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리 큐브릭 특별전 통합검색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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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리 큐브릭 특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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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의시네마테크]스탠리 큐브릭 특별전 - 킬러스 키스, 킬링
‘2주의 시네마테크’의 목표는 시네마테크 KOFA 상영작 중 충분히 알려지지 않은 작품을 조금 더 자세하게 소개하여 관객 여러분의 관심을 촉구하는 데에 있다. 한마디로 영업이다. 하지만 새삼 스탠리 큐브릭을 영업하기란 멋쩍은 일이 아닐 수 없다. 하다못해 스티븐 스필버그만 돼도 상대적으로 인기가 덜한 작품, 실패작, 괴작 취급당하는 작품을 거론할 수 있을 텐데, 상대는 데뷔작 < 공포와 욕망 > 외에는 실패작이 없다는 큐브릭이다. 비평적 찬사도 끝이 없고, 특정 시대의 양식에 구애받지 않는 외형을 지닌 영화를 만든 덕분에 ‘흑백 영화’, ‘고전 영화’ 경험이 많지 않은 관객에게도 낯섦 없이 다가설 수 있어 세대를 막론하고 널리 사랑받는 감독 아니던가. 새삼 <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나 <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 < 시계태엽 오렌지 >나 < 샤이닝 >이 어떤 영화인지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그런즉, 여기서는 다만 이번에 상영하는 작품 중 그나마 덜 알려진 초기작 두 편, < 킬러스 키스 >와 < 킬링 >만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두 편의 범죄 영화는 큐브릭의 대표작으로는 거론되지 않지만, 아직 ‘손보다 생각이 앞서는’ 젊은 야심가의 풋풋함이 당대의 필름 누아르 유행과 뒤엉켜 주도권을 다투는 광경에서 이후 작품들에서는 찾기 어려운 인간미를 맛볼 수 있다. 혹 큐브릭의 대표작들에서 느껴지는 외계인이 인간을 실험대 위에 올려놓고 쿡쿡 찔러보는 듯한 냉정함이 거북스러운 분들께서는 이 두 편에서 온기를 찾으실 수 있을지도 모른다. < 킬러스 키스 Killer’s Kiss >(1955) 참신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야말로 극영화의 최우선 목표라고 생각한다면 < 킬러스 키스 >는 건너뛰고 바로 < 킬링 >으로 넘어가도 좋다. 한물간 권투선수와 댄스홀의 댄스 파트너가 질투심 많은 댄스홀 사장을 뒤로하고 도시를 떠나고자 한다는 이야기에는 독창성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려 했다기보다는 영화 언어를 다루는 솜씨를 갈고닦기 위한 최소한의 줄거리를 이용했을 뿐이라는 인상이 들 정도다. 대신 큐브릭은 여기서 필름 누아르의 관습을 차용해 보이스 오버 내레이션과 플래시백을 한껏 뒤섞으며 저예산 영화의 빈곤함을 돌파하려 몸부림치는 한편, 직접 촬영을 맡아 눈이 멀 정도로 밝은 광원과 먹물을 끼얹은 듯한 그림자를 대조시켜 가장 지저분한 골목마저 아름답게 포착한다. 거친 편집과 무딘 연기, 티 나는 후시 녹음 같은 미숙함도 단점으로만 남는 대신, 다듬어지지 않은 현장의 생생함과 충돌하면서 이후의 큐브릭 영화에서는 맛보기 어려운 통제되지 않은 에너지를 뿜어낸다. 특히 골목과 지붕을 누비는 기나긴 추격전 끝에 마네킹 창고에서 벌어지는 혈투에는 이전까지 보여주었던 도시 문명의 껍질을 벗고 야만의 상태로 돌아간 두 인간의 육체와 육체가 맞부딪치며 헐떡이는 날것의 감각이 있다. < 킬링 The Killing >(1956) < 킬링 >은 < 오션스 일레븐 > < 도둑들 >처럼 여러 도둑들이 합심하여 무언가를 터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절대 놓쳐서는 안 될 강탈 영화계의 걸작이다. 또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팬이라면 < 저수지의 개들 >의 비선형적 시간 구조를 기억하실 터인데, 바로 그 원형이 <킬링>에 있다. 보이스 오버 내레이션을 맡은 해설자는 건조한 목소리로 이곳저곳을 오가고 시간까지 거꾸로 돌리면서(“같은 날 한 시간 전, 도시의 다른 곳에서는…”) 퍼즐을 맞추듯 경마장 털이를 향해 장면을 하나씩 쌓아나간다. 늘 그렇듯 계획이 흔들리는 결말부에서 절로 터져 나오는 탄식마저도 가련한 범죄자들을 향한 이입에서 우러나오는 안타까움이기 이전에, 영화 자체의 능수능란한 리듬을 향한 경탄처럼 느껴질 정도다. 정녕 이것이 불과 1년 전 < 킬러스 키스 >를 만든 이의 솜씨란 말인가? 동시에 이 시절의 큐브릭은 아직 독재자보다는 팀 플레이어였는지, 필름 누아르 계를 주름잡은 베테랑 배우들의 개성을 즐길 만한 여유도 넉넉하다. 영화 자체가 꼼꼼한 리더의 계획 속에 팀원들이 각자의 기량을 뽐내며 관객의 시선을 앗아가는 일급 강탈 영화인 셈이다. 상영 시간도 부담 없는 84분. 걸작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오락물을 찾는다면 바로 이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