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정
- 감독
- 최거엽
- 제작년도
- 1991
- 출연
- 유장현, 이미례, 이정경, 한윤경, 연현철, 김현진, 유일문, 박용팔, 유경애, 박일, 추봉, 김태흥
이미랑 감독의 단편 < 춘정 >은 제목과 같은 주인공 이름이다. 춘정은 친구의 소개로 보이스피싱 하는 업체(?) 취직하게 된다. 그곳에서 춘정은 같은 처지의 재중동포인 그녀들과 마음을 나누며 지내게 된다. 하지만, 결국 모두 경찰에 잡혀가게 되면서 영화가 끝난다. 이 영화를 잘 설명하는 중요한 두 장면이 있다. 밤길을 걸어가면서 보이스피싱 하는 대사가 녹음된 녹음기로 들으면서 길을 걸어가는데, 잘못 녹음되어 노래가 나오는 장면, 그리고 연애편지를 대신 읽어달라고 하는 언니들의 부탁에서 편지 내용하고는 다른 것을 읽고는 노래하는 장면이 그것이다. 영화 < 춘정 >의 정서에 대한 시청각적인 장면들이다. 이른바 봄의 정취인 춘정을 ‘아릿하게’ 표현하고 있다. 결국 이런 장면들은 마지막 경찰이 글쓰기 공책을 들추어내면서, 누구냐고 물을 때 춘정의 깍 쥐 손 클로즈업을 통해 깨어지지만 가는 길 열린 차창 넘어 불어오는 바람에 봄의 정분은 이제부터 시작임을 암시한다. 감독은 춘정이라는 인물을 통해, 정확히는 춘정의 대사를 통해 이 영화의 주제를 드러낸다. 경찰에 잡혀가는 와중에 경찰이 묻는다. “참 내 남의 땅에 와서까지 그래.” 그러자 춘정은 “설마 우리가 남의 땅이라고 생각했겠냐. 내 살 곳이라 생각하니까, 일도 하고 정도 붙이고.” 영화 < 춘정 >은 이미랑 감독의 네 번째 영화다. 첫 번째 영화는 보질 못했고, 나머지 세 편은 < 베트남 처녀와 결혼하세요 >(2005), < 목욕 >(2007), <춘정>(2013)이다. 세 편의 주요 인물들은 베트남 결혼이주여성, 트렌스젠더, 재중동포이고, 모두 여성이다. 그녀들의 삶을 억지스럽지 않게, 무례하게 서두르지 않으면서 서서히 드러낸다. 그러면서도 극적인 재미를 놓지는 않는다. <춘정>에서는 춘정이 글을 읽지 못하는 것이 핸디캡이기는 하지만, 바로 그런 점이 극의 전개에서 있어, 긴장감을 형성하고 오히려 춘정에게 집중할 수 있는 포인트다. 바로 그런 점 때문에 이미랑 감독의 캐릭터들은 비록 현실에서 상처입고 힘들지만 우리들에게 코끝 봄바람 마냥 싱그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