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포의 이야기 나라
- 제작년도
- 2006
- 출연
- 권혜성, 심희섭, 홍범기, 이종혁, 이미자, 정미리, 김기흥
그리스신화, 이집트신화, 중국신화 등 세계의 유명 신화들은 그동안 애니메이션의 소재로 많이 쓰였고 지금도 계속 쓰인다. 반면 우리의 전통 신화는 일반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인지 애니메이션화가 잘 되지 못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와 우리 신화의 재조명 바람과 함께 애니메이션계의 관심도 점점 늘어나 여러 작품이 제작되었다. 이성강 이 감독한 < 오늘이 >는 그런 움직임의 시작점에 있다. 제주 신화에 나오는 ‘오늘이’는 사계절을 주관하는 여신이라 한다. 강림들에 살지만 태생조차 모르던 한 소녀가 자신을 보살펴 준 학의 품을 떠나 부모가 살고 있다는 원천강을 찾아 여행길에 오른다. 그 과정에서 별충당의 장상도령을 비롯해 연화못의 연꽃, 청수바닷가의 이무기 등을 만나고 그들의 숙원을 모두 풀어준다. 그 덕인지 옥황상제의 부름에 하늘로 올라간 소녀는 선녀가 되고, 이후 원천강에 돌아가 부모를 돌보고 사계절도 관장하게 된다. 오늘이 신화는 겉으로 보면 장황하게 느껴지지만 결론적으로는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자신이 누구며, 특히 앞으로 무슨 일을 하며 살아갈지를 헤아려가는 것이 테마다. 답은 소녀의 이름에 있다. 바로 오늘, 그 오늘을 열심히 사는 것이다. 그러나 애니메이션에서는 이런 오늘이 신화를 전부 그려내지는 않았다. 선녀를 만나거나 부모와 상봉하는 부분 등 거추장스럽거나 구태의연한 부분은 없앴다. 여정도 원천강에서 출발해 원천강으로 돌아가는 식으로 심플하게 다듬었다. 때문에 이야기는 더 쉽게 이해가 된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를 연상케 하는 캐릭터는 주목할 만하다. 장상도령의 히스테릭함, 연꽃의 의인화, 이무기의 수다 등 매우 특징적인 조연들의 모습이 극의 재미를 살린다. 그들이 등장할 때면 오늘이는 주인공이 아니라 오히려 조연처럼 느껴질 정도다. 줄곧 오늘이를 따라다니는 살아있는 보라색 여의주는 감초 역을 충분히 해낸다. 이런 캐릭터성은 이성강 이 이전 작품들에서 보여준 것보다 훨씬 상업적이다. < 덤불 속의 재 >(1999) 등 단편 작품들부터 상업 장편인 < 마리이야기 >(2001)에 이르기까지 그의 애니메이션은 전반적으로 차분했다. 하지만 < 오늘이 >에서만큼은 작심이라도 한 듯 상업 작품의 생기발랄한 요소를 의식적으로 심어 넣은 느낌이 역력하다. < 오늘이 >는 예술성과 상업성의 경계에 놓여 있다고 하겠다. 물론 표현 면에서 어설픈 점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이성강 의 필로그래피에서 <오늘이>의 존재는 창작 방향이 예술 작품에서 상업 작품으로 넘어가는 분기점이 되고 있는 듯하다. 내러티브 면에서 미완성성이 강한 우리 신화를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미완성이기에 바꿀 여지도 많다고 본다. 오늘이 신화 외에도 우리만의 특색이 잘 나타나 있는 신화는 아직도 무궁무진하다. 모든 것이 애니메이션의 소재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 오늘이 >는 그 가능성을 오래전에 보여주었다. 2004년 자그레브 애니메이션 영화제 특별상 등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초청받아 좋은 성과를 얻은 것도 그 때문은 아닐까 싶다. 우리 신화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구성한 < 오늘이 >는 아이들은 물론 우리 것을 잘 모르는 어른들도 보면 좋을 애니메이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