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우버드
- 감독
- 도미닉 몽페리, 크리스티앙 드 비타
- 제작년도
- 2014
- 출연
- 세스 그린, 다코타 패닝, 크리스틴 바란스키, 대니 글로버
올해로 3년째 하다 보니 사사로운 영화 리스트를 작성하고 원고 독촉을 받으며 이 원고를 쓰는 일이 이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중요한 일이 되었다. 다시, 올해 본 영화 리스트를 뒤적거렸다. 상반기에 개봉한 영화들 중 사사로운 리스트에 넣을 만한 영화들은 대부분 무주산골영화제에서 상영했으므로, 이번엔 주로 2017년 하반기 극장 개봉작과 이 시기에 본 영화들을 주로 살펴보았다. 그리고 올해의 베스트 영화에 넣을 영화들은 되도록 제외하면서 사사로운 마음으로 나만의 2017년 ‘사사로운 영화 리스트’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올해의 사사로운 영화 리스트 먼저 애니메이션 한 편, 일본 박스오피스에서 < 너의 이름은 >과 함께 흥행했던 야마다 나오코 감독의 애니메이션 < 목소리의 형태 >, 10대의 왕따 문제를 소재로 가해자와 피해자의 구도를 넘어서서, 소통과 다름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를 이렇게 세련되고 유려하게 담아낸 영화는 별로 본 적이 없다. 10대는커녕 20대 이야기를 다룬 청춘영화조차 대부분 교훈과 감동을 버무려내기 위해 애쓰는 한국영화가 앞으로 넘어야 할 산 너머에 있는 영화다. 그리고 한국영화 두 편, 정윤석 감독의 두 번째 다큐멘터리 <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 >와 김대환 감독의 두 번째 극영화 < 초행 >, 두 감독의 데뷔작과 두 번째 작품을 모두 본 사람은 알 것이다. 본인들은 손사래를 치거나 그러거나 말거나 할지 모르지만 이 두 감독은 한국영화 미래의 일부가 될 것이다. 이제 3년째 사사로운 리스트를 만들면서 처음으로 넣은 할리우드 영화 차례다. 할리우드 프랜차이즈 영화의 최근 경향의 중심에는 마블과 DC의 세계 속에서 존재론적 고민에 시달리며 우울증을 겪고 있는 히어로들이 있다. 이 와중에 험상궂은 얼굴로 못된 인간들을 몽땅 몰아내고 유인원의 세계를 탄생시킨 < 혹성탈출: 종의 전쟁 >은 올해 유일하게 마음을 움직인 할리우드 영화였다. 사실 보고나서야 알았다. 이 영화의 감독이 < 렛미인 >의 미국 버전을 연출한 맷 리브스였다는 걸, 빤한 영화가 좋을 땐 항상 이유가 있는데, 그 이유는 대부분 감독으로부터 비롯된다. 다음은 올해 영화제 상영작 2편, 우선 올해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상영작 오드리우스 스토니스 감독의 < 여자와 빙하 >, 최근 몇 년간 본 최고의 시적 다큐멘터리였다. 구 소비에트 연방과 주변 나라의 감독들은 몽타쥬의 본질과 그것이 가지는 힘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오드리우스 스토니스 감독은 리투아니아 출신이다. 그리고 올해 가장 인상적으로 봤던 데뷔작 중 한 편인 < 신의 나라 >, 영국 출신 프란시스 리 감독의 데뷔작으로 요크셔 지역을 배경으로 한 영국판 < 브로크백 마운틴 >으로 불린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었다. 올해 최고의 영국영화 중 한 편임을 확신한다. 내년에 개봉하지 않는다면 무주산골영화제에서 보게 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이수연 작가의 첫 TV 드라마 < 비밀의 숲 >. ‘사사로운 영화 리스트’에는 TV 드라마를 넣을 수 있다. TV 드라마의 형식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고,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 매회 정보의 양을 효과적으로 조절한다. 그러면서 세련되게 메시지를 담아낸다. 이수연 작가의 이런 솜씨는 좀처럼 눈을 번쩍 뜨게 하는 스릴러 영화를 찾아볼 수 없는 한국 영화가 벤치마킹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2017년 하반기 개봉작 3편. 2012년 < 신의 소녀들 > 이후 4년 만에 돌아온 크리스티안 문주 감독의 2016년 영화 < 엘리자의 내일 >, 칸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이 아니더라도 이런 식의 차가운 리얼리즘을 표방한 동유럽 영화는 언제든 보고 싶다. 이제 그의 영화는 어떤 경지에 올라간 것 같다. 거기서 내려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영국의 린 램지(< 케빈에 대하여 >), 미국의 켈리 리처드(<어떤 여인들>), 프랑스의 미아 한센-러브(< 다가오는 것들 >)와 함께 항상 다음 작품이 기다려지는 또 한 명의 여성 감독 안드레아 아놀드의 눈부시게 아름다운 청춘 로드 무비 < 아메리칸 허니: 방황하는 별의 노래 >. 유려하게 움직이면서 포착해내는 청춘의 빛과 그들의 감정은 황홀하다. 이런 클로즈업이라면 어떻게 쓰든 얼마나 쓰든 괜찮다. 그리고 올해 리스트의 마지막 영화는, 드니 빌뇌브 감독의 <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2015)와 데이빗 맥켄지 감독의 < 로스트 인 더스트 >(2016)의 시나리오 작가 테일러 쉐리던의 본격적인 첫 연출작 < 윈드 리버 >다. 볼 날을 기대했던 몇 안 되는 영화였다. 누군가는 실망했겠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 올해 선택한 10편의 영화 중 쓰고 싶은 유일한 영화였다. 테일러 쉐리던 테일러 쉐리던은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관심 있게 지켜봐 온 미국 시나리오 작가이자 감독이다. 그는 현재까지 쓴 3편의 영화를 통해 기존의 장르 영화에서 보던 흔한 이야기를 다층적인 콘텍스트에 얹어 새로운 시각으로 풀어내는 특별한 재주를 가지고 있음을 증명했다. 원래 배우였다. 2005년 <베로니카 마스>를 시작으로 주로 드라마에 출연했는데, 2008년부터 2010년까지는 <썬즈 오브 아나키>에 출연해 부서장 역을 맡아 주목받았다. 그러다가 2011년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저예산 호러 영화 <고통 Vile>을 연출했다. 이 무렵 주로 시나리오 작업에 몰두했던 모양이다. 2012년 즈음에 시나리오 상태였던 < 시카리오 >와 < 로스트 인 더스트 >의 영화 판권 계약을 마쳤으니 말이다. 이렇게 그는 40살이 넘어 시나리오 작가로서의 길을 열어젖혔다. 그의 시나리오가 영화로 만들어진 첫 결과물은 드니 빌뇌브가 연출을 맡은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였다. 사실 드니 빌뇌브는 지금이야 가장 주목받는 할리우드 영화감독이지만, 원래 캐나다에서 주로 활동했던 감독이다. 첫 출세작은 8번째 영화 < 그을린 사랑 >(2010)이었다. 거의 한국 드라마 수준에 육박하는 감동의 막장 이야기를 힘 있게 연출하여 특히 한국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이후 할리우드 배우들과 함께 2편의 영화를 더 연출했지만 그는 여전히 캐나다 바깥에서 주목받지 못했다. 2013년이 끝나갈 무렵 테일러 쉐리던의 시나리오 <시카리오>를 만났다. 그의 11번째 연출작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는 2015년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하며 호평을 받았다. 처음으로 영화화된 쉐리던의 시나리오는 이렇게 감독과 작가의 인생을 바꾸어버렸다. 드니 빌뇌브는 이후 < 컨택트 >(2016), < 블레이드 러너 2049 >(2017)를 연달아 연출하며 할리우드에서 동시대 가장 주목받는 감독의 자리에 올랐고, 테일러 쉐리던은 <시카리오> 이후 데이빗 메킨지가 연출을 맡은 <로스트 인 더스트>(2016)가 공개되면서 시나리오 작가로서 본격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영화는 2016년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에 초청되었고, 아카데미영화상 및 많은 영화상의 시나리오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다. 그리고 2016년 자신이 각본을 쓴 세 번째 작품이자, 연출을 맡은 두 번째 작품이지만 본격적인 데뷔작이라고 할 수 있는 < 윈드 리버 >를 완성했다. 2017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첫 공개되었고, 곧바로 칸영화제로 직행하여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 감독상을 수상했다. 미국 변방 3부작 테일러 쉐리던은 스스로가 <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 < 로스트 인 더스트 > < 윈드 리버 >를 미국 변방 3부작(frontier trilogy)으로 부른다. 세 영화의 배경이 모두 현대 미국의 변방이기 때문이다. 이 3부작은 특정한 공간을 기반으로 한다. 그래서 이 세 편의 영화를 이야기할 때 반드시 먼저 이야기해야할 것은 영화 속 공간이다. 변방은 정부의 사법권이 잘 닿지 않기 때문에 범죄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세 편의 영화에 등장하는 범죄는 이런 공간적 배경 속에서 발생할 수 있는 동기를 갖게 된다. 여기서 이 삼부작을 가로지르는 하나의 주제를 발견할 수 있는데, ‘이주’와 ‘정착’이다. 변방은 이주가 용이하고 정착이 어렵다. 그러므로 이미 변방에 정착한 사람들의 삶은 불안하다. 외부로부터 흘러들어온 이주민은 잠시 머물렀다 어제든 떠날 사람들이고, 그래서 그들의 삶 역시 부유한다. 불안한 삶은 폭력을 내재한다. 폭력으로 나를, 내 삶을, 내 가족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주민과 정착민 사이에는 긴장이 만들어지고, 그 긴장이 깨지면 폭력이, 그리고 그 폭력은 다시 범죄로 연결된다. 그래서 이 3부작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폭력’이 된다. 3부작에는 인간에 내재된 폭력이 얼마나 발전할 수 있는지, 그리고 인간의 삶은 얼마나 폭력에 발목이 잡혀있는지가 그려진다. 테일러 셰리던은 자신의 영화 속 폭력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모든 종은 폭력적이고, 폭력은 말 그대로 삶의 접착제다. 그러나 폭력을 사악하게 사용하는 유일한 종은 인간뿐이다.” 그는 이런 인식을 기반으로 현대 미국의 변방의 특정 공간을 배경으로 설정하고, 이주와 정착, 폭력을 주제로 하여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섬뜩한 스릴러 영화 <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는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을 배경으로 미국의 마약과의 전쟁과 그로 인한 폭력의 이면을 차갑게 담아낸다. 불명확한 선과 악의 경계에서 FBI 요원인 여주인공은 원칙을 지키려고 하지만 결국 실패한다. 그리고 정부가 개입하여 얻어낸 마약과의 전쟁의 결과물은 다시 전직 마약 두목에게 돌아간다. 선악이 불분명해진 세계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미국의 시스템은 영화 속에서 이렇게 정체를 드러낸다. 한편, 멜랑콜리한 감성이 느껴지는 서부극의 느낌이 물씬 나는 범죄 스릴러 영화 < 로스트 인 더스트 >의 배경은 몰락해버린 미국 서부 텍사스이다. 영화는 가족을 위해 은행을 터는 형제 강도와 이를 쫓는 텍사스 두 경찰을 통해 자본주의가 파괴해버린, 그래서 이제는 미국의 변방으로 몰락한 서부의 모습을 노란빛의 화면에 담아낸다. 웨스턴 장르를 통해 찬양받으며, 무자비한 폭력으로 미국 서부를 개척했던 카우보이 모자를 쓴 미국 백인 남성들은 이 영화에 와서 몰락한 채 퇴장한다. 범죄를 처단하고 정의를 부르짖었던 서부극의 총잡이들은 이제 가족을 위해 범죄를 저지르거나 은퇴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그래서 <로스트 인 더스트> 앞에는 신서부극(네오 웨스턴)이라는 단어가 붙곤 한다. < 윈드 리버 > 그리고 쉐리던이 마지막으로 당도한 곳은 또 다른 미국의 변방, 아무런 희망도 찾을 수 없는 미국 와이오밍 주의 인디언 보호구역 윈드 리버다. 미국 정부의 인종에 대한 차별적이고 폭력적 정책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쉐리던은 이곳을 잘 안다. 한 때 오랫동안 이런 보호구역에서 살았기 때문이다. 그가 영화의 연출을 다른 감독에게 맡기지 못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윈드 리버는 겨울이 되면 한 치 앞도 볼 수 없을 정도의 눈 폭풍이 며칠씩 몰아치는, 끝없는 백색 설원으로 가득한 곳이다. 이 광활한 공간에서 인간은 한낱 점과 같다. 그 새하얀 눈밭에서 처참한 모습을 한 한 소녀의 시신이 발견된다. 인디언 보호구역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나면 FBI의 관할이다. 지역 사법권의 부재는 외부에서 초짜 여성 FBI 요원 제인(엘리자베스 올슨)을 윈드 리버로 불러들이고, 여기에 인디언 경찰과 야생동물 헌터 코리(제레미 레너)가 합세한다. 사건 조사 과정에서 보여주는 인디언 보호 구역의 삶은 그 곳의 풍경만큼 스산하고 황폐하다. 죽은 채 발견된 소녀는 외부에서 흘러들어온 백인 공사장 인부들에 의해 희생되었다. 광활한 자연의 지루함을 견딜 수 없어 범죄를 저지른 이 백인들은 결국 인디언들에게 유일하게 빼앗아 가지 못한 그 백색의 자연 속에서 죽어간다. < 윈드 리버 >는 이렇게 오래전 인디언을 학살하고 그 땅을 차지했고, 이제 한 인디언 소녀를 잔인하게 폭행하여 죽음으로 몰아넣은 백인들의 범죄를 정부의 사법권으로 처벌하지 않고, 인디언 아내를 둔 코리를 통한 복수로 마무리한다. 따라서 사건을 해결하는 주체가 인디언이 아니라 인디언의 아내를 둔 백인 남성(코리)과 백인 여성(제인)이라는 점에서 이 영화에 대한 비판이 나오는 건 자연스럽다. 그러나 쉐리던이 가지고 있는 인디언 보호구역에서의 거주 경험과 인디언 커뮤니티에 대한 깊은 애정, 그리고 영화의 끝에 등장하는 자막을 생각하면, 코리는 분명 쉐리던의 분신이므로, 이 영화를 통해 정말 쉐리던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폭력으로 밖에 지킬 수 없는 인디언 보호 구역의 처참한 현실에 대한 것이다. 쉐리던은 <윈드 리버>에 대한 인터뷰에서 작가로서의 자신의 일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스토리텔러로서 나 같은 사람이 하는 일의 좋은 점 중 하나는 바로 옆에 엄연하게 존재하고 있음에도 존재하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세계를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것이다. 그리고 영화라는 예술이 명백하게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점은, 질문함으로써 우리 세계를 비춰보도록 하고, 결국 관객이 질문을 하게 함으로써 어떤 변화를 끌어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쉐리던이 각본을 쓴 이전 두 작품을 떠올려보면, 이 영화에는 이런 하나의 사회적 의미 이상의 다양한 의미들이 포함되어 있는 걸 짐작할 수 있다. 쉐리던의 세계에선 제 역할을 하지 않는 캐릭터를 찾기가 어렵고, 각 인물에게는 많지 않지만 정확하고 필요한 대사가 딱 그만큼 주어진다. 그래서 한 시퀀스에서 다른 시퀀스로 넘어갈 때 꽤 대담한데도 불구하고, 인물의 감정에 대한 설명이 거의 필요 없다. 그렇게 인물들은 안정적인 감정의 인과관계 속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질문을 던진다. 뿐만 아니라 그의 세계에선 공간 자체가 캐릭터화 되어 공간과 인물이 상호작용을 하고, 이를 통해 다른 의미를 끌어낸다. 그러므로 이 영화는 윈드 리버라는 공간의 입장에서 보면 살인사건과 이 사건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인물들을 통해 인디언 보호구역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정치적 영화가 되지만, FBI 요원의 입장에서 보면 한 여성 초짜 법률 집행인이 사건을 수사하면서 희생자의 슬픔을 진심으로 이해해 가고, 갖은 고초 속에서 결국 사건 해결에 성공하고 살아남은 과정을 담은 성장영화가 되거나, 야생동물 헌터 코리의 입장에서 보면 딸을 잃었던 경험이 있는 아버지가 딸을 잃은 친구를 위해 치밀하게 계획하여 복수에 성공하는 범죄영화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딸을 잃은 아버지 마틴의 입장에서 보면 상실의 고통과 아픔을 견디는 과정을 담은 심리 드라마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여기에서 다시 한 번 삼부작이 공통적으로 다루고 있는 다른 하나의 주제를 발견하게 된다. 그 주제는 바로 ‘아버지’, 자식을 지키는 데 실패한 아버지다. 적에게 무참하게 가족을 잃은 <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의 아버지 알레한드로(베네치오 델 토로), 가난 밖에 물려줄 수 없어 형과 함께 은행을 털기로 한 < 로스트 인 더스트 >의 아버지 토비(크리스 파인), 살해된 딸과 마약으로 망가진 아들을 지켜내지 못한 < 윈드 리버 >의 두 아버지 코리(제레미 레너)와 마틴(길 버닝햄), 이 무능하고 실패한 아버지들은 잔인하게 복수하거나, 가족을 위해 범죄를 저지르거나, 가만히 슬픔을 체화한다. 결국 쉐리던의 세계는 이 실패한 아버지들을 통해 더 커다란 은유의 세계로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테일러 쉐리던이 만들어낸 세계 난 테일러 쉐리던이 미국 변방 삼부작을 통해 구축해낸 세계를 좋아한다. 폭력이 가득한 이 세계는 우울하고 슬프고 황폐하며 차갑다. 끝없는 절망도 섣부른 희망도 없다. 사랑 때문에, 부조리한 구조 때문에 상처받은 영혼들이 살아가는, 그 흔한 로맨스 하나 없는 세계다. 영화 속에 등장한 인물들은 그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자신의 역할을 수행할 뿐이다. 명백하게 변화하지 않을 것 같은 이 세계, 그러나 우리는 이 견고해 보이는 세계조차. 천천히, 보이지 않게 변화하고 있다는 걸 안다. 그리고 그 세계의 변화는 결국 사람으로 비롯된다는 것도. 지난 수년간 암흑기를 겪었던 우리가 그랬듯, 이 삼부작의 각기 다른 공간 속에서 살아남은 인물들 - <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의 FBI요원 케이트(에밀리 블런트)와 다시 마약 두목이 된 알레한드로(베네치오 델 토로), < 로스트 인 더스트 >의 토비(크리스 파인)과 해밀턴(제프 브리지스), < 윈드 리버 >의 두 아버지 코리(제레미 레너)와 마틴(길 버닝햄)과 살아남은 FBI요원 제인(엘리자베스 올슨) - 도 그럴 것이다. 아니 그럴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리고 이것이 그가 쓴 시나리오로 영화화 되고 있는 < 시카리오 2: 솔다도 >(2018)와 케빈 코스트너의 출연을 전제로 각본과 연출을 맡은 TV 드라마 <옐로우 스톤>(2018)을 기다리는 나의 이유이다.
영화업자가 극장 안에서 관객들에게 디즈니 애니메이션 < 판타지아 >(1940)를 소개한다. 그러나 할리우드로부터 상영이 취소되었다는 통보를 받고는 <판타지아>의 ‘모조품’을 만들기로 하고, 감옥에서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애니메이터들을 데려온다. 영화가 시작되면 여섯 곡의 클래식 음악과 함께 디즈니 <판타지아>에 대한 패러디와 풍자가 넘쳐나는 전복적인 애니메이션 에피소드들이 펼쳐진다. 핑크 플로이드의 더블 음반 ‘더 월 The Wall’을 영상으로 옮긴 알란 파커 감독의 <더 월 The Wall>(1982), 비틀즈 음악을 소재로 만든 애니메이션 < 옐로우 서브마린 Yellow Submarine >(1968) 등과 함께 음악을 모티브로 한 영화 가운데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 알레그로 논 트로포 Allegro non Troppo >는 이탈리아의 애니메이션 작가 브루노 보제토(1938~ )의 1976년 작품으로 <서부와 소다 West and Soda>(1965), <빕, 나의 형제 슈퍼맨 The Super Vips>(1968)에 이은 그의 세 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 알레그로 논 트로포 >의 에피소드들 이 유머러스하고 디즈니 보수주의에 저항하는 대담한 옴니버스 장편 애니메이션 < 알레그로 논 트로포 >의 첫 곡은 드뷔시의 관현악 ‘목신의 오후 전주곡’으로 시작하는데, 감독은 < 판타지아 >의 ‘전원 교향곡’ 에피소드를 패러디하여 젊고 아름다운 목신(牧神)이 아닌 늙은 목신의 여성을 향한 관능적 몽상을 허망하게 그리고 있다. 이어지는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드보르작의 ‘슬라브 무곡 7번’이 흐르고, 파시즘과 독재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풍자가 빛을 발한다. < 알레그로 논 트로포 >의 대표적인 이미지인 콜라병이 등장하는 세 번째 에피소드는 반복적인 메타모르포제 리듬을 타는 라벨의 ‘볼레로’를 배경 음악으로 하여 인류의 탄생과 진화를 충격적인 반전으로 패러디한 영상이다. 시벨리우스의 ‘슬픈 왈츠’를 애니메이션 화한 네 번째 에피소드는 철거로 파괴된 황량한 도시에 살고 있는 작은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음악과 어우러진 서정적인 화면은 아마도 이 작품에서 가장 슬프고 감동을 주는 에피소드일 것이다. 다섯 번째 에피소드는 비발디의 ‘협주곡 C장조‘를 소재로 하였는데, 식사 준비를 방해받은 벌의 반격으로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애니메이터까지 싸움이 벌어져 온통 난장판이 되는 이야기이며, 스트라빈스키의 ‘불새’로 시작되는 마지막 에피소드는 아담과 이브 그리고 뱀을 등장시켜 자본주의 사회의 온갖 병폐와 모순을 거침없이 들춰내고, 다시 한 번 디즈니의 < 판타지아 >를 조롱하는 피날레로 이어진다. <타품! 무기의 역사! Tapum! Weapons History!>(1958), <서부와 소다 West and Soda>(1965) <미스터 로시, 자동차를 사다 Mister Rossi Buys a Car>(1966), <오페라 Opera>(1973) 이탈리아의 ‘애니메이션 국민작가’로 불리는 브루노 보제토는 1938년 밀라노 태생으로 10대 시절 만든 8mm 단편 애니메이션 <도날드 덕 카툰>(1953)을 시작으로 하여, 20세가 되던 해에 만든 단편 <타품! 무기의 역사! Tapum! Weapons History!>(1958)를 계기로 본격적인 애니메이션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그 후 그는 칸영화제에서 수상한 <미스터 로시, 자동차를 사다 Mister Rossi Buys a Car>(1966), 바르셀로나 영화제 등에서 수상한 <피클즈 Pickles>(1971), 안시 영화제 등에서 수상한 <오페라 Opera>(1973), 히로시마 영화제에서 수상한 <지그문트 Sigmund>(1983), 베를린 영화제에서 수상한 <미스터 타오 Mister Tao>(1988), 아카데미 최우수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바 있는 <메뚜기 Grasshoppers>(1990), 카툰스 온 더 베이 등의 영화제에서 수상한 <스파게티 가족 Spaghetti Family>(1996), <바쁘게 사는 자들의 세상에 대한 역사(History of the World for Those in a Hurry>(2001), <인생 Life>(2003), <도로의 무기 Weapons on the Road>(2008), <섹스&펀 Sex & Fun>(2012> 등 지난 60여 년 동안 거의 매해 거르지 않고 애니메이션 작품을 만들어 발표해왔으며, 각종 영화제에서 120여 회에 달하는 수상 경력을 갖고 있다. 끊임없는 창작 의지로 일생을 바쳐 만든 70여 편의 단편 애니메이션과 라이브액션 그리고 일곱 편의 장편 애니메이션을 통해 인간과 사회 그리고 정치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특유의 풍자를 거침없이 표현하고 있는 애니메이션의 거장 브루노 보제토, 그의 다양한 애니메이션들은 유튜브 채널( www.youtube.com/user/BrunoBozzettoChannel )에서 온라인으로 만나볼 수 있다.
흔한 TV 애니메이션 제작 스튜디오의 단체 스태프 사진. 이들도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고, 하고 싶은 애니메이션에 대한 포부 또한 거대하다. 하지만 국내 애니메이션 시장 상황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 “애니메이션 만듭니다” “네?” “아.. 만화영화요.. 텔레비전에 나오는 거” “아~ 그래요? 우리 애들도 만화 좋아하는데” 거리에서 우연히 만나는 사람이건, 아니면 친척들과 오랜만에 만나게 되든, 대화에서 어쩌다 직업을 말하게 되면 백중팔구는 이런 식으로 대화가 끝난다. 우리 애들이 좋아하는 만화. 그렇다. 나는 (사실 원고 작성하면서 개인적으로 ‘나는’과 같은 1인칭 대명사를 사용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사람이다. 그것도 TV 시리즈, 유아용 애니메이션을. 말하자면 현재까지 두 시즌 정도 방영을 하였고, 차기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뭐 그렇다고 한국의 대표하는 유명한 작품을 만들고 있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고, 그냥 소박한(?) 스튜디오에서 작은 작품들을 제작하고 있다(실제로 몇몇 큰 스튜디오를 제외하고는 국내에서 제작·방영되고 있는 애니메이션들의 제작사는 모두 작고 소박한 회사들이다). 그러다 보니 국내시장에서 만들어지고 있거나 기획되고 있는 작품들의 내부 과정을 조금씩 정도는 귀동냥으로 듣거나, 실제로 직접 보는 경우가 많다. 재밌는 상황도 있고, 즐거운 작업에 대한 이야기도 많으면서도 제작 중에 생기는 우여곡절, 기획 마케팅 과정에서의 절망과 환희 등도 있다. 많은 작품들이 ‘애’들만 보는 ‘만화’영화 정도로 인식되기도 하지만, 또는 실제로 그렇게 기획되기도 하였지만, 원대한 꿈으로 시작했던 작품들도 많다. 이 글은 한국의 작은 애니메이션 제작사가 TV용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과정을 하나하나 살펴보는 연작의 첫 번째 시작 글이 될 것 같다. 워낙 다양하고 복잡한 과정이 있어서 이 모든 이야기를 담기엔 지면과 내 의지가 좁고 얕아 한계가 있을 것 같긴 하지만 뭐 ‘최선을 다하면 우주가 도와줄 것’이라 믿고, 시작해 보자. 작품의 기획은 가장 즐거운 과정이면서도, 험난한 여정이다. 작품의 얼개를 정하고, 각각의 아트팀에서 (반드시 이렇게 나눠지는 것은 아니지만, 임의로 작품을 직접 만드는 여러 팀을 아트팀으로 하고, 프로듀서, 행정, 마케팅 담당을 임의로 기획팀으로 부르겠다) 여러 가지 아이디어와 생각을 던지는 그 과정은 정말로 즐거운 과정이다. 하지만 점점 작품의 색이 정해지고 설정의 경계가 명확해질수록 여러 험난한 과정이 시작된다. 보통 기획과정에서는 작품의 콘셉트, 메인 스토리, 캐릭터, 배경 등을 설정하는데, 보통 프로듀서와 총감독, 시나리오 작가, 디자이너가 참여하여 회의를 통해서 진행된다고 알려져 있다. 뭐 사실 기획의 시작에 대한 것은 그렇다고 쳐도, 본격적인 기획 단계에 들어가게 되면 예의 언급한 거의 모든 아트팀들이 움직인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TV용 애니메이션의 최초 아이디어는 회사의 대표 또는 사장님으로부터 시작되는 지점이 많다. 투자 때문이다. 회사의 규모가 크고 돈이 많은 회사라면 제작비에 대한 걱정 없이 어떻게 해보겠지만, 뭐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투자가 되지 않으면 인건비가 생기지 않으니 작품 제작이 되겠는가? 험난한 기획이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된다고 보는 것이 바로 그 때문이다. 국내에서 TV용 애니메이션에 투자하는 기관은 일반적으로 국내 방송사, 투자사, 각종 펀드와 관의 지원 사업 등등이 있는데, 거의 모든 제작비가 이러한 투자금들이 모여서 구성된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문제는, 투자사는 결국 투자한 만큼 돌려받든지, 아니면 그 이상의 수익을 발생시켜야 한다는 점인데, 국내에서의 방영만을 통해서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방영료 산정방식을 굳이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다시 말해 애니메이션 자체로만 가지고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 그래서 애니메이션 회사가 별의별 사업 기획을 해서 외주를 주든지, 아니면 직접 사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캐릭터를 이용한 머천다이징이나(젓가락부터 핸드폰 껍데기까지), 교육용 출판 사업, 봉제 인형, 완구, 심지어는 어린이 뮤지컬 제작, 키즈카페에 이르기까지 별의별 사업을 무지막지하게 진행해야 한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수익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보통 TV 시리즈용 애니메이션 제작을 한다고 하면 일반적으로 15분 포맷에 26부작 정도로 볼 수 있다. 총 제작비는 보통 적게는 10억부터 많게는 25억까지 천차만별이다. 그냥 한 15억 정도로만 보고, 애니메이션 제작사가 3억, 투자사가 7억, 방송사가 5억 정도를 투자했다고 치자. 이때 제작사는 돈이 없으니 국가 지원사업에서 지원을 받거나, 그마저도 안 되면 대출을 이용한다. 그렇다면 제작사의 경우는 전체 제작비 15억 에서 투자 비율이 20%밖에 차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작품 관련된 전체 수익의 20%만 수익으로 돌려받는다. 그마저도 계약에 따라서는 투자사 선리쿱 이후 제작사 지분이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제작사는 제작사대로 수익을 더욱 내야 하는 상황이고, 투자사도 나름대로 가능성이 있는 성공모델을 갖춘 작품에 투자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국내 TV용 애니메이션 시장이 ‘키즈’+‘변신완구’+‘교육’이라는 공식이 구성된 것에는 이러한 수익구조와 투자 방식에서부터 기인한다. 작품의 기획 초기 아트팀의 즐거운 기획이 점점 시간이 갈수록 먹구름이 끼게 되는 것은 “그러면 투자받기 힘들다”라는 애니메이션 제작 내부의 자기 검열부터인 것이다. 그마저도 없으면 투자는 없고, 제작사는 작품을 만들지 못하는 길고 긴 보릿고개가 시작된다. 그래서 보통 국내 TV용 애니메이션의 주된 타깃은 3~5세, 5~7세에 치중된다. 물론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국내 완구시장의 메인 고객은 이들이기 때문이다. 완구 판매는 매년 5월과 12월이 전체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완구 시장을 겨냥한 애니메이션의 경우는 어느 정도 홍보 효과와 노출 시기, 방송 시기를 예를 기준으로 기획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상황과 연결해서, 디자인이 정해질 경우에도 남아 시장에서는 일반적으로 변신 장난감, 경찰차, 공룡이라는 일반적인 완구 공식에 컬러는 블루와 레드가 안정적인 것으로 알려져 일반적인 큰 틀을 형성하고 있고 이를 잘 벗어나지 않는다. 여아의 경우는 그렇게 다양하진 않지만, 동물을 기본으로 디자인된 봉제인형과 전통적인 바비 스타일의 인형을 기반으로, 컬러는 핑크와 옐로우 등으로 구성된다. 한때 < 겨울왕국 > 때문에 여아 시장에서의 핑크파워가 블루에 다소 밀리는 듯했으나, 최근 다시 전통의 핑크가 유지되는 형세다. 최근에는 유아용 애니메이션과 완구라는 조합에 의해 기획 초기부터 완구회사가 함께 참여하여 작품을 제작하기도 한다. 보통 완구 시장의 경향과 디자인에 대한 조언들을 함께 주기도 하지만, 애니메이션 제작사와는 접근 방식이 조금씩 달라서 아트팀과의 갈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아무래도 완구시장에서는 복잡하고 잘 넘어지는 캐릭터를 지양하며 상품이라는 입장으로 접근하지만, 제작사의 아트팀의 경우는 캐릭터의 성격과 레이아웃 등 디자인과 캐릭터라이징에 더욱 집중하기 때문이다. 흔한 TV 애니메이션 제작 스튜디오의 기획실 모습. 기획 단계는 작품 전반의 설정과 함께 투자에 대한 준비를 동시에 병행하는 괴로운 작업이다. 스텝들 책상 곳곳에 자양강장제와 영양제 등이 숨어 있다. 이처럼 작품의 기획과정에는 작품 자체에 대한 과정뿐만 아니라, 작품의 마케팅과 투자 등의 과정이 동시에 진행된다. 국내 작품의 경우 제작과정을 보통 1년에서 1년 6개월 정도로 생각하고 기획에 들어가는데, 작품 기획에 대한 대충의 얼개와 제작에 들어가기 위한 전 단계 과정이 진행되기 시작하면, 기획팀은 투자 미팅을 준비하고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간다. 투자미팅은 주로 기획서를 가지고 진행되는데, 주로 스튜디오의 대표가 직접 진행한다. 국내 작은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대표들은 주로 아트디렉터 출신이 많아 초반에는 상당히 고전을 면치 못하는데, 점점 해를 거듭할수록 아트디렉터에서 비즈니스맨으로 진화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많은 제작사들이 프로듀서를 못 구해서 힘들다는 의견이 많은데, 이는 정말 사실이다. 국내 애니메이션 전공과정에서는 프로듀서 과정이 흔치 않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보통 애니메이션 제작 전공자가 프로듀서를 맡게 되면 보통 심적 고민에 휩싸이게 되고 금방 스튜디오를 떠나게 되는데 (프로듀서 일은 아티스트 전공자들이 하기엔 너무나 경직되고 규율적인 느낌이 강하기 때문에) 이 때문에 오랜 시간 프로듀서로 활동하는 경력자들이 적다. 그러다 보니 보통 투자 상담은 스튜디오의 대표가 직접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하게 된다. 투자사는 작품에 대한 브리핑을 듣고 투자심사를 하게 되고 이후 투자결정을 하게 된다. 이때 제작사는 콘텐츠 진흥원, 서울 애니메이션 센터, 각 지역 정보문화산업진흥원 등에서 진행하는 지원사업, 또는 다양한 R&D 사업 등에 참여하여 제작사가 투자해야할 자금을 모은다. 국내의 경우는 또한 다양한 마켓과 영상 견본시 등이 존재하는데 여기에 참여하여 파트너 사를 모으기도 한다. 우여곡절 끝에 제작사는 자신들의 제작비를 모았고, 약간의 투자가 되어서 제작비가 어느 정도 모였다고 생각되면 본격적인 제작과정으로 들어가야 한다. 투자비가 다 안 모였는데 어떻게 제작에 들어갈 수 있을까?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제작비가 다 모일 때까지 기다리다 가는 일정을 맞출 수가 없는 것이다. 일단 제작에 들어간다. 전체 투자비가 다 모이는 것은 어떻게든 되겠지, 라는 마음으로 일단 제작이다. 방송일정도, 방송사도 잡히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자 이제 ②프리프로덕션이다. 시나리오 작가도 필요하고, 캐릭터 디자인도 수정해야 되고, 콘티도 그릴 준비를 하자. 아 그런데 뭐지? 이 불안함은. (다음 편은 ‘한국에서 TV 시리즈 애니메이션 만들기 ②프리프로덕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