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바이벌 가이드
- 감독
- 정철민
- 제작년도
- 2017
- 출연
- 이주원, 박정근, 박영웅, 이재인
연상호 감독의 장편 < 돼지의 왕 >은 애니메이션임을 잊을 정도의 사실감, 그러면서도 애니메이션다운 표현력, 그리고 강렬한 주제의식으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았다. 필자 또한 극장에서 관람했고 꽤 오랫동안 잔상이 남아있었다. 이후 연상호 감독의 차기작은 반드시 찾아보겠다는 결심을 했지만, < 창 >의 극장 관람은 놓치고 말았다. 해서 뒤늦게 VOD 서비스로 찾아보게 되었다. 신작 < 창 >은 29분 길이의 단편 애니메이션이다. 군대 내무반이라는 좁은 공간 안에서 펼쳐지는 조직과 개인 사이의 갈등을 극화한 작품으로, 짧은 러닝타임 때문인지 모르지만 전작 < 돼지의 왕 >에 비해 상상력을 동원한 애니메이션 표현은 없다. 하지만 그로 인해 마치 실사와 같은 사실감은 더 강해졌다. 이러한 주제라면... 50분 길이의 단편 드라마로 만들어져도 손색이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헌데 묘하게도 작품을 보다 보면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에 더 차갑고, 그래서 더 사실적으로 보인다. 아마도 실제 배우들이 연기할 경우에 오는 익숙함이 없기에, 또한 그런 이유로 ‘연기한다’라는 생각이 들지 않기에 더 사실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 내용을 살펴보면, 주인공 정철민 병장이 분대장으로 있는 지극히 FM적인 내무반에, 흔히 말하는 고문관형 신참이 들어오면서 사건이 생긴다. 그리고 그 사건에 관한 책임이 조직의 논리에 의해 정철민 병장에게 몰린다. 군대라는 정말 묘한 조직. 이른바 군대에 말뚝을 박고 사는 이들은 출세를 위해 노력하지만 근간을 형성하는 사병들은 대부분 징집병. 그들은 일정 기간만 사고 치지 않고 버티는 것이 목적이다. 서로가 극명하게 다른 개인 목표를 가진 이들이 모여 있는 곳, 군대. 그리고 주인공은 그 와중에도 공정하게 군대생활을 하려는 책임감 있는 성격이다. 그러나 정작 주인공이 나름 위했던 군대라는 조직은 사건이 발생하자 공정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일방적인 모습을 보이게 된다. 전작에서 사회구조와 개인에 대한 문제를 던졌다면 < 창 >에선 타깃을 좁혀 조직과 개인에 대한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다. 관객들이 이 작품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궁금하다. “다 그런 거지...” 하고 긍정할지, 아니면 깊은 한숨을 쉬게 될지. 감상하기 편한 작품은 아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있다면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할 작품이라 생각한다.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