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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
- 전승일
- 제작년도
- 1999
영화업자가 극장 안에서 관객들에게 디즈니 애니메이션 < 판타지아 >(1940)를 소개한다. 그러나 할리우드로부터 상영이 취소되었다는 통보를 받고는 <판타지아>의 ‘모조품’을 만들기로 하고, 감옥에서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애니메이터들을 데려온다. 영화가 시작되면 여섯 곡의 클래식 음악과 함께 디즈니 <판타지아>에 대한 패러디와 풍자가 넘쳐나는 전복적인 애니메이션 에피소드들이 펼쳐진다. 핑크 플로이드의 더블 음반 ‘더 월 The Wall’을 영상으로 옮긴 알란 파커 감독의 <더 월 The Wall>(1982), 비틀즈 음악을 소재로 만든 애니메이션 < 옐로우 서브마린 Yellow Submarine >(1968) 등과 함께 음악을 모티브로 한 영화 가운데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 알레그로 논 트로포 Allegro non Troppo >는 이탈리아의 애니메이션 작가 브루노 보제토(1938~ )의 1976년 작품으로 <서부와 소다 West and Soda>(1965), <빕, 나의 형제 슈퍼맨 The Super Vips>(1968)에 이은 그의 세 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 알레그로 논 트로포 >의 에피소드들 이 유머러스하고 디즈니 보수주의에 저항하는 대담한 옴니버스 장편 애니메이션 < 알레그로 논 트로포 >의 첫 곡은 드뷔시의 관현악 ‘목신의 오후 전주곡’으로 시작하는데, 감독은 < 판타지아 >의 ‘전원 교향곡’ 에피소드를 패러디하여 젊고 아름다운 목신(牧神)이 아닌 늙은 목신의 여성을 향한 관능적 몽상을 허망하게 그리고 있다. 이어지는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드보르작의 ‘슬라브 무곡 7번’이 흐르고, 파시즘과 독재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풍자가 빛을 발한다. < 알레그로 논 트로포 >의 대표적인 이미지인 콜라병이 등장하는 세 번째 에피소드는 반복적인 메타모르포제 리듬을 타는 라벨의 ‘볼레로’를 배경 음악으로 하여 인류의 탄생과 진화를 충격적인 반전으로 패러디한 영상이다. 시벨리우스의 ‘슬픈 왈츠’를 애니메이션 화한 네 번째 에피소드는 철거로 파괴된 황량한 도시에 살고 있는 작은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음악과 어우러진 서정적인 화면은 아마도 이 작품에서 가장 슬프고 감동을 주는 에피소드일 것이다. 다섯 번째 에피소드는 비발디의 ‘협주곡 C장조‘를 소재로 하였는데, 식사 준비를 방해받은 벌의 반격으로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애니메이터까지 싸움이 벌어져 온통 난장판이 되는 이야기이며, 스트라빈스키의 ‘불새’로 시작되는 마지막 에피소드는 아담과 이브 그리고 뱀을 등장시켜 자본주의 사회의 온갖 병폐와 모순을 거침없이 들춰내고, 다시 한 번 디즈니의 < 판타지아 >를 조롱하는 피날레로 이어진다. <타품! 무기의 역사! Tapum! Weapons History!>(1958), <서부와 소다 West and Soda>(1965) <미스터 로시, 자동차를 사다 Mister Rossi Buys a Car>(1966), <오페라 Opera>(1973) 이탈리아의 ‘애니메이션 국민작가’로 불리는 브루노 보제토는 1938년 밀라노 태생으로 10대 시절 만든 8mm 단편 애니메이션 <도날드 덕 카툰>(1953)을 시작으로 하여, 20세가 되던 해에 만든 단편 <타품! 무기의 역사! Tapum! Weapons History!>(1958)를 계기로 본격적인 애니메이션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그 후 그는 칸영화제에서 수상한 <미스터 로시, 자동차를 사다 Mister Rossi Buys a Car>(1966), 바르셀로나 영화제 등에서 수상한 <피클즈 Pickles>(1971), 안시 영화제 등에서 수상한 <오페라 Opera>(1973), 히로시마 영화제에서 수상한 <지그문트 Sigmund>(1983), 베를린 영화제에서 수상한 <미스터 타오 Mister Tao>(1988), 아카데미 최우수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바 있는 <메뚜기 Grasshoppers>(1990), 카툰스 온 더 베이 등의 영화제에서 수상한 <스파게티 가족 Spaghetti Family>(1996), <바쁘게 사는 자들의 세상에 대한 역사(History of the World for Those in a Hurry>(2001), <인생 Life>(2003), <도로의 무기 Weapons on the Road>(2008), <섹스&펀 Sex & Fun>(2012> 등 지난 60여 년 동안 거의 매해 거르지 않고 애니메이션 작품을 만들어 발표해왔으며, 각종 영화제에서 120여 회에 달하는 수상 경력을 갖고 있다. 끊임없는 창작 의지로 일생을 바쳐 만든 70여 편의 단편 애니메이션과 라이브액션 그리고 일곱 편의 장편 애니메이션을 통해 인간과 사회 그리고 정치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특유의 풍자를 거침없이 표현하고 있는 애니메이션의 거장 브루노 보제토, 그의 다양한 애니메이션들은 유튜브 채널( www.youtube.com/user/BrunoBozzettoChannel )에서 온라인으로 만나볼 수 있다.
민간인을 포함하여 약 5천여만 명(7천만 명으로 추산하기도 함)의 사망자가 발생한 인류 역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사건 제2차 세계대전(1939~1945). 이 전쟁 기간 중 나치 독일은 600만 명에 이르는 유대인을 온갖 잔혹한 방법으로 대학살 했다. 인간의 폭력성, 잔인성, 배타성, 광기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극단적으로 보여준 20세기 최대의 대참사, 우리는 이 사건을 ‘홀로코스트’라고 부른다. 제인 휘팅엄 감독의 < 홀로코스트의 아이들 >은 어린 시절 제2차 세계대전의 공포와 ‘홀로코스트’의 끔찍함을 겪었던 루트 로고프, 마틴 카펠, 트루드 실만, 하인츠 스카이트, 아레크 헤르쉬, 수잔 립튼 등 현재는 80~90대 노인이 된 여섯 사람의 실제 이야기를 담은 ‘애니메이티드 다큐멘터리 Animated Documentary’ 영화로, 국내에서는 2015년 EBS 국제다큐영화제를 통해 소개되었다. 제인 휘팅엄 감독은 단편애니메이션 <어 워 위딘 A War Within>(2012)을 통해 전쟁의 충격으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PTSD: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의 고통을 그려낸 바 있기도 하다. < 홀로코스트의 아이들 >은 폭격과 공습으로 인한 전쟁의 참화, 강제 이송 혹은 이산(離散), 집단수용소에서의 고통스러운 생활, 학살당하는 부모와 가족 등 실사 영상(Live action)으로는 재현하기 어려운 주인공들의 어린 시절 고통스러운 경험을 다양한 미장센의 애니메이션으로 재현한다. 애니메이션으로 재현된(창조된) ‘홀로코스트’의 이미지들은 전쟁의 비극과 상처를 확장적으로 사유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각 인물들의 성장 과정을 텍스트로 보여주고, 이어 각 인물들의 현재 모습과 실제 인터뷰 영상이 등장한다. 이제 80대가 넘어선 나이이고, 교사·교수·과학자·작가·사회사업가 등 일정하게 사회적으로 자리를 잡기도 했지만, 그들에게는 여전히 어린 시절 겪었던 전쟁의 비극과 고통이 정신적 트라우마로 깊이 각인되어 있다. 루트 로고프(1933년 출생) / 마틴 카펠(1930년 출생) 트루드 실만(1929년 출생) / 하인츠 스카이트(1920년 출생) 아레크 헤르쉬(1928년 출생) / 수잔 립튼(1936년 출생) 중학교 교사가 되었고, 홀로코스트 기억 보존 활동을 하고 있는 루트 로고프는 “홀로코스트에 대래 알게 된 걸 결코 잊을 수가 없었어요. 이야기를 전파하는 것보다,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더 중요해요”라고 말하고, 과학자 겸 교수가 된 마틴 카펠은 “현재를 이해하는 유일한 방법은, 과거를 통해 현재가 생긴 과정을 아는 거예요. 역사를 배우지 않는 자는 과거를 반복하거든요. 한 번 생겼던 일은 두 번도 생길 수 있어요. 이 일은 사람들의 기억에 새겨둬야 해요”라고 말한다. 생화학자 겸 교수가 된 트루드 실만은 “홀로코스트의 그림자는 제 평생 지워지지 않았어요. 제 가족의 파멸은 아직도 한스럽죠. 어머니의 행방은 알지도 못하고, 부모님 무덤조차 없어요”라고 하며 지금까지도 껴안고 있는 전쟁이 남긴 슬픔과 상처에 대해 이야기한다. 하인츠 스카이트는 “절대 방심하지 말고 잘못을 관망하지 말라. 잘못된 일이나 악한 일에는 저항하라”라고, 아레크 헤르쉬는 “전 그때 겪은 일을 절대로 잊지 못해요. 전 엄청난 고통을 받았죠.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가장 끔찍한 일을 겪었어요. 그런 일은 두 번 다시 있어선 안 돼요. 지난 역사를 전파하고 사람들을 교육하면, 역사로부터 배울 수 있고, 다시 그런 일이 일어났을 때 맞서 저항할 수 있어요”라고 말한다. 그리고 마지막 주인공 수잔 립튼은 “그 후 부모님은 두 번 다시 못 만났어요. 전 이 세상에 홀로 남게 됐어요. 전 군대에 입대해서 독일인을 다 죽이는 게 꿈이었어요. 그들을 증오했어요. 공포와 분노를 느꼈고 울분을 느꼈어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후군이 생겼어요. 계속 충격 상태가 지속되죠. 오히려 더 말하고 밝혀야 치유가 시작되는 거예요. 저는 홀로코스트 추모일이 영원히 유지될 거라고 믿어요. 기억과 교육을 계속해야 해요. 홀로코스트만이 아니라 르완다나 시리아의 대학살이나 유고슬라비아의 참사는 계속 가르쳐야죠. 계속해서 사람들 뇌리에 남아 있어야 해요. 결코 잊혀서는 안 돼요”라고 자신의 분노와 트라우마의 고통을 호소하며, 홀로코스트에 대한 기억과 교육에 대해서 역설한다. 아우슈비츠는 나치가 세운 강제 수용소 중 최대 규모였다. 유엔은 1945년 1월 27일 소련의 붉은 군대에 의해 아우슈비츠 수용소가 해방된 날을 ‘국제 홀로코스트 희생자 추모의 날(International Holocaust Remembrance Day)’로 지정하고, 학살당한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있다. 아우슈비츠에는 1947년 희생자 박물관이 세워졌으며, 197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다. 그리고 홀로코스트의 비극을 기억하고 교육하는 활동은 지금도 전 세계 각국에서 다양하게 벌어지고 있다.
대표하는 위대한 작가주의 애니메이션 감독 프레데릭 백(Frederic Back)에서 찾을 수 있다. 맑은 물이 흐르고 꽃과 나무들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는 어느 마을에서 아이들이 여러 동물들과 어울려 즐겁게 놀고 있다. 어느 날 아이들 앞에 나타난 마법사는 환상적인 마술을 부리기 시작하고, 평화롭고 아름답던 마을은 어느새 사라져버린다. 급기야 마법사가 만든 거대한 회색 건물에 갇힌 아이들은 반복적인 공부와 노동을 하는 부품이 되어 버린다. 하지만 아이들은 결국 마법사를 쫓아내고 허상으로 지어진 건물을 허물고 탈출한다. 그리고 아이들은 다시 자연의 풍요와 평화 속에서 즐겁게 논다. 이 작품은 애니메이션 계의 성인(聖人)으로 불리는 프레데릭 백 감독의 네 번째 단편 애니메이션 < 일루전 >(1974)으로 환경파괴에 대한 비판과 물질문명의 폐해에 대한 경고를 은유적이고 동화적인 영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일루전>은 파리 국제단편영화제, 요크턴 영화제, 테헤란 영화제, 오스트레일리아 애니메이션 영화제 등에서 수상한 바 있다. 특히 이 작품에서는 특정한 아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우지 않고 아이들 전체와 마법사를 대립관계로 설정하였고, 내레이션 없이 음악과 음향만을 사용하기도 했다. 간결한 그림체로 표현된 애니메이션의 연출에서도 움직임과 타이밍의 생략과 강조가 돋보이는데, 작품 속에서의 마법사는 바로 인간의 평화로운 삶을 파괴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총체적 은유이며, 아이들은 바로 현재의 우리들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1924년 독일에서 태어난 프레데릭 백은 프랑스에서 미술 공부를 하면서 화가 마튀렝 메위(Mathurin Meheut)의 영향을 받아 자연의 존재 의미와 그 가치에 대한 관찰 및 예술적 표현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1948년 캐나다로 이주한 후 50~60년대에는 캐나다 국영방송 SRC에서 어린이 프로그램의 미술 파트에서 작업하였다. 그가 애니메이션 작가로 창작활동을 시작한 것은 바로 그곳 SRC에 창설된 애니메이션 파트였는데, 1970년에 만든 단편 애니메이션 <아브라카다브라 Abracadabra>가 그 첫 번째 작품이다. 프레데릭 백은 지금까지 9편의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는데, 그 가운데 < 뚜리엥 Toun Rien >(1980)과 < 위대한 강 The Mighty River >(1993)은 아카데미에 노미네이트된 바 있고, < 크랙 Crac >(1981)과 < 나무를 심은 사람 The Man who Planted Trees >(1987)으로 두 차례나 아카데미에서 최우수 단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하였다. 뿐만 아니라 <나무를 심은 사람>과 <위대한 강>은 히로시마, 오타와, 안시 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이 밖에도 그의 영화제 수상경력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이다. < 위대한 강 >은 캐나다 동부에 위치한 세인트로렌스 강의 태초부터 현대에 이르는 장대한 역사를 시적인 아름다움과 다큐멘터리 적인 사실성으로 재현한 서사시(敍事詩)적 역작으로 프레데릭 백 감독이 4년간의 긴 시간을 들여 철저한 취재와 고증에 입각해서 만들어낸 애니메이티드 다큐멘터리 작품이다. 빙하기를 지나 지구에 봄이 오자 아메리카 대륙 북쪽에는 지상에서 가장 큰 강이 생겨난다. 캐나다 퀘벡 주를 가로질러 흐르는 세인트로렌스 강은 자연과 인간이 평화롭게 어우러지며 살았던 곳. 인디언들은 이 강을 ‘맥도구악(위대한 강)’이라 불렀다. 1534년 프랑스 탐험가 자크 카르티에가 이 강을 발견한 뒤, 유럽의 왕국들은 이곳에서 모피와 산림 자원을 채취하기 위한 전쟁을 벌인다. 인간의 무분별한 욕심은 세인트로렌스 강 주변의 자연을 훼손하고, 산업혁명기에 이르면 환경은 더없이 파괴된다. 그러나 유유히 흐르는 강의 생명력은 자연과 인간의 화해를 암시한다 “애니메이션에 유용한 가치가 깃들어 있으면 사람들은 그로부터 영향을 받는다.”고 얘기했던 우리 시대 최고의 애니메이션 작가이자 ‘예술 행동가’인 프레데릭 백. 그는 자신의 한쪽 눈을 실명하면서까지 철저하고 집요한 작가주의적 예술노동과 작품을 통해 우리들에게 인간과 환경에 대한 깊고 묵직한 주제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것은 아마도 예술이 도달할 수 있는 진정한 최고의 경지일 것이다. 전 세계인으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았던 프레데릭 백, 그는 2013년 89세를 일기로 타계하였다. 미국에서는 그의 전작을 담은 헌정 DVD < The Man who Planted Trees - Deluxe Edition >(2004)가 출시되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 <프레데릭 백의 선물>이라는 타이틀로 그의 전 작품이 DVD로 출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