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이커
- 감독
- 김진상
- 제작년도
- 1996
2001년 | 청년필름 감독: 김용균 | 각본: 김용균 서신혜 서용호 윤순용 | 제작: 김조광수 | 촬영: 황기석 | 미술: 이진호 | 음악: 김홍집 | 애니메이션: 이종혁 CAST 와니: 김희선 | 준하: 주진모 | 영민: 조승우 | 소양: 최강희 < 8월의 크리스마스 >( 허진호 , 1998) 이후 한국의 멜로 감성은 사뭇 바뀝니다. 과도한 신파적 감정을 자제하고 일상의 미학을 내세운 멜로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거죠. 김용균 감독의 첫 작품 <와니와 준하> 역시 그 흐름 안에 있습니다. 영화를 열고 닫는 파스텔 톤의 애니메이션처럼, < 와니와 준하 >는 정적이면서도 순정만화 같고 무엇보다도 예쁜 영화입니다. 물론 그 안엔 의붓남매 사이의 사랑이라는 가슴 아픈 사연이 깃들어 있지만요. 이날 촬영은 마당에서 물을 뿌리고 발을 씻던 와니(김희선)가 발 근처에서 달팽이를 발견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와니와 준하>에서 달팽이는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메타포인데요, 평소 김희선의 모습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하네요. 김용균 감독은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배우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곤 했다고 합니다. 이때 김희선이 모기에 질색하는 모습을 목격했고, 그러면서 와니가 달팽이를 무서워한다는 설정을 만들었다고 하네요. 껍질은 단단하지만 알맹이는 약한 달팽이를 통해 와니라는 인물을 표현한 것인데요, 영화에서 와니는 준하가 떠난 뒤 달팽이를 더 이상 피하지 않습니다. 자기 자신과 대면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긴 것이겠죠. 현장에서 이리저리 호스를 휘두르며 장난을 치고 있는 김희선의 모습입니다. <와니와 준하>는 김희선이라는 배우의 필모그래피에서 중요한 지점인데요, 적잖은 평자들은 그녀 최고의 연기와 자연스러움이 이 영화에 담겨 있다고 이야기하죠. 이런 평가에 대해 배우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배우 자신이 불안하면 보는 사람도 불안할 거예요. 내가 그만큼 열정을 보였으니까 달라졌다고들 하는 것 같아요.” 현장에서 겉으로는 장난스럽고 유쾌한 모습이었지만, 와니는 김희선이 나름의 열정으로 만들어낸 캐릭터였습니다. 준하(주진모)가 녹슨 자전거를 닦는 장면도 이날 촬영되었습니다. 김희선처럼 주진모에게도 <와니와 준하>는 배우의 자연스러운 느낌이 잘 배어 나오는 영화였죠. 이전까진 섹슈얼한 욕망의 캐릭터를 맡았던 그는, 이 영화에서 넉넉하고 포근하고 순박한 남자 준하가 됩니다. 디테일한 동작에 대해 김용균 감독이 주진모와 함께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김 감독은 주진모에 대해 “현장에서 굳이 말하지 않아도 통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시나리오에선 준하의 비중이 커 보이지 않았지만, 막상 영화로 옮기고 나니 그 존재감이 커졌다고 합니다. 감독은 주진모를 “나도 되고 싶은 이상적인 남자”로 그리고 싶었다고 하네요. 영화에서 와니의 집은, 직장이 있는 춘천에 있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지만, 실제로 촬영은 서울 후암동에 있는 어느 오랜 집에서 이뤄졌습니다. 경사진 정원, 무성한 나무, 담쟁이 넝쿨 등이 빚어내는 운치가 가득한 곳이었는데요, 외관은 낡아 보이지만 그 안엔 아기자기하면서도 깔끔한 곳입니다. 지금은 리모델링을 거쳐 게스트 하우스로 사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현장에서의 자연스러운 김희선의 모습. 여유 있어 보이지만 속내는 조금 달랐다. “현장에서 왜 예민하지 않겠어요? 사람들 앞에서 괜히 노력하는 모습 같은 걸 보여주는 게, 어쩐지 자존심 상해서 일부러 티를 내지 않는 거죠.” ‘영화제작소 청년’ 출신인 김용균 감독은 ‘청년필름’의 창립작품인 <와니와 준하>의 메가폰을 잡았습니다. 그는 첫 영화에서 “최대한 테크닉을 배제하고 인물의 정서를 따라가는 영화를 만들겠다”는 포부가 있었는데요, 인물의 정서적 여백을 전달하기 위해 한 박자 늦게 대사를 하거나 인서트를 넣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촬영 직전의 두 배우. 이 영화에서 와니와 준하 사이엔 일종의 ‘데자 뷰’가 존재합니다. 어쩌면 그들이 운명으로 엮여 있다는 것을 드러내는 설정이죠. 오프닝과 엔딩의 애니메이션에 그 비밀이 담겨 있습니다. 김희선은 현장에서 테이크마다 여러 가지 감정선을 연기했지만, 김용균 감독은 감정의 폭이 가장 적은 장면을 선택해서 편집했다고 합니다. 그 선택이 이 영화의 정적인 톤을 만들어낸 셈입니다. 이미지 디지털화 지원 NAVER
2002년 | 싸이더스 감독, 각본 : 조민호 | 제작: 차승재 | 촬영: 이두만 | 음악: 김재원 박영 | 미술: 이대훈 CAST 기태: 장혁 | 철수: 이범수 | 멕: 전혜진 | 민철: 손창민 | 악어: 김뢰하 | 땅개: 봉태규 | 이 형사: 박원상 큰 흥행을 기록한 영화는 아니었지만, < 정글쥬스 >는 이른바 ‘양아치 영화’ 장르의 대표작입니다. 청량리 출신의 두 루저 기태(장혁)와 철수(이범수). 그들은 우연히 마약을 손에 넣지만 쫓기는 신세가 되죠. 그 끝은 부산 태종대. 2001년 초겨울, 그곳 현장에 갔습니다. 마약을 빼앗긴 조직 보스 민철(손창민)은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두 주인공에게 총을 겨눕니다. 이 날 촬영은 영화의 클라이맥스에 해당하는데요, 영화에선 꽤나 절박한 장면이지만 정작 현장 분위기는 여유가 있었습니다. 크랭크업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어서 그랬던 것 같네요. 위의 롱 숏을 앵글을 달리 해 두 개의 숏으로 쪼개 보면 이렇습니다. 뒷모습으로 보이는 손창민은, <정글쥬스>에서 ‘빡빡 머리’로 밀며 인상적인 변신을 보여줍니다. 한편 기태와 철수는 태종대 자살바위 끝까지 몰렸습니다. 과연 그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요? 기태는 철수를 이끌고 벼랑 끝으로 뛰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뛰어 내립니다. 혹시 이 장면… < 델마와 루이스Thelma & Louise >(리들리 스콧, 1991)의 마지막 장면을 패러디 한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두 배우는 실제로 큰 액션과 함께 뛰어 내렸고, 아래 쪽엔 라면 박스가 쌓여 있었습니다. 든든한 안전 장치였는데요, 그렇다고 해도 시야에 바다가 걸리는 장소에서 벼랑 아래로 뛰어내린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죠. 하지만 두 배우는 몇 번에 걸쳐 반복했습니다. 안 그래도 아찔한 벼랑 위의 촬영에, 더 아찔해 보이는 크레인이 동원됐습니다. 이두만 촬영감독은 정지우, 김용균, 임필성 감독 등과 함께 1990년대에 ‘영화제작소 청년’에서 활동했고, < 눈물 >( 임상수 , 2000)로 장편영화 촬영감독이 되었습니다. <정글쥬스>는 두 번째 장편인데요, 서른 즈음의 젊은 촬영감독답게 활기 찬 화면을 만들어냈습니다. “컷!” 소리가 나자마자 배우들은 모니터 앞으로 달려옵니다. 중요도가 높은 장면이라, 꼼꼼하게 체크할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죠. 조민호 감독이 오케이 사인을 내도, 배우들의 요구로 더 찍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영화아카데미 출신은 조민호 감독은 김영빈 , 이민용 감독의 연출부를 거쳐 <정글쥬스>로 데뷔했습니다. 이후 < 강적 >(2006) < 10억 >(2009) 등의 작품을 내놓았고요. 기태와 철수, 두 루저 캐릭터에 대한 감독의 애정은 매우 컸습니다. “나는 <정글쥬스>에서 양아치들 바로 옆에 따라 붙고 싶었고, 그래서 핸드헬드 카메라를 많이 사용했다. 그것이 관객들에겐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었겠지만. <정글쥬스>엔 인물이 없는 컷이 한 컷도 없다. 나는 인물들과 같이 호흡하고 느끼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현장은 열기로 넘쳤지만, 초겨울에 여름 의상을 입은 배우들은 추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두 배우는 점퍼를 입거나 하지 않고, 영화 속 의상 그대로 현장에 있었습니다. 조민호 감독은 “양아치 인생을 그렸지만 어두운 영화는 아니다. 밝게 찍어야 한다”고 배우들에게 주문했습니다. 한편 이범수에게 <정글쥬스>는 첫 주연작이었는데요, 그는 “이 영화를 찍는 게 너무 재미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장혁은 이범수와 호흡을 맞추며 “만만한 셋째형을 건졌다”고 표현했는데요. “범수 형은 큰형이나 둘째형보다 조금 만만한 셋째형 같은 느낌이다. 콤비 플레이가 중요한 영화라서 핑퐁을 하듯 재미있게 연기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보스 민철의 피 묻은 손과 옷, 그리고 권총은 이 장면의 격렬한 느낌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이미지입니다. 어느덧 점점 어두워지는 태종대. 그래도 빛이 허락할 때까지 촬영은 이어집니다. 마치 벌레들처럼 바글거리며 살아가는 두 청춘의 이야기 <정글쥬스>. 조민호 감독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정글쥬스>의 기태와 철수는 낮에는 유치찬란한 양아치고 밤에는 범죄를 저지른다. 그 아이들은 청년 실업자들이고 경제적 이해 관계로부터 소외된 하층 계급이다. 하지만 그 양아치들에겐 당당하고 자유로운 모습이 있다.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 근처에 도둑고양이들처럼 말이다.” 이미지 디지털화 지원 NAVER
현대 한국사회에 얽혀 있는 복잡다단한 문제들을 고민하다 보면 도대체 언제,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뿌리를 찾고 싶은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럴때 우리는 한국현대사를 돌아보게 되는데, 미국과의 관계를 떼어내선 생각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된다. 8.15 해방에서부터 미군정, 한국전쟁, 베트남전과 경제원조, 박정희 쿠데타, 광주민주화운동, 지금의 FTA까지 현대사의 굵직한 사안들에 미국이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 미국의 바람과 불 >은 미군 선전영화, 독재정권의 공보처 기록물, 계몽영화 등의 뉴스릴 필름과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들을 재편집해, 재료로 사용했던 원래 영상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낸다. 언뜻 상관없어 보이는 클립들은 서로 충돌하며 관객들에게 미묘하고도 아이러니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검열의 시대에 신문을 제대로 보려면 ‘행간`을 읽어야 했듯이, 건조한 기록필름들의 쇼트와 쇼트들을 보다보면 이 시공간 사이에 무언가가 존재함을 눈치챌 수 있다. 역대 한국 대통령들의 반복적인 미국행, 미국의 무기개발을 찬양하는 대한뉴스와 북한의 핵무기개발을 비난하는 기도회, 아이들의 영어마을과 대학의 영어공용화 수업, 한국전쟁 60주년 기도회를 찾은 부시 전 미국 대통령 등, 화면들을 보다보면 어디선가 한번쯤 봤을 법한 낯익은 장면 속에서 잊고 있었던 혹은 알지 못했던 낯선 경험을 하게 된다. 감독의 말을 빌자면, ‘어떤 쇼트도 개별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들의 관계가 마치 세계 자체가 그러하듯 중층적이고 모든 것이 모든 것과 연관되어 있는 미로와 같은’ 영화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나레이션 한마디 없는 이 영화의 또 하나 재미있는 점은 ‘객관적 사실`을 재료로 삼아 완벽히 감독만의 ‘주관적 이야기’인 다큐멘터리를 완성해 낸다는 것이다. 김경만 감독은 영화제작소 청년 회원으로 활동하며 < 하지 말아야 될 것들 >, < 골리앗의 구조 >, < 바보는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 > 등 여러 작품들을 제작하는 동안, 시종일관 오래된 기록영화, 뉴스릴, 선전영화 등을 이용해 재편집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 미국의 바람과 불 >은 그의 첫 장편으로 2011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JIFF 관객상을 수상했으며, 2012년 극장 개봉을 준비중이다. 전통적인 다큐멘터리 양식을 독창적인 방식으로 뒤집고 있는 이 작품을 관객들은 어떻게 공명할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