작 < 범죄의 재구성 >(2004), 류승완 감독의 액션 판타지 < 아라한 장풍 대작전 >(2004), 원빈 신하균 의 < 우리 형 >( 안권태 , 2004), 강동원 조한선 의 < 늑대의 유혹 >( 김태균 , 2004)... 이 모든 영화들을 <어린 신부>가 제쳤고, 당시 대한민국은 ‘국민 여동생’ 문근영 신드롬으로 들끓었습니다. <어린 신부>는 24살 대학생 상민과 16살 여고생 보은의 결혼 이야기입니다. 보은의 할아버지는 꾀병을 부려, 죽기 전에 보은이 상민과 결혼하는 걸 보고 싶다고 하죠. 그렇게 ‘어린 신부’는 탄생합니다. 촬영 공개는 바로 그 결혼식 신이었습니다. 촬영이 공개된 날은 2003년 12월 17일이었습니다. 청담동에 있는 어느 결혼식장이었는데요, 날씨가 엄청 추웠습니다. 배우들은 촬영이 없을 땐 추위를 막기 위해 두꺼운 옷을 입어야 했죠. \ 현장에서 짬이 날 때 전화 통화를 하는 문근영의 모습입니다. 당시 문근영은 실제로 극중 나이와 같은 16세였고, <어린 신부>의 리얼리티는 배우와 캐릭터의 연령대 일치에서 생겨난 셈입니다. 김래원도 캐릭터와 같은 연령대였고요. 문근영이 주로 부각되었지만, <어린 신부>가 성공할 수 있었던 토대엔 분명 김래원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있습니다. 당시 TV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로 승승장구 하던 김래원은 <어린 신부>로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남자 주인공으로서 확고하게 자리를 굳히게 되죠. 신부 입장을 기다리는 문근영의 모습입니다. 영화 속에서 하객들이 “예쁘다, 정말 예쁘다”라며 감탄하던 그 장면이죠. 당시 문근영은 TV에서 영화로 옮겨 오면서 < 장화, 홍련 >( 김지운 , 2003)으로 영화배우로서 자리를 굳히던 시절이죠. 그리고 <어린 신부>가 이어집니다. 사실 <장화, 홍련>의 수연과 <어린 신부>의 보은은, 극과 극의 감정을 필요로 하는 캐릭터죠. 1년 사이에 그 극단을 오가는 건 10대 중반의 배우에겐 결코 쉽지 않았을 텐데요, 문근영은…… 그 어려운 걸 해냅니다. 이 영화의 모든 사건은 바로 보은의 할아버지 때문에 생긴 것입니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김인문 선생님의 모습입니다. 특유의 구수하면서도 정다운 연기가 이 영화에서도 관객들의 마음을 포근하게 만들었죠. 이 영화에서 양가 부모 캐릭터는, 주로 TV에서 활동하시는 중견 연기자들이 맡았습니다. 상민의 아버지는 한진희 씨, 어머니는 김혜옥 씨가 맡았습니다. 곧 있으면 신혼 여행을 떠날 아들에게 아버지로서 충고를 하지만, 아들은 듣는 둥 마는 둥이네요. 보은의 엄마 역은 선우은숙 씨가 맡았습니다. 아직 어린 딸이 안쓰럽기만 한 표정입니다. 대신 상민의 엄마는 며느리가 너무나 사랑스럽습니다. <어린 신부>는 김호준 감독의 데뷔작입니다. 일본에서 영화를 전공한 김 감독은 1990년대 초부터 충무로 연출부 생활을 했습니다. 임권택 감독의 < 축제 >(1996), 이정국 감독의 < 편지 >(1997) 등을 거쳐 10여 년의 도제 시스템 끝에 자신의 첫 영화를 만들게 되었죠. 한편 카메라는 베테랑 중의 베테랑인 서정민 촬영감독이 잡았습니다. 지난 번 < 몽정기 >( 정초신 , 20002) 포스팅 에서 자세히 설명 드렸던, 바로 그 분입니다. 촬영 당시 70세셨고, 2015년에 8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영화 속에서 결혼식은 보은의 수학여행 날에 치러집니다. 그래서 친구들은 보은의 결혼 사실을 모르죠. 단, ‘베프’인 혜원은 예외였는데요, 당시 14세였던 신세경이 역할을 맡았습니다. 이 영화에서 문근영보다 어린 유일한 배우? 당시 두 사람은 같은 소속사(나무 액터스)였는데요, 지금도 그곳에 함께 있네요. 상민의 선배인 지수 역은 김보경 이 맡았습니다. < 친구 >( 곽경택 , 2001)의 진숙 역으로 떠오른 그녀는 이 영화에 특별 출연을 했습니다. 결혼식이 끝나고 양가 부모가 딸과 아들을, 며느리와 사위를, 배웅합니다. 보은 아빠 역은 탤런트 송기윤 씨가 맡았습니다. 선우은숙 씨 옆에 보은의 동생 동구 역을 맡은 류덕환이 보이네요. 실제로는 문근영보다 한 살 많은 오빠지만 영화에선 동생으로 등장했습니다. 아담한 웨딩 카. 그리고 그 안의 신혼 부부입니다. 실제 촬영 때는 아니고 차 안에서 대기하는 모습입니다. 결혼식 신에 대해, 김래원은 “겉으로는 행복해 보이지만, 사실은 무거운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런 점에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 신”이라고 말합니다. 한편 문근영은 “어떤 마음으로 연기를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해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의외로 편하게 촬영한 신”이라고 말합니다. 호기심 많은 성격인 보은이 ‘결혼 그 자체’만 생각하고 있다는 설정이었다고 하네요. 이미지 디지털화 지원 NAVER
“내가 졌소. 종로 바닥을 떠나겠소.” 요즘 이렇게 대사를 썼다간 현실감각이 없는 시나리오 작가로 낙인찍히기에 십상이다. 임권택 감독의 액션활극영화 < 장군의 아들 >(1990)은 볼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 급습과 뒤통수치기가 난무하는 요즘 누아르 영화 속 건달들과 달리 이 영화 속 주먹들의 대결은 예를 갖춘다. 싸움을 걸 때는 “한판 붙읍시다”하며 도전장을 내민다. 대결에서 진 사람은 패배를 인정하고 물러난다. 아무리 못 돼 보이는 악당이라도 염치를 알고, 이긴 사람의 뒤를 노리지 않는다. 이긴 사람 또한 기가 꺾인 상대에게 모욕을 주지 않는다. 상대의 부하들에게 “병원에 빨리 모셔가라”고 큰 마음씨를 베풀기까지 한다. 양쪽 패거리를 포함해 구경꾼들이 싸움의 참관인이자 심판자다. 김두한( 박상민 )과 전라도 주먹 망치, 우미관 김만목 사장( 이해룡 )이 영입한 이또우 무사시와 쌍칼( 김승우 ), 김두한과 이또우 무사시, 하야시의 사주를 받은 김동회( 이일재 )와 왕십리파 왕막 등 영화 속 주먹들의 대결이 흥미로웠던 것도 그래서다. < 장군의 아들 >의 김두한은 싸우면서 성장한다. 어릴 때 부모를 잃고 고아가 돼 각설이 생활을 하다가 우미관패의 우두머리인 김기환의 눈에 띄어 극장 우미관에 들어갔으니 살아남기 위해 주먹을 써야만 했을 것이다(반면 영화 속 그의 친구는 책을 택했다). 그는 우미관패 조직원 둘, (우미관에 들어간 뒤 처음 상대하는) 전라도 주먹 망치, (우미관의 김만목 사장이 김기환 하나로는 하야시패에 대적할 수 없다고 판단해 영입한) 이또우 무사시, 유도 유단자인 마루오카 종로경찰서 경부, (하야시패가 영역을 넓히기 위해 돈을 주고 영입한) 김동회 등 약한 상대부터 강한 상대까지 차례로 맞붙는다. 모든 액션신에서 정일성 촬영감독의 촬영은 정교하다. 관객의 눈을 속이고 타격감을 강조하기 위해 클로즈업숏을 연달아 배치하는 보통의 액션영화와 달리 <장군의 아들>은 롱테이크숏과 클로즈업숏 그리고 부감숏을 번갈아 활용하는 게 인상적이다. 두 사내가 서로 노려본 채 빙빙 돌며 기 싸움을 하는 롱숏(어떤 장면에서는 부감숏)은 매우 긴장감이 넘친다. 서부영화에서 총잡이들이 권총을 꺼내기 직전의 그 긴장감처럼 말이다. 이 롱숏 다음 장면으로 (서로에게 주먹을 주고받는) 클로즈업숏이 이어지니 긴장감과 속도감 모두 살아난다. <장군의 아들>은 컷을 잘게 잘라야, 컷의 사이즈가 타이트해야 영화의 속도가 빠른 게 아니라는 가르침을 준다(특히, 김동회가 왕십리파를 접수하는 액션시퀀스에서 김동회의 날렵함을 강조하기 위해 컷 분할 없이 담아낸 달리숏은 대체 어떻게 찍었을까 궁금하다). 액션신이 생생하게 설계되는데 세트가 한몫했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재현해야 하고, 세트를 만들더라도 넓은 공간을 활용할 수 없는 지금과 달리 종로 시장거리, 우미관, 혼마찌(충무로) 거리, 술집 등 < 장군의 아들 >의 주요 공간 대부분 세트로 구현돼 낯설고, 그래서 신선하다(이 영화가 세트영화의 부활을 알렸다는 평가를 받은 것도 이 때문이다). <장군의 아들> 속 공간과 관련해 몇 번을 봐도 울컥하는 장면이 몇 있다. 신마적( 김형일 )이 패거리들과 함께 술에 취한 채 혼마찌의 술집으로 가는 길에 <봉선화> 노래를 단체로 부르는 영화의 후반부다. “울 밑에선 봉선화야/네 모양이 처량하다 길고 긴 날 여름철에/아름답게 꽃필 적에 어여쁘신 아가씨들/너를 반겨 놀았도다~.” 화면의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터벅터벅 걸어갈 때만 해도 그들은 하야시패와 맞붙어 봉변을 당할 줄 몰랐을 것이다. 술집에서 하야시패와 맞붙다가 봉변을 당한 그들 중 한 명이 종로에 있는 김두한에게 이 사실을 알린다. 김두한이 신마적을 구하기 위해 신마적 일행이 걸어간 길의 반대 방향(그러니까 화면의 오른쪽(종로)에서 왼쪽(혼마찌))으로 달린다. 이 장면은 단 몇 컷만으로도 김두한의 절박함을 고스란히 표현하고 있어 숨이 턱턱 막힌다. 정일성 촬영감독의 촬영이 경제적이면서도 경이로운 순간이다. 이밖에도 김두한이 우미관에 처음 들어갔을 때 본 무성영화는 애절하고, 김두한이 화자( 방은희 )와 함께 절에서 데이트를 하는 장면은 쓸쓸하다. 누구는 < 장군의 아들2 >가 더 좋았다고 얘기하기도 하지만, 내게는 이 장면들만으로도 < 장군의 아들 >이 충분히 아름다운 액션활극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