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 감독
- 김민용
- 제작년도
- 2004
- 출연
- 이우범, 문대영, 이종운, 신호영, 김지해, 김혜진, 김형석, 박철환, 김정선, 문선희, 사브리나, 김민용
지옥에서 보낸 한철 올해 많은 주목을 받았던 다큐멘터리는 시리아 내전, 그 중에서도 알레포 봉쇄작전을 아이를 둔 엄마의 시선과 극적인 스토리로 담아내며 큰 화제를 모았던 < 사마에게 >(와드 알-카테아브 , 에드워드 왓츠, 2019)와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담은 < 카불, 바람에 흔들리는 도시 >(아부자르 아미니, 2018)일 것이다. 중동의 석유와 패권을 노리는 강대국들의 복잡한 셈법과 종교적 갈등이 겹치면서 늘 혼돈과 부침을 겪고 있는 지역이지만, 특히 미국과 소련(러시아)의 대립, 그리고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의 득세로 혼전의 양상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시차를 두고 유사한 진행과정을 거쳐온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의 최근 상황을 다룬 두 편의 다큐멘터리가 주목을 받았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카불, 바람에 흔들리는 도시>는 좀처럼 만나기 힘든 아프가니스탄 출신 감독이 연출한 아프간에 대한 다큐멘터리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아프가니스탄의 현대사에서 1979년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특히 1979년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오랜 혼돈의 중동역사에서도 중요한 변곡점이 되는 해로 기록된다. 79년 12월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은 현대까지 이어지고 있는 중동정세와 정치적 격변의 시발점이 되는데, 당시 미국이 중동의 교두보로 삼고 있던 이란의 친미정권이 혁명으로 무너지자 중동의 패권을 노리던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면서 미국과 소련의 대결이 시작된다. 하지만 소련에 맞선 이슬람 무장세력 ‘무자헤딘’의 전면적 항전으로 10년 동안 전쟁을 치르게 되고, 이 기간 동안 소련에 맞서는 탈레반을 비롯한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에게 미국이 무기와 자금을 지원했다가 이후 이 세력들과 적으로 만나면서 다시 맞서게 된다는 역사의 아이러니는 잘 알려진 사실. 당시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이슬람 원리주의와 무장투쟁의 확산에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고 1996년부터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통치하기도 했는데, 역사적으로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강대국들의 침략을 겪어온 아프가니스탄은 19세기 영국과의 전쟁에 이어 소련, 그리고 미국으로 이어지는 강대국들의 침략과 항전으로 늘 부침을 겪어왔다. <카불, 바람에 흔들리는 도시>이 보여주는 카불은 총성과 포탄으로 가득한 지옥도가 아니다. 자살폭탄의 위협이 상존하고 죽음의 그림자가 늘 가까이 있는 곳이지만 사람들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는 일상을 살아간다. 영화에는 두 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우선 낡은 버스를 몰며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버스운전사 아사드. 할부로 버스를 구매한 아사드는 고장 난 버스를 수리하기 위해 낡은 부품을 구하러 다니고 여기저기 돈을 빌리는 처지. 빨리 버스운전으로 돈을 벌어 할부금을 갚아야 하는 처지지만 고장 난 버스를 수리할 제대로 된 부품을 구매할 자금이 없는 사면초가의 상황에서도 여전히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는 낙천적인 성격이기도 하다. 살아오는 동안 10% 정도가 평화로운 시절이었다고 말하는 아사드에게 자살폭탄과 전쟁보다 더 위협적인 건 생활고. 하지만 적당히 비열하고 잔머리를 굴리는 아사드의 면모는 아내에게 숨겨둔 돈이 없는지 떠보고 친정으로부터 돈을 구해올 수 없는지 은근히 강요하는 장면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특히 영화의 중반, 중도금을 지불하지 못하자 버스를 돌려줘야 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일부러 버스엔진을 망가뜨렸다고 고백하는 장면은 영화의 압권으로,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여전한 인간적인 욕망과 이해타산을 잘 보여주는 인간미 넘치는 장면이다.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카불을 떠나야 하는 아버지로부터 가장의 역할을 떠안게 되는 소년 아프신과 동생. 일상이 된 전쟁의 공포 속에서 살아가는 소년들을 다룬다는 점에서 2018년 화제를 모았던 <멀리 개 짖는 소리가 들리고>와 공유하는 정서가 있다. < 멀리 개 짖는 소리가 들리고 >(시몬 레렝 빌몽, 2017)는 2014년 크림반도를 둘러싼 영토분쟁이 촉발한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 성향의 분리주의자들이 벌인 내전의 주전장이 되었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총성과 폭발음 속에서 살아가는 소년들의 일상과 공포를 다룬 영화. 공간은 다르지만 소년들이 감내해야 하는 일상의 공포와 척박한 현실은 크게 다르지 않다. ‘절대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지 말 것’과 ‘꼭 나무에 물을 줄 것’을 당부하고 떠난 아버지의 뒤를 이어 가장의 역할을 해야 하는 아프신은 동생과 놀아주고 아버지를 대신해 사회봉사에 참여하고, 어머니를 대신해 시장에 나가 설탕을 사오곤 한다. 그래서 클로즈업으로 담아내는 어린 아프신 형제의 꿈과 공포에 대한 독백은 더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영화의 마지막. 자연의 순환을 따라, 겨울이 다가오고 내린 눈은 카불을 뒤덮는다. 결국 버스를 고치지 못한 아사드는 버스 안내원이 되었고, 아프신과 동생은 지붕에 쌓인 눈을 치운다. 그렇게 또 한 계절이 지나가고 그들은 여전히 일상을 살아갈 것이다. 영화는 늘 존재하는 자살폭탄과 위험을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고 폭력적이거나 자극적인 장면을 전혀 담아내지 않는다. 다만 2016년 발생한 ‘데 마장 광장 자살테러사건’으로 인한 피해자들의 무덤과 그들에 대한 친구들과 가족들의 기억이 간간히 언급될 뿐이다. 최근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는 아프간 내부의 상황을 2015년부터 카메라에 담던 감독은 2016년 ‘데 마장 광장 자살테러사건’을 목격한 후, 폭력적인 장면을 영화에 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중국계로 네덜란드에서 활동중인 프로듀서 지아 자오와 팀을 이루며 제작초반단계부터 주목을 받았던 프로젝트로,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와 부산국제영화제로부터 제작 초반단계에서 지원을 받았고 이후 유럽에서도 상당한 관심과 제작지원을 받으며 완성되었다. 2018년 11월 2018년 암스테르담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개막작으로 공개되었다.
2003년 | 코리아엔터테인먼트 감독: 김경형 | 원작: 최수완 | 각본: 박연선 | 각색: 김경형 | 제작, 기획: 이서열 허대영 | 촬영: 지길웅 | 미술: 오상만 김현옥 | 음악: 이경섭 CAST 수완: 김하늘 | 지훈: 권상우 | 종수: 공유 | 호경: 김지우 | 지훈 부: 백일섭 | 지훈 모: 김혜옥 | 수완 모 : 김자옥 | 수완 부: 오승근 2000년대 초 한국영화의 트렌드 중 하나는 인터넷 소설과 청춘영화의 결합입니다. < 엽기적인 그녀 >( 곽재용 , 2001)부터 시작되어 < 늑대의 유혹 >( 김태균 , 2004)에서 정점을 맞이했는데, 그 중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영화가 바로 < 동갑내기 과외하기 >였습니다. 이 영화로 김하늘은 새로운 이미지를 더했고, 권상우는 스타덤에 오를 수 있었죠. 2002년 12월에 촬영 현장을 공개했습니다. 장소는 양수리 종합 촬영소의 세트장이었고요. 수완(김하늘)과 지훈(권상우)의 첫 과외 장면이었는데요, 지훈은 ‘호사다마’를 당구 용어로 여기고 ‘to 부정사’는 몰라도 ‘정사’는 안다며 깐족대는 동갑내기 제자입니다. 그런 제자 앞에서 수완은 철 없는 연애 사건을 들켜 버리네요. 낮에는 과외 전선에서 뛰고 밤에는 스쿠터를 타고 닭 배달을 하는 수완. 고등학교를 유급한 제자 지훈 앞에서 포커페이스가 되지 못해 결국은 화를 터트립니다. 이 영화 전까지 김하늘은 ‘멜로’ 이미지가 강했고 TV 중심으로 활동했는데요, ‘청춘 코미디’ 장르로 영역을 확장하고 영화배우로서도 확고히 자리를 굳히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됩니다. 대학 진학? 지훈의 목표는 소박합니다. 고등학교 졸업! 하지만 아직 공부할 자세가 되지 않은 모양입니다. 권상우는 당시 20대 후반의 나이였지만 < 화산고 >(김태균, 2001) < 일단 뛰어 >( 조의석 , 2002)에 이어 계속 교복 입는 캐릭터를 맡았습니다. 2004년엔 < 말죽거리 잔혹사 >( 유하 )에 출연하기도 했죠. “유니폼 입는 캐릭터가 그래도 멋진 것 같아요. 나중에 신부 역할도 한 번 해보고 싶어요.” 예언이었을까요? 그의 꿈은 1년 후 < 신부 수업 >( 허인무 , 2004)으로 이뤄집니다. “사면초가가 무슨 뜻이야?” “다구리 붙을 때 사방에 적이라는 뜻이지!” 불량스러운 수업 태도를 보여주던 지훈은 아예 담배까지 꺼내 입에 뭅니다. 하지만 담배를 피우지 않는 권상우는 포즈 잡기가 어색한지 연신 고개를 갸웃거리며 자세를 고쳤습니다. 티격태격 하는 설정이지만 현장에서 김하늘과 권상우는 척척 죽이 맞는 호흡을 보여주었습니다. “정말 에너지가 넘쳐요. 촬영할 때마다 느끼는 건데, 상대방을 참 기분 좋게 해주는 배우예요. 저는 감정 기복이 심해서, 아무 것도 아닌 일에 짜증을 낼 때가 있는데요, 권상우 씨는 만나면 기분이 좋아져요. 그게 우리 영화에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아요.”(김하늘) “하늘 씨는 나보다 오래 연기한 선배지만, 상대방을 주눅 들게 하는 게 아니라 편안하게 만들어줘요. 나중에라도 기회가 닿으면 하늘 씨랑 꼭 다시 연기하고 싶어요.”(권상우) 그리고 두 사람은 3년 후에 < 청춘만화 >( 이한 , 2006)에서 재회하죠. “<동갑내기 과외하기>가 지금까지 나온 코미디랑 다른 점이 있다면 ‘깨끗한’ 코미디 영화라는 점이에요. 제목이 ‘과외하기’인데, 난잡할 수 있겠어요?(웃음)”(권상우) “코미디에 대해 안 좋은 선입견이 있다면 그건 배우들이 망가진 행동으로 웃기려 들기 때문인 것 같아요. 우리 영화에도 물론 그런 장면이 없지 않죠. 하지만 막무가내로 웃기려는 게 아니라 시나리오와 상황으로 웃긴다는 게 장점이에요.”(김하늘) 결국 참지 못한 수완은 지훈의 코에 담배를 쑤셔 넣습니다. 권상우가 아플까 싶어 김하늘이 몇 차례 NG를 거듭하자 김경형 감독이 한 마디 던집니다. “아프게 쑤셔 넣어도 괜찮으니까, 그냥 힘차게 해!” 감독의 디렉션에 용기를 얻은 김하늘은 과감한 연기로 단번에 오케이 사인을 받았습니다. 이 영화로 뒤늦은 데뷔를 하는 김경형 감독은 노랗게 염색한 머리로 현장에서 단연 돋보이는 존재였습니다. KBS에 입사해 드라마 현장을 먼저 접한 그는 이후 영화의 매력에 빠져 사표를 던지고 충무로에 뛰어들었고 <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 >( 김성홍 , 1990)의 연출부 생활을 했습니다. 그리고 마흔 세 살의 나이에 첫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를 만났습니다. 대부분 슬픈 역할을 맡았던 김하늘에게 <동갑내기 과외하기> 현장은 조금은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감독님이 나이에 비해 참 젊으세요. 장난꾸러기?(웃음) 감독님이 오히려 저희들한테 애교도 부리시고요. 그러니까 스태프들도 편하게 풀어지고 배우들도 풀어지고… 분위기가 좋을 수밖에 없죠.” 김경형 감독이 권상우에게 연기 지도를 하고 있는 와중, 김하늘은 휴지를 입에 대고 기침을 합니다. 촬영 당시 몸살 감기였는데요, 이날 촬영도 병원에 들러 주사를 맞고 오느라 조금 늦게 도착했죠. 그런데… 그 감기가 바로 권상우에게 옮은 것이었다는 사실. “감기 걸려서 입원까지 했다가 거의 나을 때쯤 됐는데, 상우 씨가 또 감기에 걸려서 온 거예요. 저한테 감기 옮긴다고 장난으로 막 침 튀기고 그랬는데, 정말 다시 감기 든 거 있죠.”(김하늘) “제가 진짜 죽일 놈입니다.(웃음)”(권상우) 김경형 감독이 이런저런 포즈를 취하며 장면의 톤을 배우들에게 전합니다. 한편 두 배우가 이 영화를 선택한 건 시나리오의 힘이 절대적이었다고 하네요. “시나리오를 차 안에서 단숨에 다 읽었어요.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그냥 하겠다고 했죠.”(권상우) “저도 차 안에서 봤는데, 원래는 드라마 <로망스> 촬영중이라 그 대본을 봐야 하는 상황이었거든요. 근데 잠깐 본다고 읽기 시작한 <동갑내기 과외하기> 시나리오를, 차에서 내려 식사하러 갈 때까지 들고가게 됐어요. 그리고 쉽게 결정 내렸어요.”(김하늘) 영화에선 ‘날나리’지만 학창 시절 권상우는 ‘범생이’였습니다. “저는 진짜 고등학교 때 커피숍 한 번 안 가봤어요. 친구들이랑 운동하고, 주말에 영화 보러 가고, 가끔 친구네 집에서 놀고. 담배도 안 피우고요. 재밌게 노는 학생이긴 했어도, 겁이 많아 얌전했어요.” 사정은 김하늘도 마찬가지. “학교 다닐 때 제일 말썽 부린 게 지각 정도였죠.” 지길웅 촬영감독은 우리에겐 이준익 감독의 < 황산벌 >(2003) < 왕의 남자 >(2004)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동갑내기 과외하기>엔 신부 역으로 잠깐 출연하기도 하는데요, < 동갑내기 과외하기 레슨 2 >(2007)에선 김호정 감독과 공동으로 연출을 맡기도 했습니다. “지금 저한테 제일 중요한 것은, 일하는 게 행복하다는 걸 느꼈다는 거예요. 처음 일 시작할 때는 정말 행복하지도 않았고,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도 몰랐어요. 내가 왜 항상 밝은 척 웃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죠. 그게 다 일이 즐겁지 않아서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일하는 게 너무 행복해지고, 그러니까 좀 더 좋은 연기 보여줄 수 있게 되고… 저한테는 정말 중요한 변화예요.” 김하늘에게 <동갑내기 과외하기>는 일의 즐거움을 깨닫게 한 작품입니다. “저는 솔직히 드라마에 나온 제 모습을 보면 짜증나요. 주눅 들어서 연기하는 것 같아 보이거든요. 영화 촬영장에 오면 훨씬 편한 느낌이에요. 그래서 드라마보다 영화가 하고 싶어요. 이제 봄이 되면 데뷔한 지 딱 2년이에요. 그 동안 정말 열심히 했어요. 그런데 제가 출연했던 작품들을 보고 사람들이 ‘권상우 뭔가 했구나’라고 생각할 만한 건 아직 없었던 것 같아요.” 그에게 <동갑내기 과외하기>는 ‘권상우가 뭔가 한’ 첫 작품인 셈입니다. 부잣집 도련님답게 패러글라이딩이 취미인 지훈. 짝사랑하는 남자에게 실연 당한 동갑내기 과외 선생님을 위로하기 위해, 이후 함께 패러글라이딩을 타러 나간다. 필름 감는 소리만 조용히 들리는 가운데 연기에 몰입하는 권상우. 그런데 갑자기 동시녹음 기사가 버럭 호통을 칩니다. “누가 배에서 꼬르륵거려!” 그 주인공은 권상우였고, 멋쩍게 웃으며 자진납세 하는 바람에 현장은 웃음바다가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