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거리
- 감독
- 장근영
- 제작년도
- 2025
- 출연
- 장근영, 미니 킴
2001년 | 싸이더스 감독: 김태균 | 원작: 서동헌 | 각본: 서동헌 정안철 허균 박헌수 김태균 | 제작: 차승재 | 촬영: 최영택 | 미술: 장근영 김경희 | 음악: 박영 | 특수효과: 정도안 | 무술감독: 이응준 | 시각효과: 장성호 CAST 김경수: 장혁 | 유채이: 신민아 | 장량: 김수로 | 송학림: 권상우 | 소요선: 공효진 | 마방진: 허준호 | 교감: 변희봉 | 요마: 차시은 2000년대 초 한국영화의 화두 중 하나는 컴퓨터 그래픽이었습니다. 그 역사는 채 10년도 되지 않았지만 적잖은 기술적 축적이 있었고, 테크놀로지가 제대로 구현될 수 있는 콘텐츠만 만나면 폭발력을 지닐 듯했습니다. < 화산고 >(2001, 김태균)는 그 첫 시도입니다. 이후 < 해운대 >(2009, 윤제균 )이나 최근 < 신과 함께 > 시리즈(2018~2019, 김용화 ) 등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블록버스터의 시작은 <화산고>였던 셈이죠. 무협 액션과 컴퓨터 그래픽을 결합한 이 영화는 어쩌면 반 걸음 정도는 앞서 간 실험이었는데요, 개봉 당시엔 기대만큼 반응을 얻지 못했지만 월드 마켓에서 마니아 층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현장 공개는 6월 말, 어느 여름 밤에 이뤄졌습니다. 장소는 전라남도 고흥군에 있는 ‘도양’이라는 곳이었는데요, 지금은 도로 사정이 나아져서 서울에서 5시간 정도 걸리지만 당시엔 장장 7시간을 가야 했던 곳입니다. 소록도로 가는 배가 떠나는 부두 근처에 있는 어느 폐교에 세워진 야외 세트는 장관이었는데요, 전국을 뒤지며 1,000개에 달하는 폐교를 둘러본 끝에 헌팅한 장소입니다. 운동장 양 끝엔 거대한 조명탑이 있고, 그곳엔 ‘火山’ ‘武’ 같은 한자가 새겨진 붉은 휘장이 걸려 있습니다. 살수차는 지하수를 끌어 올려 폭우를 만들어내고, 카메라는 크레인에 올라가 있었으며, 무술 팀은 끊임없이 와이어를 잡아당기던 분주한 밤 현장이었습니다. 이날 촬영은 영화의 클라이맥스인, 수학 교사 마방진(허준호)과 주인공 경수(장혁)의 대결이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와이어 액션이었는데요, 마방진의 가격에 경수가 하늘로 치솟는 장면 때문이었죠. 허리에 와이어를 매단 경수의 몸이 한 순간에 갑자기 솟구치는 장면을 위해, 카메라 밖에선 무술 팀(이른바 ‘땡김이’)이 정확한 타이밍에 맞춰 와이어를 잡아 당깁니다. 10번 넘는 테이크 만에 OK 사인이 났는데요, 카메라 앵글을 바꿔서 그 장면을 반복합니다. 그때마다 장혁은 바닥에 내동댕이쳐져야 했고요. 마치 <매트릭스>의 한 장면 같습니다. 12개의 살수구에서 물줄기가 쏟아지면 ‘우중 액션’이 시작됩니다. 어릴 적 우연하게 뇌전벽력을 맞아 극강투기를 가지게 된 경수. 그는 여덟 번 퇴학을 맞고 아홉 번째 전학으로 화산고에 옵니다. 영화 < 짱 >(1998, 양윤호 ), 드라마 <학교>(1999)로 고등학생 이미지가 강했던 장혁에게 <화산고>는 어쩌면 운명적인 캐릭터였을지도 모릅니다. 마방진 역의 허준호. ‘빌런’ 캐릭터로 허준호만큼 다크 포스를 내뿜는 배우도 많지 않을 겁니다. <화산고>에서도 경수를 압도하는 엄청난 힘을 보여줍니다. 장혁은 경수를 “바보스럽지만 바보는 아닌” 캐릭터로 설정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느낌을 만들어내는 게 정말 힘들었다고 하네요. 그리고 11개월 동안 이어진 촬영은 당시 20대 초반이었던 신인급 배우에게 결코 쉽지 않았는데요, 촬영이 끝났을 땐 마치 학교를 졸업하는 기분이 들었다고 합니다. <화산고> 현장에서 와이어는 장혁에겐 마치 신체의 일부와도 같았습니다. 거의 항상 몸에 달려 있었으니까요. 거친 액션을 소화하느라 온몸에 멍이 들었고, 일곱 번 기절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나중엔 너무 익숙해져서, 와이어에 매달린 상태에서 자장면을 먹을 정도가 되었다네요. 1997년 어느 공모전에 출품된 시나리오가 하나 있었습니다. <화산고>였죠. 당선되진 않았지만 그 시나리오를 재밌게 읽었던 김태균 감독은 원작자 서동헌에게 영화화 제안을 했는데요, 처음엔 직접 연출할 생각은 아니었다고 하네요. 이후 < 키스할까요? >(1998)을 마친 후 불현듯 <화산고> 시나리오가 떠올라 친구인 싸이더스의 차승재 대표에게 제안했고, 2년에 걸쳐 <화산고>를 만들게 됩니다. 촬영에 11개월, 후반작업에 6개월. 당시 한국영화로선 파격적인 제작 일정이었죠. <화산고>의 클라이맥스 액션 신은 마치 서부극을 연상시킵니다. 김태균 감독은 이 대목에 대해 “총과 총의 대결이 아니라 물 싸움으로 변형”시켰다고 설명합니다. <화산고>는 제작 노하우에서 그 어떤 참고 자료도 없었던 영화입니다. 의도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와이어 액션을 위해 홍콩 액션 팀을 불러올 수도 있었지만, 컴퓨터 그래픽을 해외 업체에 맡길 수도 있었지만, 모두 국내 인력을 통해 해결했습니다. 그래야 뭔가 쌓인다는 판단 때문이었는데요, 그러다 보니 제작비와 일정이 늘어났죠. “아무도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영화 작업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무지막지한 괴로움을 겪었어요. 과연 이 영화를 끝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했죠.” 김태균 감독의 말입니다. 김태균 감독은 <화산고>를 “근사함과 망가짐이 공존하는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고 합니다. 아주 촌스러운 구석도 있고, 만화적인 톤도 있지만, 근사한 비주얼과 스펙터클이 결합된 영화. 그런 면에서 <화산고>는 거대하면서도 무모하고 한편으론 용기 있는 시도였습니다.
2003년 | 싸이더스 감독, 시나리오: 장준환 | 제작: 차승재 | 촬영: 홍경표 | 프로덕션 디자인: 장근영 김경희 | 음악: 이동준 CAST 병구: 신하균 | 강 사장: 백윤식 | 순이: 황정민 | 추 형사: 이재용 < 지구를 지켜라! >는 외계인이라는 소재와 병구와 강 사장의 대립을 통해 한국 사회를 통렬하게 폭로합니다. 저녁에 기자들과 가진 간담회 자리에서 누군가가 “자본가와 노동자의 계급 갈등에 대한 영화인 것 같다”고 말하자, 장준환 감독은 “맞다. 사실 외계인 같은 덴 별 관심도 없다”고 직설적으로 대답하기도 했죠. 추 형사가 벌떼의 공격을 받는 장면을 중심으로, 현장은 정말 빠르게 진행되었습니다. 장준환 감독은 속보로 현장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배우와 연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스태프들과는 영화의 디테일을 챙기고 있었습니다. 데뷔 감독의 열정과 꼼꼼함을 느낄 수 있는 현장이었죠. < 복수는 나의 것 >(2001) < 서프라이즈 >(2002)에 이어 신하균이 선택한 영화는 <지구를 지켜라!>였습니다. 병구는 외딴 곳에 홀로 살며 외계인의 존재를 추적하는 캐릭터죠. 내성적이지만 에너지를 내뿜을 땐 그 누구보다도 강한 인물인데요, 신하균은 자신과 병구 사이에 꽤 많은 동질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습니다. 연기의 감정적 밀도가 높아서 한 컷 안에서 여러 감정을 한꺼번에 보여줘야 하는 게 어려움이라고 하더군요. 이 날 촬영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신하균이 아니라 추 형사 역의 이재용이었습니다. 이 시기 그는 영화계에 막 얼굴을 알리는 단계였는데요, 곽경택 감독의 < 친구 >(2001)에서 유오성 의 얼굴에 지긋이 칼을 대던 조폭 역할로 강한 인상을 남긴 후였죠. 장준환 감독 현장에서 장준환 감독은 조용하면서도 섬세히 요구하는 스타일이었습니다. 그가 병구 역에 신하균을 떠올린 건 시나리오를 마칠 즈음인데요, 어느 잡지에 실린 그의 얼굴과 눈빛을 보고 병구의 광기를 표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하네요. 짙은 노란색 머리는, 감독 자신이 직접 염색한 거라고 합니다. 숙소에서 심심해서 그냥 한 번 해봤다는군요. 홍경표 촬영감독 최근엔 이창동 감독의 < 버닝 >(2018)으로, 그리고 < 곡성 >(2016)이나 < 설국열차 >(2013), 더 거슬러 올라가면 < 마더 >(2009)와 이명세 감독의 < M >(2007) 그리고 < 태극기 휘날리며 >(2004) 등에서 카메라를 잡았던 홍경표 촬영감독. 그는 스태프 중 가장 연장자였지만 가장 활기에 차 보였습니다. 홍 감독의 촬영 플랜은, 한 순간도 멈추지 않는 카메라워크와 그린 톤이었는데요, 궁극적 목표는 코미디와 서스펜스를 동시에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양봉장 위엔 병구의 집이 있습니다. 공포영화에서나 만날 수 법한 을씨년스러운 곳이었죠. 이곳에서의 촬영 공개는 없었지만, 내부를 볼 수 있었습니다. 병구는 가내수공업으로 마네킨을 만들며 외계인의 존재를 주시하는 인물인데요, 그런 캐릭터가 공간에도 잘 드러납니다. 하얀 마네킨과 벽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외계인 관련 자료들, 그리고 창 안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어우러져 묘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장준환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들면서 < 양들의 침묵The silence of the lamb >(1991)과 < 미저리Misery >(1990)를 참고했다고 하는데요, 이 공간을 본 후에 감독의 생각을 어느 정도는 감 잡을 수 있었습니다. 산은 금방 어두워집니다. 거의 쉬는 시간 없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던 현장. 촬영장에 어둠이 깔리고, 이제는 카메라를 꺼야 할 시간입니다. 이미지 디지털화 지원 NAVER
2003년 | 싸이더스 감독, 시나리오: 장준환 | 제작: 차승재 | 촬영: 홍경표 | 프로덕션 디자인: 장근영 김경희 | 음악: 이동준 CAST 병구: 신하균 | 강 사장: 백윤식 | 순이: 황정민 | 추 형사: 이재용 한국영화는 21세기 초에 접어들면서 장르적 상상력을 발휘하기 시작합니다. 아마도 장준환 감독의 데뷔작 < 지구를 지켜라! >은 그 극단일 겁니다. SF에서 시작해 코미디와 스릴러와 로맨스까지, 이 영화는 수많은 장르의 하이브리드이면서 동시에 그 모든 것을 뒤틀고 여기에 패러디와 날 선 풍자를 더합니다. 그리고 관객을 공격합니다. 당신들이 살고 있는 지구는 얼마나 병들었느냐고. <지구를 지켜라!>는 한국 상업영화가 감히 침범하지 못했던 영역을 순식간에 돌파해버린, 당대의 컬트이자 이젠 레전드인 작품입니다. 소문만 무성한 채 베일에 가려져 있던 <지구를 지켜라!>의 현장이 공개된 건 2002넌 9월이었습니다. 강원도 태백의 어느 폐광촌. S자로 구불구불한 산길을 올라가면 비포장 도로가 시작되고, 승합차 정도가 겨우 지나갈 만한 좁은 길을 지난 후에야 도착할 수 있었죠. 양봉장에서 병구와 추 형사가 맞닥트리는 장면이었는데요, 추 형사는 결국 벌떼 공격에 벼랑 아래로 떨어지게 됩니다. 어느 정도 산 속인지 가늠하시겠는지요. 멀리서 잡은 로케이션 풍경인데요, 노란색 점처럼 보이는게 양봉통입니다. 좀 더 가까이 가보니, 그 앞에서 추 형사와 병구의 긴장감 넘치는 만남과 대결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웃고 있지만 두 사람 사이엔 긴장감이 흐릅니다. 추 형사는 병구가 살인범이라고 생각하고, 그의 총구 앞에서 병구는 더듬거립니다. “왜 그러세요? 저… 전 아무 짓도 안 했어요. 그… 그냥 벌들이 배고플까봐….” 그러다가 갑자기 병구는 추 형사의 얼굴 쪽으로 꿀을 뿌리고, 이후 벌떼 공격을 받은 추 형사는 벼랑 아래로 떨어져 죽습니다. 이 날 현장 공개가 조금 이례적이었던 건, 신하균의 얼굴이 내내 양봉망으로 가려 있었다는 겁니다. 이 시기 현장 공개는 일반적으로 영화를 언론과 대중 앞에 노출하는 첫 단계였거든요. 그런데 왜 하필이면 주인공의 얼굴이 가려져 잘 드러나지 않는 신을 골랐을까요? 지금까지도 풀리지 않는 의문입니다. 연출부 중 한 명은 추 형사의 허리에 묶은 줄을 꽉 잡고 있고, 그 뒤엔 두툼한 매트가 깔려 있습니다. 벌떼의 공격에 몸을 뒤틀던 배우는 매트 위로 풀썩 쓰러집니다. 짙은 안개 때문에 미뤄졌던 촬영을 빠르게 진행하느라, 이 날 거의 40컷을 촬영했는데요, 그 중 가장 중요한 컷은 바로 이 장면이었습니다. 추 형사 역의 이재용은 나중에 컴퓨터그래픽으로 처리할 벌떼들의 습격을 예상한 연기를 위해 하루 종일 몸서리쳐야 했는데요, 결국 매트 위에 쓰러졌습니다. 클로즈업 장면을 위해 얼굴에 벌을 붙이고 있습니다. 냉장고에 넣어 활동력을 줄이고 침을 뽑아 공격력을 제거했지만…. 안타깝게도 두 방 쏘였습니다. 이미지 디지털화 지원 NA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