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버지는 간첩입니다
- 감독
- 이성태
- 제작년도
- 2002
- 출연
- 김선영, 김남구, 김행남, 이성태, 이윤호, 박민호, 성찬호, 이정대, 이동호, 김승진, 왕호상, 이영호, 김용언
< 십분간 휴식 >은 2007년에 만들어진 이성태 감독의 단편영화다. 영화의 키워드가 군인이고 그 배경이 해병대가 있는 백령도니 뭔가 강렬함이 저절로 느껴지는 듯하다. 작년 연평도 포격사건으로 인해 조금은 익숙한 느낌마저 드는데다 최근 시크릿 가든으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배우 현빈이 해병대에 입대한다고 하니 더욱 관심이 갈 만한 소재가 아닐까 싶다. 영화는 차분히 두 병사의 일상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이 일상은 탈영병 수색이라는 꽤 심각한 상황을 다루고 있다. 제대 5일을 남겨둔 신병장과 갓 신참을 벗어난 송일병이라는 두 캐릭터는 군대조직의 명암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들의 대화와 행동 속에서 멋진 해병이라는 모습과는 다른 자유가 철저히 제한된 군대조직의 비정함이 엿보인다.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가혹행위와 성희롱 등 일상 속에서 비상식적 행위가 당연시 되는 것이다. 신병장은 소주를 마시고 자고 송일병은 잠시 휴식을 취하게 되지만 그가 그 시간에 소일하듯 하나하나 뜯는 나뭇잎은 시크릿 가든의 현빈이 연인을 생각하며 뜯는 꽃잎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불과 십여 분 후 그에게 일어날 비극을 생각해보아도 그러하고 연인을 잃어버린 현실에 비추어도 그러하다. 이 지점에서 영화는 중반부를 향해 달려가고 비극의 첫 시작은 송일병이 탈영병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면서다. 그는 탈영병을 쫓지만 잠에서 깨어난 신병장과 후임조로 수색에 나선 병사들은 송일병의 적극적인 행동을 감지하지 못한 탓에 새로운 탈영으로만 인식하고 이 판단착오는 책임을 두려워 한 신상병의 자해에까지 이르게 된다. 전우애라는 말 보다는 자신에게 돌아올 책임이 더 두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과연 해병대만 이러할까? 우리 사회의 모든 부분이 무한경쟁으로 치달으며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일상화된 지금, 영화가 보여 주는 모습은 군대라는 특수조직 또는 해병대라는 용맹무쌍한 조직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님을 암시한다. 아울러 대부분의 군대가 그 정도차이만 있지 별반 다르지 않다는 보편적 추정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이 영화가 가지는 감성적 파괴력이 있다. 최근 전의경들의 가혹행위가 자주 언론에 노출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대부분의 대한민국 남성이 세계유일의 분단국가라는 조건에서 겪게 되는 군대생활과 비교해도 보편성을 획득한다. 나 역시 27살 말에 군에 입대했기에 쏭일병처럼 별명이 늘 붙어 다녔다. 일병 남영감이었다. 고시패스를 한 것도 아닌데 20대에 영감소리를 들었지만 이는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나이 콤플렉스의 또 다른 표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이런 사소한 호칭문제에서도 군 조직은 가해자와 피해자를 만든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렇다면 쏭일병은 비극적 최후를 맞이했다는 의미에서 가장 큰 피해자일까? 아니면 영문도 모르고 자해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신병장이 피해자일까? 군대조직의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한 탈영병이 피해자일까? 그러면 과연 누가 가해자인가? 분단 상황이 가해자인가? 상황을 이렇게 만든 위정자들과 군 조직이 가해자인가? 이 의문에 답하지 않고 아니 답할려는 의도를 보이지 않고 그저 담담히 영화는 흘러만 간다. 이 영화는 이성태 감독 자신이 해병대 생활을 한 경험에서 나오는 리얼리티가 잘 드러난 극영화이지 군대조직의 부조리함을 고발하거나 병역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하려는 다큐멘터리 영화는 아니다. 더더군다나 군인들의 희생정신을 감동적으로 그린 군대영화도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군대라는 사회에서 있을 수 있는 상황을 아주 담담히 보여 주는 그 자체에 미덕이 있는 영화다. 다만 감독 자신이 연기한 이수식이병 역할처럼 영문도 모르고 구타를 당하는 모습을 통해 현실에 대한 고발 아닌 고발을 수행하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더욱 여러 생각들을 할 수 있게 한 뛰어난 연출과 자연스런 영상과 마치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배우들의 열연에 그 묘미가 있는 작품이다. 그러나 이러한 가정은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십분이라는 시간이 당신도 모르는 사이에 당신의 인생을 좌지우지 하게 된다면 당신은 무엇을 할 것인가? 아니 할 수 있을 것인가와 과연 그것이 휴식인가를 < 십분간 휴식 >은 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