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선의원
- 감독
- 백승환
- 제작년도
- 2018
- 출연
- 백승환, 이병수, 이지현, 부진서, 백주환
꿈과 희망! 얼마나 좋은 말인가. 사람은 꿈을 가지고 살아야 한단다. 밥만 먹고 살 수 없기 때문이란다. 그러니까, 살려고만 살면 살 수가 없는 거라더라. 이 말은 일정 부분 위로지만 많은 부분 기만이다. 꿈이라는 건 어차피 양념이라고, 그건 삶의 어드메에 조금 쟁여놓고 ‘나도 이런 게 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만 되면 된다는, 그런 말이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종종 말한다. 어영부영 살다간 이도 저도 안돼서 한 사람 몫도 못 하고 살 거라고. 이 말의 표본 같은 군상들이 영화의 주인공들이다. 매형의 공장에 얹혀살며 하루하루 그냥 보내는 게 일인 일록(백승환). 뻔뻔함만은 트럼프 뺨치는, 미국 생활 20년을 어영부영 보내다 돌아온 예건(이웅빈). 여기에 희한한 몰골의, 하지만 묘하게 예의 바른 생선가게 직원 대용(신민재), 도나츠 푸드트럭을 하고 있는 준세(김충길)이 합세한다. 막 인생 꼬여서 곧 죽을 것 같은 상황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뭐 잘살고 있냐하면 그것도 그렇다고 말하기 어려운 그런 인생들. 이들은 예건이 아무 생각 없이 던진 남성 4중창 대회에 출전하기로 결의한다. 이쯤 되면 지질한 일상에서 분연히 일어나 열심히 하다가 싸우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그러면서 결국 대회에 나가 수상은 못 해도 뭔가 깨닫고서는 우리 존재 파이팅! 하는 이야기를 떠올릴 텐데, < 델타 보이즈 >는 그런 얘기가 아니다. 2시간에 가까운 영화에 연습하는 장면은 아마 10분도 안 될 거다. 노래하자고 모여서 일단 밥부터 먹자며 하여간 먹기는 오지게 먹는다. 라면 먹고 고기 먹고 술 먹고 취하고 화나고 인생 지지부진 어영부영... 그 관성 어디 가겠는가? 이 영화가 마음에 들었던 가장 큰 부분이 이것이다. 희망이니 목표니 하는 거, 그런 게 생기면 무슨 하늘의 계시를 받은 양 삶의 태도를 바꾸고 옛날부터 태릉선수촌에 들어가 있었던 선수마냥 열심히 하는 인물이 등장하는 영화를 보면 솔직히 좀 역겨웠다. 그럴 리가. 사람은 그렇게 쉽게 바뀌지도 않을뿐더러, 천재일우의 기회가 와도 그놈의 습관 때문에 다 망가트리는 경우가 부지기수인 게 ‘평범한 인간’이라는 카테고리다. 문제는 또 있다. ‘꿈’이란 게, 정말로 입 밖에 꺼내놓고 뭔가를 하려는 순간, 그것이 삶을 몇 배는 더 피곤하게 만들어버린다는 것. 대용은 자주 가게를 비워 결국 스스로 일을 그만두게 되고, 준세는 함께 푸드트럭을 운영하는 아내와 크게 다툰다. 일록은 헛짓거리를 한다고 모욕하는 매형에게 반항하며 일하고 있던 그의 사업장을 떠난다. 아슬아슬하게 대충 ‘평범’을 유지하던 이들에겐 그저 작은 4중창 대회 참가라는 목표마저도 그 하중이 상당했던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꿈을 양념의 위치에 두려고 했던 것일까? 팍팍한 인생에 가끔 한 번씩만 꺼내 툭툭 치면서 그래 나도 이런 게 있지, 하는 게 안전하니까? 그러나 이 바보 4인조는 멈추지 않는다. 이쯤에 와서는, 대회출전이 문제가 아니라 스스로를 미련하게나마 긍정하려는 안간힘이다. 누가 어떻게 보든 상관없다. ‘나는 노래하고 싶을 뿐이다.’ 영화는 거창한 결말이나 메시지 같은 걸 던지지 않는다. 그러나 삶이라는 게 마냥 거지 같지만은 않다는 경험. 나는 내가 생각한 것만큼 쓸모없는 사람이 아니라는 자각. 딱 그 정도의 용기를 얻은 4명의 모습을 보여줄 뿐이다. 영화 마지막, 마치 정말 무대에 오른 듯 옷까지 잘 차려입고 부르는 노래, ‘Joshua Fit the Battle of Jericho’가 끝나도 달라질 것은 없다. 오히려 상황은 시작 전보다 더 나빠졌다. 하지만 별로 걱정은 안 된다. 얼굴이 좋아졌다. 머리도 단정해졌다. 왠지, 예뻐졌다. 뭘 하든 전보단 잘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