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의 부루-스
- 감독
- 장일호
- 제작년도
- 1968
- 출연
- 윤정희, 김진규, 장동휘, 박암, 조미령, 오지명, 이낙훈, 김성옥, 문오장, 석인수, 라정옥, 박예숙, 김기범, 김세라, 황인철, 추봉, 이길억, 김기주, 이강조, 태무진, 장정국, 이성일, 이기영, 진봉진, 주일몽
삶은 개구리 증후군. 현재 모든 미디어가 처해있는 상황이다. 우리는 모두 데워지기 시작한 냄비 안의 개구리 신세지만, 물이 끓는 줄도 모른 채 넋 놓고 있는 게으른 개구리는 없다. 미디어 환경은 분기별로 트렌드가 바뀌고, 사용자는 이미 모바일 왕국으로 이사를 떠났다. 삶아지기 전에 냄비 밖으로 튀어나가야 한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과연 냄비 밖에 우리들이 살아갈 새로운 ‘물’이 존재하는가? 아무도 모른다. 일단 냄비 밖으로 튀어나왔는데, 가도 가도 바싹 마른 모래사막이라면? 튀어나갔다가 더 빨리 죽을지도 모른다. 일단 지금은 살아야 한다. 점차 뜨거워지는 냄비 안에서 괴롭게 버티면서, 다들 사력을 다해 생존 가능한 냄비 밖 개척지를 찾고 있다. 이미 흐물거리기 시작한 ‘종이 개구리’들은 더욱 절박하다. 맥스무비가 2013년 11월 종이 잡지 『맥스무비 매거진』을 복간할 때, 사라져가는 종이 영화 잡지의 귀환을 반기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우려하는 시선이 더 많았다. 오랜 오프라인 기반 미디어들이 ‘디지털 퍼스트’ ‘모바일 퍼스트’를 외치며 종이 대신 온라인에서 생존 가능성을 찾는 차에 온라인 기반이었던 맥스무비가 종이 잡지, 그것도 이제는 종적을 감춘 ‘영화 월간지’를 되살린다니 그럴 만했다. “요즘 사람들은 (잡지)를 안 읽는다”는 조언을 수없이 들었다. 하지만 맥스무비가 선택한 ‘종이 월간지’는 오히려 냄비 밖에서 물을 찾으려는 탐험이었다. 나는 그때도, 지금도 ‘읽지 않는 시대’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미디어는 항상 ‘독자(소비자)’를 향한다고 말하지만, 대개 ‘만드는 사람’ 중심으로 사고한다. 예전처럼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는데, 왜 읽히지 않을까. 이 질문을 파고들 때, 미디어라면 ‘읽을 것이 없는 시대’를 만든 자기 반성이 더 중요한 질문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소비자 입장에선 ‘돈을 주고 사서’ 읽을 만한 것이 없는 시대가 됐고, 더 큰 책임은 미디어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있다. ‘온라인은 확산 매체, 오프라인은 저장 매체. 온라인 콘텐츠는 공유하고 싶어야, 오프라인 콘텐츠는 소장 하고 싶어야 살아남는다.’ 기존의 온라인 미디어 맥스무비에 월간지 『맥스무비 매거진』을 복간해 ‘On & OFF’ 양 날개를 정비하면서 세운 원칙이다. 온라인 콘텐츠는 빠르고, 쉽게 많은 사용자에게 도달할 수 있다는 엄청난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빠르고 쉽게 흘러가 버린다. 다들 공들여 콘텐츠를 만들지만, 수많은 뉴스피드 안에 섞여 들어가면 비슷비슷하게 보인다. 무엇보다 온라인 콘텐츠는 대개 ‘무료’다. 전문 미디어로서 생존하기 위해선 반드시 우리만의 무기가 필요했고, 유가 종이 잡지가 새로운 무기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여기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콘텐츠는 그 성질이 달아야 한다. 하나의 콘텐츠를 그저 양쪽 그릇에 옮겨 담아선 안 된다. 그래서 월간지의 방향을 ‘대특집’으로 잡았다. 한 가지 이슈를 정해 잡지 전체 콘텐츠의 60% 이상, 매달 80~10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을 특집 이슈로 채웠다. 오프라인 콘텐츠는 일부 확산 가능한 아이템을 제외하면 온라인에 무료로 발행하지 않기로 했다. 콘텐츠에 돈을 지불하고 소장한 사용자에게 지불 가치를 보존해줘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3년간, 36권의 잡지 중 몇몇 이슈는 즉각적인 독자의 반응을 얻어 완판 사례를 기록했다. 판매율도 높아져 평균적으로 손익분기점을 넘었고, 매진된 이슈가 중고 사이트에서 웃돈을 얹어 거래되는 걸 흐뭇하게 지켜보기도 했다. 타 월간지보다 가격을 높게 책정했고, 부록 등의 부가 선물을 제공하지 않고 얻은 성과였다. 분명히 긍정적인 신호를 확인했지만, 시행착오의 기간이기도 했다. 어렴풋이 선택과 집중의 윤곽을 더듬었지만 여전히 헤매고 있었다. 말이 쉽지, 독자의 소장 욕구를 자극하면서 영화 전문 미디어로서 아카이빙의 가치를 갖는 콘텐츠를 매달 찾아내기란 쉽지 않았다. 가장 어려운 것은 ‘골라 담기’였다. 한 주에 평균 크고 작은 20여 편의 영화가 개봉하고, IPTV로 직행하는 영화들도 있다. 영화와 관련된 책과 공연도 줄줄이 등장한다. 감독, 배우, 스태프 등 놓치고 싶지 않은 인물도 많다. 모든 ‘NEWS’는 즉각 온라인 피드가 되어 돌아다니기 때문에 미리 취재해서 월간지에 실어도 종종 뒷북처럼 여겨졌다. 한정된 인원으로 온라인 콘텐츠는 속도 경쟁에 합류하면서, 오프라인 콘텐츠의 소장 가치를 강화하는 일이 힘에 부쳤던 것도 사실이다. ‘투 트랙’ 전략은 우리 모두에게 낯설었고, 전례도 없었다. 콘텐츠를 만들 때, 더하기보다 빼기가 열 배쯤 중요하다는 걸 3년의 시행착오 끝에 배웠다. 원 이슈 『맥스무비 매거진』, 원피스 ~ 봉준호 ‘백 가지를 나직하게 속삭이지 말고, 한 가지를 크게 부르짖어라’ 책 『미친 듯이 심플』 2016년 12월 『맥스무비 매거진』 시즌 2 ‘원 이슈 리뉴얼’은 쉽지 않았던 ‘빼기’의 결과물이다. ‘대 특집’을 내세우면서도 이 영화도 빼면 안 될 것 같고, 이 인물도 빼면 안 될 것 같고,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지 않겠냐며 주섬주섬 담았던 게 사실이다. ‘잡지는 잡스러워야, 잡지’라는 오랜 습관을 털어내는 일은 쉽지 않았다. ‘올인’은 살 떨리는 배팅이다. 우리가 선택한 하나가 독자에게 외면받으면 끝이라는 두려움도 컸다. 하지만 하나를 크게 부르짖기 위해선, 다른 것을 빼는 것 말곤 방법이 없다. 활성화된 온라인 플랫폼이 있었기에 가능한 선택이었다. 첫 원 이슈 『맥스무비 매거진』 37호의 주제는 < 원피스 >였다. 다른 데서 볼 수 없었던 우리의 콘텐츠가 필요했다. 10년 넘게 원피스 인물들에게 목소리를 빌려줬던 국보급 성우들을 한 자리에 모았고, 일본 도쿄 타워에 위치한 ‘원피스 테마파크’로 취재를 떠났다. 시도 때도 없이 “나는 해적왕이 될 거야!”를 외치는 루피의 무대뽀 정신을 우리에게 세뇌시켰다. “가자! 그곳이 어디든!”은 우리의 등을 다독여주는 대사처럼 들렸다. 첫 원 이슈 매거진 <원피스>는 고맙게도 완판됐고, 재판을 찍었다. 이후 ‘신카이 마코토’ 이슈 38호는 < 너의 이름은. > 촬영지 직접 투어 콘텐츠가 회자되며 판매 신기록을 세웠다.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단독 인터뷰를 진행한 이슈 39호 ‘로건’, 2017년을 빛낼 라이징 스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한국에서 발행된 봉준 호 감독의 첫 단행본 형식 매거진 ‘봉준호’, 지천명 아이돌이라는 새로운 별명을 얻은 배우 설경구의 25년을 담은 ‘설경구는 아름답다’까지 원 이슈를 이어왔다. 고맙게도 독자들은 지갑을 열었고, 완판 보도 자료를 여러 번 낼 수 있었다. ‘읽지 않는 시대는 없다’고 말해주는 독자들 덕분에 매번 용기를 얻고 있다. 물론 ‘원 이슈’라는 길을 앞서간 훌륭한 매체들의 발자취를 따라 걸었다. 일본의 기획 매거진 『부루투스』 『뽀빠이』의 지속성, 한국의 브랜드 원 이슈 『매거진 B』가 닦아 놓은 단행본 형식 매거진의 가능성을 영화 잡지에 접목 시켰다. 마침 문학계에서도 『릿터』 『악스트』 『미스테리아』 등의 잡지가 창간되어 주목받았다. 마침 올해 6월, 데이비드 색스의 『아날로그의 반격』이 출간되면서 ‘한물갔다’고 조롱당하던 낡은 것들의 ‘반격’이 시작된 것 같은 흥분도 있었다. 이 책의 원제는 ‘아날로그의 복수 THE REVENGE of ANALOG’다. ‘레거시(Legacy)’라는 우아한 오명을 순순히 받아들여야 했던 오프라인 미디어에겐 ‘반격’이 더욱 통쾌하게 들리겠지만, ‘복수’가 더 정확하고 맞는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반가운 마음에 『아날로그의 반격』을 오독할 수도 있다. 아날로그의 반격이 시작되었으니 과거의 종이 잡지를 그대로 만들어도 사 줄 독자가 있을지도 몰라? 이런 생각은 망상에 가깝다. 지금은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대등하게 전투를 벌일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다만 이 책은 디지털이 아날로그를 말살시킬 것처럼, 아날로그는 완벽하게 숨이 끊어진 것처럼 떠들던 호들갑이 ‘팩트’가 아님을 확인시킨다. ‘아날로그’ 혹은 ‘종이’라는 이유로 덮어놓고 한물간, 구태의연한, 혁신적이지 못한, 박물관에서나 구경할 법한 ‘유물’ 취급을 하는 것인 매우 쉽다. 동시에 게으르다. 한편으로는 디지털 독트린에 휩쓸려 디지털이라는 껍데기만 주물럭거리다가 낭패를 본 경우도 수두룩하다. 뉴스피드에 난무하는 큐레이션을 가장한 카피 콘텐츠는 미디어 신뢰도를 깎아 먹었고, 조각난 정보로 오독을 불러일으키고, 조회 수 낚시질에 열을 올리다가 ‘기레기’라는 오명을 얻지 않았나. 게다가 모두 디지털을 외치고 있지만, 디지털 미디어는 아직 괄목할 만한 매출 구조를 찾지 못했다. “자동차가 발명됐다고 말이 사라진 게 아니다. 비싸고 귀해졌을 뿐.” 『뉴스위크』프리미엄 인쇄본 재창간 축사에서 2013년 종이 잡지를 폐간한 『뉴스위크』가 1년 만에 『뉴스위크』 프리미엄 인쇄본을 재창간 하면서 일러 준 교훈이다. 『맥스무비 매거진』원 이슈를 발행하면서 얻은 교훈을 덧붙이자면, ‘종이 잡지’는 비싸고 귀한 말을 탄 ‘경험’을 공유하는 사용자가 있어야만 가치가 생긴다. 특히 ‘신카이 마코토’와 ‘로건’ 그리고 가장 최근 발행한 43호 ‘설경구는 아름답다’를 만들면서 독자들이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는 데 얼마나 적극적이고 열성적인지 놀랍게 확인할 수 있었다. 디지털 시대의 콘텐츠 사용자들에겐 경험이 무엇보다 소중하다. 최근 원 이슈 매거진 발행 후 우리는 동일한 콘텐츠 경험이 타인과 연결시켜주는 고리가 되어 준다는 걸 확인했다. 콘텐츠 구매 경험을 통해 연결되고 싶은 욕구를 가진 독자를 찾아내고, 그들이 소장 하고 싶어 하는 이슈를 탐색하는 예민함이 에디터에게 어느 때보다 필요한 자질이라는 걸 배워가고 있다. 모든 사람이 좋아할 만한 이슈를 찾는 건 유니콘을 찾는 것과 같다. 원 이슈 『맥스무비 매거진』은 앞으로 ‘콘텐츠를 사고 싶어, 살 수 있는’ 사용자가 잡지를 손에 쥐고, 책장을 넘기는 그 경험을 만족시킬 콘텐츠를 찾기 위해 더욱더 눈에 불을 켤 생각이다. 사족이지만, 비싸고 귀하지만 소장할 만큼 가치 있다고 판단할 수준의 콘텐츠 완성도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독자는 귀한 줄 안다면, 귀한 대접을 하는 게 당연하다. 구구절절 길게 적고 보니, 실은 다들 알고 있는 이야기를 혼자 비장하게 떠든 것 같아 부끄럽다. ‘맥스무비’가 온라인 영화 미디어로 쌓아온 시간이 18년, 유가 오프라인 잡지를 발행한 지 4년이 됐다. 짧지 않은 시간이지만, 아직 쌓아가야 할 것이 더 많다. 오프라인 매거진은 더욱 공들여 독자를 만족시켜야 하고, 온라인 미디어는 더 빠르게 퍼져나가야 한다. 맥스무비 동영상 콘텐츠는 가벼운 스낵 스타일을 탈피해 더욱 ‘영화적’인 콘텐츠로 방향을 잡았다. 온라인에 무료 배포하지 않았던 종이 잡지 콘텐츠는 디지털 그릇에 제대로 담아 유료화 서비스로 선보일 계획이다. 반드시 바뀌어야 하는 것과 절대 바뀌지 않을 것 사이에서 끊임없이 줄타기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미디어 종사자들의 숙명이니 앓는 소리 할 것도 없다. 가끔 예전이 그리울 때도 있다. 영화 한 편을 보고, 인터뷰를 한 뒤, 대화하고 생각하며, 글을 다듬고 또 다듬어서, 며칠 불면의 마감을 보낸 뒤 따끈한 잡지 한 권을 들고 소주 한잔하러 가면 일이 끝났던 때. 하지만 시간은 똥도 꽃으로 만든다고 했다. 돌이켜 생각하면 한 번도 쉬운 적은 없었다. 그래서 눈이 팽팽 돌아가는 이 시대도 즐겁게 받아들이려고 한다. 영화만을 말할 수 있는, 영화 전문 미디어는 반드시 살아남아야 하니까.
삶은 개구리 증후군. 현재 모든 미디어가 처해있는 상황이다. 우리는 모두 데워지기 시작한 냄비 안의 개구리 신세지만, 물이 끓는 줄도 모른 채 넋 놓고 있는 게으른 개구리는 없다. 미디어 환경은 분기별로 트렌드가 바뀌고, 사용자는 이미 모바일 왕국으로 이사를 떠났다. 삶아지기 전에 냄비 밖으로 튀어나가야 한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과연 냄비 밖에 우리들이 살아갈 새로운 ‘물’이 존재하는가? 아무도 모른다. 일단 냄비 밖으로 튀어나왔는데, 가도 가도 바싹 마른 모래사막이라면? 튀어나갔다가 더 빨리 죽을지도 모른다. 일단 지금은 살아야 한다. 점차 뜨거워지는 냄비 안에서 괴롭게 버티면서, 다들 사력을 다해 생존 가능한 냄비 밖 개척지를 찾고 있다. 이미 흐물거리기 시작한 ‘종이 개구리’들은 더욱 절박하다. 맥스무비가 2013년 11월 종이 잡지 『맥스무비 매거진』을 복간할 때, 사라져가는 종이 영화 잡지의 귀환을 반기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우려하는 시선이 더 많았다. 오랜 오프라인 기반 미디어들이 ‘디지털 퍼스트’ ‘모바일 퍼스트’를 외치며 종이 대신 온라인에서 생존 가능성을 찾는 차에 온라인 기반이었던 맥스무비가 종이 잡지, 그것도 이제는 종적을 감춘 ‘영화 월간지’를 되살린다니 그럴 만했다. “요즘 사람들은 (잡지)를 안 읽는다”는 조언을 수없이 들었다. 하지만 맥스무비가 선택한 ‘종이 월간지’는 오히려 냄비 밖에서 물을 찾으려는 탐험이었다. 나는 그때도, 지금도 ‘읽지 않는 시대’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미디어는 항상 ‘독자(소비자)’를 향한다고 말하지만, 대개 ‘만드는 사람’ 중심으로 사고한다. 예전처럼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는데, 왜 읽히지 않을까. 이 질문을 파고들 때, 미디어라면 ‘읽을 것이 없는 시대’를 만든 자기 반성이 더 중요한 질문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소비자 입장에선 ‘돈을 주고 사서’ 읽을 만한 것이 없는 시대가 됐고, 더 큰 책임은 미디어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있다. ‘온라인은 확산 매체, 오프라인은 저장 매체. 온라인 콘텐츠는 공유하고 싶어야, 오프라인 콘텐츠는 소장 하고 싶어야 살아남는다.’ 기존의 온라인 미디어 맥스무비에 월간지 『맥스무비 매거진』을 복간해 ‘On & OFF’ 양 날개를 정비하면서 세운 원칙이다. 온라인 콘텐츠는 빠르고, 쉽게 많은 사용자에게 도달할 수 있다는 엄청난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빠르고 쉽게 흘러가 버린다. 다들 공들여 콘텐츠를 만들지만, 수많은 뉴스피드 안에 섞여 들어가면 비슷비슷하게 보인다. 무엇보다 온라인 콘텐츠는 대개 ‘무료’다. 전문 미디어로서 생존하기 위해선 반드시 우리만의 무기가 필요했고, 유가 종이 잡지가 새로운 무기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여기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콘텐츠는 그 성질이 달아야 한다. 하나의 콘텐츠를 그저 양쪽 그릇에 옮겨 담아선 안 된다. 그래서 월간지의 방향을 ‘대특집’으로 잡았다. 한 가지 이슈를 정해 잡지 전체 콘텐츠의 60% 이상, 매달 80~10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을 특집 이슈로 채웠다. 오프라인 콘텐츠는 일부 확산 가능한 아이템을 제외하면 온라인에 무료로 발행하지 않기로 했다. 콘텐츠에 돈을 지불하고 소장한 사용자에게 지불 가치를 보존해줘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3년간, 36권의 잡지 중 몇몇 이슈는 즉각적인 독자의 반응을 얻어 완판 사례를 기록했다. 판매율도 높아져 평균적으로 손익분기점을 넘었고, 매진된 이슈가 중고 사이트에서 웃돈을 얹어 거래되는 걸 흐뭇하게 지켜보기도 했다. 타 월간지보다 가격을 높게 책정했고, 부록 등의 부가 선물을 제공하지 않고 얻은 성과였다. 분명히 긍정적인 신호를 확인했지만, 시행착오의 기간이기도 했다. 어렴풋이 선택과 집중의 윤곽을 더듬었지만 여전히 헤매고 있었다. 말이 쉽지, 독자의 소장 욕구를 자극하면서 영화 전문 미디어로서 아카이빙의 가치를 갖는 콘텐츠를 매달 찾아내기란 쉽지 않았다. 가장 어려운 것은 ‘골라 담기’였다. 한 주에 평균 크고 작은 20여 편의 영화가 개봉하고, IPTV로 직행하는 영화들도 있다. 영화와 관련된 책과 공연도 줄줄이 등장한다. 감독, 배우, 스태프 등 놓치고 싶지 않은 인물도 많다. 모든 ‘NEWS’는 즉각 온라인 피드가 되어 돌아다니기 때문에 미리 취재해서 월간지에 실어도 종종 뒷북처럼 여겨졌다. 한정된 인원으로 온라인 콘텐츠는 속도 경쟁에 합류하면서, 오프라인 콘텐츠의 소장 가치를 강화하는 일이 힘에 부쳤던 것도 사실이다. ‘투 트랙’ 전략은 우리 모두에게 낯설었고, 전례도 없었다. 콘텐츠를 만들 때, 더하기보다 빼기가 열 배쯤 중요하다는 걸 3년의 시행착오 끝에 배웠다. 원 이슈 『맥스무비 매거진』, 원피스 ~ 봉준호 ‘백 가지를 나직하게 속삭이지 말고, 한 가지를 크게 부르짖어라’ 책 『미친 듯이 심플』 2016년 12월 『맥스무비 매거진』 시즌 2 ‘원 이슈 리뉴얼’은 쉽지 않았던 ‘빼기’의 결과물이다. ‘대 특집’을 내세우면서도 이 영화도 빼면 안 될 것 같고, 이 인물도 빼면 안 될 것 같고,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지 않겠냐며 주섬주섬 담았던 게 사실이다. ‘잡지는 잡스러워야, 잡지’라는 오랜 습관을 털어내는 일은 쉽지 않았다. ‘올인’은 살 떨리는 배팅이다. 우리가 선택한 하나가 독자에게 외면받으면 끝이라는 두려움도 컸다. 하지만 하나를 크게 부르짖기 위해선, 다른 것을 빼는 것 말곤 방법이 없다. 활성화된 온라인 플랫폼이 있었기에 가능한 선택이었다. 첫 원 이슈 『맥스무비 매거진』 37호의 주제는 <원피스>였다. 다른 데서 볼 수 없었던 우리의 콘텐츠가 필요했다. 10년 넘게 원피스 인물들에게 목소리를 빌려줬던 국보급 성우들을 한 자리에 모았고, 일본 도쿄 타워에 위치한 ‘원피스 테마파크’로 취재를 떠났다. 시도 때도 없이 “나는 해적왕이 될 거야!”를 외치는 루피의 무대뽀 정신을 우리에게 세뇌시켰다. “가자! 그곳이 어디든!”은 우리의 등을 다독여주는 대사처럼 들렸다. 첫 원 이슈 매거진 <원피스>는 고맙게도 완판됐고, 재판을 찍었다. 이후 ‘신카이 마코토’ 이슈 38호는 <너의 이름은.> 촬영지 직접 투어 콘텐츠가 회자되며 판매 신기록을 세웠다.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단독 인터뷰를 진행한 이슈 39호 ‘로건’, 2017년을 빛낼 라이징 스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한국에서 발행된 봉준호 감독의 첫 단행본 형식 매거진 ‘봉준호’, 지천명 아이돌이라는 새로운 별명을 얻은 배우 설경구의 25년을 담은 ‘설경구는 아름답다’까지 원 이슈를 이어왔다. 고맙게도 독자들은 지갑을 열었고, 완판 보도 자료를 여러 번 낼 수 있었다. ‘읽지 않는 시대는 없다’고 말해주는 독자들 덕분에 매번 용기를 얻고 있다. 물론 ‘원 이슈’라는 길을 앞서간 훌륭한 매체들의 발자취를 따라 걸었다. 일본의 기획 매거진 『부루투스』 『뽀빠이』의 지속성, 한국의 브랜드 원 이슈 『매거진 B』가 닦아 놓은 단행본 형식 매거진의 가능성을 영화 잡지에 접목 시켰다. 마침 문학계에서도 『릿터』 『악스트』 『미스테리아』 등의 잡지가 창간되어 주목받았다. 마침 올해 6월, 데이비드 색스의 『아날로그의 반격』이 출간되면서 ‘한물갔다’고 조롱당하던 낡은 것들의 ‘반격’이 시작된 것 같은 흥분도 있었다. 이 책의 원제는 ‘아날로그의 복수 THE REVENGE of ANALOG’다. ‘레거시(Legacy)’라는 우아한 오명을 순순히 받아들여야 했던 오프라인 미디어에겐 ‘반격’이 더욱 통쾌하게 들리겠지만, ‘복수’가 더 정확하고 맞는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반가운 마음에 『아날로그의 반격』을 오독할 수도 있다. 아날로그의 반격이 시작되었으니 과거의 종이 잡지를 그대로 만들어도 사 줄 독자가 있을지도 몰라? 이런 생각은 망상에 가깝다. 지금은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대등하게 전투를 벌일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다만 이 책은 디지털이 아날로그를 말살시킬 것처럼, 아날로그는 완벽하게 숨이 끊어진 것처럼 떠들던 호들갑이 ‘팩트’가 아님을 확인시킨다. ‘아날로그’ 혹은 ‘종이’라는 이유로 덮어놓고 한물간, 구태의연한, 혁신적이지 못한, 박물관에서나 구경할 법한 ‘유물’ 취급을 하는 것인 매우 쉽다. 동시에 게으르다. 한편으로는 디지털 독트린에 휩쓸려 디지털이라는 껍데기만 주물럭거리다가 낭패를 본 경우도 수두룩하다. 뉴스피드에 난무하는 큐레이션을 가장한 카피 콘텐츠는 미디어 신뢰도를 깎아 먹었고, 조각난 정보로 오독을 불러일으키고, 조회 수 낚시질에 열을 올리다가 ‘기레기’라는 오명을 얻지 않았나. 게다가 모두 디지털을 외치고 있지만, 디지털 미디어는 아직 괄목할 만한 매출 구조를 찾지 못했다. “자동차가 발명됐다고 말이 사라진 게 아니다. 비싸고 귀해졌을 뿐.” 『뉴스위크』프리미엄 인쇄본 재창간 축사에서 2013년 종이 잡지를 폐간한 『뉴스위크』가 1년 만에 『뉴스위크』 프리미엄 인쇄본을 재창간 하면서 일러 준 교훈이다. 『맥스무비 매거진』원 이슈를 발행하면서 얻은 교훈을 덧붙이자면, ‘종이 잡지’는 비싸고 귀한 말을 탄 ‘경험’을 공유하는 사용자가 있어야만 가치가 생긴다. 특히 ‘신카이 마코토’와 ‘로건’ 그리고 가장 최근 발행한 43호 ‘설경구는 아름답다’를 만들면서 독자들이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는 데 얼마나 적극적이고 열성적인지 놀랍게 확인할 수 있었다. 디지털 시대의 콘텐츠 사용자들에겐 경험이 무엇보다 소중하다. 최근 원 이슈 매거진 발행 후 우리는 동일한 콘텐츠 경험이 타인과 연결시켜주는 고리가 되어 준다는 걸 확인했다. 콘텐츠 구매 경험을 통해 연결되고 싶은 욕구를 가진 독자를 찾아내고, 그들이 소장 하고 싶어 하는 이슈를 탐색하는 예민함이 에디터에게 어느 때보다 필요한 자질이라는 걸 배워가고 있다. 모든 사람이 좋아할 만한 이슈를 찾는 건 유니콘을 찾는 것과 같다. 원 이슈 『맥스무비 매거진』은 앞으로 ‘콘텐츠를 사고 싶어, 살 수 있는’ 사용자가 잡지를 손에 쥐고, 책장을 넘기는 그 경험을 만족시킬 콘텐츠를 찾기 위해 더욱더 눈에 불을 켤 생각이다. 사족이지만, 비싸고 귀하지만 소장할 만큼 가치 있다고 판단할 수준의 콘텐츠 완성도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독자는 귀한 줄 안다면, 귀한 대접을 하는 게 당연하다. 구구절절 길게 적고 보니, 실은 다들 알고 있는 이야기를 혼자 비장하게 떠든 것 같아 부끄럽다. ‘맥스무비’가 온라인 영화 미디어로 쌓아온 시간이 18년, 유가 오프라인 잡지를 발행한 지 4년이 됐다. 짧지 않은 시간이지만, 아직 쌓아가야 할 것이 더 많다. 오프라인 매거진은 더욱 공들여 독자를 만족시켜야 하고, 온라인 미디어는 더 빠르게 퍼져나가야 한다. 맥스무비 동영상 콘텐츠는 가벼운 스낵 스타일을 탈피해 더욱 ‘영화적’인 콘텐츠로 방향을 잡았다. 온라인에 무료 배포하지 않았던 종이 잡지 콘텐츠는 디지털 그릇에 제대로 담아 유료화 서비스로 선보일 계획이다. 반드시 바뀌어야 하는 것과 절대 바뀌지 않을 것 사이에서 끊임없이 줄타기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미디어 종사자들의 숙명이니 앓는 소리 할 것도 없다. 가끔 예전이 그리울 때도 있다. 영화 한 편을 보고, 인터뷰를 한 뒤, 대화하고 생각하며, 글을 다듬고 또 다듬어서, 며칠 불면의 마감을 보낸 뒤 따끈한 잡지 한 권을 들고 소주 한잔하러 가면 일이 끝났던 때. 하지만 시간은 똥도 꽃으로 만든다고 했다. 돌이켜 생각하면 한 번도 쉬운 적은 없었다. 그래서 눈이 팽팽 돌아가는 이 시대도 즐겁게 받아들이려고 한다. 영화만을 말할 수 있는, 영화 전문 미디어는 반드시 살아남아야 하니까.
< 팔도사나이 >(1969)를 시작으로 < 실록 김두한 >(1974)과 < 협객 김두한 >(1975), 그리고 허경 필자가 소개한 < 김두한형 시라소니형 >(1981)에 이르기까지 김효천 감독의 ‘김두한 사랑’은 남달랐다(<팔도사나이>와 1982년작 < 종로 부루스 >에서는 주인공이 김두한으로 짐작이 가긴 하나 구체적으로 호명되지는 않는다). 물론 김두한의 흔적이 지워진 액션영화들도 있었다. 그중 가장 매력적인 영화는 일본 야쿠자 장르와 반공영화가 결합한 < 오사카의 외로운 별 >(1980)이다. 그 매력의 핵심은 역시 김희라 의 화끈한 남성미로 인한 것이다. 장동휘 , 박노식 , 이대근 , 김희라, 이강조 , 윤승원 으로 이어지는 ‘김효천의 남자들’ 리스트에서 그는 단연 돋보인다. 장동휘, 박노식, 이대근이 카리스마와 별개로 뭔가 ‘토속적’인 분위기를 풍긴다면 이강조는 실력에 비해 유명세가 떨어지고, 김효천 액션영화의 피날레라 할 수 있는 < 일본대부 >(1989)의 윤승원은 뭔가 더 보여줄 것이 남은 상태로 작별을 고했다. 그에 반해 김희라는 진정 세련되고 멋지다. 남자 중의 남자다. 김효천 의 남자들, 장동휘 박노식 이대근 김희라 이강조 윤승원 영화가 시작하면 오사카 아오야마 조직의 ‘오야붕’이 습격당하고, 평소 그를 친아버지처럼 여겼던 가네모도( 김희라 )가 혈혈단신 복수를 하러 떠난다. 적의 본거지에 도착한 그는 자신을 ‘아오야마가의 불사신 가네모도’라고 (자기 입으로 직접) 밝히고는 분노의 주먹을 날린다. 걸리적거리는 모든 것이 귀찮다는 듯 문을 확 열어젖히는 박력부터 남다르다. 역시 김희라! 그리고는 단검 하나로 여러 개의 좁은 다다미방을 저벅저벅 옮겨 다니며 싸운다. 굳이 ‘가오 상하게’ 뛰어다니지 않는다. 아무리 많은 적들 앞에서도 ‘어차피 너희들은 다 죽었어’라는 듯 시종일관 언짢은 표정으로 대결에 임하는 그 표정이 딱 ‘쓰바키 산주로’ 도시로 미후네의 그것이다. 상대 오야붕 신타로( 배수천 )가 마사오( 조춘 )를 이용해 가네모도를 처리하고자 하지만 결코 쉽지 않다. 잠시 수세에 몰리려는 찰나, 가네모도의 동생 아라이가 멋지게 슬로모션으로 마당에 등장해 졸개들을 화려한 돌려차기로 제압하기 시작한다. 발기술이 약한 김희라의 우직함을 보완하는 김효천 감독 특유의 연출이리라. 그래도 무게중심이 아라이로 기울 수는 없는 법. 가네모도가 창호지 문을 뚫으며 몰래 숨어있던 야쿠자를 주먹 한 방으로 제압하는 장면도 일품이다. 하지만 저 멀리서 경찰차 소리가 들려오고 가네모도는 아라이에게 당장 여기를 떠나라고 말한다. 남자답게 혼자 뒤집어쓰겠다는 말일 것이다. 도망치라 했다고 진짜 혼자서 달아나버린 아라이가 야속하긴 하지만, 뭘 거추장스럽게 줄줄이 끌려간단 말인가. 혈혈단신(feat. 스틸과 캡쳐 화질의 간극) 이처럼 도입부부터 숨 가쁘게 펼쳐지는 습격신은, 김효천 감독 특유의 박력 넘치는 액션 연출과 김희라 의 선 굵은 연기가 결합하여 탄성을 자아낸다. 그리고 이제야 영화제목이 뜨면서 체포와 동시에 히로시마 교도소에서 출소하는 가네모도의 모습, 그렇게 감독이 ‘갔다 왔다 치고’라고 말하는 듯 역시 숨 가쁘다. 또 다시 이어지는 크레딧 ‘제작 김치한’. 바로 김효천 감독의 다소 민망한 본명이다. ‘치한’이라는 이름을 가진 마초 감독이라니. 그의 액션영화를 흠모하는 것과 별개로 < 오사카의 외로운 별 >에서도 엿볼 수 있는 것처럼, 빨갱이를 극도로 혐오하는 우파 감독의 성향으로 인해 불편한 거리두기를 할 수밖에 없는 딜레마가 이미 이름에서부터 드러난다고나 할까. 그렇게 다시 도시로 돌아온 김치한, 아니 김희라의 뒤로 “사나이 전성시대... 외로운 별, 세월은 간다... 낭만은 있다...”라는 가수 김동아의 주제가가 흐른다. 히트곡 ‘나를 두고 가려무나’로 유명한 김동아는 1970년대 초반 불난 집에서 아버지를 구하려다 화상을 입어 반년 이상 입원했고, 결국 그 흉한 얼굴로 인해 얼굴 없는 가수로 활동할 수밖에 없었던 비운의 가수다. 뭔가 그러한 사연도 김효천 감독의 남자영화에 어울리는 느낌이다. 이제 가네모도는 출소와 함께 못 다한 복수를 완성해야 한다. 하지만 복수도 식후경이라고 했던가. 일본 라멘을 먹는 모습이 귀엽다. 하지만 몇 젓가락 밖에 되지 않는 일본 라멘으로는 성이 차지 않는지, 먹고 난 다음 젓가락을 아그작 뽀개버리는 모습 또한 박력 넘친다. 그리고 술이 빠질 수 없다. 제목도 어울리게 ‘이방인’이라는 바에 들른 가네모도에게 나이 많은 바텐더가 묻는다. “여행을 다녀오셨나 보군요.” ‘깜빵’ 생활을 여행으로 돌려 표현한 바텐더에게 가네모도는 미소를 띠우며 답한다. “인생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길이야.” 이윽고 바텐더는 ‘귀향’이라는 이름의(물론 자체 작명) 술을 건네는데, 가네모도가 “난 돌아갈 고향이 없네”라고 말하자 “그럼 (고향을 몰라도 그리워한다는 의미에서) 망향이라고 부르겠습니다”라고 말한다. 여행과 유학, 그리고 고향과 망향, 거의 직접 시나리오를 썼던 김효천 감독 특유의 낭만성이 부각되는 장면이다. 심지어 바텐더는 자신의 가게를 처음 찾은 손님에게는 돈을 받지 않는다며 ‘또 들러 달라’고만 한다. 마초의 낭만 “자네 망향 잊지 않겠네.” “난 술을 이렇게 마십니다.” 다시 출출해졌는지 그는 한 초밥집에 들른다. 알고 보니 재일교포 겐이찌( 한지일 )와 하루미( 이경실 )가 운영하는 초밥집이다. 초밥을 2인분으로 달라고 하고, 술은 5인분으로 달라고 하는 가네모도에게 하루미는 하트를 뿅뿅 발사한다. 심지어 하루미가 술을 따라준다고 하는데도 불구하고 “저는 원래 술을 이렇게 마십니다”라며 도쿠리를 원샷하는 신공을 선보인다. 그렇게 배를 채운 가네모도는 신타로 일당의 도박장으로 찾아가 속임수를 쓰는 도박사의 손목을 단검으로 잘라 버리고 “주인의 복수를 하지 않고는 눈을 감을 수 없어 7년 유학을 마치고 돌아왔다”며 ‘히로시마의 표범’ 마사오의 목숨마저 가져간다. 그러다 숨어있던 다른 졸개에게 허벅지에 칼이 찔린다. 하지만 눈을 부릅뜨고 “이리와, 이리와!”라는 단 두 마디에 칼을 찌른 그 놈은 얼어붙는다. 진정 카리스마 넘친다. 말 그대로 감독 또한 배우의 매력에 빠졌다고 볼 수밖에 없는 장면들의 연속이다. 다리에 찔린 칼을 뽑으며 “이리와, 이리와!” 졸개는 정말 이리와서 얻어 맞는다. 얄궂지만 얻어 맞는 건 고화질로... 배경과 등장인물들의 모습에서 일본 야쿠자 영화의 모방인가? 하고 의아해 할 것이다. 하지만 겐이찌와 하루미가 조총련의 협박을 받는 재일교포라는 것이 드러나면서, 게다가 가네모도는 물론 그를 보살폈던 오야붕이 한국 사람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조총련=북괴’라는 등식의 반공영화 컨벤션이 침투해 들어온다. 당시 영화포스터에도 ‘이 영화는 일본영화가 아닙니다!’라는 카피가 덧붙여져 있었다. 특이하게도 김효천 의 이전 김두한 시리즈가 일종의 반일(反日)적인 성격을 띠었다면, 이제 북괴가 등장하며 한국과 일본이 협력하는 형태를 취한다. 아오야마가의 새로운 오야붕이 된 쟈니( 박근형 )가 가네모도의 빨갱이 소탕을 적극 돕고 나선 것이다. 가네모도와의 대화 도중 영국 시인의 시구를 인용하는 등 어딘가 낭만적인 모습의 쟈니는(그래서 그는 ‘센티멘털 쟈니’라 불린다), 북조선의 만경봉호가 뭔지도 모르는 그를 향해 “가끔은 자네처럼 신문을 읽지 못하는 사람이 부럽기도 해”라며 은근히 ‘디스’하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두 사람은 조총련에 속아서 북송선을 타기 위해 수십 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건물로 최후의 대결을 벌이러 떠난다. 그들이 결전을 준비하며 일본도를 닦고 온천에서 피로를 풀 때 흘러나왔던 사운드트랙은 바로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제1번 1악장’이다. 난감하다고 해야 할지 비장하다고 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 그 대목에서, 어쨌건 그들은 국경을 초월한 형제애를 나눈 것이다. ‘복수는 나의 것’이라며 이미 죽을 각오까지 하고 아래위는 물론 넥타이까지 하얀 색으로 ‘깔맞춤’ 한 가네모도에게 쟈니는 말한다. “나도 함께 가는 거다. 난 회장님의 복수를 하고 아우의 큰일을 돕고, 내가 가야할 이유는 너무나 많아.” 죽음을 예상하고 거의 즐기는 표정으로 싸우는 가네모도와 ‘폐병’을 앓으며 힘겹게 싸우는 쟈니의 모습은 거의 장철 감독 영화의 적룡과 강대위를 연상시킨다. 심지어 싸우는 와중에 남자들끼리 간절히 손을 맞잡는 마지막 장면의 정서(오우삼의 < 첩혈쌍웅 >에도 수혈됐던)는 장철의 < 대결투 >(1971)의 판박이나 다름없다. 그렇게 센티멘털 쟈니는 “너 때문에 내가 멋있게 죽을 수 있다”며 오히려 그를 다독인다. 반공영화답게 장황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가네모도의 마지막 모습만 아니었다면, < 오사카의 외로운 별 >은 더욱 진하게 가슴에 새겨졌을 것이다. 남자들이 손을 맞잡는 마지막의 비장함 끝으로, 김효천 의 액션영화를 흠모했던 선배들의 이야기를 발췌해 본다. 감격스럽게도 < 킬리만자로 >(2000) 이후 두 번째 영화 < 무뢰한 >을 촬영 중인 오승욱 감독은 <한국 액션영화>에서 “밑바닥 사내들의 야비함과 비겁함, 그리고 그들의 이상향적인 <수호지>적인 의협, 이런 것에 대한 과잉 애정이 너무나 지나쳐 오히려 그것이 장점이 되어버린 과잉의 영화”라며 ‘노골적인 빨갱이 혐오’ 정서에 대해서는 “그 꽉 막힌 혐오와 증오가 왜 우리의 바탕인지를. 그의 영화를 보며 우린 그 시대의 오줌 지린내 고약한 우리 동네의 뒷골목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라고 썼다. 또 < 돌려차기 >(2004)를 만들기도 했던 남상국 감독, 남정욱 이 쓴 「한국영화, 황금기를 찍다」에서는 김효천에 대해 아래와 같이 상찬하고 있다. “김효천 감독의 영화에는 ‘감정’이 있다. 어지러운 시대에 살면서 자신도 어쩔 수 없는 운명을 받아들이는 사나이의 격한 감정이 살아있다. 주인공을 분노의 끝까지 몰아넣고, 관객이 마음 속 깊이 주인공이 복수를 해 주길 원할 때, 마음 같아서는 관객이 스크린으로 뛰쳐 들어가 악당들을 쳐 죽이고 싶을 때, 바로 그 때! 주인공의 분노를 터트리고, 주인공의 주먹에 악당들은 지리멸렬 나가떨어지고, 관객들은 가슴이 뻥 뚫리면서 주인공의 복수에 박수를 치게 하는 그런 연출의 대가다.” 김희라 이경실 박근형 감독: 김효천 각본: 김효천 개봉극장: 중앙(서울) 관람인원: 30,271(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