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피루왁
- 감독
- 한지원
- 제작년도
- 2010
애니메이션 < 생각보다 맑은 >은, 과거 김운기 , 연상호 , 장형윤 감독의 단편을 묶었던 < 인디애니박스: 셀마의 단백질 커피 >(2008)와 안재훈 , 한혜진 감독이 만들었던 <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 >(2014) 등과 마찬가지로 단편 애니메이션을 옴니버스 형태로 묶어서 개봉한 작품이다. <럭키미> < 사랑한다 말해 > < 코피루왁 > < 학교 가는 길 > 등 한지원 감독이 만들어온 4편의 단편 작품을 77분 분량으로 묶어 2015년 1월에 개봉했는데, 애니메이션 팬들과 비평계에서 호평을 받았다. 각기 다른 시기에 별도 주제로 만들었던 단편 작품들을 묶어 내놓다 보니, 작화나 그림 스타일에도 차이가 있고 내용면에서도 직접적인 공통점이 많지 않다는 것을 개봉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한지원 감독이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즉 어떤 내용상의 공통점보다는 ‘감독(연출자)’을 중심으로 묶어낸 작품이라고 보면 될 텐데, 애니메이션에 있어서도 소위 ‘작가주의’라고 칭할 만한 요소를 중시하는 국내 비평 신scene에서는 이 부분이 단점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미야자키 하야오나 타카하타 이사오, 오시이 마모루 그리고 < 아키라 >의 오토모 카츠히로나 <기동전사 건담>의 토미노 요시유키 등 개성 강한 ‘작가’로서의 애니메이션 작품에 대해 비평적 평가가 후하기도 하다. < 별의 목소리 > < 초속 5센티미터 >를 만든 신카이 마코토의 국내 선호도가 높은 이유도 그가 ‘사실상 혼자서’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는 이유가 클 것이다. (<별의 목소리> 이후의 작품은 더 이상 혼자서는 만들지 않고 스튜디오 시스템을 통해 만들고 있긴 하지만...) 필자는 2001년 그의 데뷔작 <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 >를 우연히 본 후 호감을 갖게 되어 신카이 마코토와 인터뷰를 할 기회가 있었다. 아마 그로서도 최초의 인터뷰였을텐데, 그 후 <별의 목소리>가 개봉하면서 신카이 마코토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된다. 작가의 데뷔작부터 호감을 가진 상태에서 그가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경험. 한지원 감독의 < 코피루왁 >을 처음 봤을 때부터 2015년 < 생각보다 맑은 >이 개봉되었을 때까지, 필자는 어쩔 수 없이 어떤 기시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필자가 한지원 감독의 작품을 처음 접했던 것은, 그가 학생 시절이었던 2009년 내내 제작하여 2010년에 개인 DVD를 제작해 판매했던 < 코피루왁 >을 우연히 보았을 때였다. 아마도 2010년 이후였을 텐데,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서 열렸던 인디애니페스트 영화제 부스의 <코피루왁> DVD를 보고 그 인상적인 그림체에 이끌려 구입하게 되었다. 단편애니메이션 < 코피루왁 >이 수록된 DVD(필자 개인 소장품) 애니메이션 잡지 「애니메이툰」 88호(2010년)에는, 당시 < 코피루왁 >으로 인디애니페스트 영화제에서 대상 수상을 한 한지원 감독 인터뷰 기사가 실려 있다. 웬만한 단편애니메이션보다 긴 20분의 러닝타임을 1년 내내 완성해냈는데, 그것도 스토리보드 작업 없이, 동화(動畵)를 만들면서 도중에 바로 연출 작업을 하기도 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비주얼 적인 면에서 실험적인 시도를 하기보다 이야기를 최대한 무리 없이 매끄럽게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편집에서 어긋나면 바로 오류가 보이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스토리보드가 없는 점은 편집할 때 다소 유연성있게, 장면을 넣고 빼고 할 수 있어 좋았지만 굉장히 힘들었다.” (「애니메이툰」 88호, 2010년) < 코피루왁 >을 통해 애니메이션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며 데뷔한 후 < 천년여우 여우비 >의 이성강 , < 사이비 >의 연상호 , <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 >의 장형윤 감독 등이 응원과 칭찬을 하며 한지원 감독의 역량을 인정해주었는데, 예를 들어 이런 내용이었다. “정말 혜성 같은 신인이 등장했다. 이게 졸업작품도 아니고 실습작품이라니. 긴 러닝타임을 소화해 내는 저력, 세련된 스타일, 선명한 주제의식. 단연 올해 최고의 작품이다.” ( 장형윤 감독 발언, 네이버캐스트, 2015년) 그리고 5년 후. < 생각보다 맑은 >이 개봉했다. 이 작품의 내용에 대한 시시콜콜한 소개 보다는 필자가 알고 지내는 일본의 한국애니메이션 팬의 코멘트를 인용하며 글을 마무리 짓고자 한다. <생각보다 맑은>은 2015년 10월 31일~11월 3일까지 일본에서 개최되고 있는 ‘신치토세공항 국제애니메이션 영화제新千?空港國際アニメ-ション映畵祭’에서 2회에 걸쳐 상영되었는데, < Clearer Than You Think >라는 영문 제목을 내걸고 ‘한국발, 현대 젊은이들의 싱싱한 이야기’라고 소개되었다. “리듬감, 시선, 빛과 그림자. 말이 아니라 시각을 통해 가슴에 아픔을 느낄 만큼 인물의 심정을 전달해준다. 한지원 감독만큼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인물은 없다.” (닉네임 massando) 일본에는 외국 애니메이션의 팬이 ‘극단적으로’ 적다. 자국 애니메이션이 워낙 절대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보니 외국 애니메이션에 대한 논의가 거의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는다는 느낌이다. 그런 와중에 한국 애니메이션을 포함한 외국 애니메이션 마니아는 나름대로 존재하는데, 그 중에서도 최근 인디애니페스트 등에 소개되는 한국의 독립 애니메이션이나 여러 작가주의 작품에 대한 관심을 보이는 팬층도 소수이나마 조금씩 증가 추세이다. 위와 같은 감상을 전해준 인물도 그 중 하나다. 한지원 감독 작품을 DVD로는 이미 접했다고 하는데, 이번 신치토세공항 영화제를 통해 직접 스크린에서 볼 수 있게 되어 감개무량하다는 반응이었다. 이처럼 국내외의 한국 애니메이션 신에서 많은 주목을 받는다는 것은 그만큼 작가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의미이겠다. 한지원 감독은 현재 <피아노 마주보기>라는 웹툰 작품을 연재 중이다. 원래는 애니메이션 시나리오로 만들다가 웹툰으로 먼저 발표하게 되었다고 한다.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인터뷰(2015년 1월 30일)에는 이 작품을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만들 계획이 있다는 발언이 실려 있다. 한지원 감독의 차기작이 빨리 나오기를 기대한다.
애니메이션 DB에 있는 지난 칼럼들을 읽어보니 문득 고래관광이 떠올랐다. 고래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우리들은 고래관광코스에서 한국의 고래를 보기 위해 크루즈에 탔다. 그리고 선상에서 고래를 보며 이야기를 나눌 생각이었다. 그런데 한참이 지나도 바다에 고래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이야기는 해야 되니까 누구는 미국 고래이야기를, 또 어떤 사람은 일본 고래이야기를, 또 어떤 사람은 예전에 이 근방에서 살았다던 고래를, 또 어떤 사람은 고래의 미적인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렇게 우리는 실제로는 볼 수 없었던 고래이야기를 계속 하고 있었다. 이상하게 형이상학적이다. 꼭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 같다. 어째든 오늘은 존재하지 않는 아름다운 향유고래의 이야기는 그만하고 학교 앞바다에서 볼수 있는 작은 학생 고래와 깊은 바다에서 지원제도만 먹고 산다는 독립 고래들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2010년 한국 독립, 단편 애니메이션 나만의 결산. 두둥! ☆2010 최고의 신인 < 코피루왁 >의 한지원 감독 정말 혜성 같은 신인이 등장했다. 이게 졸업 작품도 아니고 실습작품이라니. 긴 러닝타임을 소화해 내는 저력, 세련된 스타일, 선명한 주제의식. 단연 올해의 최고의 작품이다. 이 스물 두 살의 젊은 감독의 장편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일본애니메이션 스타일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그게 어때서? 우리는 영향을 받을 한국애니메이션을 본 것이 너무 오래 되었지 않나. 감독 인터뷰를 보니, 만화에 도전해 볼 생각이라는데 그러지 말고 애니메이션을 계속 만들었으면 좋겠다. ☆2010 최고의 작화 < 하트 >의 오수형 감독 오수형 은 질리지도 않고 농밀한 움직임을 가진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내고 있다. 전작 도 부드럽기 그지없는 애니메이팅을 보여주지만 이번 작품 또한 충격적이다. 상당히 입체감을 가진 이미지여서 어떤 사람은 3D를 사용한 것이 아닌지 의심하기도 하지만 감독에게 확인해 보니, 100% 2D라고 한다. ☆2010년 상복 < 고양이 입속으로 뛰어들다 >의 최진성 감독 단편이지만 극장용에 가까운 놀라운 퀄리티를 보여준다. 하지만 대사가 별로 없어서 좀 길게 느껴진다. 2010콘텐츠 어워드, 서울 창작애니메이션 대상을 수상했다. < 레일 > 명배영 감독 아쉽게 아직 못 봤다. 부천 환타스틱 영화제, 서울 창작애니메이션 대상, 아시아그라프 등에서 수상했다. ☆2010 신작을 내 놓은 주목할 만한 작가들 < 일상적인 삶 >의 김준 감독 <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공간감 >에 이어 섬세한 일상에 대한 표현, 사색과 관찰하기, 자신이 살고 있는 서울의 공간을 세밀하게 보여준다. < 깡통 > 정민지 감독 이 작품이야말로 < 아빠하고 나하고 >와 이어지는 계원 스타일 애니메이션의 장점을 계승하고 있는 작품. < 동물 농장 >에 이어 한국사회의 여성의 상품화라는 주제의식과 같은 미술 스타일을 보여준다. < 맘 >의 장욱상 감독 <인더포레스트>와 < 토이 아티스트 >로 끊임없이 좋은 단편을 만들고 있는 장욱상 감독. 이번에는 미니어쳐와 3D가 합쳐진 Mom을 만들었다. 결합은 성공. < 묘아 >의 강민지 감독 전작은 화면이 분할되며 접히는 놀라운 페이퍼 애니메이션 <종이 한장>. 이번에는 고양이를 위한 애니메이션. 올해 나온 페이퍼 애니메이션으로 최고 작품. < 수달이야기 >의 권미정 감독 동물들이 귀엽다. 하지만 제목은 너무 무난한게 아닐까? 권미정 감독은 수많은 외주들을 해나가며 지속가능한 삶, 환경. 생태계 파괴를 경고하는 작품을 계속 만들에 내고 있다. < 도시 >의 김예영, 김영근 감독 작년 < 산책가 >로 바쁜 한해를 보냈던, 만나보면 귀엽고 사랑스러운 두 감독. 이번에는 메트로폴리스에서의 분절된 개인을 보여주었다. 단편 작업 외에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고 있는데 건투를 빈다. 의 황은정 감독 2001년 < 절망의 아침식사 >라는 특별한 단편을 만든 그녀, 10년 만에 돌아왔다. 여전히 키치적이며 실험적인 자신의 특색을 지키면서. 아마 감독은 그 10년 사이 유학을 갔다온 듯 하다. < Birthday Party >의 조주상 감독 양성평등이라는 짧고 경쾌한 애니메이션 각종 페스티발을 휘쓸었던 조주상 감독. 2008년 < 픽토그램 스토리 >에 이어 올해는 3D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 의 박재영 감독 < 창조기 >라는 독특한 애니메이션 만들었던 시골에서 상경한 박재영 감독의 두 번째 작품. 애니메이션 제작과 서울 생활 적응 모두 잘하기를. ☆2010 장편과 OVA < 돼지의 왕 >의 연상호 감독 1억 2천만원의 예산으로 5개월 만에 장편을 만들고 있는 괴물 같은 생산력. 2011년 2월에 완성된다고 한다. 아카데미 제작 연구과정 장편 개봉되어 많은 관객이 보는 로망은 없었지만. 짧은 기간과 적은 예산을 생각하면 꽤 사랑스러운 작품이 나왔다. 보다보면 재미있다. 정말이다. SICAF에서의 수상은 당연한 결과. < 소중한 날의 꿈 > 부산 영화제 상영 매진사례로 못 봤다. 너무 궁금하다. 어서 개봉하기를. < 파닥 파닥 >의 이대희 감독의 고난의 행군. 단편 ‘ 페이퍼 보이 ’를 만들었던 이대희 감독의 독립장편인 < 파닥 파닥 >이 저예산 제작으로 인한 막판 고난의 행군을 하고 있다. 꼭 완성되어 개봉했으면 좋겠다. < 고스트 메신저 > 스튜디오 애니멀의 야심작. 벌써부터 엄청난 팬을 거느린 애니멀의 야심작. OVA를 겨냥하고 만들고 있다고 한다. 조경훈 대표, 구봉회 감독의 야심이 이제 슬슬 본격적인 작품으로 성과 낼 때가 되었다. 많은 팬들의 기대가 있는 작품이니까 상업적인 성과도 냈으면 좋겠다. <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 >, <지금이 아니면 안돼>의 장편 제작 스튜디오 <지금이 아니면 안돼>의 장형윤 감독의 장편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가 서울애니메이션 센터의 제작 지원으로 4억 5천만원의 예산으로 제작에 돌입하였다. 뭐니 뭐니 해도 올해의 최고의 소식이었다. 하하. 열심히 하겠습니다. ☆2010년 우울한 소식들 ‘인디애니페스트 문화부 지원 중단’ 유일한 국내 작품을 대상으로 한 애니메이션 영화제인 ‘인디애니페스트’가 촛불 집회 참여 단체라는 이유로 예산이 삭감되었다. ‘한국컨텐츠진흥원 단편애니메이션 지원사업 중단’ 내년부터는 단편애니메이션 제작지원 사업이 중단 될 듯하다. 이 제작지원은 서울 애니메이션의 센터의 제작지원과 함께 한국 단편 애니메이션의 중요한 버팀목이었다. 이 사업이 사라지게 되면서 단편 작가들은 앞으로 더 힘든 시간을 보내야 될 것만 같다. 단편이 그 특징상 영화제 수상 외에 수출실적이 안나오는 것은 알지만 한국 단편의 놀라운 성장의 중요한 밑거름이 된 사업인 만큼 꼭 되살렸으면 좋겠다. 이렇게 2010년 한해도 마무리 되었다. 개인적으로 올해를 돌아보면 이기호 소설집의 제목이 생각난다.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