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윈 픽스
- 감독
- 셀렙 데스챠넬, 데이비드 린치, 다이앤 키튼, 듀웨인 던햄, 그래메 클리포드, 제임스 폴리, 조나단 세인저, 레슬리 린카 글래터, 마크 프로스트, 스테판 길렌홀, 팀 헌터, 티나 래스본, 토드 홀란드, 올리 에델
- 제작년도
- 1990
경기천년바탕체 R(저작권자: 경기도, 출처: 한국저작권위원회 ) (위 사진 클릭 시 유튜브 인터뷰 영상으로 이동) 영화적 영감과 휴식, 그리고 소통의 공간을 목표로 문을 열다 2015년 문을 연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관은 영화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영화적 영감과 휴식, 그리고 소통의 공간"을 제공하자는 취지로 CGV가 2015년 5월 1일 개관한 국내 최초의 영화 전문 도서관이다. 이 글은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라러리 상영관 전체가 아닌 씨네라이브러리관을 중점적으로 소개한다. 첫째 영화 전문 도서관인 씨네라이브러리관 외에 다른 상영관은 여타 CGV 상영관과 운영, 설비적인 면에서 차이가 없고, 둘째 씨네라이브러리관 자체에 집중하는 편이 공간의 특성을 좀 더 명확히 부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CGV는 명동 일대에 'CGV명동', 그리고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 두 곳의 멀티플렉스 상영관을 운영 중이다. 인근 지역에 두 곳의 상영관을 둔 이유는 성격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의 경우 CGV 아트하우스관을 중심으로 다양성, 예술영화에 집중하는 특화 상영관으로 시작했다. 5개관, 694석의 아트하우스관을 예술영화전용관으로 운영하고자 하는 방향성으로 시작했지만 운영은 유동적이었으며 2022년 10월 이후부터는 아트하우스관 2개, 일반상영관 3개로 재편되어 운영 중이다. 5개의 상영관의 경우 여타 CGV 상영관 혹은 아트하우스 상영관과 설비나 운영 측면에서 별다른 차이점 없이 동일한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CGV명동역씨네라이브러리 간판과 외관 1만여 권의 다양한 서적들을 갖춘 영화전문도서관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의 특화 공간, 씨네라이브러리관은 국내 최초의 영화 전문 도서관으로 182석의 상영관을 영화관 구조로 그대로 살려 리뉴얼했다.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도록 독특한 공간으로 꾸민 씨네라이브러리관은 영화 관련 전문 서적 1만여 권을 갖추고 있으며 여러 토크 프로그램을 상시 운영 중이다. 평상시에는 도심 속 영화 도서관으로서 관람객들이 편하게 영화 도서를 접할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으며 영화 상영 후 이어지는 연계 프로그램, 대표적으로 라이브러리 토크를 마련하여 영화 관람 체험이 소통과 교류의 장으로 이어질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을 목표로 한다. CGV명동역씨네라이브러리 로비 씨네라이브러리관에는 영화 원작 도서, 영화 전문 서적, 국내외 시나리오를 비롯해 영화에 창의적인 영감을 안겼던 미술, 사진, 건축, 디자인, 세계 문학 고전 등 인문, 예술 분야 등을 총망라한 엄선된 장서들이 마련돼 있다. 1만여 권에 달하는 서적에는 영화 전문 서적 외에도 영화와 영감을 주고받은 문학 및 타 예술 분야 서적 등이 망라되어 있다. 대표적으로 소설, 그래픽 노블, 만화, 논픽션 등 영감의 원천이 된 영화의 원작들이 있으며 감독론, 배우론, 영화이론, 시나리오, 콘티북, 아트북 등 영화에 대한 이해와 폭과 깊이를 더해주는 영화 전문서들도 섹션별로 구비돼 있다. 영화에만 국한되지 않고 미술, 사진, 건축 디자인, 기타 예술 및 인문학 등 영화 미학에 영향을 주고받은 각종 예술 분야의 서적들도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으며 민음사, 열린책들, 문학동네, 을유문화사 등 주요 출판사별 세계문학전집도 완비되어 있다. 무엇보다 국내외 출간된 주요 감독, 배우 관련 도서 및 영화 전문 서적과 영화화 또는 영화화가 예정된 원작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있다는 점이 여타 도서관과 구별되는 특화된 지점이다. 구비된 도서들은 대여는 불가능하고 씨네라이브러리관에서 자유롭게 열람이 가능하다. 코로나19로 잠시 문을 닫았다가 지난 10월부터 다시 정상 개방해 일반 관람객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CGV 라이브러리관의 장서들. 건축, 예술, 만화, 문학 등 다양한 종류의 서적들이 전시되어 있다 씨네마톡 문화를 이끌다 국내 최초의 영화전문도서관이라고 할 수 있는 씨네라이브러리관은 영화관의 구조를 그대로 살려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이 가능하도록 꾸며진 독특한 공간이다. 아트하우스 상영관과 연결된 도심 한복판의 문화 공간으로서 엄선된 장서와 다채로운 강연을 통해 영화가 끝난 뒤 시작되는 영화 이야기를 목표로 한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영화 감상 후 CGV 씨네라이브러리관에서 감독, 배우, 평론가와 함께 이야기하는 '라이브러리관 톡'이 있다. 라이브러리관 톡은 영화 상영 후 바로 상영관에서 이어서 진행하는 여타 시네마톡과 달리 공연장 같은 환경의 씨네라이브러리관으로 이동해 진행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공연처럼 강연에 집중할 수 있는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영화 관람의 체험을 나누는 시간까지 확장시킨다는 점에서 앞으로 다양성 영화들이 시도해야 할 의미 있는 모델을 구축한 것이다. 무엇보다 이것을 독립된 별개의 공간으로 운용한다는 데 특별한 가치가 있다. 관객들이 독립·예술영화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영화 평론가 및 감독과 함께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다양한 톡(TALK) 프로그램도 운영해 독립·예술영화를 색다르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으며, 영화를 넘어 문화 전반을 경험할 수 있는 책, 인문학 등을 아우르는 행사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 2010년 이후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시네마톡, 라이브톡 프로그램의 제일 앞자리에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관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특화된 공간을 운영하는 게 멀티플렉스의 대표주자 CGV라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현재 CGV는 CGV압구정 등에 이미 시네마톡의 거점 공간을 마련 중이며 그중에서도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관은 영화는 물론 인문학 전반의 행사를 아우르는 주요 공간이라 할 만하다. 코로나19로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만큼 유지 여부가 불투명했으나 올해 7월경 만료 예정이었던 건물 임대 계약을 2년 연장하면서 2024년까지는 정상 운영이 가능해졌다. CGV측은 이번 기회를 점검과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관도 그 고유성을 더욱 강화하고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간 및 운영개요 1. 위치: 서울 중구 충무로2가 65-9번지 하이해리엇 건물 10층 2. 설립일: 2015년 5월 1일(상영관(182석)을 영화 도서관으로 리뉴얼) 3. 공간구성 - 186석의 일반상영관을 리뉴얼하여 100석 규모로 변경 -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관 10층 내 약 231m² 4. 운영시간: 쉬는 날 없이 매일 09:30~20:30 5. 입장료: 입장은 무료(라이브러리관 톡은 행사에 따라 상이함) 6. 서적: 영화 전문 서적 외 영화와 영감을 주고받은 문학 및 타 예술 분야 서적 망라 - 영감의 원천이 된 영화의 원작들(소설, 그래픽 노블, 만화, 논픽션 등) - 영화에 대한 이해와 폭과 깊이를 더해주는 영화 전문서들(감독론, 배우론, 영화 이론, 시나리오, 콘티북, 아트북 등) - 영화와 영향을 주고받은 예술 서적들(미술, 사진, 건축, 디자인, 기타 예술 및 인문학 등) 인터뷰: 황재현(CGV커뮤니케이션팀), 김선경(운영총괄) 송경원 _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황재현 _CGV 커뮤니케이션팀 황재현입니다. 회사에서 추진하고 있는 다양한 활동을 언론을 포함한 외부 이해 관계자들에게 소개하고 커뮤니케이션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김선경 _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관의 운영총괄을 맡고 있는 김선경입니다. 현장에서 관객들이 영화를 관람하고 씨네라이브러리관 공간을 이용할 수 있도록 안내를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황재현(왼쪽, CGV커뮤니케이션팀), 김선경(오른쪽, 씨네라이브러리관 운영총괄) 송경원 _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관은 언제, 어떤 배경에서 탄생하게 되었나요? 황재현 _씨네라이브러리관은 영화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영화적 영감과 휴식, 그리고 소통의 공간'을 제공하자는 취지로 CGV가 2015년 5월 1일 개관한 국내 최초의 영화 전문 도서관입니다. 182석의 상영관을 영화관 구조를 그대로 살려 리뉴얼 해,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도록 독특한 공간으로 꾸몄습니다. 이후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관은 상업영화는 물론 독립예술영화까지 즐길 수 있는 아트하우스 상영관까지 갖춰 영화팬들이 즐겨 찾는 도심 속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송경원 _코로나19로 극장 산업이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위기를 겪은 지난 2년 동안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관의 상황은 어떠했는지요. 황재현 _극장가는 코로나 19로 지난 2년 넘게 극심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2020년과 2021년 극장 매출관 관객 수는 2019년 대비 4분의 1수준으로 급감했습니다.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관의 경우에도 코로나19 기간 중 일시적으로 영업을 중단하는 등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이후 극장 운영은 정상화되었지만 씨네라이브러리관 운영은 최근까지 정상적으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다행히 10월 이후부터 일반 관객들과 만날 수 있도록 정상 운영 계획 하에 있습니다. 김선경 _새로운 영화들이 매주 개봉하고 활기가 넘치던 이전과 달리 코로나19 기간에는 영화관이 매우 한산했습니다. 아무래도 우려되는 부분들이 많아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시기, 시간대를 피해 방문하는 고객들도 많이 계셨습니다. 또한 영화관은 주변 상권에서 소비 행위를 하거나 지역 소상공인들이 매출에 많은 도움을 주는 곳인데, 관객 규모가 감소하고 신규 개봉작이 줄어들면서 명동 지역 상권에도 어려운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CGV명동역씨네라이브러리 1관은 "김기영관"이라는 명칭으로 운영되고 있다 송경원 _극장의 특징과 공간 구성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김선경 _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관은 2015년 영화 관련 전문 서적 1만여 권을 갖춘 국내 유일의 영화 전문 도서관 'CGV 씨네라이브러리관'을 처음 선보인 데 이어 2019년에는 국내 멀티플렉스 중 최초로 독립·예술영화 전용관으로 이루어진 극장으로 전환해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영화인들의 상징과도 같은 충무로 인근 지역인 명동에 영화와 영화 관련 도서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이색 문화 공간으로, 지난 9월부터는 상업영화는 물론 독립예술영화, 영화 전문 도서관까지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습니다. 송경원 _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관만의 장점과 매력이 있다면 무엇이라 생각하는지요. 황재현 _독립·예술영화를 비롯해 영화를 사랑하는 많은 팬들이 서로 소통하고 모이는 공간이자 허브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씨네라이브러리관에서는 전문가들의 큐레이션을 통해 엄선된 1만여 권의 장서를 원하는 대로 편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영화의 원천이 된 원작 소설이나 만화 등을 만나볼 수 있고, 영화에 대한 이해의 폭과 깊이를 더해주는 영화 전문서들도 많이 보유하고 있어 영화팬들이 많이 애용하고 있습니다. 영화 시나리오나 콘티북, 감독론이나 배우론, 영화 이론 서적들이 대표적입니다. 또한 영화와 영향을 주고받은 미술이나 사진, 건축, 디자인, 인문학 등 다양한 예술 서적도 다수 보유하고 있습니다. 김선경 _또한 관객들이 독립·예술영화를 쉽게 받아들이도록 영화 평론가 및 감독과 함께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다양한 '톡'(TALK) 프로그램도 운영해 독립·예술영화를 색다르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영화를 넘어 문화 전반을 경험할 수 있는 책, 인문학 등을 아우르는 '이다혜의 북클럽', 'CGV아트하우스 클래스' 등 강연 프로그램도 다수 진행하고 있습니다. 송경원 _그동안 많은 시네마톡이 이루어졌고 관객들과의 만남이 성사되었는데요, 이런 자료들이 어떤 형태로 기록되어 있을까요. 그렇다면 현재 아카이빙 된 자료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요. 황재현 _시네마톡의 경우 대부분 배급사에서 기획해 요청하면 CGV아트하우스에서 추가 의견을 주고, 시간을 조율하여 오픈하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별도로 저희가 기록하거나 아카이빙된 자료를 보관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씨네라이브러리관 입구 송경원 _이곳에서 영화인들과 네트워킹한 지난 시간들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김선경 _씨네라이브러리관에서는 시네마클래스, 특강, 클래스 프로그램, 라이브러리관 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됐습니다. 씨네라이브러리관에서는 다음 영화가 상영되는 상영관이 아니기 떄문에 오랜 시간 평론가들의 강연이 가능합니다. 특별한 에피소드를 꼽자면 데이비드 린치 특별전에서 <멀홀랜드 드라이브>와 <트윈 픽스>를 연속 상영하고, 정성일 평론가의 데이비드 린치 강연을 진행했을 때 영화 상영부터 강연 마치는 시간이 장장 11시간 반 정도가 됐었습니다. 현장에 있던 직원과 관객들 대부분이 끝까지 계시는 것을 보고 정말 영화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황재현 _<씨네21> 김혜리 선임기자가 진행한 '김혜리의 월간 배우'가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김혜리 선임기자가 매월 추천하는 배우의 대표작을 스크린으로 보고, 그 배우의 연기 및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인데요. 2017년 6월에 진행된 '김혜리의 월간 배우'에 <내 사랑>의 에단 호크가 선정됐습니다. 김혜리 선임기자가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관객들과 <내 사랑>과 에단 호크에 대해 풍성하고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그가 이전에 출연한 작품들을 분석하면서 상대 배우의 연기를 최고로 만들어 주고 더욱 빛나게 해준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저 역시 다양한 각도에서 영화를 보면 더욱 즐길 수 있겠구나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내 사랑>에서 에단 호크는 여주인공 샐리 호킨스의 연기를 최고로 완성시키는 데 충실한 공조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송경원 _영화를 큐레이션하는 프로그래머 혹은 담당자의 안목이 궁금해집니다. 어떤 가치를 지향하고 반영하고 계신지요. 황재현 _CGV아트하우스의 슬로건은 'A Good Movie, A Better Life'입니다. 좋은 영화는 관객들에게 보다 나은 삶을 선물한다는 생각으로 프로그램을 하고 있습니다. 아트하우스 프로그래머들은 영화의 다양성 측면에서 항상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중적인 재미를 주는 예술영화를 상영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불편하고 어려운 영화들이지만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져주는 영화라면 함께 소개하고자 합니다. 씨네라이브러리관 도서 열람용 테이블 송경원 _기억에 남는 프로그램과 기획전, 행사가 있으신지요. 김선경 _아트하우스 전체에서 진행했던 기획전으로는 여름 시즌 아트하우스의 대표적인 기획전으로 자리매김한 CAV기획전과 감독들의 다양한 영화를 한 번에 볼 수 있는 감독 특별전, 특히 2번의 시즌으로 진행했던 히치콕과 왕가위 특별전이 기억에 남습니다. 스크린문학전(책이 원작인 영화 또는 책에 영감을 받은 영화를 소개하는 기획전), CGV 시네마클래스, 이다혜의 북클럽, 김혜리의 월간 배우 등 라이브러리관에서 진행한 많은 행사들도 하나하나 기억납니다. 황재현 _저는 씨네라이브러리관은 공간의 특성을 잘 살린 성기완 교수의 소리의 인문학 강연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총 4회에 걸쳐 진행된, 80명 정원의 인문학 유료 강연이었는데요. 모두 매진됐습니다. 소리의 인문학은 소리를 통해 음악을 이해하고, 영화를 더욱 흥미롭게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강연이었는데요. 특히 '소리 중심의 영화 보기'를 주제로 열린 강연에서는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에서 나오는 소리가 독특한 의미와 함께 특별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에 감명받았습니다. 강연에서는 <블레이드 러너>의 리들리 스콧 등 거장 감독들이 영화 속에서 어떻게 청각 공간을 활용했는지 느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씨네라이브러리 전도연의 전시 코너 송경원 _팬데믹을 거치면서 영화관이 큰 어려움을 겪었는데요. 이후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관은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지 말씀해주세요. 김선경 _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들이 영화관을 찾아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다음에 또 오고 싶은 공간이라는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관이 영화 팬들이 함께 모이고 소통하는 공간으로서 많은 역할을 헀는데요. 기존에 운영해왔던 톡 프로그램을 비롯해 앞으로도 CGV는 고객들이 원하는 차별화된 즐거움을 어떻게 제공할지 끊임없이 고민해 나가겠습니다. 송경원 _향후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신지. 그리고 씨네라이브러리관에 관해 관객, 또는 영화인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황재현 _앞으로도 영화 팬들이 영화도 보고 책도 자유롭게 읽을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최근 만화나 소설 등 원천 지식재산관(IP)을 갖고 있는 원작들이 영화나 드라마 등으로 만들어지고, 그 반대의 경우도 활발해지는 등 콘텐츠가 무한 확장하고 있는데요. 어떠한 형태로든 고객에게는 다양한 즐거움과 영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고객들이 보고 싶어 하는 영화와 원작들을 만나볼 수 있는 공간으로 지속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필자: 송경원(씨네21) 사진촬영: 손홍주, 백종헌 인터뷰 일자: 2022년 9월 26일
1993년 여름의 나를 사로잡은 질문은 그것이었다. 누가 로라 파머를 죽였는가? ‘충격적인 컬트’라는 수식어와 함께 심야 시간대 KBS2에서 방영되었던 데이빗 린치의 <트윈 픽스> 1화 오프닝은, 그때 당시엔 몰랐지만 지금의 내가 돌이켜보건대, 지금까지 내 인생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의 정수를 담고 있었다. 이 드라마는 1화 첫 장면부터 ‘시체를 던진다’. 금발머리에 푸른 눈, 학교 축제에서 여왕으로 선정될 만큼 트윈픽스 마을의 최고 미인으로 꼽히던 고등학생 로라 파머가 강가에서 시체로 발견된 것이다. 차가운 강물 속에 몇 시간 동안 떠다녀서인지, 그의 피부는 잿빛으로 창백하게 질려 있었고 입술도 생기를 잃은 채 푸르죽죽했다. 젊음과 아름다움이 그대로 ‘박제’된 시체가 주는 불편한 매혹. 또래들의 선망의 대상이었고, 부유한 가족의 외동딸로서 사랑을 듬뿍 받았으며 심지어 봉사 활동에도 열심이어서 누구에게나 칭찬을 듣던 밝고 화사한 소녀 로라 파머가 시체로 발견된 뒤, FBI 요원 데일 쿠퍼가 전담 수사관으로 트윈 픽스 마을에 도착한다. 그리고 비밀이 하나씩 드러난다. 한낮의 햇살 같던 로라에게 실은 암흑 같은 어두움이 스며들어 있었고, ‘공인된’ 남자 친구는 한명이었지만 다수의 남성들이 로라 주변에 존재했다. 심지어 마약과 매매춘, 새디스트의 고문이라는 엄청난 단어들이 FBI 요원의 입술에 오르내린다. 트윈 픽스는 어떤 곳인가. 침엽수림이 우거지고, 큰 강물이 도도히 흐르고, 새들이 평화롭게 우짖으며, 미국 최고로 맛있는 체리 파이와 뜨거운 커피를 먹을 수 있는 식당이 영업 중이고, 새롭게 유입된 사람은 거의 없이 이곳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끼리 서로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지내는 그런 마을이다. 따스한 세피아 톤 화면 속에서, 서로 마주치면 미소와 덕담을 주고받은 마을 사람들의 과장되게 따뜻한 관계가 넘쳐나는 곳이기도 하다(린치의 <멀홀랜드 드라이브>에서 나오미 왓츠가 처음 할리우드에 도착하여 노부부와 주고받는 밝고 희망차고 부자연스러운 연기를 떠올려보라). 그러나 대화가 끝나고 뒤돌아서면 그 사람의 얼굴에는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표정이 떠오른다. 웃음기가 가신 얼굴에 눈물이 흘러내리거나, 음험하고 차갑고 비열한 표정은 시청자들만 볼 수 있는 일종의 ‘방백’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누가 로라 파머를 죽였냐고? 모두에게 혐의가 있고, 모두가 비밀을 숨기고 있으며, 모두가 떳떳하지 않다. 심지어 가장 선하고 정의로운 인물로 제시되는 데일 쿠퍼마저도 극이 진행됨에 따라 모종의 변화를 겪는다. 종국엔 가장 무시무시한 표정이 그의 얼굴 위에 얼어붙는다. 애거사 크리스티로 대표되는 고전 미스터리의 익숙한 전제이지만, 드라마로 이런 이야기를 본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누군가 살해당했고, 모두가 수상하고, 모두가 그 죽음에 책임이 있다. 겉으로는 그토록 아름답고 아늑해 보이는 마을이지만, 그 안에는 죽음과 부패와 심지어 악마의 그림자가 깃들어 있다. 린치의 <블루 벨벳>의 유명한 오프닝 신처럼, 장미꽃 아래 떨어져 있던 사람의 잘린 귀 같은 그런 세계. 그리고 <트윈 픽스>의 등장인물들은 모두가 육체관계로 얽혀 있는데, 문제는 이 모두가 치정 혹은 제도적으로 용인받지 못할 관계라는 것이다. 배우자 몰래 저지르는 불륜이라든가, 죽은 친구의 연인과 사랑에 빠진다든가, 재산을 노리고 의도적으로 접근하여 맺은 관계라든가.... 그들은 우울한 현실과 복잡한 삶으로부터 달아나기 위해 연애를 선택했고, 그 말로는 당연히 모두 처참하다. 배신과 기만, 거짓된 정체성의 폭로. 이별과 살인과 자살. 이 복잡한 치정 관계들은 로라 파머 사건과 직간접적인 관계가 있지만, 중요한 단서로 작동하면서 정교한 추리를 완성하는 수단으로 제시되진 않는다(시리즈를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데일 쿠퍼는 추리하지 않는다. 그는 ‘계시’를 받는다). 로라 파머의 죽음 이후 연루된 이들의 사소한 비밀이 수사 과정에서 밝혀지거나, 당사자가 그 폭로를 막기 위해 어떤 행동에 나서면서 연쇄적으로 다른 사건들이 터지는 식이다. 즉 확실한 인과관계 없이 충동적인 생존본능에 의해 저질러지는 이러저러한 사건들이 주요 플롯을 이룬다. 그런 면에서 <트윈 픽스>는 일일드라마적 전통(내지는 미국의 소프 오페라, <가이딩 라이트>라든가 <제너럴 호스피털> 같은 드라마의 전통을 다시 쓰기 한 작품) 1) 에 가깝지 않은가 하는 해석도 가능해진다. 물론 회가 거듭할수록 악령과 명상, 신비로운 체험이 줄줄이 등장하면서 이야기의 장르는 오컬트 스릴러의 색깔이 상당히 진해지지만 말이다. 작년부터 왓챠를 통해 <트윈 픽스> 시즌 1, 2를 다시 본 다음 가장 최근작인 (25년 만에 돌아온) 시즌 3의 초반까지 챙겨보고 있다. 어린 시절에는 데이빗 린치가 이끄는 대로 넋을 놓고 따라가며 그 낯선 세계의 토끼 굴을 탐험했다면, 이후의 무수한 자칭 타칭 ‘포스트 <트윈 픽스>’들까지 충분히 경험했던 2021년의 관람자로서 새롭게 느낀 점은 <트윈 픽스>가 얼마나 느슨한 이야기였나 하는 점이다. 이를테면 마크 프로스트가 로라 파머 살인 사건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은 실제 사건이 있다. 스무 살의 헤이즐 드루(Hazel Drew)는 1908년 강변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수사 기법이라는 게 전혀 확립되지 않은 20세기 초의 그 살인 사건은, 남자들과 쉽게 어울렸고 낯선 사람도 그다지 경계하지 않았던 예쁜 아가씨의 죽음을 둘러싼 수상쩍은 호기심과 무성한 소문과 함께, 이 남자 혹은 저 남자 모두가 의심스러운 정황에 대한 모호한 가능성만 여럿 남긴 채 사람들의 뇌리에서 사라졌다. 마크 프로스트가 헤이즐 드루 사건에 대해 알게 된 것은 꼬마 시절 할머니가 잠자리에서 들려준 일종의 유령 이야기를 통해서였다고 한다. 할머니는 꼬마들이 밤에 집 밖으로 나가 놀면 안 된다는 교훈을 심어주기 위해 미제로 끝났던 헤이즐 사건을 다소 무시무시하게 각색하며 초자연적인 무언가와 섞어서 마크 프로스트에게 들려주었다고 했다. 프로스트에게는 그 비극적인 사건의 주인공 헤이즐에 대한 상상이 뇌리 어딘가에서 계속 맴돌고 있었고, 결국 수십 년 뒤 헤이즐은 로라 파머로 재탄생했다. 2) 그리고 그 수수께끼 같은 죽음의 이야기가 재탄생한 1990년 전후의 시기는 어떨까. 인터넷 등의 각종 통신 수단이 발달하기 직전이었던, 말하자면 진정한 의미에서의 ‘현대’ 이전의 시기다. 비밀은 얼마든지 감출 수 있었고 이중생활이 얼마든지 가능했으며 심지어 악마가 인간 세계에 끼어드는 것도 가능했던 시기다. 그래서 프로스트와 린치는 그 모호한 상황을 최대한 활용하여, 정확한 전개라든가 캐릭터의 일관성 같은 요소들은 거의 신경 쓰지 않은 채 자유연상 작용처럼 드라마를 만들었는데, 그런 헐거운 흐름과 자유로운 리듬이 전형적인 드라마투르기에 익숙했던 당시 시청자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왔을 것 같다. 작가가 완전히 장악하여 정확하게 짜놓은 세계 속에서 편안하게 누워 감상하는 게 아니라 일종의 구전 설화를 듣는 것처럼, 화자가 말하던 도중에 갑자기 잊어버리고 다른 주제로 휙 건너가는 것처럼 다소 맥락 없고 뒤죽박죽된 이야기가 펼쳐진다. 어쩌면 눈으로 본다기보다 귀로 듣는 옛 이야기의 부활을 목격한 것 같은 착각도 불러일으키지 않았을까(드라마 내내 과잉처럼 쓰이는 바달라멘티의 음악 역시 그 효과를 강화시킨다). 조금만 뒤로 물러서서 다시 큰 그림을 보자. 데이빗 린치는 드라마 <트윈 픽스> 이후 영화 <트윈 픽스(Twin Peaks: Fire Walk With Me)>(1992년)를 재차 만들었다(웨이브와 구글 플레이 무비즈에서 대여 혹은 구매로 볼 수 있다). 이는 시즌 1의 프리퀄로서, 드라마에서는 늘 누군가의 회상 신이나 대사를 통해서만 언급되던 로라 파머가 처음으로 주인공으로 극 전체를 장악하며 살아 움직인다. 드라마에선 ‘냉혹한 미녀’처럼 그려지던 로라 파머가 영화에선 좀더 순진하고 따뜻하고 가련한 인물로 재해석되었음을 목도하게 된다. 그리고 데이빗 린치의 딸이자 영화감독 겸 작가인 제니퍼 린치는 소설 <로라 파머의 비밀 일기(The Secret Diary of Laura Palmer)>를 썼다. 이것은 로라 파머가 생전에 썼던 비밀일기장의 내용을 상상하여 완성한 책이다. 1990년의 드라마 시즌 1과 시즌 2사이에 출간된 스핀오프다. 당시 22살이던 제니퍼 린치는 데이빗 린치와 마크 프로스트로부터 로라 파머에 대해 처음 듣고 자신이 그 인물과 대단히 가깝다고 느꼈으며, 마치 ‘자동기술’을 하듯이 즉각적으로 이 소설을 써내려갔다고 밝혔다. 3) 헐거운 ‘트윈 픽스’ 세계관에서 작가와 감독이 미처 신경쓰지 못했던(혹은 않았던) 빈 공간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을 때, 시청자들이 의외로 그 여백에 열렬히 반응하며 새로운 디테일을 적극적으로 요구했을 때, 감독은 별개의 영화와 그리고 25년만의 새로운 시리즈로 그에 응답했다. 감독의 딸이자 또다른 크리에이터는 거기서 파생된 로라의 일기라는 새로운 픽션을 완성했다. <트윈 픽스> 시즌 1이 시작될 무렵에는 미처 계획하지 않았던 디테일과 주석이 지속적으로 덧붙여지면서, 트윈 픽스 마을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우리의 상상력도 그만큼 확장된 것이다. 드라마 시즌 1~3, 독자적인 장편 영화와 장편 소설까지, 이것이 지금의 우리에게는 상당히 널리 알려진 팬픽션 혹은 유니버스와 그렇게 많이 다를까? 어쩌면 유니버스라는 개념이 지금처럼 확고하게 대중적인 무언가로 정착되기 이전의 초창기 버전의 형태였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리고 어쩌면, <트윈 픽스> 제작진마저 데일 쿠퍼처럼 트윈 픽스의 세계에 갇혀 버린 건 아닐까? <트윈 픽스> 시즌 3의 2화에서, 외팔이 남자는 데일 쿠퍼에게 묻는다. “이건 미래인가요? 아니면 과거인가요?” 과거에서 상상한 미래라고 해야 할까. *** 1) 아래 아티클에 따르면, 각본가 마크 프로스트는 극중극 형태로 등장하는 <사랑의 초대(Invitation to Love)>를 소프 오페라의 노골적인 패러디로 작심하고 썼다고 한다. https://www.dazeddigital.com/film-tv/article/40177/1/invitation-to-love-soap-within-twin-peaks-david-lynch 2)https://www.dailymail.co.uk/news/article-4336146/The-real-life-murder-Sand-Lake-NY-inspired-Twin-Peaks.html 3)https://en.wikipedia.org/wiki/The_Secret_Diary_of_Laura_Palmer
<덩케르크>의 패착 크리스토퍼 놀런의 <덩케르크>에는 전장의 광기와 폭력 그리고 비극이 승리의 기념비를 위한 영웅적이고 애국적인 헌신으로 전화되는 순간들이 존재한다. 그중에서 전장의 ‘1일’을 채우고 있는 민간 선박에 관한 에피소드는 그러한 영웅적 서사로 가장 강력하게 수렴된다. 항구에 정박되어 있던 민간 선박에까지 국가의 징발령이 내려진다. 그러자 큰아들을 이미 이 전쟁에서 잃은 한 아버지는 해군에 배를 넘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아예 직접 자신의 다른 어린 아들과 동네 소년까지 태운 채 전장에 참여한다. 그 와중에 동네 소년이 불의의 사고로 생명이 위급한 상황에 놓이게 되지만, 그 아버지는 소년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배를 돌려 항구로 되돌아가는 것을 단호히 거부한다. 그는 한 사람의 소년보다는 덩케르크에서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는 무수한 병사들의 목숨을 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것은 옳은 선택이었을까? 크리스토퍼 놀런은 영화의 말미에 결과론적으로 아버지의 선택이 옳았다는 당위성을 부여한다. 한 아이를 잃는 대신 더 많은 병사를 구했으며, 그 소년은 바라던 대로 마을 신문을 통해 영웅으로 보도되었다. 주제적 차원에서 <덩케르크>는 영웅과 승리라는 관점에서 바라본 전쟁 드라마이다. 아들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으려는 아버지의 헌신, 마지막 사병 하나까지도 챙기고자 했던 전투 지휘자, 위험을 감수하고도 끝까지 전투기를 몰았던 전투 조종사. 그리고 이 영화의 마지막에 내래이션되는 승리의 오마주들. 그런데 이 순간 불현듯 떠올라 크리스토퍼 놀런의 국가와 역사관, 세계에 대한 이해를 압도해버리는 영화가 있었다. 이마무라 쇼헤이의 <복수는 나의 것>이다. 이 영화에서 쇼헤이는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주인공(체제에 순응하고 동화할 수 없는 자)이 유년기 겪었던 국가와 권력, 아버지와의 관계를 설정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전쟁 중 일본 역시 자국 민간 어선들에 대한 징발을 명령한다. <복수는 나의 것>에서 주인공의 아버지는 유일한 생계수단인 어선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군인들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통 사정을 하게 된다. 이 장면을 목격한 주인공은 아버지를 굴복시키며 생존수단을 강탈하려는 군인들에게 달려들고, 결국 아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아버지는 징발에 수긍하게 되는 장면이다. <복수는 나의 것>에서 쇼헤이에게 국가와 전쟁은 결코 애국이나, 대의, 승리로 설명될 수 없는 실체이다. 전범 국가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모든 전쟁이 위정자들의 게임이이고 권력이기 때문이다. 2차 세계 대전에 참전했다가 포로 생활을 했던 노벨 문학상 수상자, 컷트 보네컷의 『제 5 도살장』에는 부제가 달려있다. ‘아이들의 십자군 전쟁’이다. 그가 전장에서 마주친 적군-악의 실체는 사실상 이제 막 13-4살을 넘긴 아이들이 부지기수였다. 아이들을 사지로 내모는 전장의 게임은 그 어떤 승리의 명분도 수립될 수 없다. “이것이 인간인가”라는 탄식만이 가능하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에서 거대하게 몰려드는 연합군의 공격에 대한 공포로 자폭을 선택했던 일본 병사들 역시, 죽음 직전에 엄마와 가족에게 편지를 남기며 울부짖었던 어린 소년들에 불과했다. 이스트우드는 그들이 자발적인 애국주의에서가 아니라 국가의 강요된 대의와 명분에 의해 이끌려왔음을 묘사한다. 스탠리 큐브릭의 <영광의 길> 역시, 전장의 최전선에 서 있는 병사들이 위정자들 혹은 권력자들의 승리를 위한 비인격화된 수단들로 간주되는지를 냉혹한 게임처럼 묘사한다. 세상에 대한 성찰의 시선을 가진 거장들에 의해 그려진 전쟁은 적과 아, 승리와 패배, 정복과 굴복의 논리로 설명될 수 없다. 모든 전쟁은 불모한 폭력에 불과하며, 그 무수한 이름 없는 죽음들 앞에 그 어떤 승리도 영광도 존재할 수 없다. 크리스토퍼 놀런의 <덩케르크>가 무려 6만 5천여 명이 죽어간 전장을 승리의 기념비로 다시 써 내려가는 순간, 이 영화는 놀라울 정도로 단순하고 우매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미로운 것 그러나 크리스토퍼 놀런의 <덩케르크>에도 흥미로운 지점들이 존재한다. 첫 번째, 이 영화가 적어도 중반에 이르기 전까지 전장은 공격하는 자가 의해서가 아니라, 공격받는 자들에 관한 세계로서 묘사한다. 사실 주류 영화뿐만 아니라 서방세계에 의해 지배되는 뉴스 미디어, 드라마 등은 언제나 공격하는 자의 입장과 정당성에 입각해 서술되고 조작된다. 반면 <덩케르크>는 영화의 본편이 공개되기 이전부터 트레일러를 통해 전쟁에 관한 새로운 체험 감각(불안과 공포)을 제안하였다. 잔교에 운집한 병사들이 폭격기 소리와 함께 공포에 사로잡히는 장면이 그것이다. (그러나 크리스토퍼 놀런의 영화는 안타깝게도 언제나 본편보다는 트레일러가 더 훌륭하다). 실제로 영화의 초반부 및 잔교에서의 1주일을 묘사하는 많은 장면들은 평범하기 그지없는 한 청년(토미)의 불안과 필사의 생존 의지를 묘사하는데 충실하다. 무엇보다도 호이테 반 호이테마가 촬영한 와이드한 전장의 풍경들은 그 드넓은 크기에도 불구하고, 시한폭탄처럼 짹각거리는 스코어 사운드와 더불어 주인공 및 관객을 심리적으로 고립시키는 효과가 탁월하다. 이 영화에서 더욱 흥미로운 두 번째 지점은 영화가 중반에 이르기 전까지 전개된 영화적 시간과 공간에 대한 흥미로운 아이디어들 때문이었다. 놀란 감독은 영화의 존재를 ‘시간’의 축으로서 구조화한다. <메멘토>로부터 <인셉션> <인터스텔라>, 그리고 <덩케르크>까지 그는 영화가 어떻게 아날로그적 시간에 대한 감감을 해체하거나 재구성할 수 있는지를 실험한다. <덩케르크>는 이 영화가 초반에 제시하듯, 명시적으로는 3개의 시간을 병렬적으로 배치한다. 해안가 잔교에서의 1주일, 선박을 타고 병사를 구출하기 위해 나선 가족의 하루, 그리고 공중폭격을 위해 출격한 항공기에서의 한 시간. 명백하게 서로 다른 길이로 구성된 시간이지만, 놀런은 이 영화의 서사 구조 내에서 교차 편집을 통해 세 개의 시간 층위를 동등하게 병렬적으로 배치하는 야심을 피력한다. 물론 이러한 배치가 온전히 새로운 영화적 실험은 아니다. 사실 영화는 조르쥬 멜리에스의 ‘트릭’이 발생했던 그 순간부터 이미 시간의 구조물이었다. 영화의 모든 시간들은 생략되거나 연장될 수 있으며, 압축될 수 있다. 다만 이미 1930년대, 할리우드 고전기에 이른 성과는 그 시간의 트릭을 관객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다시 말해 철저하게 인공적으로 선택되고 배열되는 시간의 파편들을 관객들이 서사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고 인과론적인 실체로서, 영화의 조작 가능성을 비가시화하는 심리적 구성물로 완성해냈다. 그래서 크리스토퍼 놀런의 시간 구조는 새로운 영화적 시간을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자연화된 고전적 서사의 시간을 탈구시키는 것, 즉 선형적이고 인과론적 서사로 수렴되었던 시간을 비선형적 단위로 재구성하는 행위에 가깝다. 여기서 핵심은 그가 영화의 논리 혹은 시간의 논리를 분절적이고, 비선형적인 디지털의 개념으로 접근한다는 것이다. 그가 지독히도 아날로그적인 질료인 필름을 고집하고 있음에도 그의 영화적 시간 감각은 철저하게 디지털화된 감각이다. 선형적이고 물질적이며, 연속성과 원본(본질)성에 대한 감각인 아날로그와 달리 디지털적 감각은 비선형적이며 비물질적이며, 불연속성과 절대성의 속성을 지니지 않는다. 디지털 시대의 예술에 대한 분석적 이해를 시도하는 연구자 찰리 기어는 예술과 디지털의 상관관계를 자본주의적 형식논리(상품의 추상화, 표준화, 수량화의 논리. 그로 인한 시간과 공간에 대한 인류의 새로운 분절적 감각과 논리) 속에서 파악한다. 자본주의가 가장 고도화된 형식논리로 작동되는 신자유주의 시대의 시간과 공간의 가치와 크기는 근대 이후 형성된 서구적 시간과 공간의 연속성을 가장 미시적으로 파편화하거나 압축하고 해체한다. 밀레니엄 시대를 전후로 고조된 디지털적 감각에 대한 예술의 인식은 당장은 비선형성(랜덤 액세스)과 상호작용성의 신화가 만들어내는 무수한 경우의 수를 디자인하는 예술형식으로 무수하게 발현되어 왔다. 하나의 절대성, 하나의 인과론적 서사, 하나의 감각으로 통일된 시공간 구조의 수사학은 해체되기 시작했다. <덩케르크>에서 크리스토퍼 놀런이 디지털적 감각으로 시간과 공간을 구축한다고 할 때, 그것은 단순히 세 개의 시간(1주일, 하루, 한 시간)을 병렬적으로 분절해 제시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덩케르크>는 사실 굉장히 관습적이고 장르적인 컨벤션과 스릴, 긴장 구성에 충실한 영화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러한 관습을 배치하는 방법에서 눈에 띄는 장면들이 있다. 예를 들면, 영화의 초반부 서로 다른 공간과 시간대의 인물들을 마치 동시적인 시간처럼 교차 편집을 통해 구성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일주일의 시간을 대변하는 토미가 잔교에서 부상당한 병사를 다른 이와 함께 함선으로 호송하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은 거의 실시간적 시간 흐름을 가지고 서사에 배치되는데, 그 사건을 통해 관객의 긴장을 자아내기 위해 함선 장교의 출항 명령, 군집한 병사들로 인해 쉽게 나아가지 못하는 토미의 호송, 심지어 그 와중에 진행된 폭격과 진행을 가로막는 잔교의 끊어짐 등이 묘사된다. 이 순간들은 토미가 과연 배에 승선할 수 있을 것인가에 관한 지독히도 관습적인 긴장과 병렬의 편집방식을 채택한다. 그런데 이 장면의 트릭은 다시금 다른 시간대에 존재하는 인물들의 긴박한 순간과 교차편집된다. ‘하루’의 시간을 보여주는 민간 선박 출항의 긴박함(해군들이 배를 징발하기 위해 다가오는 순간, 그들을 따돌리고 출항해 버리는 아버지와 아들)과 연료계가 고장 난 폭격기의 불안한 항공 등이 그것이다. 표면적으로는 1주일, 하루, 한 시간의 시간 위에 배치된 인물과 사건들은 교차편집을 통해 마치 동시적 시간인 양, 그것도 거의 실시간적인 방식으로 구성된다. 만일 이 영화가 초반에 세 개의 인물군이 서로 다른 길이의 시간을 배분받고 있음을 자막을 통해 알려주지 않았다면 관객들은 분명히 동시적 시간으로 인식했을 순간이다. 그러나 서사의 정황상 이 시간들은 전혀 다른 시간대에 발생한 사건들이다. 크리스토퍼 놀런은 영화가 편집이라는 장치를 통해 서로 다른 시간대에 얼마나 랜덤하고 자의적인 방식으로 접근 가능한지를 실험한다. 이 실험에서 ‘놀라움의 효과’를 유발하는 것은 놀런의 영화 그 자체라기보다는, 관객의 고전주의적이고 관습적인 관람행위(인과론적이고 선형적인, 무엇보다도 편집의 이음매 없는 연결이 구성한 영화적 일루전의 리얼리티 효과) 그 자체이다. 크리스토퍼 놀런은 디지털 시대의 감각으로서 영화의 시간과 공간을 새롭게 구조화하는 장인이다. <트윈 픽스>의 25년, 과거 혹은 미래? 이러한 크리스토퍼 놀런은 야심 많고 흥미롭지만, 그는 언제나 특정 한계치를 넘어서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진부한 주제의식도 여기에 한 몫 하지만, 영화적 트릭과 야심이 영화의 존재 그 자체를 재구성하는 전복에 이르지 못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비선형적, 랜덤 액세스 되는 시간이 서로 다른 서사를 구성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올해의 성취는 역시 25년만의 귀환, 데이빗 린치의 <트윈 픽스> 시리즈이다 노장의 예술가 데이빗 린치가 <트윈 픽스 3>를 통해 보여주는 세계는 놀랍다. 크리스토퍼 놀런의 미학을 대변하는 호이테 반 호이테마의 웅장한 스펙터클의 위용이 없을지라도 그는 키치적이고 B급 영화적인 생략과 응축, 유머를 통해 감히 범접하기 힘든 불가해한 예술 세계를 달성한다. 린치에게 영화는 단순한 시공간적인 트릭이 아니라, 전혀 다른 시공간의 세계로 진입하는 ‘열린 문’이다. 25년 전 <트윈 픽스> 시리즈를 봤던 관객이라면, 시즌 2의 후반부 붉은 방의 로라 팔머가 쿠퍼 요원에게 25년 후에 다시 만나자고 이야기했던 것을 기억해야만 한다. 이것은 정말로 25년이 지난 2017년, 시즌 3를 시작하는 열쇠이기도 하다. 그리고 기억해야만 하는 또 한 가지. <트윈 픽스 3>의 붉은 방에서, 외팔이 사내는 여전히 그 공간에 앉아 있는 쿠퍼에게 지금이 과거인지 미래인지 질문한다. 스포일러가 될지도 모를 결과를 미리 언급하자면, 시즌 3의 최종화에서 쿠퍼가 도달한 세계는 영화적 서사의 과거일까? 미래일까? 놀랍게도 시즌 3의 최종화는 전 에피소드들의 최종적인 귀착점이자 원점으로 돌려버린 출발점이기도 하다. 정리하자면, <트윈 픽스>는 영화의 안과 밖에서 두 개의 시간 구조를 제시한다. 영화 밖에 존재하는 첫 번째 시간은 정말로 25년의 공백 이후에 도착한 이 영화에 새겨진 물리적 시간의 흐름이다. 시즌 3에서 우리는 25년 만에 다시 뭉친 놀라운 출연진들을 거의 다 만나게 된다. 붉은 방에 갇혀 있던 쿠퍼는 말할 것도 없이 트윈 픽스의 보안관 사무실과 그 마을에서 살아가던 거의 모든 배우들이 시간의 흔적을 온 육체와 얼굴에 새기며 다시 등장한다. 그래서 이 시즌의 절대적 주제는 ‘시간’처럼 보인다. 시즌 3의 거의 모든 에피소드에서 우리는 서사와 상관없이 25년의 공백(혹은 점핑)이 주는 놀라운 연속성과 단절성을 지속적으로 상기하고 인지하게 된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은 역시 영화적 구조가 내재한 미궁과도 같은 세계를 관통하는 시간이다.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시즌 3의 최종화는 이 모든 이야기의 귀착점이자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쿠퍼와 주요 인물들은 불가해한 세계의 문을 통과해 초월적 우주와 붉은 방, 과거와 현재를 넘나든다. 시간의 경계, 과거와 현재 혹은 미래의 경계는 불가해한 미스터리로서만 제시될 뿐이며, 심지어 죽음이 존재의 끝으로 귀결되지도 않는다. 린치는 단일하고 절대적인 하나의 세계가 아니라, 서로 다른 우주로 통하는 문들을 통해 하나의 서사가 아니라 언제든 변용가능한 또 다른 세계의 가능성을 제시한다.(트윈 픽스 3의 최종화의 마지막 대사는 “지금이 몇 년인가?” 하는 것이다) 어쩌면 별거 아닌, 그러나 거대한 매혹 철학자 들뢰즈로부터 영화 연구자 데이빗 노먼 로도윅까지 그들은 영화를 ‘공간에 기반한 시간 예술’이라고 정의한다. 영화는 공간의 구성을 통해 시간을 창조하는 것이 가능한 시간매체이다. 시간을 다룰 수 있다는 것은 시간이 영화의 존재론을 구성하는 핵심 개념이며, 모든 시간이 시작되는 탄생과 소멸되는 죽음까지도 영화의 영역에서 가장 중요한 테마로 작동한다. 올해 나의 사사로운 주목을 받았던 영화와 감독들은 모두 ‘시간’을 영화 그 자체로서 인식하는 감독들이자 영화들이다. 혹은 나에게 ‘영화적 시간’에 대한 사유를 재촉했던 작품들이다. 수십 년 만에 스크린으로 공개된 고다르의 <작은 독립영화사의 흥망성쇠>는 린치의 영화처럼 시간의 점핑과 함께 우리 앞에 도착했다. (당연히 이 영화 역시 여느 고다르의 영화들처럼 영화라는 매체의 자의식과 영화의 시간을 실험하는 이미지들로 구성된다) 무엇보다도 놀라운 순간은 이 영화 속에서 아직 젊었던 장 피에르 레오가 영화 상영 이후 실제로 극장으로 들어서는 순간이었다. 영화가 불멸의 시간을 소망한다던 바쟁의 말처럼 스크린 속 과거의 젊은 레오와 달리 그는 현실의 노쇠한 육신으로 관객들 앞에 서 있었다. 그리고 장 피에르 레오 그 자신의 스타성과 영화적 역사들을 응축하는 것으로 점철되는 스와 노부히로의 영화 <오늘 밤 사자는 잠든다> 역시, 그가 죽음을 연기하는 장면으로 시작되고 종결된다. 그리고 극 중 영화 현장을 떠난 주인공은 자신의 기억이 깃든 과거의 공간들을 여행하며, 그곳에서 역시 먼저 죽어간 이들의 유령을 마주한다. 스와 노부히로는 이 영화에서 영화야말로 죽음에 저항하고 죽음을 기록할 수 있는 매체임을 새삼스레 상기한다. 그리고 언제나 나만의 베스트에 이름을 올리지 않을 수 없는 구로사외 기요시는 전작 <은판 위의 연인>(사진과 죽음, 영화에 관한 고혹적 괴담)에 이어 세계의 종말에 대해 이야기 한다. 시간의 끝, 죽음과 영화가 온전히 만나는 세계에 대해서 말이다. 디지털 시대에 영화는 그 스스로 디지털적인 속성(비록 아날로그였던 셀룰로이드라 할지라도 분절된 프레임으로 존재했던 영화적 이미지와 시간들)을 세상에 대한 인식론과 존재 그 자체로 현시한다. 파편화되고 불연속적이며 절대성의 위계를 상실한 신자유주의 시대의 시간과 공간에 대한 압축과 파편화. 최근 무수한 영화와 드라마들이 시간의 절대성을 넘어서는 서사들(평행적 세계, 4차원을 넘어 5차원의 세계, 우주적 시간, 비선형적 내러티브 등)은 포스트 모던을 넘어선 또 다른 예술적 시간의 재현능력을 탐닉하게 한다. 영화와 예술, 디지털적 감각과 영화적 시간,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이 수렴되는 형식 논리들. 이러한 것들이 요즘 나를 사로잡는 사사로운 매혹들, 사사로운 영화들이다.