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은 왕이다
- 감독
- 오기현
- 제작년도
- 2006
- 출연
- 명계남, 성지루, 성현아, 이선균, 박철민, 이명진, 이춘연, 이재석, 이우진, 오기민, 오창경, 이재구, 황응천, 이유리, 신현문, 안문정, 이상국, 조광희, 김동현, 장성백, 이정민, 최경하, 권오운, 김기동, 김병천
1999년 | 씨네2000 감독: 김태용 민규동 | 원안: 김준희 윤성아 윤제균 차영하 하성실 황병조 | 각본: 김태용 민규동 인정옥 | 제작: 이춘연 | 촬영: 김윤수 | 미술: 오상만 이대훈 | 음악: 조성우 CAST 민아: 김규리 (김민선) | 효신: 박예진 | 시은: 이영진 | 지원: 공효진 | 연안: 김재인 | 고형석: 백종학 벌써 이 영화가 나온 지 20년이 되었네요. 1998년 < 여고괴담 >( 박기형 )이 신드롬을 일으킨 후 1년 만에 나온 <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 >(김태용 민규동, 1999)는, 속편이지만 전작과는 크게 다른 느낌의 독립된 작품처럼 여겨졌습니다. 1편만큼 큰 흥행을 기록하진 못했지만, 이 영화는 컬트적인 반응을 얻으며 관객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죠. 독특하게 김태용, 민규동의 공동 연출 시스템으로 제작되기도 했고요. 김태용 감독의 설명처럼 “전편이 힘과 권력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는 개인의 감성에 대해 이야기”라고 있습니다. 동성 친구와 담임 선생님에 대한 효신의 사랑과 갈등엔 호러보다는 멜로의 요소가 훨씬 많았으니까요. 현장 공개는 10월에 있었습니다. 양수리 종합 촬영소에 지어진 교실 세트였죠. 효신(박예진)이 자살한 후, 아이들은 국어 교사인 고형석(백종학)과 효신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었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래서 국어 시간에 교과서를 교탁 위에 올려놓고 수업을 거부합니다. 프로듀서 출신인 백종학은 < 강원도의 힘 >( 홍상수 , 1998,에 이어 두 번째로 배우로서 영화에 출연했습니다. 수업을 거부하고 책상에 엎드려 있는 아이들입니다. “자, 여기 집중해봐! 저기, 조용하고 여기 보라니까! 슛 하면 준비하고 액션 하면 연기하는 거다!” 간단한 장면 같지만, 적잖은 조율이 필요했습니다. 백종학과 김태용 감독의 모습입니다. 이 영화는 김태용 민규동, 두 감독의 공동 연출로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그 역할 분담에 대해 김태용 감독은 이렇게 말합니다. “누구는 내가 연기 지도를 하고 규동이가 모니터 앞에 앉아 콘티를 점검하는 식으로 역할이 나뉘어 있다고 하지만 실상은 이래요. 모니터 앞에 먼저 앉는 사람이 콘티를 보는 거죠. 의자가 하나밖에 없으면 늦게 온 사람이 앉을 수가 없으니까 연기 지도를 하게 되고요. 이건 농담 같은 진담이에요.” 효신이 세상을 떠난 후, 시은(이영진)은 효신의 반으로 찾아가 일기장을 찾습니다. 하지만 찾지 못하고, 아이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게 되죠. 시은은 발로 의자를 차고 교실 밖으로 나갑니다. 효신의 책상 위에 놓인 국화입니다. 어떻게 보면 ‘한국적 비극’의 이미지이기도 합니다. 시은을 찾기 위해 제작진은 각종 잡지를 보며 적합한 이미지를 지닌 배우나 모델을 찾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캐스팅 회의를 위해 한자리에 모인 날, 알고 보니 사람들은 모두 한 사람의 사진을 가져왔는데요, 바로 이영진이었죠. 강렬한 눈빛에 중성적 이미지를 지닌 육상부 시은은 어쩌면 이영진을 위해 만들어진 캐릭터였던 셈입니다. 김태용 감독과 민규동 감독은 영화아카데미 동기로 < 열일곱 >(1997), < 창백한 푸른 점 >(1998) 등의 단편을 함께 연출한 바 있습니다. “나는 무지 게으른데 규동이는 부지런해요. 그런 데서 약간은 상호보완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김태용) “타이핑 속도가 빠른 내가 시나리오를 정리하고, 남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는 태용이가 현장 사람들을 통제한다든지 하는 식이죠.”(민규동) “규동이는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것, 흔히 사소하고 미시적이라 하는 것에 관심을 기울이죠. 나는 남들이 관심을 갖는, 거시적이고 큰 것에 관심을 갖는 편이고요.”(김태용) “태용이는 현실에 관심이 많고, 그것을 꾸밈없이 그리려는 경향이 있어요. 나는 어릴 때 서양 동화를 많이 봐서 그런지 국적이 없고 환상적인 걸 좋아하고요.”(민규동) “하지만 트렌드를 따라가는 게 아니라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가려는 점에서는 같죠.”(김태용) 세트장은 촬영 현장이라기보다는 실제 교실에 가까웠던 분위기였습니다. 아마 <여고괴담> 시리즈 다섯 편 중에서 아이들의 생생한 모습을 가장 잘 드러낸 작품이 아닐까 싶고요. 이영진과 민규동 감독의 모습입니다. 민 감독이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의 메가폰을 잡은 덴 여고생 캐릭터에 대한 관심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세상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삶의 어느 시기보다 에너지가 높은 열일곱, 열여덟 나이 또래 아이들에 대해 할 말이 많았어요. 그리고 내 안에 없는 여성성에 대해, 그리고 여성이기 때문에 주어지는 억압 같은 것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 싶었고요.” 이 영화를 보신 관객이라면 낯설게 느끼실 만한 장면입니다. 효신은 죽음을 결정하기 전, 교실에서 어린 시절의 자신을 보면서 그 환영에 시달립니다. 결국 이 대목은 최종 편집본에 들어가지 못하고 삭제되는데요,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는 상당히 많은 신이 이렇게 잘려나갔습니다. 그 과정에 대해 민규동 감독은 “심장을 도려내는 것 같은 아픈 경험”이라고 말합니다. 박예진은 냉소적인 모범생 효신 역을 맡았습니다. PC통신 포럼을 통해 지원한 500여 명 중 오디션을 통해 뽑혔습니다. “사실 ‘여고’에는 관심이 많은데 ‘괴담’이어야 한다는 게 좀 어려웠어요. 전편은 학교라는 공간으로 표현되긴 하지만 사회 전반에 가해지는 폭력성이라는 화두를 갖고 있어요. 살인이 일어나고 그것에 복수하고… 그로 인한 통쾌함이 있는 거죠.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다르게 접근하고 싶었어요. 한 소녀가 갖고 있는 다양한 면을 보여준다고 할까요?”(김태용) “전편은 입시로 스트레스를 받는 1980년대 여고의 상황을 그렸어요. 하지만 1999년의 여고생들은 입시 외적인 문제로 더 많은 고민을 하고 있죠. 두 번째 이야기는 그 현실을 그렸고 다음 세기에는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들은 상처와 슬픔을 담으려 노력했어요.” 영화아카데미를 졸업한 후 6mm 디지털 단편을 찍을까 아니면 뭘 할까 고민하던 김태용 감독은 민규동 감독과 함께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 제안을 받고 “우리더러 장편영화를 찍으라고?”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오기민 프로듀서를 만났고, 전적으로 두 감독에게 맡기겠다는 분위기여서 영화를 찍기로 결심했다고 합니다. 촬영이 이뤄진 양수리 종합 촬영소 세트입니다. 학교의 전체적인 모습은 창덕여고에서 촬영했습니다. 효신 역의 박예진입니다. 오디션 전에 보낸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더 인상적이었고 그 결과 캐스팅이 되었습니다. 연기 경험이 전무하면서도 놀라울 정도로 감정 이입이 뛰어난 신인이었습니다.
2001년 | 마술피리 감독, 시나리오: 정재은 | 제작: 오기민 | 촬영: 최영환 | 프로덕션 디자인: 김진철 | 음악: 조성우 CAST 태희: 배두나 | 혜주: 이요원 | 지영: 옥지영 | 비류: 이은실 | 온조: 이은주 2000년대 초 한국영화를 꼼꼼히 살펴보면, 의외의 작품들이 눈에 띕니다. 여기서 ‘의외’라는 건 산업적인 의미입니다. 요즘 같으면 독립영화나 저예산 영화 안에서 제작될 법한 아이템이 메인 스트림 안에서도 제작되곤 했다는 거죠. < 고양이를 부탁해 >가 그렇습니다.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다섯 명의 ‘스무 살 여성’들이 세상과 맞닥트리는 이야기. < 여고괴담 >(박기형, 1998)의 오기민 프로듀서가 설립한 ‘마술피리’의 창립작인 이 영화는 당시 충무로 규모 있는 투자사 중 한 곳인 아이픽쳐스의 자본으로 제작되었고, 메이저였던 시네마서비스가 배급을 맡았던 작품입니다. 아직은 조금 쌀쌀한 2001년 3월의 어느 날, <고양이를 부탁해> 촬영 현장 공개가 있었습니다. 장소는 인천 월미도. 태희와 혜주와 지영과 쌍둥이 자매인 비류와 온조. 다섯 친구가 오랜만에 모이는 장면이죠. 버스를 타고 월미도에서 동대문 의류 상가로 이동하는 그들. 하지만 마침 불어오는 거센 바닷바람 앞에서 친구들은 옷깃을 꼭 여며야 했는데요, 그 바람은 마치 이 청춘들이 장차 겪게 될 현실이라는 거센 바람처럼 느껴집니다. 물론 그 바람은 실제는 아니었습니다. 대형 강풍기가 만들어내는 바람 앞에서 배우들은 ‘바람 맞는 연기’를 했습니다. <고양이를 부탁해>는 정재은 감독의 첫 장편영화입니다. 영상원 출신인 그는 < 도형일기 >(1997) < 둘의 밤 >(1999) 등의 단편으로 각광 받았고, <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 >(김태용/민규동, 1999)의 스크립터로 충무로에 진입한 지 2년 만에 자신의 장편영화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고양이를 부탁해>의 제작자인 오기민은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의 프로듀서이기도 했죠. 요즘은 그렇지 않지만, 당시만 해도 30대 초반의 여성 감독은 흔하지 않았죠. 그런 이유로 정재은 감독은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고양이를 부탁해> 현장의 고유한 분위기는, 모니터 확인 시간입니다. 감독과 주연배우 다섯 명이 모두 여성이었기 때문이었을까요? 모니터 앞에서 친구들이 옹기종기 친구들이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매우 정다웠습니다. <고양이를 부탁해>는 정재은 감독에게만 첫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최영환 촬영감독에게 <고양이를 부탁해>는 오롯이 혼자 촬영을 책임져야 하는 첫 영화였습니다. 역시 감독처럼 30대 초반의 나이였는데요, 이후 최영환 촬영감독은 < 피도 눈물도 없이 >(류승완, 2002) < 범죄의 재구성 >(최동훈, 2004) < 타짜 >(최동훈, 2006) < 세븐 데이즈 >(원신연, 2007) < 전우치 >(최동훈, 2009) < 베를린 >(류승완, 2012) < 도둑들 >(최동훈, 2012) < 국제시장 >(윤제균, 2014) < 베테랑 >(류승완, 2014) < 살인자의 기억법 >(원신연, 2016) 등의 카메라를 잡습니다. 서울에서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인천 월미도까지 온 혜주(이요원)은 쌍둥이 자매인 비류(이은실)와 온조(이은주)를 발견합니다. 인형 뽑기에 빠져 있는 자매. 이미 적잖은 인형을 뽑았는데요, 이 장면을 위해 마련한 소품이 아니라 진짜로 뽑은 거라고 하네요. 이재용 감독의 < 순애보 >(2000)에서도 역시 쌍둥이 자매로 데뷔한 이은실, 이은주 자매는 이 영화에서 두 번째로 호흡을 맞추었습니다. 혜주는 오랜만에 만난 지영(옥지영)에게 염색이 촌스럽다며, 집에서 혼자 한 거 아니냐며, 타박을 합니다. 배가 지나가면서 내는 소리 때문에 촬영은 잠깐씩 중단되곤 했습니다. 드디어 약속 장소에 다섯 명의 친구가 다 모였습니다. 한편 <고양이를 부탁해> 현장이 조금 독특했던 건, 한국영화 최초로 전문 조감독제가 도입되었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으로 한국의 도제 시스템에선 조감독은 감독으로 가기 위한 통로이고, 연출부에서도 퍼스트, 세컨드, 써드 등으로 위계가 형성되어 있죠. 하지만 전문 조감독은 감독에 종속된 직책이 아닙니다. 감독과 수평적 입장에서 자신의 업무를 수행합니다. 지금은 ‘옥고운’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옥지영에게 <고양이를 부탁해>는 첫 영화였습니다. 패션 모델 출신인 그녀는, 자신의 실제 이름과 같은 ‘지영’이라는 캐릭터를 섬세하게 표현했죠. 이 영화로 배두나, 이요원과 함께 춘사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당시 배두나는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한창 주목 받던 라이징 청춘 스타였습니다. 2000년 봉준호 감독의 < 플란다스의 개 >로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을 수상했던 그녀는, <고양이를 부탁해>를 통해 한 뼘 더 캐릭터의 영역을 넓혔죠. 특유의 자연스러우면서도 순수하고 꿈꾸는 듯한 이미지가 황금비율로 섞인 캐릭터가 바로 ‘태희’였습니다. 배두나는 이 캐릭터로 백상예술대상과 춘사영화제와 부산 영평상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합니다. <고양이를 부탁해>는 이요원이 영화에 안착할 수 있었던 영화였습니다. 그녀가 받았던 네 개의 영화상, 즉 백상예술대상과 디렉터스컷 시상식과 청룡영화상의 신인여우상, 그리고 춘사영화상의 여우주연상은 모두 <고양이를 부탁해> 덕분이었습니다. 호기심 많고 꿈 많은 태희(배두나), 현실적인 혜주, 약간은 어둡고 세상에 냉소적인 지영, 굳건한 자매애로 알콩달콩 살아가는 비류와 온조. <고양이를 부탁해>는 이 다섯 친구가 세상과 드디어 대면하는, 바로 그 시간에 대한 영화입니다. 이미지 디지털화 지원 NA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