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애니메이터 구술채록] 이남국
- 제작년도
- 2021
애니메이션이란 무엇인가? 참 쉽고도 어려운 질문이다. 많은 애니메이션 강의가 이 질문으로부터 시작되곤 한다. 아마도 그 수업은 알타미라 동굴벽화 이야기에서 출발하여 2D, 3D, 클레이 등등 각종 애니메이션 기법들을 설명하는 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거기서 끝난다면 뭔가 아쉽다. 애니메이션은 그저 기법일 뿐인가? 게다가 어차피 CG기술의 발달로 인해 ‘애니메이션이라는 기법’의 경계면은 점점 희미해져 가고 있다. 기법만으로 애니메이션을 논하기란 많이 부족해 보인다. 같은 질문을 ‘사람’에 적용한다면 어떨까? 사람이란 무엇인가? 국어사전에서는 “생각을 하고 언어를 사용하며, 도구를 만들어 쓰고 사회를 이루어 사는 동물” 이라고 한다. 생물학자라면 척추동물문 포유강 영장목 사람과에 속하는 유인원의 일종이고, 학명은 ‘호모사피엔스’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사람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자신의 ‘인간관’을 말할 것이다. 이는 곧 ‘사람’이란 구체명사를 추상적인 ‘가치’로 받아들인다는 의미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단어일수록 그러한 경향이 많이 나타난다. 그만큼 그 대상에 대해 다각도로 가치판단이 이루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나 ‘그림’등 예술분야도 그러하다. 일반 대중들도 “스케일이 이 정도는 돼야 영화지~” 라든지, “이게 그림이야? 나도 그리겠다!” 와 같은 표현들을 흔히 한다. 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각자 나름의 ‘영화관’이나 ‘그림관’을 갖고 있으며, 감상하는 작품들이 그에 부합하기를 기대한다는 뜻이다. 그에 비해 ‘애니메이션’은 아직 그러한 인식이 부족하다. 한국 대중들에게 애니메이션이란 ‘아이들만 보는 유치한 만화영화’ 정도의 의미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간혹 실사영화의 황당무계한 설정을 보고는 “이건 뭐 만화영화구먼~” 하며 혀를 끌끌 차는 사람들도 있다. 사실 대부분은 그마저도 관심 없을 것이다. 정말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것은 곧 대중들이 애니메이션에 대해서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무리 좋은 작품을 만들어도 대중들이 기대하지 않는다면 그 성공의 길은 요원하다. 애니메이션의 발전을 위해서 양질의 작품제작 못지않게 ‘담론의 형성’이 중요한 이유이다. 지난 10월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서 열린 <에밀 레이노와 초기 광학장치 재현전>은 이러한 맥락에서 봤을 때 매우 의미 있는 전시였기에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이 전시는 프랑스의 에밀 레이노(Emile Reynaud)가 120년 전에 세계 최초로 대중 앞에서 애니메이션을 상영한 날을 기리는 ASIFA ‘국제 애니메이션의 날’ 행사의 전시 프로그램 중 하나이다. 에밀 레이노가 개발했던 ‘프락시노스코프’를 비롯, 다양한 애니메이션 초기 광학장치들을 재현하여 전시했다. 각 기기의 전기회로부터 디스플레이까지 전시 전반을 ASIFA KOREA 부회장인 이남국교수가 직접 준비했다고 한다. 수개월간 밤을 새워 만들었다니 그 열정이 대단하다. 특히 훌륭한 점은, 단순히 재현하여 진열해놓은 것이 아니라, 버튼만 누르면 누구나 쉽게 작동시켜 봄으로써 애니메이션의 원리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실제로 전시장에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많은 관객들이 호기심어린 눈으로 기기들을 작동하며 감탄사를 연발하고 있었다. 특히 아이들보다 어른들의 눈이 더 반짝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남국교수의 견해에 따르면, 애니메이션이든 실사영화든 연극이든, 캐릭터를 누가 어디서 연기했는지에 따라 다른 이름으로 불릴 뿐 본질적으로는 같다. 그러므로 캐릭터의 동작을 창조하는 ‘애니메이팅’이야 말로 애니메이션을 정의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겠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동작이 그저 ‘움직임’일 뿐인 것이 아니라, 감정 가득한 ‘연기’여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만이 관객들로 하여금 캐릭터에 감정이입을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의 경우, 캐릭터들이 ‘애니메이션 12원칙’을 기본으로 한 개성 있고 생동감 넘치는 연기를 보여주는데, 그것이 오랜 세월 남녀노소/국적을 불문하고 사랑받을 수 있었던 비결이라는 것이다. 반대로 아무리 최신 CG를 사용하고 첨단 기술을 동원하여 만든 애니메이션이라도, 그러한 기본이 살아있지 않으면 오래 사랑받기는 힘들어진다. 그 캐릭터에 관객에 마음이 담겨질 것을 생각하고 혼신을 다해 생명을 불어넣어야 진정한 감동을 전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실험애니메이션이나 작가주의 애니메이션에도 그러한 요소들을 적절히 넣어서,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으면 한다는 바람도 비추었다. 이러한 관점은 전시에서도 잘 드러난다. 버튼을 누르면 정성스레 그려진 그림들이 돌아가기 시작하고, 정교히 맞물린 빛과 거울들의 조화로운 구조를 통과하면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다. 정지되어있던 캐릭터가 살아 움직이게 되는 과정을 보고 있으면, 단순한 재미나 신기함을 넘어서 신비로움 마저 느껴진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전시를 즐기고 있는 관객들의 마음속에는 분명 ‘애니메이션은 애들이 보는 것’을 넘어서는 이해가 자리 잡기 시작했을 것이다. 이남국교수는 이러한 전시를 앞으로도 계속 이어나갈 계획이고, 나아가서 서울 근교에 ‘애니메이션 박물관’을 만들 구상도 진행 중이라고 하였다. 그만큼 더 많은 사람들이 애니메이션 고유의 맛을 알아나가게 될 것이라 생각하니 기대가 크다. 물론 이것은 이남국교수의 관점일 뿐이고 누구나 자기만의 견해가 있을 수 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자신의 견해를 사람들과 공유하여 담론을 형성하고, 그것을 통해 애니메이션의 보다 발전적인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다. 패러다임의 중심점과 경계면을 파악하면 그 나아갈 방향도 자연스럽게 보이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전시는 그 좋은 예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보다 다양한 견해들이 각종 영화제, 평론, 작품들을 통해 대중들에게 소개되었으면 좋겠다.
* 상단 사진 설명: 홍길동 재상영 간판-일본의 오다시 제공 사전에 의하면 아카이브 Archives란 “특정 장르에 속하는 정보를 모아 둔 정보 창고”를 뜻한다. 한국내의 애니메이션 아카이브로 대표되는 곳을 언급하자면 남산의 애니메이션 센터와 상암동의 한국영상자료원 등을 들 수 있겠다. 특히 한국영상자료원은 영상 자료의 수집, 보존, 복원 등 아카이브 기능과 함께 시네마테크, 영화박물관, 영화학교, 멀티미디어 영상자료실의 임무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북미나 유럽, 일본 등에는 여러 분야의 아카이브가 매우 안정되게 운영되고 있어 자국의 역사와 문화가 잘 보존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이 이 분야에서 뒤지는 이유 중에 하나는 일본 제국주의가 한국의 민족문화와 역사를 말살하려 한 과거의 침탈행위로 인한 소실이 가장 큰 이유가 될 수 있겠다. 이제 한국은 일제로부터 해방된지 이미 67년이 되었다. 각 분야 별로 도처에서 과거의 역사와 문화를 재건하거나 복원하는 일들이 일상사가 되어가고 있다. 필자가 특히 이 글에서 언급하고자 하는 부분은, 한국 최초의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인 < 홍길동 >의 아카이브와 미국 최초(세계 최초)의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인 <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 >의 아카이브를 가볍게 비교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 근년에 한국영상자료원이 < 홍길동 >의 전체 필름은 타이틀이 들어간 앞부분과 크레딧이 들어간 뒷부분을 제외한 16mm컬러 필름 전체를 일본의 아카이브로부터 발견하여 35mm필름으로 확대하고 세기상사의 사운드를 더빙하여 부족하나마 복원하였다. 매우 가치있는 사건이다. 하지만 필름은 찾았지만 관련 작업자료들이나 포스터, 문서 등이 거의 소실되었고 간간히 발견되는 희귀한 자료들만 어렵게 눈에 띌 뿐이다. 다행스럽게도 유년 시절부터 철저한 보관 정신을 가졌던 필자가 1970년대 초에 세기상사 동화부에 애니메이터로 근무하면서 수집하여 약 40년간 보관하여 온 < 홍길동 > 관련 희귀 자료들이 있어 그나마 당시의 제작 흔적들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 불행 중 다행이라 아니할 수 없겠다. 특히 <홍길동>의 포스터 원본은 매우 희귀하다. 본인의 소장본 이외에는 더 이상 어디에서도 아직까지 발견할 수가 없었다. 춘천 애니메이션 박물관에 전시된 <홍길동> 포스터는 불행하게도 오래 전 원작자와 감독의 이름이 훼손된 모조 포스터이다. 그 이유는 <홍길동>의 감독 이름을 신동헌 이 아닌 ‘박삼천’으로 표기하고 있으며, 신동우 화백의 원작만화인 <풍운아 홍길동>(실제로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제목은 그냥 <홍길동>으로 표기하고 있다)이 아니라 <쾌남 홍길동>으로 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조 포스터는 세로방향(portrait) 이지만, 오리지널 포스터는 가로방향 (landscape- 71.5mm x 51mm 크기)이며, 감독 이름이 신동헌이고 제목도 <홍길동>이다. 그 이외에 홍길동 아카이브로는 춘천 애니메이션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오리지널 <홍길동>의 스토리보드 원본이 있다. 신동우 화백의 그림으로서 단 하나 밖에 없는 매우 소중한 자료이다. * 좌: 모조 포스터, 감독을 신동헌 이 아닌 박삼천으로, 제목은 <쾌남 홍길동>으로 표기-춘천애니메이션박물관 소장 * 우: 홍길동 오리지널 포스터, 1967년, 세기상사-필자 원본소장 * 오리지널 홍길동 스토리보드-춘천애니메이션박물관 소장 춘천애니메이션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스토리보드는 지금의 각 포즈(pose)별, 신(scene)별 스토리보드 형식과는 크게 다른, 축약 형식인 대략 시퀀스(sequence)별로 그려진 작품으로서 그 가치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것이다. * 홍길동 대종상장(좌)과 홍길동 제작 의뢰서(우)-필자 원본소장 또 다른 < 홍길동 > 관련자료인 대종상장과 제작 의뢰서가 있다. 그림 좌측의 대종상은 1967년 12월4일에 세기상사를 대표하는 사장인 우기동 에게 수여되었다. 아쉬운 점은 감독인 신동헌 화백이 받았으면 가장 적절하였겠다는 점이다. 그림 우측의 제작의뢰서에 의하면, 국립영화 제작소에 <홍길동>의 제작작업 의뢰서를 작성할 때(1966년 12월 19일자), 제작자를 우기동, 감독자를 신동헌, 촬영자를 박성근 으로 표기하였으며, 제작완성 예정일을 일단 1966년 12월 30일로 잡았음을 볼 수 있다. 필름 총 길이는 3,660자(피트)에 35mm 필름 총7권, 전체1편으로 잡았다. * 홍길동 모델시트-필자 원본소장 * 홍길동 레이아웃 작화지-필자 원본소장 * 홍길동 채색된 셀-필자 원본소장 * 홍길동 제작 팀의 사진 1966년-필자 원본소장 다음 자료는 < 홍길동 > 모델시트와 작화지에 그린 레이아웃 원본들 및 캐릭터를 채색한 원본 셀들이 있다. 또한 <홍길동> 제작팀 사진도 보관되어 있다. 사진 속에는 신동헌, 신동우, 용유수 감독과 애니메이터인 정욱(대원), 김대중 등이 보인다. 이처럼 적은 부분이기는 하지만 가치있는 < 홍길동 >의 자료는 그나마 소장자의 관심과 애착으로 지금까지 보존될 수 있었다고 본다. 이처럼 아카이브는 우리 모두가 돌아 보아야 할 주요 관심분야이다. 반면에 한국최초의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인 < 홍길동 >과는 달리, 세계 최초의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인 <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 >의 월트 디즈니 영화 홍보물들은 참으로 다양한 형태로 인쇄되었고, 그 자료들의 보존 또한 철저하고 광범위하게 이루어져 있으며, 그 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한 분량이 넘쳐나고 있다. 심지어 일반인들까지 여기에 가세하여 수집 열기는 날로 더해가고 있다. 다음 그림들은 <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 >의 자료들인데 그 종류도 다양하며 보관된 수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매우 많다. 보관상태 역시 깨끗한 것들이 많으며, 세계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언어로 복사, 발행되어 적잖이 소장, 보관되고 있다. * 세계 최초의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 백설공주와 일곱난장이의 포스터, 1937년-ⓒWalt Disney Studio * 백설공주와 일곱난장이의 스토리보드, 1937년-ⓒWalt Disney Studio * 백설공주와 일곱난장이의 관련 문서와 악보, 1937년-ⓒWalt Disney Studio * 백설공주와 일곱난장이의 모델시트-1937ⓒWalt Disney Studio * 백설공주와 일곱난장이의 레이아웃-ⓒWalt Disney Studio * 백설공주와 일곱난장이의 컬러 샘플-ⓒWalt Disney Studio * 백설공주와 일곱난장이 제작 팀원들-이들은 나인 올드 맨(Nine Old Men)이란 전설적인 이름으로 불려왔다.-ⓒWalt Disney Studio 이상 < 홍길동 >과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의 예를 통해 두 나라의 애니메이션 아카이브를 간단하게나마 상호 비교하여 보았다. 여기서 우리 모두가 주목해야 할 점은 서로 유사한 자료들이기는 하지만, 한국은 대부분의 초창기 애니메이션 자료들이 유실되었다는 점이다. 여기서 우리 모두가 주목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역사적인 자료와 문화적인 자료에 대한 가치부여와 인식이 단순한 자료보관 보다 더 중요하다는 점이다. 조금 부끄럽기는 하지만, 일본이 보관, 관리해 온 한국의 < 홍길동 > 필름을 거꾸로 우리가 되찾아오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는 부끄럽다기 보다 오히려 용기있고 의미있는 일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프랑스에 의해 약탈된 조선왕조 외규장각(外奎章閣) 의궤를 145년만에 찾아온 일 처럼 말이다. 문제는 누군가가 하겠지 하며, 수수방관하며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문제일 것이다. 모두가 잘 하고는 있지만, 이 시점을 계기로 모든 애니메이션 자료들을 보관, 관리, 활용하는 일은 어느 특정 기관이나 단체 만의 일이 아니라, 일반인들을 포함하여 애니메이션 분야에 종사하는 모든 이들의 주요 관심사가 되어야 하겠다. 아직까지도 전국 방방곳곳에 흩어져 있거나 어둠에 묻혀져 있는 소중한 자료들을 한군데 모아 정리, 분석, 분류, 보관, 관리, 전시 및 활용하는 데는 인력이나 자산이 역부족일 것으로 본다. 하지만 역사와 문화의 보존은 한 국가의 힘과 역량을 대내외에 여실히 보여줄 수 있는 만큼, 정부와 민간단체들의 적극적인 지원과 관리 및 관심이 있어야 하겠지만, 더 나아가 국민 모두의 애정과 관심이 선행되어야 하겠다. 이 모든 노력에 대해 단순한 자료의 보존이 아닌, 역사와 그 가치의 보존이라는 점에서 다 함께 주목해 주었으면 하는 것이 진정한 바람이다.
1950년대 초반부터 1980년대까지 “간첩신고”, 간첩자수” 라는 문구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그리 낯설은 것이 아니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 의하면, “간첩(間諜)”이란-“비밀리에 적국의 기밀을 탐지하여 자국에 보고하는 특수기관의 근무자. 첩자(諜者), 제오열(第五列), 밀정(密偵), 스파이(spy) 등으로도 불린다. 주로 군사, 외교, 정치 등에 이용되며, 기원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간첩은 평시(平時)나 전시(戰時)를 불문하고 중죄로 처벌할 수 있다. 종류로는 외교간첩, 군사간첩, 선동간첩, 역간첩, 이중간첩 등이 있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첩자의 간첩행위(間諜行爲, espionage)는 각국이 자국의 스파이업무를 해외에서 운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국의 염탐행위가 포착된 경우 모든 국가들이 엄격한 법의 잣대로 처벌하고 있다. 중국 춘추시대의 손자(손무)는 손자병법의 제13편에서 용간(用間) 즉 간첩(spy)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다. 용간은 사람과 정보 활용의 중요성을 언급한 내용이며,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적의 가장 최신 정보를 얻어내야 하는 것이다. 손자에 의하면, 첩자에는 다섯 종류가 있는데, `향간(鄕間)`은 적국의 주민을 첩자로 이용하는 것. `내간(內間)`은 적국의 관리를 포섭하여 첩자로 이용하는 것. `반간(反間)`은 적의 간첩을 매수하여 역이용하는 것. `사간(死間)`은 아군 첩자에게 거짓을 알리고, 적에게 허위정보를 흘리는 것. `생간(生間)`은 적국을 정탐한 뒤에 살아 돌아와서 정보를 보고하는 것이다. 결국 전쟁은 첩자를 활용하는 정보 전쟁인 셈이다. 대한민국은 대공업무를 위한 중앙정보부(61.6.10), 국가안전기획부(81.1.1), 국가정보원(99.1.1) 이란 명칭변경을 거치면서, 미합중국의 CIA(Central Intelligence Agency)와 마찬가지로 국가의 안전보장을 담당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코앞의 주적인 북한과 첨예한 대치관계에 있는 만큼 간첩(spy / secret agent)의 간첩행위(間諜行爲/espionage) 문제가 오랜 세월동안 이슈가 되어왔고, 이를 반증하듯이 ‘간첩신고’나 ‘간첩자수’ 관련 포스터, 안내문, 홍보 책자, 영상물들을 지속적으로 제작, 배포하고 있다. 그 중에 포스터는 195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졌다. 김청기감독이 반공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오래 전, 1960년대 후반에서 1970년 초 사이에 만들어진 반공 홍보 애니메이션 영상물은 간첩신고와 간첩자수를 홍보하는 작품이었다. 현재 필자가 소장 중인 세기상사 제작의 16미리 필름내용은 다음과 같다. 으스름한 새벽녘 작은 배가 해안가를 향하고 있다. 간첩들이 무언가를 논의한 후, 육지로 침투한다. 먼저 간첩은 남한 스타일로 머리를 깎기 위해 이발을 한 후, 음식점에서 음식을 먹고 식비로 엄청난 돈을 지불한다. 음식점 주인은 큰돈에 놀라며 포섭작전에 귀를 기울인다. 이어 그는 구두닦이에게 구두를 닦고 포섭을 위해 어느 가정집으로 침투한다. 한 가정집의 시민에게 포섭작전이 진행되는 동안, 조금 전의 구두닦이는 그의 거동을 수상히 여겨 그의 뒤를 밟아 그들의 대화내용을 엿듣는다. 포섭이 계속되는 동안 구두닦이 소년은 공중전화로 113에 신고하기로 결심한다. 같은 시간 집주인은 간첩의 포섭에 이미 넘어가게 되고… 하지만 집주인의 반 국가적 행위는 반공법 제8조, 국가보안법 제9조를 위반한 것임을 관객에게 상기 시킨다. 야심한 밤, 전기설비가 있는 곳에서 간첩은 암호화된 모스 부호(Morse code)로 북한에 첩보내용을 불법 송신한다. 간첩의 첩보행위에는 철도, 군사, 항만 시설 등 주요시설들에 대한 중요 사진 촬영 정보들이 포함된다. 산업시설의 기밀탐지를 포함하여, 대한민국 국민이 잠자고 있는 밤 시간에도 그들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들이 소지하는 위험한 총포류를 관객에게 보여주며, 이러한 소지자들을 신고하도록 종용하는데, 그 무기들은 서서히 다른 형태로 몰프(morph) 되어간다. 몰프가 된 형상들은 결국 죽음의 해골로 변형된다. 즉 그들의 행위는 대한민국에 죽음을 안겨주는 사악한 행위와 같은 것이다. 이어 화면은 민경군이 합동으로 나라를 지켜야만 그들의 간첩행위를 물리칠 수 있음을 보여주며, 간첩들에게 태극기 휘날리는 대한민국에 자수할 것을 종용한다. 마지막 장면은 간첩에게 자수(보안법 제16조)를 권유하여 자유 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의 품으로 안길 것을 부드럽게 권유한다. 이상 반공, 방첩 애니메이션 영상물은 라디오 방송이나 포스터, 또는 종이 홍보물 보다 더 큰 영향력을 나타낼 수 있으며, 시청각 매체라는 독특한 성격상 실제로 변화의 물결에 크게 기여한다고 할 수 있겠다. 현대에는 정보의 수집방향이 많이 달라져 정보전 성격으로 많이 바꾸어지기는 하였지만,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주적과의 첨예한 대치관계로 인해 반공, 방첩은 여전히 우리모두의 주요 관심사가 되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