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프 드림스
- 감독
- 스티브 제임스
- 제작년도
- 1994
'미국 흑인 빈민가 출신 윌리엄 게이츠와 아서 에이지의 NBA 진출에 대한 꿈'으로 간단하게 압축될 다큐멘터리 < 후프 드림스(Hoop Dreams) >는 두 소년이 14살일 때 시작해 대학에 입학하는 것에서 끝난다. 감독은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두 소년과 그들의 가족을 카메라에 담는다(실제로는 거의 7년 동안 촬영했다고 한다). ‘제2의 아이제아’라는 주목을 받으며 성조셉학교에 들어간 윌리엄은 무릎 부상과 남부결승전 패배 등을 겪으며 어느새 농구가 자신에게 ‘일’이 되어버렸음을 깨닫는다. 장학금과 후원 등을 받으며 입학 시절부터 기대주로 떠올랐던 윌리엄에게는 한때는 잘 나갔지만 지금은 실업자를 쉬이 벗어나지 못하는 형과 가족들이 있다. 윌리엄과 함께 동네에서 멀리 떨어진 성조셉학교에 들어가지만, 최고의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아서는 수업료 인상과 함께 학교를 그만두어야 한다. 흑인들이 다니는 마샬 공립학교로 전학 온 아서는 마약에 찌든 아버지와 전기가 끊기는 가난 속에서 조금씩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다. “여긴 미국이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말이 진리가 되어버린 이곳에서 NBA는 단순히 하나의 스포츠가 아니다. 농구를 통해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하려는 윌리엄과 아서의 뒤에는 그들의 슛과 스피드 하나 하나를 간절하게 바라보는 가난한 가족과 실업, 미비한 복지 시스템, 마약과 강도, 열악한 교육 환경으로 얼룩진 미국의 흑인 사회, 선수를 사고파는 치열한 비즈니스의 세계가 자리하고 있다. 코치는 실력있는 선수들에게 장학금이 있는 것은 여기에 돈이 오고가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하고, 선수들을 스카우트하는 전문가들은 스스로를 ‘사람을 사고 파는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윌리엄의 형과 아서의 아버지는 자신이 못 이룬 꿈을 두 사람이 대신 이루어내길 바라고, 마약쟁이와 강도 이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이 곳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는 농구 선수로 성공해, NBA에 진출하는 것뿐이다. (선뜻 동의하기 힘들지만) 이 영화를 `스포츠 농구가 어떻게 흑인들의 영혼과 육체를 부식시키는가를 다룬 스티브 제임스의 다큐멘터리`라고 소개한 글을 발견하게 되는 것도 아마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두 소년의 주인공과 가족, 그리고 학교를 카메라에 담은 감독은 최소한의 내레이션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한다. 위기에 처해 있거나, 좌절할 만한 일이 닥쳐도 감독은 과하게 감정을 드러내거나 섣불리 그 상황을 판단하고 개입하지 않는다. 모든 일이 잘 풀릴 것만 같던 윌리엄은 무릎 부상을 겪으며 조금씩 흔들리고, 좀처럼 진지해보이지 않는 아서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점점 단단해진다. 4년의 시간 동안 두 사람이 겪는 기복, 즐거운 순간과 감동적인 순간, 좌절하고 실망하는 순간들을 함께 하다보면 세 시간에 달하는 러닝타임이 무척 짧게 느껴진다. 윌리엄과 아서를 번갈아 보여주는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계속해서 두 사람의 행방이 궁금해지고, 그들이 선수로 뛰는 농구 경기는 그야말로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서로 다른 행로를 이어가던 두 사람이 서로의 경기장을 찾고 재회하는 모습은 복합적인 감정들로 얽힌, 설명하기 어려운 감동을 선사한다. 성조셉 학교의 경기를 보기 위해 몇 년 만에 자신이 섰을 수도 있을 경기장을 찾은 아서의 뒷모습만으로도 이 영화는 참 많은 것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이 긴 영화에 리듬감을 부여해주는 박진감 넘치는 농구 경기 장면의 편집은 감탄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