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여행자 루크
- 감독
- 이정우
- 제작년도
- 2020
경기천년바탕체 R(저작권자: 경기도, 출처: 한국저작권위원회 ) (위 이미지 클릭 시 유튜브 영상으로 이동) 20년 역사의 예술영화 전용관 대전의 원도심이라고 불리는 대전 중앙로에 위치한 대전아트시네마는 예술영화 전용 상영관으로, 스스로를 ‘예술영화 지기’라고 칭하고 있는 강민구 대표가 2006년 4월에 개관하여 이후 계속 운영하고 있다. 대전아트시네마는 1990년대 말부터 전국적으로 본격화된 시네마테크 운동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강민구 대표는 ‘전국시네마테크연합’이라는 모임에서 활동을 하면서, ‘시네마테크 운동’의 관점에서 대전에도 예술영화 상영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처음에는 다른 극장을 대관하거나 문화회관 같은 공간을 대관하여 영화제를 열었으나, 안정된 상영 공간이 확보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본인이 살고 있던 지역에 예술영화관을 개관했다. 2002년 시네마테크 단체들이 연합해서 출범한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가 서울아트시네마를 개관하는 것을 본 것이 자극이 되었다. 또한 당시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진행한 예술영화관 운영 지원사업의 대상이 되어 영화관 개관에 큰 도움을 받았다. 강민구 대표는 처음 2006년에는 대전 선사유적지 근처에서 ‘시네마테크 대전’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일 년간 운영을 했는데, 그 장소가 요양병원으로 바뀌면서 2007년 현재의 자리로 이전했다. 현재의 대전아트시네마 공간은 이전 ‘동보극장’이었다. 영화관 시설이 어느 정도 갖춰져 있다는 점이 이전의 이유가 되었다. 원래는 바로 인근에 7개 관을 운영하고 있던 대전아카데미극장을 임대하고 싶었으나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게 돼서 동보극장을 임대하게 되었다고 한다. (대전아카데미극장은 2016년 7월 31일 영업을 종료했다) 현재도 동보극장의 기물들을 상당 부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원도심에는 원래 대형 영화관뿐 아니라 소극장 등도 있었으나 멀티플렉스가 생기면서 2, 3년 사이에 급격하게 다 사라져 버렸다. 대전아트시네마 강민구 대표 현재 대전아트시네마는 옛 충청남도청사 방향으로 목척교를 지나기 전 대로변 건물 3층에 위치하고 있다. 기차역 대전역에서 내려서 도보로 5분 거리이며 인근에 대전의 명소로 불리는 ‘성심당’ 본관은 물론 ‘중앙시장’과 ‘스카이로드’가 있어서 서울과 경기도 지역에서 오는 여행자들이 들러야 하는 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현재 대전아트시네마 위치는 기차역과 지하철역에서 도보로 접근이 가능하고, 자동차를 가지고 온다고 해도 중앙시장 공영주차장이나 인근 건물의 복합주차빌딩을 이용할 수 있어서 접근성이 높다. 대전아트시네마가 위치한 지역은 주민들에게 구 시가지의 중심이라는 의미를 가진 ‘원도심’이라고도 불린다. 이전까지는 지리적으로 대전의 중앙에 있었던 지역이었으나 현재는 유성이나 대전 서구 쪽으로 계속 범위가 넓어지면서 둔산이 중앙이 되었다. 2000년대 중후반 지하철 대전역이 생기면서 이 지역이 다시 활성화되고 있다. 특히 시내버스가 대전역 앞으로 오게 되면서 대전의 20~30대들의 원도심 유입이 많아졌다. 또한 대전아트시네마가 영화제나 기획전을 열면 대전 이외의 지역, 특히 서울과 경기 쪽 영화 마니아들이 기차를 타고 참석하는 경우도 많다. 대전아트시네마 로비 전경 138석의 상영관 건물 입구에서 계단을 따라 3층으로 올라와서 대전아트시네마로 들어오면 좌측에 ‘시네마테크관’이 있다. 시네마테크관은 28석인데 영화 상영이 가능한 강연 공간이다. 기획전이 열리기도 하지만 워크숍과 대관 등의 행사가 주로 진행된다. 우측에는 휴게 공간이자 로비가 있다. 이곳에서는 티켓 발권도 가능하고 음료도 주문이 가능하다. 로비에 영화 관련 서적과 DVD, 영화 포스터 등이 놓여 있고 영화 관람 전 티켓 발권을 하고 쉴 수 있는 카페처럼 꾸며져 있다. 로비에는 방대한 양의 영화 DVD가 있는데 대전아트시네마 회원으로 가입하면 무료로 빌려주고 있다. 회비는 월 만 원이며 영화를 볼 때마다 회원가입을 하면 삼천 원씩 할인해주고 있다. 시네마테크관 전경 로비에서 우측으로 들어가면 상영관이 있는데, 상영관은 1관이고 좌석은 총 138석이며 10분이 경과되면 입장을 할 수 없다. 면적은 전체적으로 보면 100평 정도 되고, 상영관이 50평, 휴게실이 30평, 시네마테크관이 20평 정도이며 옥상이 있다. 날씨가 좋을 때는 옥상에서 ‘옥상영화제’라는 이름으로 영화 상영과 음악 공연 등을 진행했다. 원래 좌석은 2층을 포함하여 193석이었는데 필름 영사기를 대체한 디지털 영사기의 공간을 2층에 마련하게 되어 2층에 관객을 출입시키지 않고 있다. 더 이상 쓰지 않는 필름 영사기의 부속들은 서울아트시네마에 기증했다. 그런데 현재는 10,000안시 빔 프로젝터로 상영을 하고 있다. 디지털 영사기가 있으나 보수비용이 너무 비싸서, 맥미니를 통해서 프로레스 파일로 받아 상영한다고 한다. 취재 시점 영화진흥위원회 지원사업에 선정되어서 상영시스템을 보수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상영관 1층 전경 대전 영화예술문화의 아지트 대전아트시네마는 예술영화 전용관답게 개관 이래 한결같이 예술영화와 독립영화를 대전 시민들에게 소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주기적으로 기획전과 영화제를 개최하고, 영화 비평 수업 및 제작 강좌 등을 열기도 하는 등 영화를 사랑하는 시민들에게 아지트 역할을 한다. 2019년부터 시작한 ‘대전철도영화제’는 지역민들로부터도 큰 호응을 받고 있다. ‘대전의 역사와 영화를 교차시킨다’라는 취지를 걸고 있는데 철도와 함께 성장한 도시라는 정체성을 지역 주민들에게 부각함과 동시에 만나기 힘들었던 고전 명작들과 한국 독립영화 신작들을 발굴하여 상영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영화인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겨서 《씨네21》이 2020년 독립예술영화관에 대한 기획 기사를 연재했을 때, < 윤희에게 >(2019)를 연출한 임대형 감독과 < 스틸 플라워 >(2016), < 재꽃 >(2016) 등에 출연한 정하담 배우가 본인들에게 인상 깊었던 독립예술영화관으로 대전아트시네마를 지목하기도 했다. 임대형 감독은 대전아트시네마가 2011년에 에릭 로메르 감독의 추모전을 하고 있을 때 방문한 기억을 술회했으며, 정하담 배우는 2017년 <재꽃>을 개봉했을 당시 대전아트시네마 옥상에서 열리는 GV 행사에 참여 한 뒤, 그때의 분위기는 물론 당시 대전아트시네마에서 일하는 청년 스태프의 열정에 대해서도 감탄했다고 한다. 이렇듯 이십 년의 시간을 거쳐 온 대전아트시네마는 이제 많은 영화예술인들에게 추억의 공간이자, 성장의 터전이 되어주고 있다. 공간 및 운영개요 1) 위치 : 대전시 동구 중앙로 192, 3층 2) 설립일 : 2006년 4월 3) 대표자 : 강민구 4) 규모 : 면적 212.37㎡(상영관 약 50평, 휴게실 약 50평) 5) 극장 구성 (관수, 관별 좌석 수, 훨체어석): 대전아트시네마 1관 136석, 시네마테크관 28석 6) 운영시간 및 정기휴무 : SNS 및 공식카페에 상영시간표 공개, 연중무휴 7) 입장료 및 할인 정책 : 일반 8,000원, 청소년/노약자/장애인 7,000원, 회원 5,000원 8) 조직도 및 조직 구성 : 대표, 대전철도영화제 스태프 9) 구성원 : 강민구 대표, 신진희 스태프 10) 주요 장비(영사 장비, 음향) : 빔 프로젝터, 맥미니(ProRes 파일 상영) 취재 일자: 2024년 8월 29일 글/인터뷰 진행: 김문경 사진: 허 성
경기천년바탕체 R(저작권자: 경기도, 출처: 한국저작권위원회 ) (위 사진 클릭 시 유튜브 인터뷰 영상으로 이동) 강릉 시네필을 위한 명소: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은 홈플러스, 중앙시장, 월화거리 등이 있는 강릉의 시내 한 가운데 쌍둥이 빌딩인 ‘신영 빌딩’의 우측 건물 4층에 위치하고 있다. 구도심이긴 하지만 강릉 시내 어디에 있건 10분이면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에 도착할 수 있다. 위치는 이곳의 이름이 신영극장이었을 때와 동일한데, 1990년 신영극장이 폭설로 무너져서 이듬해 다시 건물을 지을 때 같은 위치에 지었다. 신영극장 시절부터 강릉 사람들은 ‘신영극장 앞에서 보자’라는 약속을 많이 했다고 한다. 극장 바로 앞에 있는 버스 정류장 이름이 오랫동안 ‘신영극장’이라서 극장에 한 번도 오지 않은 강릉 사람이 있다고 해도 버스 정류장 이름은 모두 알 정도이다. 강릉역 KTX가 개통되어 강릉을 찾는 발걸음이 늘어나면서 특히 서울에서 온, 영화를 좋아하는 여행자들이 신영극장을 찾는 경우도 많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 밤의 해변에서 혼자 >(2016)에서 김민희 가 혼자 영화를 보는 극장이 바로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인데, 사람들은 강릉 바다를 보러 가거나 커피를 마시러 가기 전에 순례 코스처럼 이곳에 들르곤 한다.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 로비 전경 건물 내부를 살펴보자면, 4층까지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서 올라갈 수 있어서 장애인 접근성이 좋은 편이며,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서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면 라운지가 나오는데, 정면에 필름 영사기가 크게 보인다. 영사기 너머로 테이블과 소파 의자 등이 놓여 있다. 라운지 안에는 영화를 보러 온 관객들의 대기 공간과 매표소가 있다. 기다리는 동안 자료를 둘러보고 차와 커피, 음료는 물론 팝콘을 구매할 수 있다. 한쪽 벽에는 현재 상영 중인 영화 홍보물들은 물론 이전 상영작들의 포스터들이 붙어 있어서 작은 영화 박물관 같은 느낌을 준다. 또, 대여할 수 있는 블루레이와 DVD도 진열되어 있고 음료는 물론 팝콘도 구매할 수 있다. 한쪽 벽에 흰 타일로 재개관 당시 극장의 보증금을 후원한 사람들과 기관들의 이름이 적혀 있고, 이전 신영극장일 때의 좌석 배치도와 관람자 준수사항이 적힌 오래된 액자도 걸려 있다. 우여곡절의 역사 신영극장은 강릉의 네 번째 극장으로 1965년 11월 1일, 극장주 최종승 씨에 의해 문을 열었다. 당시 810개의 좌석을 가진 극장으로 강릉의 다른 극장보다 규모가 꽤 커서 학교 학예발표회나 지역의 공무원 교육장으로도 많이 이용되었다고 한다. 1990년 강릉에 기록적인 폭설이 내렸을 때 쌓인 눈을 이기지 못하고 지붕이 무너졌는데 다음 해인 1991년 9월 6일 최종승 씨는 무너진 신영극장 자리에 새로 쌍둥이 건물을 올린 뒤 신영 1, 2관을 오픈해서 제2의 전성기를 열었다. 2005년 최종승 씨 사망 이후 직원들이 극장 경영을 유지하다 2007년부터 아들인 최상순 대표가 인수해 운영했다. 그러나 2000년대부터 강릉 지역의 영화관람 가능 인구와 관람객이 감소한데다 멀티플렉스의 위세에 밀려 2007년 7월 2관을 폐관하고, 2009년 2월 4일 마지막 상영을 하며 1관마저 폐관하게 되었다. 상영관 내부 이후, 강릉의 시민모임이자 영화 단체인 ‘강릉씨네마떼끄’가 기금 모금과 영화진흥위원회 지원사업 선정으로 구 신영극장의 2관에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을 다시 열게 되면서 독립예술영화 전용관으로 재탄생했다. 강릉씨네마떼끄는 극장 좌석마다 시민들의 후원금을 받아 이름을 새겨주는 ‘나는 주인이다’ 프로젝트로 보증금을 마련해 지역 최초 민간 비영리 극장으로 2012년 5월 18일 문을 열었다. 신영극장 2관에서 ‘독립예술극장 신영’으로 개관한 이후 현재까지 강릉의 유일한 독립예술영화 전용극장이자 단관 극장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운영은 강릉 지역 유일의 영화단체 ‘강릉씨네마떼끄’가 지속하고 있다. 강릉씨네마떼끄는 1996년에 창립된 영화단체로 독립예술극장 신영의 운영과 함께 매년 8월에 열리는 ‘정동진독립영화제’를 개최하고 있다. 이후 재정적인 이유로 2016년 3월 1일부터 1년여 간 임시휴관을 한 뒤 강릉시의 안정적인 지원 약속을 바탕으로 다음 해인 2017년 3월 24일 재개관했다. 당시 강릉시는 “독립영화에 대한 시민들의 접근성을 확보하고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한다”라며 5천만 원 지원을 결정했다. 이는 기초자치단체로서는 전국 최초로 독립예술영화 전용관에 직접 지원한 사례이다. 재개관과 동시에 내부를 리뉴얼을 했는데, 기존 200석에서 111석으로 좌석을 변경했다. 이후 2022년 2월 10일에는 전 좌석을 가죽 시트로 변경하고 4K 레이저 영사기를 도입했다. 그러나 2023년 다시 폐관 위기에 놓이는데 독립예술영화 전용관을 지원하는 강릉시와 강원도의 보조금이 2023년 들어 전액 삭감되면서 심각한 운영난을 맞닥뜨렸기 때문이다. 이에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은 극장을 이어가기 위해 2월부터 3월까지 2개월간 후원 캠페인을 벌여 4천만 원의 후원금을 달성하였고 지자체로부터도 추가경정예산을 약속받았다. 로비의 DVD, 블루레이 컬렉션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은 현재 국내외 다양한 작품을 하루에 5편씩 매일 상영하고 있다. 강릉씨네마떼끄 회원 회비는 월 1만 원 이상으로 회원들에게는 기념 스탬프 발행과 할인 혜택을 주고 있고,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이 보유하고 있는 DVD, 블루레이도 무료로 대여 가능하다. 비회원은 DVD 2000원, 블루레이 3000원을 내고 대여한다. 지역민들의 주도로 만들어지고 유지되는 독립예술영화 전용관이라는 점이 현재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의 가장 큰 특성이다. 신영은 버스정류장 이름으로 유적처럼 강릉 주민들에게 남기보다는, 동시대를 살고 있는 문화예술공간이자 극장으로 살아남기 위해 꾸준한 행보와 더불어 치열한 고민과 모색을 하는 기로에 있다. 공간 및 운영 개요 1. 위치 : 강원 강릉시 경강로 2100 4층 2. 설립일 : 최초 신영극장은 1965년 11월 1일에 개관 2012년 5월 8일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이라는 이름으로 재개관 3. 대표자 : 강릉씨네마떼끄 (비영리 민간극장) 4. 규모 : 상영관 크기 (W*D*H) 11.2 * 18.4 * 5, 62.5평, 주차장 없음 5. 극장 구성 (관수, 관별 좌석수) : 1개관 111석 (일반좌석 107석, 휠체어 4석) 6. 운영시간 : 평일 12시 오픈, 주말/휴일 10시30분 오픈 (하루 작품 5~6편 상영), 매월 첫째 주 월요일 정기휴무일 7. 입장료 : 일반 8,000원, 회원(강릉씨네마떼끄/나는주인이다/시네필) 7,000원, 청소년 7,000원, 초등학생 5,000원, 노인/장애인/미취학아동 4,000원, 조조 6,000원 8. 조직 구성 (5인) 대표(권정삼), 사무처장(프로그래머 겸임, 송은지), 사무국장(운영팀, 김슬기), 홍보팀(자원활동가 2인) 9. 공간 구성 상영관 1관, 매점 1개(매표소와 같은 공간), 휴게실 1개(매표소와 같은 공간으로 의자 20석 비치되어 있음) 필자 : 김문경 사진촬영 : 허 성 취재 및 인터뷰 일자 : 2023년 4월 24일
야심한 밤의 주유소, 프레임 오른쪽에 도열한 급유기들과 바닥에 무질서하게 그려진 흰색의 사각형, 후경의 도로 뒤편에서 오토바이 한 대가 프레임을 수직으로 가르며 달려와 카메라 앞에서 멈춘다. 프레임 왼쪽에서 주유원이 프레임 인하여 주유구를 열고 기름을 주입하기 시작한다. 이 깊은 공간의 가장 앞쪽에서 특별한 사건이 벌어지리라는 예감을 주는 긴 쇼트가 지속되는 동안 주유가 끝나고 오토바이의 라이더가 시동을 걸자 카메라가 슬금슬금 뒤로 물러선다. 넓어진 화각의 카메라는 축축하고 어두운 도로, 전반적으로 컴컴하고 듬성듬성 불이 켜진 건물들, 황녹색 신호등 사이를 달려가는 오토바이를 인도하는 것 같다. 하나의 쇼트로 서술되는 이 신에서 영화의 주인공 태훈(서준영)이 막 도착했고 관객들은 그의 이야기를 따라가게 될 것임을 짐작한다. < 회오리 바람 >(2009)은 기대감을 형성하는 설정의 기능을 통해 서사의 심부(深部)로 관객을 끌고 가는 인상적인 프롤로그를 제시한다. 플롯을 주재하는 모티프는 전형적인 ‘소년 소녀를 만나다’ 구조이다. 태훈과 그의 동급생 여자 친구 미정(이민지)은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속초여행을 다녀오는데, 이 일탈적 여행이 초래한 여파, 악화하는 관계의 추이가 내러티브의 골간을 이룬다. 서로에 대한 깊은 애착을 실현할 수 없는 곤경에 처한 소년 소녀에 관한 이 로맨스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변주라고도 할 수 있는 익숙한 스토리이다. 이와 같은 유서 깊은 스토리 유형의 장점은 그 익숙함으로 인해 내러티브를 파악하는 것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그 너머를 볼 수 있게 한다는 점이다. 마음을 사로잡는 순간들은 모두 그런 장면들이다. 장건재 감독의 성취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흔들리고, 부유하며, 때로는 격렬하게 요동하는 존재의 상태를 시청각적인 기술(記述)을 통해 서술해낸 것이다. 이를테면 프롤로그 이후 ‘3개월 전, 고2 겨울방학’으로 시간이 점핑하여 속초여행의 끄트머리로 향하는 플롯은 저들의 존재와 앞날을 암시하는 한 신을 제시한다. 속초고속버스터미널, 태훈과 미정은 각각 흰색 콘크리트 기둥과 쇠기둥 사이에 우두커니 서 있다. 쓰레기통에 담배를 비벼 끄고 프레임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태훈을 카메라가 따르는 동안 미정은 고개를 푹 숙이고 그를 외면하는 자세로 선다. 짙은 그림자가 잠식한 프레임 뒤편에서, 숨겨져 있던 쇠기둥들을 걸치고 태훈은 한 사내에게 “서울에서 올라왔는데 돌아갈 차비가 없다”며 여비를 구걸한다. 태훈은 서울로 돌아가 계좌로 빌린 돈을 붙여드리겠다고 청하지만 예상할 수 있는 그대로 사내는 돈이 없다며 거절한다. 곤란한 표정의 태훈이 대합실 입구에서 안을 두리번거리는 모습을 고개를 돌려 바라보던 미정은 그가 다음 상대를 골라 프레임 왼쪽으로 이동하는 동안 다시 바닥으로 고개를 떨군다. 태훈은 일군의 젊은 여행자들에게 같은 요청을 하지만 용건이 끝나기도 전에 냉랭한 거절의 답을 듣는다. 다시 프레임 오른쪽으로 몸을 돌려 대합실에서 나오는 중년의 여인에게 사정을 이야기할 때 상황이 반전된다. 태훈의 기색을 살피던 여인은 “얼굴이 아주 심각하구만”이라고 관심을 보이더니 이런 일을 여러 번 겪었다는 듯, “붙여준단 소리 하는 학생은 또 처음 보네, 인상이 좋아서 꿔주는 거야”라며 지갑을 연다. 구제의 가능성이 보이자 “도착하는 대로 꼭 붙여드릴게요”라고 다짐하듯 말하는 태훈에게 이 구원자는 “믿어보는 거지 뭐, 진짜 줄래나 안 줄래나”라고 혼잣말을 한다. 태훈의 이동 경로를 따라 프레임 앞으로 슬그머니 이동한 미정은 콘크리트 기둥 뒤에서 태훈과 여인의 대화를 엿듣고 있는 관객의 관점을 공유한다. 물경 2분 20여 초 간 지속하는 기나긴 이동 쇼트는 불안한 구도와 기우뚱한 자세로 선 소년 소녀의 현재와 앞날에 대한 적확한 묘사이다. 호의를 보인 구원자의 바람과 달리 태훈이 빌린 돈을 돌려주었을 가능성은 없다. 태훈에게는 서울로 돌아가기에 충분한 여비가 있었으나 다만 초코바와 우동을 사 먹을 돈이 필요했을 뿐이다. 이 가벼운 배신의 삽화는 다소간 약삭빠른 태훈의 성격을 암시하는데, 이와 같은 캐릭터의 일관성은 PC방에서 마주친 건달들을 속이려다 숨겨둔 돈과 신발을 모두 빼앗기고 린치까지 당하는 장면(이 신은 마치 선의의 구원자를 배신한 이전 행위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것으로 보인다)에서 섬세하게 유지된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이곳저곳을 이동하는 태훈의 움직임과 그를 완전히 외면하지도 가담하지도 못하는 미정의 제스처를 한 호흡으로 담아낸 롱테이크 쇼트는 이후에 진행될 서사의 궤적을 지시한다. 저들은 이 즉흥적인 바다 여행을 빌미로 강제로 이별하게 될 운명이다. 소년은 변덕이 있고, 즉흥적이며, 괴팍스러운 구석이 있는데 비해 소녀는 주변을 의식하는 소심한 성격이다. 소년은 둘의 관계가 끝났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집착을 보이지만 소녀는 이미 결단을 내리고 그를 외면한다. 태훈은 새로운 관계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는 고집불통으로 미정의 침실 창문을 두드리거나 은밀하게 뒤를 밟아 알아둔 학원을 찾아가 소리를 지르고 물건을 던진다. 태훈의 불쾌한 행동과 그를 더 보고 싶지 않다는 미정의 절교 선언은 겨울 바다 여행의 끄트머리에서 이미 예견된 바이다. 이 지점에서부터 두 사람의 선택은 미세하게 갈라지게 된다. 표면적인 이야기 너머를 향하면서 영화의 의미맥락을 풍부하게 하는 영화적 묘사의 힘은 충동적으로 내린 결정이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가를 보여주는 후속 신에서도 드러난다. 자식들의 일탈을 눈치챈 미정의 부모가 태훈과 그의 가족들을 집으로 초대하여 문제의 해결을 도모하는 장면이다. 얼마간 거들먹거리는 성격을 가진 미정의 아버지(최효상)는 위스키를 마시면서 두 아이에게 각자의 행적을 적게 하고 서로 불일치하는 부분이 있는가를 확인하려 한다. 범죄 조서를 꾸미듯 하는 조사가 이루어지고 저들이 이치에 맞지 않는 스토리를 적어 냈을 때 미정의 아버지가 갑자기 이성을 잃고 발목에서 칼을 꺼내 나무 탁자 위에 꽂는다. 핸드헬드 쇼트는 극도의 혼란을 전달하고, 점프 컷은 미정의 뺨을 때리고 골프채로 장식장 유리를 부수는 아버지의 광란의 퍼포먼스를 단속적으로 보여준다. 태훈을 향한 아버지의 욕지기는 별안간 텔레비전 모니터에서 흘러나오는 괴성으로 전환되는데 이는 텔레비전 영화 정보 프로그램에서 소개되는 공포영화의 한 장면으로 연결된 것임이 밝혀진다. 상이한 타임 라인을 잇는 사운드의 연결 패턴은 이후에도 반복될 것이다. <회오리 바람>의 특이점은 소년, 소녀가 그해 겨울의 체험을 겪어야 했던 이전의 상황이 전혀 제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야기 자체에 내재해 있는 회귀적인 지향성에 근거하여 그들을 둘러싼 주변이나 세계와의 접점을 공유하지 못한 상태로 표랑하는 열여덟의 특성을 형상화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 외 상황, 캐릭터, 서사를 전달하는 연출의 스타일 전략, 디테일은 잘 조율되어 있으며 디지털 영화 제작의 가능성이 만개하던 시절 DV 캠으로 촬영한 이미지의 생생함, 시간과 주의를 낭비하지 않는 촬영, 섬세한 연기의 세트피스를 보여준다. 빈번한 롱테이크는 나른하고 우울한 분위기에 기여하고 상당한 현실감을 불러일으키는 세부 묘사는 반항심에 찌든 십대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디지털 비디오로 촬영한 바람의 이미지, 텍스처는 거칠지만 아련한 느낌을 자아내기 때문에 미성숙한 시절에 관한 이 가슴 아픈 이야기의 무드와 잘 어울린다. 중국 음식을 배달하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태훈의 오토바이가 행인을 친 뒤 급격히 암울해지는 분위기는 텅 빈 겨울 바다를 무대로 들려오는 태훈과 미정의 화면 바깥 대화와 대비를 이룬다. 지나 버린 시절의 격정 안에 영화가 포괄하고자 했던 것은 두 사람의 마지막 모습에서 확실해진다. 험준한 산길과 사막을 걷는 태훈이 모습은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방황이 오래 지속될 것임을 말한다. 시간이 다시 점핑하여 ‘3개월 후, 열아홉’이 된 미정은 진즉에 상실을 받아들인 것 같지만, 체육관 벤치에 앉아 있는 그녀의 목엔 태훈이 준 목걸이가 매달려 있다. 얼마 후 부드러운 파도 소리가 들리더니 바닷바람을 맞은 듯 머리카락이 흔들린다. 두 사람의 미래가 완전히 암울하지 않다고 말하면서 시간은 겨울 바닷가 여행이 시작했던 순간으로 돌아간다. 바람의 이미지는 백사장을 덮은 눈밭 위에 발자국을 내며 태훈이 움직일 때 매섭게 부는 바람의 사운드로 이어진다. 미정 역시 태훈과 마찬가지로 잘 억누르고 있었을 뿐이다. 주유소, 터미널, 미정의 집, 바닷가 눈밭에서의 움직임과 정지, 동요는 영화가 묘사하고자 한 ‘바람’의 다양한 층위를 드러낸다. 바람은 마음을 설레게 하고, 광기를 부리고, 차분하고, 들떠 있고, 안정을 주고, 불안하고, 차갑고, 따스하다. 정제되지 않은 시간과 존재를 흔드는 바람의 색깔은 열여덟의 고뇌와 황홀경, 삶의 혹독함을 이기는 기억을 생생하게 회상하는 이 영화가 보여주려는 것이다. (관련글) 1. 2000년 1월 1일 0시, 거꾸로 가는 기차 - <박하사탕>(1999), 2021.04.16. 2. 넥타이로 총을 겨누었을 때 - <올드보이>(2003), 2021.05.14. 3. 요리사는 어디로 가는가? - <오!수정>(2000), 2021.06.04. 4. 고반장은 이렇게 말했다 - <논픽션 다이어리>(2013), 2021.07.09. 5. 머리를 자르고 새 옷을 입는다고 해서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 <무산일기>(2010), 2021.08.10. 6. 엄마의 침통은 죄를 기억한다 - <마더>(2009), 2021.09.03. 7. 수인동성동형론(獸人同性同形論)에 따르면 -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2003), 2021.10.15. 8. 유능한 이야기꾼은 진실이 거기 없다는 것을 잊도록 하는 이야기를 지어낸다 - <버닝>(2018), 2021.11.12. 9. 죽음의 한 연구(硏究) - <파산의 기술>(2006), 2021.12.10. 10. 사마귀가 사마귀를 먹다 - <춘천, 춘천>(2016), 2022.01.07. 11. 다시 태어난다면 다시 사랑한다면 그때는 우리 이러지 말아요 - <극장전>(2005), 2022.03.08. 12. 철없는 엄마와 파란만장한 남자들, 그리고 엔카 가수 - <그때 그사람들>(2004), 2022.04.06. 13. 도무지 집중이 안 되는 이야기 - <형사 Duelist>(2005), 2022.05.24. 14. 철의 신이 수장(水葬)시킨 고래의 추억 - <철의 꿈>(2013), 2022.06.16. 15. 골목길을 저절로 움직이는 자전거 - <풍경>(2013), 2022.07.14. 16. 일자로 아뢰리다 - <춘향뎐>(2000), 2022.08.11. 17. 연결연결, 믿음의 벨트 - <기생충>(2019), 2022.09.08. 18. 아마도 악마가 - <곡성>(2016), 2022.10.20. 19. 말도 안돼 기분 나쁜 그 제목은 나쁜 영화 - <나쁜 영화>(1997), 2022.11.25. 20. 황야의 울부짖는 개 - <복수는 나의 것>(2002), 2022.12.14. 21. 숟가락을 구부리는 것은 의미가 없어 보일 수 있죠. 하지만 그러한 힘을 가지고 이 세계에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게 중요한 겁니다 - <88/18>(2018), 2023.01.04. 22. 완전하고, 만족스러운 진실은 없다 - <파수꾼>(2010), 2023.03.03. 23. 이미지의 확실성과 증거력에 대한 회의 - <김군>(2018), 2023.04.05. 24. 범죄의 요소 - <괴물>(2006), 2023.05.17. 25. 투명인간이 되는 법 - <빈집>(2004), 2023.07.05. 26. 어차피 우리는 유령이 될 거예요 - <후쿠오카>(2019), 2023.08.30. 27. 생라면, 참치 통조림, 라이터, 휴지, 그리고 사시미칼 - <넘버3>(1997), 2023.10.05. 28. 풍등(風燈)은 날아가고 - <해피엔드>(1999), 2023.10.18. 29. 504호, 고아, 사라진 애, 시체... 이제 마지막 남은 얘기 하나 - <소름>(2001), 2023.11.06. 30. 열여덟, 바람의 색깔 - <회오리 바람>(2009), 2023.11.20. 31. 가면고(假面考) - <반칙왕>(2000), 2023.12.11. 32. 문은 두 방향으로 나 있다 - <두 개의 문>(2012), 2023.12.28. 33. 지옥의 복도 - <아수라>(2016), 2024.01.08. 34. 삼(3)의 몰락 - <성적표의 김민영>(2021), 2024.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