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정 통합검색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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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1,131개
정확도 순 필터
영화정보
홍이연정
- 참여 작품
- 애비규환 (2020), 잔칫날 (2020), 피오브이 (2019), 사택망처 (2019), 리얼 (2017), 비치 하트 애솔 (2014), 빅매치 (2014), 분노의 윤리학 (2012), 마이 라띠마 (2012), 파수꾼 (2010), 백 개의 못, 사슴의 뿔 (2009), 나, 여기있어요 (2009), 황금시대 (2009), 잘 알지도 못하면서 (2009), 오감도 (2009), 소년은 울지 않는다 (2007), 밤과 낮 (2007), 유년기의 끝 (2006), 외출 (2005), 따로 또 같이 - 디지털 단편 옴니버스 프로젝트 이공(異共) (2004), 기억의 환(幻) (2003), 미안합니다 (2003), 7AM, SLOWLY;opposite page (2002)
추예진
- 참여 작품
- 선의의 경쟁 (2025), 늘봄가든 (2024), 보이스비 (2019), 일요일의 앵두 (2013), 사랑해! 진영아 (2012), 죽어도 좋은 날 (2012)
수집자료
에밀리아 夫人의 恋情
- 매체규격
- VHS
- 상영시간
- —
- 자막
- —
- 보관위치
- —
하와이의 연정
- 매체규격
- VHS
- 상영시간
- —
- 자막
- —
- 보관위치
- —
하와이의 연정
- 매체규격
- Digi-Betacam
- 상영시간
- —
- 자막
- —
- 보관위치
- —
FASCINATION-하오의 연정
- 매체유형
- CCT 콤팩트카세트
- 연주시간
- 55:32
연정, 사나이 부루스
- 매체유형
- LP
- 연주시간
- —
영화음악 1-애수 명화편
- 매체유형
- CCT 콤팩트카세트
- 연주시간
- 58:27
미국영화「하오의 연정」상영허가의 건
- 실물구분
- 아날로그
- 매체유형
- 심의서류
- 보관위치
- —
외국영화 "하오의 연정" 재상영허가
- 실물구분
- 아날로그
- 매체유형
- 심의서류
- 보관위치
- —
국산영화 "하와이 연정" 상영허가
- 실물구분
- 아날로그
- 매체유형
- 심의서류
- 보관위치
- —
콘텐츠
휴가
작년 한 해는 뭐 하는 한 해였는지 모르겠다. 코로나19 판데믹 때문에 영화업계는 불안과 침체가 주였던 것 같은데 그나마 이래저래 만난 한국 영화들이 2020년을 관통하는 한 줄기 빛이었던 것 같다. 개인적인 기억으로는 1월 말, 2월 초 참가했던 로테르담 국제영화제에서는 윤단비 감독의 < 남매의 여름밤 >이 밝은 미래 부문 상을 탄 것, 같은 곳에서 다른 한국 영화들의 활약과 함께 작년 칸 영화제 황금 종려상을 탄 봉준호 감독의 < 기생충 >이 흑백 버전 월드 프리미어와 마스터클래스를 엄청난 열기 속에 마친 것으로 기분 좋게 시작한 한 해, 곧이어 2월 초 미국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전례 없이 비영어권 영화로 <기생충>이 최고 작품상을 비롯한 4개 부문 상을 휩쓴 것으로 기분 좋게 시작한 한 해였다. 세계인이 감탄한 가운데 아카데미상 시상식이 (LA 현지 시각 2월 9일) 끝나고 이틀인가 사흘 후, 연상호 감독과 < 반도 > 단독 인터뷰를 할 때까지만 해도 서울에 있는 투자배급사의 밀폐된 유리 상자 같은 회의실 안에서는 마크스를 벗고 이야기한 것이 기억이 난다. 지금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거의 모든 것이 온라인으로 옮겨진 일상에 오늘도 Zoom 화상 인터뷰가 잡혀있다.) 어쨌든 한국 안팎으로 2016년작 < 부산행 >이 이례적인 인기를 끌었던 것에 이어 그 후속작인 <반도> 역시 칸 영화제 월드 프리미어 후 여름 성수기 텐트폴 개봉의 수순을 밟을 것에 국제적인 기대가 이미 모아졌던 때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2020년은 정말 신나는 한 해가 될 것만 같았다. 그런데 이 글을 쓰는 11월 말, 12월 초 시점에서는 이게 다 올해 얘기 맞나 팩트 체크를 해야 할 정도로 다른 세상의 먼 과거 얘기가 돼버린 것 같다. 2월 베를린 국제영화제 이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COVID-19)’라는 말이나 ‘판데믹이 영화업계에 미치는 (악)영향’에 관한 얘기가 빠지는 기사는 거의 쓴 적이 없는 것 같다. 세계적으로 극장 관객 수는 폭락했고 영화사들은 극장 개봉을 미루거나 OTT로 직행했고, 칸 영화제도 취소한다 만다 한참 끌다가 결국 6월에서야 선정작 발표만 하고 물리적 영화제 자체는 취소하는 형태가 됐고, 앞으로 영화 제작과 상영은 잘해나갈 수 있을까 계속 불안하고 우울한 2020년이 돼버렸다. (그래도 일찍부터 세계 여름 동시기 개봉을 준비했던 <반도>는 그나마 코로나19 방역 조치를 잘 취한 한국 외 아시아 몇 개국 중심으로 개봉을 과감히 실행하면서 얼어 있었던 극장가를 어느 정도 녹여주었다. 칸 영화제는 열리지 않았지만 공식 선정작 목록에 오른 <반도>는 그것과 별 상관 없이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이례적인 흥행기록을 또 세웠고, 국제 영화업계는 그 행보에 주목했다.) 그리고 수개월 간 개막을 할지 말지 고민하던 부산 국제영화제는 조심스럽게 사회적 거리두기 및 방역 조치를 강화한 상태의 축소된 행사를 10월에 개최하기로 했다. 이에 <스크린 인터내셔널>에서는 영화제에 선정된 떠오르는 한국 영화 신인들 몇에 대한 취재를 하게 됐고, 덕분에 신선한 장편 데뷔작들을 또다시 볼 수 있게 됐다. 그 중 뉴 커런츠 부문에 선정된 이란희 감독의 < 휴가 >가 기억에 가장 남는 영화 중의 한 편이다. 보통 취재를 위한 스크리너 링크를 받으면 당장 관람하지 못한다. 다른 일이 좀 없는 늦은 밤이나 주말에 볼 수 있게 되는데, 그때 가서 링크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을 발견할 경우, 보내준 이에게 연락하기 곤란한 타이밍이다. 그래서 이메일로 받으면 “잘 받았습니다” 답신을 하기 전에 먼저 스크리너를 잠깐씩 틀어본다. 앞부분 크레딧과 첫 장면 몇 초가 잘 나오나 보고, 무작위로 중간쯤 계속 문제없이 나오나 한두 군데 정도를 틀어본다. 스포일러가 될까 봐 2-5초씩만 틀어본다. 그리고 아무리 그래도 맨 끝은 피한다. 그런데 반갑게도 이번 부산 영화제 기대작으로 받은 스크리너들은 거의 다 불과 그 몇 초 안에 ‘아, 이 영화 좋을 것 같다’ 싶은 것들이었다. 그리고 다 보고 났더니 실제로 이 불안하고 침체된 시기에 영화에 대한 희망을 주는 작품들이 맞았다. 신기해서 주로 취재 기자로 일하는 나보다 훨씬 많은 영화를 전문적으로 보고 평가하는 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와 평론가 친구들에게 SNS상으로 물었다. 어떻게 몇 초 안에 영화가 좋다는 게 티가 나지? 무슨 연출력의 힘이나 미쟝센의 요소들이 결합하면 총 5초 내에 느낌이 오게 할 수 있을까? 쟁쟁한 영화제 프로그래머들도 제대로 답을 못 해준 건지 안 해준 건지 그저 좋은 영화를 봤다니 기뻐해 주고, 기껏 해 봤자 ‘많이 보다 보면 알아볼 수 있게 된다’ 정도였다. 주인공인지 아닌지도 알 수 없는 사람들이 3초 동안 나오는데 ‘뭐 하나 동행해 보고 싶다’, 그리고 대단치도 않은 배경과 소리가 나오는 장면을 2초 동안 보는데 ‘저 안에서 호흡해 보고 싶다’는 느낌이 들게 하는 영화들이 있다. 무슨 화학적 반응을 일으켜 그런 느낌을 주는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휴가>도 분명히 그런 영화 중 하나다. <휴가>는 중년의 해고 노동자 재복이 동료들과 함께 1,882일째 농성하는 날 해고 무효 소송에서 최종 패소하고, 일단 장기 농성을 하던 차가운 노상의 텐트를 떠나 며칠간 재충전의 시간, 남들처럼 ‘휴가’를 가자는 결론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엉망이 된 집에 들어간 재복은 밀린 청소와 정리를 시작하는데 딸들은 너무 오랫동안 가정을 비웠던 아빠가 반갑지 않다. 농성장에서 식사 담당인 재복은 집에서도 따뜻한 밥을 차리지만 애들은 외면하고 늘 먹었던 듯한 라면을 알아서 해 먹는다. 고3인 큰딸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합격한 대학에 낼 예치금이 필요하고, 작은딸은 롱 패딩 코트를 갖고 싶어 한다. 그래서 재복은 얼마 없는 휴가 동안 돈을 벌기 위해 친구가 관리자로 있는 가구 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이 작품은 이전에 단편 영화 < 파마 >, < 천막 > 등으로 베를린 국제영화제 외 다수 영화제에서 기대주로 떠올랐던 이란희 감독의 장편 영화 데뷔작이다. 감독은 2012년 실제로 어떤 기타 공장 해고 노동자 밴드 공연을 보고 그 멤버들에 관한 시나리오를 쓸 생각으로 취재하다가 결국 단편 영화를 몇 편 찍게 됐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보게 된 장기 농성자들 중에 12년간 투쟁한 사람이 농성장을 중간에 떠났다가 몇 번이나 돌아온 것을 보면서 궁금해하다가 어떤 일을 하다가 왜 돌아왔는지 이해하려다 이 영화를 만들게 됐다고 한다. 할 일이 있고 ‘일정이 있어서’ 그랬다고 한다. 이렇듯 재복도 가깝게는 함께 지낸 공장 동료들과 멀게는 더 큰 노조 조직들과의 연대 의식과 책임감으로 농성에 성실히 임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돌보아야 할 가족들이 있어 고민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재복은 무덤덤한 것 같으면서도 누군가 억울한 일, 어려운 일을 당한다 생각하면 없는 처지에도 발 벗고 나서서 도우려 한다. 말주변이 없는 듯하면서도 옳고 그름에 대한 소신을 갖고 말할 때는 사람들이 당황해하면서도 설득을 당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봉하 배우는 성실한 곰 같으면서도 섬세한 면을 드러내는 재복을 연기하는데 가슴을 천천히 미어지게 한다. 이 영화 전체가 그런 것 같다. 덤덤하게 다큐멘터리처럼 인물들을 따라다니는데 섬세한 순간순간과 사건들이 모여서 조용히 가슴을 미어지게 하는 게 있다. 스포일러를 쓰지 않고 이란희 감독이 쓴 시나리오를 칭찬하기 힘들다. 그런데 어쨌든 시나리오를 받쳐준 노신웅 촬영감독과 한동훈 동시녹음 기사와 이연정 편집자의 역할도 꼽을 만할 것 같다. 분명 처음에 2~5초씩 스크리너를 돌렸을 때 매력을 느끼게 한 그 모습들이나 소리들도 감독의 연출 아래 그들의 공이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 작품 속에 큰딸 현희를 연기한 김정연 배우, 작은딸 현빈을 연기한 이승주 배우, 그리고 작업장의 젊은 동료 준영을 연기한 김아석 배우를 보면서 계속해서 한국 영화의 자라나는 연기자 풀이 메마르지 않음에 희망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됐다. 영화는 10회차, 2월 18일부터 3월 1일 사이에 촬영했다고 한다. (‘코로나19는 저희가 촬영을 마치자마자 한국이 난리 났었다’는 감독의 기억이 있다.) 주로 인천에서 촬영했는데, 한 회차는 서울 강남역 삼성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농성장에서 찍었다고 한다. 노조를 만들려다가 해고돼 복직을 위해 355일 동안 고공농성한 김용희씨가 아직 철탑 위에 있을 때의 농성장인데, 그 로케이션이 영화 속에 제대로 활용된다. 감독은 '노동 이슈에만 관심이 있다고 말하기 힘들고 말하자면 가난한 사람, 힘이 없는 사람, 그럼에도 품위를 잃지 않는 사람들에게 관심이 있다. 나도 평생 부자로 살아본 적이 없어서 자연스럽게 눈이 가는 것 같다. 허투루 살지 않고, 최대한 성실하게 인간적인 측면에서’ 도리를 지키며 자기가 책임져야 하는 이들을 보살피려는 재복도 그런 인물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양극화로 ‘좋은 인성까지도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집안에서 세습되고 있는 생각이 들더라’ 면서 가난한 사람들이 ‘제도를 바꾸려는 노력도 하지만, 어쨌든 제도가 바뀌든 안 바뀌든 살아야 하니까 그럼 우리는 품위를 잃지 않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 뭘 가지고 여유가 있어서 나오는 에티켓 같은 것이 아니라 힘든 와중에도 이 일은 하는 내가 사람이니까 잘하려고 하는 고민’에 대해서 말한다. 그런 맥락에서도 재복은 누가 보든 말든 착실하게 정성껏 할 일을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동안 농성하느라 묵혔던 기술과 경력을 살려 가구 만드는 아르바이트에 임할 때 나름 보람과 즐거움을 느끼는 것 같다. 남들처럼 휴가 때 어디 좋은 데 놀러 가는 것도 아니고 아픈 등에 파스를 붙여가면서 노동하는 것인데도 나름 품위가 있어 보이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대충 감이 왔겠지만 <휴가>는 블록버스터 상업 영화가 아니다. 저예산 독립 영화다. 인천영상위원회, 한국영상위원회, 영화진흥위원회, 전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전주영화제작소 등 여러 단체의 기획개발, 제작, 후반 작업 등 각 단계별 지원뿐만 아니라, 밥을 날라다 주고 장소를 빌려준 지역 주민들의 성원 등 여로모로 지원이 들어간 작품이다. 영화업계 역시 양극화되어가는 상황에서 <휴가>와 같은 독립영화들도 품위 있게 지속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부족한 글을 몇 자 적어봤다. 가장 인간적인 작은 단위의 관찰과 동조로 ‘사람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라는 문제와 함께 좀 더 넓은 폭의 사회 문제도 곱씹어 볼 수 있게 하는 영화는 지원해줄 가치가 있는 것 같다. 그게 지역이나 국가의 단체로서든, 개인 극장 입장권을 예매하는 관람객으로서든, 밥을 날라다 주는 이웃으로서든 말이다.
[초이스]하트
이야기의 심장 복제가 아니라 배신이다. < 하트 >(2019)는 정가영 다운 어떤 것을 반복하는 영화가 아니라, 정가영에게 기대되는 것을 배반하는 영화다. 정가영의 영화에서 대화는 늘 중요했으며, 정가영의 도발성은 대부분 말에서 비롯되었다. <하트>에서 말은 전작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말의 내용은 정가영답지만, 그 밀도는 떨어지고 이야기가 등장하는 자리는 뜬금없다. 당혹감은 잠시 접어두고 영화를 들여다보자. 전작과는 달리 이 작품만은 말의 내용에 집착할수록 영화에 대한 이해와 멀어지고 유부남 이야기의 반복이라는 섣부른 결론에 이르고 만다. 정가영 감독은 종종 사운드 없이 화면만 보거나 반대로 사운드만 들으며 영화를 연구한다고 말해왔다. 그의 말을 힌트 삼아 우리를 지나치게 옭아매는 ‘유부남을 사랑하는 이야기’라는 사운드를 잠시 줄여 보자. 대화의 공백 사이로 보이는 것은 무엇인가. 가영(정가영)과 성범( 이석형 )의 초반 미술학원 대화 장면은 크게 네 종류의 숏으로 운용된다. 가영이 앉은 2인용 소파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숏을 기본으로 1인용 의자에 앉아 가영의 말에 반응하는 성범의 얼굴 클로즈업 숏을 함께 가져가되, 이들에게서 멀찍이 떨어진 채 관찰하는 듯한 롱숏과 초상화, 조각상 등의 인서트가 첨가된다. 롱숏은 성범 어머니의 죽음이 언급되는 장면에서 처음 등장하기에, 제삼자의 시선 혹은 죽음과 관련된 숏처럼 보인다. 그런데 여기에서 이질적인 숏 하나가 추가된다. 가영과 성범이 키스를 나누는 순간, 카메라는 소파 뒤쪽에서 이들을 비춘다. 원래 소파는 벽과 붙어 있어 어떻게 봐도 촬영이 가능한 장소가 아니다. 단지 ‘좋은 그림’을 위한 시도였다고 넘어가기에는 어딘가 꺼림칙하다. 감독은 왜 불가능한 숏을 굳이 집어넣은 것일까. 정가영의 영화는 늘 감독 정가영과 배우 정가영의 분리와 교통을 자신의 동력으로 삼아왔다. 외부의 시선을 감독의 시선으로 해석하는 것이 비교적 수월했던 전작과는 달리, <하트>에서 시선의 주인 자리는 비어 있다. 시선의 주체가 불명확해진 것은 무엇보다 카메라 앞에 선 배우 가영 캐릭터의 변화에서 비롯된다. 가영이 대화를 이끌어가는 주체로서 장면을 장악했던 전작과 달리, 이번 작품에서 가영은 제 발로 성범을 찾아오긴 했으나 이전처럼 그의 마음을 떠보며 ‘자자’고 매달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말로 고민을 상담하러 온 사람 같다. 다른 유부남에게 연정을 품은 가영은 ‘그 사람이 생각날 것 같아’서 술도 거부하고 있으며, 키스 직전 관계의 향방을 가른 결정적인 말(“나는 너 이제 보호 안 한다”)을 성범에게 넘겨주고 있기도 하다. 전작에도 충분히 제기될만한 ‘자기 복제’라는 혹평이 유독 <하트>에 쏟아진 이유는 이전까지 유희의 도구에 가까워 보였던 금기의 사랑 이야기를 감독이 진심처럼 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애인이 있는 남자를 사랑하던 이전의 이야기는 촘촘하게 짜인 대화의 맛을 따라 농담처럼 즐기면 그만이었지만, 이번에는 그 느슨함으로 인해 이야기에 거리를 두고 판단할 여지가 마련된다. 이제 관객은 가영의 관계에도, 가영의 영화에도 가혹해질 수 있다. 재기발랄한 캐릭터가 채도를 낮춘 사이, 존재감을 드러내는 건 뒤엉킨 시간이다. 감독 정가영이 배우 제섭(최태환)과 미팅하는 장면 이전에도 가영의 시간은 이미 교란되고 있었다. 성범과 가영이 술을 사러 편의점을 오가는 밤 장면 도중 가영이 무인도에 사는 100명의 남녀에 관해 이야기하는 미술학원 시퀀스의 자리는 특히 이상하다. 편의점에 다녀온 가영과 성범의 대화처럼 보이지만,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다. 카메라는 내내 가영만을 비추고 있기에 가영이 대화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특정할 수 없다. 성범일 확률이 높지만, 목소리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게다가 대화할 때 가영의 시선이 향하는 곳은 성범이 있던 자리가 아닌 정면을 향한다. 다음 시퀀스에서 맥주 캔이 든 봉지를 들고 계단을 오르는 가영과 성범의 모습이 뒤늦게 등장하므로, 이야기는 자신의 자리가 아닌 곳에 마치 유령처럼 도착한 것 같다. 숏의 자리를 뒤섞고 이를 이어지는 것으로 착각하게 만들면서 감독은 애초에 자신의 이야기가 어딘가 부자연스럽고 이상한 이야기가 되기를 바란 것은 아닐까. 클리셰적인 장르 전환 장면에서 실제와 허상 사이에 놓인 가영의 상태가 상징적으로 드러내듯, 감독은 이야기를 반쯤은 얼빠진 소요처럼 만들어보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상한 이야기는 결국 마지막 장면의 산뜻한 반전을 예비해 둔다. 감독의 세계를 비판적인 입장에서 바라보는 제섭을 상대하느라 내내 진땀을 뺀 가영은 그와의 마지막 만남에서야 그답게 “한 번만 안아주고 가면 안 돼요?”라며 양팔을 벌린다. 제섭은 포옹 대신 가영의 왼쪽 가슴을 느닷없이 툭 하고 치고는 떠나는데 그 순간의 파장은 꽤 오래간다. 깜짝 놀라 자신의 왼쪽 가슴에 두 손을 포개놓은 채 당황스러워하는 가영의 모습은 이상하게도 그 순간 고대하던 심장을 얻게 된 누군가처럼 보인다. 그와 함께 유령의 소요처럼 보였던 이야기도 심장을 장착한 채 다시 시작될 준비를 한다. 그러나 그 즉시 이야기는 끝나버리고, 두 사람이 각자의 방향으로 흩어진 뒤 남은 것은 속절없이 물을 뿜는 분수대뿐이다. < 밤치기 >(2017)에서 가영이 들려준 바 있던 결말이 없는 영화로서의 ‘최고의 결말’은 이렇게 실현된 것도 같다. 모두가 떠나간 자리에 남은 이 황망한 마음을 어찌할 것인가.
[월간스크린]귀여운 콩가루 가족: <귀여워>(김수현, 2004)
2004년 | 튜브픽쳐스 감독, 각본: 김수현 | 각색: 김소정 김봉훈 | 제작: 황우현 황재우 | 촬영: 김철주 | 미술: 박혜성 | 음악: 이병훈 CAST 순이: 예지원 | 963: 김석훈 | 뭐시기: 정재영 | 개코: 박선우 | 장수로: 장선우 | 막내: 박희순 사연은 이렇습니다. 박수무당인 장수로(장선우)는 자신을 찾아온 여인네들에게 씨를 퍼트렸고, 그래서 배다른 형제들이 탄생합니다. 퀵서비스맨 963(김석훈), 레카차 드라이버 개코(박선우), 그리고 조폭인 뭐시기(정재영). 여기에 순이(예지원)이 가세하며 가족을 이룹니다. 순이는 길에서 뻥튀기를 팔다가 우연히 개코를 만나 가족이 되었고, 장수로는 젊은 순이에게 연정을 품죠. 이처럼 < 귀여워 >는 어느 콩가루 가족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의 현장 공개는 실외와 실내 모두 이뤄졌습니다. 실외는 2002년 11월, 실내는 2003년 1월이었는데요, 영화 개봉이 2004년 11월이었던 걸 감안하면 꽤 간격이 큽니다. 원래는 2003년 5월 개봉이었는데 계속 미뤄졌기 때문이죠. 공개된 장면은 뭐시기가 아버지 장수로를 찾아온 신입니다. 동네 평상에 앉아 신문을 읽고 있는데요, 딱 봐도 건달기가 줄줄 흐릅니다. 역할을 위해 실제 건달과 합숙하면서 연기를 준비했는데 단 며칠 만에 완벽하게 ‘조폭화’되었다고 하더군요. 뭐시기를 바라보는 장수로 역의 장선우입니다. 후줄근한 옷차림에 파와 콩나물 봉지를 들고 있죠. 사실 <귀여워>의 가장 놀라운 캐스팅은 장선우입니다. 김수현 감독은 장선우 감독의 < 너에게 나를 보낸다 >(1994) < 꽃잎 >(1996) < 나쁜 영화 >(1997) 연출부 출신인데요, 자신의 데뷔작에서 스승을 배우로 모셔온 셈이죠. 원래는 한진희 씨가 맡을 예정이었는데 일정이 지연되면서 무산되었고, 이때 튜브픽쳐스의 황우현 대표가 ‘장선우 캐스팅’이라는 아이디어를 냈다고 하네요. 그런데 의외로 주변 반응이 나쁘지 않았고, 역할 제안을 하게 되었으며, 처음엔 난처해하던 장선우 감독은 농담처럼 “한번 망해보자”며 승락했다고 합니다. 뭐시기가 앉아 있는 평상 근처의 풍경입니다. 황학동 철거촌 주변 아파트죠. 김수현 감독은 말합니다. “철거는 서울의 천민자본주의적 속성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죠. 황학동 아파트는 60년대 후반 강남의 주상복합 아파트처럼 부의 상징이었는데 10년도 못 가 철거가 거론됐어요. 서울이라는 공간이 갖고 있는 독특한 성격인데요, 끊임없이 변화가 이뤄지지만 실상 아무것도 바뀌는 것은 없어요. 세우고 부수기만 반복할 뿐이죠.” <귀여워>는 지금은 사라진 폐허의 풍경에 카메라를 들이댄 영화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2000년대 초반 서울에 대한 기록의 측면에서도 가치를 지닙니다. <나쁜 영화> 연출부를 끝내고 일란성 세쌍둥이가 겪는 정체성의 혼란에 대한 이야기를 구상하던 김수현 감독은, 장수로와 순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내면서 이야기가 쉽게 풀렸고 그 결과물은 <귀여워>가 됐습니다. 963의 퀵서비스나 개코의 레카차 운전사는 모두 감독이 직접 경험했던 직업이라고 하는데요, 생계를 위해 그런 일을 하다 보니 자연히 길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야생적 느낌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하네요. 이 영화로 백상예술대상 신인감독상을 수상했습니다. 이 시기 예지원은 < 생활의 발견 >( 홍상수 , 2002) 이후 독보적인 아우라를 지니게 된 배우였죠. 그녀에게 ‘순이’는 이보다 더 적절할 수 없는 안성맞춤 캐릭터였습니다. 좁은 아파트 복도에서 촬영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집안 실내 장면은 양수리 세트에서 촬영되었습니다. 2003년 1월에 개봉된 세트 촬영 현장입니다. 밖에서 돌아온 아버지를 둘째 개코가 발톱을 깎으면서 맞이합니다. 이 역할을 맡은 배우가 왠지 낯익다고 느껴지신다면… 맞습니다. ‘하얀 겨울’이라는 노래로 유명한 남성 듀오 ‘미스터 투’의 멤버 박선우입니다. 김수현 감독의 동국대학교 영화과 후배인데요, 파격 캐스팅을 통해 이 영화로 데뷔해 신인답지 않는 노련한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사실 박선우는 영화음악을 맡기는 줄 알고 연락을 받자마자 김수현 감독에게 달려왔다고 하는데요, 기다리는 건 ‘개코’라는 캐릭터였습니다. 이날 963은 오토바이에 순이를 태우고 질주하다가 함께 집에 들어오는데요, 순이를 자신의 여자라고 생각하는 장수로는, 아들에게 순이를 빼앗겼다는 생각에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느냐”며 아들의 뒷통수를 갈깁니다. 약간은 비뚤어지고 냉소적이면서 내성적인 963은 어쩌면 이 영화에서 연기하기 가장 까다로운 역할일 텐데요, 김석훈은 기존의 이미지를 벗고 역할을 해냈습니다. 집안 벽에 구멍이 뚫려 있는 구조가 매우 특이합니다. 철거촌에 있는 집인데. 집 안도 철거되어 있는 셈이죠. 좁은 세트 안에서 앵글을 만들어내기 위해 구조를 조금씩 바꿔가며 촬영을 했습니다. 당시 예지원의 매니저는 지금은 고인이 된 하용수 였습니다. <귀여워> 시나리오를 읽고 “혹시 예지원이라는 배우를 잘 알고 쓴 시나리오냐?”고 물을 정도로 적역이었다고 하네요. 배우 역시 순이와 자신이 많이 닮았다고 생각해서인지, 준비 과정부터 남다른 애정을 보여주었고 현장에서 감독에게 가장 힘이 되어 준 배우였다고 합니다. 당시 정재영은 < 킬러들의 수다 >( 장진 , 2001) < 피도 눈물도 없이 >( 류승완 , 2002)로 조금씩 주연급 배우로 발돋움하며 거친 마초 연기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말끝마다 “뭐시기”라는 말을 붙이는 뭐시기는 철거반을 이끄는 건달인데요, 정재영은 거의 완벽하게 역할을 해냅니다. 장수로의 부스스한 헤어스타일도 섬세한 작업의 결과물이었습니다. 장선우의 연기에 대해 현장 스태프들은 “연기와 연기 아닌 것의 경계에 서 있는 묘한 느낌의 연기”라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현장에서 김수현 감독은 매우 꼼꼼한 스타일이었습니다. 감독은 <귀여워>가 결국은 “네 남자가 순이의 사랑을 받기 위해 애쓰는 영화”라며, 남자들의 그 귀여운 모습이 <귀여워>라는 제목의 이유라고 설명했습니다. 이후 감독은 < 창피해 >(2011) < 우리 손자 베스트 >(2017) 등을 내놓았습니다. 김수현 감독은 말합니다. “남자들은 무엇인가 계속 이뤄내려고 하죠. 세상이든 자신이든 끊임없이 변화시키려고 하는데, 정작 되는 일은 아무 것도 없어요. 반면에 순이는 진지한 구석이라고는 없는 가벼운 사람인 것 같지만 그녀의 행동과 사고방식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워요. 그녀는 변화를 주도하지 않고, 상대에 반응하면서 변화를 이끌어내죠. 남자들이 뭔가 이루려고 아등바등해서 세상이 더 힘들어진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자연에 동조하며, 말 그대로 ‘자연스럽게’ 살 수 있는 대안을 보여주는 모델이 순이죠.” 이미지 디지털화 지원 NA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