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와함께한 식스센스
- 제작년도
- 2011
사실 이 영화는 내가 2년 전에 먼저 보고는 진짜 친한 친구들 아니면 알려주지 않았던 작품이다. 왜냐하면 내가 리메이크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리메이크할만한 작품이면 오히려 더 알려서 영화 자체의 지명도를 올려야 하지 않냐는 생각이 들 텐데, 이 영화는 숨겨야만 했다. 이유는 너무나 강력한 반전을 지닌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반전이 이 영화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영화 사상 반전이 강력한 작품들은 많다. < 식스 센스 >나 < 유쥬얼 서스펙트 >는 물론 좀 과거로 가 보면 < 혹성 탈출 > 등이 떠오르는데, 그런 반열에 들어갈 만큼 대단한 영화는 아니다. 평이한 가족 코미디 영화일 뿐이지만 어마어마하게 눈물 폭탄을 던질 수 있는 대반전을 지니고 있다. 안타깝게도 이 글을 읽으실 분들에게는 그 반전의 힘이 좀 약해질 수 있겠다. 미안하지만 이 영화의 반전은 ‘반전이 있다’는 정보를 가진 상태로 관람했을 때의 효과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자 그럼 반전을 잊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 보자는 뻔뻔한 제안을 해 본다. 이 영화는 멕시코 작품이고, 스페인어가 주로 사용되는데 주 배경은 미국이다. 2013년 미국 개봉 당시 5천만 달러 이상의 박스 오피스 성적을 거둬 스페인어 영화 역사상 미국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운 바 있다. 영화가 시작되면 결코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끌 수 없을 것만 같은 외모를 지닌 한 남자가 온갖 여성들과 사랑을 나누고, 여성들은 그에게 결혼을 원하는 상황이 전개된다. 이 남자의 이름은 그야말로 로맨틱한 뉘앙스의 발렌틴. 어쨌든 발렌틴이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고, 또한 자신도 그런 여성들과의 관계를 신나게 즐기고 있다는 설정 자체가 하나의 과장에 의한 코미디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한 여인이 침대 위에서 두 여인 사이에 누워 있던 발렌틴을 찾아온다. 어린아이 하나를 데리고 말이다. 이쯤 되면 < 과속 스캔들 >도 떠오르고 < 세 남자와 아기 바구니 >도 떠오르고 온갖 내가 모르는 내 아이가 내 눈앞에 나타나는 수많은 가족/혹은 섹스 코미디가 떠오르는데, 이야기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 아이 엄마는 택시비를 내러 가겠다고 한 이후 기약이 없고, 발렌틴은 아이를 떠맡게 된다. 이런 경우 보통 아이를 어쩔 수 없이 떠맡아 기르는 한 남자의 분투기가 펼쳐질 텐데 발렌틴은 가열차게 아이를 거부하며 미국으로 간 아이 엄마를 찾아 아이를 돌려주기 위한 여행을 펼친다. 그러면 아이를 데리고 여행하는 로드 무비로 전개돼야 할 텐데 여행은 싱겁게도 짧게 끝나고 LA에 도착하고 만다. 하지만 아이 엄마는 이미 뉴욕으로 떠나 버렸고 발렌틴은 아무 연고도 없는 타국 땅에서 아이와 함께 덩그러니 남게 된다. 그러던 중 발렌틴의 놀라운 재능 하나가 발견된다. 그것은 바로 스턴트맨의 재능이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그렇게 딱 맞췄는지 그 자리에 스턴트맨 매니저가 있었고 발렌틴은 할리우드에서 매우 잘 나가는 스턴트맨이 된다. 그러면서 수입이 생겨 아이를 키우며 살게 된다. 아이의 이름은 매기. 태어나서 한 번도 아이를 돌본 적이 없는 싱글 대디 발렌틴은 아이를 제대로 키우는 건지 아닌지 무조건 아이를 행복하게만 만들어 주려고 애쓴다. 엄마는 세상을 돌아다니며 온갖 환상적인 일을 하는 모험가로 소개됐고, 발렌틴은 매기에게 세상은 온갖 판타지로 가득 찬 곳이라고 거짓말을 한다. 도대체 이유가 뭘까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발렌틴이 친구의 병원에서 ‘치유가 되지 않는다’는 불치병 판정을 듣게 된다. 아, 그 유명한 시한부 드라마가 펼쳐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뉴욕에서 변호사로 화려하게 변신한 아이 엄마가 자신의 여성 연인과 함께 나타나 매기를 도로 찾아가겠다는 선언을 한다. 그리고 마치 < 아이 엠 샘 >처럼 아이를 놓고 서로 데려가겠다는 법정 드라마가 펼쳐진다. 이쯤 되면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막장 드라마가 펼쳐지게 되는데, 후반부의 정서는 다분히 여성 혐오에 기대고 있어 만약 누군가 리메이크를 한다면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수정해야 하겠다. 이후에 펼쳐지는 반전은 계속 잊고 보시는 게 좋겠는데 또 이야기를 해 버렸네. 죄송. 제목 이야기를 해야겠다. 한국 개봉 제목은 < 사랑해, 매기 >, 제목을 짓겠다는 의도를 지니고 1초 만에 반사적으로 만든 후 아무 생각 없이 내놓은 듯한 느낌의 무취 무미 무감각한 제목이다. 미국 개봉 제목, 그러니까 영문 제목은 < Instructions Not Included > 번역하자면 ‘사용설명서 없음’이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나라에 정식 수입되기 전에 매체 혹은 인터넷에서 돌던 제목은 <사용설명서 없는 선물>이었다. 발렌틴에게 처음 매기가 도착했을 때의 느낌을 제목화 한 것이다. 그렇다면 멕시코 개봉 당시의 스페인어 제목은 무엇이었을까. < No Se Aceptan Devoluciones >다. 구글 번역기의 영험한 힘을 빌려 우리말로 옮기면 ‘환불 불가’라는 간단한 어구가 뜬다. 이쯤에서 제목의 태도들을 한 번 살펴볼까. 멕시코의 원제는 반전을 절대 들키지 않고 관객들을 완벽하게 속이겠다는 마케팅실의 굳은 의지가 엿보인다. ‘거추장스러운 딸을 맞이하게 된 발렌틴’이라는 초반부의 플롯에 집중하게 만드는 제목이다. 미국 개봉제목 역시 비슷하다. ‘인생에 없던 딸이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어쩔 줄 몰라 하는 발렌틴’의 이야기로 영화를 설명한다. 그에 비해 <사랑해 매기>는 그야말로 장사를 포기한 제목이다. 제목 그 자체의 무 취향은 둘째 치고, 발렌틴의 매기에 대한 사랑만을 강조하면서 뒷부분의 드라마에 기대를 가지고 집중하게 한다. 이 영화는 주로 ‘영화 개봉 전 누구나 접하게 되는 초반부 스토리라인에 기대를 가지고 들어와 후반부 예상을 뒤엎는 전개에 놀라고 반전에 낚여 눈물 흘리는 관객’들을 타깃으로 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그렇게도 저주받은 이유는 개봉 제목이 한몫한다는 이야기다. 할리우드에서의 대성공을 뒤로하고, 이 영화는 전 세계적으로도 많이 알려졌다. 특히 프랑스에서는 < Demain tout commence >(내일 모든 것이 시작된다)라는 제목으로 올해 리메이크돼 며칠 전에 개봉했다. <언터쳐블: 1%의 우정>의 오마 사이가 주인공을 맡았다니 흥행이 기대된다. 아무래도 후반부의 여성 혐오적 부분이 프랑스 관객들에게 어떻게 작용하는지, 혹은 그 부분을 어떻게 수정했는지가 성공 여부의 관건이 될 것 같다. 한국에서도 어느 영화사에서 리메이크를 할 것이라는 소식이 있던데, 나를 감독으로 채용하진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