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가시
- 감독
- 정수희
- 제작년도
- 2009
경기천년바탕체 R(저작권자: 경기도, 출처: 한국저작권위원회 ) (위 이미지 클릭 시 유튜브 영상으로 이동) 1959년부터 이어져 온 동두천의 터줏대감 1959년 경기도 동두천시 생연동에서 문을 연 동광극장 은 현재 국내에서 가장 오래되고 유일한 상업용 개봉영화 단관 영화관(스크린을 하나만 갖춘 극장)이다. 전국에 단관 영화관들이 몇몇 있지만 예술영화 전용관, 실버극장 등으로 운영이 되고 있고 개봉영화 상영관으로 단관인 곳은 동광극장이 유일한데, 단독 건물이기까지 하다. 건물 자체가 영화관을 하기 위해 만들어졌는데 1986년에 수리를 위해 천장을 뜯을 때 상량에 “1959”라고 쓰여 있는 것이 발견되기도 했다. 2024년 기준으로 2,500편이 넘는 영화를 상영했다. 현재 극장 대표인 고재서 씨가 1986년 인수하여 관리 및 운영 중이다. 동광극장이 오랫동안 지역에서 자리하게 되면서 극장 근처 다리 이름도 ‘동광교’라고 불리게 되었고, ‘동광’이라는 이름이 붙은 슈퍼마켓이나 카페 등이 영화관이 운영되는 긴 역사 내내 인근에 있곤 했다. 2024년 현재도 동광극장 백 미터 거리 안에 동광슈퍼, 동광호프, 카페동광, 동광여인숙 등이 있다. 2011년 도로명 주소가 생길 때(2011년 도로명 주소 고시, 2014년 전면 시행) 영화관이 있는 지역은 ‘동광로’가 되었다. 동광극장 인근에는 동광극장처럼 지역에서 오래된 ‘문화극장(2관 운영)’이 있으며 ‘양키시장(구 애신시장),’ ‘제일시장,’ ‘중앙시장’이 있다. 블로그, 유튜브 등 개인 미디어 시대의 활성화와 더불어 이 지역으로 일명 ‘레트로 여행’을 체험하러 오는 젊은 층들이 시장과 영화관들을 둘러보곤 하는데, 그들에게 동광극장은 필수코스 중 하나이다. 지역 주민들의 추천에 의해 2023년 ‘경기도형 노포(오래된 가게)’ 중 한 곳으로 선정된 이후로는 개인뿐 아니라 지자체나 단체 등에서 공정여행이나 지역 역사 등을 주제로 여행 프로그램을 짜면서 지역의 명소로서 동광극장을 찾기도 한다. 경기 노포 같은 경우 경기도와 경기관광공사가 ‘경기도만의 정서와 이야기를 발굴해서 생활 관광의 대표 콘텐츠로 발굴한다’라는 목적으로 2023년 처음 실시한 것으로, ‘가게 운영 기간 20년 이상에 지역 정서를 반영하고 있어야 하며 보존 가치가 있는 곳’이라는 선정 조건에 부합해야 하는데, 영화관으로서는 동광극장이 유일하게 선정되었다. 건물 외벽 “경기노포” 표지 1950년대부터 동두천시에 영화관이 여러 개 자리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미군 기지 도시였던 것이 주요했다. 동두천시는 원래는 경기도 양주군 이담면이라는 작은 시골 면 소재지였으나 한국전쟁 중 미군이 주둔한 이후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동두천읍, 동두천시로 점차 승격되었다. 1951년에는 미국 육군 제24사단의 휴양소가 설치되었고, 1952년부터 1970년대까지는 미군 제7사단이 장기 주둔했다. 제7사단이 1970년 이후 본국으로 철수한 뒤에는 전방에 있던 미군 제2사단이 동두천으로 이전하고 총 6개의 미군 부대가 주둔해 왔다. 즉, 동두천시는 미군과 미군기지로 인해 인구가 늘고 지역 상권이 발전할 수 있었다. 1960~1970년대 동두천은 “리틀 시카고(Little Chicago)”라고 불리며 ‘동두천에 가면 한국 돈보다 달러가 더 많다’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의 호황을 누렸다. 1979년 당시 기준으로 동두천시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36%가 미군을 대상으로 한 생업에 종사한 것으로 집계되었을 정도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미군 부대가 단계적으로 철수하면서 미군이 80% 감소하였고, 이에 동두천시는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지역 경제를 지탱해 주던 미군들이 떠나면서 도심 상가들의 휴·폐업이 이어졌다. 미군에 의존해오던 동두천시 지역 경제가 쇠퇴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추억의 유물과 현재의 시스템이 공존하는 공간 동광극장 역시 호황기에는 영화 간판을 그리는 ‘화공’을 비롯하여 영화관 전체 직원이 10명에 달했다가 지금은 고재서 대표 1인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고재서 대표는 영사기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으며, 필름 영사기로 상영할 당시에 직접 영화를 틀기도 했다. 동광극장에 들어오면 보이는 ‘35mm 필름 영사기’ 같은 경우 영화 상영은 하지 않지만 지금도 작동 가능하게 관리되고 있다. 현재 영화 상영은 디지털 영사기로 상영되고 있는데 영사기는 모니터로 체크하고 매표기에도 전산화가 도입되어 있다. 한 번 영화를 틀면 최소 2~3주간 상영한다. 지금도 작동 가능한 로비의 필름 영사기 동광극장은 1993년 5월에 4개월간 문을 닫았다가 가을에 재개관했는데 그 당시 스크린과 음향 시설 등을 리모델링했고, 리모델링 이후 최신 영화를 가까운 곳에서 좀 더 쾌적하게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지역 주민들의 호응을 받으며 개봉관으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2012년 7월부터는 디지털 영사기로 상영 시스템이 바뀌었다. 필름 영사기로 상영한 마지막 작품은 < 연가시 >(박정우, 2012)였고 디지털 영사기로 상영한 첫 번째 작품은 < 도둑들 >(최동훈, 2012)이었다. 필름 영사기뿐 아니라, 동광극장은 외부와 내부 모두 현재의 영화관들과는 달리 영화관 초창기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서 이전의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추억을,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는 신선함을 준다. 이 때문에 영화박물관이나 촬영 세트장 같은 인상을 주기도 한다. 문을 열고 들어오면 입구 왼편에 매점이 있고 오른편이 티켓부스다. 그리고 나머지 전체가 휴게실인데 소파와 안마의자가 있고 영화관의 옛 사진들과 영화 포스터들이 구석구석 붙어 있다. 손으로 직접 쓴 관람 시 주의사항 표지는 물론 신문 기사 등도 있는데 동광극장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자료들이 휴게실에 모두 있는 셈이다. 휴게실 공간의 맨 끝에 철문을 열면 상영관에 입장하게 된다. 상영관 안에는 관객의 보행을 돕는 파란 LED 조명선이 있고 조명선을 따라 들어간 뒤 원하는 좌석에 앉으면 된다. 리모델링 당시 스크린 아래 무대를 뜯어내고 소파를 놓았고 그로 인해 50석이 줄어들었는데, 대신 앞뒤 객석의 간격이 넓어져서 더 쾌적해졌다. 1층 같은 경우 2009년에 전석 갈색의 가죽 리클라이너 소파와 간이 테이블을 설치하였는데 테이블과 보조 받침대가 있고 핸드폰 충전이 가능하도록 콘센트까지 설치되어 있다. 동광극장 상영관 내부 전경 동광극장은 건물 하나를 영화관으로만 쓰고 있다 보니 2층 건물 외부 전체가 상영작 포스터 간판을 비롯해서 영화관 관련한 표지들로 덮여 있다. 건물 맨 위에는 관객 수 1,000만 명이 넘은 한국영화들이 필름 모양 속에 나열되어 있고 그 밑에 노란색 액자 모양으로 크게 현재 상영 중인 영화의 포스터가 있다. 상영작을 홍보하는 간판 그림은 1990년대 말까지 그려졌다고 한다. 지금은 모두 사진으로 걸린다. 그 밑에 작게 “1959”라고 영화관이 문을 연 연도가 적혀 있다. 상영작 홍보 포스터 간판 밑에 전광판이 있고 그 밑에 “동광극장 상영 중”이라는 글자와 입구가 있다. 입구 같은 경우 도로가 새롭게 나면서 도로 쪽으로 방향을 바꾸었는데 옛 입구가 있는 건물 벽면에 극장 이름이 시멘트로 조각되어 남아있다. 동광극장 외관 간판 부분 근접 사진 이렇듯 예전의 모습을 가진 영화관 내·외부 모습 때문에 유명 드라마 촬영지로 등장한 바 있으며(드라마 <시그널>, 드라마 <응답하라 1988>) 김중미 작가의 자전적 소설 『나의 동두천』(2018)에도 등장한다. SNS상에서는 ‘와칸다 극장’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유튜버가 방문했을 2018년 당시 <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안소니 루소, 조 루소, 2018)가 개봉해서 전국적인 흥행을 하고 있었는데, 동광극장에서도 해당 영화를 틀고 있어서 영화 속 주요 배경인 ‘와칸다 왕국’ 이름을 따서 누리꾼들이 지은 것이다. “극장은 계속 열려 있어야 하니까” 현재는 설날이나 추석에 손님이 몰리는 편이고 흥행작이 개봉하면 지역 주민들이 극장을 찾아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지역 주민들이 많이 보러 온 작품은 2023년 11월 22일에 개봉한 < 서울의 봄 >(김성수, 2022)이었다. 평소에는 영화관에 영화 자체를 보러 오는 손님보다 레트로 여행 등의 컨셉으로 인근 시장들을 둘러보고 오래된 영화관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오는 사람들이 더 많다. 동광극장 같은 경우 지역신문을 비롯해 다양한 매체에 여러 차례 소개되었으나 장기적인 효과를 불러오지는 못했다. 전체적인 지역 경제 쇠퇴와 더불어 인근 멀티플렉스 영화관의 등장은 물론 코로나 시기 OTT의 급부상 등이 부진의 원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광극장은 개봉관이라는 타이틀을 내려놓지 않고 이어가기 위해 여러 차례에 걸친 극장 내부 리모델링 작업을 거쳤고, 매일 영화관을 열고 있다. 동광극장이 가진 소망은 1959년에 문을 연 이 자리에서 지금처럼 계속 개봉영화를 상영하는 상업영화관으로 지역에 남는 것이다. 극장주의 말을 빌리자면 “영화는 계속 만들어지고 있고, 그러므로 극장은 계속 열려 있어야 하니까.” 동광극장 로비 전경 공간 및 운영개요 1) 위치 : 경기도 동두천시 동광로 33 (생연동) 2) 설립일 : 1959년 3) 대표자 : 고재서 4) 규모 : 지상 2층, 면적 483.63㎡, 연면적 707.32㎡ 5) 극장 구성 (관수, 관별 좌석수, 훨체어석): 상영관 1개관 총 283석 (리클라이너 의자로 인해 실질적으로는 240석, 지정좌석제가 아닌 자율 착석) 6) 운영시간 및 정기휴무 : 자율적 운영, 정기휴무 없음 7) 입장료 및 할인 정책 - 일반인 주중 9,000원, 주말 9,000원, 문화가 있는 날 6,000원 - 군인, 간부, 소방공무원 주중 8,000원, 주말 8,000원, 문화가 있는 날 6,000원 - 청소년, 정복 군인 주중 7,000원, 주말 7,000원, 문화가 있는 날 6,000원 - 경로우대, 장애인, 국가유공자 주중 6,000원, 주말 6,000원, 문화가 있는 날 6,000원 - 어린이 주중 5,000원, 주말 5,000원, 문화가 있는 날 6,000원 8) 조직 구성 : 대표 1명 상근 9) 구성원 : 고재서 대표 1인 10) 주요 장비 (영사 장비, 음향): 디지털 영사기, 돌비 음향 시스템, 상영관 입구에 작동 가능한 필름영사기 취재 일자 : 2024년 6월 17일 글/인터뷰 진행 : 김문경 사진 : 허 성
영화와 도시는 닮아있다. 둘 다 근대의 산물이고, 집단과 익명을 전제로 하고, 무엇보다 어둠 속에 빛이 발현할 때 둘은 ‘어떤’ 에너지를 뿜어낸다. 여기 ‘도시’를 다루는 두 작품이 있다. 두 영화는 비단 ‘도시’를 제목으로 할 뿐 만 아니라 도시의 속성과 영화의 특성을 활용하고 실험한다. 정한 감독의 < 환영의 도시 >(2018)는 롯데월드타워 불꽃축제를 담은 실시간 동영상을 모은 작품이고, 박군제 감독의 < 거대 생명체들의 도시 >(2018)는 그래픽적 감각을 동원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논하면서 도시 재개발을 다룬다. 각각의 작품은 기존의 도시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게 도시와 영화의 ‘본다’는 키워드를 통해 색다른 도시리듬으로 구축하고 있다. 실시간의 감각 <환영의 도시>는 11분 동안 진행된 롯데월드타워 불꽃축제를 11분 동안 담은 영화이다. 영화는 감독이 직접 촬영한 영상이 아니라 온라인상에 오픈된 롯데월드타워 불꽃축제를 찍은 동영상을 모아 실제 사건의 시간과 영화의 시간을 연동시킨다. 다시 말해 11분의 불꽃놀이의 시간과 11분의 영화의 시간 그리고 그 시각 찍은 수많은 휴대폰 동영상 클립들은 영화의 새로운 시간감과 리듬을 구축한다. 사진과 달리 시간을 현재화하는 속성을 가진 영화는 이제 실시간 동영상이라는 질료와 함께 색다른 시간감을 만들어낸다. 각기 다른 사람들이 각기 다른 공간에서 동일한 이미지를 보고 온라인에 올린 동영상은 동시성과 연결성의 감각을 만들어낸다. 흥미롭게도 영화는 찍힌 대상인 불꽃놀이 자체의 이미지 보다 불꽃놀이를 찍고 있는 카메라 뒤 사람들의 존재를 강하게 느끼게 된다. 각기 다른 거리와 각도에서 찍힌 불꽃놀이는 카메라 뒤 찍는 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실시간 현장의 동시성과 다양성을 구축해낸다. 마치 생중계하듯이 불꽃놀이의 여러 현장을 동시에 드러내는 영화는 불꽃의 아름다움에 탄성을 지르는 동시에 40억 화약에 대한 자본을, 환경을, 노동을 나아가 동시대 사회이슈인 사드배치까지 소환해낸다. 실시간 다중의 감각은 불꽃축제 중 흘러나오는 아나운서톤 목소리로 인해 보다 강조된다. 전지적 시점의 권위적인 단일 목소리는 핸드폰 뒤의 다중의 생기 넘치는 목소리와 대비된다. 미시적 일상사를 나누는 목소리에 비해 이 목소리는 관습적이고 단호하고 단선적이다. “새로운 기적이 시작됩니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믿습니다.” 핸드폰 뒤 사람들은 그 목소리를 비웃기도 하지만 이어 나오는 아리랑을 따라 부르기도 한다. <환영의 도시>는 표면적으로는 대자본 대도시 소비의 정점인 롯데월드타워 불꽃축제의 스펙터클을 보여주지만, 그를 통해 볼거리를 향유하고 소비하는 관객의 보기 방식을 다루고 있다. 이제 볼거리는 그 자체의 스펙터클이 아니라 매개된 이미지로 부유한다. 순간을 기록하고 간직하고자 하는 욕망은 직접 보기를 대신해 이미지를 소유와 소비하고 나아가 박제한다. <환영의 도시>의 진짜 주인공은 그래서 스펙타클한 도시 건물이 아니라 도시에서 환상을 체험하는 방식이다. 일명 ‘소셜미디어적 관람 체험’이라고 할까? 디지털 스펙타클 보기의 방식을 실험하는 또 한편의 도시 영화가 있다. <거대 생명체들의 도시>는 표면과 이면의 역설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작품이다. 표면적으로는 뚜렷이 연결성이 없는 파편화된 장면들의 연속이지만 영화는 그 자체를 구성으로 본다/보이지 않는다를 도시 재개발과 엮어낸 흥미로운 작품이다. 첫 장면은 색감대비가 강렬한 그래픽과 비트감 있는 음악에 맞춰 한 남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눈에 띈다는 이유로, 징그럽다는 이유로 군화발로 짓밟아 죽이는 무당개구리 일화를 들려주는 장면은 실상 지시적 이미지가 부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순간 이미지와 사운드는 연동가능하다. 특히 무지개빛 그래픽에 이르러서는 본다와 보이지 않는다 사이의 어떤 섬뜩한 관계를 인지하게 한다. 다음 에피소드는 전자와 달리, 선명한 지시적 이미지를 가진 장면이다. 다리 밑 도시 재개발 현장을 조용히 응시하고 있는 영화는 이어 해운대 대규모 재개발 광고를 담는다. 흥미롭게도 이처럼 구체적이고 지시적인 이미지를 보고 있어도 실제로 무엇을 보고 있는 지 모호할 뿐 아니라 별 감흥이 없다. <거대 생명체들의 도시>는 이처럼 “본다 (혹은 보지 않는다)” 는 표면을 통해 본다(보지 않는다)의 이면에 대해 고찰한다. 볼거리는 <환상의 도시>처럼 기억과 기록의 욕망으로만 향하는 것이 아니라 인식과 편견의 영역으로도 나아간다. 보이지 않는다면 무심하겠지만 눈에 띄는데 징그러우면 죽인다의 혐오의 감각은, 보이지만 의미화가 일어나지 않으면 무감각해지는 지점, 영화는 한발 더 나아가 보이지 않지만 상상할 때 연민을 자아내기도 한다. 이어지는 장면들이 그렇다. 연가시와 바퀴벌리 그리고 매미로 향하는 일화는 그래픽 이미지와 강한 비트의 음성을 통해 상상 가능한 징그러움을 다층적으로 자아낸다. 한 측은 벌레를 향해 다른 한 측은 개발과 파괴를 행하는 인간 자신에게 향하는 것이다. 이 구조는 도시 재개발의 문제와 집단 지성의 문제로 확장된다. 도시는 가시적인 자본주의의 거대 스펙타클 뿐 아니라 비가시적인 곤충과 벌레와 같은 생명체 (그 생명체 속에는 인간이라는 생명체도)도 공존한다. 두 작품은 기존에 도시를 거주 공간으로 혹은 생활 공간으로 재현하면서 가난, 청춘, 고립, 차별, 이주를 다른 반면, 도시의 이미지와 리듬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보기’의 방법을 영화 속 언어로 담아낸 새로운 도시 영화이다.
어릴 적 ‘주말의 명화’에서 본 < 킹콩 > < 죠스 > < 공룡 백만년 >등을 통해 괴수영화를 알게 되었고, AFKN에서 ‘고질라’ 시리즈를 접하며 급기야 괴수영화의 팬이 되었다. 외국 괴수영화를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국 괴수영화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다양한 영화에 관심이 많으셨던 부모님 덕분에 어릴 적부터 장르 영화에 대한 거부감이 없었다. 그 덕에 < 우주괴인 왕마귀 > < 킹콩의 대역습 > < 비천괴수 > < 몽녀한 > 등의 한국영화를 접할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한국 괴수영화는 남한판 < 불가사리 >( 김명제 , 1962)와 < 미녀 홍낭자 > < 악의 꽃 >을 빼고는 모두 관람한 것 같다. 언젠가 추석 때 방송된 북한판 < 불가사리 >를 보는데 어머니가 예전에 본 다른 ‘불가사리’ 영화가 있다고 말씀하셔서 남한판 < 불가사리 >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호기심에 어머니와 그 영화에 대한 대화를 더 나눠봤는데 당시 기준으로도 영화의 특수효과가 조악해서 보는 내내 많이 웃었다고 했다. 어린 시절 즐겨보던 책 「괴수군단대백과」에서 고질라를 용가리로 잘못 소개한 걸 발견한 것도 < 대괴수 용가리 >와 관련된 소소한 에피소드다. < 킹콩의 대역습 >은 어린 시절 형과 같이 극장에서 봤는데 너무 어릴 때여서 잘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가 훗날 TV에서 방영된 것을 보고 다시 기억해낸 영화이기도 하다. 한국 괴수영화들에 대한 개인적 추억담들이 쏟아져 나온다. < 불가사리 > < 대괴수 용가리 > < 킹콩의 대역습 > < 차우 > < 7광구 > < 손님 > 한국은 괴수영화 장르의 불모지인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은근히 괴수영화가 많이 나온 국가이기도 하다. 지금은 기록이 깨졌지만 봉준호 감독의 < 괴물 >은 당시 국내 역대흥행 기록을 갈아치웠고, 그 이듬해 나온 심형래 감독의 < 디워 >도 흥행에 성공했다. 그 후 < 차우 > < 7광구 >등의 영화들이 나왔고, 성격이 약간 다르지만 < 연가시 > < 손님 > < 퇴마: 무녀굴 >은 돌연변이 기생충과 식인 쥐, 뱀 요괴가 나오는 영화였다. 현재 한국 괴수영화는 괴수 장르임을 내세우기보다는 장르 영화에 편입된 형태로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드라마 <야경꾼 일지>와 <밤을 걷는 선비>에서 이무기와 흡혈귀 등이 등장하기도 했다. 한국의 괴수영화는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한다. < 대괴수 용가리 >와 < 우주괴인 왕마귀 >에는 6.25 동란으로 인한 전쟁의 공포가 담겨있고, < 킹콩의 대역습 >과 < 악어의 공포 >에 와서는 괴수의 탄생 혹은 활동의 주 무대가 국내를 벗어나 해외로 이어졌다. 이런 분위기는 < 용가리 1999 >와 < 용가리 2001 > 그리고 < 디 워 >로 이어졌으며 < 괴물 >은 미군이 한강에 방류한 포름알데히드로 인해 돌연변이 괴물이 탄생한다는 설정인데 이는 반미 정서와 한국사회 내부의 문제를 잘 보여준다. <차우>는 최상위 포식자가 없어서 소동을 일으키는 멧돼지 문제를, < 7광구 >에는 한일 공동개발구역에 대한 문제가 담겨있다. 해외의 경우에도 < 킹콩 > < 에이리언 > < 엘리게이터 > < 죠스 > 같은 영화들이 나오는 데에는 그만한 원인이나 사건이 있기 마련이다. 괴수라는 상상 속 공포의 대상을 만들어 내려면 그 시대 사람들이 갖고 있는 잠재적 공포심이 담겨 있어야 한다. 앞으로 나올 한국 괴수영화들도 한국 내부의 문제와 공포를 계속 담아내야 할 것이다. 할리우드 영화의 특수효과마저 조악하게 느끼는 한국 관객들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특수효과도 꾸준히 발전할 수밖에 없다. 웬만한 수준 이상의 특수효과가 아니면 외면해버리는 한국 관객들의 눈높이가 한국 괴수영화의 발전에는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한국에서 괴수영화를 만들려면 많은 어려움이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지만 장르 팬으로서 영화 제작자들이 국내보다 해외시장을 목표로 했으면 하는 데, 당연한 이유겠지만 해외에는 이런 장르영화의 고정 팬층이 두텁기 때문이다. 더구나 해외의 괴수영화팬들은 할리우드 스타일로 제작된 한국 괴수영화보다 한국적인 정서와 색채가 담긴 괴수영화에 더 큰 매력을 느끼고 있다. 이런 점이 강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괴수 영화 감상과 더불어 괴수 피겨 모으는 취미도 함께 갖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에서 괴수영화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보니 컬렉션이 중단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영화 속 괴수들이 피겨 제품으로 나오는 경우가 극히 드물어서 아쉽다. 그나마 영구아트에서 < 용가리 >와 < 디워 > 관련 피겨가 나온 적이 있었고, EBS < 한반도의 공룡 >에서 점박이 피겨가 나온 바 있다. < 괴물 >을 비롯 몇몇 한국 괴수영화들의 캐릭터 제품이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만 나와서 역으로 비싸게 구입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내가 가장 아끼는 괴수 피겨는? 미국에서 한정으로 나온 봉준호 감독의 <괴물> 레진 피겨와 <고질라 vs 비올란테>에 나온 1991년 버전 고질라 피겨를 꼽고 싶다. <괴물>은 당시 미국에서 한국괴수 피겨가 나왔다는 사실이 신기해서 지금도 애착을 갖고 있고, <고질라 vs 비올란테>는 직장 다니며 처음으로 큰 맘 먹고 구입한 고가의 피겨라는 점과 금형과 디테일이 훌륭해서이다. 해외 DVD, 블루레이 샵에서 발견한 한국영화 최근에는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 괴수영화 팬들과 연락이 되어 페이스북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다. 심형래 감독의 < 용가리 >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 중인 외국인들인데 이들의 한국 괴수영화에 대한 관심은 실로 놀라운 수준이다. 팬아트 수준을 뛰어넘는 정교한 CG 작품까지 제작하는 등, 굉장한 열정 아니면 절대 할 수 없는 작업들을 하고 있어 나도 많은 자극을 받고 있다. 몇 년 전 해외에 나갔다가 DVD, 블루레이 샵에 한국 괴수영화들이 많이 진열되어 있어서 반갑게 느낀 적도 있다. 해외에 괴수영화 팬들이 많아서 그런 건지 봉준호 감독의 < 괴물 >이 여전히 잘 보이는 위치에 당당히 진열되어 있었다. 그리고 < 차우 >는 < CHAWZ >, < 전우치 >는 < WOOCHI The Demon Slayer >라는 제목으로 출시되어 있었는데 국내와는 달리 괴수영화라는 점을 크게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간절한 바람이 있다면 김명제 감독의 <불사가리>, ‘ 대괴수 용가리 ’의 슈트를 재활용하여 제작한 김기영 감독의 < 미녀 홍낭자 >, 그리고 이용민 감독의 < 악의 꽃 > 이 세 영화의 필름을 찾게 되어 영상자료원에서 다 함께 볼 날이 왔으면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