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을 보라
- 감독
- 김곡, 김선
- 제작년도
- 2001
경기천년바탕체 R(저작권자: 경기도, 출처: 한국저작권위원회 ) (위 이미지 클릭 시 유튜브 영상으로 이동) 필름포럼 은 이화여대 후문 건너편, 연세대 동문으로 가는 방향에 위치하고 있다. 현재 위치에서 2012년 5월 개관하여 2013년 예술영화 전용관으로 선정되었다. 필름포럼 영화관의 운영 주체는 ‘사단법인 필레마’로, 필레마는 ‘ 서울국제사랑영화제 (2003년 서울기독영화제로 시작)’ 운영도 함께 하고 있다. 예술, 독립, 기독 영화의 발굴과 상영을 추구한다. 본래 영화평론가인 임재철 씨가 종로에서 필름포럼 영화관을 운영하다가 2008년 현재의 위치로 이전했고, 2012년 사단법인 필레마가 임재철 평론가로부터 운영권을 인수하여 법인 성격에 맞게 운영하기 시작했다. 필름포럼이 입주해 있는 하늬솔 빌딩은 건물 자체는 도로변에 있으나 영화관으로 들어오는 입구는 도로 뒤편 골목에 있다. 또한 인근에 대학교가 많고 자취생들이 많은 입지 특성상 자취하는 20대 대학생들을 제외하고는 실 거주인이 많지 않다 보니, 인근 지역 자체가 평일 낮에는 굉장히 활발하고 평일 저녁이나 주말이 되면 조용하다. 그러한 분위기는 필름포럼을 찾는 관객들의 분위기에도 영향을 미쳐, 청년들 같은 경우 혼자 와서 영화를 보고 가거나 여럿이 오면 세미나를 하는 등의 학구적인 모습이 많이 보인다. 필름포럼이 위치한 하늬솔 빌딩 20대 관객들 같은 경우, 타르코프스키 감독의 영화 등 명작들을 필름포럼 스크린에서 처음 접해보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인근 지역에 사는 50대 이상의 주민들 상당수는 그림 감상, 아카데미 강좌 수강 등을 이유로 방문했다가 카페도 이용하고 영화를 보는 경험을 하게 된다고 한다. 복합문화공간을 지향하는 극장 현재 필름포럼을 운영하는 인원들은 성현 대표와 조현기 프로그래머를 비롯해서 팀장, 카페 매니저, 카페 아르바이트 등을 포함하여 전체 10여 명 정도다. 성현 대표는 영화관의 전체적인 기획과 경영 및 프로그래밍에 대한 조율 업무를 맡고 있고 조현기 프로그래머는 상영작들의 큐레이션 업무 등을 담당하고 있다. 프로그래머는 본래 2명이었는데 현재는 1명인 상태다. 상영관은 2개관으로 1관은 90석이고 2관은 52석이다. 연중무휴이며 광고 없이 정시에 시작한다. 외부 철제 계단에서 아래로 내려오면 정원이 보여 지하인데도 지하가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정원이 딸린 카페 같은 외관인데 유리문을 열면 로비가 펼쳐지면서 카페가 같이 있다. 카페는 갤러리 공간으로도 쓰이고 있고, 카페 계산대에 영화관 키오스크가 설치되어 있어서 키오스크나 직원을 통해서 티켓 발권과 음료 주문을 한다. 전체적인 건물 평수는 약 500평 정도인데, 이중 상영관은 350평 정도 규모이고 나머지 공간을 카페를 겸한 로비와 세미나실로 구성하여 사용하고 있다. 필름포럼 로비 전경 상영 시스템의 경우, 개관 초기에는 필름으로도 상영을 했었지만 지금은 모두 디지털 영사기로 바꿨다. 1관은 디지털 시스템을 모두 갖췄고, 2관은 아직 국제인증을 받지 못해 한국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 서버를 갖추고 있다. 2024년 현재 영화진흥위원회 시설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2관도 1관처럼 디지털로 완전히 개편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영화관 로비가 카페이자 갤러리 역할을 하는 것은 처음부터 ‘복합문화공간’을 표방하고 지향했던 필레마의 방향성이다. 실제로 관객들은 이 공간을 영화 상영 전 대기 장소로서뿐만 아니라 만남의 장소로서도 이용한다. 이 공간에서는 아마추어들에게도 전시 기회가 열려있는데, 운영자들이 프로페셔널과 아마추어들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남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1관 상영관 내부 전경 관객과 함께 하는 공간 로비 중앙에는 출석부와 방명록이 놓여 있어서 관객이 참여하고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마련되어 있다. 영화 출석부의 경우 여러 횟수가 쌓이면 영화관으로부터 초대권을 받을 수 있으며, 평론가처럼 출석부에 본인이 본 영화에 대한 별점과 한 줄 리뷰를 남기게 되어 있다. 이는 관객 개인이 가지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로비에 오픈되어 있어서 해당 영화에 대한 감상평을 다른 관객들과도 나눌 수 있게 한다. 로비에 있는 ‘북 큐레이션’은 12권의 책을 한 달에 한 번씩 바꿔서 소개하고 있는데 상영 영화는 물론 현재 동시대성을 띤 책들이 섞여 있어서 관객들로부터 호응도가 매우 높다. 필름포럼 출석부 강연장에서는 자체적으로 기획한 인문/문화예술/종교와 관련된 아카데미를 꾸준히 운영하고 있는데 이는 커뮤니티 형성에 기여하고 있다. 처음에는 시네필 쪽에 포커스를 두고 강좌를 기획하고 운영했는데, 실제로는 예술영화를 한 번도 접해보지 않은 관객들이 꽤 많다는 것을 알고 좀 더 다양한 방향으로 바뀌었다. 예를 들어 ‘시네마 브런치’는 월요일 오전 10시에 예술영화를 함께 보고 샌드위치 들고 영화관 안에 들어와서 샌드위치를 먹으며 영화에 대한 해설을 듣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인데, 큰 호응을 얻었다. 상영되는 모든 영화는 기본적으로 큐레이션 된 영화들이다. 기획전 상영작들은 독립영화와 예술영화를 비롯하여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기독교 영화들도 많다. 영화를 좋아하는 시네필들의 재방문율이 높은 편이며 예술가의 삶이나 회화에 관련된 영화 기획전도 많이 열린다. 엠네스티와 같은 국제단체를 비롯하여 단체나 학교, 지역주민모임, 서점이나 사진관 등과도 협업한 기획전을 종종 개최하기도 한다. 필름포럼 세미나실 공간 및 운영 개요 1) 위치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성산로 527 하늬솔빌딩 A동 B1 2) 설립일 : 2005년 4월 22일 3) 대표자 : 성현 4) 규모 : 하늬솔빌딩 A동 1749.38m2 5) 극장 구성 (관수, 관별 좌석수, 훨체어석) : 1관 90석, 2관 52석, 총 142석 6) 운영시간 및 정기휴무 : 09:30~22:00, 연중무휴 7) 입장료 및 할인 정책 - 평일: 성인 10,000원, 청소년 9,000원, 경로/국가유공자/장애인 7,000원. 조조 7,000원 - 주말: 성인 11,000원, 청소년 10,000원, 경로/국가유공자/장애인 7,000원, 조조 8,000원 - 단체 할인: 10인 이상 1,000원 할인 / 30인 이상 2,000원 할인 8) 조직도 및 조직 구성 - (주)필레마 서울국제사랑영화제(극장운영주최) - 문화선교연구원(이론, 학술배경 제작) - 필름포럼(극장) 9) 구성원 : 성현 대표, 프로그래머, 조현기 프로그래머, 팀장, 매니저 취재 일자: 2024년 11월 19일 글/인터뷰 진행: 김문경 사진: 허 성
예술가의 일상과 예술의 창작과정은 늘 대중의 궁금증과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위대한 예술가일수록, 위대한 작품일수록 대중들은 잘 보이지 않은 그 세계를 궁금해했다. 그래서 영화는 오래 전부터 다양한 방식으로 예술가의 일생과 예술의 창작과정을 담아왔다. 대부분의 이런 영화(다큐멘터리)들은 남아있는 자료들과 인터뷰를 바탕으로 하여 예술가의 삶과 예술 작품들을 번갈아 보여주는 비슷비슷한 방식으로 주인공의 예술 세계를 담아낸다. 이렇게 재구성된 세계는, 그것이 극영화든 다큐멘터리든, 현실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해도 어느 정도의 극적 또는 예술적 과장을 피할 순 없다. 예술은 이렇게 오랜 시간에 걸쳐 매번 다른 모습으로 예술적 과장을 가미한 자기 복제를 거듭하며 스스로의 신화적 이미지를 창조하고 강화해왔다. 그러나 사실 예술가의 삶은 그렇게 화려하거나 그렇게 비루하지만은 않다. 그들의 예술 작품 또한 크고 멋진 작업실에서 천재적인 영감을 통해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일은 별로 없다. 대부분의 예술가들은 직장인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일상을 살아간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또는 어렵게 마련한 작은 작업실에서 일상과 창작을 반복한다. 예술은 이 지루하고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탄생한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자전적 에세이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 자신의 집필 과정에서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아침 일찍 일어나 커피를 내리고 매일 네 시간에서 다섯 시간 정도 책상 앞에 앉아 있는데, 장편 소설을 쓸 때에는 하루에 200자 원고지 20매를 규칙적으로 쓴다. 더 쓰고 싶어도 20매 정도에서 멈추고, 뭔가 잘 풀리지 않는 날에도 어떻게든 20매까지는 쓴다. 장기적인 일을 할 때에는 규칙성이 중요한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여기 하루키와 마찬가지로,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규칙직인 작업을 통해 예술작품을 탄생시켜온 한 화가가 있다. 이름은 이재헌. '그리고, 지우는' 방식의 회화 작업을 통해 인간의 내면과 감정을 표현하고, 이를 통해 인간의 실존을 탐구해 온 화가다. 두 번째 장편 다큐멘터리 < 아들의 시간 >(2014)으로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국제경쟁부문에서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았던 원태웅 감독의 세 번째 다큐멘터리 < 나의 정원 >(2019)은 이재헌 화가의 직업 화가로서의 일상과 하루키가 말한 그 규칙적 일상을 통해 탄생하는 예술, 그리고 둘 사이의 상관관계를 주목한다. 같은 창작자로서 다른 분야의 창작자가 영위하는 일상을 들여다보고 싶어서 이 영화를 구상했다는 원태웅 감독은 2015년 5월부터 약 20개월간 15일에 한 번씩 그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았다. 영화가 담아낸 그의 일상은 크게 세 개의 세계로 이루어져 있고 각각의 세계는 서로 유기적으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그의 예술 세계를 떠받치고 있다. 첫 번째 세계인 화가의 일상은 우리의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마트에 가고, 아이와 놀고, 가족들과 밥을 차려 먹고, 설거지를 하고 TV를 본다. 그리고 아침이 되면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준 다음 자신의 예술적 일상 속으로 이동한다. ‘보성 타일 인테리어’라는 간판이 달린 작업실은 영화가 담아낸 두 번째 세계이면서, 그의 예술적 일상이 지속되는 보금자리이자 그의 예술 세계의 중심이다. 그는 아침부터 저녁 퇴근할 때까지 이곳에 머물며 그림을 구상하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통화하거나, 식사를 하고, 간식을 먹고, 낮잠을 잔다. 영화는 낮에서 밤으로, 봄에서 겨울로, 그리고 다시 봄으로 이어지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위에서 언급한 두 세계 속에 존재하는 소소한 일상과 작품들이 스케치 되고, 채색되고, 지워졌다가 다시 채색되기를 반복하다가 결국 완성되는 신비로운 창작의 과정을 온전히 담아낸다. 그리고 여기에 화가 이재헌의 예술가로서의 내면과 예술적 여정을 형상화한 상상의 이미지들을 연결한다. 감독의 상상을 통해 재구성된 화가의 내면과 공간의 기억은 이 다큐멘터리가 새롭게 창조한 세계이자, 이 영화가 담고 있는 마지막 세 번째 세계다. 영화는 다큐멘터리의 형식 속에서 충실하게 일상을 담아내면서도 때론 대담하게 현실과 상상을 오간다. 그리고 세심하게 포착되고 가공된 시간의 변화와 사운드를 배치하면서 시간의 흐름과 함께 이미지와 감정을 차곡차곡 쌓아간다. 감독의 이런 작업 방식은 그림을 그리고 덧칠하여 지운 다음 그 위에 다시 그리면서 예술적 내면을 그림에 축적해가는 이재현 화가의 작업 방식과 닮아 있다. 정리하자면, 부분적으로 한 콜라주 작품의 창작 과정을 고스란히 담아낸 하룬 파로키의 단편 <자라 슈만의 그림 Image by Sarah Schumann>(1978)을 연상시키고, 전체적으로는 일상과 예술의 관계를 탐색하며, 아름다운 시의 세계를 온전히 담아낸 짐 자무쉬의 < 패터슨 >(2016)의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는 <나의 정원>은 매일같이 비슷하게 반복되고 지속되는 한 직업 화가의 일상, 그리고 자기 확신과 자기 의심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면서, 꿈과 일상 사이에서 부유하는 예술가의 내면, 그리고 작품들이 완성되어 가는 창조적 과정을 한꺼번에 목도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다큐멘터리라고 할 수 있다. 영화가 끝나면 ‘예술이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오래되고 진부한 질문이 더 이상 진부하게 느껴지지 않게 될 것이다. 그리고 같은 질문을 다시 떠올리게 될 것이다. ‘예술이란 도대체 무엇일까’라고. 정치, 사회 문제를 다루는 다큐멘터리가 아니면 좀처럼 주목받지 못하는 동시대 독립 다큐멘터리의 지형도를 굳이 고려하지 않더라도 감히 2019년에 공개된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 중에서 단연 첫손에 꼽을 만한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피폐한 삶을 어떻게 보여줄까? 평생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의 흔적을 어떻게 보여줄까? 예를 들어 우리 몸의 상처를 얘기할 때는 보여주면서 이건 어렸을 때 개에게 물린 거고, 이마의 상처는 친구들과 싸우다 난 거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마음에 남은 상처를 어떻게 보여줄까. 그래서 피폐해진 몸과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까. 그것을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면, 그것이 영상이거나 글로 묘사하는 문학이거나 우리는 그런 예술가를 천재라고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라이언 라킨 어떤 예술장르이거나 그런 천재들은 있기 마련이다. 그러면서도 천재들의 삶이 그렇듯 예술적 비범함만큼이나 삶을 과감하게 탕진한 사례들은 얼마든지 있다. 애니메이션계에서는 라이언 라킨(Ryan Larkin)이 그런 천재 중 한 명이다. 보통 그의 천재성을 말할 때 10살부터 유화를 그리고 13살에 미대((Montreal School of Fine Arts)에 입학한 사실을 거론한다. 또한 19살에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본 경험이 없음에도 전 세계 애니메이터들이 꿈꾸는 캐나다국립영상위원회(NFB)에서 거장 노먼 맥라렌의 적극적인 지지 아래, 자신만의 독창적인 제작기법과 표현 방식을 개발하여 주목받았다. 그는 영감에 의해 작업을 해왔던 애니메이터로 첫 작품부터 재능을 단번에 드러냈다. 마지막 작품은 애니메이션의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메타모포시즈metamorphosis 기법(나비가 애벌레에서 나비로 변화여 가듯 한 사물이 조금씩 변하여 전혀 다른 사물로 형상화하는 기법)을 최대한 활용한 걸작이었다. 그럼에도 라이언 라킨은 바라던 아카데미상을 받지 못했다. 오늘 소개하는 애니메이션 < 라이언 >은 라이언 라킨을 소개하는 다큐멘터리다. 이를 제작한 크리스 랜드레스는 2004년 라이언 라킨의 삶을 그린 14분짜리 < 라이언 >으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했다. 과연 누가 표현의 천재일까? 라이언 라킨(좌) 캐릭터와 감독 크리스 랜드레스(우) 캐릭터 <라이언>은 첫 장면부터 사람이 약물과 마음으로 입은 상처를 효과적으로 그려내며 관객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감독인 크리스 랜드레스가 애니메이션의 등장인물로 직접 출연, 인터뷰어의 역할을 하고, 라이언 라킨 역시 인터뷰이로 출연하여 자신이 캐릭터에 직접 목소리를 입혔다. 애니메이션은 공중화장실의 어둠 속에서 물 내리는 소리로 시작한다. 크리스 랜드레스가 첫 장면부터 등장, 거울 앞에서 과거의 상처를 애기하며 분열된 내면과 작가로서의 불안을 자조하듯 중얼거린다. 인터뷰는 노숙자 급식소 같은 곳에서 진행된다. 라이언의 인터뷰지만 그와 관련 사람들이 소환된다. 첫 번째로 한 때 애인이었던 펠리시티가 등장하는데, 그녀는 컬러의 선으로 표현되어 라이언이 그녀와 행복했음을 보여준다. 그녀는 라이언이 인생에서 항상 아슬아슬한 경계에 있었다고 증언한다. 여기서 주목받던 작품 < 걷기Walking >과 < 거리음악Street Musique >이 소개되는데, 그의 애니메이션은 몸이 어떻게 움직이고 변하는지 보여주는 필름이다. 라이언은 거울 앞에 서기를 좋아했고, 벌거벗은 상태에서 자신의 몸과 살이 움직일 때 어떤 상태인지 관찰하며 그림을 그려왔다. 그는 회화만이 아닌 음악과 결합된 움직임을 창조하고 싶어 했다. 이어서 그가 잘 나가던 시절 프로듀서인 데렉 램이 소환된다. 그는 라이언이 자신감을 잃고 분노만 남은 사람으로, 코카인의 힘으로 뭔가 대단한 걸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그를 파괴했다고 증언한다. 이후 인터뷰어인 감독은 라이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들려준다. 상실감이 가장 파괴적인 것이라며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라이언에게 술과 담배를 끊고 재기했으면 좋겠다고 권한다. 급식소 안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흡사 라이언이 지나온 모습 같다. 라이언의 모습을 보며 감독은 어린 시절 어머니의 알코올중독을 떠올리고, 마지막은 라이언의 거리 구걸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라이언 뒤의 배경(상점 유리)에는 잘 나가던 시절의 라이언이 비춰지며 암전된다. <걷기>(1968) <라이언>에는 라이언 라킨이 그린 독특한 작품도 맛볼 수 있는 재미가 있다. 유튜브 에 올라 있으니 전편을 보면 좋겠다. 특히 1968년 작 <Walking>은 단순하지만 다양한 걸음을 디테일하게 보여준다. 마치 로토스코핑(rotoscoping)을 사용한 듯 실감나는 인체 묘사와 다양한 포즈, 액션이 인상적이다. 수채화로 채색한 그림과 선의 움직임은 음악의 비트에 맞춰 라이언 라킨의 독특한 타이밍 감각을 보여준다. 누더기처럼 너덜너덜한 육신으로 연신 술을 들이키며 예술적 영감으로 넘쳐났던 과거를 이야기하는 노쇠한 남자, 라이언 라킨.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표현방식을 제시하며 당시의 애니메이터들을 놀라게 했지만, 거리의 노숙자로 살아가며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갔다. 감독은 라이언 라킨을 인터뷰하면서 그의 모습이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는 걸 드러낸다. 부서지기 쉬운 사람, 상처받은 사람이라는 공통점으로 그들은 연결된다. 그들에게 세상은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다. 뭔가 유동적이고 왜곡되어 있다. 예술가로서의 동질감을 크리스 랜드레스의 애니메이션은 보여준다. 이 작품은 3D 그래픽만이 표현할 수 있는 소재와 내용을 다루고 있다. 애니메이션을 만들 때, 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크리스 렌드레스는 <라이언>이 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야 하는지 정확하게 답했다. 3D그래픽은 감독 자신의 캐릭터는 물론 라이언의 절망감과 생애, 특히 알코올과 마약 중독자의 특징과 상처를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라이언>의 캐릭터 디자인은 기이하고 우스꽝스럽고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보통 파편화된 삶이라는 표현을 쓸 때, 파편화된 모습이 어떤 것인지 직관적으로 떠올리게 한다. 여기저기 벗겨진 피부와 앙상한 뼈대 사이로 텅 빈 내부가 고스란히 보인다. 감독은 라이언 라킨을 뒤틀린 신체의 일부만으로 표현한다. 파격적이고 기괴한 캐릭터를 통해 라이언의 분열되고 상처 입은 내면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관객은 이러한 시각적 표현과 기이한 이미지를 접하며 강렬한 충격에서 영화를 시작해서 끝날 때까지 긴장을 놓지 못한다. 또한 끝나고 나서도 파격의 이미지가 던져주는 시각적, 기술적 새로움을 넘어 두 예술가의 삶과 예술에 대한 동질감에 감동받는다. 애니메이션영화제에서 우연히 라이언과 어울리게 된 감독 크리스 랜드레스는 부랑아 정도로 여겼던 라이언에게서 비범한 예술적 재능이 있음을 알아채고, 4년여의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라이언 라킨의 삶을 애니메이션으로 기록했다. "처음 영화를 시작했을 때, 그의 삶은 여러 가지로 상징적이었어요. 그의 삶은 예술가라면 가져야 할 열정과 나이를 먹으며 어떻게 삶을 마칠 것인가에 대한 두려움 모두를 의미했습니다. 그는 예술가가 가장 두려워하는 곳에서 살고 있었지요. 최악의 상황에 처한 한 남자의 삶은 어떠할까? 저는 이것을 보여 주고 싶었습니다. 이 작품은 비극이지만 유머나 인간미 역시 담고 있습니다.”감독의 말처럼 <라이언>은 그저 불행했던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좌절한 애니메이터 라이언 라킨에 대한 이야기인 동시에 감독 자신을 포함한 모든 예술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더 나아가 상처받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두 예술가, 라이언 라킨과 크리스 랜드레스의 공허감은 채워질 수 없는 예술적 완성에 대한 욕망으로 보인다. 드로잉에 있어 천재적인 재능을 인정받았던 라이언 라킨은 종이에 그림을 그려 움직임을 만들었던 전통적인 애니메이터였다. 그런 그가 노숙자로 전락한 그의 모습은 어떤 의미에서는 다분히 상징적이다. 피폐한 라이언의 모습과 그것을 재현하는 크리스의 3D 표현력은 마치 컴퓨터에 밀려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전통적인 애니메이터의 현재를 보여주는 동시에 컴퓨터 그래픽이라는 새로운 테크놀로지도 삶의 현실을 담고 이야기를 담을 수 있음을 보여 준다. 보들레르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매우 일상적이고 처연한 실생활과 순간적이고 소멸되는 성격의 현대 도시의 삶 속에서 독특한 것과 개인적인 것을 통해 새로운 미(美)를 발견하려고 하였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새로운 미를 보여준다. <라이언>은 2004년부터 안시애니메이션페스티벌과 아카데미 등의 굵직한 시상식에서 앞서 소개한 박세종의 <축생일> 과 경쟁하며 주목을 받았다. 인물에 내재된 욕망과 트라우마까지 형상화한 독특한 컴퓨터그래픽 애니메이션은 시각적 충격과 탄탄한 서사로 강력한 매력을 뽐낸다. 후일담이지만 <라이언> 성공 이후 라이언 라킨은 여성 감독 로리 고든과 함께 2008년 < 한 푼 줍쇼Spare Change >라는 7분짜리 애니메이션으로 재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