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혜선 역할을 서민 김범이 한다면) 꽃보다 남친 1편
- 제작년도
- 2009
몇 주 전 뱃속에 둘째 아이 초음파 검사를 받는 날이었다. 통장에 잔고가 없어 이를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을 했다. 내가 한심하고 무능력하게 느껴졌다. 돈 들어올 곳도, 주위에 돈 빌릴 곳도 없었다. 그래서 우연히 새로 만들게 된 신용카드를 쓰기로 결심했다. 신용불량자 및 파산선고를 하는 대부분의 서민이 병원비와 같이 절대 지출의 과잉으로 생기는 것이라고,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찍는 선배가 이야기해줬다. 눈물이 찔끔 났다. 송윤희 감독의 < 하얀 정글 >은 바로 나와 우리의 이야기였다. 동시에 의사인 감독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더불어 의료를 공공의 복지체제가 아니라 자본의 산업체제로 끌고 가려 하는 이 사회의 이야기이다. 감독은 이를 이야기하기 위해 다수의 환자와 의사들 그리고 병원 운영자의 이야기를 듣는다. 돈이 없어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 1시간에 100명 이상의 환자를 진료해야 하는 의사들, 제약회사 및 민간자본에 의해 경쟁을 강요당하는 병원과 기형적인 공공의료시스템에 대해 감독은 성실하게 조사하고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영화를 보고 나면 내가 왜 그렇게 불필요한 검사를 받아야 했는지, 의사들에게 불친절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비싼 약값을 지불하면서도 왜 항의 한 번 하지 못했는지를 알게 된다. 그리고 이를 규제해야 할 국가가 어떻게 민간자본에 의해 조정 당하고 있는지 그 내부를 들여다보게 된다. 영화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부족하지만 그래도 양호한 우리 건강보험의 존폐 위기와 비인간적인 의료 민영화, 더불어 열악할 수밖에 없는 공공의료의 역사와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기도 한다. “난 돈 없어서 병원에 안가”, “낳는다는 보장도 없는데 돈 쓰기가 아깝고..”, “내가 죽으면 그게 이슈가 되어 아이가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수술 보증금이 없어 아들을 죽였어요, 그놈의 돈이 원수예요” . 영화를 보는 내내 정말 많이 울었다. 그리고 환자들은 절대 약자라는 감독의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인간마저 상품이 되어버린 지금의 소비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없는 사람들은 의료 혜택에 소외될 수밖에 없고 그래서 우리에게는 인간중심의 공공의료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감독의 이야기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 권리, 돈 때문에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지 않을 가장 기본적이며 상식적인 사회를 꿈꾸는 게 과연 허황된 욕심일까? 감독의 이야기대로 “다시 한 번 전의를 가다듬고 너무나 당연시되는 이 사회의 소외 현상에 대해 한 번쯤 미간을 찌푸리고 재고해 볼 수 있기를” 바란다. 물신화된 신자유주의의 정글 속에 살아가는 우리의 현재를 깊이 있게 성찰했으면 한다. 거짓말 같은 오늘을 부정하며 그래도 조금의 희망을 이야기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가입시켜주는 건강보험이나 셀 수 없는 대출 광고, 상조회사 광고들로 넘쳐나는 세상보다는 아프지 않고 돈 없이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그런 삶의 방법에 대해 광고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실증적으로 그리고 직, 간접적으로 우리에게 실천을 요구하는 영화, 그래서 이 영화가 많이 보여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제 그 변화의 시작에 나와 우리가 함께 했으면 좋겠다. 의료 서비스 운운하며 “의료 민영화에 대해 왜 그렇게 걱정이 많으십니까?” 라고 역정 내던 한 고위 당직자의 말에 이런 대답을 해 주고 싶었다. “그래, 우리 걱정 많다. 니들이 그러니까 걱정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 XX!' 찔끔 흘렸던 눈물을 닦아내고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시작해야겠다. 이제 일어나야 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