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레이
- 감독
- 메멧 아키프 부유카탈라이
- 제작년도
- 2019
- 출연
- 데니츠 오르타, 젬 괴크타시, 파리스 메탄 위즈바스오을루, 미카엘 바이라미, 체이훈 데미로프
2011년 10월 중국의 TV 뉴스를 떠들썩하게 달구었던 유괴 사건이 있었다. 중국 광둥성에 있는 신흥 공업 도시인 선전(우리가 흔히 심천이라고 부르는, 홍콩 바로 위에 있는 도시). 시골에서 그곳으로 온 어느 건축 노동자는 아이를 집으로 데려간다. 그와 아내는 아이를 낳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첫 번째 데려간 남자아이는 길을 잃고 떠도는 듯 보였고, 두 번째 데려간 여자아이는 건축 현장에 누가 버린 듯했다. 그렇게 그 부부는 두 아이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되었다. 반면 아이를 잃은 부모는 백방으로 수소문하기 시작했고, 남자아이의 부모는 잃은 지 2년 만에 제보를 받고 찾아간 안후이성의 어느 시골 마을에서 아들을 되찾는다. 이 극적인 실화는 피터 챈(진가신) 감독에게 강렬하게 다가왔고, < 디어리스트 >는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매우 드물게 사회적 이슈를 다룬 작품이다. 그러나 그의 목적인 ‘고발’에 있지 않다. <디어리스트>에서 그는 유괴를 다루는 범죄 영화 장르의 관습을 따르는 듯하면서 위반하고, 두 개의 이야기를 교묘하게 엮어 놓는다. 아이들의 실종이나 유괴를 다룬 대부분의 영화들은 엔딩 부분에 가서야, 아이를 찾든 못 찾든 사건의 결말을 맞이한다. <디어리스트>는 다르다. 러닝타임의 중간쯤 왔을 때 우린 사라졌던 아이가 부모의 품으로 돌아가는 걸 보게 된다. 조금은 황당하다. 진가신 감독은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전반부의 뜨거웠던 드라마의 온도를 떨어트리지 않으면서, 나머지 절반을 채워나가려는 걸까? 놀라지 마시라. 이 영화는 아이를 찾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전반부보다. 찾은 후의 이야기를 담은 후반부가 더 뜨겁고 흥미진진하다. 티안펭(주지오)이 사라진 날은 2009년 7월 18일이다. 아이의 아버지인 티안웬준(후앙보)과 어머니인 루시아오주안(하오레이)은 이혼한 사이다. 양육권을 가지고 있는 아버지는 PC방 주인. 손님들 사이에 싸움이 붙자 티안웬준은 아들에게 다른 데 가서 놀라고 하고, 아이들과 놀던 티안펭은 어디론가 사라진다. 이후 스토리는 예상대로다. 루시아오주안은 아들을 잃어버린 전남편을 탓하고, 두 사람은 아들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나선다. 아버지의 삶은 피폐해지고, 어머니(재혼한 상태)는 매일 고통 속에서 지낸다. 같은 처지에 있는 부모들의 모임에 나가 서로를 위로하기도 하지만 슬픔은 잦아들지 않는다. 현상금을 노린 사기꾼들에게 속기도 하고, 아주 작은 단서만 있어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매달리지만 번번이 허탕 친다. 멘탈은 점점 약해져 때론 포기하려고도 하지만, 그래도 희망을 버릴 순 없다. 이때 전화 한 통이 온다. 발신지는 선전에서 1,000Km 이상 떨어진 중국 중부의 안후이성에 있는 어느 시골 마을이다. 그곳에 사는 한 사람이 우연히 전단지를 보았고, 마을에 매우 흡사하게 생긴 꼬마 하나가 살고 있는 것을 떠올린 것이다. 그곳에 도착한 티안과 루는 2년 만에 아들을 되찾는다. 2년 동안 아들을 키워 온 사람은 리홍친(자오웨이). 남편 양밍푸는 1년 전에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경찰서에서 털어놓는 그녀의 말은 기막히다. 부부는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상태였는데, 2년 전에 남편이 티안펭을 데려오면서 도시에서 만난 여자를 통해 낳은 아이라고 했다는 것. 여자아이 양지팡(리지칭)은 누군가 버린 아이를 데려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리홍친은 남의 아이를 훔쳐 기른 악녀일까? 여기서 피터 챈 감독은 일종의 ‘이중성’을 통해 이야기를 뒤틀고 역설을 만들어낸다. 그는 티안과 루 부부의 아이에 대한 사랑 못지않게, 리홍친의 모성애가 위대함을 보여준다. 그녀는 범죄자가 아니다. 아이를 가지고 싶었지만 그럴 운명을 타고나지 못한 비련의 여인이며, 남편의 말을 순수하게 받아들이고 믿었던 순진한 여자이며, 아이들을 진정 사랑으로 돌보았던 좋은 엄마이다. 티안펭은 자신의 생부와 생모를 거부하고 “엄마가 보고 싶다”며 리홍친을 찾는다. 티안과 루가 리홍친의 집에서 아들을 데리고 가는 장면은, 그들이 진짜 부모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유괴를 하는 듯하다. 티안은 아들을 둘러메고 미친 듯이 달리고, 리홍친과 마을 사람들은 그를 추격한다. 경찰이라는 공권력의 보호가 없었다면, 그는 아이를 되찾지 못했을 것이다. < 디어리스트 >의 후반부는, 선전으로 온 리홍친의 이야기다. 어린 딸 양지팡은 복지 시설로 갔고, 리홍친은 되찾으려 한다. 시설에선 유괴범에게 다시 아이를 돌려주는 법은 없다고 일언지하로 거절하고, 리홍친은 남편이 버려진 아이를 데리고 오는 걸 본 증인이 있다고 한다. 죽은 남편의 동료인 탕칭샨(리우 디)이다. 아이를 되찾으려면 증인과 함께 변호사가 필요했고, 천신만고 끝에 가오시아(통다웨이)를 설득해 법정에 나선다. 이 과정에서 흥미진진한 건, 주변 인물에 대한 피터 챈 감독의 시선이다. 이 영화의 플롯 구조는 독특한데, 전반부와 후반부의 주인공이 다르기에 메인 플롯의 관점이 영화 중간에 한 번 바뀌게 되며, 조연들과 관련된 서브 플롯은 이야기 전개를 매끄럽게 만들기 위한 곁가지가 아니라, 영화의 전체적인 이야기와 테마를 다시 한 번 강조하는 기능을 한다. 실종 부모 모임의 회장인 한더종(장이)는 6년째 돌아오지 않는 아이를 포기하고 둘째를 낳으려 한다. 중국은 가구당 1명만 출산할 수 있기 때문에 당국의 출산 허가서를 받아야 한다. 그러려면 첫째 아이의 사망 증명서가 있어야 한다. 가오시아는 전형적인 속물 변호사처럼 보이지만, 그에겐 아픈 가족사가 있다. 티안웬준이 아들을 찾는 과정에서 만난 한 남자는, 자기의 아들을 대신 데려가 달라고 부탁한다. 가난해서 키우기 힘들다는 것이다. < 디어리스트 >는 하나의 사건을 통해, 그 전후 맥락과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모든 사람들에겐 말 못 할 사연과 자신들만의 고통과 타인은 이해하지 못하는 진실이 있다는 걸 보여준다. 표면적으로는 범죄의 난무, 도시와 시골의 격차, 빈부 문제 등 현대 중국 사회의 환부를 비판적으로 제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영화는 좀 더 큰 관점에서 삶이라는 드라마를 이야기한다. 이것은 < 금지옥엽 >(1994)이나 < 첨밀밀 >(1996) 등 피터 챈 감독을 지금의 위치로 끌어올린 작품들이 지녔던 강점이기도 하다. 이런 관점에서 < 디어리스트 >가 인상적인 건, 이 드라마엔 가해자는 없이 피해자만 존재한다는 것이다. 리홍친의 남편은 언급만 될 뿐 등장하지 않고, 영화에서 실제적으로 벌어지는 건 예상치 못했던 비극적 상황에 처한 사람들의 애통함이다. 티안과 루는 그렇게 갑자기 아들을 잃을지 몰랐고, 리홍친은 두 아이를 하루 아침에 빼앗길 줄 전혀 알지 못했다. 실종 부모 모임의 수많은 사람들이 그렇고, 정신적 문제로 투병 중인 어머니를 둔 가오시아도 마찬가지다. 유괴 사건에서 시작한 영화는 자칫 범죄 영화의 관습 속으로 빨려 들어갈 수도 있었지만, 피터 챈 감독의 관심사는 사건보다는 사람이었던 셈. 여기서 감독은 삶의 여러 아이러니를 만들어나간다. 되찾은 아이는 오히려 리홍친을 그리워하고, 이혼한 부부는 사건을 통해 가까워지며, 루는 재혼한 남편과 이혼하려 한다. 가오시아는 맡지 않으려 했던 리홍친의 사건을 통해 휴머니티를 되찾고, 새 아이를 가지려는 한더종은 또 다른 죄책감에 빠져야 한다. 마지막 신은, 영화 전체의 이야기를 처음으로 되돌리는 아이러니다. 너무 강력한 스포일러이기에 차마 밝힐 수 없지만, 리홍친은 엄청난 진실 앞에서 주저 앉게 된다. 어쩌면 이 모든 사건은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으며, 그랬다면 그 모든 고통과 혼란도 없었을 것이다. 이것은 피터 챈 감독의 드라마틱한 세계관이며, 이 영화를 잊지 못하게 만드는 결정적 순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