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신][하지원+이준기]박효신 - 애상 뮤직비디오
- 제작년도
- 2010
“이것은 나랏일이 아니고 집안일이야.” 극 초반, 아들인 세자( 유아인 )에게 자신을 죽이려 했던 혐의를 물으며 영조( 송강호 )가 하는 말이다. 이는 < 사도 >의 선언이나 다름없다. 임오화변(壬午禍變, 1762년)의 비극을, 영조와 사도 세자의 치밀한 인간 심리와 뒤틀린 인간관계를 중심으로 탐구하겠다는 야심 찬 선언 말이다. 그간 여러 영화와 TV 드라마가 임오화변, 조선 왕실의 가장 비극적 사건을 끊임없이 호출해왔다. 하지만, 아비가 새파랗게 젊은 자식을 뒤주에 가둬 죽이기까지,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애증의 우주가 펼쳐졌는지, 그 관계의 복잡·미묘한 속살을 이렇게 인간적으로 해석한 작품은 없었다. < 사도 >는 세자가 뒤주에 들어가 숨을 거두기까지 아홉 날을 하루하루 차례로 보여준다. 그 사이사이, 세자가 태어난 뒤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흘러왔는지 그려 보인다. 아비와 아들은 원래 서로를 끔찍이 아끼고 사랑했다. 그런데 지금은 같은 하늘 아래 함께 숨 쉴 수 없는 사이가 됐다. 그 안에는 두 사람의 고유한 성격과 왕좌의 무게, 당대의 사회?정치적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돌이킬 수 없게 돼버린 부자의 현재가 흐르는 가운데, 둘의 다단한 과거를 살펴보는 형식은 인간관계란 우물이 얼마나 그 속을 가늠하기 힘든 것인지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똑같은 장면에서 영조는 다시 한 번 말한다. “나는 지금 가장으로서 애비를 죽이려고 한 자식을 처벌하는 것이야.” 이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다. 이 영화의 영조는 고유한 성격을 지닌 개인인 동시에 조선의 왕이다. 음모와 반정, 파벌 간의 알력이 끊이지 않는 궁중에서 일평생 살며, 임금으로서 자신의 말 한마디, 사소한 모습 하나가 어떤 파문을 일으키는지 누구보다 혹독하게 겪어왔다. 필연적으로 그는 왕좌와 떨어뜨려 생각할 수 없는 존재다. 까다롭고 결벽증에 가까운 성격은 타고난 성질이자, 궁중에서 살면서 더욱 그러하게 깎인 것이다. 그건 세자도 마찬가지다. 그는 총명하고 활동적이며 자유분방한 기질을 타고 태어났다. 그 총명함을 높이 사던 영조가 자신의 기대와 어긋나는 그에게 실망한 뒤로, 영조는 그에게 신경질을 부리듯 수시로 야단을 친다. 이에 피가 마르던 세자는 숨 막히는 궁궐 생활에 회의를 느끼고 점점 더 엇나간다. 어떤 사람의 ‘꼴’이 완성되고 그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그의 의지 혹은 개성과, 환경적 요인 혹은 불가항력의 운명이 불가분의 함수 관계를 이루는 기묘한 풍경, ‘사도’는 바로 그 지점을 들여다본다. 한국 궁중 사극에서 그 미묘하고 복잡한 소우주를 이렇게도 또렷하게 포착해낸 작품이 또 있었던가. 이준익 감독의 영화는 어떠한 이야기든 인간관계라는 상호 작용, 그 미시적 세계의 아름다움과 안타까움을 그릴 때 빛난다. 그가 연출한 또 다른 사극 < 왕의 남자 >(2005)만 떠올려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이준익 감독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이 영화는 조선 연산군 시대, 연산( 정진영 )과 두 광대( 감우성 , 이준기 ) 사이를 오가는 위태롭고도 애절한 감정을 그린다. 그 감정은 동성애 혹은 우애 혹은 애정, 어느 하나의 말로 규정할 수 없는 복잡?미묘한 것이다. 오히려, 이준익 감독의 사극은 인물과 인물의 관계에 집중하는 대신, 그 시대의 초상과 풍경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려 할 때 빛을 잃는다. 임진왜란 직전의 조선을 배경으로 한 <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2010)이 그러한 경우다. < 사도 >에서 인간의 마음, 그 오묘한 천지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제일 요소는 송강호 와 유아인 두 배우의 연기다. 특히, 사도를 뒤주에 가두라는 명령을 내리는 순간, 클로즈업으로 보이는 영조의 얼굴. 거기에는 조선이라는 나라를 지키고자 하는 군주의 결단과 아비의 회한, 자신의 명령에 신하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살피는 예리함, 그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지 내다보는 명민함이 전부 어려 있다. 진정 놀라운 연기다. <사도>는 임오화변의 두 인물, 영조와 사도의 ‘개인’으로서 조명하고, 그들의 인간적 관계를 파고듦으로써 역설적으로 시대를 초월하는 일반성을 얻는다. 누구보다 서로를 잘 이해하지만 그래서 미워할 수밖에 없는 애증이라는 감정,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틀어진 인간관계, 강압적인 부모와 그 때문에 힘들어하는 자녀…. 이 영화가 그리는 영조와 사도는, 인간과 인간 사이에 가로놓인 그 복잡한 질서, 그 영원불멸의 미스터리를 투영하는 거울이 된다. 아쉬운 점이 아주 없는 건 아니다. 개봉 당시 많은 이들이 지적했던 대로, < 사도 >의 결말은 그 전까지 이 영화가 그려 보인, 오묘한 세계를 스스로 쪼그라뜨린다. 영조와 세자의 그 모든 이야기가 사도의 아들이자 영조를 이어 왕위에 오른 정조( 소지섭 )를 위한 것이었다는 식의 결말 말이다. 영조와 사도 사이에 얽힌 온갖 감정의 실타래, 그 복합적 의미의 여운을 고스란히 비추는 결말이었다면 어땠을까. 조선 왕조의 가장 비극적인 역사에 인간 감정의 현미경을 들이댄 이 영화가 들여다본 그 넓은 세계에 걸맞은 결말이란 과연 무엇이었을까.
“내, 실은 눈멀기로 말하면 타고난 놈인데, 그 얘기 한번 들어들 보실라우? 어릴 적 광대 패를 첨보고는 그 장단에 눈이 멀고, 광대 짓 할 때는 어느 광대 놈과 짝 맞춰 노는 게 어찌나 신나던지 그 신명에 눈이 멀고, 한양에 와서는 저잣거리 구경꾼들이 던져주는 엽전에 눈이 멀고, 얼떨결에 궁에 와서는... 그렇게 눈이 멀어서... 볼 걸 못보고, 어느 잡놈이 그놈 마음을 훔쳐 가는 걸 못 보고. 그 마음이 멀어져 가는 걸 못 보고. 이렇게 눈이 멀고 나니 훤하게 보이는데 두 눈을 부릅뜨고도 그걸 못보고... 그건 그렇고! 이렇게 눈이 멀어 아래를 못 보니 그저 허공이네, 그려. 이 맛을 알았으면 진작에 맹인이 될 걸.” 한탄인지 푸념인지 아님 깨우침인지. 장생이 마지막으로 내뱉는 처연하면서도 담담한 이 대사는 영화의 모든 걸 아우르며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을 뜨겁게 만든다. 절대 권력자인 왕도 마음껏 누리지 못한 자유와 신명으로 세상을 풍자하고 조소하던 광대들의 비극적인 운명과 사랑을 담아낸 이 영화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대한민국 최고 흥행작이 되었다. 2006년 초 < 왕의 남자 >가 < 실미도 >와 < 태극기 휘날리며 >를 넘어 1,230만명이란 초유의 관객동원 신기록을 세웠을 때 모두가 놀랐다. 연출자인 이준익 은 < 황산벌 >이 성공했지만 아직 감독보단 제작자 및 영화수입으로 더 유명했고, 주연배우들인 감우성 , 정진영 , 강성연 은 스타급 흥행배우라고 말하기엔 다소 무게가 떨어졌으며, 이준기 는 완전 신예에 불과했다. 원작인 연극 <이 爾> 역시 2000년 초연 당시 각종 상을 휩쓸며 인기를 누린 작품이었지만, 엄연히 연극의 흥행과 영화의 흥행은 다르기에 이 정도 파괴력을 보일 것이라 예측한 이는 드물었다. 아니 사실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당시 천만 영화는 강우석 과 강제규 란 검증된 흥행사가 만든 딱 두 편에 지나지 않았으니. 연산군의 폭정이 극에 달한 무오사화 즈음을 배경으로 전통적인 소리가 가득한 마당극에, 소학지희가 펼쳐지고, 동성애를 암시하는 장면까지 어느 것 하나 흥행할 요소라고 감히 말하기 쉽지 않았다. 그러나 다르게 보면 오히려 그런 부분들이 새롭고 신선하게 다가와 ‘왕남폐인’들을 양산하며 흥행광풍을 불러왔는지 모른다. 가히 <왕의 남자> 신드롬이었다. 7개월 뒤 < 괴물 >에 의해 다시 순위는 바뀌었지만 <왕의 남자>는 < 7번방의 선물 >이 나오기 전까지 가장 적은 제작대비 최고 흥행수익을 올린 영화로 남아 있다. 음악을 맡은 이병우 는 이 작품을 시작으로 <괴물>과 < 해운대 >까지 연이어 천만 영화를 터트리며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최고의 영화음악가 중 한명이 되었다. 포크듀오 ‘어떤 날’의 멤버이자 기타리스트로 유명한 그는 1994년 오스트리아 빈 국립 음악대학을 수석 졸업한 이후 1996년 < 그들만의 세상 >을 필두로 영화음악에 뛰어들었고, 미국 피바디 음악원을 졸업한 이후 2001년 애니메이션 < 마리이야기 >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영화계 행보를 이어나갔다. 2003년 <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와 < 장화, 홍련 >의 잇단 성공으로 크게 주목받기 시작했으며, 호러와 코미디, 가족물과 음악영화에 이르기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특유의 서정적인 선율과 독보적인 멜로디 감각을 선보이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왕의 남자>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에 이은 그의 두 번째 사극으로, <스캔들>이 기존의 전통적인 국악 스코어에서 벗어나 바로크 시대의 챔버 사운드를 들고 와 사극에 새로운 시각과 독특하고 세련된 양식미를 부여했다면, <왕의 남자>는 그 챔버 스트링 앙상블을 유지하되 대금이란 전통악기를 전면에 내세워 보다 한국적인 색채와 스타일의 절충을 꾀하고 있다. 대금은 부드럽고 아름답지만 어두운 음색의 저취와 평취, 그리고 선 굵고 장쾌한 음색의 역취에 이르는 세 가지 음역대에서 변화무쌍하면서도 맑고 여무진 소리를 들려주는 악기다. 따라 장생과 공길, 연산이라는 복잡다단한 세 캐릭터의 슬픈 사연을 한데 엮어낸 선율을 연주하기에 더없이 탁월한 선택으로 여겨진다. 이병우와 그가 음악을 한 영화들 영화에서 가장 처음 마주치는 오프닝 크레딧의 ‘프롤로그-먼길’은 바로 그 대금의 맑지만 투박한 음색을 확인할 수 있는 큐로, 토속적이면서도 처연한 감성을 담아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암시하고 있다. 메인 테마인 ‘반 허공’이 변주된 곡인데 이는 이후 ‘돌아올 수 없는’, ‘세상 속으로’, ‘행복한 광대들’, ‘꿈꾸는 광대들’과 ‘에필로그?돌아오는 길’ 등으로 영화 내내 이어지며 길목이라 할 수 있는 부분에 위치해 극을 관망하고 정서적인 통일감을 부여한다. 특히나 반복적으로 무겁게 짓누르는 저음의 첼로는 광대들의 목숨을 건 풍자와 연산의 피비린내 나는 황음무도, 처선의 절개와 녹수의 질투를 한데 모아놓은 - 불안하고 비통한 심리의 선율로, 하나같이 비극적인 결말로 치달을 수밖에 없는 잔혹한 운명을 상징한다. 이 위에 얹은 아름답고 서글픈 멜로디만이 그들을 위로하고 달래준다. 여러 테마를 사용하기보다 간단하면서도 다양한 변주를 통해 심리적인 긴장감을 유지시키는 그의 스코어들은 명료한 상징과 장치적인 효과를 갖는다. 주된 선율을 생략한 채 조심스런 감정을 드러내는 ‘연정’이나 주제부를 단순화시켜 연산의 아픔을 고스란히 담아낸 ‘그림자놀이-봉황은 울지 않는다’, ‘자궁 속으로’ 같은 큐들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그밖에 ‘인형놀이’나 ‘반정의 북소리’처럼 간단한 타악 리듬으로만 그 상황의 분위기를 연출하거나 불길한 조짐의 ‘파적심의 울음소리’나 ‘장생의 외침’과 같이 질주하는 스트링과 파열음의 대금, 강렬한 퍼쿠션을 조성해 서스펜스를 극대화시키기도 한다. 신디 프로그래밍이 가미된 ‘광대 사냥’의 경우는 마치 제리 골드스미스나 알베르토 이글레시아스를 듣는 듯 정석적이고 장르적인 사운드를 들려준다. 연극과 달리 영화는 장생의 시점으로 극을 이끄는데, 이를 위해 이병우는 특별히 극 후반 장생의 테마를 배치했다. 처연하고 구슬픈 대금의 ‘눈먼 장생’이 바로 그 곡이다. 절제되고 담백한 메인 테마 ‘반 허공’과 달리 이 곡은 절절하고 거칠게 한(恨)을 토로하는 아름답고 강렬한 선율을 가졌다. 이 선율이 흐르며 장생은 지난 과거를 반추하며 지금의 심적/육체적 고통을 승화시키고, 이 선율이 흐르며 공길은 연산에게 반 허공에 대해 이야기한다. (인연을 나타내는) 줄 위는 땅도 아니고 하늘도 아닌, 반 허공이라고. 결과적으로 ‘눈먼 장생’과 ‘반 허공’은 대비되면서도 서로 이어진 이란성 쌍둥이와 같은 테마인 셈이다. 이 곡은 이병우가 직접 장생의 심정을 담아 작사한 주제곡 ‘가려진’으로 장재형이 불러 사운드트랙의 맨 첫 트랙에 실렸다. 시종일관 광대놀음의 풍물패 소리와 궁중음악이 깔리지만 그럼에도 이병우의 1분이 채 안 되는 짧은 큐들은 적재적소 빈 여백에 효과적으로 자리 잡아 내러티브와 캐릭터의 감정선에 밀접하게 연계돼 유기적인 호흡을 들려준다. 길이나 분량과는 다른, 밀도의 위력이다. 그간 이병우 영화음악에서 두드러진 건(물론 뛰어난 멜로디와 좋은 편곡의 힘도 무시 못 하지만), 감정과 경이의 순간을 포착한 놀라운 공명감이었다. 그 날카로운 울림이 관객들을 울리고 웃기고 가슴을 아리게 만들며 짙은 여운을 남겼다. 기타 디자이너로 직함을 늘리며 잠깐 동안 영화계에서 멀어진 이병우는 2013년 가을 세 번째 사극 < 관상 >으로 다시 영화음악가에 복귀한다. 이전의 두 사극과는 또 다른 한국적 울림과 아름다운 멜로디로 무장해 관객들의 감성적인 약점을 치밀하게 파고들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왕의 남자> 사운드트랙으로 미리 예습을 해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싶다. 사운드트랙은 영상자료원(K-0038)에서도 감상할 수 있다. (참고적으로 이선희의 ‘인연’은 <왕의 남자>의 주제곡이 아니다. ‘인연’의 뮤직비디오에 <왕의 남자> 클립이 쓰였을 뿐이다. 따라 사운드트랙에서 그 곡을 찾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Track List 1. 가려진 - 장재형 2. 먼 길 3. 각시탈 4. 돌아올 수 없는 5. 너 거기 있니? 나 여기 있어 6. 세상 속으로 7. 위험한 제의 하나 8. 행복한 광대들 9. 내가 왕이 맞느냐? 10. 위험한 제의 둘 11. 꿈꾸는 광대들 12. 수청 13. 인형 놀이 14. 연정 15. 그림자 놀이 -봉황은 울지 않는다 16. 피적삼의 울음소리 17. 광대사냥 18. 광대의 죽음 19. 어서 쏴 20. 질투 21. 장생의 분노 22. 내가 썼소 23. 애원 24. 장생의 외침 25. 눈먼 장생 26. 자궁 속으로 27. 반정의 북소리 28. 반 허공 29. 돌아오는 길 30. 반 허공 Guitar Ver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